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인생의 깨달음을 만났습니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좋은 마음가짐에 관하여
임정묵 지음 / 좋은날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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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생의 깨달음을 만났습니다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님은 불법사전이란 책에서 계단을 이렇게 소개했다. ‘올라갈 때는 무거운 길, 그래서 저벅저벅 조용한 길. 내려갈 때는 가벼운 길, 그래서 쿵쾅쿵쾅 요란한 길. 내 인생이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가는 중인지 잘 모르겠으면 내가 지금 조용한지 요란한지 들어보면 안다.’ 가슴이 뛰었고 역발상같은 이 생각에 감동받았다. 오늘 서평도서를 읽으니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이 문구가 생각났던 것이다. 저자 임정묵 교수는 세상살이의 두 가지 법칙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했다. ‘인생에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 이런 깨달음은 치열하게 살아가며 각자의 삶에 고군분투중인 우리들에게 위로와 도전을 준다.

 

인생엔 당연한 것도 저절로 되는 것도 없다. 그러니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꿔야한다. 인생의 봄과 여름, 가을을 먼저 살아본 저자의 성찰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세상살이의 깨달음, 살아오면서 중요하거나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마음가짐들을 저자는 자신의 인생 이력서와 함께 정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일부터 고달파진다. 주어진 상황에선 최선이라 여겨지는 뭐라도 해야 한다. 오늘 연예 기사면에 10년 전 폭행사건에 휘말려 지금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한 한 배우가 나왔다. 과거 굵직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 하고 있는 택배 물류 하차일을 보며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의외라고 하자 의외고 뭐고 살아야죠. 살아야 되니까.” 라고 말하는 그였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앞날은 모르겠죠. 제 본업이나 제 가정이나 다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책임은 다 해야 된다는 것.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게 최선이라는 것. 그리고 더 좋은 일이 있거나 하면, 또 최선을 다해야겠죠.”라고 인터뷰했다. 그는 저자가 이야기한 세상살이의 제2법칙,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저자는 청년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만 하고 그러다 포기하거나 순응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의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일갈한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말이다. 결국 기댈 곳은 자신밖에 없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 긍정의 경험이 쌓여야 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스스로를 바꿀 수 있음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도 아직 상식이 통하고 탈없이 돌아가는 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책은 <가을이 지날 때쯤 보이는 것들>, <말의 가르침 세상의 가르침>,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이란 세 챕터로 나누어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언한다. 보다 풍성한 인생을 위하여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가운데 선의를 가지고 요령껏 헤쳐 나가는 태도를 겸비하고 가족과 건강, 이웃과 회사 등 만남에서 비롯된 고마운 선물까지 놓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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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 - 나답게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문장들
이동섭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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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

 

모지스 할머니는 말했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시작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라고. 난 나를 사랑하기 원한다. 그래서 모지스 할머니의 말이 와 닿는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는 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서. 오늘의 서평도서 <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는 앙리 루소부터 세잔에 이르기까지 여러 예술가들을 조명하며 그들이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일러주었다. 저자 이동섭님은 예술인문학자로서 인문학을 예술작품으로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위인들의 명언과 작품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시국이 이래서 전시회나 음악회도 자주 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 이 책은 나의 지적인 욕구를 충만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삶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지켰는지 보여주었다. 말과 문장과 작품을 통해서.

 

아동도서로 앙리 루소의 작품이 실린 그림책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이란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강렬한 색채는 상상의 밀림을 구현했다. 그 작품에는 밀림 속 동물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여럿 있었다. 게다가 식물도 실제와 다르게 그려져 있어 눈이 즐겁고 신기했다. 프랑스 파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루소가 그린 미림은 비현실적이었지만 오히려 달콤함을 시전했다. 50세까지 세관원으로 살다 그림에 전념하면서부터 아마추어 화가로 그의 그림이 미숙하다는 조롱과 멸시가 따라붙었지만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 마침내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다! 저자는 말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 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루소도 스스로를 위대한 화가로 확신했기에 세상의 비난을 무시할 수 있었다. 니체도 말했잖은가.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말라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항상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라. 그 태도가 미래를 바꾸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말이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교사는 아니다보니 버릇없는 일부 학생들은 꽤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작년이었나? 곧 중학교에 올라갈 6학년 남자아이가 이거 하면 돈은 얼마나 받아요?” 이러면서 날 건드렸다. 순간 얼음이 된 난 그날 하루 종일 울음을 삼켰다. 내 위치나 상황이 날 사랑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것도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오늘 책을 읽으니 다시금 나를 사랑하고 창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샤넬도 인생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아 나는 내 인생을 창조했다고 말했었다. 많은 공감이 되는 문장이다.

