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

하기 좋은 말로 노년에 시간이 많으니 봉사활동이라도 하라고들 말한다. 나는 아무리 봐도 노년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돌지는 않는 것 같다. 봉사라는 게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봉사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남편에게 봉사활동을 너무 많이 한 관계로 그만하면 내가 해야 할 봉사활동은 다했다고 내 마음대로 생각한다.

 

(32-33)

요즘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 주목받고 있는 모양인데, 도서관에 가면 틀림없이 아직 갖추어놓지 않았거나 있어도 누가 냉큼 빌려갔을 거란 말이지. 그러니 같은 작가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빌려올 작정으로 쪽지에다 써놓는다. 책을 사기에는 이미 내가 버린 책이 너무 많아서 이제 가능하면 책을 사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 또한 알 수 없다. 나는 아끼지 않기로 작정을 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는 할머니가 되면 하루종일 책만 읽고 있어도 좋겠다 싶어 이 시기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래도 사람 사는 게 언제나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가기 마련인지라 나의 독서 생활 역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41)

이 내용은 폴 존슨이 쓴 <지식인의 두 얼굴>(윤철희 옮기, 을유문화사)에 나온다. 이 책에 의하면 <두 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증 그 외의 많은 작품에서 하느님 찜쪄먹을 것처럼 기독교적 신앙심을 강조했던 톨스토이가 사창굴에 자주 드나들고 하녀들을 수시로 추행하고도 언제나 남녀 교체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으며 여자들을 남자들과는 동등한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않고 멸시했다는 것이다. , 이런 재수탱이 똘쓰또이. 내가 그 두꺼운 <전쟁과 평화>를 모조리 다 읽고, 수많은 인간의 심리를 이렇게 정확하게 묘사할 줄 아는 사람은 인간성 반듯하고 인격이 아주 높을 거라고 생각하며 존경의 마음을 보냈는데, 자기 어린 아내하고도 매일 불화하고 죽을 때도 기어이 집을 나와서 기차역에서 죽었던 것이다. 아이를 열셋이나 낳아놓고 자기 잘난 맛에 농지를 농노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난리치니 어느 마누라가 좋아할까?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 없네.

 

(73-74)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이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자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

 

(90)

비단 부부간의 신의만이 의리가 아니다. 부모 자신 간의 관계라 할지라도 인간관계에서는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정말 철없는 부모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방치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도 발생하지만,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을 정도의 부모를 돌아보지 않는 자식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왔다면 내 부모의 안부를 묻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까지는 안 하더라도 근황을 파악하고, 필요시에는 마땅한 조치를 취하는 게 사람됨의 근본일 터이다. 요새는 부모가 장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식도 나이들어가다보면 부모 자식 간의 감정적 정은 줄어들지라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리가 있는 것이다. (사실 노노(老老) 케어 현상은 사회적 문제이다.) 이렇게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도 의리가 중요하다면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결국 의리에 있다 하겠다.

 

(96)

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이들어갈수록 모든 면에서 무심해지는 것 같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 빼고는 일상생활에서 여자보다 잘하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남자가 늙으면 두부 만 모보다 쓸데가 없다했을까.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들은 언제나 대우받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이고, 늙어서도 서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자기들끼리 가진 술자리에서도 끝에는 다툼으로 끝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여자들의 모임에는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있고, 서로 돌보고 위로하는 관계가 되어가기에 나이든 지금이 여자들의 모임이 훨씬 더 좋다. 의리를 잘 지킬 수 있는 것도 유능해야 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잘 이어나가고 서로를 돌보는 면에서도 여자들이 유능하다. 알고 보면 의리라면 여자인 것이다.

 

(113)

나는 이제 할머니이지 엄마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비겁하지 않다. 나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내 자식들은 성인이 되었고 엄마의 역할은 미미하다. 나는 중년의 내 자식이 자신의 업계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유능한 사람과 유명인은 다르다. 유능한 사람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차질 없이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40 중반을 넘고 50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유능하지 않으면 평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기도 힘든 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인생살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지 않나 싶다.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금수저로 태어나면 거기에 상응하는 뭔가가 되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진다. 그렇게 좋은 환경과 뒷받침에도 별 볼 일 없는 존재에 머무른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누구나 자기가 짊어져야 할 생의 무게가 있는 법이다.

