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
신은영 지음 / 이노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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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영 작가의 <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란 에세이를 먼저 읽어본 터라 이번 에세이도 기대가 되었다. 글을 참 맛있게 쓰는 분이다. 이번 책은 당신과 나의 반짝이는 경험에 관하여 쓴 에세이집 <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가 되시겠다.

 

  첫 장부터 필리핀 하숙집에서 토끼같이 커다란 쥐를 발로 잡은 경험담을 늘어놓는 그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갈 길을 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말이 녀석에게도 전해졌다면 다시는 그 하숙집 천장을 제집 드나들 듯 얼씬거리지 않겠지. 여러 흥미롭고도 이상한 경험(작자의 생각에 이상한)을 풀어놓으며 독자에게 공감을 얻기도 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책의 목차를 나누는 네 종류의 일러스트엔 그녀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려지는데 에피소드에 상상력을 더해준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열대어인 샴투어를 고독한 남자에 빗대어 표현한 것도 재미있었다. 샴투어는 수컷의 경우 공격성이 강하고 텃세를 부려 혼자 있어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커다란 수족관을 혼자 차지한 샴투어 마이크와 또 다른 샴투어 피터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대학생 때, 딱히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저 과목 중 하나다 생각하며 신청한 교생실습에서 윤리라는 과목을 맡아서 졸업한 학교에서 교생을 경험한 내용도 이 책에 나왔다.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판단도 할 수 없는 애들이라고 폄하하며 자기 생각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토론을 시켰냐며 따지는 선생님을 보며 반박하고 싶었다고. 아이들은 정말 놀랄 정도로 논리적이고 창의적이었다고 말이다. 우리가 과소평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나도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논리력과 창의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진 않은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찌 보면 어른보다 더 훌륭한 아이도 많은데 말이다. 저자의 여러 경험들을 통해 라디오 사연을 듣는 것도 같고 친한 언니와 수다 떠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 선명하고도 세세한 기억 또는 띄엄띄엄 생각나는 기억들의 조각을 모아 추억을 되새겨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도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보아야겠다. 문득 떠오르는 것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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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아이나 S. 에리세 지음, 하코보 무니스 그림, 성초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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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이런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동화를 바탕으로 하여 그속에서 소재로 나오는 식물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다니! 제목과 같이 식물은 마법사였다. 흥미롭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여러 동화가 실려 있었다. 이를테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든지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 어릴 적 누구나 읽었던 내용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많은 식물의 이름과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아이나 S. 에리세라는 이 책의 작가는 사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아 마녀 견습생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주문을 외우고 마법으로 숙제를 풀고 별의 이름을 알아내고. 더 커서는 생물학을 공부하여 마법의 약을 끓이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었다고. 이 마법의 책은 그녀의 세 번째 책인데 친절하게 이메일까지 적어주어 책을 읽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통로까지 마련해놓았다. 어찌됐건 앞서 언급한 동화들로부터 어떤 식물이 떠오르는가? 백설공주는 알다시피 사과일 것이다. 예상대로 독 사과의 품종은 뭘까? 라는 신선한 질문을 던지며 사과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사과는 아주 신기한 방식으로 생물학적 다양성을 실천하는 마법사란다. 사과의 씨앗이 언제나 예상치 않았던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제목에 답하는 건 어려웠다. 사과 품종은 예전부터 지구상에 2만종이 있다고 추정될뿐더러 그것을 하나씩 먹어본다고 해도 무려 54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예의 마법을 부려 접목(접붙이기)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었다. 동화의 마지막으론 계모의 사과를 이름 붙여 사과 시럽을 만드는 레시피까지 선사해주었다. 일러스트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신비로운 그림들이었다. 과학 중 생물이라는 분야를 동화와 접목하여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이 책은 정말 독특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기름은 참깨 씨앗의 기름. 그때 당시는 올리브유 같은 건 먹는 용도가 아니라 등잔에 불을 켜는 용도로만 사용했다고 설명하면서 마법의 등불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과학실험의 욕구를 돋우기도 했다. 엉뚱한 소리를 잘하고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이런 책을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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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캔두! 김칠두! - 시니어 모델 김칠두의 마이웨이 스토리
김칠두.이헌건 지음 / 은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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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캔두! 김칠두!

 

  아침에 출근하면서 STCO 남성정장매장을 지나가는데, 시니어모델의 포스터가 젊은 애들 사이에서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요즘 티비에서도 무협게임 영주: 백의 연대기에서 그분의 모습이 카리스마 있게 그려지는 걸 본 적이 있다! 바로 오늘 서평을 올릴 김칠두님이다.

 

  지금 60대이신데 활발하게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이시다. 정말 멋지다. 꿈을 접고 산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듯 희망찬 미래를 살고 계시니까. 런웨이를 걷는 그분의 모습은 따님의 권유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삶의 큰 변곡점을 만들어주면서 저자를 일으켜 세워준 존재. 27년간의 순댓국 사업을 접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백수에서 시니어 모델로의 화려한 변신!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2020 캐주얼 트렌드는 꾸안꾸란다. 들어본 적 있는가? 이 말은 꾸민 듯 안 꾸민 듯 무심하게 입는 연출법이다. 최근엔 미스터트롯의 진인 임영웅의 별명이 꾸안꾸라고 들었다. 어찌됐건 저자는 이러한 캐주얼 트렌드에 대한 조언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패션의 신이 다가온다고 희망을 남긴다. 그의 멋진 모습도 사실 오랫동안 고심해서 연출한 의도적 결과물이라고.

