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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영화
'룸']
이 소설은 두어 달 전에 영화 예고편으로 알게 된 책이다. 소재가 독특한 영화라서, 그 영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원작 소설이 있었다. 요즘 영화보기가 쉽지 않아서, 책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엠마 도노휴라는
아일랜드 사람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데, 자신의 친딸을 밀실에 24년간 가두면서 폭행과 나쁜 짓을 한 사건이라고
한다. 소설보다 실재 사건이 더 잔인하고 무서운 사건이었다. 이렇듯 요즘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무서운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연일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 그런
무서운 일들이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이 과연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진보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환경도 날이 갈수록 나빠진다. 그저 과학기술만 발전하고 있는데, 그것이 더 나아지는 세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암튼, 그런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고 해서, 평범한 범죄 소설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고, 영화로까지 만든 것 같다.
아참! 이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했던 브리 라슨라는 배우는 얼마 전에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영화가 된 것 같다. 나도
언제가는 꼭 봐야겠다.
[잭의 세상]
소설은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한 잭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가 바로 다섯 살 잭이다. 영화 예고편을
보지 않았다면, 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예고편을 봐서, 잭이 조그마한 방에
엄마와 갇혀 있다는 것을 금방 이해했고, 잭이 이야기하는 것을 바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읽는 이들은 ‘왜?’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그들은 그 조그마한 방에 갇혔는가? 그
궁금증으로 책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 이유를 알게 되고는 분노하게 된다.
7년 전.... 7년 전 잭의 엄마는
대학교 1학년의 어여쁜 학생이었다. 물론 그때 잭은 태어나기
전이다. 올드 닉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개가 잘못되었다면서 도와달라고 해서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의 차를 탔는데, 그 이후로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조그마한 방이었던 것이다. 그 방은 사방이 박혀
있었고, 벽은 납으로 되어 있어 완벽한 방음이 되었고, 철문으로
잠겨 있었다. 창문도 천장에 달려 있는 창이 하나가 전부였다. 천장에
있는 조그마한 천창으로 하늘이 보였다. 바깥 세상은 그 네모로 보이는 하늘이 전부였다. 그녀는 몇 번 탈출을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했다. 방법이 없었다.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고, 밤마다 형광등을 껐다켰다해서 빛을 이용해서 자신을 알리려고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녀는 왜 갇혔을까? 그녀를 가둔 올드 닉이 싸이코인 이유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전에 그를 알고 지낸 것도 아니다. 그녀를
가둔 이유는 그녀의 생명을 담보로 그녀를 강간하려는 이유가 전부였다. 그 잔인한 이유로 그녀의 자유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반항을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올드 닉의 아이까지 갖게 되었고, 이내 유산을
하였다. 그 조그마한 방에서 아이 낳는 것이 쉽겠는가. 그런데, 다시 임신하게 되었고, 그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잭이다. 그 조그마한 방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것이다. 그것도 범죄자의 아이를… 하지만,
엄마는 잭을 무척 사랑했다. 오랜 감금생활과 폭행을 견디게 해줄 수 있는 힘이었고, 희망이었고, 행복이었다. 잭은
엄마에게 모든 것이었다. 그 오랜 세월 그 좁은 방에서 갇혀 지내면서 미치지 않은 것도 잭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잭에게도 엄마가 전부였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그 방을 나가본 적이 없다. 잭에게는 그곳이 곧 세상이었다. 그는
외롭지 않았다. 엄마가 있었고, 화분이 있었고, 침대가 있었고, 싱크대가 있었고,
벽장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잭의 친구였던 것이다.
그 방에는 공중파 몇 개가 나오는 TV와 최소한의 가구와 용품이 있었고, 그리고 일요일마다 꼭 필요한 만큼의 생필품을 범죄자가 가져다 주었다.
잭은 다섯 살이 되면서 호기심이 많아졌다. 우리
둘째가 다섯 살인데, 호기심 대장이다. 우리 아이들이랑 잭의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소설에 더욱 집중을 한 것 같다. 잭의 행동 하나하나에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떠올리기도
했다. 잭의 궁금증은 엄마가 해결해주었다. 엄마는 잭에게
자신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을 많이 알려주었다. 잭은 글도 잘 읽었다.
잭은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한 아이였다. 그만큼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올드 닉은 가끔씩 밤에 찾아왔고, 그러면 잭은 벽장
안에 숨어서 삐그덕거리는 침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가 가고 나서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었다.
...
[탈주]
엄마는 어느 날 범죄자에게 대들었다가 벌을 받았단다. 올드 닉이 방에 들어오는 전기를 끊어버린 것이다. 냉장고 음식도
상해가고, 난방이 안되어 무척 추웠다. 엄마는 이때 다시
한번 탈주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잭이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엄마는 잭이 모르고 있던 바깥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진짜
세상 말이다. 이 좁은 방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다. 갇히게
된 이유도 해주었다. 잭은 혼란스러웠다. TV속의 세상은
모두 가짜이고, 이 좁은 방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잭은 바깥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했다. 엄마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잭에게 탈주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고, 잭은 결국
엄마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계획은 이랬다. 엄마는 잭에게 아픈
척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올드 닉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할 것이고, 병원에 도착하면 소리쳐서 살려달라고, 경찰을 만나라고 이야기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잭은 싫다고 했다. 무섭다고 했다. 정말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고, 엄마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잭은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 종일 아픈 연기를 했다. 그리고
올드 닉이 왔다. 하지만, 그는 안 된다고 했다. 그냥 그들을 두고 올드 닉은 돌아갔다.
