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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탄핵이 가결되었구나. 아직 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놈의 업무가 정지되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헌법재판소에서는 빠르고도 올바른 판단을 하여 얼른 안정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아빠의 책읽기와 독서편지도 정상 궤도를 찾아야겠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마이클 핀클의 <예술 도둑>이라는 책으로 예술품 도둑에 관한 이야기란다. 예술품 도난 사건은 오늘 어제의 이야기는 아니란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도난 사건 이후 더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그 외에도 유명한 예술품들 중에는 도난당한 이력을 가진 작품들이 꽤 있어. 이 책에서도 이 책의 주인공이 훔친 것은 아니지만,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몇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너희들도 관심 있어 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뭉크의 <절규>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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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모나리자>를 훔친 도둑도 처음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8개월 동안 수리공으로
일했다. 1911년 8월 어느 월요일 오전 7시, 빈센초 페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복을 입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다. 대청소 때문에 박물관은 폐장했고 보안 요원도 대부분 쉬는 날이었다. 페루자는 특별히 중요한 몇몇 작품에 추가로 안전 장치를 설치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 덕분에 벽에 걸린 <모나리자>를 떼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나리자>를 들고 나선형으로 된 직원용 계단 아래에 있는
방으로 재빨리 숨어들어갔다. 그러고는 그림을 액자에서 분리한 뒤 백양목 화판(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무 화판에 그림을 그렸다)을 천으로 감싸서 밖으로
들도 나왔다. 페루자는 <모나리자> 말고 다른 작품은 훔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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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첫날 새벽, 두
명의 남자가 오슬로 국립 미술관 외벽에 사다리를 걸친 후 2층 창문을 깼다. 경보음이 울렸지만 보안요원은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꺼버렸다. 범인은
전선을 자르고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훔쳐
도주했다. 사다리와 가위는 그대로 두고 갔는데 노르웨이어로 “보안이
엉망이라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도 함께 남겼다. 노르웨이에는
예술품 범죄 전담 수사팀이 없었지만 노르웨이 정부에서 영국 경찰 본부 소속 찰리 힐을 영입해 사건을 맡겼다.
힐은 말이 빠르고 입에 욕을 달고 살며 윤리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미술품 딜러로 위장했다. 그는
위장 첩보 작전이 연극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른 점은 한마디만 실수해도 머리에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힐은 작전 중에 도청 장치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총 맞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작전 중 쓰는 이름으로 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다. 3개월에 걸쳐 접촉한 끝에 노르웨이 도둑들은 의심을 거두었고 힐은 작품을 현금으로 구매하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피오르가 내려다보이는 한 외딴 오두막에서 <절규>를 회수했고 네 명의 공범은 노르웨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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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야기할 <예술 도둑>은 그런 예술품 도둑 중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무려 300여 개가 넘는 작품을 훔쳤다고 하더구나.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란다. 1995년에 처음 훔쳤다고 하니 최근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 박물관의 경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안이 되는 줄 알았는데 300개가 넘는 예술품을 훔치는 동안 안 잡힐 수가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구나.
아님 그 도둑이 신기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 도둑이 다른 예술품 도둑과 달리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신이 아름다운 작품을 갖고 싶어서 훔쳤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범행이 드러나는 데까지 오래 걸렸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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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브라이트비저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예술품을 훔쳤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미학을 논한 예술품 도둑은 없었다. 여러 언론사와 장시간
인터뷰를 할 때도 그는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죄를 감추려는 마음 따위 없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당시의 감정을 현재 시제를 사용해 즉각적으로, 그리고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히 묘사한다. 정확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말을 할 때도 있다. <아담과 이브>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때는 야구 모자와 가짜 안경을 쓰는 등 변장을 하고 현장으로 돌아가 나사를
뺀 방식과 작품을 감상하는 척할 때 취했던 자세 등을 재연하기도 했다. 다른 절도 사건도 비슷하게 재연했다. 그가 한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경철 보고서가 수백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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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적인 도둑의 이름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라는 사람이란다. 자, 그럼 그의 이야기를 해볼게.
1.
브라이트비저는 어렸을 때 몸이
유약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하더구나.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앤 캐서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대. 브라이트비저가 처음 훔친 것은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수발총이라는 것이었대. 처음
훔쳤을 때는 누군가 잡으러 올까 봐 엄청 떨렸다고 했어. 두 번째 절도부터 앤 캐서린과 함께 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계획까지 짜고 박물관에서 ‘쇠뇌’를 훔쳤어. 이것은 브라이트비저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어. 이 때가 1995년이었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절도를 하고 나서 자신을 체포하러 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 다음부터는 좀더 과감해졌단다.
