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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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공감

 

  서울의 작은 의원에서 내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다섯 번째 해를 보내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를 책 속에서 만났다. 나와 같은 MBTI 유형인 인프피였다. 동질감을 느끼며 저자의 통찰을 배우고 싶었다. 정신과 의사를 비롯하여 상담을 업으로 하는 이들은 내담자의 고민을 듣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내담자와 마주 보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느낌을 촉매로 나름대로의 통찰을 이 책에 담아내었고 그 지혜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왔다.

 

  환절기라 그런지 옷을 입는 게 고민이 된다. 아침저녁으론 꽤 쌀쌀하고 한낮엔 더운게 꼭 내 마음같이 오락가락한다. 우울감에 젖은 사람은 전신 체온이 낮아진다고 한다. 인간이 감정에 따라 체온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니 신기했다. 몸이 따뜻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온도도 올라가는 법. 그래서 저자만의 우울 해소법도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몸을 데우는 것이라고 한다. 정신과 치료도 어쩌면 온도를 조절하는 것과 비슷할지 모른다고.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으로 괴로워하는 이가 세상의 온기를 빨아들여 마음의 온도를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니 말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려면 부부 사이에도 따뜻한 말은 필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모든 부부는 제각각 불행과 슬픔을 안고 산다. 이혼한 부부의 공통적인 특징은 비난과 멸시의 대화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부는 자신과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견뎌낼 줄 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있는 그대로 품고 갈 수 있어야 유지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부부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조언이리라.

 

  유익했던 내용 중 하나는 우울한 사람이 많이 쓰는 말은 라는 인칭대명사를 자주 쓴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집착할수록 우울감은 더 커지는 모양이다. 부정적 감정보다 일인칭 단수대명사의 사용빈도가 우울증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니 나를 비롯한 지인들의 언어 습관을 잘 관찰해보아야겠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면 관심의 범위가 나에서 가족과 친구, 사물과 공간, 미지의 대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나에게 쏠린 생각을 밖으로 확장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에게 모아진 생각을 흩뿌려 우울한 기분을 걷어내 보자.

 

  이렇듯 상담을 거듭하며 경험한 사람에 대한 사려깊은 모색과 제목과 같은 겸손한 공감은 내담자를 비롯한 나같은 독자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와 힘을 주었다.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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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 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담대하게
윤슬 지음 / 담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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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예전에 카피라이터 정철님의 책 <한글자>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한글자라 주로 명사였는데 이를테면 꽃, , , 화 등이었다. 그 중에서 사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문장이 있었다. 오늘 읽은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을 보니 정말 그랬다. 명사가 네모라면 동사는 동그라미가 아닐까? 충돌을 일으키기보다 끌어안기를 선호하는. 독립적이면서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모습, 동사의 진짜 매력은 거기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가 좋아하는 동사 중에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결혼하다오해하다였다. 전자는 내가 기혼자라서, 후자는 ?’ 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물론 결혼을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저 결혼 또는 비혼으로 빨리 결론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다짐 자체가 하나의 틀이기에. 하지만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느냐 묻는다면 자신의 대답은 결혼이라고 했다. 장밋빛이 아니라 결혼이 선사하는 애정과 배움에 대해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나 또한 결혼을 하고 나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다른 각도로 바뀌었다. 게다가 부모까지 되고 나니 더욱더. ‘의무만으로 가득 채워진나날들로 보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케이크를 받는, 발 마사지를 받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선물 같은 날이 찾아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니 지금의 힘듦을 견딜 수 있겠다. 혼자라도 괜찮지만 둘이라서 더 좋은 이유를 찾는 퍼즐 맞추기 같은 이 결혼생활을 평생 잘 유지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오해하다는 오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기술한 줄 알았다. 억울하고 수치심이 생길 수 있는 오해,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의 상상과 생각으로 내 노력과는 별개로 끝내 오해로 남은 것도 있다.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저절로 풀리는 오해도 있고 시간이 필요한 오해도 존재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 저자는 오해받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 좀 더 자발적인 문장을 품고 살아간다고. “언제든 오해받을 수 있다.” 이 문장이 오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노력과 결과를 분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밖에도 기록하다’, ‘퇴고하다등의 내 관심사인 글쓰기에 관한 동사도 눈여겨보았다. 동사는 살아있어 움직임이 있고 그래서 잠재력이 있다. 희망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동사는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자유자재로 갈 수 있어 길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내 앞에 펼쳐질 인생을 좋아하는 동사들로 가득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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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 육필서명 필자, 강인섭 김광균 김광협 김구용 김동리 김문수 김민부 김승옥 김영태 김종길 김태규 김현 김현승 마광수 문덕수 문익환 박남수 박두진 박목월 박성룡 박종구 박화목 박희진 서정주 석용원 송상옥 송수남 신봉승 오규원 이경남 이상보 이승훈 이청준 이탄 이해인 임인수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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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문단의 문객들과 나눈 박이도 시인의 사적 교우록을 엿볼 좋은 기회가 생겼다. 육필 서명본에 담은 시담이었다. 그분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도 꽤 있었다. 작품뿐만 아니라 저자와의 편지글, 쪽지글 등을 통해 작가분들의 친밀감이 더 느껴져 행복했다. 이미 작고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추모하는 느낌도 강하다. 박이도 시인과 이분들의 교제가 부럽다.

