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작별 -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마주한 것들
김인숙 지음 / 지와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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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작별

 

 내가 처음 경험한 지인의 죽음은 마음속에 각인된 듯 충격적이었다함께 교회에 출석하던 후배였는데 섬유종으로 어린 나이부터 고생하다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작별하기 전에 병문안을 다녀왔었는데 통통하고 발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뼈만 앙상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슬픈 현실에 뒤돌아 눈물을 훔쳤었다작년에는 구독하던 블로거의 가족정확히 말하자면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다그녀의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해주어 일면식도 없었지만 친구같이가족같이 느껴졌다그런데 배우자가 암진단을 받고 하늘나라 가기까지 투병기를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타인의 죽음도 이렇게 가슴 아픈데 가족의 죽음이라면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어느 누구도 예외 없는 죽음의 시간이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오늘 읽은 책 <서툰 작별>은 저자가 삶에서 멀어지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보호자가 되어 함께 한 1년의 간병기록일기이다.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의 갈비뼈가 골절되었다새벽 어두컴컴한 병실에서 혼자 아찔했던 사고에 놀라고 당황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가슴을 도려내듯 아팠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낙상을 예방하려고 새벽까지 깨지 않기 위해 복용약을 조절하도록 권유받은 사실은 처음엔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요양원의 효율적 관리를 우선시한 의견이라 마음이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읽는 나도 답답하고 한숨이 새어나왔다어느 날은 방광에 소변이 차올라 심한 통증으로 아버지는 괴로워했다응급실에서 황급히 처치하는 순간 소변주머니로 혈뇨가 쏟아져나왔고 그날 겨우 잠들었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고성에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쳐다보는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고 회상한다섬망 증세였다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보호자들도 잠을 설쳤다며 불평을 쏟아냈고 한밤 중 소란에 대해 저자는 양해를 구하고 붕어 싸만코도 돌렸다.

 

 늘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는 누군가의 돌봄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간병인이 챙겨주지 못한 아침 약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급기야 간병인이 짐을 싸버렸다병상 옆 간이 병상에 우두커니 앉아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가라앉혔을 저자어깨가 들썩거리며 눈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내렸다는 문장에 슬펐다병든 육체에 갇힌 아버지의 영혼은 극도로 줄은 말수애잔한 눈빛가끔의 끄덕임으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있는 힘을 쥐어짜내 간병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다가도 수틀리면 순식간에 돌변해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는 아버지다급히 병원에서 전화가 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숨이 멎은 듯했다는 저자는 7등 병실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였고 의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해서 말했다거짓말 같던 사흘간의 장례식무채색의 시간들이라고 표현한 글이 애써 덤덤해지려고 발버둥치는 듯했다난 부모님의 임종을 지킬 수 있을까그렇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상실의 시간은 성장을 동반한다저자가 먼저 겪었던 깊은 슬픔을 애도하며 나도 언젠가 겪을 작별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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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줄리아 디노스 지음, E. B. 굿데일 그림, 한성희 옮김 / 키즈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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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307동 앞엔 303동이 있었다우리집 복도 창문에선 303동의 베란다가 보였었다. “? 303동은 이층집인가?” 그땐 앞 동 구조가 우리집이랑 달라 복층인 줄 알았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현관 입구벽이 계단식으로 인테리어 되어있어서 진짜 층계인 줄 알았던 거다일종의 계단모양 가벽이 있었던 것이렇게 이웃집을 마냥 부러워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풋 웃음이 난다.