 

(115-116)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모든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 삶의 끝이 결국 죽음이라면 인생 자체가 해피엔딩일 수 없을 테니까.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젠가는 끝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결혼 생활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을까? 많은 동화책이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하면 행복하게 사는 결말만 있는 줄 알았겠지. 하지만 부부가 마지막까지 같이 살다가 같이 죽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더 큰 불행을 원하는 것과 같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같이 죽거나 아니면 둘이 동반자살을 시도하지 않는 한 자연사로 같이 죽는 일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죽고 며칠 사이에 다른 한쪽이 죽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때는 둘 다 아주 연로하여 실제로 더 딱한 경우일 수도 있다.

 

(158-159)

길을 지나다니면서 보면 할아버지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드문 편이다. 그런데 목욕탕에 온 할머니들은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보기에 좀 답답하다. 다리와 팔은 보통인데, 복부가 숨쉬기도 어려워 보이는 분들이 많다. 이것은 아무래도 호르몬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살이 찌면 무릎이나 허리가 아픈 경우가 많고 관절염 약을 먹으면 살이 더 빨리 찐다. 게다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체질이 바뀌어 알레르기라도 발생하면 피부과 약을 먹게 되고, 이 피부과 약이 또 비만을 불러온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살이 찌고 싶어도 잘 안 찌고, 물론 할머니도 살이 찌고 싶은데도 안 찌는 경우가 있어서 너무 왜소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신경을 안 쓰면 살이 찐다. 조물주가 생애주기를 잘못 짰다고 불평해봐야 소용없고 적게 먹든지 더 많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187)

내가 어렸을 때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없었던 것 같다. 길을 지나다가 이웃이나 친구 엄마를 만나면 숙이 저어메~!”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 인사였다. 그러면 그분은 오냐~” 이렇게 인사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우스운 생각이 든다. 숙이 저어메라니(그러니까 이것은 누구의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렀던 것이다). 집에 손님이나 친척이 오면 고개만 숙여서 절하거나 친척의 호칭(‘삼촌~’이라거나 이모~’ )을 한번 불러보는 것으로 인사가 끝났다. 그러니까 호칭이 곧 인사였던 것을 알 수 있겠다.

 

(193-194)

따지고 보면 여자들이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불릴 때쯤 얼마나 심정적 갈등이 많았을까. 당연히 결혼도 했고 적당히 나이들었으면 아줌마로 불려도 그러려니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왜 이게 또 쉽게 받아들여지질 않는 겐지. 게다가 요즘엔 나이는 제법 들었는데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모르는 사람을 불러야 할 때는 꽤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혼하고도 아이를 안 낳은 사람도 있는데, 장사하는 사람 중에 손님에게 무조건 어머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도 엄청 바뀌어서 아무나 어머니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저 정도 외모를 가졌으면 아주머니나 어머니로 불려도 될 것 같은, 시대가 인정하는, 요즘 애들 말로 국룰적 호칭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면에서 이게 맞나?’ 자신의 상식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213-214)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운좋게도 그냥저냥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겪었을 여러 인생살이와 이런저런 사건사고와 경제적 결핍과 허약 체질과 남편과의 불협화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익명으로 살 수 있었던 자유로움과 처치 곤란한 재물 때문에 머리를 썩여야 할 일이 없음에도 감사한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관습과 도덕으로부터, 또 종교의 신념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간관계로부터도 거의 자유롭다. 다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235)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다 평온하고 별일 없이 살 수는 없다. 이 정도의 소소한 불편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실제 사는 집에 수해나 화재가 나거나 아니면 교통사고가 크게 나거나 갑자기 심각한 질병의 선고를 듣거나 하면 얼마나 막막할까. 그러니까 심란하거나 난감하거나 왕짜증이 나는 정도는 어쨌든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는 좀 불편한 일들에 불과한 것이다. 전 지구적 대책 없는 큰일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이 정도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싶다. 제발 기후위기나 자연재해, 대형 산불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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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0-13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의리에 있다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bookholic 2024-10-13 23:33   좋아요 1 | URL
^^ 고맙습니다... 주말이 휘리릭 가버렸어요..ㅠㅠ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오랜만에 그 책을 보게 되어 반가웠단다. 아빠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던 즈음에 읽은 책이었거든.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2001 6 2일에 읽었더구나. 무려 23년이나 되었다니세상의 무상함을 이야기해서 무엇 하겠냐마는 세월의 빠른 속도가 아직 익숙하지 않구나.

