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기적인 나에게
김경진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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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기적인 나에게

 

  표지 색감이 조금 이질적이다. 내용은 시적 치유 감성 에세이시인데, 마치 명성황후같은 여성이 고개를 떨구고 있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겹쳐져 동양적이고 투박한 붓터칭이 인상적이었다.

 

  목차를 넘겨보니 4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연애를 시작합니다>, <에필로그를 살겠습니다>, <‘니까>, <독백도 취미로 쳐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사실 이렇게 나누어져 있긴 했지만 딱히 내용이 구분되진 않았다. 마치 시와 산문의 경계에 있는 에세이여서일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한두페이지의 짤막하고도 다정한 글들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너무>라는 시에서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들어 보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고 싶다고만 하지 마세요. 너무나 혹은 목마르게라는 짧은 수식어라도 앞에 놓아 주세요. 나도 그럴게요.

친구에게 또는 오래 보지 못한 지인에게 일년에 한두번 명절때만 안부문자를 보내는 바쁜 척 하는 나이지만 안부문자만 덜렁 보내면 정없어서 보고싶다는 말을 덧붙이는데 이렇게 담백하게 말하는 것이 연인사이에선 너무 메말라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여구를 싫어하는 편인데 한마디 말 앞에 짧은 수식어를 붙인다면 좀 더 고심하고 애쓴 흔적이 보일까? 노력이 가상해보일까? 라는 느낌이 들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기적인 슬픔에게>에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와닿았다.

주책없이 남의 슬픔에 빠져들어 함께 울 필요는 없어.

슬픔도 이기적인 범위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자신만의 눈물을 지키며 살고 싶어 해.

들쑤심당하고 싶지 않은 추억과 사연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맞는 말이다. 나도 주체하지 못할 슬픔이 있어 울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지만 남에게 토로하고 싶진 않았다. 분명 같이 아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이 시처럼 이기적인 슬픔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출판사 바른북스의 공식블로그를 들어가보았는데 저자는 책을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일부러 시 같은 산문, 산문같은 시를 썼습니다. 삶이란 물러섦이 없이 경계에 서고 경계를 넘는 일입니다. 경계는 이제 나에게 무의미한 선입니다.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도 나를 나이게 지키며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타투처럼 새겨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언어들이 모두의 언어로 읽히기를 소망합니다.’ 라고.

 

  김경진 작가의 다른 책 <나를 중독시킨 한마디 괜찮아>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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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인간관계로 힘들어야 하는가
성남주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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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인간관계로 힘들어야 하는가

 

  인간관계에서 호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는 자존감을 키우라고 말한다. 그 자존감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관계의 모든 것은 독서에서 형성되고 가정에서 시작된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관계보다는 자존심을 먼저 챙기기 때문에 상대와의 관계가 망가진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관계는 남 탓하지 않고 자기부터 돌아보는 태도와 역지사지하는 습관만 잘 가지고 있으면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한 모습은 최우선적인 만남, 즉 가족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요즘의 뉴스를 보면 온갖 사회범죄가 가정관계의 부재로 비롯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부모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부부와의 관계로 발전해가며 관계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믿음과 신뢰로 뭉쳐진 공동체 안에선 사랑과 인정을 체험하게 되므로 자신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것이 가족이라면 참 좋겠다. 행복하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으므로.

 

  이 책엔 안젤리나 졸리, 손정의 등 성공한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사를 설립한 이후 세계적인 인터넷 재벌로 떠오른 재일교포 3세 손정의씨는 어린 시절 조센진이라며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아버지의 격려와 지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자신의 사고와 의식, 그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고민의 시간을 관리하고 즉시 실행에 옮긴 그의 기적의 독서법을 많은 이들이 인생역전 책읽기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 그 내용은 독서량이 일정한 임계점을 돌파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일정 시간 안에 필요한 양의 독서를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수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수천 개의 우물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그 경험을 통해 사고의 바다를 항해하고 정복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 혼자 산다><불타는 청춘>만 보아도 사람은 정말 혼자이고 싶은 걸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 출연자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거나 함께 한다. 혼밥과 혼술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그것 뒤에 가려진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와 두려움을 인정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절대 혼자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기, 사람을 얻는 기술과 같은 제목으로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과 인생들은 너무 많은 경우, 나와 다른 논리구조를 가졌고 그 안에서 우린 부대낌과 상실감을 느낀다. 혼자서 판단하여 쌓이는 오해를 풀고 품어주는 사랑으로 지켜본다면 늘 흥분하지 않아도, 분노하지 않아도 된다. 기대하고 격려해주는 관계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메마른 심성에 오아시스같은 책 읽기를 통해 인간관계를 재정비하고 인생의 균형을 이룬다면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조언대로 삶은 흘러갈 것이다. 세상살이의 열쇠인 인간관계의 핵심인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우자. 우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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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러브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현명한 육아철학
마사 피퍼. 윌리엄 피퍼 지음, 최원식 외 옮김 / 나무와숲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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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꽤 많은 육아지침서를 들여다보며 먼저 글로 육아를 공부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스마트 러브>는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규제대신 사랑 어린 관심을 쏟아 아이에게 다가가라고 이야기해주었다. 0세에서 18세까지(8세가 아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해지는 지혜롭고 효과적인 육아의 지침, 스마트 러브. 지금 아이 하나를 낳아 아무것도 모른 채 배워가며 알아가며 키우고 있는데 정말 육아서랑 육아실전은 많이 다름을 실감한다. 곧 미운 세 살이 되는 아이를 보며 점점 힘들어지는 부모의 역할에 자괴감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들과 심리학적, 철학적 통찰력이 참 의미 있게 다가온다.

