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 - 1페이지로 보는 불멸의 베스트셀러 120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리즈
보도사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후쿠다 가즈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바쁜 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러다보니 고전을 차분히 읽을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 분명 지하철에서 출퇴근시간에 손에 책이 들려있음에도 휴대폰을 하기 일쑤거나 아주 가벼운 에세이 정도나 읽을까말까다. 고전은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난 분명히 고전이 시대가 지나도 인생의 가치를 논할 때 언급될 수 있는 소재이기에 꼭 읽어야한다는 필요성은 느끼는데 이번 서평책을 통해 아주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상식선의 고전탐색책을 접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책은 세계고전문학, 세계근현대문학, 정치경제와 비즈니스, 역사철학, 서양미술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하게 고전 전반을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매번 끝까지 읽기를 도전하다 포기하기 일쑤인 단테의 신곡이라든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그것이다. 책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읽기가 가능한 건 한 페이지정도의 짧은 분량에 그림과 함께 고전이 아주 일목요연하고도 쉽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란 고전을 소개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흑사병이 유행하던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당대의 이탈리아 사회를 생생하게 나타낸 희극. 이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해놓고, 시대적 배경과 무대를 박스에 순서대로 삽입, 일러스트를 그려 넣어 말풍선으로 친근하게 그 희극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흑사병의 위험을 피해 피렌체 외곽에 있는 산장으로 모인 남녀 10명이 열흘 동안 기지와 유머, 에로티시즘이 넘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여기의 말풍선은 맞아, 성직자들은 대개 음란한 편이지!”, “그럼 정력이 아주 좋은 수도사 이야기를...” 이 들어있었다.

 

  고전이라고 하기엔 최근 1990~2000년대 발간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랄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같은 책도 소개되었다. 이런 지침서들에 대한 책들에서 소개하는 사고 시스템이나 전문적인 용어도 수록되어 있어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인류의 지혜를 담은 세계의 명작을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초스피드 핵심 교양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제목만 들어도 골치 아픈(?) 숙제처럼 여겨진 고전들을 아주 재밌고 간단하게 독파할 수 있는 이 책을 고전 입문서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
김소연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신여성들의 이름을 대자면 나혜석, 윤심덕 정도다. 검색을 하면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영원한 신여성이라 나온다. 최초의 우리나라 여성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 또 얼마 전 이종석과 신혜선이 주연한 드라마 사의 찬미로 일부러 찾아본 윤심덕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이다. 김우진과 동반자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외에도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여성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된 장소는 크게 세 곳이었다. 학교, 교회, 직장. 왜 장소에 집중했는지는 저자의 직업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저자 김소연분은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과 젠더에 대한 글을 제안 받고 나서 불현 듯 미치거나 죽거나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왕이면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 친일 인명사전에 없는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실패가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할지언정 뜻대로 살며 자신을 잃지 않았던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난 김점동이 기억에 남았다. 로제타가 이화학당에서 영어 수준이 높은 학생을 선발해 의학 교육을 실시했는데, 보구여관에서 약을 제조하고 환자를 돌보는 실습을 시키며 생리학과 약리학을 가르쳤다. 여성에게 최초로 실시한 근대의학교실이랄까? 김점동은 세례명 에스더로 자신의 이름을 삼고 열일곱의 나이에 박여선과 기독교예식으로 결혼을 올린 후 박에스더가 되었다. 그녀는 로제타와 미국으로 가 뉴욕시 어린이병원에서 수간호사를 보조하며 의대 입시를 준비했고 19006, 의학사 학위를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가 되었다. 남편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듯. 홀로 귀국하여 평양의 여성 전용병원 광혜여원을 설립했고 매년 3천건이 넘는 진료를 하고 휴일없이 왕진을 다니고, 가정을 방문하며 복음을 전파했다. 전염병도 두려워하지 않고 환자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예수님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것처럼 헌신하였다.

