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93)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218)

집담과 밭담들, 돌로 된 집들의 벽체들만 남기고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어. 아버지가 집에 들어서자 마당 가득 붉은 게 흩어져 있어서 놀랐는데, 달아오른 고추장 장독이 터진 거였어. 집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총소리가 들렸던 팽나무 아래로 달려가보니 일곱 명이 죽어 있었대. 그중 한 사람이 할아버지였어. 가호마다 주민 명부를 대조한 군인들이, 집에 없는 남자는 무장대에 들어간 걸로 간주하고 남은 가족을 대살(代殺)헌 거야.

 

(243)

보이지 않는 눈송이들이 우리 사이에 떠 있는 것 같다. 결속한 가지들 사이로 우리가 삼킨 말들이 밀봉되고 있는 것 같다.

 

(273)

1948년 정부가 세워지며 좌익으로 분류돼 교육 대상이 된 사람들이 가입된 그 조직에 대해 나는 알고 있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치적인 강연에 청중으로 참석한 것도 가입 사유가 되었다. 정부에서 내려온 할당 인원을 채우느라 이장과 통장이 임의로 적어 올린 사람들, 쌀과 비료를 준다는 말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다수였다. 가족 단위로도 가입되어 여자들과 아이들과 노인들이 포함되었고, 1950년 여름 전쟁이 터지자 명단대로 예비검속되어 총살됐다. 전국에 암매장된 숫자를 이십만에서 삼십만 명까지 추정한다고 했다.

 

(311)

모든 소리의 잔향이 허공의 눈송이들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내쉬는 숨소리도 눈의 입자들 속으로 삼켜졌다.

여기쯤 멈춰 서서 엄마는 저 건너를 봤어. 기슭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갔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게 물 구경인가. 생각하며 엄마를 따라잡았던 기억이 나.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317-318)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 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골짜기와 광산과 활주로 아래에서 구슬 무더기와 구멍 뚫린 조그만 두개골들이 발굴될 때까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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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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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SF 고전 명작들이 있단다. 최근에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 SF 고전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란다. 그 밖에 아빠가 몰라서 그렇지, SF 고전 소설들이 많이 있단다. 고전 만화 리뷰툰의 대가 키두니스트 님은 SF 고전들만 모아서 리뷰툰을 출간하기도 했어. 아빠가 오늘 이야기할 책도 키두니스트님의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SF)>에 실려 있던 SF 대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란다. 이 책도 고전 SF 소설을 소개할 때 손꼽는 그런 작품이란다.

<파운데이션>은 총 7권의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인데 보통 파운데이션 시리즈라고 한단다. 이 책이 2013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완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빠도 어떤 책인가, 간이라도 보겠다고 1권만 구매했던 기억이 있구나. 그러다가 키두니스트님의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SF)>을 읽고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일곱 권이니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읽어야겠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책을 펴게 되었구나. 일곱 권을 연달아 읽어도 좋겠지만, 이것저것 다른 책들도 읽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듬성듬성 읽으려고 한단다. 주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주말에 읽어보려고 해.

파운데이션 시리즈 일곱 권 중에 오늘은 제1 <파운데이션>을 이야기해줄게.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소설 초반부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단다. 다행히 이 책은 그렉 이건의 <쿼런틴>처럼 하드 SF는 아니라서 읽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어. 그래도 아빠가 파운데이션 상의 세계관을 잘못 이해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렴.

 

1.

가일 도닉이라는 수학자가 있었는데 우주 변방의 시낵스 항성계라는 곳에 살고 있었단다. 우주는 커다란 우주 제국을 이루고 있었고, 트랜터라는 수도 행성이 은하 제국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어. 한창 전성기 때는 약 450억 명이 트랜터에 살고 있었단다. 가알 도닉은 트랜터에 살고 있는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의 초대를 받아서 트랜터로 가게 되었단다. 소설 속 시대에서 우주 여행은 초공간 도약이라는 방법으로 한순간에 은하계를 횡단할 수 있었단다. 가알 도닉도 초공간 도약으로 트랜터에 도착했어. 트랜터 사람들 대부분은 지하에서 건물을 만들어서 지내고 있었고 땅도 잘 안 보이고 녹색 식물도 눈에 띄지 않았어. SF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래 도시의 모습.