 

  30년 넘게 저자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임상연구를 통해 이론과 현실에 적용해 온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검증되고 믿을 만 했다. 저자는 기존의 아동발달관련 이론들이 효과적이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일관성이 없었으며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자연스러운 감정과는 거리가 먼 모순된 내용이었다. 저자는 자녀의 문제를 단편적인 방법으로 치유하려 들거나, 개인적인 행동을 고쳐 놓기만 하는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아무 소득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었고, 유년기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었다. <스마트 러브>에는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어떤 사랑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그 실천적인 지침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가 낯가림과 분리불안을 겪는 요즘이다. 저자는 느긋한 태도로 지켜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는 또한 자기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에만 이차적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일시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당연하므로 아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부모가 말리거나 친구와 장난감을 공유하라고 강요한다면 아이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집착이 더 강해진다. 아이들이 각자의 성장 시간표에 따라 성숙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계속 충돌하게 된다. 아이들의 욕구에 정서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 자신의 내적 불향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든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보다는 일이나 오락적인 유혹에 빠져 자신을 내맡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화를 내며 차에서 내리지 않는 딸이나 지루한 설명을 늘어놓는 아빠의 사례를 들며 육아과정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의 욕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욕구 때문에 생기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좀 더 육아의 기쁨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은 아이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인간형, 아이에게 울음은 어떤 의미인가, 첫돌 무렵 더욱 강하게 매달리는 아이, 로맨틱 단계에 접어드는 아이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자녀 보육의 기본 원리를 제시한 이 책 <스마트 러브>를 통해 실제적이고도 창조적인 사랑법을 우리 아이에게 대입해보자. 나와 같은 보통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로서 아주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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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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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형식이나 에세이집은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아빠가 딸에게 쓰는 시집은 처음 읽어보았다. 물론 나태주시인의 시집은 아주 많이 읽었으나 이번 시집은 특별하게 <딸에게 보내는 시>라고 명명했다. 딸아이는 모든 어버이 된 사람에게는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혈육이다.’ 라고 문장을 시작한 책머리부터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 했다. 나에게는 아직 딸이 없지만 있다면 나태주시인과 같은 마음이 들 것 같다. 나도 우리 아빠에게 아직도 공주로 불리는 딸내미기에 (공주로 쓰고 우리 꽁~로 읽는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존재다.

 

  시 아는지 모르겠다에서

흰 구름을 보면 너의 목소리 생각하는 나의 이 어지럼증

이란 구절이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찌 자식을 향한 사랑이 연인과의 사랑 못지않겠는가? 이렇게 무조건적이고도 헌신적인 마음은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시 그 자리에에서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 너도 꿈이야

그래 꿈이라도 너는 예뻐야지 오래오래 그 자리서 예뻐야지.

라고 말했다. 딸에게 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부모다. 얼마 전 슈가맨에서 아빠의 말씀이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최불암아저씨와 정여진어린이가 80년도에 불렀던 곡인데 나도 어릴 적 이 노랠 들었던 기억이 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기억해다오 너를 사랑하는 이 아빠를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빠. 노랫말을 지금 어른이 되어 다시 들으니 왈칵 눈물이 난다. 이렇게 아빠는 딸에게 커다란 가슴이자 희망이자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나태주시인은 소원이라는 시에서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길게 될수록 길게 드리는 말씀

짧게 될수록 짧게 한 말씀 하신다

그래, 네 맘대로 하거라.

