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배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탈탈탈 탈곡기에 넣어 털리고 믹서기에 넣어 갈리는 기분이다. 요즘 회사생활이 그렇다. 좀 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가볍게 날아가는, 요 모양으로 생긴 마음이 내 영혼마저 흔들고 있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는 그런 점에서 날 위로해준 면이 있다. 직장생활은 딱 10년만 하고 싶었는데 이젠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삶으로 방향 전환 중이라는 배은지 작가. 본디 원하던 업무와 직장은 아니어서 언제든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여기든 어디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쫄보니까.

 

여전히 방황하고 숱하게 고민하며 자주 희망과 좌절을 오가는 중이지만 일터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버티는 것도 성장이었다. 그래서 때문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업무분장에도 나와 있지 않는 자잘한 업무들이 자꾸 나에게로 넘어오니 화딱지가 날 때도 있지만 좀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덕을 쌓는 것이고 결국 좋은 운을 가지고 온다는 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슬럼프를 주는 이 업무들 안에서도 일의 본질과 그 안에서 발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번 회사일은 내가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주의였는데 어떤 업무를 내 일과 같이 해보니 시켜서 하는 것보다 보람되고 스스로 자긍심도 느껴졌다. 그리고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었다. 상사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월급 때문에 퇴사는 주저하면서도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회사에 애사심 따윈 집어치워! 라는 토로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람에게 온다는 걸 깨달았다. 관계와 공유, 비슷한 것을 보고 느끼는 시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연대로 이뤄지고 이것이 흑역사로 점철된 내 모습마저 기업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고 함께 공유해가며 성장하는 동료 역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직 내에서 사실상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안주하고 또는 불평만 했던 것은 아닌지. 내가 정말로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통용되는 능력치를 소유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기회가 되었다. 또한 꼰대는 나이든 사람만 있을 거란 편견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권리는 늘 주장하지만 의무나 책임은 회피하는,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했다. 젊다고 다 참신하고 개혁적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나 건드리지 마라며 잔뜩 독기가 오린 직장인들도 매우 많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반성해보았다.

 

회사생활은 어떻게 보면 수행의 과정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지지만 그 안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회사를 위해, 함께 근무하는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회사가 날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을 버리고, 오늘도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그 속에서 발전하는 날 칭찬해주자. 이 마음은 회사를 30년 이상 다닌 선배들도 똑같은 마음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 똥 어딨어? -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뇌 자극 숨은그림 플레이북 똥 어딨어?
다이나모 리미티드 지음 / 폴더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 똥 어딨어?

 

이라는 소재는 언제 봐도 훙미롭다. 특히 배변훈련 중인 우리 아이에겐 특화된 단어라 더욱 관심이 간다. 요즘 아이와 보는 책이 신기한 똥 도감이랑 동물 똥 어딨어?’ 인데 전자는 여러 동물의 똥 이미지를 보여주며 그것에 대한 편견을 180도 바꿔주는 책이다. 물론 배변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고.

 

서평 도서인 <동물 똥 어딨어?>는 실제 동물의 똥 모양이 아니고 동물의 겉모습을 똥처럼 그려서 일명 동물 똥을 찾는 숨은그림찾기 그림책이다. 나무늘보 똥, 기린 똥, 판다 똥, 코알라 똥, 홍학 똥, 캥거루 똥 총 6개의 동물 똥이 등장한다. 색깔로만 보면 나무늘보 똥이 제일 똥같이 생기긴 했다. 이 동물 똥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콘셉트다. 놀이터, 아쿠아리움, 유명 관광지 탐방까지! 특히 마지막 배경인 사바나에서 수많은 동물들 사이에 있는 똥 친구를 찾는 게 난이도가 제일 높아보였다.

