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내 얼굴 참 낯설다 - 멋지게 나이 듦에 대하여
백길석 지음 / 가넷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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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내 얼굴 참 낯설다

 

<살아온 만큼 살 날이 많은 중년을 위한 마음 처방전.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가짐부터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모든 것을 이 한권에 담았다>는 출판사의 소개가 우리 부모님께 연말 선물로 드리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빠는 은퇴를 했고 엄마도 곧 은퇴를 맞이할 예정이다. 중년의 부부가 지금까지 자녀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온전히 자신에게 쏟을 시간과 정성 그리고 행복한 여생에 대해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이 담겨 있었다.

 

  난 몇 년 전부터 부모님께 전**이라는 잡지를 구독해드리고 있었다. 중년의 일자리, 귀농과 귀촌, 건강과 취미 등 퇴직 후 2라운드를 시작하는 세대들을 위한 50대 이후 커뮤니티랄까? 나도 함께 읽으며 부모님 연배의 시니어들의 모습을 많이 공감하곤 했는데 이 책 또한 뒷방 노인이 아닌 액티브 시니어로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어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해서도 나부터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인생등록금을 치른 베이비붐 인생선배님들의 세대가 이제 퇴직을 시작했고 난 그 세대의 자녀세대다. 저자도 중년의 문턱을 넘고 있는 상황. 목차를 보니 액티브 시니어, 시니어 노마드, 에어비앤비같은 단어가 나왔다. 좋아하는 것만 해도 부족한 시간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행보로 생각의 공간, 시각과 생활의 공간을 넓히자고 외쳤다. 참 이상적이지만 모든 중년이 이 바람대로 살기엔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일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니어의 가치를 높이자는 내용에는 젊을 때 완장은 떼야 대접받는다고 운을 떼었다. 꼰대나 할법한 내가 젊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줄 알아?”같은 얘기는 허공에 흩어질 의미 없는 소리다. 중년기 감정 조절은 남은 생의 인품을 빛내준다고 하니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말자고.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요즘 부쩍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인의 기사나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늘고 있다. 죽음이라는 두려운 감정이 마음에 틀어박히지 않도록 꼬리를 무는 잡생각을 잘라 내야 한다지만 이 기사를 보고 있으면 열악한 현실에 참 암울하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웰다잉 준비를 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감정의 흔들림을 알아차리자, 살면서 해를 끼친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보자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행복의 조건 중 하나는 인간관계에 있다. 손자가 찾는 좋은 조부모가 되자는 내용을 보았는데,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였다. 하여 자식이 효를 행하게 하는 것엔 부모의 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이 자식을 부른다. 그 모습을 본 손자는 행함의 본보기로 관계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고. 우리 집도 지금 3대가 함께 살지만 언젠가 분가를 하면 우리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공경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이 외에도 중년으로서 깊은 사색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는 생생한 행동지침과 조언들이 가득하다. 노화로 인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더 이상 낯설게 여겨지지 않도록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와 조바심 대신 활기차고 편안하게 얼굴에 미소를 띠며 하회탈같이 살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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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 사람을 이끄는 대화의 기술
김병민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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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이 책은 시사평론가로서 을 직업 삼아 지내는 저자가 에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수년간의 방송을 바탕으로 말의 힘을 키워온 지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방송 대담에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말을 하다 보니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설득하는 말하기 비법이 담겨있다. 누군가와 말로 싸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말하기기에 체계적인 학습과 반복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번은 시사 토크쇼에서 경기도의 한 지자체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패널들과 비판적 논조로 대화를 나눴는데 그 후 그 단체장으로부터 고발장이 날아왔다.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비평한 평론가를 고발한 단체장을 보며 참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단다. 한때 청와대 게시판까지 올라갔던 240번 버스기사 사건이 있다. 아이가 정류장에서 먼저 하차했는데 엄마가 미처 내리지 못해 차 문이 닫혔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비인륜적인 버스 기사에 초점을 맞췄는데 알고 보니 반전이 있었다. 목격자의 주장처럼 해당 버스기사는 욕을 한 사실도, 승객의 하차요구를 무시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버스 기사는 그 후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가짜뉴스와 확대 재생한 언론, 가짜목격담을 포한 네티즌 등, 대중 모두에게 큰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다. 말이든 말을 글로 쓴 것이든 누군가에게 수가 되는 말의 날카로움. 그 무게를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

 

