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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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어느덧) 5권이란다. 제목은 <파운데이션과 지구>. 지난 파운데이션 시리즈 4 <파운데이션의 끝>을 이야기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4권부터는 3권이 출간되고 30년 후에 쓴 책이라고 했잖아. 30년 전의 1, 2, 3권들보다 한 권의 두께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도 했었지. 그런데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었어. 파운데이션 1, 2, 3권들은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갔었어. 한 권에서 수백 년을 다루기도 했었지. 그런데 4권에서부터 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을 다루고 있단다. 그것이 아마도 30년이 흐르고 나서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글 쓰는 스타일이 바뀌었거나 시대의 흐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파운데이션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지난 4권의 주인공 트레비스가 또 주인공으로 등장한단다. 4권에서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으려고 터미너스 행성을 떠났던 것 생각나니? 이번 5권에서도 그 이야기가 이어진단다. 5 <파운데이션과 지구>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한 마디로 요약을 하지면 트레비스의 지구 찾아 삼만리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다면 어떤 에피스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해줄게.

 

1.

4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끝이 났었지.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우주 제국의 기원이 된 지구를 찾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지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디로 목표를 향해 떠나야 할지 몰랐어. 4권에서도 트레비스와 함께 했던 페롤랫 교수와 페롤랫 교수의 애인이 된 가이아 인 블리스도 지구를 찾는데 동참하겠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블리스에서 가아아 행성에 있는 지구의 기록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어. 그런데 가이아 행성에는 기록 자체가 없다고 했어. 가이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 심지어 무생물 속의 기록이 있다면 그것까지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야말로 완벽한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가이아는 단순한 행성 이름이 아니고 거대한 기억 공유의 집단 지성을 뜻하기도 해. 그런데 그 가이아의 기억 속에도 지구는 없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4권에서 등장했던 콤포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콤포가 이야기하기를 콤포렐론 행성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는 일단 콤포렐론 행성으로 가기로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패롤랫과 블리스도 함께 갔단다. 콤포렐론 행성의 임시우주정거장에서 블리스의 신분이 확인이 안되어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었어. 트레비스는 담당자에게 계속 설득하여 간신히 입국 심사를 통과하였어. 하지만 그들이 행성에 착륙했을 때 그들을 기다린 것은 행성의 교통부 장관 리잘로라는 여자였어. 리잘로는 그들을 연행한 후 터미너스로부터 그들이 타고 온 파스타 호를 회항 조치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리잘로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들은 최신식 중력 우주선인 파스타 호를 탈취하려는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트래비스는 리잘로와 독대를 해서 협상과 설득과 리잘로가 원하는 것으로 줌으로써 타협을 보았단다. 지구 탐험을 마치고 나서 파스타 호를 콤포렐론에 주겠다고 약속을 한 거야. 그러자 이후부터는 리잘로는 협조적으로 바뀌고, 콤포렐론 행성에 있는 역사학자들도 소개시켜주고 그랬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도 지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어. 몇 가지 지구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었어. 방사능이 무척 많다. 태양으로부터 생물이 살만한 위치에 포진하고 있다. 보기 드문 큰 위성을 한 개 가지고 있다. 그 항성계에는 고리를 가진 행성이 있다. 이 정도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정보를 가지고 우주에서 지구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지 않을까 싶구나. 그리고 콤포렐론에서는 한 가지 정보를 더 얻었는데, 지구를 떠난 최초의 인간들이 정착했다고 하는 금지된 행성들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 일행은 콤포렐론을 떠나 금지된 행성을 향해 길을 떠났단다.

 

2.

첫 번째 금지된 행성이라고 부르는 오로라 행성에 도착했어. 그곳은 사람들이 없고, 동물들만 있었어. 트레비스는 탐사를 나섰다가 야생화된 개들의 공격으로 위기를 받기도 했어. 그리고 그곳에는 고장된 로봇들만 있었어. 두 번째 금지된 행성인 솔라리아에 도착을 했단다. 솔라리아에는 전인(全人)이라고 부르는 1200 여명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어. 전인은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어. 남자도 아니고 그리고 여자도 아닌 사람들이었어. 행성 전체에 1200 여 명 밖에 없고 대부분의 일은 로봇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어.

솔라리아에서 전인 중에 한 명인 밴더를 만나게 된단다. 그로부터 솔라리아에도 지구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밴더는 그들을 죽이려 하였고, 블리스가 정신력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힘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솔라리아의 전인들의 정신력이 약한 건지 아무튼 밴더가 그만 죽고 말았어. 이 일로 블리스가 죄책감을 느꼈지만 다 지나간 일. 그들은 머물고 있던 지하세계에서 도망치려고 하였는데, 울고 있던 밴더의 어린 아이 팰롬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 지상에서는 방위 로봇을 만났는데, 블리스가 이들을 제압하여 파스타 호에 타고 솔라리아를 탈출했단다. 팰롬을 데리고 온 것에 대해 트레비스는 몹시 불안해 했단다. 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런 육감이 있었어. 팰론은 솔라리아 나이로 14살 정도 된다고 했어.

다음 금지된 행성인 멜포메니아 행성에 도착을 했는데, 이곳은 공기가 거의 희박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어. 희박한 공기에서도 살 수 있는 이끼만이 행성을 덮고 있었어. 그래도 지구의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을까. 폐허가 된 옛 고대 도시를 찾아보았지만 이끼의 공격만 받아 위험에 빠졌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멜포메니아 행성을 떠났단다.

….

금지된 행성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어. 페롤랫이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 초기 인간들이 살고 있던 50개의 행성 좌표를 이용하면 대충 지구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아무래도 가까운 행성으로 가야 하니까 그 50개의 행성의 중심부에 지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어. 그렇게 찾은 행성이 알파라는 쌍성계와 베타 항성계였단다. 그들은 알파 행성에 도착했는데 대부분 바다여서 육지가 없다고 생각한 찰나 육지를 발견해서 착륙을 했단다.

그곳에서 히로코, 모놀리를 만나게 되는데 알파 사람들은 그들의 행성을 새로운 지구라고 불렀어. 그러면서 트레비스가 찾고 있는 지구에는 방사능이 많아서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 전에도 들었던 지구에 대한 일관적인 이야기였어. 트레비스는 이 말을 믿지 않았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구가 방사능으로 생물이 없다고 퍼뜨리고, 지구에 대한 자료를 없앴다고 생각했어. 트레비스 일행은 알파 행성에 머물면서 음악제에 참석하는 등 그들은 트레비스를 환대해 주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히로코가 찾아와서 트레비스와 팰롬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서 빨리 우주로 나가라고 했단다. 사실 그들은 외부의 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일부러 그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인데, 히로코가 트레비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려 준 것이야. 그 바이러스는 알파 행성의 환경에서만 살 수 있고, 우주에 가면 모두 죽는다고 얼른 우주로 떠나라고 했어. 그렇게 급하게 그들은 알파 행성을 떠났단다.

 

3.

