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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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저자는 말했다. 지금의 세대는 역사상 가장 잘 연결된 세대라고.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치 뉴런처럼 매우 섬세하게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저 누구나 겪는 일시적인 우울한 고립감정도로 치부해야 될까? 미국의 공중보건위생국장이었던 저자는 그저 가벼운 감기쯤으로 여겨지는, 이 심리상태를 주목했다. 그는 인도의 이민자로서 미국의 주류 지배계급에 속한 이가 아니다. 이 이질적인 미국 문화에서 아웃사이더로 살며 겪은 외로움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것을 보이지 않는 질병으로 직시하고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1부에서는 외로움과 사회관계의 기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고 2부에서는 개개인의 삶에서 각자 해결해야 하는 관계들을 다뤘다. 외롭다는 낙인을 극복하고 우리는 모두 연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리고 이 만연한 외로움에서 인간관계가 지닌 치유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말이다.

 

  우리가 겪는 아주 큰 기쁨의 순간들은 대개 타인과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아이가 탄생하고 사랑에 빠지며, 보고 싶은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들 말이다. 반면 매우 큰 슬픔의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등 상실과 분리를 수반한다. 그러므로 관계는 본능과 같이 여겨진다. 인류학자들도 역사적으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힘이나 속도 같은 신체적 이점이 아니라 사회집단 안에서 관계 맺는 능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관계 욕구와 외로움이라는 신호가 우리 몸과 마음에 내장된 메커니즘이라는 전제하에, 집단주의의 그림자도 언급한다. 극단적인 예지만 여전히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가족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제 3의 문화그릇, 외로운 카우보이들, 자신을 비난하는 여성들과 같은 소제목으로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외로움에 직면했을 때, 연결된 삶을 만드는 방법 중 우선되어야 할 것은 가장 진실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인데, 즉 나 자신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역설적이지만 세상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친절, 격려, 솔직함을 가지고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차분히 걷는 것, 힘든 날 내게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 감기 기운이 느껴질 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 등이 그런 방법이다.

 

  이 책은 자신 외에도 인생의 모든 단계와 위치에서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종의 관계의 원그리기를 통해서 핵심층(가까운 친구와 측근), 중간층(가끔 만나는 친구), 바깥층(동료와 지인)을 구분하고 공동체를 느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물리적인 관계의 단절이 지속되다보니 우리의 마음마저 메말라감을 느낀다. 외로움을 논하는 절실한 때이다. 저자인 머시 박사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이제 담론을 형성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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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블록체인
블록킹팀 지음 / icox(아이콕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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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 비트코인? 이런 방면엔 문외한인 나였다. 하지만 이건 달나라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기술이란 말씀. 사실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게 된 배경은 기존 장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다. 여러 방면의 응용과 시도. 그래서 엄마의 가계부나 은행의 가계부와 원장, 계모임 등 여러 비교를 들어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기술이 어려운 이유는 일단, 전문가들이 만든 용어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도대체 이 기술로 무엇이 좋아진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여지는 기술이라기보다 시스템 안쪽에서 벌어지는 기술이기에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긴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기관을 거치지 원장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적. 기존 금융은 숨김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했다면 블록체인은 공개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이다.

 

  책은 체스, 기린, 길벗이라는 세 등장인물이 각각 블록체인 업계에서 비즈니스팀, 개발, 암호화폐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대화체로 시작한다. 소꿉놀이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암호화폐의 고수가 되는 길을 다소 과장하여(이를테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개인 지갑(하드 월렛) 에 비트코인을 옮겨보고, 가격에 폭락하여 멘붕을 경험해보는 등) 표현하며 블록체인의 구성요소와 원리를 이야기했다. 게임이론이나 수수료, 학종이 발행 등을 언급하며, 쉽게 와 닿는 친숙한 용어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난 암호화폐가 비트코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더리움, 다크코인, 이오스, 리플 등 다양한 암호화폐가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갖지 못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한다. 다양한 조건의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다크코인은 이름대로, 거래내역 추적을 막기 위해 나왔고 이오스는, 이더리움의 라이벌로 지칭되며 블록체인 계에서 가장 핫한 두 개의 기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름이 OS(컴퓨터 운영체제)를 빗대, 블록체인계의 컴퓨터, 또는 윈도우가 되겠다는 거라고 설명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부동산 모델이라고 할까? 땅은 이오스, 그 땅 위의 건물은 서비스를 만드는 셈이다. 결국 블록체인에서의 거래 처리량이 늘어나고, 이오스에서는 땅처럼 거래처리량을 서로 빌려줄 수도 있단다.

