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꽃이 되다 - 잊고 있었던 위대한 사랑을 만나는 시간
소빈 지음 / 빈퍼블리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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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꽃이 되다

 

  예전에 어릴 적 동네 도서관에서 닥종이인형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그것을 보고 꽤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사람처럼 살아 숨 쉬는 듯 보였다. 리얼한 표정과 생기 있는 모습에 만지면 온기마저 느껴질 것 같았다. 그리고선 오늘 이 책을 만났다!

 

  아이 없는 형수를 위한 인형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닥종이 예술을 시작한 저자. 그는 작품들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단다. 이 책에선 어머니를 주제로 잊고 있었던 위대한 사랑을 만나게 해주었다. 넘겨보니 <엄마, 꽃이 되다>, <소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빈은 지은이인데 평생 자식만 바라보고 살다가 교통사고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었던 어머니를 3년간 간호하며 느낀 슬픔, 아픔 등의 감정을 닥종이 인형에 담아내었다.

 

  닥종이인형을 보면 전래동화가 많이 생각난다. 따스한 어머니의 품을 표현하기에 가장 제격이 아닌 예술작품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 저자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작품들엔 그것이 오롯이 느껴진다.

-당신이 하늘이어서 푸른 빛 내어줄 때

저는 무지개가 되었답니다.

당신이 땅이어서 품어줄 때

저는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새싹이었습니다

이 글 옆에는 하얀색 닥종이로 마치 알을 품은 듯 아이를 감싼 엄마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었다. 둘은 한 몸 같았다. 우리 아이가 생각났다. 나도 부모인데, 엄마인데 이 작품을 보니 왠지 모를 따뜻한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생각났다. 엄마의 쓸쓸한 표정은 철없는 아이와 깨어버린 성인의 모습을 갖고 있어서 나의 마음을 뒤흔든다는 글이 아련하다. 병간호를 하며 겪는 느낌이 전해져서 말이다. 닥종이로 표현한 성모마리아 같은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지은이는 그날 밤도 하얗게 울며 서러워서, 미안해서 울었다고 고백했다. ‘엄마 나는 어쩌라고 나 좀 내버려둬속으로 외치다 덜컥 내일 엄마가 세상 떠나시면 어쩌지 자괴감을 느끼는 모습에 안쓰러웠다.

 

  두 번째 챕터 소빈 이야기에서는 엄마와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했다. 여섯 살 난 막내아들이 죽을까봐 끌어안고 한없이 우시며 밤색 털신을 손에 올려주셨던 기억, 그래서 엄마가 정말 약이 된 기억. 난 아팠을 때 엄마가 복숭아통조림을 사다 먹여주신 기억이 난다. 황도 복숭아는 무척 달아서 쓴 약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난 달고 맛있는 복숭아보다 엄마가 손수 떠먹여주던 하얗고 고운 손이 더 새록새록 기억난다. 지금은 무척 거칠어진 촉감에 마음이 아려온다.

 

  책은 더 늦게 전에 엄마가 꽃이었음을, 말해드리라고 조언한다. 꽃이었지만 꽃인 줄 몰랐던 우리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아름답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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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이 느린 하루라도 괜찮아!
이안정 지음, 이호숙 그림 / 바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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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이 느린 하루라도 괜찮아!

 

고운 시들과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이 다양한 글꼴로 눈을 사로잡는다. 화사한 꽃들은 유화로 수채화로 거듭나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시와 일러스트가 삽입된 시집을 넘어서 라이팅북의 역할도 했다.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쪽면이 비워있기도 했고 독자의 담백했던 하루가 궁금하다고, 언제 어른이 되었음이 궁금하다고 나의 생각을 적기 원하는 페이지도 제법 있었다.

 

글쓴이와 그린이는 중학교에서 국어와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이다. 교육현장의 일선에 계신 분들이라 아이들과 직접 교감하고 그 속에서 배우고 성찰하는 삶이 이렇게 문학으로 살아났다. 문학은 현재 살고 있는 삶 그 자체이기에 자신을 자신이 더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글과 그림으로 다가왔다.