트레비스는 다음 행선지로 카시오페아 근처의 작은 별로 향했단다. 단순히 육감을 가지고 간 것인데 그곳에서 드디어 지구를 발견하게 된단다.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돼. 지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아무런 생물체가 없었던 거야. 아빠는 사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아빠만의 가설을 갖고 있었단다. 지구에 도착을 했더니 소문과 달리 생물체도 있고 사람들도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원시 생활을 하고 있는 인류를 만나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주 전체에 인류를 퍼뜨린 인류는 아주 오래 전에 멸종되고 또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자정 능력을 가진 지구는 다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지구 환경을 만들게 된 것이지. 그리고 어떤 외계 행성에서 다시 인류가 지구로 불시착해서 살기 시작한 거야. 이것이 아빠의 가설이었는데, 보기 좋게 틀렸구나. 그런데 아빠의 가설도 나쁘지 않았지?^^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하자면, 지구에 아무 생물체도 살지 않고 있었는데 문득 커다란 위성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 가장 가까운 커다란 위성을 두고 우주 멀리로만 갔다는 것은 이상한 거야. 지구인들은 달의 지하 세계를 개발하여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달이 자연 행성이 아닌 인공 행성이라고 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는 한 술 더 떠서 달 지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했구나. 블리스는 지적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달 주변을 돌면서 블리스는 정신을 집중하여 확인한 결과 지적 존재를 확인했고, 달의 지하 통로를 발견하게 되어 그쪽으로 우주선의 방향을 틀었어. 달의 지하에서는 트레비스 일행을 환영해 주었단다.

사람과 거의 똑같지만 사람이 아닌 인공 로봇인 다닐 올리바가 그들을 환영해 주었어. 지구가 방사능의 위험에 빠지게 되자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사람은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했어. 그러나 그것은 역부족이어서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했어. 다닐 올리바가 만들어진 지 2만 년이 되어가자 그도 이제 죽어가고 있었어. 그러나 가이아가 계획하고 있는 갤럭시아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하지 위해서는 다닐의 뇌와 인간의 뇌를 결합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그가 트레비스 일행을 달로 오게 유도한 것이라고 했어.

트레비스가 육감으로 찾았다고 하는 지구와 달. 이것은 사실은 다닐 올리바가 그들이 이곳으로 오게 유도를 했다는 것이었어. 트레비스는 자신의 뇌를 다닐 올리바와 합치는 것을 거부하였어. 그래서 팰롬의 뇌와 결합하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트베리스가 지구를 찾아오게 한 것은 가이아의 우주 확장 버전인 갤럭시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던 거야. 이렇게 파운데이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끝이 났단다. 늘 이야기하지만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적은 부분도 있을 테니 이해 바란다. 이제 2권 남았구나. 올해 안에 해 주어야 할 텐데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책의 끝 문장: 자기 밑에서 침착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음울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팰롬, 양성체이자 변환 대뇌 능력을 지닌 색다른 존재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사회는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 않아요. 당신은 가이아로서 얘기하는데, 가이아는 자유로운 각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어요. 이성과 정의에 근거해 확립된 규칙이 사회와 시대가 변하면서 그 유용성이 사라졌는데도 관성적으로 존속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그 규칙이 무용하게 되었다거나 심지어 해롭게 변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규칙을 위반하는 것 자체가 정당할 뿐 아니라 유용할 수 있어요." - P117

"왜냐고요? 낭만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이 죄를 저질러 응징자에게 벌을 받았다고 추측하지요. 그러나 이들은 응징자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벌을 주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요. 이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어요. 오히려 모든 분야를 로봇에 의지함으로써 사회가 나약해지고 퇴폐적으로 되면서, 아주 따분해지거나 혹은 사람들이 살려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어 발전이 정체되다가 마침내는 사멸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지요.
두 번째로 파견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로봇 없이 살아가면서 은하계 전체를 개발했지만, 지구에는 방사능 오염이 심해지면서 점차 생물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질되어 갔지요. 첫 번째로 파견된 그룹에게 영향을 받은 이후 지구에도 로봇화가 추진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게 통설이지요."
- P195

"생각해 보세요. 생태학적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는 유인 행성은 한 군데도 없어요. 아마 지구에만 생태학적 균형이 이루어져 있었겠죠. 그곳에서 인류가 진화했다고 하니까. 그 전에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를 비롯해서 고급 문명을 발전시켜 주변 환경을 개발할 수 있는 어떤 지적 생물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것은 계속 변화하면서 자연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해요. 그러나 다른 유인 행성들은 인간들이 동식물체를 번식시키는 등 인위적으로 주변 환경을 조심스레 가꾸면서 지구처럼 만들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생태계는 그 자체로 불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어요. 인간들에게 필요한 생명체들만 퍼뜨렸을 테니까 그 종류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었겠죠." - P252

"로봇들은 우주인들이 사라진 이후로 인류의 역사에서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못했어. 가이아도 아주 최근까지는 마찬가지 처지였지. 로봇들은 피조물이고 가이아는 로봇들의 작품일세. 따라서 로봇들과 가이아가 그 로롯공학 3원칙에 얽매여 있는 한 그들은 인간의 의지에 복종할 수밖에 없어. 다닐이 기울여온 지난 2만 년 동안의 노력과 가이아의 오랜 발전에도 불구하고, 트레비스가 말한 한 마디 단어, 바로 ‘인간’은 그러한 노력과 발전에 종지부를 찍게 될 거야. 이는 결국 인간이야말로 우리 은하계에서 지성을 가진 유일한 유기체가 될 것이며 심리역사학도 계속 유효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네." - P671

초공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의 은하계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요. 내가 아는 한 우리는 어떠한 다른 은하계에도 가 본 적이 없고 다른 은하계의 지적인 생명체도 우리를 찾아온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만일 외계종이 침략해 올 경우, 그들은 우선 우리 인간들끼리 반복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소모적인 싸움에 익숙하잖아요. 침략자들이 우리가 서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모두를 지배하거나 파괴하겠지요. 그래서 유일하고도 진정한 방어는 반복과 시기를 없애고 침략자들에게 최대한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갤럭시아를 건설하는 것이죠 - P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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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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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탄핵이 가결되었구나. 아직 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놈의 업무가 정지되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헌법재판소에서는 빠르고도 올바른 판단을 하여 얼른 안정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아빠의 책읽기와 독서편지도 정상 궤도를 찾아야겠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마이클 핀클의 <예술 도둑>이라는 책으로 예술품 도둑에 관한 이야기란다. 예술품 도난 사건은 오늘 어제의 이야기는 아니란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도난 사건 이후 더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그 외에도 유명한 예술품들 중에는 도난당한 이력을 가진 작품들이 꽤 있어. 이 책에서도 이 책의 주인공이 훔친 것은 아니지만,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몇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너희들도 관심 있어 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뭉크의 <절규>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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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모나리자>를 훔친 도둑도 처음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8개월 동안 수리공으로 일했다. 1911 8월 어느 월요일 오전 7, 빈센초 페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복을 입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다. 대청소 때문에 박물관은 폐장했고 보안 요원도 대부분 쉬는 날이었다. 페루자는 특별히 중요한 몇몇 작품에 추가로 안전 장치를 설치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 덕분에 벽에 걸린 <모나리자>를 떼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나리자>를 들고 나선형으로 된 직원용 계단 아래에 있는 방으로 재빨리 숨어들어갔다. 그러고는 그림을 액자에서 분리한 뒤 백양목 화판(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무 화판에 그림을 그렸다)을 천으로 감싸서 밖으로 들도 나왔다. 페루자는 <모나리자> 말고 다른 작품은 훔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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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첫날 새벽, 두 명의 남자가 오슬로 국립 미술관 외벽에 사다리를 걸친 후 2층 창문을 깼다. 경보음이 울렸지만 보안요원은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꺼버렸다. 범인은 전선을 자르고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훔쳐 도주했다. 사다리와 가위는 그대로 두고 갔는데 노르웨이어로 보안이 엉망이라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도 함께 남겼다. 노르웨이에는 예술품 범죄 전담 수사팀이 없었지만 노르웨이 정부에서 영국 경찰 본부 소속 찰리 힐을 영입해 사건을 맡겼다.

