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리스 조각상들이 양쪽으로 전시된 갤러리에서 걸음을 멈춘다. 조각상 사이에 놓인 초록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본다. 코발트빛 하늘이 점점 보랏빛과 장밋빛으로 물들어 간다. 황혼은 일출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 곳은 여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밖에 없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객차처럼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서로서로 반투명하게 겹쳐져 있다. 몇 년 전의 일은 어제처럼 생생하고 가깝게 느껴지고, 내일은 몇 년 뒤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63-64)

샤워를 마친 후, 몸에 수건을 두른 채로 절름거리며 나와 침대에 쓰러진다. 내 몸의 모든 관절에 묵직한 추가 묶여 있는 느낌이다. 내가 누운 자리 아래 모든 층을 지나 로비까지, 그리고 지구의 중심까지 몸이 꺼져버릴 것이다. 자낙스 한 알을 혓바닥에 올리자 그제야 몸이 다시 위로 떠오른다. 선선한 바람, 희미하게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 눈이 스르륵 감긴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잠이 쏟아지면서 검은 새가 나오는 꿈이 시작된다. 윤기 흐르는 흑단 같은 깃털, 굽은 노란색 부리, 기름방울처럼 반지르르하고 큼직한 눈. 전에도 이 새를 본 적이 있다. 검은 새가 앞장서서 날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간다. 그러자 다른 새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해 하늘을 검게 물들인다. 까악까악 울음소리의 장막이 나를 감싸고 내 몸을 상공으로 들어 올린다. 나를 둘러싼 검은 새들이 빙글빙글 구름 위로 솟아오르며 깃털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붙잡고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칠힌다.


(77-78)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사람 아닌가.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멋진 남자, 멋진 여자들과 친밀함을 나누고, 웃고, 서로 호의를 보였으며, 좋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러나 다음 극장에서 새로운 일정을 시작하고 나면 더는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몇 달 동안 내 상상을 완전히 사로잡은 이들도 있었지만, 헤어지고 나면 더는 그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내 안에 어떤 공간도 차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내 머리와 가습에 큰 공간을 차지한 채 몇 년을, 어쩌면 평생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내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를 잡기 때문에 나 자체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그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을 자주 떠올리는데, 그렇다고 그때의 관계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다. 친구들을 그리워하던 나조차 이제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148)

모든 것은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더욱 강해진다. 두려움도, 슬픔도, 욕망도, 꿈도.


(159)

그러나 진짜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로는 나조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곳, 우주의 중심에 있으니 그제야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내 기억이 존재할 때부터 항상 억눌러 왔던, 암석도 녹이는 뜨거움이 피부 아래서 온몸을 약동하고 있었다. 이제 댐의 수문을 열어 모두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227-228)

나는 수명과 기상 사이의 회색 지대를 좋아한다. 모서리 없이 부드러워서다.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나는 딱딱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틸라가 아니다. 흔히들 내가 매일 아침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곧바로 자기 훈련의 루틴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안개 자욱한 호수에서 뗏목을 타고 최대한 오랫동안 떠 있는 걸 무엇보다 좋아한다. 노를 저어서 꿈과 생각의 조각들을 건져 올리고, 그것들을 추억과 환상으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으로 분류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포인트 슈즈에 바느질을 하는 일(사소한 것, 기억).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로 운전해 가는 엄마(중요한 것, 환상:엄마는 평생 운전을 배우지 않았고, 우리 모녀는 어느 곳도 함께 가본 적이 없다). 전혀 일어난 적 없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완벽한 상상이 우리의 삶과 정체성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참 놀랍다. 그러나 머릿속의 모든 건 실재하며, 그 자체의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있다. 물질보다 더 많은 암흑물질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우주처럼.


(312-313)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우아함이, 모스크바에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유혹을 하는 도시는 오로지 파리뿐이다. 파리에 살다 보면 도시의 구석구석이 언젠가 내 눈에 발견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게 된다. 이를테면 구불구불해진 벽으로 몇 세기나 더 늦게 지어진 이웃 건물에 기대어 세월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중세 건물, 부르주아지들이 모인 몽마르트 한가운데 숨겨진 비밀 돌길 옆으로 나란히 들어선 작은 집들.


