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100세 - 의과학으로 풀어보는
김혜성 지음, 김현진 그림 / 파라사이언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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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으로 풀어보는 건강수명

 

  아침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지상파방송과 종편 모두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몸에 좋다는 시서스 가루나 ABC주스 등 섭취하면 좋다는 음식들부터 각종 운동법과 생활습관까지. 우린 건강백세시대를 잘 살아내기 위하여 꽤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자 노력한다. 나이듦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에 우린 좀 더 건강하게 나이 들어감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의과학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노화를 바라보았다.

 

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를 살펴보자.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견과 질병처럼 치료할 수 있는 의견이 그것이다. 생명과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노화에 대해서조차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전반전으론 후자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대표적으로 노화를 만성염증으로 보는 개념이 있다. 건강과 장수를 위해 좋다는 음식, 영양제를 매끼 챙겨먹을지, 절제하며 소박한 음식을 먹을지에 대해선 답이 없다. 선택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는 하루 두 끼 먹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노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은 컬러풀한 사진이 많이 삽입되어 있고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그래프나 삽화를 넣어 독자의 이해를 높였다. 예를 들어 뼈의 리모델링편에선 골-리모델링 유닛이란 그림을 통해 파골세포와 조골세포를 보여주었고 남성과 여성의 최대골량기와 폐경과 나이듦에 따라 감소하는 뼈의 손실을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현대 의과학은 노화 자체를 질병화하려 하려해 노화를 염증으로 보고 투여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것은 태산 앞에 호미 한 자루 들고 서 있는 모습처럼 왜소해 보인다고 말했다. 좀 더 포괄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건강수명 100년에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핵심으로 건강한 위생활동과 음식, 운동, 공부를 제시했다. 각 장에선 식단을 제시하고 전문가의 장수 모델을 그리며 칼로리 제한과 장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당신의 똥은 안녕하신가요?’라는 다소 재밌는 질문에도 진지하게 접근하여 선진국과 후진국의 대변량을 비교하는 표를 보여주기도 하고, 똥의 성분 중 유기물의 구성이랄지 배변이 원활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운동면에선 일상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을 강조하며 달리기든 사이클이든 산행이든 상관없다. 여기서 제안된 운동법 HIIT 는 비만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되는 운동법이니 나도 관심이 생겼다. 치매와 치아의 상관관계도 흥미로웠다. 잘 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부분이었다. 저작 운동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운동선수들이 껌을 씹는 이유) 면역증진 효과까지 있다!

 

  저자가 마지막에 제시한 공부도 뇌의 손상을 방지하는데 탁월하다. 특히 책읽기와 인문학 공부모임에서 일상을 생소하게 보는 것을 많이 체감한다는 저자는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한 것들과 마주하며 생각이 확장되고 배움을 통해 존재이유를 찾는다고 한다.

 

  저자처럼 자연산으로 살며 나이 들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펼쳐서 만족스러운 노화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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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껴안은 호텔 - KBBY가 주목한 그림책(2020년 9월) 신나는 새싹 142
이선주 지음,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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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껴안은 호텔

 

  커다란 판형에 맑은 수채화의 그림들이 꽉 채운 이 책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인다. 게다가 자연 친화적인 호텔이라니. 호기심이 일어 검색을 해보았다. 호텔 이름은 <칸달라마 호텔>. 스리랑카 국민건축가 제프리 바와의 건축철학이 깃든 대표작이다. 그는 스리랑카의 국회의사당과 여러 대학 건물, 수많은 해변 리조트 등을 여러 나라에 남겼는데 건축이 들어갈 장소를 세심하게 분석해 조경과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의 건축은 압도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칸달라마 호텔은 스리랑카 정보가 관광산업 개발을 위해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호텔을 지어달라고 의뢰한 건물이었다. 바와는 시기리야 부근 담불라의 한 바위 언덕 위에 건물을 짓고자 했고 거대한 암반 위 올빼미가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호텔은 거대한 바위와 건물이 하나로 합쳐진 건축물이었다. 입구부터 로비까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바위를 인테리어 요소로 그대로 끌어들였다. 건물 외곽은 식물들이 표면을 덮었으며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건물과 경관이 하나 되는 바와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코끼리 무리가 호텔 앞 강가를 지나가고 원숭이와 새들이 정원을 제집처럼 드나듦이 가능한 공간이다. 1층 로비에 마련한 철제 의자엔 작은 새가 둥지를 트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당장 이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몸과 마음이 힘든 요즘, 이 자연을 향한 겸손한 인간의 모습으로 푸른 쉼을 누리고 싶었다.