힐은 말이 빠르고 입에 욕을 달고 살며 윤리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미술품 딜러로 위장했다. 그는 위장 첩보 작전이 연극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른 점은 한마디만 실수해도 머리에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힐은 작전 중에 도청 장치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총 맞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작전 중 쓰는 이름으로 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다. 3개월에 걸쳐 접촉한 끝에 노르웨이 도둑들은 의심을 거두었고 힐은 작품을 현금으로 구매하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피오르가 내려다보이는 한 외딴 오두막에서 <절규>를 회수했고 네 명의 공범은 노르웨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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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예술 도둑>은 그런 예술품 도둑 중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무려 300여 개가 넘는 작품을 훔쳤다고 하더구나.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란다. 1995년에 처음 훔쳤다고 하니 최근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 박물관의 경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안이 되는 줄 알았는데 300개가 넘는 예술품을 훔치는 동안 안 잡힐 수가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구나. 아님 그 도둑이 신기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그 도둑이 다른 예술품 도둑과 달리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신이 아름다운 작품을 갖고 싶어서 훔쳤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범행이 드러나는 데까지 오래 걸렸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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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브라이트비저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예술품을 훔쳤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미학을 논한 예술품 도둑은 없었다. 여러 언론사와 장시간 인터뷰를 할 때도 그는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죄를 감추려는 마음 따위 없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당시의 감정을 현재 시제를 사용해 즉각적으로, 그리고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히 묘사한다. 정확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말을 할 때도 있다. <아담과 이브>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때는 야구 모자와 가짜 안경을 쓰는 등 변장을 하고 현장으로 돌아가 나사를 뺀 방식과 작품을 감상하는 척할 때 취했던 자세 등을 재연하기도 했다. 다른 절도 사건도 비슷하게 재연했다. 그가 한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경철 보고서가 수백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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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적인 도둑의 이름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라는 사람이란다. , 그럼 그의 이야기를 해볼게.

 

1.

브라이트비저는 어렸을 때 몸이 유약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하더구나.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앤 캐서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대. 브라이트비저가 처음 훔친 것은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수발총이라는 것이었대. 처음 훔쳤을 때는 누군가 잡으러 올까 봐 엄청 떨렸다고 했어. 두 번째 절도부터 앤 캐서린과 함께 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계획까지 짜고 박물관에서 쇠뇌를 훔쳤어. 이것은 브라이트비저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어. 이 때가 1995년이었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절도를 하고 나서 자신을 체포하러 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 다음부터는 좀더 과감해졌단다.

숨겨 나오기 쉽지 않은 그림도 훔쳤어. 그렇다면 그들의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야. 절반은 들어갔다가 시도도 하지 않고 나오곤 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직업이 없는 백수로 엄마의 집의 다락방에서 지냈는데, 그들이 훔친 작품들을 다락방에 하나씩 모아두기 시작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도서관에서 예술품에 대해 공부를 하였고, 관련된 책도 모아서 자신이 있는 다락방에 미술에 관련된 책이 500권도 넘어서 미술도서관을 방불케 했단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의 도둑은 점점 횟수도 많아지면서 자신들을 스스로 합리화하기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라고도 이야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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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03)

이처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고 브라이트비저는 이야기한다. 인류가 기록을 시작한 초창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도굴꾼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역시 예루살렘에서 언약궤를 빼왔고 페르시아는 바빌로니아를,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또 로마는 그리스를 약탈했다. 반달족은 로마의 부를 탐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는 각각 잉카와 아스테카를 파괴하고 강탈하지 않았는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1648년 프라하에서 그림 1,000점을 빼앗아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하사했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다. 히틀러는 야심만만한 수채화가였으나 비엔나 미술아카데미에서 두 번이나 입학을 거절당했고 나중에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직접 박물관을 지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모두 모아놓고자 했다. 1759년 계몽 시대에 개관한 세계 최초의 국립 미술관인 영국 박물관은 어떠한가.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인 베닌 브론즈와 로제타석은 각각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에서 약탈했고 엘긴 마블스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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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거의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다락방에서 그들이 훔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했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작품을 들고 오다가 어머니가 보게 되면 모조품이라고 이야기하거나 벼룩시장에서 샀다고 둘러댔단다. 그의 집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있었는데 그가 갖고 싶은 예술품은 유럽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었단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 그들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예술품을 훔쳐왔단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만 그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어. 스위스의 예술 범죄 전문 경찰인 폰데이뮐의 예리한 눈에 그들이 들어온 적은 있었어. 폰데이뮐은 스위스 박물관에서 예술품이 사라진 날 보안카메라에 젊은 남녀가 한 쌍을 보았어. 그가 조사를 해보니 그 커플을 목격한 사람들이 꽤 되었어. 프랑스에서도 14개의 도난 사건을 의심하고 조사를 시작했어. 브라이트비저가 쉽게 잡히지 않은 이유가 일반 예술품 절도범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어. 일반 예술품 절도범은 불법 경로로 훔친 예술품을 판매하거나 박물관에 연락하여 돈을 요구하거나 지하시장에서 화폐 대용으로 예술품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브라이트비저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단다.

브라이트비저가 좋아하는 미술품은 16세기에서 17세기 북유럽 작품이었단다. 그는 현대 미술들은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좋아하지 않았단다. 아빠도 현대 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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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많은 도둑이 눈독 들이는 피카소의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 미술은 예술을 느끼기보다는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티치아노와 보티첼리 같은 르네상스 시대 슈퍼스타들의 작품 역시 훌륭하고 강렬하긴 하지만 브라이트비저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심지어 다빈치의 작품조차 그저 그렇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가들이 돈 많으 후원자에게 종속되어 그들이 원하는 작품 스타일과 구도, 색감을 구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이 위대한 화가들이 자신의 감각을 완전히 일깨우지 않고 재능에만 의지하는 바람에 작품을 망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재능을 좀 덜하더라도 감정적으로 깊이가 있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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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2년 넘게 한달에 세번 주말마다 절도를 해서 1997년에 이미 200여 점의 작품을 훔쳤어. 하지만 그들이 갖고 싶은 예술품은 끝이 없었단다.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지.

 

2.

스위스 루체른 박물관에서 훔치다가 처음으로 경비원에서 붙들려 경찰서까지 갔어. 브라이트비저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사과를 하며 용서를 빌었단다. 집행유예와 벌금, 그리고 스위스 입국 금지령으로 끝나고 풀려났단다. 이 때 폰데이뮐에게 연락을 했다면 좀 달라졌을 텐데해당 경찰서에서 초범으로 결론짓고 마무리를 했단다. 스위스에서 돌아와서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도둑 예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도 했어. 그리고 앤 캐서린은 이제 도둑질을 그만두자고 했단다.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경찰에 잡히고도 다시 풀려난 사실에 대해 더 용기가 생겼어. 앤 캐서린도 갈등을 했단다. 그래서 덜 훔치고 더 조심하기로 타협을 봤단다. 그러나 브라이트비저는 점점 훔치는 빈도가 늘어났고 앤 캐서린이 만류했지만 이젠 앤 캐서린의 말도 듣지 않았어.

