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건축물 나는 알아요! 29
요주아 도우글라스 지음, 마고 센덴 그림, 정회성 옮김, 김상태 감수 / 사파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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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아요! 세계의 건축물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면서 나도 너무 재밌고 신기하여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책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해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나는 알아요! 세계의 건축물>을 보면서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파리에서 출판한 똑똑한 지식그림책 시리즈인 이번 서평도서는 역사와 문화를 담은, 흥미진진한 세계의 건축물들을 소개했다. 아이가 요즘 손으로 뚝딱뚝딱 블록놀이를 하는데, 블록을 쌓으면서 제법 그럴듯한 건물 같은 걸 만들어 이 책을 보여주니 매우 좋아했다.

 

책은 덴젤과 이브가 세상에서 제일 높은 탑과 가장 아름다운 성을 만든다고 호기롭게 블록 쌓기 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늘을 닿을 듯 한 높은 빌딩, 화려한 궁전, 웅장한 다리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세계의 건축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첫 번째는 이집트의 아주 오래된 건축물이 등장한다. 바로 피라미드. 특히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코끼리 40여 마리를 차곡차곡 쌓은 높이와 맞먹는다는 설명과 함께 코끼리가 피라미드 옆에 서커스 하듯 쌓여있었다. 일러스트가 매우 귀여웠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밌는 설명이었다. 오래된 건축물을 지나 아주 튼튼한 건축물엔 적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중세 유럽의 성벽들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서 체코 수도에 있는 프라하성은 유럽에서도 손꼽힌다고 한다. 영국의 타워브리지나 미국의 금문교 등 특별한 다리들도 소개했다. 매우 아름답거나 여러 가지 형식이 혼합된 독특한 다리였다. 아름답고 예술적인 건축물들에 이어 하늘 높이 솟은 초고층 빌딩은 페이지를 쭉 펼쳐 세로로 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아랍 에미리트에 있는 829미터를 자랑하는 부르즈 할리파라는 빌딩이 그것인데 맨밑 주차장부터 맨 꼭대기 수영장에 이르기까지 일러스트로 층별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좋았다. 또 기억에 남는 건 특이한 건축물이었다. 퐁피두센터는 개성 있는 건축물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건축가들을 위한 유럽 최고의 현대 미술 복합 공간이었다. 수도관, 냉방시설 등 모든 것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노출 구조라니.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아이의 활동을 도울 수 있도록 뒷장에는 멋진 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과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고 각설탕 피라미드를 만드는 법도 있어 건축물의 원리도 이해할 수 있는 코너였다. 꼬마 퀴즈를 풀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날로 풍부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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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여섯 가지 이야기
김경화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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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리터러시란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책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해 알아야 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즉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기 위한 소양을 의미하는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에서 잘 활용할 줄 아는 지혜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과 같이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 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부터 pc와 인터넷 초기부터 높은 관심을 끌어온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설명했다. 가상공간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력과 가시적 변화, sns라는 소셜네트워크로 인터넷이 우리의 무의식 영역까지 파고든 은밀한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빅데이터를 주제로 디지털 세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미래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일지에 대해서도 논했다. 이 새로운 국면은 인류가 맞닥뜨린 철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인류학을 전공하여 현재 일본에서 준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국내외 참고문헌이 될 만한 도서와 논문, 영화와 소설, 사진까지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한 이 책을 함께 들여다보자.

 

손바닥만 한 스크린이 우리 앞에 펼쳐지며 인터넷이 우리 삶을 전방위적으로 변화시켰다. 사실 전쟁 병기 실험에서 태동한 인터넷은 국가주도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컴퓨터를 통신망으로 연결한, 꽤 호전적인 배경에서 생겨났다. 지금 인터넷은 참여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만 운영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90년대 pc통신에서 교류를 나누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때의 이모티콘, 통신 은어들이 아마 인터넷 문화의 풀뿌리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즘의 엽기, 허탈, 병맛같은 새로운 문화 코드도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개성이 반영되고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대담함이 엿보인다.