엄마도 예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바로 두번째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진짜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죽은 척하기. 어제 조치를 안 취해서 결국 잭이 죽었다고 올드 닉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잭을 데리고 갈 거라고... 그때 소리지르면서 도망가라고... 경찰을 만나라고... 이것은 아픈 척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엄마는 양탄자에 잭을 돌돌 말고, 악취가 나게 만들었다. 최대한 시체와 비슷한 냄새를 나려고 말이다. 더러워서 올드 닉이
시신 확인을 하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잭은 무서워서 못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바깥세상을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양탄자 속에서 죽은 척하는 연습을 하고, 돌돌 만 양탄자에서
빠져나오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 엄마는 어제
병원에 가지 않아서 결국 잭이 죽었다면서 울부짖는 연기를 했다. 올드 닉이 속아서 당황을 했다. 그리고 빨리 시체를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잭을 데리고 갔다. 양탄자에
싼 채로 트럭 뒤에 실었다. 돌돌 만 양탄자에서 빠져나와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간신히 빠져왔는데, 올드 닉이 알아차렸다. 잭은 도망을 갔지만, 이내 올드 닉에게 잡혔다. 그런데, 다행히 이 장면을 산책하던 어떤 아저씨가 모두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 아저씨가 질문을 던지자 당황한 올드 닉은 잭을 버리고 혼자 도망을 갔다. 그 아저씨가 경찰을 불러주었고, 드디어 잭은 드디어 경찰을 만났다. 그보다 잭은 드디어 진짜 세상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경잘에게 상황을
이야기해서 경찰은 엄마가 갇혀 있는 곳을 알아냈다. 그리고 엄마와 다시 만났다. 드디어 그들은 그 길고 긴 감금생활에서 벗어난 것이다.
[진짜 세상]
한편, 그들을 가두었던 올드 닉은
경찰에 잡혀서 철창신세가 되었다. 다른 범죄 소설이었다면 올드 닉의 재판 현장과 그 사건의 진실을 캐는
것을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태어나자마자 5년 동안 감금되었다가 진짜 세상에 나온 다섯 살 잭이 적응해 나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인 것이고, 읽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적시는
것이다.
그들은 탈출했지만,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사회와 시스템은 그들은 치료의 목적이라며 정신병원에 머물게 하고 이런저런 조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을 환자 취급을 당하고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다. 엄마는
그런 것들이 화가 났다.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절차라고 했다. 병원의 태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상황을 왜곡하고 자극적인 TV 보도를 했던 것이다. 잭은 이 진짜 세상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자극,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인 것이다. 심지어 계단도 그에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서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와 둘만 있었던 그 방을 그리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엄마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했다.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와 삼촌
등 엄마의 가족들과도 만났다. 엄마가 감금해 있는 동안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혼을 해서 할아버지는
호주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는 레오라는 새로운 사람과 같이 살고 있었다. 할어버지도 엄마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호주에서 만나러 왔지만, 범인의
아들인 잭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곧 돌아갔다. 잭과
엄마는 계속 병원에 머물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었지만, 절차라는
이유로 병원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엄마는 TV 인터뷰도
하게 되었는데, 언론 기자들은 잔인하고 악의적인 질문만 해댔다. 엄마는
제발 그냥 우리를 놔두라고 하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그들은 그런 장면을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열을
내며 촬영도 하고, 플래시가 더욱 많이 터졌다. 이런 언론의
모습이 소설 속만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나쁜 사람들...
엄마는 그 일이 있고 많은 약을 먹었다.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엄마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엄마는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고. 잭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굿바이]
잭은 할머니와 새할아버지 레오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잭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가끔 엄마와 함께 있던 방을 그리워했다. 할머니는 잭을 보살폈지만, 갑자기 생긴 ‘진짜 세상’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다섯 살 손자는 할머니에게도
낯설었다. 잭에게 가끔씩 화를 내기도 했다. 오히려 그의
새할아버지가 잭을 잘 보살펴주었다. 다행히 엄마가 의식이 돌아와서 전화 통화를 하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엄마는 돌아왔다. 잭이 엄마를 다시
만나서 안정을 취하는 듯했지만, 하지만, 여전히 잭은 새로운
‘진짜 세상’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와 둘이 지냈던 그 방을 몹시 그리워했다. 잭에게 있어
그 방에서는 행복이 대부분이었는데, ‘진짜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섭기도 하고… 잭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그 방을 몹시
그리워해서 엄마는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그 방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방은 예전에 행복만 가득했던
그 방이 아니었다. 그래도 잭은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방
안의 침대, 싱크대, 세면대 등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씽크대, 안녕 벽, 안녕
침대, 안녕 바닥...
그래, 잭은 그 방을 나오면서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짜 세상’에 적응이 어려웠던 것이다. 소설은 여기서 끝났지만, 이 소설을 읽은 이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앞으로 잭은 ‘진짜 세상’에 잘 적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 거라고…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