가알 도닉이 트랜터에 온 이유는 해리 셀던이 제안한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서야. 심리역사학자인 해리 셀던 박사는 500년 이내 트랜터가 멸망할 것이란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을 했다는 했어. 그래서 셀던 박사는 파멸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성했어. 우주의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도 편찬하려고 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수학자 50명과 회원 10만여 명이었어. 하지만 해리 셀던의 이 예언은 제국의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면서 해리 셀던을 체포하고 재판을 받게 되었단다. 재판 결과 해리 셀던은 터미너스라고 하는 사람이 살지 않는 행성으로 추방당하게 되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10만여 명이 함께 추방당했단다.

….

그들이 터미너스로 추방된 지 50년이 지났어. 해리 셀던은 이미 죽었지만 다른 회원들의 노력으로 <은하백과사전> 1권의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어. 아무도 살지 않던 터미너스 행성에는 이제 1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적은 수의 살고 있는 작은 행성이란다. 터미너스 인근에 몇몇 행성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아마크레온이라는 행성이 있었어. 당시 우주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아나크레온은 최초로 독립 선언을 한 행성이었단다. 그 아나크레온의 부장관인 오토 로드릭이라는 사람이 터머니스에 방문했단다. 아나크레온에서 터미너스를 보호해 주겠다면서 터미너스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보호해주는 대가로 세금을 내라고 했어. 강대국의 뻔한 술수들. 제안이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었어.

터미너스는 루이스 피렌이라는 사람이 이사회 의장이자 황제 대리인으로 통치하고 있었는데, 오토 로드릭의 협박에 대해 대응하고자 이사회를 소집했어. 터미너스 시장인 샐버 하딘도 참석했단다. 그들은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지만 뚜렷한 방안 없이 끝났고 루이스 피렌 이사장과 샐버 하딘 시장 사이의 갈등만 확인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시간유품관이 열리면서 해리 셀던의 생전 동영상이 공개되었단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어. 해리 셀던의 프로젝트는 사실 새로운 은하 제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 그 기초가 되는 것, 바로 파운데이션을 터미너스 행성에 만드는 것이었어. 해리 셀던에 의하면 파운데이션 행성은 터미너스 말고, 우주 반대편에 한 개 더 만든다고 했단다.

또 시간이 흘러 30년이 지났어. 터미너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0년 전에 샐버 하딘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어. 그때부터 시장인 샐버 하딘이 터미너스의 권력 1순위였어. 인근의 네 개의 행성들과 친하게 지내는 유화 정책을 펼치면서도 서로 견제를 하게 하여 터미너스의 이익을 챙겼단다. 인근 행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여 아나크레온의 군사 기지가 터미너스에 설치되기도 했지만, 견제 정책을 통해 금방 철거되었단다. 그리고 원자력 기술을 네 개의 행성에 전파하였는데 은하령이라는 종교의 형태로 전파했단다. 하지만 샐버 하딘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었어. 특히 젊은 의원들은 샐버 하딘의 유화 정책에 반대를 했고, 강경 대응할 것을 요구했단다.