  저자는 고 노회찬 의원의 어록과 대화를 남기며 촌철살인 화법을 눈여겨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인데 노 전 의원은 그의 촌철살인 비법에 대해 관심과 기록의 힘을 귀띔해 주었다고 한다. 대화에서 타인과 눈높이를 맞추려던 노력, 굳어진 분위기를ㄹ 유연하게 만들어주던 위트,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가 그립다. 난 요즘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자되고 있는 화법에 공감이 간다. 야당의 생떼 발목잡기에 차분하게 참교육을 실천한달까? 상대방의 시뮬레이션을 능가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모습이 품격 있다. 그는 대쪽 같은 이미지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중후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송곳 같은 야당질의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을 짚는 답변에 시원함을 느낀 국민들의 호감이 지지율로 나타났었다. 말을 다룰 줄 아는 그의 화법 또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의 힘을 나타내고 있다.

 

  식당 냅킨 뒷면이나 영수증 뒷면도 좋으니 당장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습관은 말의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한 좋은 재료들을 제공해 준단다. 말의 무게는 한순가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정약용이 이야기한대로 어설픈 메모가 완벽한 기억보다 낫다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은 말의 힘을 북돋아주는데 일조한다.

 

  강압적인 말로 제압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설득하는 기술을 배우려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토론뿐 아니라 일상 속 짧은 대화들 속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정독해 읽어보자. 말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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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선추 외 지음 / 담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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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책 소개 : 에세이 <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는 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최선경 4명의 작가가 1년 동안 함께 글 쓰며 완성한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쓴이에게 참으로 힐링이 되는 행위인 것 같다. 더불어 읽는 이에게도 위로가 되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표지를 보니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깨끗한 파란 하늘아래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집들이 평범한 일상을 감각적이고 예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 또한 그랬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오늘에 있기까지의 시간에 대해 경험한, 생각한, 느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여 이렇게 책으로 만들었다. 제목마저 인생이란 학교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대변하는 듯 했다. 나는 조수연님과 최선경님의 글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good-god=0> 이라는 제목이었고, 또 하나는 <꾸준하게 실천할 때>였다.

 ​전자는 이런 뜻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을 얻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자가 사랑하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깨달은 것인데, 나도 크리스천이라 공감이 갔다. 이 계기로 삶의 초점이 하나님께로 맞춰졌다는 것이 복된 일이다. 예순 일곱에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시기 6개월 전, 어머니는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나 어머니는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 탓에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감당치 못할 시험은 주시지 않는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기도 중 하늘에 예비된 처소가 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확신이 생겼고, 화상의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엄마의 얼굴이 목련 꽃처럼 환하게 펼쳐지며 돌아가시는 모습을 모두들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 뒤 형제들은 하나씩 교회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믿음을 허락해주신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자는 당뇨와 뇌수종을 얻었지만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소홀했던 건강을 좀 더 보살피게 되었으니.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과 동행하면 더 쉽게,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삶의 비밀을 알게 되어 스스로 대박이라 여긴다는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후자는 저자의 육아일기 사진 3장이 실려 있었다. 나도 이제 돌 된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의 입장이라 그녀의 기록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파워블로거인 그녀는 10여 년 전 2년간 육아휴직을 내며 인터넷에서 육아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나도 1년에 한권씩 아이의 모든 것을 기록하여 책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게 전부인 게으른 엄마다.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몰랐을 시절의 추억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욕구가 나도 생겼다. 더불어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고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니 얼마나 뜻깊은가!

 

  이 책은 4명의 글쓴이가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회복하고 치유되며 행복한 삶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이분들처럼 꾸준하게 기록하고 의미 있게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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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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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92년도 검찰직 시험에 합격해 검찰수사관으로 출발, 현재 27년 동안 검찰 공무원으로 근무한 저자의 생생한 근무기록이 이 책에 적혀있다. 내 전공 또한 이쪽과 굉장히 밀접하여 한 때 1년에 한번뿐인 이 국가직 공무원을 꿈꿨었다. 한창 시험 준비를 할 때 그들의 실상을 알고 싶었다. 전공 수험서를 공부하며 궁금했던 그것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현재 검찰청에는 약 1만 명의 직원 중 검찰수사관이 60%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검사 및 기타 직군이다. 검사실에서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계좌 추적, 압수수색, 피의자 검거 업무에 매진하며 더러 사무국 산하에서 각종 행정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저자가 27년간 겪은 각종 에피소드들이 사건별로 삽입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주로 대형사건보단 일상에서 부딪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검사실에서 하는 일>, <사무국에서 하는 일>,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한 가족>, <검찰수사관의 근무 여건>, <검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그간 내가 궁금해 마지않던 내용들이 있어서 발췌하여 읽고 싶은 부분부터 찾아보았다.