 

  그림책은 자연의, 자연에 의한, 자연을 위한호텔에서 보내온 편지로 시작한다. 작가 이선주님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당연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나날이라고 표현했고 그림작가 조은정님은 칸달라마 호텔을 그리면서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술을 뾰로통 내밀고 있는 아이에게 누군가 툭툭 건드린다. 바로 원숭이였다. 소년의 어깨에 안착한 원숭이는 호텔 밖 풍경으로 그를 안내한다. 어떤 풍경은 보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하기도 한다. 이곳이 그랬다. 새하얀 날개를 펼친 공작새가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화해를 유도하고 젊은 시절 찾아왔던 남녀는 어느새 노부부가 되어 그 시절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며 젊은 날을 추억한다. 혼자 있고 싶어 동생들을 피해 호텔 밖으로 나온 소녀는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른 잔디의 싱그러운 내음을 맡는다. 광활한 자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 곳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각지 다른 사연을 가지고 칸달라마 호텔에 찾아왔지만 모두들 아름다운 햇살과 녹음을 기억할 것이다. 비단 유적지뿐만 아니라 숲 또한 보존하며 호텔을 지었던 건축가의 의도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언제든 머물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리랑카를 여행한다면 꼭 숙소로 정하고 싶은 곳이다. 울창한 정글과 호수를 배경으로 하여 자연과 동화되는 기분이 든다는 게 투숙객들의 공통적인 목소리. 죽기 전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곳이란 책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고, 칸달라마 호수와 이어지는 듯 한 수영장도 매력적이다. 그림을 보고 매료되어 실사까지 찾아본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책은 칸달라마 호텔의 아름다운 모습을 월페이퍼로 감상할 수 있게 QR코드를 박아놓았다. PC로 감상하고 싶다면 씨드북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도 이런 자연친화적인 건축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지울 수 있다니 역시 인간과 자연은 공존해야 빛을 발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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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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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코로나라는 생소한 역병이 2020년 한해를 모조리 덮치고 있다.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이 치명적인 전염병이 언제쯤 사멸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린 이제 코로나 이전처럼 살 수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너무 사소해서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일상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고 무척이나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덮고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내온 지 반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우린 이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서로를 향한 심리적인 거리감을 깊게 느끼고 있다. 온통 예민해져 가까이 다가서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짜증이 났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동승한 사람이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려쓰기라도 하면 얼굴이 찌푸려지며 속으로 욕을 하게 됐다. 이런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을 낳고 일상을 뒤엎는다. 모두들 우울감에 빠진 듯하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현실이다. 일상을 파괴한 이것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들을 대부분 1980년대 출생한 젊은 시인, 소설가인 작가군단이 남다른 감수성으로 솔직하게 풀어냈다. 예민한 눈으로 뒤틀린 일상을 관찰하고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치 책의 제목처럼 또 어떤 비극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부르면서 그저 살아갈 뿐이라고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외출이라곤 출퇴근시간, 그것도 사람들과 대중교통을 타며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안양천변으로 1시간 넘게 걸으며 집과 회사를 오가는 게 전부다. 벚꽃이 만발했던 제 2의 한강, 안양천은 이제 코스모스로 가득하다. 계절은 이렇게 아름답게 변해 가는데, 이깟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계가 난리라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김엄지 작가는 지역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기간이 지난 것도 모른 채 85천원을 나라에 반납했다. 무신경의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느껴졌다. 거의 모든 원고의 첫 문장을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썼다던 손보미 작가는 문을 닫아버린 도서관을 보며 원고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3, 우리나라가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지내던 김혜나 작가는 국경을 아예 폐쇄하고 외국인들의 입국을 차단했으며 상점, 식당 등 영업을 중단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끔 거리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너무나 선명한 이방인이었기에.

