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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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과학 논문이나 하다못해 과학 기사를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설사 흥미로운 이론이나 연구라 해도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이 진실, 또는 사실과 정확성에 치우친 매력적이지 않은 글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들 중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매력이 두드러진 것들이 게재율이 높다. 허위 긍정의 확산이 과학계의 중대한 우려이며 통계적으로 유효한 의학 연구의 대부분은 대체로 과장되었다는 발표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서사의 효과가 아닐까?

 

저자는 지루하지 않는 과학을 위한 스토리텔링 가이드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영화감독이 된 과학자 랜디 올슨은 과학 논문과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서사 역학을 어떻게 과학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문학의 서사와 과학의 사실이 어떻게 접목될지 궁금했다. 서사를 통해 과학이 한층 이해하기 쉽다면 얼마든지 허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특정 연구 프로그램에 관한 서사로서 ABT 구성을 예로 들었다. 연구를 간결하게 하는 엘리베이터 피치를 활용한 것이다. 수년간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들이 사용하는 서사적 직관을 목격한 저자는 이들이 사용하는 서사적 직관이 많은 문제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모든 과학프로그램과 의제에 포함되어야만 한다고, 저자는 과학자들에게 촉구했다.

 

 

복잡함을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단순함을 공격하기 좋아한다. 간결하고도 반복적인 서사를 단순함과 혼돈하지 말라. 다빈치도 강조했듯 간결함이 최고의 세련됨이 아니던가. 저자가 읽었던 최고의 과학 서적 중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은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발견하기 위해 다른 연구소와 경쟁했던 플롯의 전환점이 두드러졌다. 그만큼 서사 구조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하는 과학이 서사, 스토리텔링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사라고 무조건 거짓말, 허위, 과장되진 않는다. 정확하고도 사실적이며 신뢰감 있는 서사도 많이 있다. 모든 것이 헤겔 변증법의 3부 구성으로 회귀한다는 저자의 전제를 수용한다면 이야기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과학자에서 영화감독으로 변모한 저자이니만큼 영화를 통한 과학의 서사적 직관을 쌓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뚜렷한 결과가 있는 아크플롯과 같이 최대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영화가 <스타워즈><아이언맨>같은 것이었다. 맥키의 삼각 구조에 보면 아크플롯 반대급부의 이야기 구조인 예술 영화들은 미니플롯이라 부른다. 또한 플롯이 없는 구조는 안티플롯이라 한다. 이런 서사 단어들부터 서사 스펙트럼, 서사 도구 등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안내해주는 랜디 올슨의 책을 한번 들여다보기 바란다. 글쓰기를 희망하는 작가들, 과학 논문을 쓰는 과학자들 모두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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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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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얼마 전 퇴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휘황찬란한 상가 불빛 위로 성큼 눈썹달이 선명하게 새겨져있었다. 화려한 야경보다 정갈하고 섬세하며 존재감이 분명한, 눈썹달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소라의 눈썹달이라는 6집 앨범이 생각나서였을까? 거기 수록된, 내가 좋아하는 바람이 분다라든지 ’, ‘아로새기다같은 곡들이 떠올라서였을까? 아니면 저 여리한 달이 까만 밤에 더 반짝이고 있어 지금의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서는 아니었을까?

 

모두가 지키고 우울해졌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실업과 폐업, 관계에서의 고립,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들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내 주변에서도 실업자 한명, 이혼 한명이 나왔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이 깊어져간다.