 ​그녀 외에도 계속 자신의 길을 걸어 그 자신이 이름이 되기까지 살았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자문을 해본다.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13일의 심리 수업
마르니 퓨어맨 지음, 이현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자주 접속하는 온라인 카페엔 다양한 종류의 연애상담글이 올라온다. <남친 집에 인사드리고 난 후 남친의 태도 좀 봐주세요>, <24시간 카톡 안읽씹 하는 썸남 끝냈어요>, <남친 회사 여자 동료> 등의 제목으로. 뭐가 문제인지 댓글로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글쓴이는 점점 더 고민에 휩싸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13일의 심리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심리테라피책이다. 사랑과 애착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우리의 연애를 바로 세워주는. 저자 마르니 퓨어맨은 괴롭고 불만족스러운 연애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이 책에 담았다. 왜 연인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왜 좋은 사람을 거절하는지 등의 문제들을 연구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제시하며 설명한다. 상대에게 끌리는 자신의 심리를 제3자의 입장에서 명쾌하고도 객관적으로 분석해줌으로 나쁜 연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책이다. 독이 되는 상황은 애써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사랑을 찾지만 같은 데이트 패턴을 반복하는 사람에게도. 두루두루 의미있는 책이다. 함께 살펴보자.

 

  차례는 정말 특이하고 참신했다. 마치 탁상달력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1일째, 제목, 페이지가 달력 하루처럼 들어가 있었다. 이를테면 <수요일, 7일째, 좋은 이별을 위한 과정, 136p > 같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이별 직후에 대해 다룬 9일째 <이별의 아픔을 건너는 법>에서는 우리가 자꾸 반추하며 늪에 빠진 것처럼 이별이 일어난 이유를 모든 관점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부정적인 기운을 없애려면 다른 생각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이런 반추와 자멸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연애 끝에 오는 고통과 괴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세우자고 조언했다. 이어 나오는 치료방법들은 감정의 원리에 대한 심리학적 이론들에서 나왔는데 이른바 겟 스마트방법이다. 목표지향, 감정관리, 생각재구성, 자기위로, 마음챙김, 애착유형, 타인에게 손 내밀기, 변화된 행동을 앞글자만 따서 GET SMART 전략이다. 감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에게 볼모가 될 필요 없이 우린 스스로 훨씬 감정과 행동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란 믿음을 갖는다. 가장 행복해야할 감정들을 느껴야 할 순간에 원치 않는 기분을 느낀다면 이 책에서 지혜롭게 연애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지휘자 금난새님의 아버지 금수현님 또한 예술을 사랑했던 분이다. 1919, 아버지가 태어나신 지 딱 100년이 되는 올해,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자식들을 대표해 아버지와 함께 쓴 글들을 책으로 엮어 이 책이 출간되었다. 금수현님은 62년도에 칼럼을 연재하시고 이를 거리의 심리학이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 책 속에 실린 여러 글들을 추리고 금난새님의 글들을 추가해 이 책이 완성되었다.

 

  음악가 중에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많단다. 하이든이 그 중 한사람인데 놀람 교향곡의 탄생비화가 그것이다. 금난새님은 아버지를 떠올리면 하이든이 생각난단다. 주변을 깜짝 놀라게도 하시고 하이든보다 더 유쾌하게 살다 가신 분이었다고. 곧 다가오는 성탄절을 생각하면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집 앞 계단에 놓여져 있던 걸 기억한단다. 형제 다섯 순서에 따라 도,,,,솔 차례대로 다섯 개의 선물이 있어 둘째였던 금난새님은 레에 해당하는 두 번째 선물을 가져가곤 했다고. 센스 있는 아빠의 이벤트였던 것이다. 책 표지에 보니 자녀들의 한글 이름 짓기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81년도엔 외솔상을 받으시기도 했단다. 자녀는 금난새, 금내리, 금누리, 금노상 같은 이름이었다. 참신하고 예쁜 한글이다.