 

  책벌레이신 아버지와는 달리 저자는 교과서와 패션잡지를 제외하면 책을 보며 뭔가 새로운 걸 탐색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재미난 일들은 대부분 교과서 바깥에 있지 않은가. 77년 태창모직에서 주최한 한양모델선발대회에서 만 스무 살에 입선을 했다! 하지만 모델을 빨리 포기한 데는 돈도 돈이지만 영 펴지지 않는 오른쪽 검지와 깡마른 체형 때문이었다고 한다. 콤플렉스였던 그것이 요즘엔 개말라라는 요즘 애들의 소원인데 그때 당시는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셈이다. 저자는 순댓국집을 열며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대박을 이어가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듯 악재가 겹치고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은 김칠두! 하면 누구나 알만한 멋진 모델이 되셨으니 인생은 길게 볼 만하다. 책엔 저자의 여러 사진들과 칠두 스타일이라고 짧게 이름 붙인 명언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칠두님의 포기 없는 마이웨이 스토리로 도전을 받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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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받는 리더의 미디어 스피치
김진숙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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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는 리더의 미디어 스피치

 

  난 말하는 것을 요리로 치자면 급하고 설익게 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대면하여 대화할 때면 말이 빨라진다. 내가 느끼기에도 빨라서 무게감이 없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물며 공적인 경우 말을 이렇게 했다간 낭패 중 낭패일 것이다. 이 책은 아나운서 출신인 김진숙님이 현재는 미디어 평론가이자 미디어엘센터 원장을 역임하며 공적인 말하기를 통한 소통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해주고 있다.

 

  남들 앞에 서면 울렁증이 생기고 얼굴부터 창백해지는 내가 꼭 읽어야 할 책 같아서 서평을 신청했었다. 대학교때 조별과제의 발표자로 나서 발표를 했다가 상황 대처가 안 되고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경험이 있어 순간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을 펼쳐보니 6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음성언어와 시각언어, 체계적인 스피킹과 미디어와 소통하는 스피치메이킹, 실수하지 않는 공적인 말하기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는 고유한 것이기에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 좋은 목소리는 공명이 관건이라 몸, 즉 발성기관의 울림이 있어야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원고를 읽을 땐 축약하여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어투다. 이를테면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대신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로 발음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의 신뢰를 더하는 음성언어가 있다면 시선처리라든지 제스처를 강조하는 시각언어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얼굴 표정은 정서의 주관적 경험을 결정하므로 자주 웃는 얼굴로 말하기를 연습하다보면 상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포인트는 눈! 눈빛과 시선에서 차이를 두고 싶다면 결국 눈이 웃어야 한다는 말씀.

 

  우리가 잘 알지만 실행하긴 어려운 경청도 지혜롭게 말하는 방법 중 하나다. 굉장히 난도가 높은 스킬로써, 상대의 말을 인내심을 갖고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동기를 알아차리고 피드백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의 말을 통해 핵심 단어를 짚어내며 문맥을 정리할 수 있다면 말하기에서 아주 중요한 소통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이 외에도 잘못 사용하기 쉬운 표현들을 교정하고, 미리 준비하는 애드리브랄지 부정확한 발음들을 고치는 법, 화자와 청자가 공감을 나누는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언한다. 공적인 말하기를 통해 말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화자의 태도까지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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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육아 - 어느 조용하고 강한 내향적인 엄마의 육아 이야기
이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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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육아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듯 내게도 가 필요했다. 엄마가 되고서부터 난 자괴감에 시달렸다. 각종 육아서에는 엄마가 해야 할 지침들이 가득했고 난 그대로 하기 너무 벅찼다. 그래서인지 이 책 제목이 반가웠다. 나도 왠지 내향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작가 이연진님의 소개에 내 모습이 몇 군데 오버랩 되어 있어 이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 또한 조용하고 감성적인 성향이 강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나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평정심에 상당한 위기를 느꼈다. 육아는 육체적+감정적 노동이었다. 노동이라고 생각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게다가 책 내용대로 에너지 레벨이 낮고 방전이 쉬운 성향이라 육아가 더욱 어려웠다. 저자는 자신의 방식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소개했다. 여러모로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다.

 

  알고 보니 아이가 영재발굴단에서 꼬마 과학자로 나온 터였다. 더욱 궁금해졌다. 내향 육아라는 것이. 저자는 말한다. 내향인의 육아기는 자기 안의 진정성에 닿아가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고. 엄마가 편안하고 충만해야 아이는 씩씩하고 행복해진다. ‘없이 엄마가 된 후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가정식 책육아를 통해 부엌을 실험실로 만들고 아날로그적인 동네 육아, 계절육아로 꼬마 과학자를 만들었다. 곳곳에 따뜻한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받았다. 내향 엄마는 훈육보다 공감을 위해 노력했고 조그맣고 단순한 생활을 위해 동네에서 아이와 일상을 보냈다. 해가 지도록 정류장에서 노선표를 구경하거나 걷다 배고프면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늘 보던 풍경에서도 매일을 재발견하는 아이의 감각과 관찰력은 점점 섬세해졌단다. 부러웠다. 나도 아이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김없이 봄이다. 언급한 계절 육아가 무얼까 궁금해졌다. 계절의 반복을 활동하는 아날로그 육아라고 했다. 꽃잎을 만져보고 쑥과 냉이의 향기도 맡아보는 봄. 여름은 습도와 강수량을 확인하며 지금 남반구 호주는 겨울이겠구나 같은 이야기를 한다. 가을에 고른 낙엽은 액자에 인테리어 용도로 사용하고 특히 솔방울은 가습기로 유용하게 사용한 소품이라고 했다. 반복적인 경험은 특별한 교육이 필요 없다. 스스로 깨우치기 때문. 저자가 조용하고도 세심하게 집중하는 육아방식에 많은 공감이 되면서 나도 기질대로 아이와 조화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참 유익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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