 

  우선, 강력부에 관심 있던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난 조폭을 수사하는 강력부에 대해 읽었다. 이 부서는 조직 폭력, 살인, 방화, 퇴폐사범 등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와 직결된 범죄를 다루는 부서다. 이름만 들어도 어마무시하다. 하지만 요란하게 문신으로 치장하는 놈은 오히려 무서워할 필요가 없단다. 일종의 겁 많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는다는 속담이 이를 대변한달까? 의외로 딱히 무술이 필요하거나 큰 덩치가 요구되지 않아 여성 수사관도 상당수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 역시 6급으로 승진할 당시 인천지검 강력부 조직범죄전담 검사실로 배치되었다. 검사 1, 검찰수사관 3, 경찰에서 검찰로 전직한 수사관 1, 실무관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어느 날 인천 지역의 조폭 두목을 검거한 뒤 피의자가 아직도 폭력 조직원 생활을 하는지 물었더니 자세가 돌변하여 자신은 폭력 조직생활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단다. 알고 보니 두목인 피의자는 나이가 많고 허세가 심한 사람으로 명예 두목으로 치켜세워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로 한심한 일이었다는. 주변에서 조폭 두목이라 불러주고, 청와대나 경찰서를 언급하면 잘 먹혀들어가니 허세를 부리다 결국 공부하러 인생학교에 들어간 케이스란다.

 

  검찰변하여 폭탄주를 권유하는 문화는 없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 간혹 이상하게 연출되는 장면에 혹하지 마시길. 대한민국 법률상 검사나 수사관 혼자서 피의자를 조사할 순 없다. 영화처럼 무섭게 조사하는 검찰청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요즘은 피의자를 최대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단골손님보다 더 극진히 모셔야 한다는 표현이 우습긴 하지만 실로 그렇다고 한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수사관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줄지 정녕 모르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검찰개혁 이슈가 연일 화제다. 문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로 삼을 정도다. 지난 10월 검찰의 자체개혁안도 발표되었는데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한다든지, 범죄피의자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피의자 공개소환제도도 전면 폐지한다든지의 내용이다.

 

 요즘 공무원이 대세라 사명감으로든 취업목표로든 지원자가 많은 건 사실이란다. 계속 증원추세에 있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채용공고를 잘 들여다보고 지원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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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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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확 때려치우기로 했던 로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정리해 책을 냈다. 저자는 글속에서 자신을 대면하며 몇 번이나 펜을 내려놓고 싶었다지만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끝까지 써내려갈 수 있었단다. 무언가를 쓰는 이상 나는 이미 작가고 앞으로도 작가일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는 저자 김바롬님의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을 읽어보자.

 

  실명인지 필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름만 보고는 예뻐서 여자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사회복무요원을 끝내고 집을 나왔다는 말에 그제야 남자분임을 알았다. 나와 성별이 다른 이의 글은 좀 더 흥미롭다. 그는 서른이 되도록 최근까지 호주에 있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여유 없이 밥벌이를 전전했다고 한다. 청소, 공사판, 세차장, 공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미래 없이 사는 인생을 변명하고 회피하기 위해 뻔뻔하게 작가 지망생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치고 싶었단다. 나도 공시생이라는 제목 아래 학교를 진작에 졸업하고도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준비자로 분류되었다가 실업자로 변경된, 유령같은 존재로 지내왔었다.

 

  저자는 친구의 소개로 덕수궁에 일을 구했단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진행하는 일이었는데, 동료들은 원래 무슨 일을 하냐고 묻곤 했다. 적절한 변명거리인 작가지망생이라 둘러댔지만 동료들의 반응에 분노가 치밀만큼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어느 날 시장에게 보낼 투서를 저자에게 부탁하고 그 뒤 그들은 저자를 김작가라고 불렀다고 했다. 저자가 호주 시드니에 있었을 때 처음 구한 일은 타일을 붙이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의 오야가 난 타일 일 하는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 라고 했다지만 저자는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긴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임을 깨달았단다.

 

  저자는 내가 이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만 했던 실패들을 인정하고 때론 황홀할 지경인 글을 쓰는 것을 예찬했다. 난 작가의 필수요소가 본인이 겪은 경험에서 나오는 진실과 그것을 가공한 허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김바롬님은 글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좋다. 그것도 참 와 닿는 삶의 궤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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