(387)

무용수들은 공과 사,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는 방법을 일찌감치 배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선생님이 심하게 야단치며 평소처럼 틀리지 말고 완벽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릴 때, 끔찍하게 싫은 파트너와 춤춰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신경이 약한 사람, 춤보다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언제나 내 감정보다 춤을 우선시했다. 춤이 없으면 내 인생의 어느 감정도 의미 없을 테니까. 적어도 나는 여태 그렇게 믿었다.


(464)

언덕을 도로 걸어 내려온 뒤 벨리브 자전거에 올라탔다. 미끄러지듯 내리막길을 달리자, 부드러운 밤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뒤로 흩날렸다. 날이 추워져서 재킷을 입고도 몸이 떨렸지만, 발로 페달을 아주 살짝만 밟아도 바퀴가 스스로 가속할 때마다 기묘하고 짜릿한 예감이 들었다. 살면서 황홀한 깨달음의 순간을 이미 몇 차례 경험한 적 있었다. 바르나에서 감자티베리에이션으로 무대에 올랐던 밤에, 내가 사샤를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그때처럼. 내리막길 거리를 활주하면서 나는 이런 직감이 중력을 거스르는 무중력상태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아챘다. 내가 점프를 사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자유롭다는 걸 깨달았다. 사샤로부터, 레옹으로부터, 내게 고통과 분노를 주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나는 마침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모든 것에 대해 애정과 연민이 느껴졌다.


(469)

내가 말했듯이, 아무리 멀리 날아가는 새도 결국엔 고향으로 돌아온다. 최대 수년간 땅에 발 한 번 딛지 않고 공중에서 잠자며, 같은 종을 한 번도 보지 않으면서 홀로 바다 위를 나는 앨버트로스도 결국은 영겁의 서식지, 이들 모두가 태어난 바로 그곳으로 돌아온다.


(510-511)

나는 깊은숨을 내쉰다. 이미 조금도 쉴 틈 없이 꽉꽉 들어찬 2030년도 일정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내년 봄,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이 아시아에서 합동 순회 공연을 할 예정이다. 우리 극장에서의 프로그램 외에도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투어이다. 물론 이는 드미트리도 잘 아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각국의 발레계 최고위층 인사들과 쌓아놓은 인맥을 총동원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나도 열심히 나섰다. 우리의 인류애를 드러내고 아픔을 치유하고 양심을 회복하는 예술의 신성한 의무를 역설하느라 여러 차례 무대에 섰고, 그보다 열 배도 넘는 횟수의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때로는 이런 언어의 사치성에 머리가 빙빙 돈다. 우리가 같이 올라 춤춘다고 해서(꼭 발레가 아니라 그 어떤 숭고한 예술이라도) 무너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술이 배고픈 자를 먹이거나 무고한 자를 보호하거나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집에 가는 길에, 스튜디오에서, 또는 무대에서 나를 감동시키는 무언가를 볼 때면, 진실과 아름다움이 만나는 지점이 어딘가 있다는 걸 믿을 수밖에 없다. 그 지점에 영영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는 오랫동안 머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녁 공기 속에서 그곳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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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톰 필립스라는 사람이 쓴 <진실의 흑역사>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흑역사라고 하면 숨기고 싶어하는 안 좋은 기억을 이야기하잖니. 그 주체가 진실? 진실의 흑역사라고 하면 거짓을 의미하겠지?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로 되어 있단다. 이 책의 첫 문장도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라고 시작한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가벼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짓말이면 몰라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겠지. 정치인들 같은 사람들 말이야.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면, 정치인들의 어느 나라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단다. 하지만 지은이가 월 정치인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 정치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하는구나. 이 책은 미국에서 2019년에 출간된 책으로 트럼프 1기 때 나온 책이란다. 그래서 트럼프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통계까지 들어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는 트럼프를 또 찍어주다니, 미국 사람들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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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람들은 지금이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사실이 통하지 않는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만하다. 비근한 예로, 현재 미국 대통령이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이 사실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알아볼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킹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 10,796건 했다고 한다. 특히 2018년은 유례없는 기만의 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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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트럼프라도 우리나라 내란 수괴만큼 거짓말에는 이길 수 업지 않을까 싶구나.

 

1.