한편, 이웃 행성 아나크레온은 어린 왕 레폴드가 왕위에 있었고 삼촌 위니스가 섭정을 하고 있었단다. 레폴드가 성인이 되었을 때 대관식을 하게 되어 샐버 하딘 시장도 초대를 받았어. 하지만 위니스에 의해 감금되었단다. 위니스는 터미너스의 종교적 지배력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터미너스를 침략하려고 했단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샐버 하딘을 감금하고 우주 전함을 터미너스로 출동시켰단다. 하지만 하딘 시장은 이를 예상하고 있었고, 아나크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제들은 깊은 신앙심으로 원자력을 멈추게 했단다. 조금 이해가 안 가긴 했는데 아빠가 이해한 수준으로 설명을 할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원자력을 종교의 형태로 전파했다고 했잖아. 원자력을 운용하는 이들은 모두 사제였는데, 그 사제들은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었지. 그런데 위니스가 원자력의 원천인 터미너스를 공격한다는 했으니 이는 신성모독으로 생각했던 거야.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기독교도 군대로 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공격하라는 것과 비슷한 거지. 사제들은 이에 반발하여 원자력을 다 꺼버리는 행동에 나섰어. 그렇게 원자력이 멈추자 아나크레온은 암흑 천지가 되었고, 터미너스로 향하던  전함들도 모두 멈추었단다. 이에 반란에 실패했다는 것을 직감한 위니스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하딘 시장은 아나크레온을 손쉽게 정벌을 하고 터미너스로 귀환을 했단다. 샐버 하딘 시장은 터미너스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으며, 반대 세력도 샐버 하딘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샐버 하딘 시장을 지지했단다. 원자력의 힘을 알게 된 다른 이웃 행성들은 모두 파운데이션에 충성을 맺는 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어. 다시 시간유품관에서 해리 셀던의 영상이 상영되고 지금의 일들을 모두 예언했음을 알게 되었단다. 이로 인해 해리 셀던의 예언은 더욱 신임을 얻게 되었단다.

 

2.

또 세월이 흘러 샐버 하딘도 옛사람이 되었단다. 무역상인인 호버 말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코렐이라는 행성에 무역 거래를 뚫기 위해 갔단다. 이 시절에는 파운데이션에서 전파한 원자력 종교에 대해 거부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래서 코렐 행성도 파운데이션 사람들이 자신의 행성에 오는 것에 제한을 두었단다. 특히 선교사들은 절대 출입 금지였어. 파스타 호를 타고 호버 말로가 코렐에 와서 허기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단다. 그런데 파스타 호에 몰래 숨어 들어온 선교사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선교사를 강력 통제하고 있던 코렐 행성은 병사들을 파스타 호에 보내고 선교사들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했어. 호버 말로는 그들의 말이 타당하고 생각했고, 몰래 숨어 들어온 것은 선교사의 잘못이니 그들에게 순순히 선교사를 넘겨 주었단다. 이런 호버 말로의 행동은 코렐의 독재가 콤도 아스퍼 아르고에게 신뢰를 주게 되어 호버 말로의 입국 허가를 해주어 호버 말로는 콤도 아스퍼 아르고를 만나게 되었단다. 호버는 콤도와 무역 관련된 협상을 하게 되었고, 종교색채는 빼고 자유 무역을 하기로 협의했어. 이후 호버 말로는 무역상으로 큰 돈을 벌게 되었고, 주임 무역상인이 되었단다.

어느날 시장의 비서관 조레인 서트가 호버 말로를 찾아왔어. 조레인 서트가 이야기하기를 호버 말로가 하고 있는 종교를 배제한 무역은 터미너스 관습에 어긋난다면서 시정하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호버 말로는 거절했단다. 그러자 선교사를 코렐에 넘긴 것을 재판하겠다고 했어. 터미너스 시민을 적에게 순순히 넘긴 것은 죄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초반 분위기는 호버 말로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단다. 아무래도 그들이 신성시 하는 종교의 선교사를 적에게 넘겼으니 말이야. 하지만 호버 말로에게는 반전 카드가 있었어.

당시 파스타 호에서 일어났던 일을 녹화한 영상이 있었는데, 선교사로 숨어 있다고 하는 자의 팔에 어떤 문신에 있었어. 그 문신은 코렐의 비밀 경찰임을 알려주는 문신이었던 거야. 그리고 그 사건은 조레인 서트와 터미너스 시장이 연루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어. 재판 결과는 대반전을 이루고 호버 말로는 인기가 급상승하여 시장 당선까지 되었단다. 시장 당선 2년 뒤에는 코렐과 전쟁을 하게 되고 3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파운데이션이 승리하게 되어 호버 말로는 또 한 명의 영웅이 되었단다.

….

