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원받은 줄 알았습니다 - 셀프 구원인가, 진짜 구원인가?
박한수 지음 / 두란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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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원받은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고 제목 그대로 나도 착각했다. 위대한 사도, 바울도 날마다 자신을 쳐서 복종시켰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는? 바울의 신앙은 확실하나 긴장감이 감돌고 기쁨이 넘치나 두려움이 감도는 신앙이었다. 모태신앙이라고, 세례를 받았다고, 지금도 꾸준히 교회에 출석한다고 다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안전한 믿음은 하나님께서 늘 나를 붙으시지만 그럼에도 그분은 나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언제든지 믿음을 배반할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느꼈다. 구원받았다고 말하면서도 죄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은 구원받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예수님 때문에 삶이 바뀌어야 한다. 옛날처럼 성질 부리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지 못해야 한다. 구원받은 사람들, 즉 거듭난 사람들은 그 증거가 나타나게 되어있다.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첫 번째 증거다. 배려심 없고 이기적이고 비난하고 불평하고 원망하고 상처 주는 그 사람도 내가 용서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사랑하게 된다. 나의 노력과 의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힘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되어 있다. 내 삶에서 나는 죽고 예수님만 살아있게 된다. 그 구원의 감격으로 가장 감사드릴 수 있는 표현은 바로 예배이다. 그 예배당에서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이 종종 선포되고 있다. 잘못된 복음인 것이다. 내세에 있을 천국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현세에 있을 복에 초점을 맞춘다. 거짓 구원이다. 말세지말에 판을 치는 거짓선지자들을 구별하는 방법이 6가지로 소개되어 있다. 하나님의 공의와 진노는 빼고 사랑만 강조한다. 천국만 강조하고 지옥은 침묵한다. 죄의 심각성, 회개의 필요성, 성결한 생활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마지막으로 안일한 구원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앙인에 대해 어떤 교훈도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기 점검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죄에 대해 위로할 뿐이다. 나도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았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신앙생활을 오래한 사람,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 자기만족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이다.

 

  책은 각 챕터별로 마지막 장에 <솔직한 질문과 활발한 나눔>을 위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주로 질문형으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10:12)는 말씀의 의미를 설명해 봅시다. 당신이 넘어지기 쉬운 것은 무엇입니까? 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목사이신 저자는 목회 대상이 세상의 불신자라기보다 교회 안의 불신자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교회는 죄인들의 집합소이며 구원받은 줄 알고 교회 생활을 하는, 알곡이라 착각하는 가라지가 너무 많다. 나도 삶에 실재하는 구원의 열매를 맺으며 성화되는 과정을 평생토록 훈련하며 진행중인 구원을 놓치지 않고 주님께 붙들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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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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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님의 시집이 나왔다. 제목의 전제는 당신을 사랑하는 한, 포기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고 있는 한.’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다. 그 상처마저 꽃잎이라고 이야기하는 시인의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자.


  시집은 4장으로 이뤄졌다. 시 중간 중간 흑백의 사진을 끼워 넣은 채.

1_길이 되어 당신께로_속절없이 지더라도 행복했다 지극히 사랑했다는 것으로

2_그 소년은 어디 갔을까_그때의 나는 어디 가 있을까 그때의 푸른 꿈은 또 어디에

3_만나면 헤어지고_내 몸을 전부 태울 만큼 센 화력으로 그의 마음을 데웠는가?

4_여명_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시인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숲에 너무 깊이 빠졌다고 표현했다. 들어가긴 했는데 나올 길을 찾지 못했다고. 한평생 헤매 다닐 것만 같다고. 길이 나지 않은 숲을 서성이는 모습이 헨젤과 그레텔의 그들처럼 애처롭지만은 않은 까닭은 그 숲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리라. 혹여 길을 잃더라도 괜찮다고.

 

  2장에 수록된 시 나는 강도다에서는 이 시집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 단지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87세의 엄마에게, 잘 나간 한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늘 돈에 곤궁한 막내아들이 딱하고 아픈 손가락이다. ‘한평생 내어주고도 얼마나 더 내어주시렵니까라고 묻는 시인은 당신의 강도다.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시집 간 딸이 시집가기 전부터 입은 허리까지밖에 안 내려온 숏패딩을 여전히 입고 다니자 당장 홈쇼핑에서 159천 원짜리 퓨* 브랜드 롱패딩을 결제해버렸단다. 9개월 할부로. 난 시집가도 여전히 우리 엄마의 걱정만 안겨드리는 못난 딸이다. 사드리려면 내가 사드려야지 날강도가 따로 없다.

 

  3장에서는 화목난로가 가장 인상 깊었다.

너는, 네 몸을 전부 태울 만큼 센 화력으로

그의 마음을 데웠는가?

 

고작 장작 몇 개만으로

깔짝깔짝대기만 했던 것은 아닌가?