 

역시 시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평범한 날들조차 색다르게 보일 것이다.

시라는게 일상에서의 날것을 세심히 관찰하여 꽃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 많이 그려져 있는 유화 또한 우리의 삶과 비교해볼 수 있다. 붓터치를 더하고 더해 새로운 색으로 밑바탕을 그릴 수 있다. 몇 번이고 말이다. 그 실패에 모든 걸 걸고 좌우되지 않는 인내와 끈기를 가져본다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네 삶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다시 그 위에 덧그리면 된다!” 고 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어릴 적엔 직선그리기 연습을 했었다. 연필을 처음 쥐던 시기였다. 하지만 내 손은 내 맘과 다르게 삐뚤빼뚤 엉뚱하게 빗나갔다. <때로는 직선 가끔은 곡선>이란 시에서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겨우 우리가 이해하는 것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경계

(중략)

삐뚤빼뚤 불안함 속의 완벽한 우리의 인생

단 하나의 별을 보고 싶다면

지금의 어둠이 그대의 가장 빛나는 밤하늘

그것을 넘어본 적 있는 사람만이 선 밖을 채울 수 있다.

 

시는 대개 짧지만 강렬하다. 책은 홀로서기를 응원하며 여러 시어들로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 힘을 불어넣어준다. 삶이라는 경쟁에서 겁내고 있다면 이 에세이를 들여다보자. 피고 지는 건 내가 아니라 꽃이니까. 그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느린 건 문제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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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쏟아지던 여름
임은하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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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쏟아지던 여름

 

  “추리닝 입고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잖아요. 그건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죠.”

설이가 열흘이나 공들여 그린 그림은 선생님께 뺏겼다. 단지 여전사가 가슴 파진 옷을 입고 있었다고. 설이의 그림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 일로 엄마가 불려왔고 사실 엄마는 새엄마였다. 설이는 그 단어가 못된 팥쥐엄마같은 계모느낌이 나서 싫었다. 여하튼 사춘기에 접어는 15세 소녀 설이는 여름 방학 때 식구들과 여행을 가는 대신 고모할머니네 가있기로 했다. 설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새엄마는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고 변호사인 아빠는 엄마가 더 배부르기 전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설이는 아줌마와 아빠 사이에 끼기 싫었다. 꽤 큰 의류회사 사장님인 고모할머니네 간다고 선언해버렸다. 설이가 고모할머니 댁에 가면서 평화시장 공순이에서 일류 디자이너가 된 그녀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마치 우리나라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할머니는 아직도 미혼인데, 열아홉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이 죽었다는 부고를 듣고 설이와 함께 섬으로 가는 선착장에 몸을 싣는다.

 

  책의 제목처럼 햇빛이 쏟아지던 그 여름날, 그 섬에 가면서 설이는 가족과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맞는다. 작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유기적으로 짜인 구성이 몰입감을 덧입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섬까지 함께 도망한 할머니의 용기는 미녀와 야수처럼 모든 걸 극복하진 못했지만 설이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게 아니라는 건 깨닫게 되었다. 섬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영혼이 설이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모두 자기만의 언어로 노력하고 있는 거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아줌마가 낳은 설이의 동생은 설이의 손가락을 꽉 쥔다. 설이 자신도 이렇게 꽉 쥔 주먹 속의 것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말이다. 고모할머니의 흉터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기며 그것이 단지 상처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설이의 회복처럼 나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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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온전한 내가 되는 법
변지영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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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장마철이라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온 다음날은 세상이 좀 더 선명해졌다. 이파리는 초록빛이 더 진해졌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 눈동자도 더 까매진 것 같다. 이번 서평도서를 읽다보니 잡념에 휩싸였던 내 생각도 좀 더 선명해짐을 느낀다. 저자는 말했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생각이나 믿음에는, 진실을 가리는 속임수가 들어있다고. 그래서 스스로 괴롭히고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어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지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임상상담심리학과 조절초점, 인지적 유연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서로의 일부로서 만나며 취약하기에 연대를 맺는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커다란 거울이 되어주며 그것을 깨뜨리지 말고 정확히 들여다보며 나의 일부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야함을. 저자는 심리 상담과 명상을 강조했다. 이것은 그동안 외면해온 부정적인 내적 경험에 머무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통제하려는 노력대신 그대로 내버려두기, 생각으로 감정을 덮지 않고 그대로 경험하기,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과 연결되는 경험하기. 책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설명한다.

