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0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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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아니 벌써 <한강> 마지막 10권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구나. 일주일에 주말마다 한 권씩 읽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10권은 9권에 연이어 읽어버렸다. <한강>을 읽는 동안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된 시기인 것 같구나. 불과 1, 2년 사이에 이렇게 나라가 후퇴할 수도 있다니, 우리나라 시스템이 많이 불안정한 것 같구나. 조정래 님의 <한강> 속 우리나라보다 살기 좋아지고 경제도 발전하고 그랬지만, 소설 속 계엄령을 현실에서 볼 수 있다니

그럼 <한강> 10권의 이야기를 바로 해줄게.

10권의 이야기는 안경자의 산부인과 병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한 여성 노동자가 중절 수술을 하러 왔어. 안경자는 속으로 분별없이 사랑을 나누어 임신을 하고서, 중절 수술하러 오는 그를 탓했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막힌 사연이 있었단다. 그 여자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관리들에게 잡힌 다음 강간을 당했다는 거야. 하지만 그 관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고, 그 여성 노동자는 임신을 하게 되어 중절 수술을 받으러 왔다는구나. 안경자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냐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는구나. 안경자는 돈이 없어 친구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를 마련해 주는 그 여자에게 무료로 치료와 수술을 해주었단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

또 다시 국회의원 선거철이 왔어. 탐욕주의자 강기수는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라고 생각했어. 다음에는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어. 다들 여당을 욕하면서 여론이 야당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어. 하지만 강기수는 여전히 안심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돈을 쓰면 될 것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딸 강숙자가 알아본 밑바닥 민심은 최악이었어. 그제서야 딸의 조언대로 돈을 몇 배로 쓰고, 남천장학사 출신 법조인들을 모두 불러들여 선거 운동을 했어. 그렇게 해서야 간신히 당선되었단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곤은 낙선하고 말았단다.

 

1.

임채옥의 남편은 결국 죽고 말았어. 그리고 1년이 흐르고유일민은 임채옥에게 청혼을 했단다. 그들의 결혼을 반대할 식구들은 모두 이민을 가버리고, 임채옥은 그 청혼을 계속 기다렸을 거야. 풋풋한 20대 초반의 그들의 뜨거운 사랑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게 되었구나. 유일민이 10권에 와서야 행복을 찾게 되어 정말 다행이구나. 유일표는 몰래 노동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결국 꼬리가 잡혀 피신하기로 했단다. 동생 유선희가 소개해준 절간에 숨어 지내기로 했어. 유일표의 아내 서경혜는 다행히 큰 고초 당하지 않고 조사를 마쳤어. 임신한 여자를 심하게 다루지는 못하겠지. 유일표가 피신하고 임신한 서경혜가 혼자 지난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재는 자신의 돈도 보내주고, 친구 허진에게 찾아가 유일표가 피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어. 그 동안 자신이 섭섭하게 한 일이 있어서인지, 허진은 큰 돈을 보내주었단다.

유일표와 이상재의 또다른 친구 최주한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고 있었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르다 보니, 낯선 병들이 생기곤 해서 사우디 병이라고 불렀단다. 그 중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요로 결석증이래.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 병이 걸리나 보다. 그런데 문태복이 그만 이 병에 걸리고 말았어. 이 병에 걸리면 치료를 위해서 한국에 와야 해서 강제 귀국 조치를 당했단다. 결국 문태복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와서도 목표로 했던 돈을 제대로 모이지 못하고 귀국하고 말았단다. 이것의 시작은 모두 베트남에서 벌인 도박 때문이었지. 박준서의 회사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을 했는데,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폭동을 일으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장을 가게 되었어. 친구이자 매제인 원병균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진보 성향의 해직 기자 출신인 원병균은 노동자의 편이었기 그곳에 가는 것을 여러 번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가게 되었단다. 원병균은 박준서에게 노동자들에 처벌을 최소화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단다.

….

천두만과 서동철의 도움으로 가게를 차릴 수 있었던 나복남.. 가게는 안정적인 수입도 내고 있고, 결혼도 하게 되었단다. 손가락이 없는 것을 빼면 이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어. 동생 나윤자도 뒤늦게 결혼을 했어. 그런데 유산을 네 번이나 하고 다시 임신을 했단다. 이번에는 정말 조심을 해서 출산을 앞두고 있었어. 예전에 같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묘숙 언니의 소식을 듣게 되었어. 봉제공장에서 먼지 속에서 일한 후유증으로 폐암에 걸렸다는 거야. 나윤자는 묘숙 언니 병문안을 갔다 왔단다. 그런데 묘숙 언니만 봉제공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것이 아니야. 나윤자도 체력이 급격하게 줄어줄었고, 출산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배상집은 독일에서 경험했던 내용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정부기관에서 그를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잡아가 고문을 했단다. 그가 신문에 쓴 글들이 문제가 된 거야. 독일 경험을 쓰면서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서 쓴 것이지. 그들은 배상집에게 친정부 관련된 글들을 쓰면 풀어주겠다고 협박을 했단다. 두려움에 배상집을 그렇게 하겠다며 풀려났단다. 당시 독재 정권은 점점 악랄해지는 그런 시기였단다.

 

2.

