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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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지나갈 때면 세가지 생각이 난다. 첫 번째는 6학년 겨울방학때 전국편지쓰기대회에서 우리학교 대표로 뽑혀 국회의사당에서 예절상을 수상한 것, 두 번째는 봄에 만발한 벚꽃을 구경하기 좋은 곳, 세 번째는 저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일을 하는 걸까?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라는 책을 집어들었을 때 의심의 눈초리로 글을 따라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프롤로그에도 이야기했듯이 매체를 통해 비치는 국회의원의 이미지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면을 반복하기보다 매체가 비추지 않는 평범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진심으로 사명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이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국회사무직 시험을 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관, 행정부 직원들의 일상도 궁금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또는 편견으로 바라본 국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보좌관이 하는 일은 입법안, 상임위의 회의자료를 담당하고, 정치적 사안에 관한 전략에 초점을 두며 기자, 지역 유지, 후원자 등 대외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돕고 의원실 전반을 총괄 책임지는 일을 한다. 여담인데, 얼마 전 티비에서 의원들이 의원실을 물리적으로 점거하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자꾸 잔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처럼 국회의원들이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저자는 첫장 본문부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 노는 줄 안다.’ 하지만 오히려 일 욕심 많은 국회의원을 만난 적이 더 많았단다.그래서 제목도 <지고는 못 사는 사람들 300명이 모여 있습니다> <부제:나태하면 도태되는 국회>일까. 국회의 모습은 마치 피라미드와 같아서 비례대표나 초선의원이 포진한 아래쪽은 넓고, 내선, 3선 등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진다. 고정적이지도 순차적이지도 않은 이 모습 속에 올라가지 못하면 추락하는 정글같은 모습을 보았다. 대표적인 기득권 기관이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선 또 이렇듯 치열하다.

 

  <보좌관의 국회의원 길들이기>라는 도발적인(?) 챕터가 눈에 띄었다. 유권자에게 선택받아 국회에 입성한 그들일 지라도 국회에 대해서는 대중과 똑같이 글이나 뉴스를 통해 접한다. 그리하여 초선의원같은 경우 초반엔 국회 경험이 있는 보좌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원 입장에서는 처음엔 긴장되겠으나 길게 본다면 기본 지식과 쟁점 파악은 보좌관의 도움을 받더라도 회의에 따라서는 즉각 발언하는 것을 연습할 필요도 있다. 보좌관이 수많은 회의마다 질의자료나 안건에 관한 현황과 쟁점자료를 챙겨준다면 그것이 없을 경우 아무 얘기도 못하는 정치인이 될 테니까.

 

  저자는 시민사회의 부재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국회가 자기 역할을 다하는 강한 의회로 만들고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필요하다고.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와 의지가 있어도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국회의원에게 문자를 폭탄처럼 보내도 경기에 불만이 가득한 광팬이 선수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그렇다면 축구 팬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 내려가야 하나? 아니다. 축구경기의 주인은 실제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축구협회다. 손님은 참석하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 참여는 경기를 운영하는 주인의 일이다. 따라서 정치인같은 국가 기관을 심부름꾼으로 부리려면 시민사회를 형성하여 자율적 운영체제 안에서 주인의식을 가지며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국회의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개인이 변해야한다고 생각했다가 시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영역을 확대해나가기 위해 개인이 변해야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국민의 불만인 국회의원의 과도한 기득권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기 기다리는 것보다 법과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시민 자율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게 좀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국회를 직접 경험한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강하고 능력 있는 개인들의 영역이 존재하기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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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야기를 원한다 - 하버드 스토리텔링 강의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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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 중에서도 우리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광고가 있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버드 스토리텔링 강의로서 이야기 자본에 대해 나누고 있다. 코카콜라는 시럽을 팔던 작은 공장에서 전 세계인이 아는 대기업으로 변모했다. 브랜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몇몇 똑똑한 기업에서 브랜드 스토리에 인간적인 느낌을 덧붙인 것을 발견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대표적이다. 넘쳐나는 정보화시대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단순한 스토리텔링 기법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그것은 말하기에 앞서 듣는 것이 포함된다.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들의 필요를 들어주는 것. 이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개인영역에서도 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이야기는 재화뿐 아니라 사람 자체를 선호하게 만든다. 저자는 기술과 금전이 아닌 이야기가 성공의 밑천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들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다양한 사례로 소개해주고 있으며, 개인과 기업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물건을 파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물건의 가치를 인식시켜야 하는데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활용하면 덜 강압적으로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다. 사람이 있는 곳엔 늘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서 눈에 띄려면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사회적 영향력과 이야기 자본의 영향력이 비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소재로 두고 있다. 사랑과 인생이 이야기의 본질이라서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초콜릿, 도브는 이 주제를 아주 잘 드러낸다. ‘더 이상 사랑을 놓치지 마세요.’라는 주제로 도브 초콜릿은 탄생했다. 레온과 바자 공주의 사랑을 다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또한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특이한 행동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중국 하이얼의 냉장고도 이런 방법으로 성공했다. 아직 중국에서 흔히 보급되지 않은 제품이라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던 이 냉장고는 설문결과 하이얼에서 생산한 뤼쉐냉장고에서 각종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정뤼민 회장은 이 문제의 냉장고를 전부 쇠망치를 들고 부수는 퍼포먼스를 시행했다. 이 사건은 기업이 품질을 가장 중시하며 품질에 매진하려는 결심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깨트리고 부순극단적인 방법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의지를 전달한 훌륭한 스토리텔링 전략이라 할 수 있었다.