 

출간 직후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이라 엄마인 나도 함께 보며 동물 똥을 찾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아홀로틀이 바글바글>, <펭귄들의 파티>, <라마의 이야기><숲속의 방랑자>편에서는 외톨이 동물 친구를 찾는 코너가 추가되었다. 같은 모습을 한 여섯 마리의 동물이 가득한 페이지에서 색과 모습이 다른 외톨이 동물 친구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한번 찾아서 위치를 알아 시시해졌다면 뒷 페이지를 넘겨 동물 똥 친구들 외에 사람과 동물, 사물 등을 더 찾아보는 코너도 참여해보길. 나비 20마리, 아이스크림 3개 등 나만의 정답지를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페이지 가득한 색감 화려한 그림들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찾기 프로젝트는 휴대폰만 손에 붙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끈기를 가르쳐준다. 특히 5~7세 아이들에게 적절한 난이도라 이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르르 당나귀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르르 당나귀

 

기다란 판형의 보드북이 여느 책과는 달라 신선했다. 우리의 주인공 아기 당나귀는 길을 잃어 엄마와 헤어졌다. 엄마를 찾아 훌쩍이며 울먹울먹 타박타박 길을 가는데 각종 채소가 아기 당나귀 앞으로 굴러들어온다. 채소를 좋아하는 아기 당나귀는 뭐든 골고루 맛있게 잘 먹는다. 또르르 양배추 하나가, 또 또르르 당근 하나가, 이어서 상추와 고구마가 하나씩 굴러온다. 책은 의성어를 실감나게 삽입해놓아 아이에게 읽어주는 엄마가 재미있게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다. 호르르 짭짭, 아작아작, 냠냠 츄르릅, 아그작 아그작. 소리만 들어도 매우 맛있어 보인다. 울며 길을 걷던 아기 당나귀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눈앞에 놓인 맛있는 채소들을 맛나게 먹는다. 길은 잃었지만 식욕은 잃지 않은 씩씩한 아기 당나귀였다. 온 몸에 그것을 묻혀,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마치 처음 숟가락질을 하며 온 입가에 음식물을 묻혀 먹던 아이의 모습과 같다.

 

엄마를 찾아가는 길은 기다란 운동화끈같은 줄로 표현했고, 아기 당나귀의 모습은 털이 만져지는 듯 한 촉감이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책이 단순히 그림을 넘어서 콜라주기법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생동감 있었다. 그린이인 안태형 작가는 포실포실한 헝겊과 실로 당나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어디선가 아가야하고 아기 당나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그작 아그작 고구마를 먹다 말고 눈이 땡그래진 아기 당나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 엄마다!” 엄마를 발견했다! 아기 당나귀는 엄마가 보내준 채소들을 먹으며 신통방통 잘 찾아온 것이다. 명작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길도 생각났다. 귀여운 아기 당나귀는 책을 보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연애사용설명서
염채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연애사용설명서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의 다양한 어원 중 思量(사량)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거다. 참 좋은 말같다. 연애와는 달리 결혼은 인내의 과정이고 평생 배우자의 마음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 더욱 공감이 되었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연애사용설명서>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사랑을 시작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알아보았다. 저자는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전문상담사로서 사람들이 호소하는 신체적 통증이 내면 아이의 아픔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되는지 알고자 했다. 많은 사람이 연애와 결혼과정에서 괴로움을 경험했고 그것이 현재진행형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자 또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근무하다 선을 보고 결혼을 했다. 결혼 1개월 만에 그 남자가 조현병을 19세부터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고 일생의 뼈아픈 경험을 하였다고 털어놓는다. 저자가 사랑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사랑으로 아픔을 겪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직접 느낀 아픈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배우자를 만나기 전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뤄져있으며 <연애와 결혼의 어려움>, <연애와 결혼의 배경>, <연애와 결혼의 시작>, <연애와 결혼의 필수 요소, 건강한 성>에 대해 풀어놓았다. 매 챕터마다 제일 처음 내담자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관련된 심리학 용어와 여러 연구 사례를 제시했다. 이를테면 남동생은 5살 이상의 연상의 여자만을 사랑합니다. 제 남동생처럼 남자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 질문에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무어 교수연구팀의 연구 사례가 나온다. 여자가 돈이 많을 때 연애 상대의 나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자와 남자 모두 경제력은 배우자를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아서 아론 교수팀은 100명의 참가자들을 짝지어 사소한 대화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두 그룹을 관찰하고 서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대화의 요소를 발견했다. 남자들이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남자를 이끄는 리더십과 능숙함이 연하의 여자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의존피터팬증후군과 같은 심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어른이지만 책임지고 싶지 않아 하며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하지 않으려는 어른 아이의 심리 상태. 부정과 퇴행, 방어기제가 특징인 피터팬 증후군. 종합적으로 보자면 보편적인 경우가 아닌 특이하게 남자가 연상의 여자만을 선호하거나 만나는 경우는, 첫 번째는 본능적으로 경제력을 선호하고 두 번째로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론 의존적인 사랑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동생의 경우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어린 시절의 환상적인 꿈이나 책임지지 않고 타인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을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은 이 외에도 양가감정, 자아가르닉 효과, 이마고, 위독약 효과 등 흥미롭고 다양한 심리학 용어들을 정리해준다. 참고 문헌도 기재되어 있어 전문적이다. 단순히 연애와 결혼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다. 전문 도서로 심리학 지식의 갈급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을 짓읍니다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을 짓읍니다