숨겨 나오기 쉽지 않은 그림도
훔쳤어. 그렇다면 그들의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야. 절반은
들어갔다가 시도도 하지 않고 나오곤 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직업이 없는 백수로 엄마의 집의 다락방에서
지냈는데, 그들이 훔친 작품들을 다락방에 하나씩 모아두기 시작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도서관에서 예술품에 대해 공부를 하였고, 관련된 책도 모아서 자신이 있는
다락방에 미술에 관련된 책이 500권도 넘어서 미술도서관을 방불케 했단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의 도둑은 점점 횟수도 많아지면서 자신들을 스스로 합리화하기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라고도 이야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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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03)
이처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고 브라이트비저는 이야기한다. 인류가 기록을 시작한 초창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도굴꾼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역시 예루살렘에서 언약궤를 빼왔고 페르시아는 바빌로니아를,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또 로마는 그리스를 약탈했다. 반달족은 로마의
부를 탐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는 각각 잉카와 아스테카를
파괴하고 강탈하지 않았는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1648년
프라하에서 그림 1,000점을 빼앗아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하사했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다. 히틀러는 야심만만한
수채화가였으나 비엔나 미술아카데미에서 두 번이나 입학을 거절당했고 나중에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직접 박물관을 지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모두 모아놓고자 했다. 1759년 계몽 시대에 개관한 세계 최초의 국립 미술관인 영국 박물관은 어떠한가.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인 베닌 브론즈와 로제타석은 각각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에서 약탈했고 엘긴 마블스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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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거의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다락방에서 그들이 훔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했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작품을 들고 오다가 어머니가 보게 되면 모조품이라고 이야기하거나 벼룩시장에서 샀다고
둘러댔단다. 그의 집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있었는데 그가 갖고 싶은 예술품은 유럽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었단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 그들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예술품을 훔쳐왔단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만
그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어. 스위스의 예술 범죄 전문 경찰인 폰데이뮐의 예리한 눈에 그들이 들어온
적은 있었어. 폰데이뮐은 스위스 박물관에서 예술품이 사라진 날 보안카메라에 젊은 남녀가 한 쌍을 보았어. 그가 조사를 해보니 그 커플을 목격한 사람들이 꽤 되었어. 프랑스에서도 14개의 도난 사건을 의심하고 조사를 시작했어. 브라이트비저가 쉽게
잡히지 않은 이유가 일반 예술품 절도범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어. 일반 예술품 절도범은 불법 경로로
훔친 예술품을 판매하거나 박물관에 연락하여 돈을 요구하거나 지하시장에서 화폐 대용으로 예술품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브라이트비저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단다.
…
브라이트비저가 좋아하는 미술품은 16세기에서 17세기 북유럽 작품이었단다. 그는 현대 미술들은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좋아하지 않았단다. 아빠도
현대 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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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많은
도둑이 눈독 들이는 피카소의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 미술은 예술을 느끼기보다는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티치아노와 보티첼리 같은 르네상스 시대 ‘슈퍼스타’들의 작품 역시 훌륭하고 강렬하긴 하지만 브라이트비저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심지어 다빈치의 작품조차 그저 그렇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가들이 돈 많으 후원자에게 종속되어 그들이 원하는 작품 스타일과 구도, 색감을 구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이 위대한 화가들이 자신의 감각을 완전히 일깨우지 않고 재능에만 의지하는 바람에
작품을 망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재능을 좀 덜하더라도 감정적으로 깊이가 있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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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2년 넘게 한달에 세번 주말마다 절도를 해서 1997년에 이미 200여 점의 작품을 훔쳤어. 하지만 그들이 갖고 싶은 예술품은 끝이
없었단다.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지.
2.
스위스 루체른 박물관에서 훔치다가
처음으로 경비원에서 붙들려 경찰서까지 갔어. 브라이트비저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사과를 하며 용서를 빌었단다. 집행유예와 벌금, 그리고 스위스 입국 금지령으로 끝나고 풀려났단다. 이 때 폰데이뮐에게 연락을 했다면 좀 달라졌을 텐데… 해당 경찰서에서
초범으로 결론짓고 마무리를 했단다. 스위스에서 돌아와서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도둑 예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도 했어. 그리고 앤 캐서린은 이제 도둑질을 그만두자고 했단다.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경찰에 잡히고도 다시 풀려난 사실에 대해 더 용기가 생겼어. 앤 캐서린도 갈등을 했단다. 그래서 덜 훔치고 더 조심하기로 타협을
봤단다. 그러나 브라이트비저는 점점 훔치는 빈도가 늘어났고 앤 캐서린이 만류했지만 이젠 앤 캐서린의
말도 듣지 않았어.