얼마 전에 앤 캐서린이 그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중절수술을 했는데 그 사실을 브라이트비저가 알고 홧김에 앤 캐서린의 뺨을 때렸어. 앤 캐서린도 화가 나서 브라이트비저의 다락방에서 나와 자기 아파트로 갔단다. 그 일이 있고 네 달 동안 브라이트비저는 절도를 하지 않았고 앤 캐서린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해 달라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에게 앤 캐서린은 훔친 예술품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생각했거든.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를 용서하며 다시 같이 지냈지만 앤은 이제 절도에 끼지 않았어.

이젠 브라이트비저 혼자서 절도를 하게 되었는데 도벽증에 걸린 사람 같았어.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에게 도둑질을 하더라도 절대로 스위스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도박증세는 심해져서 그런 말도 들리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지문을 잔뜩 남긴 채 작품을 훔쳐 왔어. 앤 캐서린의 조언에 따라 그가 남긴 지문을 다시 지우러 갔다가 브라이트비저는 그만 경찰에 체포되었단다. 담당 경찰 마이어는 브라이트비저를 심문하는데 너무 침착한 것을 보고 이번 건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확대했단다.

그즈음 알자스 지방의 라인-론 운하에서 다량의 예술 작품들이 발견되어 경찰에 신고가 되었어. 경찰이 출동하여 작품들을 건져냈는데 675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단다. 마이어도 이 소식을 듣고 여기서 나온 사진들을 브라이트비저에게 보여주며 유도심문을 하였고, 브라이트비저는 결국 그 작품들을 자신이 훔친 것이라고 자백을 했단다. 그리고 훔친 작품들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다락방에 있다고 했어.

마이어는 프랑스 경찰에 연락하여 협조를 요청하고, 브라이트비저가 지낸 다락방을 찾아갔어. 그런데 그 많던 예술 작품들이 싹 사라지고 텅 비어 있었단다. 누군가 라인-론 운하에 갖다 버린 거야. 누가 그랬을까? 앤 캐서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하지만 라인-론 운하에 그림들은 없었는데 그 많은 그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이 커지면서 마이어는 앞서 이야기했던 예술품 절도 전담 형사인 폰데이뮐과 만났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대부분 죄를 자백하면서도 앤 캐서린은 죄가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예 자신의 절도 사실을 모른다고 했어. 그림의 행방을 위해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스텐겔을 소환했단다. 앤 캐서린도 소환했는데, 자신은 브라이트비저의 절도에 관여하지 않았고 다락방의 존재도 모른다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의 절도는 8년간 200여회 저지르면서 300여 점을 훔친 것으로 확인되었어.

 

3.

브라이트비저가 체포되던 날, 앤 캐서린은 혼자 돌아와서 스텐겔에게 브라이트비저의 체포 소식을 이야기하고 자신은 자기의 아파트로 돌아갔단다. 스텐겔은 곧바로 다락방으로 올라갔고, 깜짝 놀랐단다. 그 동안 아들의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여 다락방에는 오지 않았거든. 스텐겔은 아들이 나쁜 짓을 가끔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 스텐겔은 아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단다. 아들에게 가장 큰 벌은 이것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작품들을 없앤 것이 아니라 아들을 벌 주기 위해서 없애 버렸던 것이란다. 그래서 조각상 등은 운하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갖다 버렸고 그림들은 숲 속 공터로 가지고 가서 태워버렸다고만 이야기를 했어. 어느 숲에서 태웠는지는 끝내 이야기하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그림들의 가격은 모두 합쳐 약 1 4000억에서 2 7000억이라고 하는데 금액이 너무 커서 감도 잘 오지 않는구나. 어머니 스텐겔도 체포되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어. 어머니와 이혼하여 따로 살던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미안하다면서 브라이트비저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조사를 받을 때 초지일관 자신은 예술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했어. 절도범이 아니라 수집가라고 주장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에서 재판을 받고 결국 4년형에 벌금형 선고를 받았단다.

프랑스에서도 소란이 일어났어. 2005 1 6일 프랑스에서도 다시 재판을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는 4개월 형에 집행유예 8개월을 받았어. 앤 캐서린은 모든 협의를 부인했어. 브라이트비저와 함께 박물관에 가긴 했는데 인질이 된 기분이었고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로 인해 앤 캐서린은 징역 하루를 선고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프랑스에서 받은 재판에서는 2년형을 선고 받았어. 1년 뒤 브라이트비저는 모범수로 석방되었어. 하지만 앞으로 3년간 박물관과 전시회 입장 금지라는 법령을 받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아버지와 연락하면서 지냈고 어머니와 화해를 했어. 어머니에게 그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어머니는 답하지 않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출옥 후에 예술품 보안 컨설턴트 일도 계획했단다. 브라이트비저보다 이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 같구나. 스테파니라는 새로운 애인도 만났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대필작가를 통해 책도 쓰기 시작했단다. 이제 새 사람이 되어 과거의 죄를 반성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 날만 있을 줄 알았어. 아마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면세점에서 다시 절도를 하다가 다시 체포되었단다.

이 일에 크게 실망한 아버지는 브라이트비저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책도 실패로 끝나고 더 이상 취업도 되지 않았어. 한 번은 용서를 해주지만 두 번까지 용서하기는 쉽지 않았지. 어머니와 스테파니만 용서를 해주었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또 물건을 훔쳤고 이번에는 스테파니가 신고를 하여 다시 감옥에 가게 되었단다. 그의 절도 행각은 감옥을 들락날락하게 했단다. 이 책을 쓴 지은이 마이클 핀클이 브라이트비저와 인터뷰를 하는데 그 기간에도 브라이트비저는 계속 절도를 해서 경찰에 잡히고 재판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그는 가장 나쁜 버릇을 들인 것 같구나.

예술품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소유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삐뚤어진 방법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병이 된 것 같았어. 그런 면에서 브라이트비저는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것 같구나. 그런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가 진짜 그 그림들은 다 태워 버린 것인가?

 

PS,

책의 첫 문장: 사냥 준비가 끝났다.

책의 끝 문장: 브라이트비저는 4달러 짜리 안내 책자 한 권을 슬쩍 집어 들고는 유유히 문을 빠져나온다.



브라이트비저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 작품은 성적으로 자극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침대가 가까이에 있으면 좋다. 기둥이 네 개 달린 침대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파트너도 옆에 있다면 타이밍이 절묘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빼면 그는 방에 있는 작품 하나하나를 금지옥엽 보살핀다. 온도와 습도가 괜찮은지, 빛은 적절한지, 먼지가 많지는 않은지 세세히 살핀다. 그는 자신의 방이 박물관보다 작품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를 야만적인 다른 도둑들과 하나로 묶는 것은 잔인하고도 불공평한 처사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 도둑이 아닌 조금 색다른 방식의 예술 수집가로 여겨지기를 원한다. 그도 아니라면 예술 해방가라 불려도 좋다. - P37