 

 오늘 읽은 키즈엠 도서 <창문>은 해 질 무렵 집들마다 환히 켜있는 창문 불빛을 표지로 삼았다그림만 봐도 포근하다세상은 밤이 깊어갈수록 창문 속은 더욱 환해진다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하게 쉬는 이웃들의 모습에 덩달아 몸과 마음이 노곤해진다누군가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요리에 열중하기도 하고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기삿거리를 찾고 있거나 반려견과 놀기도 한다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도둑들을 속이기 위해 케빈이 커튼을 치고 불을 쳐서 인형으로 사람인 척 위장하며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연출을 했던 모습도 오버랩된다짙은 어둠 속에서 불켜진 집을 발견하는 건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젊은 시절 우리 아빠는 서울에 상경한 어느 날 밤 수많은 아파트에 켜있는 불빛을 보며 저 중에 내가 살 곳은 있을까?’ 생각했다고 하셨다치열했던 하루를 뒤로 하고 집에서 편하게 안식을 취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마을에 해가 지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듯 눈에 담아본다면 고요한 길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거나 막 땀을 훔치고 농구공을 드리블하며 흥겹게 집에 돌아오는 아이도 떠오른다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밝은 그 공간으로 어서 들어가고 싶어진다빨리 저녁먹으러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그 시절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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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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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

 

 여름이 왔다짙은 초록색으로 덮인 숲은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땀으로 축축해지기 시작한다’p.224 는 문장이 오늘 내가 느낀 기분과 딱 맞아떨어진다지난주에 아이와 둘이 안양천과 푸른수목원을 다녀왔다넓게 펼쳐진 연잎’p.8이 햇빛을 가려주는 양산같다개구리들은 진짜 연잎 아래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파란 물 속에 빨간 물고기 잉어 한 마리가 느릿느릿 풍경 속에 한 획을 긋고’p.216 있었다물감이 섞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엄마저기 꿀벌!” 아이가 꽃들 속에 파묻힌 꿀벌을 보며 손으로 가리킨다꽃송이마다 벌이 앉았다가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금세 날아오른다’p.220

 

 산책하면서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을 쓰고 그리며 하루의 행복을 찾는다는 작가 이고은님의 에세이는 마치 노랫말같기도 하고 시를 읊는 것 같기도 하다짤막한 글이지만 물 머금은 수채화와 함께 보니 내가 보던 풍경이 오버랩되어 기분이 나아진다한동안 걸어다니며 출퇴근길에 보았던 안양천의 모습이 떠오른다지금은 7월을 향해가지만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자연의 모습은 어김없이 때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낸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것 같은 민들레 홀씨를 보면 아이는 꼭 자기가 불겠다며 얼굴을 들이민다책에 쓰인 <민들레>도 수줍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바람이 불 때마다 멀리멀리 떠나가 버릴 듯이 흔들리다가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날아가 노오란 꽃을 피워 놓고서 서둘러 바람을 타고 다시 날아와 버렸네’ p.44 반면<우리 이제는 만나지 말자>에선 인적 없는 산책로에서 만난 커다란 뱀 한 마리를 상기하며 너를 미워할 이유도 피할 이유도 없지만 우리 이제는 만나지 말자’p.106 라는 문장에서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이젠 아무 감정도 없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은 그 누군가가.

 

 이고은 작가의 에세이는 산책이라는 행위를 통해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글로 담았다다리가 들썩인다어서 걷고싶어졌다나도 저자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까놓치지 않고스쳐지나가지 않고 내 눈에 담고 싶다평범한 일상도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색이 필요하다일단 오늘은 바람결에 흩날리는 빗방울부터 관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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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태교동화 - 소중한 우리 아이를 위한 첫 이야기책, 개정판
오선화 지음, 김은혜 그림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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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태교동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는 글밥에 내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더해서 아이와 대화하듯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곤 한다그래서 아이에겐 자연스럽게 입말체를 사용하게 되었다비단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오늘 본 책 <성경태교동화>도 태중에 있는 아기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하는데성경만 눈으로 읽는 것보다 성경을 동화형식으로 태담하듯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미 두 아이를 출산했지만 배 속에 있었을 때는 각각 사랑이와 기쁨이라는 태명으로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했었다임신 중에 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5, 2살 아이들에게도 잘 때 읽어주기에 참 좋을 것 같다책은 성경에 나오는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이야기한다대부분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창작한 이야기도 더러 있었다동화이기 때문이다이야기가 하나씩 끝날때마다 오늘의 기도’ 와 관련된 성경구절이 삽입되어 있다성경말씀은 필사할 수 있도록 따라쓰기’ 란이 마련되어 있었다또한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도 적혀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화자로써 도움이 되었다.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공과책을 달달 외워 공과공부 시간엔 책을 보지 않고 실감나게 성경을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난다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덤이다미리 성경을 공부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내가 더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성경태교동화도 내가 먼저 읽고 소화해서 아이들의 눈을 쳐다보며 대화하듯 말해주고 싶다.