 

  신동옥 작가의 <그것이 아직 병이라 불리기 전까지는>에선 식구들과 손잡고 걷던 대학로 언덕길, 아이들을 만나러 뛰어다니던 강의실 근방과 같은, 생활이라 여겼던 시공간을 메꾸었던 동선들이 지워지자 기억이 멎었다는 문장이 날 강타했다. 아무도 없는 시간을 살아낸 다음 뒤돌아보니 아무나 스쳐 지나던 순간들이 누구나 곁에 있었던 이었음을 알겠다고 말하는 저자. 모든 자연스러웠던 것이 부자연스러워졌고 삶의 전 방향이 통제되고 있다. 지금의 팬데믹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조차 싫지만 그건 내 선택사항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이며 소박한 행위를 통해 우린 간절히 희망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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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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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으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준다.

시점을 제멋대로 바꿔서 독자들이 꿰어 맞추게 한다.

기묘한 신조어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작가가 누구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지 않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일본작가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단편, 장편소설, 에세이, 기행집 등 집필활동도 활발한데 외모는 우리 동네 택배기사님과 비슷해 친숙하다. 하루키는 데뷔 당시부터 의식적으로 평이하고 친숙한 문장을 구사했는데 그것은 낮은 문턱으로 마음에 호소하는문장, 즉 미국의 브로티건과 보네거트 작가에게 받은 영향이라고 밝혔다. 반면 평이한 문장에 반해 스토리가 비교적 난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그는 독자들에게 논리가 아닌 이야기로 텍스트를 이해해달라고 촉구했다. 마치 격렬한 은유라 칭하며 영혼의 깊은 부분에 있는 어두운 영역을 이해하고자 밝은 영역의 논리대신 이것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소위 하루키 칠드런이라 불리는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도 배출하고 있다. 이번 서평도서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그의 맛있고 화려하며 환상적인 문장들을 대거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선한 문장의 맛을 가볍게 맛볼 수 있는 에피타이저와 같은 작품부터 깊고 유장한 서사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메인요리 격인 작품으로도 인도한다. 기대된다!

 

  이 책을 맛있게 읽는 법은 저마다 다른 재료를 버무려 기상천외한 맛을 발견함에 있다. 무려 33가지 작법으로 그를 읽.. . .. 그의 문체는 망상력, 오마주력, 실험력, 재구성력 등 다양한 힘이 있는데 맨 뒷부분에 수록된 작품목록을 따로 복사해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은 놓치지 않고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루키의 작법 중 인상 깊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잔나비의 곡들도 제목이 무척 길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라든지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와 같은 제목이 그렇다. 마치 하루키를 의식한 듯. 일반적으로 문장을 쓸 땐 제목을 짧고 쉽게 짓는 편이 좋다지만 하루키의 발상은 완전 정반대다. 긴 제목에 아리송한 의문까지 더한 이런 방식은 강력한 단어를 무작정 충돌시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기법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명작의 진수를 응축해 자연스럽게 재구성하는 것이 그의 제목 짓기 기본 구조랄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작품은 주인공의 이름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전형적인 제목인 것이다. 마치 <닐스의 신기한 여행>과 같은 형태를 따라하듯.

 

  하루키는 반자전적으로 자신의 분신을 묘사하는 작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의 문학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는 하루키 자신이며 이야기 안에서 사는 분신이기도 하다. 자신의 분신을 아주 세세히 정성을 들여 그리는 것이 그의 매력인데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자기 치유라는 측면이 강했다고 하루키는 말했다. 소설의 등장인물과 작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키의 문체를 들여다보면 명언이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인용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노르웨이의 숲>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유난히 세계적 대문호들의 고전명작을 인용하는 부분이 많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과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흉내내며 젊은이들의 내면심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비틀즈의 음악도 나온다! 명작을 인용해 더 큰 명작을 만들어내는 천재다.