국회의원에서 떨어진 한인곤은 오랜만에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친일문학론>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단다. <친일문학론>은 친일파 문학인들을 비판하는 책이었단다.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그는 지은이 임종국을 찾아갔단다. 검색을 해보니 임종국이라는 분은 실존 인물이더구나. 그는 친일을 하더라도 깊게 반성하는 채만식의 경우는 좋게 보았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은 이광수 같은 경우는 매섭게 비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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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그야 뭐 다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잇속으로 서로가 다 얽혀 있는 관계니까요. 아 참, 딱 한 사람이 반성을 했군요. 소설가 채만식이라고, 제 책 때문에 해방이 되자마자 그 사람은 민족 앞에 죄지은 붓을 더 놀려 글을 쓰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했습니다. 그 사람의 친일은 이광수에 비해 몇백 분의 1도 안 되는데, 친일의 글을 쓴 것은 민족을 위해서였다고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끝끝내 반성을 하지 않았던 이광수하고는 좋은 대조가 되지요. 다른 문인들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온갖 비양심적이고 해괴망측한 변명들을 해대며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데는 이광수가 반성하지 않은 것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지요. 왜냐하면 이광수는 친일의 거두일 뿐만 아니라 문단의 최고 원로였으니까요. 이광수가 민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더라면 그 뒤에 선후배들이 어찌 감히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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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으로부터 조언을 들은 한인곤도 자신의 회고록을 써보기로 했단다. 광복군 시절부터 해방 후 경험했던 일들을 회고하는 글이었어. 출판사는 임종국의 소개로 이상재가 운영하는 물결출판사에서 내리고 했단다.

유일표는 절에서 운영 스님이라는 분과 함께 생활했어. 위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님처럼 머리도 밀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어. 박정희가 죽었다는 거야. 그것도 총에 맞아서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독재 정권이 무너진 거야. 유일표는 그 소식을 듣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단다.

박통이 죽고 나서도 계엄 상황은 계속 이어졌단다. 그러다가 너희들도 들어봤을 12.12사태, 그러니까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단다. 박통이 죽고 민주국가 될 것을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고 있었는데, 12.12 군사 쿠데타는 그 희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어. 나라에서는 점점 심한 검열을 하기 시작했고, 대학생들 중심으로 한 데모는 점점 격렬해졌단다. 해가 바뀌고 봄이 다 지나가도록 사정이 좋아지지는 않았어. 5월에 들어서가 대학생들의 데모는 더욱 격렬해졌어. 그리고 뒤늦게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하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단다. 계엄하에 언론을 믿지 않는 것은 학습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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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너 그 따위 소리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애저녁에 정치 때려치워라. 박통은 뭐 군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는 혁명공약을 국민 앞에 내걸지 않아서 18년 동안이나 해먹다가 그렇게 비명횡사했냐? 정치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는 것 빼놓고는 뭐가 있냐? 그리고, 너 지금 이 나라 정치가 누구 손에서 놀아나고, 권력이 누구 손에 틀어잡혀 있는지 몰라서 그 따위 소리하는 게냐? 그리고 권력이라는 건 뭐냐? 애비가 아들도 죽이고, 아들이 애비도 죽이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걸 순순히 내봐? 어림 반품어치도 없는 소리하지도 말아라. 정치인들은 즈네들이 다시 권력 잡을 욕심으로 그 말을 믿고 싶고, 게엄이 빨리 해제되어 군인들의 꼴을 안 보기 바라겠지. 허나, 그건 십중팔구 잘못 짚은 몽상이야.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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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무서운 소문도 전해졌어. 원병균과 이상재는 그곳 소식이 궁금했지만 광주에는 들어갈 수 없었단다. 나라에서 막았어원병균과 이상재, 그리고 유일표는 광주 진입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광주로 향했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강>1950년대 후반부터 1980 5월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약 20여 년간 격동의 시절을 소설로 그린 걸작이라고 짧은 평을 내리고 싶구나. 20년 동안 글을 쓰시다니 그 집념과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조정래 선생님은 요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책을 출간하신단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쓰고 싶은 글을 다 쓰셨으면 좋겠구나.

, 그럼 오늘로 <한강> 10권의 이야기를 마칠게.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공부와 숙제로부터 좀 여유로워지면 조정래 님의 대하소설 3부작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환자가 아닌 사람은 밖에 나가 기다리세요.”

책의 끝 문장: 한강은 영겁의 세월을 담고 긴긴 흐름을 짓고 있었다.



"말을 다 허자면 속에서 천불이 올르는디, 막말로 인자 대통령도 안 믿소. 아 금메 우리 농촌사람들 다 죽이기로 작정혔는지 농산물값이 해마동 똥값이 되는디다가, 돼지값도 똥값이 되는 판에 워쩔라고 나라가 사딜이는 미곡수매가꺼정 말뚝 박어 묶어뿌냐 그것이오. 근디다가 그 빌어묵을 놈으 주택개량인가 집 껍데기 뒤집어 바꾸긴가를 억지로 몰아대서 글 안 해도 찢어지게 가난헌 살림에 집집마동 빚더미에 올라앉게 혀부렀단 말이오. 판이 요리 각다분허니 되야분께 땅 파묵어 갖고는 앞날이 캄캄허다 생각헌 사람들이 보따리 싸짊어지고 줄줄이 도시로 나가기 시작혔고. 도시에 나가 막노동에 등짐을 져도 세 끼 밥 편케 묵고 새끼덜 공부 갤칠 수 있다고 험서. 인자 처녀 총각들만 도시로 내빼는 시상이 아니다 그것이오." - P27