 

  블록체인은 단일 기술이 아니기에 중앙화된 권력이 이를 다루기도 한다. 금융권은 이를 견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도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진 인증과 보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탈중앙화는 금융권에서 다루기엔 민감한 부분이 많단다. 또한, 분산화가 꼭 좋은 것인지,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인지 이 기술에 대해 고찰해보아야 할 점을 지적했다. 지금은 아주 초기 단계이기에 맹목적 믿음을 경계하고 이것의 탄생배경, 문제점, 본질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끝맺었다. 중간 중간 재미로 볼 수 있는, 사기 코인 판별법이라든지 저자인 팟캐스트 블록킹팀의 에피소드도 실어놓아 무겁지만은 않았다.

 

  블록체인의 기본적인 상식과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어 뿌듯했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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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메모 - 차이를 만드는 습관의 힘
스도 료 지음, 오시연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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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메모

 

  우리는 뇌에 대해 갖고 있는 몇 가지 고정관념이 있다. 평생 뇌를 고작 10%만 활용하는데 그친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이 개념은 분명 거짓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인들의 사고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 같은 통념과는 다르게 우리는 뇌 전체를 활용한다! , 뇌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생각하면서 탄력적으로 100%의 뇌를 풀가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뇌 세포들 가운데 몇 %만 떼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는 뇌의 종합시스템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처럼 뇌의 활성화를 위해 저자는 메모를 자주 하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모를 자주 하면 생각하는 시간이 늘고, 그것은 인풋과 아웃풋을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스마트폰 메모가 인공 지능과 연결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이야기했다. 생각의 무한 창고가 뇌의 용량을 확장하고 인공 지능과 연결되면 지금껏 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의견과 제안을 아웃풋 하는 존재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

 

  저자는, 어쩌다 시작한 스마트폰 메모로 그 점을 인지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생각 메모를 적어왔으며, 그것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것이 3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저자의 경험을 들어, 삶이 달라지고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뇌를 어떻게 버전업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메모란, 쉽게 말하자면 망각에 대비한 기록, 즉 비망록이다. 인간의 뇌는 플래시 메모리이기 때문에 매 순간 많은 것을 생각하나 그 순간이 지나면 곧바로 잊혀진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정리하자면 스마트폰 메모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뇌의 생각을 글자로 기록하는 것이다. 종류는 2가지. 외부 정보를 기록하는 팩트 메모와 그 정보를 절이해 지혜를 창조하도록 돕는 생각 메모가 그것이다. 창업을 시작한 저자는, 스마트폰 메모 습관 덕분에 매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업데이트하여 인풋과 아웃풋 사이에 생각 메모라는 프로세스만 끼워 넣어 뇌가 활성화됨을 경험했다고 한다.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저장고’, 또는 문장을 만드는 연습장역할까지. 다양한 사안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걸까? 저자는 3단계로 구성하여 메모하기, 다시 읽기, 전체 메모 보기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전체를 살펴보는 방식은 생각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무척 중요하여 종이 노트도 겸하여 사용한단다. 오리엔테이션을 들을 때나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활용 가능하다.

