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도깨비!
리차드 이반 슈바르츠 지음, 이윤진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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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도깨비



  난 어릴 적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는데 그 중 하나가 피아노를 배운 것이었다. 악보를 보려면 박자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분수와 같은 수학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작곡가와 수학가가 다양한 음표가 나열된 악보와 수학공식이 빼곡히 적힌 노트를 놓고 서로 비교한다고 가정해본다면 고대 음악이 수학의 한 부분이라 여겼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음계의 비율과 화성악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았던 그들이었기에. 물론 아름다운 멜로디가 치밀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흐의 평균율에서도 피타고라스 음계, 즉 정수와 분수인 유리수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면 악보에 그려진 수학 공식을 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수학은 매우 창조적이고 흥미로운 학문인데 난 갈수록 어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며 억지로, 재미없게 공부한 결과일 터. 그래서 더욱 이 책 <수학도깨비!>가 반갑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기묘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리차드 이반 슈바르츠는 미국의 저명한 수학과 교수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즐기는데, 특히 만화 같은 그림그리기를 매우 좋아한단다. 그래서 이 책에도 반영된 것 같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 좋았다. 숫자에 대한 개념을 놀이처럼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수학도깨비는 수학의 소수이다. 지은이는 괴물이라 부르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옮긴이는 도깨비로 번역했단다. 어찌됐든 이 책은 1부터 100까지의 숫자들을 이야기하면서 2,3과 같은 정수들을 곱하는 방법만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인수나무들과 색깔공들을 배열하여 소수, 합성수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2,3,5,7과 같은 소수 도깨비들을 등장시켜 합성수를 소수들의 곱으로 쓰고 그 소수의 이름을 가진 도깨비들로 재미있는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숫자 1. 소수도 합성수도 아니지만 숫자 1이라고 부르는 도깨비가 있다. 이 도깨비는 다른 도깨비들과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조금 실망스런 표정이다. 외눈박이에, 입술을 꽉 다물고 있는 표정이 안쓰럽다.

 

  페이지 뒷부분에 100보다 작은 모든 소수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물음이 나와 있었는데 모든 숫자를 쓰고 줄을 그으며 찾아가는 모습이 고등학교 모의고사 때 수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반복해서 썼던 숫자가 생각났다. 각설하고 <숫자도깨비!>는 숫자를 처음 접할 아이들의 자유롭고 흥미 있는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어릴 적 접했다면 숫자에 대한 개념이 좀 더 확고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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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하버드처럼 - 하버드대 성공학 명강의
하오런 지음, 송은진 옮김 / 레몬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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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이라는 단어를 보면 일단 부자가 된다는 상상이 제일 먼저 든다. 하지만 성공엔 재력뿐만 아니라 경영관리학, 감성학, 사교학, 화술학, 행복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하버드 교수와 졸업생들이 들려주는 갖가지 성공 격언과 지침이 제시되어 있다. 이들에게 전해지는 유명한 이야기. 바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때가 하루 중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라는 것이다. 매일 저녁 이 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고 성공이 손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말이다.

 

  책은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지식을 파트별로 나누어 누구나 하버드 명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딱딱한 이론만 즐비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삽입하여 독자들이 유익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외 저명한 학자, 교수들을 초청하여 강좌를 개설하는 데 매우 개방적인 하버드에서 명강의를 재학생만 접한다는 것이 안타까워 이러한 현실적 결핍을 채워줄 책을 출간한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시간 관리는 인생의 필수과목이다. CEO들은 경영관리학을 어떻게 실현할까? 하버드대 성공학 명강의에선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이야기한다. 우린 종종 가장 급한 일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은 목표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이다. 내 대부분의 시간을 어떤 유형의 일에 사용하는지 파악해본다면 일이 성과로 이어지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을 잘 사용하자는 책이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성공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화술학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말에도 정도가 있다. 대화하는 시간의 정도, 끼어들기의 정도, 강약의 정도 등 다양한 정도를 지킨다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정도를 지켜 고차원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시인 단테가 연회에 참석하여 노골적인 무시를 당한 일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단테는 즉각 화를 내지 않고 자신의 불만을 매우 재치 있고 함축적으로 전달했다. 직접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신사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다.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평소 관찰력이 좋다고 한다. 상대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세심히 관찰하고 파악해뒀다가 대화할 때 그에 비슷한 주제까지도 아예 배제한다. 의도 없는 농담이라고 해도 예외가 없다. 또한 농담은 모두가 즐거워야 좋은 농담이다. 유머의 소재로 남을 깎아내리는 것은 상대와 듣는 제3자 모두를 불쾌하게 만든다.