그런데 그 조직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혁명당이라고 지목되었다. 그와 동시에 대규모 간첩단으로 몰리고 말았다. 그건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월남으로 몸을 피해가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누명이었다. 토론회에서 가끔 민족 분단이 의제가 되긴 했지만 통일을 혁명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제가 등장한 일은 없었고, 박정희의 강압정치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간첩 노릇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분명한 사실이지만, 만약 위에서 혁명적 통일을 위해 이북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낌새라도 보였더라면 단연코 그 조직에 등을 돌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일 뿐이면서 황제적 권한을 휘둘러대는 박정희도 싫을 뿐만 아니라 1인 독재로 우상이 되어 있는 북의 김도 똑같이 싫었고, 민족 통일에 관한 한 끝도 한도 없이 반목만을 일삼고 있는 남과 북의 정치 집단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불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02

"네, 사실이 그렇더라도 인간과 인간사를 너무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허무를 강조하고, 또 너무 결과론적으로 만사를 정의하며 허무를 입증하다 보니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무의 바다에 뒤덮여 인간의 현실이 너무 도외시되거나 묵살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모든 종교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현실적 삶의 문제를 위한 창조물인데 불교는 지나치게 무상의 사상에 치우치다 보니 현실과 멀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P201

"이것 봐, 아까도 말한 거지만 말야. 자네 6.25 때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신문이고 방송을 믿어? 그때 방송에서 뭐라고 떠들어댔어? 국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을 사수할 테니 시민 여러분들은 하등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충실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 어찌 됐어? 그 방송이 나올 때는 벌써 이승만이는 한강을 건너 대전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었고, 한강 다리는 폭파된 뒤였잖아. 그 빌어먹을 놈에 방송 때문에 피난도 못 가고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어. 그런데도 방송을 믿어?"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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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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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소설보다 : 2025>라는 책을 이야기할 것인데, 이 책은 아빠가 충동 구매로 산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눈에 띤 책이었어.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그려져 있었어. 아직 익지 않은 딸기와 잘 익은 딸기들아빠가 어렸을 때 텃밭에 딸기가 있어 봄이면 딸기밭에서 따먹던 딸기도 생각이 났단다. 요즘에야 비닐하우스에 기른 딸기 때문에 봄보다 겨울에 딸기를 더 많이 먹는 것 같지만, 딸기는 엄연한 봄을 대표하는 과일이란다.

그런 딸기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책의 제목은 <소설 보다 봄>.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인터넷 서점에서 자주 보여서 알고 있던 계간지였지만 아빠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겉표지에 혹해서 클릭해 보았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 버튼을 눌렀단다. <소설 보다>는 일 년에 네 번 계절마다 출간되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들이 들려 있단다. 매 호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단편 소설 세 편과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더구나. 이번 <소설 보다 : 2025>에는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성해나 님의 <수무드>,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 실려 있었단다. 세 편 모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가볍지만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봄과 어울리는 소설들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세 작가 모두 아빠는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재미있어서 작가들의 다른 책들도 함 살펴봐야겠구나.

 

1.

자 그럼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줄게.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바우어라는 짙은 파란색을 띠는 새가 있단다. 구애를 위해서 자신의 둥지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다는구나. 자신의 몸 색깔과 마찬가지로 온통 파란색 물건으로 둥지를 장식하기도 한다는구나.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 파란색 플라스틱 조각을 비롯하여 둥지를 파란색으로 꾸며 놓았더구나. 주인공 은화는 중년으로 접어드는 배우로 한때는 주인공도 하여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결혼 이후 세 번의 유산으로 3년 여 공백기간을 가졌고 다시 재기를 위해서 연극 오디션에 참가를 했단다. 그곳에서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 정림을 오랜만에 만났어. 정림은 은화만큼 뜨지 못했고 여전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워나갔어. 오디션을 마치고 은화는 정림이 연극 연습을 하는 극장까지 태워다 주며 오랜만에 안부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단다. 정림도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실에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했어. 얼마 후 은화는 연극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어. 앞서 이야기한 바우어 새와 주인공 은화의 연결점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은화가 아픔을 이겨내려는 희망이 보였단다. 작가의 의도는 어떤 줄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렇게 이해했어.

두 번째 소설은 성해나 님의 <스무드>. 듀이는 유명한 설치미술가 제프의 매니저였어. 듀이는 한국계 재미교포 3세로 외형적으로 한국인처럼 보였지만 한국말은 전혀 못하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도 전혀 모르는 완전 미국인이었어. 한국을 얼마나 모르냐면 동남아 국가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했단다. 제프가 전시회 때문에 방한을 하게 되었는데, 듀이는 그 일로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단다. 전시회 때문에 한국인 스태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한국 음식을 대접하자 듀이는 입맛이 맞지 않았어. 호텔에 머무르다 시간이 나서 듀이는 혼자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단다. 커다란 광장에서 축제 같은 것이 벌여져서 구경을 했는데,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 축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들의 선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었어. 읽는 이들은 그것이 축제가 아니고, 태극기 부대의 시위 현장이란 것을 알 거야. 하지만 듀이는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단다. 젊은이가 시위를 찾아주니 나이 든 시위 참가자들은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먹을 것도 주고 핸드폰 배터리 충전도 해주는 등 친절하게 대해 주었단다. 그러면서 짧은 영어이지만 어떤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지 듀이에게 알려주었고, 이 광장의 이름은 이승만 광장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태극기 부대는 정말 그곳을 이승만 광장이라고 부르나?) 듀이는 그들의 말에 철썩 같이 믿고 그들이 찬양하는 대통령이 새겨진 키링도 샀어. 듀이는 끝내 그들의 정체를 모르고 출국을 하게 되는데…. 지은이의 문체로 봐서는 풍자를 하는 듯 쓴 것 같은데, 어찌 보면 태극기 부대를 미화한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이 들었단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듀이의 잘못된 상식이 나중에 깨질 수 있을까?

