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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톰 필립스라는 사람이
쓴 <진실의 흑역사>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흑역사라고 하면 숨기고 싶어하는 안 좋은 기억을 이야기하잖니. 그
주체가 진실? 진실의 흑역사라고 하면 거짓을 의미하겠지?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로 되어
있단다. 이 책의 첫 문장도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라고 시작한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가벼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짓말이면 몰라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겠지. 정치인들 같은 사람들 말이야.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면, 정치인들의 어느 나라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단다. 하지만 지은이가 월 정치인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 정치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하는구나. 이 책은 미국에서 2019년에 출간된 책으로 트럼프 1기 때 나온 책이란다. 그래서 트럼프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통계까지 들어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는 트럼프를 또 찍어주다니, 미국 사람들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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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람들은
지금이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사실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만하다. 비근한 예로, 현재 미국 대통령이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이 사실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알아볼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킹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을 10,796건 했다고 한다. 특히
2018년은 “유례없는 기만의 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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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트럼프라도 우리나라
내란 수괴만큼 거짓말에는 이길 수 업지 않을까 싶구나.
1.
개소리 순환고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정보를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언론이나 위키피디아에 업데이트도 되고, 잘못된 정보를 말한 사람이 그 언론이나 위키피디아를
보고 자신이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것을 ‘개소리 순환고리’라고 한다고 하는구나. 이건 참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구나.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누군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팩트 체크를 하고 기사로 실어야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일단 기사로 올리고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단다. 그렇게
가짜 뉴스가 많으니 어찌 신문이나 뉴스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니.
그렇다면 가짜 뉴스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1733년 출판업으로 크게 성공한 타이탄 리즈라는 사람의 부고가 신문에 실렸단다. 그의 나이 고작 3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단다. 부고 같은 것을 거짓으로 올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이탄 리즈가 죽은 줄 알았단다. 하지만 타이탄 리즈는 버젓이 살아 있었어. 자신의 부고 소식을 들은
타이탄 리즈는 직접 등판하여 자신이 살아 있다는 기사를 썼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기사를 믿지 못했어. 당시에는 TV나 인터넷이 없었으니 살아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어려웠으니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겠구나. 그리고 타이탄 리즈의 부고를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 타이탄 리즈인 척 하고
기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더 먹혔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런 가짜 뉴스를 퍼트린 사람이 누구냐면, 자서전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플린 자서전>을 쓴 프랭클린이란다.
그래, 맞아. 작가이자, 정치가이자
과학자이자 발명가이자 유명작가이자 외교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프랭클린이라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당시 출판업을 하고 있었는데, 경쟁 출판업자를 이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심한 거짓말을 했던 거야. 아무튼 프랭클린은 타이탄 리즈의 부고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출판사도 널리 알려져 성공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그 이후에도 가짜 뉴스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구나. 이미지 확 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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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첫
사기 시도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프랭클린은 기분 좋게 그다음 행각을 이어나갔다. 1730년에는 자신이
필라델피아에서 간행하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한 마녀재판에 관한 기사를 완전히 지어내서 실었다. 실제로는 당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렇게 할 마녀재판이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런 다음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으로 옮겨가서-또다시 가상의 인물이 되어 글을 쓰면서-불쌍한 타이탄 리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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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9년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신문도 발전하게 되었어. 오늘날의 정보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겠지만 당시에도 신문의 과잉 정보와 허위 정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17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하우스가 유행을 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에서 입으로 허위 정보들이 퍼져나갔다고 했어. 그래서 1675년 12월 29일,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언론의 가짜
뉴스가 멈출 리 없겠지. 미국에서 언론이 시작된 이후 유럽과 미국의 거리로 인해 거짓 뉴스는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는구나.
그렇다면 왜 가짜 뉴스를 쓸까?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란다. 거짓이라도 자극적인 기사를 내면 사람들이
신문을 사게 되니까 말이야.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유명한 <선>지의 거짓 뉴스란다. 1835년 8월 리처드 애덤스 로스라는 사람은 최신 망원경으로 달에 희귀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는 유명 과학자의 이름까지 팔아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대미는 달에 박쥐 인간이 살고 있다는 기사로 마무리했는데,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사를 믿었다고 하는구나. 이 연재 기사로 인해 <선>지는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구나.