 

  목차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3장은 금수현님의 글이, 4장은 금난새님의 글이 실려 있었는데 각 장은 <거리에서 본 풍경>, <사람 속마음 들여다보기>, <생각이 보배다>, <인생은 음악과 같다> 라는 내용이었다. 소제목당 한 페이지 정도의 짧은 칼럼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읽혔다. 이를테면 <현모의 빛나는 보석>이라는 글은 로마시대 부인들이 모여 보석 자랑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정간 남편들이 훔쳐온 것들이지만 자랑하기 바빴다. 그 자리에 한 부인만 말이 없어 당신은 왜 아무것도 안 가졌소?” 라고 물으니 그녀가 나는 너무나 큰 다이아몬드가 둘이나 되어서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고. 보여 달라는 부인들의 성화에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부르며 이 아이들이 보석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현모로 이름난 로마 정치가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였다.

 

  곧 겨울방학 시즌이다. 금난새님은 서울예고 교장이 된 뒤 첫 방학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학 때는 지금까지 레슨 받던 선생님 말고 다른 선생님께 배우도록 하세요.” 다들 놀라는 표정. 아무리 훌륭한 대가도 한계는 있는 법이니 여러 스승을 찾아가 두루 배우면 좋은 뜻으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난새님도 독일에서 공부할 때 자신에게 지휘를 가르치던 교수님에게 이번 방학 땐 프랑스에 가서 피에르 데르보 선생님께 공부하고 올 예정이라고 이야기하니 , 그거 좋은 생각이군!” 라며 인정하고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더욱 지도교수인 라벤슈타인 선생님을 더 잘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다고. 다양한 배움을 위해 활짝 열린 마음이 멋져보였다.

 

  금난새님 하면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유난히 해맑은 웃음이 아마 아버지 금수현님을 닮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전부입니다
이성주 지음 / 동아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전부입니다

 

  마치 우리아빠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깨닫고 느꼈던 것들을 담담히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을수록 어른의 경험은 돈 주고 살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 법학을 전공하고, 금융맨의 삶을 살고 얼마 전 퇴직한 이성주분(저자)은 나와 아빠와 연결고리가 있다. 전자는 전공, 후자는 은퇴라는 연결고리. 나도 전공은 법이었지만 저자처럼 인문학 서적 속에 푹 파묻혀 지냈었다.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가진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우리 아빠는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셨다. 저자는 기업전문코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시고 우리 아빠는 그동안 공부해보고 싶던 분야인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계신다. 책은 먼저 삶을 살아간 분들의 궤적을 좇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거기에다 조언까지 들을 수 있어 겸허히 받아들이기에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직접 마주보고 대화하면 제일 좋겠지만. 인생 선배님들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은 꼭꼭 씹어 소화시키고 싶은 양식 그 이상의 것이라 생각한다.

 

  차례를 보니 금융맨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들과 그를 다듬어준 독서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으며,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탁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결혼 31년차인 인생선배로서 첫 주례를 맡은 제자에게 그는 연애가 멋진 산을 같이 바라보는 것이라면, 결혼은 그 산을 올라가는 것이라고 가벼운(?)조언을 해주었다고 했다. 나도 결혼했지만 이 한 줄의 말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멋들어진 산을 보는 것과 함께 올라가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스웨덴의 뇌 과학자 앤드류 스마트가 쓴 뇌의 배신을 읽고 멍 때리기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고 한다. 멍 때리기 대회도 있을 만큼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단다. 일 중독으로 번 아웃이 된 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며칠 전 나혼자산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박정민의 일상이 나왔는데, 하루의 대다수가 하릴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게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그는 폭발적인 에너지 소모의 순간들을 위해 일상은 소소하게 아주 단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나무늘보처럼.

 

  저자의 인생 2막은 치열했던 인생 1막보다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워보인다. 그가 후회했던, 또는 바라 마지않았던 인생경험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싶어졌다. 인생 후배로서 이 책의 활자들을 활자 그 이상의 것으로 교훈삼아 꼰대 아닌 어른의 이야기로 귀기울여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