아무튼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소개해 준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을 보고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단다. 23년만에 다시 읽는다는 것은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처음 읽는 책이다 생각하고 읽었단다. 당시 쓴 독후감을 읽어보았는데, 게으름이 철철 묻어나게 간단히 썼더구나. E=mc^2 공식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고, 평전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책으로 기억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단다. 이번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소개해 준 것은 최근에 새로 번역한 책이지만, 아빠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2001년도판의 책을 찾아 읽었단다.

 

1.

E=mc^2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하는 공식으로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구나. 지은이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E=mc^2 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뜯어 보았단다.

먼저 E, Energy. 에너지의 개념을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마이클 패러데이라고 하는구나. 패러데이라고 하면 Jiny는 과학 시간에 배웠을 것 같구나. 전기장과 자기장의 방향을 알 때 사용하는 패러데이의 왼손 법칙의 그 패러데이. 패러데이는 원래 책 제본업자였대. 직업이 그렇다 보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대. 우연히 손님이 준 영국 왕립 과학연구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주어 듣게 되었고, 강의를 정리해서 데이비드 경이라는 과학자에게 보냈고, 데이비드 경은 패러데이를 실험 조교로 고용했단다. 패러데이는 그렇게 과학을 시작하였고, 전기와 자기가 별개라고 생각하던 당시의 상식을 깨뜨리는 발견을 하게 되었어. 전기가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전기를 만드는 연관성을 발견하여 전동기를 발명하였고, 에너지의 개념을 정리하였다고 하는구나. 패러데이에 정립된 에너지 개념은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계속 되어 우주 안의 모든 에너지의 총량은 늘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보통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을 쓰는데, 우주가 탄생할 때의 에너지와 지금의 우주 전체 에너지가 같다는 신기하구나.

두 번째로 “=”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어. 등호를 의미하는 부호는 1400년대말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처음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쓰이다가 1600년대에 “=”로 통일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의 역사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단다.

다음 m, mass. 질량. 불쌍한 라부아지에 이야기가 또 나오는구나. 세금징수원이었던 라부아지에는 틈틈이 과학 공부를 해서 연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발견을 하게 된단다. 이건 아빠가 다른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 같구나. 그 이전에는 연소라는 것이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가 연소하면서 그것이 사라진다고들 생각했는데, 라부아지에는 연소라는 것이 오히려 질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산소와 결합하기 때문에 전체 질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했던 것이야. 물론 그 늘어난 질량은 산소 때문이고, 산소까지 포함한다면 연소 전후의 질량은 변함이 없다고 했단다.

이것도 에너지와 비슷하게 우주 전체의 질량은 늘 변함없다고 하는구나. 아빠의 몸무게가 늘어나도 우주 전체의 질량은 변함없다는 거지. 아참, 라부아지에를 불쌍하다고 한 이유는 기억나니?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프랑스혁명 때 세금징수원으로 원칙적으로 일한 것이 혁명파에게 밉보여 처형당하고 말았단다.

이번에는 c. c는 빛의 속도를 의미해. 라틴어로 '빠름'을 의미하는 celeritas의 앞글자를 따서 c로 표기했다는구나. 옛날에 빛의 속도는 무한하다고 생각했대. 갈릴레이가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를 하고 말았고 이로 인해 빛의 속도는 무한하다는 것을 더 믿게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당시 목성의 위성 이오의 공전주기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이 있었는데 이를 빛의 속도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어. 1676년 뢰머라는 사람이 그 사람인데, 뢰머는 목성과 지구의 공전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목성과 지구의 거리가 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이오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진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가 추측한 빛의 속도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빛의 속도와 거의 비슷한 초속 30km라고 하는구나

 

2.