 

  이 밖에도 인간이 지식을 창조하는 데 있어 스마트폰 메모는 나누고(분류), 모으고(집약), 연결하는(구조화) 작업을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뇌의 숙성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활약하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숙지해보자. 빅데이터 시대에 맞춰 대비할 수 있는, 차이를 만드는 습관의 힘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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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뮬레이션 - 모의실험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조혜정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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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뮬레이션

 

  결혼한 지 3년차. 이맘때쯤 고비가 온다는데 여타 인간관계도 그러하듯 나와 다른 누군가와 맞춰서 관계를 지속한다는 건 꽤나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다. 못 견디고 이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혼이 곧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에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잘잘못이나 실패, 또는 성공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 또한 아는 이들은 드물다. 마치 교통사고나 벼락을 맞는 것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가?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에서 누가 누굴 재단한단 말인가.

 

  이 책은 20년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며 우리 사회가 급격히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는 이혼전문변호사의 이야기다.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문제를 중심으로 저자의 이름을 딴 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라는 제목의 칼럼들과 저자가 느낀 결혼과 이혼, 사람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엮었다. 인생 선배로서, 때론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의 역할까지 담당하며 변호사로서 해결해줄 수 있는 다양한 사례의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렇다.

혼인신고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셨군요

애정은 사라져도 의무는 남는 부부의 세계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헤어질 때는 돈으로 환가됩니다

 

  구성은 Q&A 형식으로 고민 상담을 요청한 이들의 질문이 나와 있었고, 틀에 박히지 않은 섬세하고도 적절한 해결책을 구체적 상황에 맞춰 제시하며 응원을 보탰다. 이를테면 한 집에서 각방 쓰는 결혼생활, 그만 끝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상담내용엔 해시태그로 #새로운 인간형 #협의이혼 #조정이혼이라는 문구가 붙었고 서른 일곱의 아내가 살다보면 정이 생기겠거니 하며 세 번 만나 결혼을 결심했었다는 사연을 덧붙였다. 하지만 첫날밤에도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고, 결혼 1년 뒤 자신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며 작은 방에 들어가 살았다고 했다. 이기적이게도 남편은 자기 집안에 이혼한 사람은 없다며 이혼은 절대 안하려는 상황이고, 상담을 요청한 아내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혼해야 재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저자는 결혼이 필요하지 않은 남자와 결혼하신 거라고 입을 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모세대에는 별로 없었던 새로운 인간형인데 이런 성향의 사람은 가족관계를 포함한 친밀한 인간관계에 매우 서툴고 일정 수준의 애정을 부담스러워한단다. 배우자는 결혼생활이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전, 가족사, 개인사 등 복합적 요인으로 개인의 성향이 형성되었기에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3년을 기다린 끝에 이혼을 결심한 내담자의 결론이 옳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협의이혼보다는 가정법원의 조정이혼 절차를 고려하는 것이 빠른 정리를 위한 방법이라고 조언하며 법률적인 답변도 달았다. 그러고 보니 송송커플도 이혼 조정을 신청하여 신속하게 끝냈던 사건이 생각났다.

 

  질문과 답변 외에도 <관계의 비용>이라는 코너를 두어 칼럼 형식으로 결혼생활과 이혼에 관한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제목 중에는 세상 모든 시누이에게 고함이라든지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재산분할등 우리가 궁금해 마지않는 법적인 문제와 심리를 대변하는 속시원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무조건 이혼을 장려하지는 않았다. 외도는 곧 이혼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지 말고 신중하게 위기를 넘기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해본 다음의 문제다.

 

나를 버린 어머니가 10억을 청구합니다라는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연예인 고 구하라의 상황도 생각난다. 사례에선 부자인데도 어린 아들을 돌보지 않은 것, 아들이 성공했다고 10억을 달라고 소송까지 불사한 모습 또한 쉽게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우리 민법엔 직계혈족 사이엔 상호 법률상 부양의무가 있다고 정했지만 부모 자식 간이라고 무조건 부양청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랬다. 청구자가 스스로 살 능력이 안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양육책임을 다했는지와 관계없이 부모가 부양청구권을 갖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경우엔 상당이 억울할 수 있는 결론이다. 하지만 부양료를 책정할 때 부모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는 듯하다. 부양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월10~20만원) 10억을 청구한 것에 비하면 말이다.