마지막 세 번째는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란 소설이란다. 서현은 얼마 전 직장에서 정리해고로 잘리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어. 어느날 어느 양지 바른 길거리에 파란 소파가 나타났어. 잠시 앉아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해서 매일 그곳에 와서 한동안 앉아 있었단다. 그런데 전에 다니던 회상의 상사 추 팀장이 와서 왜 이곳에 와서 시위하냐고 따져 물었어. 알고 보니 파란 소파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어. 서현은 그런 의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추팀장은 믿지 않았고, 서현은 이후에도 계속 파란 소파에 왔단다. 추팀장도 가끔 그곳에 와서 서현에게 안부를 전하게 되는데 추팀장도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인지라 서현을 정리해고 한 것에 대한 미안함, 부채감 뭐 그런 걸 갖고 있었어. 서현은 파란 소파가 길거리에 며칠 동안 덩그러니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버린 것이라 생각하여 집으로 가지고 올까 생각도 했는데, 자신의 집이 너무 작아서 소파를 놓을 곳이 없었어. 그런데 추팀장이 자신이 가져갔다는 거야? 그런데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헛갈리게 이야기를 했어. 추팀장은 서현과 식사를 하면서 끝내 미안하다는 말과 찐 옥수수 한아름 사서 건네주고 돌아갔단다. 서현은 해고 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크게 놀라지 않는 사람 같았어. 지난 과거에 자신이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그 친구가 얼마 후 자살을 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들은 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지 여러 해가 지나도 죄책감을 지울 수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였단다.

….

이렇게 <소설 보다 : 2025>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을 이야기해보았단다. 단편 소설이라서 그런지 툭 끊긴 기분이 드는데, 등장인물들의 그 뒷이야기들도 무척 궁금하구나. 지은이들이 뒷이야기를 쓰면 좋겠는데,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일 수도 있겠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눈은 갑자기 그쳤다.

책의 끝 문장: 마음만큼 부지런히 지내고 싶습니다. 마음만큼 부지런하게 지내지 못하더라도 덜 좌절하고 싶고요. 모쪼록 해야 할 일들에 몰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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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9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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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9권 차례구나. 독서 편지가 엄청 밀려서 바로 시작하고 되도록 요점만 이야기하고 마쳐야겠구나.

문태복은 베트남에서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귀국한 이후,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 가게 되었어. 당시 1970년대 중반에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 건설 현장에 갔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하기 정말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그곳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건설업과 도로 공사 등의 일을 했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도 국가로 술,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관리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사람들의 성실함과 작업 속도에 인정을 받아 좋은 이미지로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온통 사막천지인데, 그런 곳에서 고속도로 작업은 쉽지 않은데 이 책에는 그 방법을 상세하게 다 적어주었단다. 작가 조정래 님께서 취재한 내용을 적어주신 것 같은데, 그렇게 도로 작업 방법을 자세히 읽어보니 당시 노동자들의 고생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단다. 사우디아라비아 노동자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단다. 1년 동안 고생하고 귀국을 앞둔 사람들 중에 너무 기뻐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돌연사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대

 

1.

강기수 국회의원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탐욕은 끝이 없구나. 지역구에서 활동을 할 때 아들을 꼭 데리고 갔어. 1970년대 중반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라서, 시골 곳곳에서도 초가집을 없애고, 시멘트 길을 닦는 일들을 했단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초가집을 없애고 슬레이트 지붕집을 만드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어. 초가집이 생각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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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지붕 갈면 참새고 구렝이고 굼벵이고 노래기 웂어지는 것만 알았제 그놈으 스레튼지 신식 양철인지 허는 지붕이 삼동에는 사람 고드름 맹글게 외풍이 일어 춥고, 삼복에는 사람 숨맥히고 찜쪄죽이게 후꾼후꾼 더운 것 워째 몰르시오. 고것이 보기만 뺀드르르혔제 사람 잡는단 말이오. 사람이 삼동에는 뜨뜻허니, 삼복에는 시언허게 살아야 몸도 풀리고 일도 지대로 되고 허는 법인데, 공연시 그 존 초가지붕 걷어내고 쌩돈 딜여감시 그 못쓸 스레트로 바꾸라고 물이 못 나게 잡져대니 요것이 무신 얄랑궂인 일인다요? 글고, 저 생생헌 탱자나무 울타리가 우리 실림을 가난허게 맹그는 것도 아니겄고, 무신 손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디 워째 싹 쳐내뿔고 그 멋대가리 웂는 쎄멘트 담으로 바꾸라고 욱대기고 그래 싼다요. 저것도 다 살아 있는 목심인디. 워디 그뿐이당게라? 철 따라 잎 피고 꽃피고 탱자 익어가는 운치가 꽃밭이 따로 웂고, 잘 익은 탱자는 아그덜 입맛 돌게도 허고 한약방에 약재로 폴기도 안 허요. 근디 쎄멘트 담은 주는 것이 머시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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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기자인 원병균과 이상재는 출판사 일을 하려고 했어. 유일표의 아내 서경혜가 출판사 일을 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등 사업수완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었으나 그들의 신원조회가 문제가 되어 출판사를 차리기가 어려웠어. 이상재는 허미경에게 부탁하여 출판사 명의는 허미경으로 해서 개업할 수 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재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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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백 검사의 동생 이규동은 유신 반대 주동자로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어. 이규백은 동생을 빼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방법을 찾아내서 동생을 찾아갔는데, 이규동은 동지들을 배신하지 못한다며, 형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10년형을 받았단다. 이규백은 사실 동생을 위해 방법을 찾았던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까지 해가 미칠까 봐 방법을 찾았던 거야. 이규백은 동생일 때문에 몇 달 뒤 강릉으로 발령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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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는 어느날 이상재를 찾아와 고민거리를 이야기했어. 재건대 출신 아이들이 회사에 취직을 내서 노조 결성을 준비하다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거야. 그런데 그것을 주도한 이가 다름아닌 친구 허진이었어. 허진 기억나지? 고등학교 때 낮에는 일하고 야학을 공부하고, 그를 유일표가 앞장서서 도와주고 그랬잖아. 그런 허진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로 밤낮으로 일했는데, 그런 허진이 노조를 만들려 하는 노동자를 해고시키다니... 친구 유일표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던 거야. 이상재도 그 이야기를 듣고 허진을 만나러 갔어. 유일표가 찾아왔던 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 허진은 사장의 꼬붕 자본주의자가 된 것 같았어. 허진은 노조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어. 유일표는 허진과 거리감을 느끼고 이후 연락도 거의 안 했단다. 둘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렸어. 유일표 자신도 노동 운동을 계속 하지만, 아버지 이력 때문에 불안했어.