 

  책은 마케팅 전문가 가오펑의 저서로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왜 이야기 자본인가?>, <훌륭한 이야기 자본의 특성들>, <이야기 자본과 전파> 그리고 <좋은 이야기의 무한한 힘>으로. 책을 읽을수록 이야기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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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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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은 정치가이자 법률가였다. 그가 쓴 수많은 책들 중에 유배 중에 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가 대표적이다. 그는 법과 관련된 직책으로 오늘날 법무부 차관보에 해당하는 형조참의라는 관직에 있었는데 여기서 올라오는 수많은 보고서를 직접 살피며 형법에 관한 나름의 식견과 안목을 키웠다. 흠흠신서에는 그러한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형법과 법 행정, 살인 사건 판례와 비평을 실은 저술서인 흠흠신서 중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조선의 사례를 담고 있는 상형추의, 전발무사의 사례를 선별하여 편역하였다. 사건 개요와 검시 보고서, 관찰사의 보고서, 형조의 보고서, 임금의 판결문, 다산의 견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산은 정조 임금의 지지를 받으며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으나 그의 개혁안은 정적들의 공격을 받아 현실에 쓰이지 못했다. 그가 정치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일은 조선 후기 역사에 있어 참 아쉬운 일이다. 정조와 함께 법과 인정을 모두 고려하여 판결을 내리고 싶었던 그의 열망을 이 책으로 살펴보자.

 

  강력범죄 수사의 모범 사례가 실렸다.

황해도에 사는 김천의가 길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석 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검시를 했는데도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미제 사건으로 그냥 매장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형조는 더 세밀하게 조사해보라는 명을 내렸고 네 번째 조사관이었던 서흥현감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는 김천의의 복부에 무언가 미세히 밟힌 자국을 발견했고 그것이 누군가의 발자국임을 알아냈다. 이런 흔적이 죽기 전에 생긴 것인지 죽고 나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앞선 세 차례의 조사가 너무 허술했음은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용의자를 수소문하면서 김몽세라는 원한관계의 인물을 찾아냈고 그를 추궁했다. 머슴이었던 김천의는 김몽세의 며느리와 불륜 관계에 있었다. 아들이 요절하자 며느리는 슬퍼하기는커녕 아낙들과 히죽대며 김몽세의 염장을 질러댔다. 그때 김천의는 며느리를 허물없이 대하자 그를 죽이려고 어느 날 밤 불러내어 밟아 죽이고 유기한 것이다.

 

  이 사건은 지연과 혈연으로 얽혀 저마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며 쉬쉬하고자 했던 사람들 때문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살해범과 유족 간 사적인 화해가 이뤄져 고발도 하지 않았으며, 유천복이라는 벼슬아치에게 청탁을 하여 관아에 보고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서흥 현감은 앞 선 세 차례의 조사를 뒤집고 제대로 수사하여 다산이 극구 칭찬한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흠흠신서에서 다산은 법률 지식은 물론이고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벼슬아치들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한 서흥현감에겐 아낌없는 칭찬을 하였다.