브라이트비저가 내부 액자를 한번 잡아당겨 보니 벨크로 몇 개로 고정한 게 전부다. 벨크로를 뜯어내는 소리가 커다란 전시관에 울려 퍼졌지만 그림은 금세 느슨해졌다. 브라이트비저는 망설임 없이 액자채로 바지 안에 밀어 넣고 셔츠로 덮어 가린다. 바지 앞쪽이 툭 튀어나와 어색하지만 경비원이 이쪽을 쳐다본다 해도 브라이트비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제 재빠르게 몇 걸음만 걸어 타일 바닥을 지나면 마법처럼 바로 문이 나온다. - P139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브라이트비저가 작품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늘 주장해왔지만, 그뤼예르성의 섬세한 융단을 창문으로 던지고 침대 밑에 처박아두는 것은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은 어떠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벽에서 잡아채 급하게 액자에서 빼내고 차 트렁크에 실어 덜컹거리는 길을 이동한다. 보안 카메라를 등지고 훔쳤던 약제상 유화는 나무판 세 개가 결합되어 있는데, 다락에서 이미 화판 사이가 벌어지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 P197

어미는 다락으로 올라간다.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락을 직접 볼 마음의 준비가 된 건 아니다. 제정신인 사람이 모았다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공간. 다행히도 아들과는 달리 다락에 들어서자마자 색감에 취하거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나이만 먹었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애 같은 아들 덕에 인생을 망친 듯하다. 그녀는 방을 보며 ‘전부 훔친 물건이겠구나’ 생각한다. 장물을 은닉해주는 것 역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300개가 넘으니 시소도 300건 이상일 수 있다. 모욕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 결국 파멸할 것이다. 스텐겔은 다락에 있던 예술품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을 향한 화살"처럼 느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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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4-12-1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흥미진진한 얘기네요!
근데, 처벌도 참 관대했던 듯 느껴집니다.
훔친 물건을 수집가라고 항변했다니... 참나. -정신이상 문제로 판결이 난 것일까요.
하튼 재밌습니다.
 















(46-47)

한국김치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남한과 북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선정 심사를 위해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는 김치라는 무형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살려서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이 보고서에는 김치의 역사가 1,000년 정도라고 적혀 있었지만 기간은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원조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다. 이는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붙인 타이틀, ‘김장 : 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따지지 않았다. 선정위원회 측은 김치의 원조를 나누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류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지혜롭게 저장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었던 지혜를 김치에서 발견하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승자는 불명한 원조를 큰 소리로 주장하는 자가 아니었다. 세계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가치를 재발견해는 자가 승자였다.

 

(91)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해장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만큼해장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는 아예해장국이라는 음식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한국에서 해장국을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사회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회식을 한 다음날이면 으레 함께 술자리를 한 이들 중 한 명이오늘은 해장국이나 할까?” 하며 전날 멤버들을 다시 불러내어 합동으로 숙취 해소를 하기도 했다.

 

(163)

야생 늑대는 어떻게 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0년대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시베리아에서 사나운 은여우를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그는 일군의 은여우 중에서 비교적 온순한 여우들을 골라 교배를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20년 만에(6세대를 거친 후)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행동을 하고, 형태적으로도 꼬리가 위로 말리는 오늘날의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우를 키워냈다.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 질 수는 없다. 다만 길들여진 은여우의 호르몬은 야생의 은여우와 차이를 보였다. 벨랴예프의 연구로 늑대의 유전자에는 이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인간을 만나면서 발현되었음이 밝혀졌다.

 

(169)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숭배 대상이었다. 이집트 선왕조인 기원전 3700년경의 무덤에서는 고양이 뼈가 발견되었는데, 무덤에 묻히기 4~6주 전에 부러진 뼈를 치료받은 흔적이 있었다. 살아생전에 인간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뜻이다. 수많은 이집트인들의 무덤에서는 무덤 주인의 미라와 더불어 수많은 고양이 미라가 함께 발견되었다. 심지어 쥐 미라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고양이의 먹잇감인 쥐를 함께 묻은 것으로 그만큼 고양이를 극진히 대우했다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역시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숭배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사랑에 처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였다.

 

(231)

하지만 사정이 급변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결대 얼음이 녹아버리면서 알타이 지역 문화유산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황처럼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나 환경오염으로 해서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역사가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문화유산은 비단 발굴이 완료된 것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깊은 땅속에 매장되어 있어 언젠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말없이 사라지는 유물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줄 증거들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287)

미라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부패하기 쉬운 내장을 빼내고 피부는 탈수를 시켜서 보존 처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콧구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어 뇌 속을 긁어 뇌수를 빼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다음으로는 갈비뼈 밑에 구멍을 내서 장기를 빼내어 카노피라고 하는 별도의 단지에 넣는다. 단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 때 필요한 심장은 부적과 함께 제자리에 다시 넣어둔다. 그 다음에는 몸에서 수분과 지방 성분을 빼내는 탈수 작업을 거친다. 단순한 탈수가 아니라 몸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길고도 세심한 작업이다. 얼마 전 3,45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파피루스가 발견되었는데 35일간 건조를 하고 35일 간 군대를 감는 등 총 70일 뒤 소요된다고 했다. <창세기> 1장에도 이집트 정리가 된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죽자 40일간 미라를 만들고 70일동안 애도를 했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파피루스 속 기록과도 대략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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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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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책 읽기의 슬럼프가 왔나 싶었는데, 지난주에 정신병자의 정신 나간 내란 시도 때문에 더욱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구나. 도대체 2024년에 쿠데타를 시도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쿠데타를 시도하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느냐 말이야. 즉흥적인 비상계엄인줄 알았는데, 비상계엄 및 내란 실패 후 드러나는 것을 보니, 사전에 꽤 오랫동안 모의를 했던 것 같구나. 그럼에도 그의 생각에 공감을 하는 이가 소수이고, 상식적인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여 막아낼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아직도 지난주의 그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찔하구나. 그리고 그 정신병자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그것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 중에 있다는 것이 분노게이지를 자꾸 높이는구나.

그런 정신병자와 그 정신병자들에 동조하는 놈들 때문에 뉴스와 관련 동영상을 계속 보다가 책 읽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구나. 그러다 보니 독서 편지를 쓰는 것도 자꾸 미뤄지게 되었어. 오늘은 유튜브를 참고 너희들에게 책 한 권을 이야기해야겠구나. 오늘 너희들에게 소개해줄 책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북리뷰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빠가 책 리뷰를 모은 책들을 여럿 읽어봤지만, 이번에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가 최고인 듯싶었어.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품격 있는 글들, 때론 비판적이고, 때론 격조 있는 칭찬으로 하여금 책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들었단다.

본격적인 책 리뷰를 하기 전에, 서문을 대신하여 적은 글은 그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글들이 실려 있단다. 책에 대한 예찬이라 할 수 있는 그 글은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오늘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인해 책의 위기가 왔다고 하는데, 100년 전에도 츠바이크는 기술 중심의 시대가 되면서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를 했더구나. 100년 전에도 굳건히 살아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처럼 책은 또 다른 형태로 사랑을 받으며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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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