집을 나간 유선희로부터 편지가 왔어.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편지였어. 유일민과 유일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스님이 될 수밖에 없는 동생의 형편에 가슴 아파했단다. 유일민은 플라스틱 공장이 잘되어 돈도 많이 벌었어. 시장 조사를 하고, 기계를 사기 위해 일본 출장을 가려고 했지만, 동생 유일표가 말렸단다. 일본에 가면 재일교포와 접촉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고, 그러면 다시 갇혀 들어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일민도 일표의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본 출장 계획은 철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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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게에서 잘린 천두만은 돈이 떨어져서 서울을 떠나 성남으로 이사를 갔단다. 다행히 첫아들 천칠성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했어. 천두만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밀려 일자리 찾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어. 결국 서해안 간척지로 농사지내러 가기로 했단다.

...

 

2.

최혜경에게 배신당한 한정임. 그 보석밀수사건으로 남편 양용식도 강제 예편 당하고 2년째 백수로 있었어. 한정임은 최혜경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계속 전화했지만 연락이 안되었어. 남편은 포기하라고 한 마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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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도 보석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잖아. 김명숙은 최혜경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겠다며 오빠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김선오가 보기에 이렇게 해도 돈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까지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김선오는 자신의 돈으로 김명숙이 원한 500만원을 건네주었단다. 자신이 최혜경으로부터 받아온 돈이라면서... 김명숙은 이 돈으로 명동에서 양장점에 차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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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옥의 남편은 결국 간암 말기 시한부를 선언 받았단다.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일 걱정만 했어. 임채옥은 남편의 수술비와 병원비가 없어 결국 집까지 내놓았지만 그래도 돈은 부족했어. 임채옥은 유일민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유일민은 당연히 흔쾌히 거금을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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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반대 대학생 시위가 격해졌어. 유일표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그 시위를 보고 동참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아버지 때문에 꾹 참았단다. 우연히 이규백을 만났는데, 변호사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강릉 발령에 따르지 않고 검사 사표를 썼나 보구나.

...

<한강> 9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 하면 될 것 같구나. 이제 한 권 남았구나. 그것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마칠게.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문태복은 또 설핏 들었던 풋잠을 깼다.

책의 끝 문장: 그러다가 허둥지둥 돌아서 투위 회원들의 연락처를 펼쳤다.

 



"더 이상 개발독재에 순응해선 안 돼. 정치와 경제가 결탁해서 전체 민중들을 갈취하는 이런 구조는 하루빨리 부셔야 해. 신흥 재벌들이 생겨나는 걸 경제 기적이라고 떠들어대는데 그거야말로 고등사기 선전술이야. 그건 권력의 비호와 노동자 착취가 얼마나 극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단 몇 년 사이에 신흥 재벌들이 생겨나는 일이란 없어. 지금부터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서 개발독재의 구조를 깨고, 노동자의 몫을 제대로 찾아야 할 때야." - P217

한국사람들이 쇠로 만들어졌을 리 만무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뚜렷한 땅에서 나고 자랐으니 더위에 강할 수 있는 체질도 아니었다. 더위에 강하기로는 더운 나라 태국이나 필리핀사람들일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 구덩이를 서너 개 팔 때 태국사람은 구덩이를 한 개밖에 파지 못하고, 한국사람들이 일하는 식으로 필리핀사람들에게 시키면 하루 일하고 사흘을 앓아눕는다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태국이나 필리핀사람들은 대개 대만 회사들에 고용되어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오로지 가난을 면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우디사람들조차 피하는 살인적인 더위를 무릅써가며 사생결단 일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몸이 허약해져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비행기에 실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석회 성분 많은 물 때문에 담석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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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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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전히 내란이 제대로 해결이 안된 시국이란다. 우두머리만 탄핵이 되었지, 곳곳에 내란 세력들이 포진하여 불안함이 가지실 않는구나. 그들이 또 어떤 짓을 할지 예상이 안 되거든.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런 요즘의 정치 시국과 약간은 관련이 있는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이영채라는 분과 한홍구 님의 공저란다. 한홍구 님은 <대한민국사>를 비롯하여 아빠가 예전에 그 분의 책들을 많이 읽었단다. 이번에 오랜만에 한홍구 님의 책을 읽는 것 같구나. 이영채 님은 처음 알게 분 작가인데, 일본에서 박사를 수료하고 국제사회학과 교수를 하는 분으로 일본 전문가란다.