 

  나는 소설 화수분으로 유명한 전영택 작가의 호가 늘봄인 것과 그분이 목사님인 것도 부끄럽지만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찬송가 사철의 봄바람 불어 잇고어서 돌아오오를 지은 작사가시라니! 교회 반주를 10년 넘게 해왔는데도 이걸 몰랐다니 자괴감이 든다! 어쨌든 저자는 전영택 목사님을 처음 뵈었던 그 순간을 회상한다. 그가 남긴 찬송가에서 얻은 신앙적 경의와 그의 유족들과 이어져 오는 선의의 교제로 추모의 정이 각별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시로 등단하여 소설가로 대성하신 은사 황순원 소설가에 대해서도 나왔다. 언젠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을 모시고 한담을 나누다 한 학생이 현장에 없는 학우의 잘못을 얘기하자 정색하시며 내 앞에서 남을 흉보지 말라, 내 앞에선 남을 욕하지 말라고 훈계하셨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황순원 소설가의 사진을 보며 이 글을 읽으니 더욱 감정이 이입되었다. 이 밖에도 이해인 수녀, 박두진 시인, 문익환 목사님 등 박이도 시인과 서로 나누었던 교제를 친필 육필로 다시금 보니 이 책은 꼭 소장해 두고두고 간직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수록된 필자 48인이 박이도 시인의 인생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또한 황동규 시인을 비롯해 노래꾼 장사익님과 조병화 시인, 나태주 시인 등과 나눈 편지글도 수록되어 있어 오래간만에 나도 손편지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저마다의 인격과 문학적 발상, 개성적인 필체를 발견할 수 있어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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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닮은 흙 흙 시리즈
오성택 지음, 정양권 그림 / 선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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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닮은 흙

 

  창세기 2장엔 이런 말씀이 나온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우린 하나님이 흙으로 빚으신 창조물이다. 오늘 읽은 책의 주인공은 흙인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을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제목 하늘을 닮은 흙처럼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았다.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영광돌리는 자임을 다시금 깨달으며 아이들의 언어로 재해석한 이 동화책을 함께 읽어보자.

 

  빛나는 돌을 움켜쥐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어쩐지 허망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 하늘에서 커다란 손이 내려와 우리를 뒤집고 쟁기와 삽과 호미가 굳어있던 우리를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구멍난 하늘엔 빛나는 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따뜻한 빛이 비춘다. 그 사이를 올려다보니 흙은 농부를 발견했고 씨앗을 건네받는다. 그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과 바람, 비를 나눠주는 통로가 되어달라고 말한 농부는 하나님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씨앗과 한몸이 된 우리()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씨앗은 싹틔워 꽃이 되었고 농부는 보기에 심히 좋다고 기뻐했다. 그들이 움켜쥐었던 돌이 사라진 그 자리에 생명이 심겨졌다! 허무했던 땅엥서 온기 넘치는 생명 가득한 땅. 에덴동산이 연상될 만큼 아름다운 생명들은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흙의 존재이유는 농부인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다.

 

  신선했던 발견은 책의 페이지 대신 말씀 구절이 적혀있던 점이다. 그리고 미술관의 작품들을 보는 것처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제본형식도 하드커버 노출제본으로 책을 넘어서 그림액자로도 손색없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은이의 소개를 읽어보니 선한북스의 괴짜 대표(?)이며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여러 나라에서 디자인과 그림, 사진을 공부한 분이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 아이들의 언어로 전달하기를 고민하는 또 다른 저자 역시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분임을 느꼈다. 두 분의 바람대로 독자로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되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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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심리학수첩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우에키 리에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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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교양 입문서-30일 만에 배우는 심리학 수첩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심리학을 통해 그것을 배워나갈수록 관계가 조금씩 원활해짐을 느낀다. 몰랐으면 적용하지 못했을 텐데 아니까 오해도 풀리고 이해도 넓어진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진다면 일상의 업무 또한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이 책은 일본능률협회가 짓고 임상심리사 우에키 리에가 감수한, 심리학 교양 입문서이다. 프로이트, , 아들러와 같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한 심리학자와 그들의 실험 등 볼거리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다. 그 실험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테크닉도 가미되어 있어 구성면에서도 알차다. 삽화와 표, 어구 해설 등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져서 읽기도 편했다.

 

 종종 뉴스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도심에 도움이 필요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모두 방관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내용을 보도하곤 한다. 자신 이외의 방관자가 있을 경우는 자신도 행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현상을 밥 라테인과 존 달리는 방관자 효과라 명명했다.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정작 자신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 외에도 유명한 실험을 통해 배우는 심리학이 많이 보였다. 익명성이 만들어내는 공격성을 검증하고자 필립 짐바르도는 그룹을 나눠 실험했다. 익명성이 높은 그룹이 더 오랫동안 전기 충격을 가했고 나쁜 인상의 여성에게 더 오랫동안 전기충격을 가한 결과가 나왔다. 익명성으로 인해 책임이 분산된 상황이 되면 사람은 자기 규제 의식이 저하되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잔혹한 행동과 언동도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몰개성화 현상이라 부르는 이 결과는 또 다른 실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통해 개인의 성격보다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는 점에 더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30일 만에 배우는 심리학 수첩은 <자신의 의견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을 조성한다>, <사람의 겉모습은 9할이 사실이다> 등 흥미로운 제목을 필두로 지루하지 않게 심리학에 접근하고 있다. 궁금했던 실험의 결과를 보면서 인간의 심리와 본성, 환경에 따른 행동과 생각들이 보편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마음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학문인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면 이 책부터 입문서로 읽어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30일 만에 효육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한 주제당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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