 

배은비 작가는 책의 제목과 같이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글이 자신에게 버텨낼 힘을 준 것처럼 독자인 나에게도 그러고 싶었다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내 모습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놀랍고도 또한 평안해졌다. 엄마에게 더는 투정을 부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내 투정이 엄마 맘을 더 아프게 할 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마음이 생기면 난 이렇게 책에서 위로받았다. 그녀가 읽은 책 김동영 작가의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에선 이런 말이 나온단다. ‘인생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지만 내가 그 인생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들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빠가 바닷가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제안할 때 피곤하다며 말을 잘라버렸던, 그래서 아빠를 외롭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기적인 사람은 나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저자에게서 내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가족, 특히 부모님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이자고. 언젠가는 지금의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귀찮다고 미뤄버린 친구 R의 전화, 마지막 부재중 통화를 놓쳐버린 거짓말이나 장난 같은 상황에선 나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얼마 전 개그우먼의 사망 소식에 한동안 멍해졌다. 그녀는 내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브라운관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모습에 반가웠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너무 놀랐었다. 10년도 더 지난 이맘때쯤, 동생이 군대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수화기를 잡아 집에 전화를 건 날이 있었다. 그날 우리 집은 아무도 없었다. 그 전화를 못 받은 게 아직도 미안할 뿐이다. 신호음만 계속 가고 받는 사람이 없던 그 날을 동생은 평생 기억할 것만 같아서.

 

환한 낮보다는 어스름히 빛나는 밤을 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특히 4, <사랑, 너의 무게만큼 달빛이 기울어>란 목차와 5, <나를 위로함은 당신을 위로함이었다>가 인상적이었다. 옷깃을 여미는 추운 날씨는 이제 겨울이 왔음을 알렸다. 따뜻한 그 위로 한마디가 듣고 싶다면, 배은비 작가의 글을 읽어보시라.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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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배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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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탈탈탈 탈곡기에 넣어 털리고 믹서기에 넣어 갈리는 기분이다. 요즘 회사생활이 그렇다. 좀 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가볍게 날아가는, 요 모양으로 생긴 마음이 내 영혼마저 흔들고 있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는 그런 점에서 날 위로해준 면이 있다. 직장생활은 딱 10년만 하고 싶었는데 이젠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삶으로 방향 전환 중이라는 배은지 작가. 본디 원하던 업무와 직장은 아니어서 언제든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여기든 어디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쫄보니까.

 

여전히 방황하고 숱하게 고민하며 자주 희망과 좌절을 오가는 중이지만 일터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버티는 것도 성장이었다. 그래서 때문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업무분장에도 나와 있지 않는 자잘한 업무들이 자꾸 나에게로 넘어오니 화딱지가 날 때도 있지만 좀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덕을 쌓는 것이고 결국 좋은 운을 가지고 온다는 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슬럼프를 주는 이 업무들 안에서도 일의 본질과 그 안에서 발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번 회사일은 내가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주의였는데 어떤 업무를 내 일과 같이 해보니 시켜서 하는 것보다 보람되고 스스로 자긍심도 느껴졌다. 그리고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었다. 상사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월급 때문에 퇴사는 주저하면서도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회사에 애사심 따윈 집어치워! 라는 토로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람에게 온다는 걸 깨달았다. 관계와 공유, 비슷한 것을 보고 느끼는 시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연대로 이뤄지고 이것이 흑역사로 점철된 내 모습마저 기업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고 함께 공유해가며 성장하는 동료 역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직 내에서 사실상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안주하고 또는 불평만 했던 것은 아닌지. 내가 정말로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통용되는 능력치를 소유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기회가 되었다. 또한 꼰대는 나이든 사람만 있을 거란 편견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권리는 늘 주장하지만 의무나 책임은 회피하는,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했다. 젊다고 다 참신하고 개혁적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나 건드리지 마라며 잔뜩 독기가 오린 직장인들도 매우 많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반성해보았다.

 

회사생활은 어떻게 보면 수행의 과정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지지만 그 안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회사를 위해, 함께 근무하는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회사가 날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을 버리고, 오늘도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그 속에서 발전하는 날 칭찬해주자. 이 마음은 회사를 30년 이상 다닌 선배들도 똑같은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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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똥 어딨어? -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뇌 자극 숨은그림 플레이북 똥 어딨어?
다이나모 리미티드 지음 / 폴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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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똥 어딨어?