많은 과학자들이 빛의 정체에 대해서 연구를 했단다. 파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이었는데, 아인슈타인은 빛이 파동이라는 개념을 석연치 않게 생각했어. 그리고 어떤 물체에 아무리 에너지를 많이 주어 속도를 증가시켜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한다고 이야기했어. 그 대신 질량이 늘어난다고 했던 거야.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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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라부아지에와 패러데이는 진리의 한 측면만을 보았다. 에너지는 홀로 서 있지 않으며 질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질량과 에너지의 합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18세기와 19세기의 과학자들이 한때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보존의 법칙의 궁극적인 확장이었다. 이러한 발견이 오랜 세월 동안 감춰지고 의문시되지 않았던 이유는 빛의 속도가 일상적인 움직임을 뛰어넘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었다. 보행 속도나 기관차, 제트기의 속도에서 이 현상은 미미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 세상 곳곳에 있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련성에 대해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흔한 물질 내부에도 조용히 떨고 있는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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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뒤 샤틀레라는 지적 호기심 많은 프랑스 귀족 여성이 있었단다. 21살에 어떤 군인장교와 형식적인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집을 떠나면 다른 남자들과 교제하는 개방적인 여성이었어. 하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런 남자가 한 명 나타났으니 바로 볼테르였단다. 둘 모두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금방 친해졌단다. 샤틀레는 별장을 과학연구소를 리모델링했단다. 도서관과 실험실 장비, 세미나실 등을 갖추었단다. 샤틀레와 볼테르는 그곳에서 과학 연구, 특히 에너지에 대해 연구했어. 뉴턴은 에너지가 소멸된다고 했고,

라이프니치는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어. 샤틀레와 볼테르는 라이프니치의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려고 했단다. 그리고 에너지라는 것이 질량이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어. 그러던 중 샤틀레는 마흔의 나이에 임신을 했단다. 당시 마흔에 임신하는 것은 거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였어. 샤틀레도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연구를 하고 연구를 했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게도 샤틀레는 출산 후 일주일 뒤 죽고 말았대. 샤틀레와 보틀레의 연구에 의해서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확인되어 아인슈타인의 공식에도 에너지는 빛의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이 생긴 거야.

1905년 아인슈타인이 E=mc^2이라는 방정식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다른 과학자들은 이 공식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랐다고 하는구나. 마리 퀴리가 라듐을 이용한 방사선 연구를 했는데 라듐에서 신기한 빛이 발산하는 것이 바로 E=mc^2 제곱에 의한 것인데 당시에는 몰랐다고 하는구나.

..

이제 원자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원자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졌어. 러더퍼드는 원자 속에 거의 텅 비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채드윅은 원자핵 속에 양성자 이외에 중성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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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어떤 식으로든 좀더 심도 있는 설명, 물리학자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좀더 높은 수준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원자는 단단한 구형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텅 빈 바다처럼 거의 비어 있는 공간이었으며, 그 중심부에 핵이라는 미세한 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러더퍼드의 발견이었다. 핵 역시 그저 단일한 물질은 아니었다. 핵은 양전하를 띠고 딱딱 소리를 내는 양성자와 조약돌 같은 중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이 1932년에 밝혀진 사실이다. 중성자는 투사할 때의 속도를 줄인다면 핵 속을 어느 정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것은 1934년 페르미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핵에 대한 연구를 거기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몇 년 동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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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독일에서 리제 마이트너와 오토 한이 함께 연구를 하다가 오토 한이 배신해서 리제 마이트너는 스웨덴으로 돌아갔단다. 오토 한은 혼자 우라늄과 바륨 연구를 하다가 이상한 점이 있어 염치 불구하고 리제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당시 리제 마이트너는 조카인 프리시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오토 한이 의심을 품었던 내용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단다. 우라늄 핵에 중성자를 넣으면 핵이 쪼개지고 질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한 거야. 질량이 줄어든 만큼 E=mc^2에 의해 에너지가 나온다는 거야. 줄어든 질량이 많지는 않지만, “c^2” 이 부분이 빛의 속도를 제곱한 양이 엄청나니까 발산하는 에너지도 엄청 많아지는 거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겠지? 그래, 바로 핵폭탄의 원리가 되는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독일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먼저 핵폭탄 개발을 시작했단다. 독일이 핵폭탄을 먼저 개발하게 되면 큰일난다고 생각한 미국도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 핵폭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어. 연합국 측은 독일의 핵폭탄 개발을 지연시키는 작전도 펼쳤지. 노르웨이에 위치한 독일의 중수공장을 파괴하려는 작전을 펼쳤고 중수를 수송하는 여객선을 폭격하기도 했어. 그런데 이 여객선을 폭격할 때 민간인들도 타고 있어서 윤리적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독일의 핵폭탄 개발 지연이라는 대의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독일의 핵폭탄 개발이 지연되고 그 사이 미국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성공하였단다.