개소리 순환고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정보를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언론이나 위키피디아에 업데이트도 되고, 잘못된 정보를 말한 사람이 그 언론이나 위키피디아를 보고 자신이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것을 개소리 순환고리라고 한다고 하는구나. 이건 참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구나.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누군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팩트 체크를 하고 기사로 실어야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일단 기사로 올리고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단다. 그렇게 가짜 뉴스가 많으니 어찌 신문이나 뉴스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니.

그렇다면 가짜 뉴스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1733년 출판업으로 크게 성공한 타이탄 리즈라는 사람의 부고가 신문에 실렸단다. 그의 나이 고작 3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단다. 부고 같은 것을 거짓으로 올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이탄 리즈가 죽은 줄 알았단다. 하지만 타이탄 리즈는 버젓이 살아 있었어. 자신의 부고 소식을 들은 타이탄 리즈는 직접 등판하여 자신이 살아 있다는 기사를 썼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기사를 믿지 못했어. 당시에는 TV나 인터넷이 없었으니 살아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어려웠으니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겠구나. 그리고 타이탄 리즈의 부고를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 타이탄 리즈인 척 하고 기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더 먹혔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런 가짜 뉴스를 퍼트린 사람이 누구냐면, 자서전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플린 자서전>을 쓴 프랭클린이란다.

그래, 맞아. 작가이자, 정치가이자 과학자이자 발명가이자 유명작가이자 외교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프랭클린이라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당시 출판업을 하고 있었는데, 경쟁 출판업자를 이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심한 거짓말을 했던 거야. 아무튼 프랭클린은 타이탄 리즈의 부고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출판사도 널리 알려져 성공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그 이후에도 가짜 뉴스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구나. 이미지 확 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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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첫 사기 시도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프랭클린은 기분 좋게 그다음 행각을 이어나갔다. 1730년에는 자신이 필라델피아에서 간행하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한 마녀재판에 관한 기사를 완전히 지어내서 실었다. 실제로는 당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렇게 할 마녀재판이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런 다음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으로 옮겨가서-또다시 가상의 인물이 되어 글을 쓰면서-불쌍한 타이탄 리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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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년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신문도 발전하게 되었어. 오늘날의 정보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겠지만 당시에도 신문의 과잉 정보와 허위 정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17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하우스가 유행을 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에서 입으로 허위 정보들이 퍼져나갔다고 했어. 그래서 1675 12 29,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언론의 가짜 뉴스가 멈출 리 없겠지. 미국에서 언론이 시작된 이후 유럽과 미국의 거리로 인해 거짓 뉴스는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는구나.

그렇다면 왜 가짜 뉴스를 쓸까?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란다. 거짓이라도 자극적인 기사를 내면 사람들이 신문을 사게 되니까 말이야.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유명한 <>지의 거짓 뉴스란다. 1835 8월 리처드 애덤스 로스라는 사람은 최신 망원경으로 달에 희귀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는 유명 과학자의 이름까지 팔아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대미는 달에 박쥐 인간이 살고 있다는 기사로 마무리했는데,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사를 믿었다고 하는구나. 이 연재 기사로 인해 <>지는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구나.

그 외에 이 책에는 유명한 가짜 뉴스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 주었단다. 있지도 않던 살인마 잭 이야기, 히틀러 일기장 위조 사건, 혜성의 독성 이론, 고양이 연쇄 살해 등. 혜성의 독성 이론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 독성 성분이 있어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고 하면서 그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가짜 약을 판매했다고 했고, 고양이를 연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을 결국 자동차의 로드 킬이었다고 하는구나.

 

2.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거짓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남길 정도면 스케일이 커야겠지. 오랫동안 지도에 그려져 있던 아프리카의 커다란 콩 산맥이라면 역사적으로 남을 거짓말이 아닐까 싶구나. 100년 넘게 세계 지도에 버젓이 그려져 있던 콩 산맥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지도에까지 실렸을까. 유력한 지리학자들이 콩 산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지도를 그리게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그 이후 아프리카를 탐험한 탐험가들도 그 구라에 동참하게 되었대. 아프리카에 갔는데 지도에 버젓이 있는 콩 산맥을 못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탐험하지 않았다고 할까 봐, 그리고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 못 봤을 것이라 생각하고 콩 산맥을 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당시에는 사진기도 없었으니 증거가 없었으니 봤다고 하면 그만이었을 테니 말이야.