 

책은 쉬어가는 코너를 만들어 <인포데믹의 전주곡, 스팸메일> 이나 <미래의 세상을 엿보는 미디어아트 감상법>같은 흥미로운 주제들도 삽입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만난 적 없는 가상친구가 생기면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오프라인 사회와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우선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게 아니라 일단 친구가 된 뒤 비로소 얼굴을 보기 때문이다. ‘좋아요만 존재하는 우호적 세계 증후군도 언급했다. 사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객관적 시각을 저해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과는 대화, 타협할 기회를 차단시킨다. 이런 필터 버블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전문적인 내용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컬러풀한 사진도 한몫했다. 저자의 기술방식도 마음에 든다. 인터넷이라는, 매우 일상적인 힘이 어떻게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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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 소확행을 위한 해외 취업, 실전 뉴질랜드 생존기 해외 취업/이민 생존기
정진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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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호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땐 옆에 있는 뉴질랜드까지 찍고 올까? 란 생각을 했는데 실천을 못했다. 유명한 가수나 그룹들은 호주 시드니까지 왔다가 뉴질랜드 시장이 너무 작아 깔끔하게 무시하고 건너뛴단다. 북적북적 사람 많고 화려한 삶, 성공과 야망을 좇는 삶과는 거리가 먼 나라 같다. 하지만 자연이 좋은 청산별곡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여긴 천국일 듯싶다. 여하튼 내가 알고 있는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우리 가족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갈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타향살이가 두려웠던 엄마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했다. 한편 신랑은 20대에 호주로 유학을 떠난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까지 얻을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을 겪다보니 오늘 서평도서인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가 더욱 흥미로웠다. 책날개엔 저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 흔한 토익 점수도 없는 스펙으로 영어를 배우러 뉴질랜드에 도착했다가 정착한 지 벌써 8년 차가 된 외국인 노동자라고. 미디어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를 부업으로 하고 있는 저자는 블로그에 뉴질랜드 삶에 대한 글을 올리며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취업시장이 매우 좁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지 뉴질랜드라는 이상적인 나라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놓치기 쉬운 질문들을 자문해보길 권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왜 해외에 살고 싶은가? 내 삶에 중요한 건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 말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취업생활기를 통해 과연 이곳이 우리가 상상하는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나라인지 보여주었다.

 

뉴질랜드가 되었든 어디든 우리나라가 아닌 이상 비주류로 느끼는 기분은 참 힘들 것 같다. 저자도 그랬다. 그곳에선 모국에서 어떤 일을 했던 간에 그저 아시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란다. 차별과 의기소침의 사이에서 정착하기란 꽤 쉽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인천 공항에서 꼬박 11시간이 걸리는 이 남반구에 있는 나라에서 파트 타임으로 캐쉬잡(들쭉날쭉하게 필요할 때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을 처음 시작했는데 바로 한인노래방이었다. 자신과 같이 피고용자들은 워킹홀리데이로 온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해외 이력서를 작성하고 전화, 화상인터뷰까지 경험해본 저자는 취업에 대한 여러 가지 팁을 같이 제시해주기도 했다. 본격적인 회사생활에 돌입해 한국과는 다른 연봉 협상법이랄지 보험으로 돌아오는 뉴질랜드의 세금 같은, 차이점도 설명해주었다.

 

뉴질랜드인들을 부르는 별칭은 키위라는 단어다. 좋은 의미로는 여유롭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는 게으른, 키위들을 보며 이 느긋하고 태평하고, 친절한 키위의 특징도 상세히 알려주었다. 우리나라같이 급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빠른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웬만한 DIY 기술로 알아서 처리한다고. 페인트칠이나 정원관리같은 것들 말이다.

 

저자는 뉴질랜드에서 취업하기 위해 아이엘츠, 정착도시에서 2~3달간 살아보며 천천히 답사하는 것,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군을 꼭 조사하고 오라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차차선책까진 생각해 여러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다고. 실용적인 취업준비 팁까지 상세하게 제시한 저자의 이 책을,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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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김경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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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겁나 좋아보였던 직업이 플로리스트와 커피숍 운영자였다. 특히 여성이라면 꽃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똥손인 난 거리가 멀어보였다. 두 번째 언급한 카페 주인은 그렇게 여유롭고 내적으로 충만해 보일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언젠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보고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왕이면 내가 사장이 되어 커피숍을 운영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요즘은 가정에서도 커피머신을 사서 믹스커피와는 또 다른, 맛 좋고 향 좋은 커피를 만들어 먹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커피숍의 수요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 프랜차이즈에선 찾을 수 없는 개인 카페만의 달달하고도 소박한 그 분위기가 너무 좋다. 특히 고풍스러운 매력 또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매력, 아니면 매우 자연친화적인 매력을 가진 전국의 개인 카페들을 방문했을 때 느낀 그 감각적인 공간은 또 다시 방문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서평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은 참 신선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저자가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적힌 에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산! 이 책은 퇴사한 뒤 카페 사장이 되기로 결심한 저자가 창업을 하고 운영을 한, 실용적인 노하우가 한데 모여 있었다. 벌써 4년차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창업 지식과 커피 지식들을 이 책에 녹여냈다.