 

책이 소개한 무명의 가정부 사진가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비비안 마이어는 무명의 사진가였고 사진은 돈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일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쓸모를 주기도 한다. 유모로 집에 갇혀있다시피 하다 자유 시간에 거릴 걸으며 온 얼굴로 햇빛을 받고,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흥미로운 장면을 찍는다. 이것을 그만두라고 다그칠 수 있을까? 저자는 반문한다. 그녀는 카메라를 든 메리포핀스라 불리었는데 죽고 나선 검색어에 오를 만큼 유명해졌다. 정작 사진으로 관심을 받으려 하지 않았던 그녀의 삶을 보면, 타인의 인정이나 유명세보다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게 느끼는 행복. 그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우리가 알만한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모차르트, 피카소, 슈베르트, 고흐 등. 이들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고방식은 배울 만하다. 나답게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문장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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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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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공항이라는 두 글자만 보아도 설렌다. 가장 마지막에 공항에 갔던 건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난 수많은 인파 속에 하나로 그 분주하고 들떠있으며 생기 있거나 또는 피곤해 보이는, 모습들 모두가 좋았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공항은 여행지를 떠나기 전의 기대감을 집약시켜놓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처럼 집을 여행하기로 했다!

 

결혼하고 친정의 내 방은 아빠의 서재가 되었다. 제일 작은 방이었는데 처음엔 내 옷가지와 책들이 빠져나간, 휑한 공간이 되었지만 이내 그곳은 은퇴 후 아버지만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금도 가보면 약간의 내 흔적들과 함께 아버지의 냄새가 자리 잡았다. 시집와서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아직도 분가 전이지만 몇 년을 살아도 이 공간은 제법 낯설다. 화장실과 거실, 신랑의 방이었던 두 번째 크기의 방....책을 읽으며 이곳을 아직도 내가 제대로 가본 적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만의 공간이 따로 없는 게 흠이다. 적어도 물리적으론 그렇다. 아이가 자고 난 한밤중의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자유롭게 사유하고 혼자만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든 저렇든 현관부터 시작해 집안에 놓인 물건들, 가구들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저자는 현관에서 아내가 머뭇거리며 나가지 못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심하게 다툰 부부는 그 결과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작가, 돌아보지도 않고 짐을 싸 현관으로 향하는 아내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현관, 그 작은 공간이 그녀를 가두기라도 한 것처럼 아내는 그렇게 서있었다. 그렇게 서 있는 게 가능한 유예의 공간.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해도 용인되는 공간 덕분에 작가는 뛰어가 아내를 잡을 수 있었다. 단호함만 통용되는 공간이었더라면 어땠을지. 끔찍하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주방으로 공간을 소환한다. 다이나믹 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노래가사를 보면 삶처럼 밥에 퍽퍽해 물 말아 먹는,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 그 때 그 식탁으로 돌아가고픈, 잠깐의 생각만으로도 배고픈이란 가사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힐링곡 중 하나인데, 주방에서 파를 썰며 엄마의 아침 준비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그립다. 주방은 그런 곳이다. 엄마는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는 즐거움 때문에, 그리고 음식을 먹는 이가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번거로운 일을 한다고, 말했다. 책은 집과 그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소설을 소개하며 명화를 삽입했다.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서 인문학 도서 같은 지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역시 책날개에 소개된 대로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님답다. 문학 외에도 미술, 음악, 사진, 영화 등 예술장르와 글쓰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문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읽는 동안 공항같이 즐겁게 탐색할 수 있는,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집에 대해 생각해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늘부터 연극의 주인공만 비추는 하나의 핀 조명처럼 그 빛 안에 들어가 삶의 주인공답게 소중한 일상을 일궈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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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국 -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게, 오늘의 기분을 돌보는 셀프 심리학
이현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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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국

 

심리학 도서였지만 꽤 과학적이었다. 마음 관리를 뇌과학 측면에서 처방했다. 에필로그에도 나왔다시피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행복의 소제목 파트 화학적 행복을 언급하며 세로토닌과 같은 생화학적 체제를 말했다고 한다. 행복에 대한 거대담론을 기대한 저자로선 좀 당황스러웠지만 우리의 정신, 감정세계는 신경화합물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분이 안 좋은 채로 3일을 넘어가면 부정적인 감정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뇌에 과잉 기억화된다. 사실 3일까지 가지도 않는다. 그 즉시 기억되는 것 같다. 상처 입을수록, 모욕감이 클수록 기억으로 가는 속도는 빠르다. 이럴 땐 마음 약사업무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역시 모든 병은 조기 개입해야 효과가 있다. 모든 걸 다 해결할 순 없겠지만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그 짐이 쓸데없이 부풀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미국의 정신과 의사 제임스 보그는 말했다. 뇌는 약국과도 같아 24시간 내내 약을 조제한다고. 그리하여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오늘의 기분을 돌보는 셀프 심리학을 알아야 하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 마음 약사가 되는 것은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일 것이다. 요즘과 같이 심리적 방역이 절실한 시기라면 더욱.