 

3.

E=mc^2. 이 공식은 태양에서도 계속 동작하고 있다는구나. 태양의 스펙트럼을 보았을 때 철이 66%라고 했어. 그런데 의문점이 들었지. 철은 안정된 원소이기 때문에 핵분열을 할 수 없다는 거야. 태양이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 설명이 안되었지. 세실리아 페인이라는 영국의 여성 과학자가 있었어. 당시 영국에서 여성 과학자 멸시를 당했기 때문에 페인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하버드 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단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교에서도 여성 차별은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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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페인은 천문대 뒤쪽의 연구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1923년에는 컴퓨터라는 단어에 전기 기계라는 의미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계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하버드 대학에서 그 말은 뒷방에 있는 한물 간 노처녀들의 지위를 놀려대는 말이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그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항상 미적분을 배우고 싶었어. 하지만 책임자가 내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어”), 그 동안 별들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이전에 씌어진 논문들의 목록을 만드느라 너무 바빠서 능력이 사장된 지 오래였다. 만약 그들이 결혼한다면 해고될 수도 있었다. 낮은 임금에 대해 불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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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페인은 태양의 스펙트럼을 재해석하여 90%가 수소이고 10%가 헬륨이라는 것을 밝혀냈단다. 수소 원자 4개가 He로 변하게 되는데 이 때 질량이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질량만큼 E=mc^2에 의해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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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42)

모든 작용이 거기서 멈춘다면 그 사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4개의 수소 핵이 압축될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제 베테와 다른 과학자들은-스웨덴의 눈 덮인 숲 속에서 마이트너와 프리시가 연구했던 것처럼-강력한 원자 내부의 산술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4개의 수소 핵의 질량은 1+1+1+1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합해서 헬륨이 되면 그 합은 4와 일치하지 않는다. 헬륨의 핵을 정밀하게 재면 4개의 수소 핵보다 약 0.7퍼센트가 작다. 3.993밖에 안 된다. 그 잃어버린 0.7퍼센트가 휘몰아치는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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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은 태양과 별과 우주의 미래까지 예측이 가능해졌어. 태양이나 별들이 빛을 내는 것은 모두 E=mc^2의 원리로 빛을 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우주가 삶을 마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란다. 우주가 삶을 마칠 때 E=mc^2의 삶도 마치게 되는 것이지.

….