 

  그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사로잡는 무언의 힘이 있다. 그리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맛있는 문장을 쓰는 47까지 규칙을 적용해 모방해본다면 글쓰기의 노하우를 확실히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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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소은성 지음 / 웨일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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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로 마음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각종 글짓기대회, 백일장 등에서 곧잘 수상하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예림당에서 시부문 동시쓰기대회에서 입상하여 학교로 상장을 보내주었고 아침 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구령대에 올라 상을 받은 일. 그리고 또 하나는 우정사업본부에서 개최한 전국편지쓰기대회였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 국회의사당까지 가서 상을 받은 일이었다. 그땐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날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은 즐거움을 넘어서 치유와 위로까지 되는 듯하다.

 

  아직도 여러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간혹 라디오에 내 사연이 읽힐 때면 마음이 붕 뜬다. 출산을 하고 호르몬의 변화로 몸과 마음이 불안정했을 때 유일하게 날 차분하게 만들어 준건 바로 글쓰기였다. 흰 종이(또는 흰 모니터)에 검은 활자가 내 생각 속에서 쏟아져나와 알알이 박힐 때면 그 희열로 날 것의 날 발견할 수 있어 행복했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말보다 정제되어 언제든 글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되었다. 종종 생각 없이 끄적이는, 메모같은 또는 낙서같은 짧은 단어들도 힐링의 소재였다. 저자는 이번 도서에서 글쓰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인 동시에 집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과 정주라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단어가 글쓰기 안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우리 한번 살펴보자.

 

  책은 2부로 나뉘어 마음을 보는 일, 마음을 쓰는 일로 글을 쓰는 이유와 행위를 설명했다. 저자는 올 봄 남프랑스로 이주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거주하는 이들과 매주 이메일로 온라인 소글워크숍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을 대뜸 시작해버린 것이라 여긴다는 그녀는 처음 슬픔과 혼돈에 대해 넘치도록 글을 썼다. 글쓰기 버튼이 그것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든 정보를 공유하고 은 이타심이 글쓰기 버튼일 수도 있고 저자처럼 감정에 대해 쓰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이 글쓰기버튼이 된다. 나는 주로 무엇을 쓰는가. 생각해보았다.

 

  목차에서 막연한 불쾌함을 문제의식이 담긴 에세이로 확장하기란 문장이 눈에 띄었다. 무조건 불평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이 막연한 느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불편감을 글쓰기의 씨앗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도움이 되는 궁극적 대안을 찾아내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 과도한 조심성이 글쓰기의 장애물이 되기에. 저자의 조언들을 읽어보니 글쓰기 스킬이 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매 순간 결핍과 부족감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혹 내 글을 읽는 이가 내 글에 대해 호불호를 가지게 된다면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대한 정치적이지 않게 완전무결한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실 쓰지 않는 일이 가장 안전하다. ‘가장 완벽한 글은 사실 쓰지 않는 글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논술에 첨삭지도를 받을 때처럼 두렵고 수치심이 느껴진 적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완벽하게 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지 글쓰기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이뤄내도, 또는 이뤄내지 못해도 오늘 내가 쓰는 동안만 충만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외에도 몸의 위치가 바뀌면 글의 문체도 바뀐다는 내용이나, 콜라주 형식을 이용한 글쓰기, 힐링됐다는 말로 여러 감정을 뭉뚱그리지 말고 솔직해지자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에세이에 거짓말을 써도 되는가에 대해 의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나와 있었다. SF소설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인 듀나는 사실에 기반하되 상상력의 도움을 외면하지 말 것이란 조언을 했다. 그의 말처럼 소설 쓰기의 스킬을 적극 활용해 논픽션을 쓰는 사람이 좋은 작가인 것이기에 윤리적으로 당당하되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것을 나에게도, 작가들에게도 기대해본다.

 

  글을 쓰는 건 정말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리고 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당장 펜을 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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