 

 화술학뿐만 아니라 행복이 모든 것의 기준이다라고 말하는 행복학, ‘동료와의 관계는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심리학 등 하버드대 성공학 명강의가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데 일조할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핵심만 간결하게 압축해놓은 저자의 필력에 또 한 번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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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의 특별한 뉴스 브리핑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
김한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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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뉴스를 소재로 관련된 법적인 이슈들을 풍부하게 설명해놓은 책이다. 엄마인 나는 아동학대, 여자인 나는 불법 촬영, 직장인인 나는 부당해고와 같은 내용에 눈길이 먼저 갔다.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하게 있는 을 이해하는 방법, 법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의 지배는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 법은 가치의 투영체이나 적법정의는 별개의 문제다. 실정법이 나의 가치와 다를 수 있고, 법을 준수했으니 정의를 지켰다고 말할 수 없는 게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소견대로 법의 준수가 곧 정의 실현이 될 수 있도록 이 둘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 못하는 신생아를 학대한 간호사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제일 먼저 찾아 읽었다.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무호흡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시점의 2시간가량 CCTV 영상이 사라졌기에 문제가 되었다. 공개된 영상엔 간호사가 신생아를 거칠게 다루는 장면이 나와 공분을 샀다. 부모를 포함하여 어린이집이나 가정 산후도우미 등 영유아, 아동을 돌보는 직업군은 아동학대죄에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책은 이슈가 된 사건을 언급하고 이에 관련된 법조항과 작가의 더 나은 법을 위한 생각 나누기라는 소견으로 마무리한다.

 

  단톡방에서 벌어진 품평회도 여성을 성희롱하는 사건 중 하나였다. 특히 교육대학교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예비 교사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할 말을 잃었다. 이들은 유기정학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작가는 법의 관점에서 단톡방에서 특정인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경우 처벌 방안을 이야기했다. 판례를 들며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명예훼손죄는 그 내용의 사실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데, 모욕죄는 경멸하는 내용인지가 쟁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친고죄라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 대신 학교 내부징계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단다. 모욕죄가 친고죄라니 정말 수치스러울 것 같다.

 

  이 외에도 기자를 고소한 검찰총장’, ‘집회하려거든 마스크를 벗으라고?’, ‘가족 같은 회사를 위해 충심으로 증거를 인멸한 직원들등 흥미로운 다양한 뉴스가 나와 있다.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법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해 둔 이 책은 법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져있어 마음이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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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님 설계의 비밀 - 사고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성경적 모델 하나님 설계의 비밀
티머시 R. 제닝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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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님설계의 비밀

 

  책 표지엔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밝히는 생각에 관한 진실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는 단순히 의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신학자의 심오함, 의사의 진단력, 교수의 명쾌함, 목회자의 애정, 전도자의 열정이 묻어났다. 저자가 레지던트 2년차 되던 해에 40대의, 화장기 대신 눈물 자국이 비친 자살시도자 여성을 진료하게 되었다. 그녀는 최근 자살시도를 실패하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낙심에 빠진 듯 보였지만 초점 없는 그 눈빛에서 속으로는 도와 달라고 부르짖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녀의 과거는 너무 가슴 아팠다.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교구 목사를 하나님의 지상 대리인으로 존경하도록 배웠는데 그 남자는 그녀를 6살 때부터 5년간 성폭행했다. 그리고 오히려 회개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커가면서 그녀의 감정 기복은 만성화되었고 사람을 믿기 힘들어졌다.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마약, , 간통은 공허함만 남겼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치유를 가져다줄 답을 찾고자 했다.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 여성이 있었기에 이 책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책이 발간된 배경이다.

 

  다행히 이긴 싸움이다.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과 낮은 자존감과 죄책감, 분노, 해로운 습성 등 이런 싸움이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지만(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우리 각자의 각개전투라기 보단 우리 마음과 사고를 두고 벌어지는 그리스도와 사탄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하나님이 설계하신 본래의 이상적 사고를 배울 수 있고 우리를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계획을 만날 수 있다.