 

 세상의 어떤 음악보다 달콤한 건 엄마의 목소리다사랑하는 아이에게 따뜻한 엄마의 음성으로 성경 속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분명 부모와 자녀간에 깊은 교감이 생기고 더불어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자라날 것이다바른 성품으로 자라나길 기도하며 매일 10분씩 한 챕터씩 성경동화를 들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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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디아’s 부르지 못한 이야기
버블디아 지음 / 너와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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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디아의 부르지 못한 이야기

 

 몇 년 전 영화 알라딘을 보고 OST를 찾아 듣던 적이 있었다그러다 디즈니 OST로 확대되었고유튜브에서 버블디아를 만났다그녀가 디즈니 OST를 메들리로 부르는 사랑스러운 모습에 눈과 귀를 빼앗겼다알라딘 실사판 곡 speechless를 커버하는 모습도 감동이었다그래서 이번 서평책 <버블디아의 부르지 못한 이야기>의 내용은 더욱 궁금했다버블디아의 자전적 에세이로 8년차 뮤직 크리에이터가 들려주는 노래와 일상은 호기심을 자극했다귀여운 외모에 숨겨진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 공감도 되었고 존경스러운 점도 많았다.

 

 에세이엔 그녀의 인터뷰 내용처럼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힘들어 지칠 때즐겁고 보람될 때 등등 지나온 시간들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언제나 웃는 얼굴을 해야 했지만 꾸역꾸역 눈물이 차올라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던 때가 있었단다노래를 불러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들이었던 그때슬픔도 사치였던 때가 있었다그녀에게는 엄마와 남동생아빠까지 식구들 모두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였다. 5년 간의 힘든 치료를 견뎌내고 완치 판정을 받은 엄마그 뒤엔 재발이라는 고난이 있었고병실을 배정받고 오히려 많은 것을 비워버린 넉넉함으로 느슨해져서 더 단단해보이고 흔들림 없던 엄마의 모습과는 달리 정작 흔들린 것은 자신이었다고 말했다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던 남동생까지 대장암이었다이 정도여서 다행이라는 말에 버블디아는 다행이라는 말이 그렇게 눈물 나도록 슬픈 말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고게다가 아버지는 폐암기가 차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던 그 때를 상기하며 슬픔은 사치라는 시린 느낌을 받았었다언제나 웃는 얼굴이라 에세이를 통해 처음 들은 이 이야기는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계획형 인간이라 말하는 버블디아의 일주일을 채우는 루틴은 이렇다월요일 발성연습(2타임), 커버곡 연습화요일 커버곡 녹음커버곡 영상 촬영 (중략일요일 편곡된 커버곡 연습까지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3번 라이브 방송 일정을 지키며일주일에 한 시간씩 성악과 피아노록 발라드 세 장르의 레슨을 빠지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습관화된 노력형 인간 버블디아의 모습이 존경스럽다그녀의 감사기도와 태도도 본받을 만하다자신의 꾸준한 도전정신에 감사하여 그 덕분에 우울할 틈 없이 엔도르핀이 생성됨에 또한 감사해한다가족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버블디아의 마음도 아프지 않아 감사하고.

 

 간절함을 실천하는 버블디아만의 방법이라든지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도 배울점이다노래를 잘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길 희망하는 버블디아는 노래가 사람의 마음과 삶을 어루만지는 강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수많은 유튜버가 있지만 버블디아는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만큼 그녀의 진심이 전달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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