이 책은 최근에 우경화되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판의 우익의 뿌리부터 현 시점까지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이 책이 출간한 것은 2020년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까지 교체한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나 싶구나. 하기만 그 당시에도 한 켠에는 우익 세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세력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민주주의 전성기를 짧게 끝내고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냈단다. 그런 우익 세력에, 최근에는 오른쪽으로 더더더 치우친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으로 보수 정당으로 자칭하는 정당은 이제 극우 정당이 되어가고 있단다. 가끔 책에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출간 된 2020년 정치 상황의 시의성을 조금은 고려해서 읽으면 좋겠구나.

 

1.

일본은 점점 우경화가 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단다. 최근의 이런 우경화는 고이즈미 총리에서 시작된다고 하는구나. 고이즈미에서 아베로 이어지면서 일본 정치판은 우익이 주류가 되어 버렸단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인 2022년 아베 신조는 암살되었지만, 그 뒤를 이은 총리들도 우경화 성향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한편 한국의 우익 세력의 뿌리는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라고 볼 수 있단다. 그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한국사회의 우익의 중심이 되었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관계는 해방 이후 세 번의 국면이 있다고 했어. 먼저 1945년 해방 이후 단절이 이어졌고, 1965년 한일수교 이후의 관계. 이때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수교를 맺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 협력 형식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했어. 세 번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IMF 극복수단의 하나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것이야.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단다. 일본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단다. <겨울 연가> 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일본에 대거 들어가면서 한류의 시작을 알렸단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60~70%까지 치솟았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되고 MB가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8.4%로 급감하게 되었어.

이후 2019년까지 10%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혐한주의까지 유행하게 되었단다. 2010년대 아베 내각은 노골적인 극우보수의 역사 정신을 가지고 있단다. 북한이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북한위협론과 한반도 위기론을 이용하여 정치 기반을 유지했단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거부감을 가졌어. 괴물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일본이 얼마나 좋아했겠냐. 그리고 알아서 친일을 해주는데 또 얼마나 고마워했겠어.

일본의 정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뿌리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이것을 일반 신사처럼 생각한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지. 야스쿠니 신사의 말뜻은 국가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말이래. 하지만 본질은 메이지유신 이후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합사해 놓은 곳이란다. 합사한다고 실제 시신을 가져도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적으면 끝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합사된 사람이 246 6000명이고, 이들을 모두 신격화했어. 그런데 이 중에는 그곳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 대만 국적의 사람들도 있다는구나. 유가족들이 취소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일본정부는 일본을 위해 죽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들이 보살펴주겠다는 의미인데,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그곳에 합사하고 싶겠니.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전범들도 그곳에 합사하게 되었단다. 천황도 이들의 합사를 반대했대. 그래서 천황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총리들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다가 1984년에 총리가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갔는데, 그때는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신사인지 잘 모르고 갔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는 또 안 갔대. 그러다가 고이즈미가 총리가 된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공식화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것 같더구나. 미안함을 모르는 족속들

일본 우익의 뿌리는 아베의 정신적 스승인 조슈번에 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때 정한론을 주장하던 극우단체인 일본의회 소속의 사람이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이 역사수정주의를 주장하면서 우익세력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런 책으로 배운 이들이 자라서 우익의 지지세력이 된단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와 사쓰마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 인간들로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이 있단다. 이것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 이야기할 때도 했던 것 같구나. 그래서 조슈 출신들의 우익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지. 전쟁후 보수의 본류는 요시다 시게루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일본은 한국전쟁을 이용하여 손쉽게 전후에서 회복할 수 있었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만, 이렇게 사악한 일본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다니

 

2.

이제 한국 우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제 시대 친일파들은 돈 또는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되었단다. 대부분이 돈을 위해 친일파가 되었고,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된 이는 이광수와 윤치호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단다. 그럼 진정한 친일파의 시작은 누구부터인가? 을사늑약 전에 일본과 친했던 인사로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예를 들어 갑신정변의 주역들도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친일파는 맞지만 이완용, 송병준 같은 친일파와 같은 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은이의 의견에 아빠도 동의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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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4)

갑신정변(1884)의 주역은 김옥균, 서재필, 서광범, 박영효입니다. 이 사람들 친일파일까요? , 친일파 맞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친일은 지금 이야기하는 친일과 아주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그때는 아직 일본의 침략적 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전이었습니다. 구한말 우리가 보는 일본에는 분명 두 가지 성격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모델로서의 일본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침략해오는 일본이지요. 적어도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후에는 침략성이 아주 확고하게 드러났지만, 그 전에는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많이 배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영효나 김옥균이 취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을 이완용, 송병준과 같이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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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일파는 일진회를 조직했던 송병준 때부터라고 하는구나. 송병준은 친일을 하는데 있어 이완용과 대립과 경쟁까지 했다는구나. 김가진이라는 사람도 친일을 했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망명을 했고, 그의 후세들도 독립운동을 했다는구나. 친일로 변절한 자들만 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친일했다가 독립운동으로 전향한 이들도 있었구나. 일제 시대에 수 많은 친일파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해방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란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로 이어지면서 친일파의 청산 기회는 더 멀어져만 갔고 오늘날에 이른 거야. 분하기 짝이 없구나.