 

  시편 말씀 중에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라는 말씀이 있다. 사랑의 법은 생명의 법이다. 우주의 모든 생명이 이 원리 위에 기초해 있다. 사랑의 관건은 단지 해로운 행동을 삼가는 게 아니라 의지적으로 상대를 세워 주는 이타적 행위다. 기분과 상관없이 선을 행하는 것이다. 남에게 가장 유익한 쪽으로 행동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장인과 차를 탄 사위 필은 1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장인에게 똑같은 질문을 열 번 넘게 받았지만 짜증내기는커녕 매번 밝고 침착하게 물음에 답하며 진정한 관심을 보였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필이 자신을 내주어 옳게 행동한 이유는 기분 때문이 아니라 그게 옳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영적 전투는 사고 속에서 벌어진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치유하고자 역사하시므로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진리는 치유를 낳는다. 성경에 계시된 진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자연에 계시된 사랑과 자유의 원리를 깨닫고 삶 속에 통합하면 사고의 치유를 위해 하나님께 협력하는 것이다. 주님은 그들 안에도 자신의 형상을 회복하고 계시며 그들을 자녀로 여겨 주신다.

 

 책을 읽다가 영혼 MRI’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기록된 법, 즉 십계명인데 영상 진단 검사인 MRI처럼 영혼의 결함을 밝혀준다. 율법의 십계명 부분은 우주 전체에 미치는 사랑과 자유의 법을 지상에 사는 우리만을 위해 특별히 농축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해지려면 이 하나님의 법에 따라야 한다. 저자의 친구 중 10대 때 담배를 나누어 피는 친구가 몇 있었다고 했다. 그때 친구 중 한 아이의 엄마가 아들아, 행여 네가 담배에 손대면 엄마는 마음이 아플 거다.” 라고 말했다. 그 말이 사춘기 친구에게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동기로 작용했다. 엄마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에. 그는 엄마의 규정의 배후 논리를 이성과 양심으로 검토했고, 엄마가 속상할 법한 이유도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 엄마에게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찰과 이해 덕분에 그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가 깊어졌다. 이제 유년기의 규정은 더 이상 그에게 필요 없어졌다. 그것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사고의 위계를 인식한 뒤로 저자는 연구를 계속 하여 발견한 원리를 소개했다. 인간은 하나님에 대한 진리를 드러내도록 지음 받았으며, 회복된 신뢰는 우리 마음속의 두려움을 몰아내기에 하나님의 성품과 일하시는 방식을 존중해 그분을 신뢰해야 한다고. 사고의 차원을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밝혀낸 이 책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치유의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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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기적인 나에게
김경진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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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기적인 나에게

 

  표지 색감이 조금 이질적이다. 내용은 시적 치유 감성 에세이시인데, 마치 명성황후같은 여성이 고개를 떨구고 있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겹쳐져 동양적이고 투박한 붓터칭이 인상적이었다.

 

  목차를 넘겨보니 4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연애를 시작합니다>, <에필로그를 살겠습니다>, <‘니까>, <독백도 취미로 쳐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사실 이렇게 나누어져 있긴 했지만 딱히 내용이 구분되진 않았다. 마치 시와 산문의 경계에 있는 에세이여서일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한두페이지의 짤막하고도 다정한 글들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너무>라는 시에서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들어 보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고 싶다고만 하지 마세요. 너무나 혹은 목마르게라는 짧은 수식어라도 앞에 놓아 주세요. 나도 그럴게요.

친구에게 또는 오래 보지 못한 지인에게 일년에 한두번 명절때만 안부문자를 보내는 바쁜 척 하는 나이지만 안부문자만 덜렁 보내면 정없어서 보고싶다는 말을 덧붙이는데 이렇게 담백하게 말하는 것이 연인사이에선 너무 메말라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여구를 싫어하는 편인데 한마디 말 앞에 짧은 수식어를 붙인다면 좀 더 고심하고 애쓴 흔적이 보일까? 노력이 가상해보일까? 라는 느낌이 들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기적인 슬픔에게>에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와닿았다.

주책없이 남의 슬픔에 빠져들어 함께 울 필요는 없어.

슬픔도 이기적인 범위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자신만의 눈물을 지키며 살고 싶어 해.

들쑤심당하고 싶지 않은 추억과 사연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맞는 말이다. 나도 주체하지 못할 슬픔이 있어 울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지만 남에게 토로하고 싶진 않았다. 분명 같이 아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이 시처럼 이기적인 슬픔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출판사 바른북스의 공식블로그를 들어가보았는데 저자는 책을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일부러 시 같은 산문, 산문같은 시를 썼습니다. 삶이란 물러섦이 없이 경계에 서고 경계를 넘는 일입니다. 경계는 이제 나에게 무의미한 선입니다.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도 나를 나이게 지키며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타투처럼 새겨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언어들이 모두의 언어로 읽히기를 소망합니다.’ 라고.

 

  김경진 작가의 다른 책 <나를 중독시킨 한마디 괜찮아>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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