 

혹시나, 잠깐 불이나 쬐려고 다가온 그에게

너 혼자 그의 마음을 데우려고 애쓴 것은 아닌가?

 

  스쳐지나간 그들이 생각난다. 대학교 2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음악의 이해를 들었는데 그때 조별 발표를 같이 준비했던 공대3학년 오빠가 꽤 멋있었다. 섣불리 다가가 내 마음을 표현했던 게 아쉽다. 좀 더 지켜볼걸. 다가오길 기다릴걸. 충분히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가 먼저 내게 마음을 이야기했을지도 모르는데. 스물한 살 나의 뜨거움으로 그는 손을 데었다. 움찔 놀란 그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사랑과 이별만큼 흔한 소재도 없다지만 이것 빼면 인생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서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단골소재인가보다. 어느 사랑이야기, 이별이야기를 들어도 나에게 대입할 수 있는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정하님의 시집은 그래서 더 실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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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처음이지? - 예비아빠, 초보아빠를 위한 육아 필살기
하태욱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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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처음이지?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직접 쓴 육아필살기 에세이 <아빠 육아 처음이지?> 는 아들 시온이를 키우며 느낀 아빠로서의 감정을 정리한 일기이자 육아길잡이책이다. 그는 홀로 육아에 지친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며 대한민국의 육아 풍토가 변하기를 바랐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예전에 방영되었던 <아빠 어디가?> 라든지 요즘도 방영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에서는 연예인 아빠가 엄마 없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네 아빠들은 온전히 자신의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빠 육아에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호흡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아이에게 최고의 슈퍼맨이 되고 싶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저자 또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가화만사성을 위해 아내의 홀로 육아를 방치하지 않고 함께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남편이자 아빠다. 우리 집도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엄마인 내가 남편을 보는 시선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비교되지도 않을 만큼 내 눈은 하루 종일 아이를 좇고 있다. 걷기 시작하니 더욱 그랬다. 저자도 내 모습과 같은 아내의 행동이 조금 섭섭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엄마도, 아빠도 처음인 우리네는 모두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울증을 피해 조금씩 조금씩 육아베테랑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군생활보다 힘든 것이 육아라고 토로했다. 나도 나가서 일할래? 집에서 아이 볼래?”라고 물어본다면 일한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아이가 신생아일 때 밤부터 새벽 사이 분유를 먹였다고 했다. 2시간에 한 번씩 깨서 보채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낮에 수고하는 아내를 위해 자처한 일이었지만 그 피로감이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나도 우리 아이가 신생아때 새벽에 비몽사몽 분유를 타다가 물 온도를 잘 못 맞춰서(아마 40도보다 더 뜨겁게 탔던 것 같다.) 남편한테 한 소리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바로 아기전용 분유포트를 샀었다.) 아이가 커갈수록 육아에 대한 고충은 점점 신체, 정신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늘어갔다. 이제 자아가 생기기 시작해 무조건 떼쓰고 제멋대로 하니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친다. 정말 부모 모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가 전담하며 아빠는 도와준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니.

 

  아들바보로 살아가겠다는 저자는 처음 시온이를 만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이제 세 살이 되었는데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고 시온이로 인해 일희일비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몸이 부서져라 피곤에 쩔어도 그것을 상쇄하며 기쁨을 준다. 비교불가다.

 

  예비, 초보아빠 모두 마음 가볍게(?)읽어보길 권한다. 육아가 의무가 아니라 아이와의 시간을 아빠로서 누리는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다들 좋은 아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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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단함 - 세상.영화.책
오길영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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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단함

 

  책은 산문집인데 글을 읽어보면 평론 같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에세이에 대한 고찰이 와 닿아 감각적 글쓰기로 치부된 요즘 에세이와 달리 다시금 진지하게 사유를 실험하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에세이의 뿌리는 지성과 개념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더 나은 아름다운 삶을 위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는 걸 주된 목표로 삼아 쓴 글들이라고 소개했다. 김수영의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을 따서 책 제목을 아름다운 단단함으로 정했다고. . 이거 쉽지 않겠다 싶은 마음이 들며 다음 장을 넘겼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책은 세상, 영화, 책을 소재로 삼았다. 각각의 제재는 다르나 결국 더 좋은 삶을 찾기 위한 모색의 표현이다. 최근에 본 영화 기생충사바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먼저 읽어 보았다. 올해 북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외국어 영화로 등극한 영화 기생충’. 지금 북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시카 송을 들어보았는가? 극중 기정이 박사장네 초인종을 누르기 전 무표정한 얼굴로 독도는 우리땅에 맞춰 개사한 6초에 불과한 이 노래. 묘한 중독성이 있단다. 각설하고, 이 영화감독 봉준호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계급관계의 문제를 다뤄왔다. 설국열차, 마더 등등. 기생충에서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반지하층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들이 놓인 계급적 위치와 상징이 된다. 그들은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일자리를 위한 어느 정도의 거짓말, 사기행각, 기생충적 행동은 용납된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서 이러한 불편한 행동들이 다소 충격적으로 해소된다. 감독은 이들의 선량함이 명확한 계급적 구분 위에서만 작동하며, 그 착함의 근거가 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영화에서 또다르게 부각시킨 냄새는 거창한 이념의 충돌이 아니라 생활의 냄새로 이들 계급을 구분해 놓는다. 또한 영화 사바하는 곡성을 연상케 하는 오컬트 영화인데 악과 선의 경계에 관한 대사들이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이른 바 대의를 위해 자신과 남을 희생해도 되는가? 라는 질문이 이 영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은 종종 선의 외양을 하고 나타나는 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엄마의 자장가가 들리는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엄마-보살의 이미지는 언뜻 클리셰처럼 보이나 이 영화는 그 둘을 설득력 있게 결합시켰다.