그리고 북극을 서로 먼저 발견했다고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단다. 피어리라는 사람과 쿡이라는 사람이 그들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먼저 북극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어. 여론도 양쪽으로 갈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둘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하는구나. 둘 다 북극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네.

그레거 맥그레거라는 사람은 없는 나라를 만들어 땅을 팔아먹었대.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를 하던 1823, 그레거 맥그레거는 포야이스라는 새로운 나라가 있다면서 이 나라의 땅을 유럽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하는구나.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땅을 사고 그레거 맥그레거 알려준 좌표로 왔지만 그가 이야기한 것과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는구나.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웠고 잘 곳도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하는구나.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런 사악한 거짓말을 하면 안될 텐데

책의 뒤쪽에는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장사꾼의 거짓말과 집단 망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가 메모를 해두지 않아서, 패스해야겠구나. 한 가지만 발췌글을 소개할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의외로 정치인들이 생각만큼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

(189)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하고, 온갖 크기의 거짓말을 다 한다. 직업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정치인이 꼬박꼬박 꼴찌로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지어 (믿기지 않지만) 언론인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특히 작금의…… (막연히 세상에 대고 손짓하며) 이런저런 사태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믿어주기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을 팩트체킹하는 게 내 직업니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 활동에서 거짓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흔히 가진 통념보다 아주,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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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톰 필립스는 이 책 이외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흑역사 시리즈가 있는데, 그 책도 기회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

책의 끝 문장: 그야 물론,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진실은 아버지를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라고 1606년 앨리자베스 시대의 작가 토머스 데커는 한탄한 바 있다. 또 16세기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수필 <거짓말쟁이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의 얼굴이 진실의 얼굴처럼 하나뿐이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진실의 반대는 그 모습이 수십만 가지이며 펼쳐질 마당이 무한이니 거기엔 끝도 한계도 없다." - P26

그 밖의 종류로는 우선 ‘여론몰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술책 중 하나다. 여론몰이의 교묘한 점은 꼭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많지만, 여론몰이 기술의 정점은 진실만 말하면서도 완전히 거짓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직의 벽돌을 가지고 허튼소리의 집을 짓는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망상’이라는 게 있다. 틀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 능력으로, 그 형태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대세에 굴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가장 만연하게 퍼져 있고 피해도 가장 큰 형태가 되겠는데, ‘개소리’라는 게 있다. - P30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 P66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즉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 P97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 P191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은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그리 어른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개소리 생산 공장이고 아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살펴봤지만,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루머의 난무, 신생 통신 기술에 대한 집단 공황, 가짜 뉴스에 대한 공포, 정보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전부 여러 세기 동안 있었던 현상이다. 과거에도 잘 넘겨냈고, 이번에는 잘 넘겨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자포자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가짜 뉴스’ 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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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5)

용왕의 병은 다름 아닌 술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봉건국가의 무능한 왕을 풍자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두고 대립하는 별주부와 토끼는 왕을 옹호하거나 왕을 비판하는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교 사회의 규범 중 하나인 을 드러내는 별주부와 임금을 조롱하는 토끼 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마 토끼에게 더 마음이 끌릴 것입니다. 별주부가 임금의 무능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노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한탄하는 모습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별주부가 답답하거나 미련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 시대에는 권력 앞에서 자신의 지혜로 스스로를 지키는 토끼 같은 인물에 더 쉽게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지요.


(180)

<도솔가>에서 월명사가 부르는 노래는 신과 인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구원의 노래는 인간의 고통과 해탈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요소를 포함합니다. 도솔천은 신적인 존재가 사는 곳으로, 이 노래를 통해 인간은 신과 소통하려 하며, 구원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신라시대는 불교가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으며, 사람들은 인생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불교적 구원을 열망했지요. <도솔가>의 가사는 불교적 해탈의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노래는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신성한 존재의 자비와 구원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죠. 세속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신과의 소통을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노래는 당시 신라 사람들에게 종교적 소망의 길을 제시한 중요한 철학적 의미였을 것입니다.