사람들은 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는 기술 중심의 시대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축음기, 영사기, 라디오가 보다 세련되고 편리한 말과 생각의 전달 수단이 되어 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책의 문화사적 임무는 이제 곡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단순하고 편협한 시각인지! 화학도 책만큼 확산성이 있으며 세계를 떨게 만드는 폭발물을 발견하지는 못했고, 인쇄된 작은 종이 묶음의 항구성을 이기는 그 어떤 강철판이나 철시멘트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전기로 켜지는 불빛이 아직 얇은 책 한 권으로부터 퍼져 나와 깨달음을 주는 빛만큼 우리를 비추어 주지는 못했고,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전류가 하는 어떠한 일도 인쇄된 언어가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 채우는 것에는 비할 것이 못 된다. 시대를 초월해 불멸하고 불변하는 것인 동시에 가장 보잘것없고 변하기 쉬운 틀에 담긴 고도로 압축된 힘인 책은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기술 또한 책으로부터 배워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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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전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던 사람인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한 글도 있어 놀랍더구나. 학교가 동화를 망쳐 놓았다고 비판하는 글이 그랬어. 츠바이크는 어른이 되어 우연히 동화를 다시 읽고, 동화의 진정한 마법을 깨달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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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학교가 그렇게 망쳐 놓았다. 독서의 동기는 늘 자기 세계의 경계를 넘으려는, 낯선 것 안에서 길을 잃으려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책 속의 비유에서 자신을 되찾으려는 충동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낯설고 멀고 예외적인 동화 속에서 스스로를 꼬드겨 도망쳤으며, 어디에도 자신을 비추어 보지 않았다. 더 이상 동화가 삶을 상기시키지 않고, 오히려 삶이 동화를 우리에게 멀어지게 한다. 동화는 우리 감정을 진지하게 움켜쥐지 않고 그러 쓰다듬는다. 그것도 아주 가벼이. 내면의 시선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자유롭게 하고, 부담 지우지 않으면서 매혹하는 동화는 연기를 매지 않는 불꽃이다. 일상적이고 지극히 통상적인 삶의 놀라운 힘이 동화에는 들어 있다. 꽉 짜인 시간의 법칙은 동화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고, 끝없는 우연 속에서 일반적인 규칙은 다 사라진다. 이 의미심장한 속의 무의미함이 바로 동화의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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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리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 보니 츠바이크가 살았던 한 세기 전에 발표한 책들에 대한 리뷰가 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는 고전들의 리뷰도 실려 있단다. 프로이트가 70세에 쓴 <문명 속의 불만>과 토마스 만의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라는 책은 당대에 출간된 책처럼 보였는데, 아빠는 처음 들어본 제목이란다.

그리고 <천일야화>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어. 당시 동양의 문학 특히 고전이 유럽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시기에 <천일야화>를 읽은 츠바이크가 많이 놀랬던 것 같더구나. <천일야화>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소개하고 해당 내용도 극찬을 했단다. 그가 이렇게 극찬을 하는 것을 보니, 아빠도 <천일야화>를 완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천일야화>가 여러 권으로 분권되어 출간되는데

아빠는 1권만 읽었었거든.. 그 이후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6권짜리 전집을 사긴 했는데, 언젠가 읽겠지 하고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구나. 츠바이크가 <천일야화>에 대해서 극찬한 일부를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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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5)

동방의 이름 없는 이가 쓴 이 비극 안에 펼쳐지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다. <천일야화>에 숨겨진 드라마와 비슷한 수준의 훌륭함은 역시 아돌프 겔버가 대담하게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거의 음악적으로 가장 깊은 절망으로부터 그 어떤 구속도 없는 완전함 유쾌함으로 옮겨 간다. <템페스트>에서와 같이 사람 마음속의 모든 요소의 영혼의 파도가 그 안에서 샅샅이 파헤쳐지고, 헤집어졌던 것은 귀향길의 은빛 수면처럼 다시 잔잔히 잦아든다. 동화의 모든 가벼움과 전설의 다채로움이 그 안에서 반짝이고, 이 요동치는 극 안으로 피의 드라마가 단단히 엮여 든다. 권력을 다투는 성별 간의 극심한 전쟁, 정절을 맹세케하려는 남자의 투쟁과 사랑을 향한 여자의 투쟁. 아무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가, 우리를 익명의 위대함에 눈뜨게 한 이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작품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빚은 잊을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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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여 오늘날도 고전으로 널리 읽히는 책 중에 장 자크 루소의 <에밀>과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소개해 주었어. <에밀>은 교육에 관한 책이고, 예전에 아빠가 어디선가 추천을 받아서 사 두긴 했는데, 엄청난 두께에 읽을 엄두가 나질 않는구나. 루소라고 하면 철학자이기 때문에 <에밀>도 사상서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츠바이크가 이야기하길 루소의 사상서, 그러니까 <사회계약론>이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등은 시대가 지나면서 생명력이 사라졌지만, 그가 쓴 예술서 <고백론>, <에밀>, <신 엘로이즈>는 계속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했어. 문득 소설이라고 하여 <에밀>을 읽어볼까 생각했지만, 아직 좀더 생각 좀 해봐야겠구나. 그런데 츠바이크도 <에밀>이 너무 길다면서, 요약본만 읽어도 충분하다면서 위안을 주는구나.^^ 이 책에서는 <에밀>에 대한 평도 있었지만, 장 자크 루소의 이야기한 부분을 너희들에게 발췌해 주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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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04)

장 자크 루소에게 세계의 변혁은 언제나 옳다. 사회질서가 뒤죽박죽이 될 때마다 그 사회와 관련하여 깊이 묻혀 있던 문제들이 표면으로 올라온다. 한 시대가 국가와 인간의 가장 기저에 있는 토대를 건드리고, 전통을 무너뜨리고 규칙을 흔들 때마다 나는 전령이 되고 충고자가 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항상 시간의 흐름이 무관한 곳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권의 영원한 변호인으로, 어떤 사회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고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의 증인으로 그는 서 있다. 루소는 항상 맨 처음부터, 그리고 외부에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힘은 마치 지렛대처럼 대상에 바깥쪽에서 작용하며, 어느 한 시기에 갇혀 있지 않고 영속하는 인류 안에 있다. 그는 자기 세대와 그 자신이 속한 국가질서에만 다양한 혁명가가 아니며, 그보다는 공동체에 맞서는 개인 인격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자유를 쟁취하려 투쟁하는 인류를 영원히 수호하는 수호자 같은 인물이었다. 혁명은 그를 인권의 아버지로 내세웠고, 국민의회에서의 연설은 그의 이름을 불멸하는 것으로 새겼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무정부주의를 탄생시킨 사상가인 그의 시신을 판테온에서 끄집어내 갈기갈기 찢어 남은 것조차 바람에 흩어버렸다. 하지만 세계의 변혁의 바람이 불 때마다 그의 말과 정신은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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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바이크가 평전도 많이 썼는데, 그 중에 발자크에 대한 평전도 꽤 유명하단다. 아빠도 읽어보려고 사 두긴 했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단다. 오늘은 우연히 사 두고 읽지 않은 책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구나. 아빠의 게으름을 탓해야지. 오늘 읽은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에서도 발자크의 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단다. 당시에 10권 짜리 시리즈가 출간했었나 봐. 그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발자크의 작품은 한두 권으로 출간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전집으로 엮어서 출간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야 그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있다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발자크에 대해 상당히 좋게 이야기를 했단다.

그 밖에 스탕탈의 문학, 릴케의 시, 타고르의 시, 괴테의 시 등에 이야기하고 어느 소녀의 평범한 일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단다.

책이 얇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꽉 찬 내용이었어. 책 리뷰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라고 하는 듯한 글들. 츠바이크의 책은 계속 찾아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얼른 정신병자를 자리에서 끌어내야 책읽기 슬럼프에서 벗어날 텐데

 

PS,

책의 첫 문장: 지상의 모든 운동은 근본적으로 인간 정신의 두 가지 발명에 그 근거를 둔다.