아빠가 이해한 만큼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이야기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알아주길 바래. E=mc^2 의 일생을 잘 정리해 준 책인 것 같구나. 그래서 출간한 지 20년이 넘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는 것 같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프리미어>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룬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했던 그 신성한 지식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패러데이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학문의 문은 닫혀 있었고, 논문조차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과학도들은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이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은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직선적인 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어떻게 전기의 힘이 공간을 뚫고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 P34

패러데이는 몹시 들떠 있었다. 아직 29세밖에 안 된 나이에 이 위대한 발견을 해냈고, 더구나 그 발견은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의 핵심 사상이 옳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기의 딱딱거리는 소리와 자기장의 조용한 힘, 빙빙 돌아가는 구리 전선의 빠른 움직임은 모두 연결된 것으로 보였다. 전기량이 증가하면 이용 가능한 자기력은 감소한다. 그것은 별개의 힘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패러데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소용돌이 곡선은 통로이고, 그것을 통해 자기는 전기로, 전기는 자기로 전환된다. ‘에너지’라는 완전한 개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각각 별개로 인식되던 두 종류의 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패러데이의 발견은 에너지 개념이 정립되는 데 상당한 촉진제가 되었다. 이때가 패러데이의 인생이 황금기였다. - P36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1905년의 공식에 ‘=’를 이용하게 된 배경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에너지의 모든 원천, 이를테면 화학 에너지, 열 에너지, 자기 에너지, 그 밖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05년의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숨어 있는 또 다른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공식은 그곳을 찾기 위한 일종의 망원경이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숨겨진 곳은 우주 저 멀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여기, 아인슈타인을 가르친 강사들 앞에도 늘 존재하고 있었다. - P48

마이트너는 구불구불한 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피아노 연주 실력과 비슷했다. 프리시는 정중하게 연필을 빼앗아 대신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여분의 중성자 하나가 핵의 중심부에 힘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물이 가득 채워진 풍선의 가운데를 누르는 것과 같다. 양쪽이 부풀어오른다. 운이 좋다면 풍선의 고무막은 터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해보자. 가운데를 누르고 풍선이 양쪽으로 퍼지면, 그것이 가운데로 도로 퉁겨 돌아올 때까지 손을 뗀 다음 반대 방향에서 다시 누른다. 몇 번 반복해보라. 풍선은 결국 터질 것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춘다면 힘겹게 눌러댈 필요도 없다. 물풍선이 퉁겨 돌아올 때마다 그저 최대한 퉁겨지도록 둔 다음, 속도를 높여 계속 눌러준다.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뒤틀린 고무 팽창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반대 방향에서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P152

핵은 대개 외부 입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성자는 전하가 없다. 양성자에게 중성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돌진해 온 중성자는 핵에 박혀서 핵의 균형을 깨고, 서로 밀치면서 핵을 비틀거리게 만든다.
지구상에 매장된 우라늄 원자의 나이는 45억 년이 넘는다. 지구가 형태를 갖추기 전, 아주 강한 힘만이 전기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한데 몰아넣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 일단 우라늄이 형성되자 지구가 식고, 대륙이 형성되고, 미국이 유럽에서 분리되고, 북대서양이 천천히 채워지고, 화산 폭발이 일어나 나중에 일본이 될 자리를 형성하며 지구 반대편을 넓히고 있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아교같이 강한 핵력은 양성자가 이제 그런 안정을 깨뜨리고 있는 중이었다.(이때 깨지는 것은 우라늄235이고 우라늄238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옮긴이)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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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강 님의 소설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노벨문학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년이 온다'는 완전 제 취향의 소설.

https://blog.aladin.co.kr/735181196/8195214


'채식주의자'는 완전 제 취향이 아닌 소설^^

https://blog.aladin.co.kr/735181196/85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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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0-11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강님의 작품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가 보네요.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서 오늘 주문 했어요. ^^ bookholic 님 리뷰 참조 하겠습니다!

bookholic 2024-10-12 00:37   좋아요 1 | URL
그것도 작가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저도 한강 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한 권 더 읽어보려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주문했습니다^^
마힐 님의 한강 님 책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78)

나 자신도 지구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야. 지구는 단지 전설적인 이름일 뿐이라네. 지구라는 이름은 고대 신화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지. 그 단어는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아. 하지만 우리로서는 인간 종족의 근원이 되는 행성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로 이해하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실질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행성이 지구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네.”