 

  책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예견하며 현명한 방법을 찾기를 조언한다. 현직 변호사가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지식과 삶의 지혜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이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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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비적성 - 살림 비적성 요리 비적성 엄마 비적성 여자의 육아 탐험기
한선유 지음 / 라온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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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비적성

 

  하하하! 너무 재밌다. 이렇게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어본 책은 참 오랜만이다. 저자는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어 출산과 동시에 자신이 육아비적성이라는 걸 커밍아웃하고 같은 육B(육아비적성을 지칭함)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사회적으로 처음 어머니 당하던날의 에피소드는 무척 공감되었다. 바로 산부인과를 방문하던 날이었다. 자신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간호사가 어머님, 검사받으러 오셨죠?” 라며 저자를 불렀을 때의 그 느낌적인 느낌! 꽤 비호감이었나보다. 나도 임신했다는 사실보다 어머니라고 처음 불렸던 그 때의 당황스러움이 뇌리에 박혀있다. 임산부가 된 저자는 그야말로 한없이 불쾌하고 힘들고, 배고프며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최악의 병맛이었다고 회상하니 세상만사 다 귀찮아졌던 내 모습도 오버랩되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거의 막달까지 입덧을 하며 웩웩거리던 난 이 책의 말마따나 미친뇬딱 일보 직전에 출산했다.

 

  목차를 살펴보니 너무 재치 있고 웃기다. <11, 19마리째 잡아먹던 날>이라든지, <각종 육아법 안 본 눈 삽니다>, <블로그 인스타 못하자: 따봉거지의 독방 육아>, <김지영식 복직은 이곳에도 없다> 등 현실감 있는 문구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난 저자가 나눈 네 가지 타입의 입덧러 중 다이어터형이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냄새도 못 맡고 아무것도 못 먹어 링거까지 맞아야 하는 스타일. 다행히 링거까진 안갔지만 남들 12~16주에 끝난다는 입덧을 거의 9개월까지 했다! 그럼 말 다했지 모. 저자는 먹덧이었나보다. 책은 걸뱅이라고 표현했는데 비위는 약하고 욱욱거리나 울렁거리는 속에 먹을 것을 채워 넣어야 사는 스타일이란다. 남편이 도대체 닭을 몇 마리 잡아먹어야 아기가 나오는 거야?” 라며 투덜댔다지만 그래도 배달의 민족을 자처한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내가 힘들면 남편이 도와야지. .

 

  출산 후엔 아이의 전집을 중고로 사려다 사기당한 에피소드도 나왔다. 오매불망 중고나라에 키워드 알람 등록을 해놓고 기다리다 그 원하던 전집 시리즈가 저렴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100만원이 넘고 중고도 60만원이 넘는 그 전집이 32만원에 나왔다니. 이건 안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두달 치 분유값을 벌었다는 쾌재를 부르며 입금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아 범죄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아이 키우느라 힘든 육아족에겐 이런 식의 발품을 파는 일이 종종 있지만 저자는 좁은 범위의 지인 사이의 중고 거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알뜰살뜰하게 사는 것도 참 어렵다.

 

  육아도 선택의 문제이며 둔감하게 키워도 된다는 말을 심리 카운슬러 우에니시 아키라의 <둔감력 수업>을 제시하며 말했다. 누구나 처음이라 능숙할 수 없는 육아에 대해 시간을 두고 조급해하지 말자고. 아이의 울음을 너무 민감하게 큰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 속 울음을 더 챙겨보려고 애쓰길 조언했다. 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같은 동지로서 육아탐험기랄까? 랜선 이모였을 땐 아름답게만 보였던 것이 현실 속에선 전쟁같음을 느끼며 그 와중에도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들면서 아이 앞에서 작아지지 말자고 느꼈다. 비적성이라고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못하는 건 없다. 적성이 아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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