책의 끝 문장: 괴테의 시는 그런 운명의 형태를 그저 자기 인생 뒤로 흐르는 배경음악 정도로 여긴 것이 아니라 교향곡처럼 웅장하게 그의 온 존재를 감싸 안는 것으로 여겼으며, 그것은 이 지상에서 다시는 없을 인간의 가슴속에 인간 음악이 되어 흐르고, 불멸하는 예술이 부리는 마법이 되어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현재적인 것으로 남았다.


오늘날 우리 정신세계의 모든 혹은 거의 모든 지성적 활동은 책에 기초하고 있으며, 물질의 상부에 있는 문화라고 불리는 그 무엇은 책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삶에서 영혼을 확장하고 세계를 건설하는 이러한 책의 힘에 대해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매우 드문 순간에만 자각할 뿐이다. 새롭고 놀라운 것의 존재에 매번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다르게 책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된 까닭이다. 마치 우리가 호흡할 때마다 산소를 들이마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공급으로 혈액이 비밀스러운 화학작용을 해서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는 눈으로 끊임없이 영적 재료를 받아들이지만 그것으로 우리 정신이 새 힘을 얻거나 혹은 지치거나 한다는 사실은 의식하지 못한다. - P12

우리가 문학작품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하면 동화는 끝도 없이 쉬워 보이지만 실은 비밀로 가득하고, 무질서한 것 같지만 실은 무의식중에 거대한 법칙을 따른다. 연구자나 학계는 동화의 비밀을 푸는 데, 동화와 민속학과의 관계 혹은 사라진 종교나 신화적이고 에로틱한 상징과의 관련성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서 있다.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지만, 동화는 우리의 시간에서 아주 멀리로부터, 모든 것이 은밀하고 신앙적 놀라움 정도가 사람이 느끼는 가장 활기찬 감정이었던 아득한 옛날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같이 보이는 이 소소한 이야기들은 수 세기 전부터 수많은 세대를 거쳐 시간 속을 거닐어 왔고, 그 하나하나가 가장 오래된 숲의 가장 오래된 나무보다도 나이가 많다. - P35

우리와 옛 동화 사이에 시끄러운 도시가 끼어들고, 오래된 숲을 소란스레 관통하는 철도가 요정과 동물의 목소리를, 그들의 다정한 대화를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자연 그 자체와 마찬가지인 동화가 때때로 약간은 꾸며 낸 이야기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대도시 한가운데 문을 굳게 닫아건 방 안에서 읽을 때, 동화는 아주 단순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낯설고 특이하게 느껴진다. 숲속으로, 산 위로 던지는 시선이 먼저 자연을, 그리고 동화를 다시 완전히 순수하고 진실한 것으로 돌려놓는다. 자연이 있는 곳에서는 늘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동화 자체의 신비로움이 무모한 공상도 무용한 것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되어 주는 까닭이다. - P43

그러나 이 책은 사실 교육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은 어린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인간을 다룬다. 인간의 시작 단계만 이야기하지 않고, 모든 문제의 시작(그러니깐 그 뿌리)을 이야기한다. 이는 곧 각 개인이 세계와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아이가 부모 혹은 교육자와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한 국가에서 성장한 시민이 국가와 관계를 맺는 것, 그 국가의 제정법이나 관습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의 비유다 이 작품의 정수인 <사부아 사제>에서는 그것이 인간과 그가 믿는 신 사이의 관계로 나타난다. 그의 신과의 관계로 말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은 루소가 최초로 부여한 자유로울 권리를 갖는다. 자신의 신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 P110

그럼 혹시 선생님은 - 아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 쿠르츠 말러나 헤르더 주더만, 오토 에른스트의 경우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 경우도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 작가들도 대중을 위해 쓰는 건 마찬가지니까. 단지 대중에게 정신적 차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고상한 목표에서 쓰기보다, 소통을 목적으로 삶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대중이 보기 원하는 대로만 표현하는 면이 있지. 이 작가들도 - 물론 그것도 그들의 의지가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실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지만 - 자신의 낙관주의에 기반해 쓴다기보다는 군중의 것에 기반해 쓰는 것일 거야. 그들은 대중과 함께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네. 그리고 이런 공통점이 그들을 부정해봐야 소용없도록 만들어 있지.
- P129

여덟 살 아이의 서툰 손으로 조부모의 생일카드에 그리듯 써넣은 글이 괴테 인생의 첫 시였다. 마지막 시는 여든두 살의 노쇠한 손으로 죽기 겨우 몇 백 시간 전쯤에 써 내려간 것이었다. 그렇게 길고 긴 인생 동안 시작의 변치 않은 후광은 이 지칠 줄 모르는 인물을 늘 비추었다. 이 유일무이한 시인이 언어로 기적 같은 자기 재능을 조명하고 뒷받침하지 않은 해가 없었을 것이고 어느 해에는 그러지 않은 날이 어느 달에는 그러지 않은 날이 없었을 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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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혁명 - 질병 없는 몸을 위한 5단계 독소 해방
닥터 라이블리(최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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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제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유튜브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건강 콘텐츠에 눈에 가게 되더구나. 한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운동 좀 할까 하고 시작하면 이내 탈이 나서 한 동안 또 운동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때는 우울해지기도 해. 예전에 건강 검진을 할 때 자신이 건강 상태를 물어보는 문항에 거리낌 없이 건강한 편이라고 답변을 했는데, 최근에는 그 답변을 하기에 망설이게 되더구나. 큰 병은 없지만,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고 아픈 곳이 생기면 잘 안 낫고

몸이 아픈 것의 주 원인은 염증이라고 하고, 그 염증은 우리가 먹는 것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서는 우선 먹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아빠가 작년에 읽은 정세연 님의 <염증 해방>도 그런 취지의 내용을 담은 책이었단다. 하지만 바꿔야 할 먹거리는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먹거리들이 많단다. 안 좋은 식단이 몸을 망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놓치기 쉽지 않더구나. 작년에 읽은 정세연 님의 <염증 해방>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닥터 라이블리라는 분이 쓰신 <해독 혁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구나. 마치 아래 글을 읽을 때는 혼나는 기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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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5)