 

(130)

2파운데이션은 그와 그의 몇몇 전임자들이 통치해 왔고 그들이야 말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1파운데이션은 물리적인 힘, 고도의 과학기술, 전쟁 무기 등의 분야에서 매우 우월했다. 반면 제3파운데이션은 정신적인 능력, 심리학, 정신력에 의한 제어 등의 분야에서 우세를 유지했다. 따라서 이들 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분쟁에서 설사 제1파운데이션이 아무리 많은 무기와 우주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제2파운데이션이 아무리 많은 무기와 우주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제2파운데이션이 우주선이나 무기를 조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어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제2파운데이션이 그렇게 신비로운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들 그 비밀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겠는가?

 

(251)

올란첸 초공간 이론의 수학에 대해 얘기드리길 기대하지는 마세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만약 정상적인 우주 공간을 빛의 속도로 여행했다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1파섹당 3.26년의 비율로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는 사실뿐이에요. 물론 우리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소위 상대론적 우주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했던 초공간 도약은 상대성 법칙이 적용되는 조건을 넘어서는 것이고 적용되는 법칙도 전혀 다르지요. 상대론을 벗어나서 초공간적 우주론에서 볼 때 은하계는 아주 미세한 객체에 불과하지요. 그것은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무런 차원도 없는 작은 점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어떠한 상대론적 효과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540)

그렇소, 절대 그럴 수 없소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겠소?” 나는 여전히 가이아의 일부분일 것이고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일 것이오. 우리들 중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집단기억을 발전시킬 방도를 찾을 수 없을까 생각하는 신비주의자들도 있소이다. 하지만 가이아의 감각으로는 그러한 노력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어떠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것은 단지 더러운 현재의 의식일 뿐이오. 물론 상황이 변화하면 가이아의 감각도 역시 변하겠지. 하지만 나는 가까운 미래에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545)

방금 나는 손님들에게 영원(永遠)’에 관해 이야기해 주던 참이었소. 그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당신들은 서로 다른 무한한 숫자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하지. 모든 개별적인 사건들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오. 따라서 각각의 사건들이 가지는 엄청난 숫자의 선택가능성은, 최소한 어느 정도의 각도에서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오.

블리스가 방금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소. 아니면 조금 일찍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할 수도, 훨씬 먼저부터 함께 할 수도 있었을 것이오. 또한 지금 이곳에 들어올 수도 있소. 그녀는 다른 블라우스를 입을 수도 있었고, 이 블라우스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몸에 밴 습관과는 달리 나이 든 사람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짓지 않았을 수도 있소. 이처럼 하나의 사건이 가지는 수많은 선택 가능성들 중에서, 아니 한 사건의 수많은 가능성 한 가지 한 가지에서도 우주는 그 이후 전혀 다른 궤적을 가질 수 있는 것이오. 이것은 모든 사건마다, 그리고 모든 선택 가능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오.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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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열정 편 - 이제 읽을 때도 됐다, 인류 최고 지성들의 마스터피스 고전 리뷰툰
키두니스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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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인데, 가끔 과학과 책에 관련된 만화가 있으면 읽곤 한단다. 책에 관한 만화 중에 아빠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 시리즈란다. 책을 읽고, 그것도 고전을 읽고, 글로 써도 쉽지 않은 리뷰를 웹툰으로 그리다니그리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어서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을 보다 보면 소개해준 책들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되더구나. 마치 가스라이팅 당한 기분이랄까.

키두니스트 님이 2년 만에 새로운 <고전 리뷰툰>을 들고 돌아오셨단다. 부제로 냉정과 열정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이번에 출간한 것은 그 중에 열정 편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책 표지 색상도 짙은 붉은 색으로 한 것 같구나. 전작들은 흑백이었는데, 이번 책은 칼라판으로 출간되어 더 좋았단다. 이번 책에는 모두 여덟 권의 고전 리뷰툰이 실려 있었단다.

제인 에어. 드라큘라. 두 도시 이야기. 웃는 남자. 금각사. 아르센 뤼팽. 오페라의 유령. 삼총사.