여기까지가 1 <파운데이션>의 이야기란다. 이 소설은 지은이가 로마 제국을 모티브로 해서 썼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종교색이라든가 우주 제국의 쇠퇴 등이 로마 제국의 옛모습과 겹치는 것 같기도 하더구나. 얼마 전에 애플 TV에서 <파운데이션>을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들었어. 검색을 해보니 시즌 2까지 나왔더구나. 애플 TV를 구독하지 않아서 드라마를 볼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로 한번 보고 싶구나.

1권에서만에도 시간이 몇 십 년씩 점프를 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계속 바뀌게 되는 건가? 드라마로 어떻게 편집했을 지도 궁금하구나. 그리고 광활한 우주를 어떻게 잘 표현했는지도 궁금하네. 일단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이라도 함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해리 셀던. 은하 기원 11988년에 태어나 12096년에 죽음.

책의 끝 문장: 그리고 호버 말로는 파운데이션 국민의 마음 속에 해리 셀던과 샐버 하딘에 뒤이어 자리를 잡았다.



땅이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전개되는 인공 건축물 사이로 땅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지평선도 볼 수 없었다. 거의 똑 같은 회색으로 펼쳐진 금속 구조물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하나의 선을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육지 전체가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두세 척 유람선만이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행성을 뒤덮고 있는 금속 구조물 안에서는 수십억 인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 P18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여 남겨 두는 방법을 통해서입니다. 인간이 지금까지 축적한 지식의 총량을 한 개인이 취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아니, 1000명도 부족합니다. 사회조직이 붕괴하면서 과학은 수백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개개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극히 작은 지식만 알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극히 작은 지식만 알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으로 고립된 인간은 무력하고 쓸모 없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앞뒤 연결이 안 되는 지식의 단편은 수 세대를 경과하면서 잊히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다면 인류의 지식은 결코 상실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후손은 그 지식을 이용할 것이며 다시 애써서 재발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3만 년 걸릴 일이 1000년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 P41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네. 왜냐하면 미래는 막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셀던이 미래를 확실하게 계산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했으니 말이네. 우리 역사 속에서 계속 발생하는 위기 하나하나는 구체적으로 예측된 것이고 각각의 위기는 앞에서 일어난 위기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는가에 달려 있다네. 현재의 위기는 그중 두 번째에 불과하고,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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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13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운데이션 꾸준히 읽고 계셔서 부러워요.
전 아직 장식품으로 소장 중입니다.^^

bookholic 2024-11-14 10:41   좋아요 1 | URL
책은 장식의 이유 70%, 독서의 이유 30% ^^
하지만 먼지 벌레 생기기 전에는 구출해 주세요~~
그레이스 님도 즐독하시고요^^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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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Jiny가 읽었음 좋겠다고 엄마가 사 달라고 했던 책인가? 오래되어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빠가 알고 산 책은 아니고 엄마가 사 달라고 해서 샀던 책으로 기억한단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읽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장 한가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배경이 오늘날 인도더구나. 아빠가 현대 인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읽은 적이 있나 싶었어.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인도를 배경으로 소설 자체를 읽은 적이 있나 싶기도 했어. 인도의 위인들 평전이나 그들이 쓴 책들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인도 소설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디파 아나파라가 인도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지은이 소개를 읽어보니 인도 출신 영국인이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디파 아나파라는 10년 넘게 인도 뭄바이와 델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대. 그렇게 인도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을 경험으로 쓴 책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고 하는구나. 인도의 빈민층의 사회 문제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순진무구한 아이들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단다. 하지만 결말은 현실적으로 끝을 맺는 약간은 냉혹함마저 보여주었단다. 소설이니까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인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결말로 끝을 낸 것 같아.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빈민촌에 살고 있는 아홉 살 자이라는 아이란다. 자이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 루누가 있어. 아빠와 엄마는 모두 일하시고, 누나 루누는 달리기를 잘해서 학교 육상 대표이기도 해. 최근에 빈민촌이 헐린다는 소문이 있어 그것 때문에 자이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걱정을 달고 산단다. 그리고 그곳은 늘 스모그가 끼어서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려웠고 아주 심하게 스모그가 낀 날은 공식적으로 학교가 쉬기도 했어.