 

제목을 보고 오타인가? 싶었다가 이내 읍니다와 습니다 사이를 지나온 엄마를 위한 제목임을 깨달았다. 내가 80년대 생이니 우리 엄만 학창 시절에 맞춤법을 읍니다로 배운 세대가 맞다. 엄마가 딸에게 지어주는 밥과 같은 레시피가 가득하다. 시집 와서 시댁 입맛에 맞추다 보니 친정엄마에게 길들여진 내 입맛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같은 미역국이라도 우리 엄마가 해주는 맛과 시어머니가 해준 맛이 달랐다. 당연하겠지. 레시피도 다르고 손맛도 다를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맛이 더욱 그리운 요즘이다.

 

이 책을 보니 간장게장, 김장김치, 약밥, 엄마표 치킨부터 다양한 그리움과 추억이 가득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난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양념통닭이다. 시중 프랜차이즈에선 나올 수 없는 맛인, 우리 엄마표 양념치킨. 엄만 닭을 사다가 손수 기름에 직접 튀겨주셨다. 튀김옷이 잘 입혀져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하면 나와 동생은 요동치는 배를 움켜잡고 치킨이 식탁 앞에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고대했다. 고추장과 설탕 같은 것으로 잘 버무려 만든 양념소스를 넣어 약간 졸여주면 환상적인 양념치킨이 완성된다. 그 기름 끓는 소리, 기름 냄새가 모두 기억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먹는 그것은 우리 엄마의 노고를 대변하듯 매우 맛있었다. 저자도 어떤 음식을 하더라도, 하물며 물을 끓이더라도 따뜻한 기운이 집안에 감돈다는 그 느낌을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에 제일 처음 소개된 음식은 바로 된장찌개였다. 가수 다이내믹듀오의 곡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노래 가사를 보면 냉장고엔 인스턴트식품 혀끝에 남은 조미료 맛이 너무 지겨워 그가 간절하게 생각나는 건 바로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말이 나온다. 사람도 된장찌개도 삶과 뚝배기 안에 한데 어우러져야 더욱 깊고 진한 맛이 나온다는데 우리가 쉽게 소비하는 음식들과 사람과의 인연은 일회성처럼 가볍고 얕다. 호박이니 두부며 양파 등 모든 걸 숭덩숭덩 썰어 넣어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 깊고 진한 맛을 음미해보고 싶다.

 

책은 소개된 음식의 레시피를 동봉해 에세이 겸 요리책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저자가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줄 때마다 잊고 있던 나의 추억도 소환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니 끝이 없다. 오늘따라 엄마가 해주신 수제비가 먹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