이렇게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니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도 버젓이 출판되는 거야. 당시 이 책은 논란이 많은 책이었단다. 우리나라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일본 극우 입장에서 책을 썼으니 말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되어 공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대. 이 책의 저자 이영훈과 그의 스승 안병직은 유명한 경제학자였다고 하는구나. 이영훈의 경우 대학 때 학생 운동도 하다가 잡혀서 군대로 끌려가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이 어찌 그리 변했는지.. 일제 시대 친일파로 변절한 이들과 같은 부류로구나. 2005년 이영훈의 스승 안병직이 이사장을 맡은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등장한단다. 이놈들은 역사교과서까지 냈는데, 다행히 채택율이 0%를 기록하고 있단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은 오늘날 친일파의 주요세력이 되어 활동하고 있단다.

…            

그럼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방 후 400만 해외동포가 있었는데, 그 중에 200만명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대. 해방 후 귀국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는 등 제한 사항이 많아서 일본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이 60만 정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란다. 그들은 재일조선연맹,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 등을 만들어 활동을 했대. 재일조선연맹은 좌익이 주도로 해서 만들어 일본경찰에 의해 해체되었다가 나중에 조총련으로 다시 만들어졌으나 오늘날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고, 민단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대. 재일조선인의 처우는 오늘날까지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어. 그들은 한동안 무국적자로 지내다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어.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적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했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는데 관심이 없는 반면에 북한에서는 적극적으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어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행을 선택했다고 하는구나. 초기에는 잘 대우해 주었지만, 나중에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다시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대.

한일수교 이후 재일조선인들 중에 남한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대. 그런데 박정희 정권을 이들을 간첩으로 누명 씌워버렸다고 하는구나. , 사악한 사람이구나. 재일조선인들의 삶은 참 고들프구나. 일본에 있으면 차별 받고, 북한에 가도 홀대 받고, 남한에 가면 간첩 취급하고재일조선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정체성은 점점 일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구나. 대한민국정부는 재일조선인 문제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으니 이 또한 큰 잘못이 아닌가 싶구나.

..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 그러나 그것을 청산할 것 같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일본시민사회의 역사관은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인식하는 등 선명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일본시민사회와 협력을 해야 하지만, 일본사회가 보수극우화 된 이후에는 일본시민사회는 많이 쇠퇴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일본시민사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일본과 한국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을 바에는 서로 공존 협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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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를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동아시아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역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지요. 물론 한국에는 북한이라는 동족이 있지만 이미 70년이나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장래 북한과 공존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당장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지요. 또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는 큰 나라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일본을 포기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대립 사이에 끼어서 한반도는 영원히 분단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싫든 좋든 실리적으로 이웃인 일본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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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우경화된 일본 정부가 있는 한또라이 친일 대통령이 하던, 과거 청산 없는 협력은 공존이 아니라 그냥 친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다. 앞으로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지 모르겠으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우경화된 일본이 계속 오른쪽만 쳐다보는 한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선거를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요즘이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일본에서 생활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책의 끝 문장: 새로운 한국,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아시아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인의 집이라 긴장하며 잘하지도 못하는 서투른 일본말로 첫인사를 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 하타케야마 부부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사죄한다"라고 인사를 했다. 처음 받는 인사 치고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의 가족 중에는 강제 연행을 당한 사람도 일본군 ‘위안부’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젊은 부부를 일으켜 세웠지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생생히 남아 있다. - P8

일본 극우보수세력의 실체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사회에도 그 잔영이 남아 있다. 이른바 친일 부일세력으로 불렸던 이들은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변모해 해방 후 우리 사회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유지시켜왔다. 한국사회는 한국전쟁 후 반공 및 한미일 안전보장의 틀 속에서 이른바 안보경제의 의존관계를 맺으며 일본사회와 공존해왔기 때문에 친일 부일세력들의 실체를 해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장기간에 걸쳐 군사정권을 민주정권으로 바꾸고 과거사 청산을 위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국가폭력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 속에서 청산되지 않은 일본 식민지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 P17

우리가 일제 청산을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결국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에 권세를 누리던 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았지요.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 군대를 운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군을 해체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육성한 일본군과 만주군의 조선인 장교들을 그대로 쓴 겁니다. 그들이 위안대를 만들었고, 그 규모와 위치를 <6.25사변 후방전사>에 자랑스럽게 실적이라고 써놓았습니다.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아니 박정희식 군국주의에 빠진 ‘그 식구’들을 반대하는 겁니다. - P80

이토 히로부미는 쇼카손주쿠에서 공부한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습니다. 한미한 가문의 하급 사무라이로, 처음에는 존왕양이적 입장에서 각종 테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죠. 그러다가 1863년 조슈번에서 선발한 영국 유학생의 한 사람으로 외국 생활을 하며 영국의 선진문물에 압도되어 존왕양이론자에서 개국론자로 근본적인 사상 전환을 하게 됩니다. 존왕양이파는 원래 한국의 위정척사파와 크게 바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위정척사파들이 내 목은 잘라도 상투는 못 자른다고 버틸 때 이토 등 존왕양이파들은 서구 문물을 접하고 스스로 상투를 잘라버린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 P100

그런데 일본에서 외국인 학교를 각종학교로 취급하는 것은 조선학교 때문입니다.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규정하는 순간 조선학교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제도로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조선학교만 각종학교로 취급하면 너무나 노골적인 차별 정책이 되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아예 모든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입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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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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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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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기태 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으로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단다.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더구나. 소설이라는 것이 초반부에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데, 단편 소설집은 그런 소설마다 상황파악을 자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장편 소설은 책 한 권당 한번의 수고로움이 있으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책에 실린 모든 단편 소설들이 상황파악이 쉽고 명확했단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경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어. 이 책에서는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하여 총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단다, 작가 김기태 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2024년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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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바다>