세상 뭐 별거 있니.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면 되지라는 메시지가 첫술을 뜨게 만들고, 그 첫술이 뿜어내는 도파민이 우리를 중독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음식 중독을 악화시키는 엄청난 요인이 늘상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바로 현대인의 고질병, ‘스트레스와 바쁨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래를 준비하고 생각하는 고차원의 뇌, 전전두엽의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본능에 충실한 뇌 영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나에게 도파민을 가져와!’라고 명령한다. 이런 뇌의 작용 앞에서 활기찬 내일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의지는 맥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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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책은 바로 닥터 라이블리 님의 <해독 혁명>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도 또한 읽기 전에 실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책을 들었단다. 닥터 라이블리는 필명이자 SNS에서 활동할 때 사용하는 이름인 것 같고, 본명은 최지영이라는 분으로 의사이지만 기술경영학 석사도 수료를 했대. 최지영 님의 아버지께서 파킨슨 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우리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방법을 연구하셨대. 자신의 연구 결과를 SNS에서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실천하고 좋아졌다고 하는 경험 수기가 책의 앞 부분에 실려 있더구나. 아빠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지은이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실천한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지은이는 디톡스 시스템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우리 몸의 외부와 내부에서 생긴 독소를 해독하여 배출하는 인체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야기한단다. 이 디톡스 시스템이 잘 갖춰야 하는데 안 좋은 식단은 장 건강을 망치는데, 그것은 너희들처럼 자라는 청소년들이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너희들도 잘 먹어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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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은우의 이야기는 우리 몸의 디톡스 시스템이 마비되면 생기는 일을 한번에 보여준다. 안 좋은 식습관이 을 얼마나 고단하게 하는지, 장의 변화가 아이의 컨디션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장 건강이 악화되어 변비가 생기면, 우리 몸속 디톡스 시스템의 출구가 마비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독소들이 몸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되고, 빠져나가지 못한 독소들로 인해 온몸의 세포들에 매연이 많아진다. 매연이 많아지면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세포 중 하나가 면역세포뇌세포이다. 그래서 장 건강이 나빠졌을 때 은우가 감기에 자주 걸리고 멍해진 것이다. 아이들은 아직 한참 발달 중이기 때문에, 성인보다 독소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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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시스템을 바로 잡는데 중요한 음식은 울트라 그린이라고도 하는 십자화과 채소들이라고 하는구나. 십자화과 채소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4장의 잎이 십자 모양을 이루는 채소를 십자화과 채소라고 한대. 대표적인 십자화과 채소는 배추, 브로콜리, 청경채, 콜리플라워 등이 있다는구나. 이것을 생으로 먹기는 어려우므로 스무디로 해서 먹는 것을 제안하는데, 이 책의 뒤편에 스무디 레시피가 실려 있단다.

아무래도 초보자들에게 이 음식들이 맛이 없다 보니 다른 것들과 함께 조합하여 연두 스무디, 그린 스무디, 고소 스무디 등 다양한 조합의 레시피를 소개해 주었어.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말이야. 이런 십자화과 채소의 스무디를 꾸준히 먹는다면 피부가 되살아나서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장 해독에 도움이 되어 변비 치료가 되고, 면역세포와 뇌세포도 살아나고 호르몬이 해독되어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되어 생리통도 줄어들고 간 수치가 좋아진다고 하는구나. 만병통치약처럼 들리는구나.

십자화과 채소가 독소를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디톡스 시스템을 원활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디톡스 시스템은 1단계 위, 2단계 장, 3단계 간, 4단계 담즙, 5단계 세포 디톡스, 5단계로 설명하였단다. 위에서는 위산이 충분해야 하고, 장에서는 장운동과 건강한 장내세균들이 있어야 한대. 간에서는 지용성 물질을 수용성 물질 비슷하게 만드는데 비타민, 특히 비타민 B와 단백질이 필요하고, 담즙은 간에서 해독한 물질을 장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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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20)

디톡스를 할 때 물을 충분히 드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독소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독소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독소 배출 길 중에 조금 더 흔히 막히는 길이 있다. 바로 을 통하는 길이다. 수용성 독소들이 나가는 소변 길은 신장이 아주 나쁜 사람이거나, 결석이 생기는 환자 외에는 막히는 경우가 잘 없는 반면, 장은 그렇지가 않다. 간에서 장으로 가는 통로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간에서 해독한 물질을 장으로 이동시키는 물질인 담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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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디톡스는 우리 몸은 결국 세포들의 총합이기 때문에 세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건강한 세포를 위해서는 활성산소를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미토콘드리아 이야기도 해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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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우리 몸이 분업화를 통해 이룩한 세포들의 총합임을 배웠다. 가장 작은 생명의 단위인 세포에서 인간의 몸에 이르기까지, 산소와 영양분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생명의 법칙을 따르며 산다. 모든 생명의 에너지 발전소가 바로 세포마다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에너지 공장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발생되는 부산물, 즉 활성산소라 불리는 매연이 나온다. 이 활성산소라는 매연은 단백질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발생시키는 근간이 된다. 여기서 세포 디톡스의 목표를 세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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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5단계 디톡스 시스템에서 설명을 했지만 결국에는 십자화과 채소들을 먹는 것이 핵심이란다.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관리라고 생각한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리 맛있는 것, 아무리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소화불량을 유발하게 되거든. 그뿐만 아니라 염증도 스트레스에 의해 생겨나니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단다.

너희들도 아빠 닮아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 같은데, 그것이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테레스 받지 않는 마음 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인드 트레이닝이나 명상을 같이 해볼까? 그것도 실천이 어렵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평생 앓던 생리통이 사라졌어요.”

책의 끝 문장: 또한, 이 책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는 여정에 함께할 모든 분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이 ‘생리통’이 사라졌다는 공통적인 후기를 전해줄 수 있었을까. 생리통의 발생 기전은 아직 완벽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원인으로 생각되는 물질이 있다. 바로 ‘포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이하 PG)이라는 염증 물질이다. 생리를 할 때 PG는 자궁과 자궁의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PG가 너무 많을 경우 자궁벽과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하고, 자궁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이 바로 생리통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PG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물질이 존재한다. 바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르겐이다. 그렇다면 생리통을 줄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하다. 첫 번째, PG가 생성되는 것을 줄이고, 두 번째, 에스트로겐이 높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P55

현재 장에는 간의 해동 과정을 통해 수용성 물질이 붙은 상태의 독소가 담즙과 함께 흘러와 도착한 상태다. 이때 장이 존재하고 있던 장내세균은 처음으로 이 독소들과 만나게 되는데, 장내세균 중 일부는 아주 기막힌 효소를 가지고 있다. 간이 열심히 해독해서 붙여둔 수용성 물질을 똑 떼어버릴 수 있는 효소다.
이 효소를 가진 균이 많아지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장내세균들이 분비한 이 효소들은 독소들을 해독 전 상태로 되돌려버린다. 해독 전으로 돌아간 독소들은 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앞서 말한 담즙의 재활용 통로를 통해 다시 간으로 돌아간다. 실컷 변비까지 해결해서 독소들이 나갈 길까기 다 뚫어놨는데, 장내세균이라는 복병이 독소를 우리 몸으로 되돌려보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 P137

하지만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 수준만큼이나 다른 유전자를 타고난다. ‘어떤 사람은 평생 콜라와 햄버거를 먹어도 90세까지 건강하게 잘만 살더라’, ‘어떤 사람은 곱창을 한 끼에 10kg씩 먹어도 49kg의 날씬한 몸을 유지하더라’라는 특이한 케이스들을 보고 나면 합리화하고 싶은 대한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먹는 정도는 그에 비하면 약과지’ 하며 배달 음식을 시키고, ‘에이, 뭐 꼭 오래 살아야 하나, 적당히 즐겁게 살다 죽으면 도지’ 하면서 오늘의 나에게 한없이 관대해진다.
이 마음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나에게도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마음들이다. 우리는 내일의 안녕보다 오늘의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고 귀찮음을 물리치고, 내 몸을 위한 양치질인 디톡스를 시작하려면 이 엄청난 합리화의 유혹을 떨쳐내는 게 필수적이다.
- P237

또한 건강한 삶이란 ‘모’ 아니면 ‘도’라는 흑백 논리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과정을 인지하길 꼭 부탁드린다. "이건 먹으면 안 되나요?", "이건 이래서 나쁘다는데,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밀가루, 유제품, 설탕, 튀김, 가공식품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평생 이걸 안 먹고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를 때 수육과 돈가스 중에 수육을 고르는 것 정도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앞에서 가능하면 육류는 목초육을 선택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돼지고기를 살 때 독소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지방을 적게 섭취하도록 삼겹살보다 목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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