그 외에 이 책에는 유명한 가짜
뉴스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 주었단다. 있지도 않던 살인마 잭 이야기,
히틀러 일기장 위조 사건, 혜성의 독성 이론, 고양이
연쇄 살해 등. 혜성의 독성 이론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 독성 성분이 있어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고
하면서 그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가짜 약을 판매했다고 했고, 고양이를 연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을 결국
자동차의 로드 킬이었다고 하는구나.
2.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거짓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남길 정도면 스케일이 커야겠지. 오랫동안
지도에 그려져 있던 아프리카의 커다란 콩 산맥이라면 역사적으로 남을 거짓말이 아닐까 싶구나. 100년
넘게 세계 지도에 버젓이 그려져 있던 콩 산맥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지도에까지
실렸을까. 유력한 지리학자들이 콩 산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지도를 그리게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그 이후 아프리카를 탐험한 탐험가들도 그 구라에 동참하게 되었대. 아프리카에
갔는데 지도에 버젓이 있는 콩 산맥을 못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탐험하지 않았다고 할까 봐, 그리고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 못 봤을 것이라 생각하고 콩 산맥을 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당시에는
사진기도 없었으니 증거가 없었으니 봤다고 하면 그만이었을 테니 말이야.
…
그리고 북극을 서로 먼저 발견했다고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단다. 피어리라는 사람과 쿡이라는 사람이 그들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먼저 북극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어. 여론도
양쪽으로 갈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둘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하는구나. 둘 다 북극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네.
…
그레거 맥그레거라는 사람은 없는
나라를 만들어 땅을 팔아먹었대.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를 하던 1823년, 그레거 맥그레거는 포야이스라는 새로운 나라가 있다면서
이 나라의 땅을 유럽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하는구나.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땅을 사고 그레거 맥그레거
알려준 좌표로 왔지만 그가 이야기한 것과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는구나.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웠고
잘 곳도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하는구나.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런 사악한 거짓말을 하면 안될
텐데…
…
책의 뒤쪽에는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장사꾼의 거짓말과 집단 망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가 메모를 해두지 않아서, 패스해야겠구나. 한 가지만 발췌글을 소개할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의외로 정치인들이 생각만큼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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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하고, 온갖 크기의 거짓말을 다 한다. 직업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정치인이 꼬박꼬박 꼴찌로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지어
(믿기지 않지만) 언론인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특히
작금의…… (막연히 세상에 대고 손짓하며) 이런저런 사태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믿어주기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을
팩트체킹하는 게 내 직업니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 활동에서 거짓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흔히 가진
통념보다 아주,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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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톰 필립스는
이 책 이외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흑역사 시리즈가
있는데, 그 책도 기회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
책의 끝 문장: 그야 물론,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진실은 아버지를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라고 1606년 앨리자베스 시대의 작가 토머스 데커는 한탄한 바 있다. 또 16세기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수필 <거짓말쟁이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의 얼굴이 진실의 얼굴처럼 하나뿐이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진실의 반대는 그 모습이 수십만 가지이며 펼쳐질 마당이 무한이니 거기엔 끝도 한계도 없다." - P26
그 밖의 종류로는 우선 ‘여론몰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술책 중 하나다. 여론몰이의 교묘한 점은 꼭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많지만, 여론몰이 기술의 정점은 진실만 말하면서도 완전히 거짓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직의 벽돌을 가지고 허튼소리의 집을 짓는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망상’이라는 게 있다. 틀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 능력으로, 그 형태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대세에 굴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가장 만연하게 퍼져 있고 피해도 가장 큰 형태가 되겠는데, ‘개소리’라는 게 있다. - P30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 P66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즉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 P97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 P191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은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그리 어른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개소리 생산 공장이고 아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살펴봤지만,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루머의 난무, 신생 통신 기술에 대한 집단 공황, 가짜 뉴스에 대한 공포, 정보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전부 여러 세기 동안 있었던 현상이다. 과거에도 잘 넘겨냈고, 이번에는 잘 넘겨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자포자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가짜 뉴스’ 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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