이 책을 읽는 시점에서 아빠가 읽은 책은 모두 4편이었단다.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 삼총사, 아르센 뤼팽.. 아르센 뤼팽은 워낙 작품들이 많아서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이 책에서도 소개해준 <기암성> <813>은 읽었으니, 읽는 걸로아빠가 이 책을 읽는 시점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제인 에어>를 읽었기 때문이란다.^^

 

1.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을 만큼의 줄거리 소개와 함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실력의 글 솜씨, 아니 그림 솜씨가 일품이구나. 그래서 안 읽은 책들의 리뷰를 보다 보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에 아빠가 안 읽은 책 중에 <금각사>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집에 있으니 조만 간에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지난주에 곧바로 <제인 에어>를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이야기는 <제인 에어> 독서 편지할 때 할 게.

….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고아인 제인 에어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온갖 힘든 일을 다 겪고 결국은 해피 엔딩의 소설이었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영화나 드라마로 너무 많이 유명해진 작품이라서 오히려 책을 읽은 사람이 적은 그런 작품일 거야. 아빠도 몇 년에야 완역본을 읽었으니 말이야. 키두니스트 님이 정리해 주기로는 <드라큘라>는 기록형 문학의 종결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일기와 편지 형식을 빌려 아주 세세하게 기록한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단다.

..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런던과 파리 두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것이래.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을 보면서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도 우리 집에 있어서 잠깐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단다. 이번 주말에 꼭 찾아서 조만 간에 읽어보려고 해.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을 했다고 하니 더 읽고 싶구나.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도 소개해주었어. 아빠가 예전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어서 사 두었었단다. 작년에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을 때도 느낀 거지만, 빅토르 위고의 소설은 스토리 라인 이외에 온갖 잡학사전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기 쉽지 않다는 거였어. 키두니스트 님도 그 점을 짚어 이야기했는데, <웃는 남자>도 마찬가지로 온갖 인문학적 사설이 잔뜩 실려 있다는구나. <웃는 남자>의 배경은 영국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작가인 빅토르 위고가 영국을 싫어했는지 영국 비하하는 발언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구나.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는 소설은 교토에 있는 금각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지은이 미시마 유키오라는 사람은 공부도 엄청 잘해서 행정고시도 패스를 했다고 하는데 글도 잘 써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대. 하지만 이상한 짓도 많이 했다는 구나. 30대에는 극우 헬스맨을 자처했다고 하고, 할복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했어. 머리가 너무 좋다 못해 뇌가 과부하가 된 모양이구나.

….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기암성>, <813>도 맛보기로 소개하고 <신사도둑>이 실린 단편집에 대한 소개도 해주었단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오령>은 워낙 오페라로 유명한 작품이라서 이것도 원작을 읽은 이는 적을 수 있는데, 아빠는 오페라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단다. 오페라도 볼 생각은 없었는데, 엄마가 보러 가자고 해서그것도 한참 시간이 지났구나.

마지막으로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누군가 아빠에게 가장 좋아하는 고전 소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답을 한단다. 5권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장이 휙휙 넘어갔던 기억이 있구나. 고전도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었어. 아빠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를 읽고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은 책이 바로 <삼총사>란다. <삼총사>를 읽기 전에 어렸을 때 TV 만화 시리즈로도 봤고, 커서는 영화로도 봤기 때문에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었지. 그래서인지 아빠는 <삼총사>보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훨씬 좋았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리뷰툰으로 그려주셨으면 좋겠구나.

….

이번에는 별책부록도 하나 있었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생각하기에 미래에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을 하나 선정해서 리뷰툰을 그려 별책부록에 실었단다. 그것은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인데, 이 책도 출간되었을 때 인터넷 서점에 많이 노출되어 책 제목은 알고 있던 책인데 읽지는 않았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추천한 책이니 이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

만화책이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읽긴 했는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은 좋은 책이었단다. Jiny가 이번에는 만화책을 보냐고 물어봐서, 이 책 재미있다면서 Jiny도 한번 보라고 했잖아. 지금은 바쁘더라도 나중이라도 꼭 한 번 보렴.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고전문학 리뷰툰을 그리고 있는 키두니스트입니다.

책의 끝 문장: 세상에는오로지 너무 재밌다는 이유로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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