 

저자 이현수 임상심리전문가는 이 마음 치유서를 통해 생활 밀착형 처방전을 일러주었다. 부정적인 사고가 긍정적인 사고로 바뀌면 변연계의 반응도 달라져 세로토닌, 옥시토신, 도파민 등과 같은 30개 이상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다. 세상 단순한 좋은 생각과 좋은 감정을 갖고 좋은 화학물질을 생성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 공식을 받아들이려면 우리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익히 알지만 실천이 어려웠던, 생활 속 세로토닌 축적법은 이대로도 행복하다는 선언인 감사,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 명상과 예술의 힘까지 소개했다. 특히 은근히 사람 잡는 인지적 왜곡이란 제목을 통해 한번 뇌에 박힌 버려야 할 생각들을 불을 다루듯 다뤄보며 버릴 것으로 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필요할 때만 조심히 불을 사용하여 몸을 녹이거나 음식을 해 먹듯.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의무적으로 무언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이 있다면 대안적 셀프 톡은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를 원해로 바꾸는 것이다. 당위적 사고방식과 완벽주의를 바꾸는 방법인 것이다. 이는 평소 쓰는 말을 잘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했어야 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와 같은 말을 자주 쓰면 앞서 언급한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집밥과 수면법칙도 이론상 알고 있는 내용인데 실천이 어려웠었다. 집밥은 몸을 5성급 호텔로 만들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자체가 소울 푸드이기도 하고 요리를 계획하고 끝낼 때 도파민까지 분비되어 멋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은, 장내 유익균을 잘 보존해 장 안에서 세로토닌을 가득 분비하자는 것. 이시형 박사님도 생각났다.

 

남에게 행복을 의존하지 않고 나 스스로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마음 약사가 되기는 필수인 것 같다. 부디 뇌과학과 심리학을 병행한 이 치유법을 배워보시길. 상처 난 마음은 어느덧 아물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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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 40대 회사원 킵 고잉 다이어리
김현지 지음 / 여름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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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40대의 일기를 읽었다. 나이를 나누는 건 의미 없지만 나에게도 곧 다가올 시기라 혹시 뭔가 다른 게 있나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관없이 같았다, 아니 비슷했다. 거의. 일기는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할 수 있어 좋다.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점점 소멸해가는 시간을 기록으로 붙잡아둘 수 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고 비스무레하게 보드에 매달린 서퍼다. 회사가 파도고 회사원이 파도타기라면 끈질기게 보드에 매달려있는 서퍼. 때로 그 파도의 종류를 갈아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은 꽤나 어려운 일에 속했고 그저 떠밀리지 않게 중심을 잡고 온 몸에 힘을 주며 보드 위에 올라가 버티고 있는 중이다.

 

저자의 365일의 기록은 매일 똑같거나 비슷한 하루를 성실하게 견딘 결과물이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 평범한 것이 기적이다. 너무 뻔한 일상에 무기력해지거나 무덤덤해질 무렵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와 닿아서 아껴 읽고 싶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숨겨놓고 몰래 하나씩 꺼내먹는 심정으로. 그렇게 내 마음을 무장해제시킨 이 책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일기를 썼다. 글은 치유이며 위로다. 그것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사적으로 은밀하게 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사건들을 고스란히 남기고 생각을 붙여 인생의 근육으로 만들었다. 그 근육은 나를 지탱해주며 세워주었다.

 

저자는 126일의 일기에 <괄호열고 괄호닫고>란 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이렇다. 매일 일기 쓰기는 무서운 것이고 하루만 밀려도 다음날 2배가 되는 신종 일수 빚같은 것이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매일 일기 쓰기를 시작해 사서 이 고생을 하는가. 란 자문을 한다. 원래 진짜 재밌는 건 ‘100% 재밌는게 아니다. 진짜는 괄호열고 눈물 닦고 괄호닫고 재미있는 것이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토스트가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지 않냐며, 배가 고플 시간, 즉 눈물닦고 괄호닦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란다. 이 문장에서 박민규의 <그렇습니다 기린입니다>란 책의 문체가 생각났다. 거기선 유치원에서나 부르던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란 동요를 차용해 작가의 유희적 태도를 드러냈는데, 저자의 괄호얘기 또한 그리 들렸다.

 

103일자 일기 <월급루팡>에선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내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당황했다고. 그 얘길 다른 이에게 했더니 뭐 그냥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이네라고 반응해 또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는 내용. 나도 직장인이 되어 보니 학교보다 넓은 사회에서 만난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의 기준에 맞출 수 없었고 내가 참 좁고 고지식한 인간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 읽은 책과 본 영화들에 대해서도 써주어 좋았다. 저자가 여자분이라 그런지 많은 면에서 동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취향도 비슷했고. 이 책은 가볍게 읽으려했는데 그렇게 읽고만 넘기기엔 내게 너무 많은 위로를 주었다. 소중하게 소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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