…
얼마 전에 앤 캐서린이 그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중절수술을 했는데 그 사실을 브라이트비저가 알고 홧김에 앤 캐서린의 뺨을 때렸어. 앤 캐서린도 화가 나서 브라이트비저의 다락방에서 나와 자기 아파트로 갔단다.
그 일이 있고 네 달 동안 브라이트비저는 절도를 하지 않았고 앤 캐서린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해 달라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에게 앤 캐서린은 훔친 예술품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생각했거든.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를 용서하며 다시 같이 지냈지만 앤은 이제 절도에 끼지 않았어.
이젠 브라이트비저 혼자서 절도를
하게 되었는데 도벽증에 걸린 사람 같았어.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에게 도둑질을 하더라도 절대로 스위스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도박증세는 심해져서 그런 말도 들리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지문을 잔뜩 남긴 채 작품을 훔쳐 왔어. 앤 캐서린의 조언에 따라 그가
남긴 지문을 다시 지우러 갔다가 브라이트비저는 그만 경찰에 체포되었단다. 담당 경찰 마이어는 브라이트비저를
심문하는데 너무 침착한 것을 보고 이번 건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확대했단다.
그즈음 알자스 지방의 라인-론 운하에서 다량의 예술 작품들이 발견되어 경찰에 신고가 되었어. 경찰이
출동하여 작품들을 건져냈는데 675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단다. 마이어도
이 소식을 듣고 여기서 나온 사진들을 브라이트비저에게 보여주며 유도심문을 하였고, 브라이트비저는 결국
그 작품들을 자신이 훔친 것이라고 자백을 했단다. 그리고 훔친 작품들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다락방에
있다고 했어.
…
마이어는 프랑스 경찰에 연락하여
협조를 요청하고, 브라이트비저가 지낸 다락방을 찾아갔어. 그런데
그 많던 예술 작품들이 싹 사라지고 텅 비어 있었단다. 누군가 라인-론
운하에 갖다 버린 거야. 누가 그랬을까? 앤 캐서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하지만 라인-론 운하에 그림들은 없었는데 그 많은 그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
일이 커지면서 마이어는 앞서
이야기했던 예술품 절도 전담 형사인 폰데이뮐과 만났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대부분 죄를 자백하면서도 앤
캐서린은 죄가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예 자신의 절도 사실을 모른다고 했어. 그림의 행방을 위해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스텐겔을 소환했단다. 앤
캐서린도 소환했는데, 자신은 브라이트비저의 절도에 관여하지 않았고 다락방의 존재도 모른다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의 절도는 8년간
200여회 저지르면서 300여 점을 훔친 것으로 확인되었어.
…
3.
브라이트비저가 체포되던 날, 앤 캐서린은 혼자 돌아와서 스텐겔에게 브라이트비저의 체포 소식을 이야기하고 자신은 자기의 아파트로 돌아갔단다. 스텐겔은 곧바로 다락방으로 올라갔고, 깜짝 놀랐단다. 그 동안 아들의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여 다락방에는 오지 않았거든. 스텐겔은
아들이 나쁜 짓을 가끔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 스텐겔은 아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단다. 아들에게 가장 큰 벌은 이것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작품들을 없앤 것이 아니라 아들을 벌 주기 위해서 없애 버렸던 것이란다. 그래서 조각상 등은 운하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갖다 버렸고 그림들은 숲 속 공터로 가지고 가서 태워버렸다고만
이야기를 했어. 어느 숲에서 태웠는지는 끝내 이야기하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그림들의
가격은 모두 합쳐 약 1조 4000억에서 2조 7000억이라고 하는데 금액이 너무 커서 감도 잘 오지 않는구나. 어머니 스텐겔도 체포되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어. 어머니와 이혼하여 따로 살던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미안하다면서 브라이트비저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조사를 받을 때 초지일관 자신은 예술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했어. 절도범이 아니라 수집가라고 주장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에서 재판을
받고 결국 4년형에 벌금형 선고를 받았단다.