 

인천 계산동 뒷골목에 10평짜리 카페를 창업한 저자는, 언젠가 꼭 카페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일단 여러 카페를 탐방하며 많이 먹어보아야 한다고. 카페에 들어가 인테리어 구상도 하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커피맛! 기본적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는 꼭 먹어볼 것. 카페마다 다른 커피 맛의 차이를 감지하고 개업 후 프로처럼 에스프레소를 내리려면 말이다.

 

책은 공사계획의 도면부터 파이프 작업 사진, 데코타일의 바닥 등 인테리어 공사 전반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작업대의 높이 등 주방 설계도 중요했다. 수많은 커피 머신 중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도 잊지 않았다. 카페 이름과 로고, 가구와 소품을 비롯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메뉴 선정에 이르기까지 카페 운영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담았다.

 

자신은 꽤나 내향적인 사람인데도 좋아하는 이 일을 하다 보니 훈련이 되어 어느 정도 외향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소회도 적었다. 카페 분위기와 커피 맛만이 능사가 아니다. 카페 사장은 손님을 응대하는 데 있어 수양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혼자 산 속에서 갈고 닦는 대신 많은 사람들을 겪으며 훈련되고 그 곳에서 얻는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단지 직장생활이 고되어 커피숍을 차려볼까? 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독자로서 책을 읽으니 분명 매력적이지만 쉽게 덤벼서는 될 것이 아닌 것 같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자영업의 장단점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겪은 좋은 정보를 아낌없이 전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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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 견디는 힘에 관하여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들
조안나 캐넌 지음, 이은선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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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메디컬이라 쓰고 라이프라 읽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악역도 없고 막장 전개도 없지만, 오로지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로 인기를 얻었다. 대학병원 다섯 의사들의 삶과 우정이야기를 그린 이것은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었다. 내용 중에서 아이를 두 차례 유산한 적이 있고 세 번째 임신인 산모를 진료하는 의사 석형의 진료 장면은 꽤나 인상 깊었다. 무심한 듯 냉정하게 진료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내내 훌쩍이는 산모는 유산에 대해 선생님께 이런 병은 병도 아니죠?” 라고 서운한 듯 질문했었고 석형은 유산이 왜 병이에요? 유산은 질병이 아니에요. 당연히 산모님도 잘못한 거 없고요. (중략)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고 스스로 고통 받았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그런 점에서 석형의 말은 많은 여성들의 위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병원에 방문한 사람들은 의사를 대할 때 심리적으로 많은 의지를 할 것 같다. 하지만 의사 또한 인간인지라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힘들기도 하고 책임과 불안에 허덕이는 존재이리라. 의사의 생활을 다룬 에세이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터라 이 책이 더욱 신선하고도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인 조안나 캐넌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마음이 아픈 의사라니. 그녀는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겪었던 경험들을 이 책에서 보여주었다. 어느 직업군보다 심리적인 고통이 환자 못지않게 심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생과 사의 현장 일선에 있고 죽음까지 목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로 성장하며 이런 트라우마를 겪지 않는 의사는 없겠지...라는 생각을 해보면서도 환자만 돌보고 정작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돌볼 여유가 없는 이들이 안쓰럽다. 환자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건 전문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아픈 것 같다.

 

책은 와일드카드로 의대에 진학한 그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30대에 들어서 뒤늦게 의사의 길로 들어선 자신을 와일드카드로 부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다양했다. 의사를 수없이 배출한 집안부터 온 집안을 통틀어 처음 의대에 진학한 경우,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경우, 자신처럼 일견 상관없어 보이지만 때가 되면 묘하게 가치를 입증할 직업을 거쳐 의학에 관심이 생긴 경우 등. 정신과 의사는 작가와 공통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라 대답할 수 있겠다. 의술의 중심 또한 인간이고 인간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녀는 수련의 시절 비뇨기과를 맡았다. 방광과 고환과 요관의 황홀한 조합이라고 표현해 피식 웃음이 났다. 응급실에서 호출을 받을 땐 어느 환자를 먼저 살펴야 하는지 경험이 쌓이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전문의가 수련의를 괴롭히는 것도 목격했다. 회진을 도는 동안 일부러 멍청한 상황을 만들어 환자와 간호사들 앞에 창피를 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인데. 서글프다.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비인간적인 병원체계도 고발했다. 의료시스템의 부조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저자는 견디기 힘든 압박감을 이겨내고 정신과 의사로 성장해갔다. 인간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없으면 힘든 일이었다. 환자와의 교감을 통해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을 목격하고 깊은 통찰과 힘을 얻었다.

 

의사라는 직업이 겉은 화려해보여도 생각보다 어려운 직업이란 생각이 더욱 많이 들었다. 오롯이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는 수많은 의사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의사로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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