 

  ‘생각을 잘 쓰는 법에 대해 읽어보았다. 생각을 한다는 건 움켜쥠, 그러니까 들숨에 해당한단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를 알아차려야 하고 그에 대해 정확히 생각해야 한다. 회피를 위한 생각이라면 반추되어 스스로 과거에 갇히게 만든다. 특히 의지와 노력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있던 나는 의지를 여러 번 다지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에 대한 내용이 와 닿았다. 우리의 오래된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처한 상황, 맥락이 주는 신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부정적인 오래된 행동 패턴을 바꾸려면 의지보다는 그런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여기선 영화관에서 먹는 눅눅한 팝콘과 실험실에서 먹는 눅눅한 팝콘의 예를 들었다. 전자의 영화라는 맥락이 사라진 후자의 경우 팝콘의 맛에 더 민감해졌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때는 대부분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기에 할 만한 기분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런 느낌이나 생각에 관계없이 하기로 한 것을 제때 하는 습관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하기로 스스로 약속한 행위를 해내는 것. 그것이 오히려 자유를 선물한다. 그렇기에 기분을 바꾸려 애쓰지 말고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다해보자고 말했다. 행위에 집중하면 감정은 다독여진다. 감정과 생각에 휘둘리지 말자고.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에 현혹되지 않는 법은 이 책에 나와 있다. 제목에 수긍하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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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우산이 물었어 웅진 우리그림책 60
안효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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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우산이 물었어

 

  오랜만에 세로로 된 판형의 도서를 읽었다. 우산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라 그런지 작가와 출판사의 협업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개구리 우산이 무지개 우산에게 질문했을 때 그의 대답이 무지개 빛깔 계단형식으로 넘기게 되어 있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파스텔 톤의 따뜻한 일러스트도 내용과 참 잘 어울렸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개구리 우산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고 근원적인, 대답하기 꽤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에 진지하고도 묵직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는 책이다.

 

  질문은 이렇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개구리 우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이유는 다양했다.

머리카락에 비 맞지 않게 하라고 태어난 걸까.”

옷 안 젖게 하라고?”

감기 안 걸리게 하라고 태어난 걸지도 몰라.”
멋있어 보이라고 태어난 건 아니겠지?”

혹시 숨바꼭질 하라고?”

장난치라고 태어난 건 정말 아닐걸.”

이런 질문들과 함께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러스트가 사랑스럽다.

강풍에 긴 머리칼이 휘날리는 소녀를 보고,

버스 옆을 지나가며 물벼락을 맞은 소년을 보고,

몸이 뜨끈뜨끈한 할머니에게 자신을 씌워주면서,

자신을 들고 벤치에 폼 잡고 앉아있는 청년을 보면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푹 눌러쓴 꼬마를 보면서,

비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치기 바쁜 녀석들을 보면서 개구리 우산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정답이 없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궁금해 하는 개구리 우산에게 무지개 우산이 대답해준다. 나누고, 기다리고, 만나서 친구하라고, 따뜻하게 꼭 안고 발맞추어 걸으며 오래오래 행복하라고 태어난 것 같다고 말이다. 개구리 우산은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네 인생도 개구리 우산처럼 쓸모보단 소중한 것을 찾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장마철이다. 쏟아지는 비가 상대적으로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볼링공같이 느껴지는 나비도 그 빗방울을 맞으며 생존하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 우린 이렇게 모두들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태어났고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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