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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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물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도 있고 예상치 못한(또는 예상할 수 있으나 알고 싶지 않은) 처참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뉴스 기사에 영국 난민여성이 굶주린 한 살 아들 옆에서 숨졌다는 내용을 접했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 여성이 한 연립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그 옆에선 한 살 된 아들이 그녀의 시신 옆에서 울고 있었다. 제한된 영주권이 만료되며 일자리를 잃자 자선단체의 식품기부와 친구의 도움으로 의존해오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온라인에선 장례식 비용을 위한 소셜 펀딩이 진행되고 있고 난민 시스템 개선요구가 분출되었다. 이 책 제목처럼 역시 세상은 무탈하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선 예의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고 나도 동감하는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률이 0.4%에 지나지 않는단다. 왜 그렇게 난민을 혐오하는 것일까? 탈출하려는 개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단지 전쟁, 경제 위기, 이념이나 종교 갈등과 같은 문제로 힘겨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저기 머나먼 나라 예멘에서부터 와 난민을 신청한 이들이 있었다. 근처 나라의 수용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라 여기까지 왔으리라. 하지만 이들을 반대하는 격앙된 우리나라 시위 참가자들은 난민법 자체를 아예 폐지하라고 외친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 단지 안전을 보장받고 싶습니다.” 난민과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들임으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범죄율을 따져보면 내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범죄 자체와 싸워야지 이들의 인종, 종교를 따지는 건 의미 없다고 말한다. 어찌되었건 난민 문제는 전 세계인의 숙제다. 기후 변화와 같이 지구촌에서 함께 모색해야할 일인 것이다. 난민뿐만 아니라 책에 언급된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장애인, 동물, 노동자, 젠더를 다루며 챕터 뒤에는 무탈한 사회를 위해 묻다라는 코너를 두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를테면 도시엔 교사 발령 대기자가 넘쳐나는데 지방엔 지원자가 부족하다. 전국에 교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어떤 정책과 고민이 필요할까?’ 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최근 지방의사의 부족과 의료파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문제도 이 책에서 다뤄볼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 뜨거운 감자인 요즘 부동산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부동산을 비롯해 종교, 정치, 소득불평등, 가짜 뉴스 등과 같이 불평등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의심하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낯선 민낯을 보았을 때 그것을 과격하다거나 극단적으로 폄훼해선 안된다. 저자는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이런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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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사이
수잔 포워드.도나 프레이지어 지음, 김보경 옮김 / 푸른육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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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사이

 

  이 책 속엔 엄마에게 상처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다섯 가지 유형의 엄마가 소개되고 그 상처 주는 엄마와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회복의 길로 인도한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유형은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엄마, 지나치게 집착하는 엄마,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엄마, 보살펴줄 엄마가 필요한 엄마 그리고 아이를 방치하거나 폭력적인 엄마이다. 상대적이지만 적어도 이 다섯 가지 유형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유형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읽어봐야겠다.

 

  드라마에서도 보면 자녀와 사이가 먼 부모, 특히 엄마의 경우 사회에서 성공한 전문직여성이라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자녀를 돌보지 않는 케이스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궁금한 이야기 Y’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고발 프로그램에선 남편이 딸을 수년간 성폭행하는데도 엄마가 방치하고 학대하는 경악스러운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책은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유형의 엄마를 둔 딸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가강사인 희수씨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갔다. 딸인 희수씨 역시 이러한 엄마의 절망을 함께 느끼며 자랐다. 이런 엄마라도 어린아이를 보살펴야 할 책임은 다해야 하는데 엄마로서의 역할을 포기함으로서 마치 자녀에게 의존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그리하여 희수씨는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우울증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감정의 짐을 털고 엄마와 딸은 각자의 삶을 감당해야 한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엄마와 나 사이의 경계선을 구분하는 것이 있다. 죄책감이나 불안감이 밀려와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시연씨가 남자친구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엄마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심하게 반대했다. 그녀는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개입하여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신경질적인 엄마에게 언쟁하거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고 엄마가 주는 모욕도 받고 있을 필요가 없다.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엄마의 분노에 맞선다는 행위가 쉽진 않겠지만 일단 시도하고 관계의 변화를 줌으로서 스스로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겠다.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는 평생의 후유증으로 남을 만큼 타격이 크다. 그 어려움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심리 치유 전문가 수잔 포워드의 감정치유서를 읽어보자. 우리 모두는 독립적이고 고유하게 사랑받을 존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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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 - 심리상담사가 전하는 이별처방전
헤이후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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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인간관계이다. 말하자면 이별은 관계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성장의 길을 예고한다.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이 상실의 경험을 의미 있는 삶의 페이지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심리상담사가 전하는 이별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제목은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이다. 비로소 의 시선에서 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객도 나, 주인공도 나이다. 그것은 부재나 상실을 통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랑에 담긴 우리의 욕망과 기대, 이별을 통해 경험하는 아픔과 힘겨움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 사랑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상대를 사랑하듯 나 또한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찾고 갈구한다.

