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거꾸로 간다 - 마흔에 시작한 운동은 어떻게 행복이 되었나
이지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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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곧 삶이고 쓴만큼 움직이니 죽을 때까지 ‘몸과 글’ 도구를 저자와 같이 꽉 쥐고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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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거꾸로 간다 - 마흔에 시작한 운동은 어떻게 행복이 되었나
이지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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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거꾸로 간다

 

저자가 소 깨달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경험은 부익부빈익빈을 낳는다고. 마흔이 넘어 시작한 운동과 글쓰기, 독서, 운전 등은 그녀에게 첫 경험이었다. 이와 같은 일상은 신나서 굴리는 다람쥐 쳇바퀴였다고 회상한다. 보통 지루하고 재미없는 표현을 다람쥐 쳇바퀴라 하는데, 운동으로 찍은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은 고와졌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40대 워킹맘의 인생을 바꾼 운동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저자는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으로 온갖 병치레로 2-30대를 보냈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운동이 필라테스, 폴댄스, 플라잉 요가, 클라이밍, 줌바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건강이 곧 보험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난 6년간 몸과 뇌가 좋아하는 행동만 골라했다고. 거창한 건 아니란다. 일상 자체로 잘 움직이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 그리곤 매일을 기록하고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새 피부는 좋아졌고 숱하게 빠지던 머리카락은 줄어들었으며 구부정하던 몸이 일자로 쫙 펴졌다고 서술했다. 2023, 올해 딱 마흔이 된 나는 이 말에 눈이 반짝였다. 아직 늦지 않았겠지? 라는 희망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매일 앉아있는 업무라 사무실 책상 붙박이 자세가 화근인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3월이 되면 파도처럼 들이닥칠 업무에 잔뜩 긴장되어 몸이 움츠러든다. 20대에 갑상선에 이상이 왔고, 30대에 담석이 생겼다. 40대를 맞이하는 지금 솔직히 두렵다. 내 몸에 자신이 없다. 새 계절이 되어 옷장을 정리하는데 입을 옷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갈수록 체형이 옷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한바탕 입지 못할 옷을 버리면서 자괴감이 든다. <10년 전 옷은 그대로, 허리사이즈는 거꾸로>란 챕터에서 저자는 근력운동을 하면서 허리와 엉덩이 둘레가 작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목과 발목으로 출발해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는 몸의 반지름은 균형을 찾아갔다고. 이러한 몸이라면 굳이 헐렁한 옷에서 숨바꼭질한 이유가 없겠다. 옷장 속에 입기 편한 박스티만 남은 나로썬 부러울 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옷이란 날씬한 몸으로 입는게 아니라 근자감(근육자극감각)을 느끼는 수단이라고. 몸에서 유토피아를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 <몸 쓸 줄 알면 글도 쓴다>에서 글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근육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글 쓰는데 버팀목이 되는 근력운동, 글감을 내어주는 유산소운동 등 모든 움직임에서 칼로리가 빠져나가듯 글감이 몸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근육이 자극되면 글의 지속성과 창의성도 자극받으니 그럴 것이다. 글은 곧 삶이고 쓴만큼 움직이니 죽을 때까지 몸과 글도구를 저자와 같이 꽉 쥐고 걷고 싶다.

 

책은 온 몸이 골골대는 40대를 맞이한 나에게 신선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실천하고 싶다. 당장!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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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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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시기에 가장 냉정하게 돌아봐야 하는 결혼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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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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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생소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저자의 의도가 느껴져 감사했다. ‘왜 결혼했는가, 어떻게 이혼절차를 끌고가야 하는가라는 두 질문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글인 <결혼진술서>는 저자의 처절한 반성문이라고도 서술했다. 저자의 경험에 관한 성찰의 기록인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떤 갈등이 시작되었으며 어쩌다 파탄에 이르게 됐는지 제3자인 타인도 알아보도록 일목요연하게 써야 하는 설명문일 수도 있다. 마치 약 100여년 전 공개된 나혜석의 이혼고백장이 비슷하다면 비슷할까?

 

저자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결혼진술서를 쓰는 일보다 고통스러운 글쓰기는 없었다고 고백했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이혼예능(이를테면 결혼과 이혼사이, 우리 이혼했어요 등)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혼이 우리네 곁에 아주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문제라는 반증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정직하고도 이성적으로 써야 하는 곤혹스러운 글, 결혼진술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결혼생활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이혼을 겪고 나서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붙은 이 책을 펴냈다. 마치 한꺼번에 몰아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결혼진술서는 저자의 사생활이 드러날 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결혼진술서를 공개하며 작성 방법, 내용 등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무조건 이혼을 권유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결혼생활의 유지와 이별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울지 가늠해보고 비교해보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서 그들이 받을 상처와 아픔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거리두기로 자신을 바라보기를 시작으로 진술서를 쓰기 위한 기초훈련, 즉 문장력과 근육, 담력, 상상력 등의 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진술서 쓰기의 난점, 이혼재판의 오해들, 결혼이라는 현실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서술했다. 씁쓸하고 삭막한 기분도 지울 수 없다. 이 에세이를 통해 이혼 과정을 진행하게 되면 써야 하는 결혼진술서라는 존재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 문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헤어지려면 자신과 먼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알려주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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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걷는사람 시인선 79
최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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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일상의 언어로 먹먹한 삶의 슬픔을 그려낸 시인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병일 시인의 해설대로 마치 저공비행을 하며 마주친 삶의 얼굴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시인이 버린 다 쓴 비닐팩 물티슈 뭉치들을 하나둘 거두어 다시 개켜 놓는 엄마의 모습, 일회용 접시들을 씻어 서늘하게 말리고 있진 않는지 <그게 얼마나 한다고>라는 제목의 시를 읽는 순간 파리해진 손이 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허리 한 번 펴기 힘든 파출이모들에 대한 단상 또한 여느 흔한 주방의 아주머니들이 생각났다. 그릇들을 닦고 쟁이면서 ‘그냥 한번씩 버는 재미죠’ 라는 대답이 왠지 슬픔이 유쾌하게 오버랩되는 기분이 들었다.


시집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에서는 최명진 시인이 등단 후 오랫동안 공백을 거쳐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발간한 시의 언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배치된 <첫눈>은 아내 몰래 50만원을 드려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시인의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환각을 주의 깊게 포착해내고 있’다고 진단한 이병일 시인은 이 세상의 가장 한심한 것들이 시를 이루게 하는 힘임을 이야기하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에 흠뻑 취해볼 것을 독자에게 권했다.


난 시들 중에서도 <비빔밥>이라는 시가 가장 와닿았다. 화가 난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가 입안 가득 비빔밥을 밀어 넣으시고 목멘 입으로 뭐라고 뭐라고 하신다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일상에서 한번쯤은(혹은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진 않은지 자조했다.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걸까. 그 말을 비빔밥으로 집어 삼키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게 한 편의 비극같이 느껴진다. 


시를 통해 역시 시인의 시선은,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것을 지극한 마음에 담아 담백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드릴 만하다. 함께 시인이 부르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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