자이의 친한 친구들 파리와 파이즈가 있었어. 어느날 같은 반 친구 바하두르가 사라졌어. 바하두르의 아버지는 주정뱅이에 가정폭력범이었는데 바하두르의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피해 며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더니 바하두르가 사라지고 없었던 거야.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은 단순 가출일 거라면서 돌아갔어. 경찰들도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어. 그런데 며칠 뒤 동네에 살고 있는 선배 옴비르도 사라졌단다.

경찰이 나오는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자이와 파리는 탐정이 되어 바하두르를 찾기로 했단다. 평상시 바하두르가 뭄바이에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자이와 파리는 뭄바이 가는 기차역이 있는 곳까지 열차를 타고 가 보았단다. 그 열차 이름이 책 제목에 있는 보라선 열차란다. 하지만 아홉 살 꼬마가 낯선 시내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어. 한 번은 유괴범에 납치될 뻔했는데 구루라고 하는 십대 형이 도와주었단다. 구루에게 바하두르의 사진을 보여주면 바하두르를 봤는지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했어. 구루의 도움으로 어린이 복지협회와 경관에게도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바하두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얼마 뒤에 또 아이들이 사라졌어. 미용실에서 일하는 16살 안찰이 사라지고, 밤에 과자 사러 나왔던 5살 찬드니라는 아이도 사라졌어. 마을 사람들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푸자라고 하는 제례의식도 있어. 신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 말이야.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힌두교 아이들이라서 무슬림이 유괴해갔다는 소문들도 있었어. 인도에는 여전히 종교 갈등이 남아 있었단다. 과거에는 나라 때문에 나라까지 나눴잖니. 이런 와중에 경찰은 무슬림 청년 네 명을 아이들 유괴 혐의로 체포했단다. 그 중에는 자이의 친구 파이즈의 형 타리크도 있었어. 경찰의 이 행위는 행간에 떠도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얼마 후 이번에는 무슬림 남매인 카디파와 카비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어. 그렇다면 경찰에 갇혀 있는 무슬림 청년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풀어주어야 하는데 조사할 것이 남았다면서 여전히 경찰서에 있었단다.

 

2.

그런데 큰일 났다. 자이의 누가 루누가 사라진 거야. 아버지가 루누가 운동을 하고 집에 늦게 오고 그러니까 아버지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에 대들던 루누 누나를 아버지가 욱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뺨을 때렸어. 이 일루 루누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지 않고 시장에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남자와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사라지고 말았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루누 누나를 찾는 것 밖에 없었어. 실종된 아이들의 가족들과 도와주겠다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과 유령 시장 인근을 샅샅이 뒤졌단다. 그러다가 넝마주의 무리 중 한 아이가 쓰레기장에서 배낭을 하나 주었는데 그 안에 실종된 아이들의 소지품이 한데 모여 있었단다. 그리고 그 배낭을 버린 사람을 보았다고 했어.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떼를 지어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갔단다. 바룬이라는 사람으로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이고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단다. 마을사람들은 다짜고짜 묻지도 않고 바룬의 집으로 뛰어들어가 뒤져보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어. 경찰도 출동을 해서 일단 바룬은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단다.

바룬은 골든게이트라고 하는 고급 아파트에서 일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골든게이트에 몰려가 시위를 했지만 그들을 들여보내주지는 않았어. 경찰들도 출동을 했지만 경찰들도 마을 사람들을 말렸단다. 바룬이 일한 아파트에 경찰 대표가 가서 확인하겠다면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았어.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사라진 마당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지. 난동을 부리며 몰려 들어가 바룬이 일했던 아파트까지 밀고 들어갔단다.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그 집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집이었어. 그들이 살고 있는 빈민촌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 넒은 거실과 많은 방과 깨끗한 욕실.. 거실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했지. 그들이 이 곳에 온 이유를 잊을 만큼 마을 사람들은 집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어. 자이와 파리만이 집 구석구석 의심 나는 물건이 없는지 찾아 다녔고 수면제와 주사기를 발견하여 경찰에 넘겨 주었단다. 하지만 루누 누나를 비롯한 사라진 아이들도 그곳에는 없었어.