 

  나보다 먼저 식은 사랑을 마주하는 것은 꽤 괴로운 일이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맞닥뜨린 이별의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스스로를 향한 화살의 방향은 조정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의 어떤 점은 그 무수한 상관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지 일직선으로 연결된 원인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그가 날 그저 덜 사랑했을 뿐이다. 우린 이유를 찾고 스스로에게 상처 내며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날 슬프게 한 그의 행동에 대해서남 분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맞다. 우린 내 관점으로 지난 일을 재편집하고 꼴사나운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다. 특히 이별의 크기는 당사자 둘에게 크기가 서로 같지 않으므로 더욱 힘들다. 우린 시간을 갖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미련의 사슬에서 벗어나야한다. 책은 이별을 소비하는 현명한 방법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소비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지만 우리의 감정을 마주하고 흘려보내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의미 있게 하는 이 책에 대해 탐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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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지니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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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느끼기엔 시나 산문집만한게 없다.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읽을수록 와닿는 느낌이 여느 장르와 다르다개인적으로 수필을 좋아하는 나는 종종 이런 산문집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이번 서평도서는 방송작가 이지니님의 산문집으로 그동안 쓴 글들 중 80여 편을 모아 엮었다고 한다. 제목과 같이 힘듦의 시간이 훗날 선물, 축복, 사랑으로 변할 거라는 기대로 함께 선한 기운을 느껴보자.

 

  저자의 특유 감성을 담백하게 담아냈다고 소개된 이번 산문집은 인생과 나아갈 꿈, 사람과의 관계, 지난 추억이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가 긍정으로 세상을 마주하길 바라고 있었다. 차갑고 어두운 현실이 되레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도전적이고 위로가 되는가. 지금의 현실만 해봐도 그렇다. 코로나19로 대다수가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경제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심하게는 당장 건강에 위협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 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견뎌낼 수 있는 힘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긍정도 노력이 필요함엔 틀림없다. 눈앞의 상황이 어두워져 부정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얼른 긍정을 소환한다는 저자는 입 밖으로 서러움을 내뱉지 않는다. 그것은 고통이 가중될 뿐이기 때문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대단한 내공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기적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일어나진 않기에 매사를 감사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전제되어야 기적도 찾아오는 것이리라.

 

  저자는 내 길을 가려면 달라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퇴근 후에 하는 일들을 나열했다. 성경 한 장 읽기, 글쓰기, 책읽기 등이 그것이다. 난 그것을 출근 시간에 하는데 역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후회도 없고 발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꿈으로 가는 길은 마치 신발 때문에 발뒤꿈치가 벗겨지고 쓰라리고 결곡 굳은살이 피는 과정과도 같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힘들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삶의 굳은살을 보았을 때 비로소 꿈과 마주할 수 있으니!

 

  아빠의 휴대폰에 10여 년 전 우리 가족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다들 얼굴도 팽팽하고 매우 젊..!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또 그리워하는 날이 오겠지. 그리하여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의 자리를 감사해야 되겠지. 저자도 느꼈다는 그 깨달음에 나 또한 동감하며 시간이 가면 더 많이 장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따스함으로 인생을 대면해야겠다. 나에겐 어떤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견고한 모래성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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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 관계가 버거운 이들을 위한 고요한 밤의 대화
윤채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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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포근한 대화체로 나에게 다정히 다가오는 저자의 모습이 마치 마주앉은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의 부제 역시 관계가 버거운 이들을 위한 고요한 밤의 대화였으니 노을 진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만큼이나 아늑한 분위기였다.

 

  상담을 받고 있는 것처럼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열렸다.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를 불문하고 관계에 버거움을 느끼는 것은 예외 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일 것이다. 모든 사람과 100%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어찌됐든 이 책은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가 아닌,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졌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눈물의 1순위는 바로 나였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독자인 나에게도 와닿았다. 누구보다 날 가장 잘 위로해줄 사람은 바로 자신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응어리 진 마음을 말끔히 비워주는 처방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20대 치기어린 내 눈물의 이유는 이별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에게 상처 준 존재가 미워서,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아 서둘러 감정을 정리하기도 어려웠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울고 아파한 내 자신이 안쓰럽다. 사랑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나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건 좀 더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의 잘못은 잘못대로, 내 남은 마음은 그것대로 어느 한쪽도 부정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이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아무리 편한 관계라도 긴장의 끈은 내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 속 얘기를 꺼내는 건 자연스럽지만 매번 내 감정을 토로하면 상대는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마치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것마냥.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짊어질 여유와 체력이 되는지는 나 스스로 점검해보아야 하며, 특히 감정이입이 잘 되는 타입이라면 더더욱 그것을 챙겨야하겠다. 친할수록 배려와 존중을 더 명심하는 것. 어렵지만 꼭 지켜야하는 룰이겠다.

 

  나와, 상대의 관계를 위해 더 강인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하지 말고. 내 마음부터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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