 

  서른여섯개의 범죄사건을 제시하며 다산이 살던 시대의 해결방법과 그의 의견을 첨부한 이 책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읽힌다. 지금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범죄사례들을 다산이 본다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싶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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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를 멈추고, 동행 - 삶의 자리에서 신앙의 자리로 나아가는 길
이장호 지음 / 두란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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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우리를 잘 아시는, 우리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단련하시는 도구일 뿐입니다." p.88

 


 요즘 번아웃을 느끼던 찰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앞만 보고 달리는 내 모습을 돌이켜 하나님과 동행함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정작 독수리 날개 같은 새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 의지하지 못하고 내 힘으로 살아보려 하니 넉다운이 되는 것은 당연사. 이장호 목사님이 쓰신 이 책을 그래서 더욱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키워드는 프롤로그에 나와 있다시피 당연히 동행이다. 그것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한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이신 그분은 우리에게 함께하신다는 언약을 주셨다. 그 약속을 붙들고 산다면 우리 삶의 이정표대로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_아담의 창조> 라는 유명한 명화가 삽입되어 있었다. 하나님은 천사들이 모든 구름을 타고 돌진하듯 아담을 향해있는데, 정작 아담은 뻣뻣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별 관심 없는 듯 한 표정이다. 여기서 우린 하나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람에게 다가오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결연한 의지. 우린 종종 하나님께 갈구하며 기도하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지만 사실 성경은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심으로 시작되었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숨었을 때, 인류를 구원하고자 예수님까지 보내셨을 때조차. 우린 그분과 동행하고자 하지만 이 그림의 아담과 같이 아무 기대도 의지도 없는 것은 아닌가? 우리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손을 뻗고 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자. 쓰러지고 무너져있는 이 순간에 더욱.

 

  자녀가 돌이 되었다. 우린 삼대가 함께 사는데 아버지가 된 남편에게 아직 어머님, 아버님 눈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모양이다. 이렇듯 우리가 아무리 성숙한 자녀라 해도 하나님 아버지에겐 우리가 귀한 자녀이며 품에 안고 결코 내려놓지 않으신다. 내가 마치 우리 아이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있듯이 말이다.

 

  인디언들은 황야를 질주하다 갑자기 말을 세워 멈춰 서곤 한단다.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 질주하는 성도의 삶에도 영혼을 위한 멈춤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그 멈춤은 바로 예배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언제나 참된 예배자를 찾고 계시며,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기뻐 받으신다. 그 예로 선지자 나단을 통해 하나님의 질책을 받은 다윗이 홀로 하나님 앞에 나와 엎드려 자복하고 회개했다. 그의 기도는 예배의 회복에 집중되어 있었고 다윗의 마음의 중심을 보신 하나님은 그를 용서해주셨다. 질주하느라 하나님 앞에 나아올 수 없었던 우리의 삶도 통회하는 심령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예배를 회복하고 그분의 임재하심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복음의 핵심에서 핵심으로 넘어가는 주제 선택과 예화들은 일상 가운데 흔들리고 갈등하는 많은 성도들의 마음을 냉수같이 시원하게 해주는 신앙생활 매뉴얼이자 일반인들을 위한 촌철산인 신앙 입문서라고 소개한 추천사가 눈에 띈다. 이 책을 주님의 첫사랑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동생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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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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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태어난 나라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을 것이다. 여기서 만난 일곱 명의 파블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었는데 주로 부유하거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환경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첫 번째 소개된 파블로는 칠레에 사는 여덟 살 꼬마였는데, 그의 아빠는 구리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 거뭇거뭇한 얼굴로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진 아빠의 모습을 보며 파블로는 아빠의 가슴에 손을 대고 세상에 중심에 닿는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 파블로는 에콰도르에 사는 아이였는데, 엄마가 아마존 밀림에서 열매를 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파블로는 군사정권의 압제를 피해 멕시코에 살고 있는데,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냉혹한 군인들과 무자비한 군홧발에 짓밟힌 집들이다. 네 번째 파블로는 가이아나에서 온 이민자 파블로였는데, 브롱크스의 단칸방에서 삼촌 부부와 12시간씩 번갈아가며 머물고 있었다. 그의 장래희망은 경찰. 시인이 왜냐고 물으니 경찰은 사람을 때려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섯 번째 파블로는 페루에 살고 있었는데 리마의 시장이었던 대부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매일 우유 한 컵씩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파블로는 레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에 살며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다. 마지막 파블로는 멕시코 출신이지만 미국 국경지대에서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가고 있다. 엄마의 결혼반지를 부적처럼 목에 걸고. 벌써 두 번이나 붙잡혔지만.

 

  그림은 목탄 같은 재료로 그려졌고 색깔은 최소화하여 어둡게 표현했다. 내용만큼 우울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주변에 있는 또 다른 파블로는 누구일까? 학교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소외받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물조차 깨끗하게 먹을 수 없어 피부병에 걸리기 다반사인 아프리카 태생의 아이들? 이 책에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권력의 나라들을 그렸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건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 그들 모두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있으니.

 

  이 책을 보니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달까? 세상에 수많은 파블로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내가, 나라가 무엇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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