며칠 뒤 바루은 아이들을 죽여 곳곳에 유기했다고 했어. 루누의 가족들은 이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루누 누나를 찾으러 다녔어. 경찰들도 이제는 실종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시신을 찾는 일로 업무를 바꾸었단다. 바루가 일했던 아파트의 여자 주인도 바룬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했어. 인신 매매, 신장 매매, 아동 포르노 제작 및 유통 등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범인들은 모두 체포되었지만 사라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주인공 자이의 누나 루누는 돌아올 줄 알았단다. 하지만 결국 루누 누나도 돌아오지 못했단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소설을 끝맺음 했다고 했잖아.

현실에서는 사라진 아이들이 돌아올 확률보다 못 돌아올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읽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루누 누나 또는 사라진 아이들 모두 기적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내도 좋았을 것 같은데

….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든 범죄는 최악의 범죄란다. 가할 수 있는 최악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범죄자들은 인간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싶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멘탈이 살아 있을 땐, 열여덟에서 스무 명쯤 되는 넝마주이 소년을 거느린 대장이었어.

책의 끝 문장: 두꺼운 구름과 스모그와 심지어 엄마의 신들이 이 세계를 다음 세계와 분리하기 위해 쌓아놓은 장벽까지 꿰뚫을 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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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85-86)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갈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 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김약국은 연순이가 어릴 때 봉제 영감이 그랬듯이 용혜를 노랭이라 부르며 사랑하였다. 다른 딸들은 모두 머리털이 칠빛처럼 검었는데 용혜만은 밤색 머리칼이었다.

 

(206)

논쟁에는 흥미가 없다. 하여간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207)

나를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과소평가를 하는군.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교묘한 회피군요. 물론 나도 역사는 그 당대에서 끝나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나면 다시 시작되죠. 마치 사람이 죽고 또 사람이 태어나듯이……”

되풀이되는 건 없으니만 못하다.”

왜 되풀이되는 거요. 진화하는 거죠.”

 

(302)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叫喚) 속에 옥색 서린 아침, 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새벽별은 밝고 축림, 전화도, 장대 방면에서는 호박, 고구마, 야채 등을 이고 지고 북문 안을 넘어서는 촌부들, 안뒤산 큰개, 작은개에서는 조개를 이고 충렬사를 지나오는 아낙들, 발개와 첫개에는 어장 배에서 생선을 받아가지고 판데굴을 지나오는 장사꾼들, 삼면 바다에서는 기관선으로부터 통구멩이까지 해초, 생선을 실은 어부들이 바다의 새벽을 뚫는다. 아니 그뿐이야. 통영 읍내에서도 비단 장수, 화장품 장수, 실 장수, 과일 장수, 본시장의 모든 장가꾼들은 서둔다. 이 무수한 움직임과 발소리들은 새터로 향하는 것이다. 새벽이 걷히고 옥색 아침이 서리면 읍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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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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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아빠가 소개해 줄 책은 이정모 님의 <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이란다. 제목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감이 잡히는 책이었단다. 현재 진행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어. 지은이는 이정모님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이야. 아빠가 과학 교양서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 과학 교양서를 많이 출간하신 이정모 님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었단다. 그런데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아빠의 눈에 확 띄는 책이 없었는지 이정모 님의 책들을 읽어본 적이 없었구나. 가끔 과학 유튜브에 출현하시는 것들을 본 적이 있던 것 같구나.

그렇다고 이번에 출간한 <찬란한 멸종>이 아빠의 눈에 확 띄어 읽게 된 것은 아니란다. 이미 아빠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책들을 읽었고, 영상으로도 많이 접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도 읽은 이유는 엄마가 이 책 혹시 아냐면서 너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사게 된 것이란다. 바쁜 너희들 대신해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과거 다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단다. 최대한 쉽고 읽기 편하게 쓰려고 노력하신 것이 보였어. 지은이의 시점이 아닌 다른 객체의 시점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단다. 예를 들어 인류가 멸망한 2150년의 인공지능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거나 범고래나 삼엽충의 일인칭 시점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단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빠가 그 전에 읽은 <멸종>이라는 책과 <인류세>라는 책과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에서 봤던 내용들과 많이 겹쳤단다. 그리고 아빠가 정기적으로 읽는 <녹색평론>에서도 대멸종에 대해 가끔 실려서 그 책 이야기를 할 때도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 것 같구나. 우리는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번 대멸종 시대와 다른 것은 불가항력인 원인이 아닌 인위로 만들어진 이유로 멸종이 되고 있다는 거야. 과거 대멸종은 대화산, 운석 충돌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되면서 대멸종이 찾아왔다면 지금의 대멸종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탄소 사용량의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멸종 시대가 찾아왔다는 것이야.