요즘은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잖니.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전지구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첫 번째 실린 <세상 모든 바다>라는 소설도 그런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하쿠라는 사람이야. 하쿠는 오랜 유학 생활으로 우리나라 말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 하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세상 모든 바다의 찐팬이었어. 세상 모든 바다(세모다)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하쿠는 밖에서도 보려고 콘서트장에 갔단다. 그리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콘서트가 끝나고 콘서트장 밖에서 추가로 공연한다는 소문이 있었어. 콘서트 밖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하쿠는 그곳에서 영록이란 소년을 만났어. 영록도 세모다의 팬으로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했어. 후쿠는 영록에게 그 소문을 이야기해주었어. 세모다가 공연을 마치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공연장 밖에서 공연한다는 소문. 그런데 비도 오고 해서 하쿠는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곳에서 테러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문대로 세모다가 밖에서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총을 꺼내 들고 서로 쏘는 장면을 연출했대. 나중에 알고 보니 세모다 팬들이 세모다인 척 공연을 하고 가짜 총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실제상황인줄 알고 도망가다가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9명이 죽었다는 거야. 그 중에는 후쿠가 만났던 영록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이태원 사건이 떠올랐는데 지은이는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기를...

<롤링 선더 러브>

이 소설은 짝짓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모방한 소설이었단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본적은 없어. 그래도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라서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어. 두 번째 소설 <롤링 선더 러브>솔로 농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맹희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프로그램 이름에 농장이 들어가 있어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채소의 이름으로 참가하는데, 맹희는 완두라고 불렸단다. 그런데 맹희는 참가자보다 자신을 담당하는 PD에 더 호감을 갖게 되었어.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단다.

<전조등>

어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돼. 그런데 그의 삶에서 단 한번 평범하지 않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어. 아내에게 청혼하려고 지방으로 여행을 갔고, 무엇인가 부딪힌 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갔더니 오른쪽 전조등이 깨지고, 여자 신발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어. 그 이후에도 그 일로 어디선가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감읽는 이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단다.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러시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교포 4.. 그러다가 부모님이 한국에 이주해서 살아서 한국에서 자라게 된 김 니콜라이. 김 니콜라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국적이 러시아인이다 보니 외국노동자 취급을 받았어. 한국 영주권을 따려고 알아보았는데, 36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했어. 외노자 신분으로 쉽지 않은 연봉이지. 애인이 자주 바뀌는 엄마랑 단 둘이 사는 권진주. 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지. 권진주와 김 니콜라이는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졸업 이후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그 이후 가끔씩 만나 밥을 먹고 그러다가 친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MZ 세대들의 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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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교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던 것 같았어. 확신이 아니고 재미있던 것 같다고 한 이유는 읽은 지 좀 시간이 지났고, 비슷비슷한 재미 중에 이 소설이 살짝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그런 거야. 곽은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었어. 고등학교 3학년의 선택 과목으로 <고전 읽기>가 있어서 나름 아주 열심히 준비를 했단다. 그런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었어.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자고, 서너 명이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그런데 은재라는 학생만이 아주 열심히 들었단다. 은재가 자본론과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은재 아버지의 민원도 있었지만, 은재가 아버지를 잘 설득하여 큰 문제도 없었어. 3, 1년 내내 열심히 고전을 읽은 은재. 곽은 은재의 생기부에 아주 정성 들여 과목 활동한 것에 잘 써주었어. 그런데 은재가 서울대에 합격을 한 거야. 그 고등학교는 매년 한 명만 서울대에 합격하는데, 그 해에는 은재가 예상치 못하게 서울대에 합격하여 두 명이 합격한 거야. 학교는 난리가 났지. 교장도 기분이 좋아졌어. 다음 해는 <고전 읽기> 과목을 더 활성화해 달라는 말과 함께

<로나, 우리의 별>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월드 스타가 된 오로나에 관한 이야기란다.

<태엽은 12 1/2바퀴>

은혜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남자. 20여 년 전부터 숙박업을 했어. 예전에는 은혜장이라는 여관을 운영했는데, 딸의 조언으로 은혜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을 해서 한때 번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숙소가 되어 버렸어. 은혜가 아홉 살 때 아내를 잃고 혼자 은혜를 키웠고, 은혜는 지금은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어. 손님이 거의 없는 숙소에 낯선 손님이 한 명 찾아오면서, 스릴러 소설의 냄새를 풍기면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무겁고 높은>

탄광이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카지노가 들어선 마을. 엄마는 도망하고, 아빠와 단 둘이 지내는 송희가 주인공이란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했어. 역도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무거운 것을 버리는 느낌이 좋아서 역도를 한 것이야. 3이 될 때까지 입상 한번 못했어. 송희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꿈인 100Kg을 들고 나면 역도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00Kg을 들지 못하고 역도를 그만 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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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토미카>

팍스 아토미카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핵무기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는 뜻이란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소설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의심을 했어. 자신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 정신병자인지 병원에도 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란다.

이렇게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조금씩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몇몇 작품은 줄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길 바래. 아빠가 오늘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일상들을 소재로 해서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필력도 나쁘지 않아서 장편 소설도 잘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번 기대해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세상 모든 바다의 팬입니까.

책의 끝 문장: “확실히 그렇네요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P204

공항이란 무섭다. 들어가도 되는 곳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과 들어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들고 가도 되는 것과 들고 가면 안 되는 것과 들고 가야 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렇게나 엄격하면서 정작 중대한 사정들은 내게 알려주지 않는다. 작은 딱지를 붙인 내 가방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세상 저편이 갈 때까지 가방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내 손에 다시 쥐어질 수 있을까. 내 운명도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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