 

  난 이 짧은 시를 읽고 어릴 적 아빠에게 내 속마음에 들어있는 욕심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구구절절 설명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빠는 충분히 날 알고 날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분이었는데. 아마도 나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에 아빠까지 속이려 했던 것 같다. 아빠는 다 알고 계셨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처럼 한마디 하셨다. “그래, 우리 딸 하고싶은대로 해.” 그때 당시는 허무할 정도였는데 아빤 말하지 않았지만 딸을 보며 얼마나 안타깝고 안쓰러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시집을 통해 곁에 있는, 혹은 부재중인 존재인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제목처럼 아버지는 딸을 통해 젖은 마음을 말갛게 말리시니까. 딸은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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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부탁해요 정인어린이 13
권비영 지음, 성시후 그림 / 정인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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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부탁해요

 

  투박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그림이 실려 있는 표지를 보니 먼저 흐뭇하고 반가운 마음이다. 나의 어릴 적 그림실력이 생각나기도 하고(물론, 지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이 책 <택배로 부탁해요> 는 작가 권비영님이 손자 성시후군과 만든 예쁜 동화책이다. 8편이 실려 있었는데 글은 권비영님이 쓰고, 그림은 성시후군이 그렸다. 책 날개에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있는 다정한 사진이 있었는데 정말 보기 좋고 부러웠다. 작가 권비영님은 덕혜공주를 쓴 소설가이신데 이번 동화책을 내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으로 손자와의 추억을 남겼으니 얼마나 행복하실까 싶었다. 다디단 사탕 하나 입 안에 머금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신, ‘손자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기쁨이 새삼 공감된다. 나도 아이를 출산했지만 엄마인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할머니가 손주를 바라보는 눈은 더 꿀이 떨어지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이 책에서 난 할머니는 내 친구조약돌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시후 할머니의 언니인 이모할머니가 미국에서 왔다. “네가 내 동생 손자란 말이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시후란 말이지?” 로 인사를 한 미국할머니는 시후와 친구가 되었다. 미국할머니와 동네를 구경하다가 전봇대에 <컵라면 무료증정>이라는 글씨를 보고 시후야, 저건 무슨 말이냐?” 하고 물어보시길래 준다꼬.” “?” “기양 준다꼬.”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더니 배꼽을 잡으며 웃으시는 할머니. 사투리를 쓴다고 놀리시는 건가 기분이 살짝 나빴는데, “아이고, 재밌다. 어쩜 어려운 한자말을 고렇게 명쾌하게 설명하니?” 라며 칭찬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미국할머니는 성함이 승자였는데 우린 친구라서 서로 승자야, 시후야라고 불렀다. 부모님이 나무랐지만 미국할머니는 시후를 나무라지 말라며 친구라고 거들었다. 할머니가 곧 미국에 가실 때가 다가오자 난 할머니의 부탁대로 얼굴을 그리기로 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보며 밝고 선명한 색을 칠하며. 그림 밑에다는 내 친구 승자야, 아프지마 .할머니는 멋진 내 친구야.” 라고 덧붙였다. 시후가 그린 미국할머니의 얼굴을 보았는데 너무 고우시고 인자했다. 시후 눈엔 할머니가 그런 존재였다.

  8편의 동화 중 가장 마지막에 실린 조약돌 이야기는 동생 유나와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맨날 싸우는 지유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두 손녀에게 조약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커다란 돌산에 흔들리던 바위 하나가 산 밑으로 구르며 갈라진 돌 조각들은 뾰족하게 구르고 서로를 찌르고 찔리며 상처를 냈다. 그러다 강물에 빠지며 사라진 조각돌들도 많아졌고 남은 조각돌들 또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함께 가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흘러가기 시작했다. 강물이 불러주는 노래를 부르며. 그러다 몸을 충분히 적시고 다른 돌들까지 안아주었던 강물이 사라져버렸다. 목이 마르다는 표현이 참 감각적이었다. 햇볕이 따가운 땅바닥까지 오게 된 조각돌들은 파도에 휩쓸려 백사장까지 왔다. 그들은 조약돌로 바뀌어 있었다. 뾰족뾰족한 조각돌이 아니라 둥글둥글한 조약돌로. 시후가 그린 백사장과 바다의 풍경이 무심한 듯 너무 예뻤다. 하늘과 바다가 푸르렀고 검은 조약돌들은 동그랗게 서로를 감싸고 있었다. 그동안 싸우며 왔던 조각돌들은 친구들아, 이제 우리는 역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며 살자.” 라고 약속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러워진 몸을 흔들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난 뒤 유나와 지유는 자신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팔이 긴 할머니 곁에 양쪽으로 꼭 안겨있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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