불가항력적인 원인이 아니라 인위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즉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는 거야. 중요한 것은 시간이란다. 이미 많이 늦었어. 지금이라도 이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불과 100여 년 후인 2150년에는 이 지구상에 인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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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150년에는 과연 인류가 살고 있을까요? 물론 저는 그때도 인류가 살아남았기를 기대합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은 지금도 있으니까요.하지만 우리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산다면, 그래서 지구가 꾸준히 더워진다면 2150년 지구에는 인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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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되었는데, 그 기록은 곧 깨지게 되고, 얼마 뒤면 매년 그 기록이 깨질 수도 있을 거야. 이젠 진짜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야. 더 뒤로 미루고 생각할 것도 없단다. 인류 전체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할 시기란다. 그런데 어떻게 합치지? 국가들은 여전히 경제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데…. 그리고 이런 환경 문제에 가장 관심 없는 분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으니 또한 걱정이구나.

 

1.

이 책의 제목을 <찬란한 멸종>이라고 한 것은, 반어적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멸종 뒤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있어왔기 때문에 지은이는 찬란한멸종이라고 했다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멸종의 원인은 지구 기후의 급격한 변화였단다. 그리고 기후의 급격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온실 가스란다. 그러니까 온실 가스를 제대로 제어를 하면 기후의 급변화를 막을 수 있어. 온실 가스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이고이 이산화탄소량이 산업화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단다. 그래서 이미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소식을 접하고 있잖니.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개체도 줄어들고 있고 말이야. 그런 뉴스를 보면서 우리들은 저 동물들 불쌍해서 어쩌지? 이러는데 정작 자신들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단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음 차례는 곧 인간이 될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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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인간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할 때마다 빙하가 녹아서 굶주리게 된 동물들을 걱정한다. 참 재밌다. 펭귄 걱정해 주고, 바다표범과 우리 범고래 걱정을 해준다. 고맙다, 그런데 우리는 당신들이 더 걱정이다.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게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은 별난 존재다. 최고 포식자이면서도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명. 자연사에서 유일한 존재다. 아마 당신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버틸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도 영원할 수는 없다. 끝이 바로 앞이다. 나를 주연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준 인류에 대한 내 마지막 경고이자 애정 표현이다. 우리가 사라지면, 펭귄과 바다표범과 범고래가 사라지면 그 다음은 당신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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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잡는 포경 산업도 기후 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했어. 고래의 똥이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있는 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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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로 망가진 셈이 된 것이다. 고래 똥이 사라지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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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여 문제가 되지만 산소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고 하는구나.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이 무려 전체 산소의 3분의 2나 된다고 하는구나. 공기 중에 산소가 약 20%를 차지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숨 쉬는데 아무 문제 없지만 그 농도가 줄어든다면 계속 가쁜 숨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는 거야. 점점 무서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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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해안선이 줄고 해수면이 낮아지면 해양생물에게는 재앙이 닥쳐 온다. 바다가 넓은 것 같아 보여도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깊이 200미터의 대륙붕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소의 3분의 2는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숲이 아무리 많아봤자 그 넓은 바다에서 활동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래저래 산소 농도는 줄 수밖에 없다.

======================

 

2.

그렇다면 이 많은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왔을까? 산업화 이후 석탄과 석유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산화탄소가 늘었고, 그 이후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는 등 이런 저런 이유에 의해서 더 늘어나게 되었다고 했단다. 석탄은 과거 고생대 석탄기라는 지질시대가 있었어. 당시 지구상에 엄청난 양의 숲이 생성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숲이 많다는 이야기는 나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 나무들이 광합성을 해대는 바람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대. 오늘날 현상과 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거지.