 

  산문집에서 사용된 단어나 문장이 한번으로 넘길 수 없을 만큼 자세히 천천히 읽게 만들었다. 어렵기도 하고 빨리 읽으면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독자로서 내공이 상당히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다. 반면 아름답고 단단한 삶을 지향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 깊은 사유를 위한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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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게 되니, 머물 줄 알게 됐다 - 3주간의 디지털노마드 실험기
날으는돌고래 지음 / 델피누스(Delphinus)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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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게 되니 머물 줄 알게 됐다

 

 날.으는 돌고래(나는 돌고래가 표준어라 자동 변환되기에 부득이하게 .을 붙임)라는 필명을 가진 필자는 3주간의 디지털노마드를 실행했다. 디지털노마드?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뜻한다고 사전에 나와 있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 리가 1997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라는데. 각설하고, 우리 동네 별다방이나 할리*카페에도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업무를 보는지 서핑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요지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게 가장 큰 특징일 터. 휴양지에서도 노트북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니 쉬러 온 건지, 일하러 온 건지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쓰다보니 왜 디지털노마드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으로 써지는 거지?) 나도 사무실을 벗어나 훌쩍 어디론가 떠나 탁 트인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지털노마드 바라기(?).

 

  필자는 장소에 상관없이 비슷한 매일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지구 어디서든 내 집처럼 지낼 수 있다면, 우주의 먼지 같은 자신이 조금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프리랜서였고 적당한 때에 미련 없이 퇴사했다. 그녀가 마지막 퇴근길에 찍은 사진은 버스정류장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을 것 같다. 그때가 29, 2016년이었는데 그때의 소회는 이렇게 적었다. “마지막 퇴근길. 잠시였지만 인생을 걸어보고 싶을 만큼 좋아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돌아보진 않을 거다. 앞으로 딱히 회사 생활을 할 것 같진 않다. 애당초 안정적인 월급쟁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먹고살지는 차차 궁리해봐야 한다.”

 

  언어에 욕심이 많아 5개 국어를 통달하는 게 목표였던 그녀는 사실 목록에 없던 스페인어를 배우게 됐다. 마추픽추 있는 페루나 소금사막이 있는 볼리비아도 아닌, 사전 지식이 전무했던 에꽈돌에 가기 위해서!

 

  3주 동안 주로 해야 할 일은 책 한권 분량의 원고를 윤문하는 일, 그리고 외딴섬을 따라다니며 취재했던 프로젝트의 결과 보고서를 수필집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최소 6시간 이상은 집중해서 일할 것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그러니 에꽈돌은 놀러간게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에꽈돌에서의 패러글라이딩, 베네수엘라에서 생계를 위해 탈출을 감행한 햄버거 노점 사장님과의 만남, 역시 불경기로 베네수엘라에서 온 가족이 도망쳐 나왔는데 식구들은 뉴옥으로 이사가고, 본인만 남미 전역을 몇 년째 여행중이라는 다니엘과의 만남 등(진짜 노마드가 여기 있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집과 업무 공간은 분리하고 싶은데 카페를 돌아다니기는 귀찮아 워워크에 자리를 하나 얻었다고 했다. 돌아와 다시 입사를 결정한 이유는 몇가지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해보고 싶어서.

-실력있는 동료들이 선호하는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기술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배우고 싶어서.


 여전히 다니고 있는 이유는 떠날 수 없어 억지로 붙어있는게 아니라, 떠날 수 있지만 머물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디서든 비슷하게 살 수 있으려면 일상을 최대한 단조롭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일하고, 책읽고, 근력운동하고, 자전거타고, 스트레스 받으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는 곳. 이렇게 다섯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고 자부했다.

 

  또 다시 떠나고 싶어지게 되면 그땐 기여할 수 있는 게 없거나, 배울 수 있는게 없거나, 재미가 없거나 이 셋중 하나라도 계속 지속되는 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콰돌을 다녀온 그녀는 일탈이라는 여행보다 일상의 디지털노마드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새겼다.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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