 

이라는 소재는 언제 봐도 훙미롭다. 특히 배변훈련 중인 우리 아이에겐 특화된 단어라 더욱 관심이 간다. 요즘 아이와 보는 책이 신기한 똥 도감이랑 동물 똥 어딨어?’ 인데 전자는 여러 동물의 똥 이미지를 보여주며 그것에 대한 편견을 180도 바꿔주는 책이다. 물론 배변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고.

 

서평 도서인 <동물 똥 어딨어?>는 실제 동물의 똥 모양이 아니고 동물의 겉모습을 똥처럼 그려서 일명 동물 똥을 찾는 숨은그림찾기 그림책이다. 나무늘보 똥, 기린 똥, 판다 똥, 코알라 똥, 홍학 똥, 캥거루 똥 총 6개의 동물 똥이 등장한다. 색깔로만 보면 나무늘보 똥이 제일 똥같이 생기긴 했다. 이 동물 똥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콘셉트다. 놀이터, 아쿠아리움, 유명 관광지 탐방까지! 특히 마지막 배경인 사바나에서 수많은 동물들 사이에 있는 똥 친구를 찾는 게 난이도가 제일 높아보였다.

 

출간 직후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이라 엄마인 나도 함께 보며 동물 똥을 찾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아홀로틀이 바글바글>, <펭귄들의 파티>, <라마의 이야기><숲속의 방랑자>편에서는 외톨이 동물 친구를 찾는 코너가 추가되었다. 같은 모습을 한 여섯 마리의 동물이 가득한 페이지에서 색과 모습이 다른 외톨이 동물 친구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한번 찾아서 위치를 알아 시시해졌다면 뒷 페이지를 넘겨 동물 똥 친구들 외에 사람과 동물, 사물 등을 더 찾아보는 코너도 참여해보길. 나비 20마리, 아이스크림 3개 등 나만의 정답지를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페이지 가득한 색감 화려한 그림들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찾기 프로젝트는 휴대폰만 손에 붙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끈기를 가르쳐준다. 특히 5~7세 아이들에게 적절한 난이도라 이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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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당나귀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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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당나귀

 

기다란 판형의 보드북이 여느 책과는 달라 신선했다. 우리의 주인공 아기 당나귀는 길을 잃어 엄마와 헤어졌다. 엄마를 찾아 훌쩍이며 울먹울먹 타박타박 길을 가는데 각종 채소가 아기 당나귀 앞으로 굴러들어온다. 채소를 좋아하는 아기 당나귀는 뭐든 골고루 맛있게 잘 먹는다. 또르르 양배추 하나가, 또 또르르 당근 하나가, 이어서 상추와 고구마가 하나씩 굴러온다. 책은 의성어를 실감나게 삽입해놓아 아이에게 읽어주는 엄마가 재미있게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다. 호르르 짭짭, 아작아작, 냠냠 츄르릅, 아그작 아그작. 소리만 들어도 매우 맛있어 보인다. 울며 길을 걷던 아기 당나귀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눈앞에 놓인 맛있는 채소들을 맛나게 먹는다. 길은 잃었지만 식욕은 잃지 않은 씩씩한 아기 당나귀였다. 온 몸에 그것을 묻혀,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마치 처음 숟가락질을 하며 온 입가에 음식물을 묻혀 먹던 아이의 모습과 같다.

 

엄마를 찾아가는 길은 기다란 운동화끈같은 줄로 표현했고, 아기 당나귀의 모습은 털이 만져지는 듯 한 촉감이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책이 단순히 그림을 넘어서 콜라주기법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생동감 있었다. 그린이인 안태형 작가는 포실포실한 헝겊과 실로 당나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어디선가 아가야하고 아기 당나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그작 아그작 고구마를 먹다 말고 눈이 땡그래진 아기 당나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 엄마다!” 엄마를 발견했다! 아기 당나귀는 엄마가 보내준 채소들을 먹으며 신통방통 잘 찾아온 것이다. 명작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길도 생각났다. 귀여운 아기 당나귀는 책을 보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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