그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면 지구의 온도는 어떻게 될까? 그래, 내려가게 되는 거야. 그래서 빙하기가 찾아왔다는구나. 이렇게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 지구상에는 또한번 멸종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고, 그 많은 나무들도 광합성으로 얻은 탄소를 품에 안고 땅속에 묻히게 된단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있으면서 석탄과 석유로 변한 것이란다. 그것을 산업화 이후 인류들이 사용하게 된 거야. 먼 과거 빙하기를 만들 정도로 지구의 열을 저장한 것이 바로 석탄과 석유이고, 그 열을 오늘날 인간들이 사용하여 다시 대기에 뿜어내고 있는 거야. 지구 입장에서 보면 저장해 두었던 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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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석탄기가 남긴 유산은 역시 석탄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간이 제일 잘 안다. 오죽하면 우리 시대의 이름을 석탄기라고 지었겠는가? 하지만 인간들이 애써 모른 척하려는 게 있다. 석탄이랑 우리가 누려야 할 열이 땅속에 갇힌 결과다. 이 열을 3억 년 후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들이 등장했을 때는 대기에 없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흘러들어간다. 우리는 더운 세상이 좋았지만 인간들에게도 그럴 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보통 자신이 출현한 그 환경이 유지되는 게 생존에 가장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해서 선택되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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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지구상에 출현했던 그 어떤 생명체들보다 지능이 높단다. 그 높은 지능 때문에 3억년 전에 숨겨진 열까지 찾아내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알고 심지어 그 원인도 알고 있단다. 또 심지어 그 해결 방법도 알고 있단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되는 거야. 숲을 울창하게 하던지 식물성 플랑크톤을 보호하던지 정책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단다. 줄이기 어렵다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니 증가하는 속도라도 늦추는 노력을 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구나. 우리의 후세들에게 욕 먹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이 옳단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좀더 경각심들 가졌으면 좋겠구나. 지금은 다른 나라와 싸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싸워야 할 시간. 이 책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멸종뿐만 아니라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것은 이전에도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서 오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보았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인간 없는 지구를 꿈꿉니다.”

책의 끝 문장: 막이 내린다.



직립은 커다란 뇌, 넓은 시야와 더불어 인류에게 한 가지 선물을 더 주었다. 바로 자유로워진 손이다. 걷는 데는 두 발이면 충분했고, 더 이상 나무에 매달라는 데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워졌다. 예민한 감각이 모여 있는 손은 물건을 쥐고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자유로운 손은 노동을 탄생시켰다.
인간으로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다시 인간의 진화를 촉진해 마침내 ‘슬기 인간(Home sapiens)’으로 발전시켰다.
- P32

참, 인간들이 왜 우리의 하인 노릇을 그렇게 열심히 할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아이러니가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지요. 기후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뭐, 현대인들이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들이 잘 버텨야 우리도 편히 오래 살 텐데 걱정이네요. 요즘 하는 걸 보면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어쩌면 우리 펠리스 카투스도 선배님의 길을 따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에잇, 잘 좀 하지! - P175

지구에서 일어난 멸종 사건 가운데 세 번째 대멸종처럼 처참한 사건은 전무후무하다. 이때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95퍼센트가 멸종했다는 뜻은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100종의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이 가운데 95종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조리 싹 다 죽어 사라졌으며, 나머지 5종만 살아남았는데 잘 살아남은 게 아니라 겨우 몇 개체씩만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학교에 100개 학습이 있다면 95개 학급은 모두 전학하고 5개 학급만 남았는데 온전히 남은 게 아니라 한 반에 두어 명만 남은 상태다. - P249

미래를 생각하면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진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눈의 진화는 생명의 긴 여정에서 한 단계에 불과할 것이다. 생물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동안 또 어떤 혁신이 등장할까? 미래의 생명체는 계속해서 감각을 개선해 주변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눈이 발달해 더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빛이 닿지 않는 심해를 탐험하며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도록 진화하는 생물도 있을 것이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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