…
프랑스에서도 소란이 일어났어. 2005년 1월 6일
프랑스에서도 다시 재판을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는 4개월
형에 집행유예 8개월을 받았어. 앤 캐서린은 모든 협의를
부인했어. 브라이트비저와 함께 박물관에 가긴 했는데 인질이 된 기분이었고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로 인해 앤 캐서린은 징역 하루를 선고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프랑스에서 받은 재판에서는 2년형을 선고 받았어. 1년 뒤 브라이트비저는 모범수로 석방되었어. 하지만 앞으로 3년간 박물관과 전시회 입장 금지라는 법령을 받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아버지와 연락하면서
지냈고 어머니와 화해를 했어. 어머니에게 그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어머니는 답하지 않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출옥 후에 예술품 보안 컨설턴트 일도 계획했단다. 브라이트비저보다
이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 같구나. 스테파니라는 새로운 애인도 만났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대필작가를 통해 책도 쓰기 시작했단다. 이제
새 사람이 되어 과거의 죄를 반성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 날만 있을 줄 알았어. 아마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면세점에서 다시 절도를 하다가 다시 체포되었단다.
이 일에 크게 실망한 아버지는
브라이트비저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책도 실패로 끝나고 더 이상 취업도 되지 않았어. 한 번은 용서를 해주지만 두 번까지 용서하기는 쉽지 않았지. 어머니와
스테파니만 용서를 해주었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또 물건을 훔쳤고 이번에는 스테파니가 신고를 하여 다시
감옥에 가게 되었단다. 그의 절도 행각은 감옥을 들락날락하게 했단다.
이 책을 쓴 지은이 마이클 핀클이 브라이트비저와 인터뷰를 하는데 그 기간에도 브라이트비저는 계속 절도를 해서 경찰에 잡히고 재판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그는 가장 나쁜 버릇을 들인 것 같구나.
예술품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소유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삐뚤어진 방법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병이 된 것 같았어. 그런
면에서 브라이트비저는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것 같구나. 그런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가 진짜
그 그림들은 다 태워 버린 것인가?
PS,
책의 첫 문장: 사냥 준비가 끝났다.
책의 끝 문장: 브라이트비저는 4달러
짜리 안내 책자 한 권을 슬쩍 집어 들고는 유유히 문을 빠져나온다.
브라이트비저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 작품은 성적으로 자극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침대가 가까이에 있으면 좋다. 기둥이 네 개 달린 침대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파트너도 옆에 있다면 타이밍이 절묘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빼면 그는 방에 있는 작품 하나하나를 금지옥엽 보살핀다. 온도와 습도가 괜찮은지, 빛은 적절한지, 먼지가 많지는 않은지 세세히 살핀다. 그는 자신의 방이 박물관보다 작품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를 야만적인 다른 도둑들과 하나로 묶는 것은 잔인하고도 불공평한 처사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 도둑이 아닌 조금 색다른 방식의 예술 수집가로 여겨지기를 원한다. 그도 아니라면 예술 해방가라 불려도 좋다. - P37
브라이트비저가 내부 액자를 한번 잡아당겨 보니 벨크로 몇 개로 고정한 게 전부다. 벨크로를 뜯어내는 소리가 커다란 전시관에 울려 퍼졌지만 그림은 금세 느슨해졌다. 브라이트비저는 망설임 없이 액자채로 바지 안에 밀어 넣고 셔츠로 덮어 가린다. 바지 앞쪽이 툭 튀어나와 어색하지만 경비원이 이쪽을 쳐다본다 해도 브라이트비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제 재빠르게 몇 걸음만 걸어 타일 바닥을 지나면 마법처럼 바로 문이 나온다. - P139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브라이트비저가 작품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늘 주장해왔지만, 그뤼예르성의 섬세한 융단을 창문으로 던지고 침대 밑에 처박아두는 것은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은 어떠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벽에서 잡아채 급하게 액자에서 빼내고 차 트렁크에 실어 덜컹거리는 길을 이동한다. 보안 카메라를 등지고 훔쳤던 약제상 유화는 나무판 세 개가 결합되어 있는데, 다락에서 이미 화판 사이가 벌어지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 P197
어미는 다락으로 올라간다.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락을 직접 볼 마음의 준비가 된 건 아니다. 제정신인 사람이 모았다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공간. 다행히도 아들과는 달리 다락에 들어서자마자 색감에 취하거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나이만 먹었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애 같은 아들 덕에 인생을 망친 듯하다. 그녀는 방을 보며 ‘전부 훔친 물건이겠구나’ 생각한다. 장물을 은닉해주는 것 역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300개가 넘으니 시소도 300건 이상일 수 있다. 모욕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 결국 파멸할 것이다. 스텐겔은 다락에 있던 예술품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을 향한 화살"처럼 느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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