(206-207)

<원가>에서 잣나무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잣나무는 변하지 않는, 견고한 존재로 나타나며, 왕과 신하 간의 굳은 약속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효성왕이 신충을 잊고 뜻하지 않게 배신한 것은, 잣나무가 말라죽어간다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약속의 무효화와 신하의 원망을 표현한 것입니다. 잣나무가 변치 않은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처럼, 왕도 신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이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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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또리 2025-07-08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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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5-07-09 22: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위키드 5 - 레인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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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시리즈 어느덧 5권의 이야기란다.5권의 제목은 레인 이야기. 레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마지막 부분에 리르와 캔들이 녹색 피부를 가진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레인이란다. 그러니까 <위키드> 5권의 주인공은 리르의 딸 레인의 이야기란다. 리르는 누구의 아들? 그래, 서쪽 마녀 엘파바의 아들. 그러니까 레인은 엘파바의 손녀가 되겠구나.

..

그런데 5권의 첫 부분은 반가운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캔자스로 돌아간 도로시가 등장했어. 오즈에서 돌아온 지 6년이 지났어. 하지만 도로시는 여전히 에메랄드 시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리워하곤 한단다. 헨리 아저씨와 엠 아주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갔을 때도 그 도시를 에메랄드 시와 비교하며 이야기했어.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서 건물이 흔들렸단다. 1906 4 18일이었어. 소설에 날짜가 정확히 써 있길래 그날 진짜 지진이 있었나, 검색을 해보니 그날 샌프란시스코에 엄청나게 큰 지진이 일어나서 3000명 이상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소설 앞부분에서 도로시가 잠깐 등장하고 다시 오즈의 세계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한단다.

 

1.

글린다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단다. 오래 전에 남편 처프리 경은 죽고 목베거홀이라는 곳에서 하인들을 데리고 지내고 있었어. 목베거홀은 먼치킨랜드 령에 위치하고 있단다. 먼치킨랜드 땅과 오즈의 땅 경계에 위치하고 있단다. 글린다는 오즈의 정부에서도 일했던 사람인데, 오즈의 정부와 내전 중인 맨치킨랜드의 땅에 살고 있으니 오즈 정부에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아참, 오즈의 황제는 여전히 셀이란다. 셀 기억나지? 엘파바의 남동생. 글린다 부인이 먼치킨랜드 땅에 머무르고 있어서 체리스톤 장군이 찾아와 이주 명령을 내렸단다. 하지만 글린다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었단다. 거절했어. 그러자 체리스톤 장군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도 모두 퇴거 조치를 했단다. 그리고 글린다도 집 바깥을 나갈 수 없는 가택연금조치를 당했어. 70여명이었던 가솔을 모두 내쫓고 다섯 명만 남겼는데, 그 중에는 고아로 알려진 여덟 살짜리 레인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아빠가 이미 레인이 리르와 캔들의 딸이라고 했는데,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구나. 그런데 좀 읽다 보면 금방 레인이 리르와 캔들의 딸이란 걸 눈치챌 거야.

친구 엘파바의 손녀딸을 글린다가 보살피고 있는 거구나. 공식적으로는 레인은 글린다의 몸종이란다. 그렇게 글린다를 가택연금조치를 했지만 체리스톤 장군은 오래 전부터 글린다와 친분이 있어 같이 저녁도 먹고 그랬어. 글린다의 몸종 레인이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체리스톤 장군은 레인에게 자신이 글을 가르쳐 보겠다고 했어. 체리스톤 장군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거든

어느날 난쟁이가 이끄는 타임드래곤 부대가 찾아왔단다. 그들은 타임드래곤과 함께 공연을 했어. 글린다와 체리스톤과 군인들이 함께 공연을 봤어. 그런데 그 공연에 군인들이 호수에 빠져 죽는 장면이 나왔어. 체리스톤 장군은 공연을 멈추게 했단다. 사실 타임드래곤은 과거의 비밀의 이야기하거나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공연을 하는 능력이 있잖아. 그렇다면 체리스톤의 부대원들이 미래에 호수에 빠져 죽게 되는 것인가? 난쟁이는 타임드래곤이 보관하고 있던 마법서 <그리머리>를 글린다 부인에게 전달했단다.

체리스톤 장군은 부대원들과 함께 목베거홀에 머무르면서, 커다란 호수에 함선들을 만들면서 먼치킨랜드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글린다의 하인들 중에 퍼글스와 머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퍼글스는 군인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머스는 체리스톤 장군이 해고를 해서 집에서 쫓겨났단다. 그래서 글린다 부인의 측근은 이제 레인만 남았단다. 레인은 몰래 체리스톤의 부대를 염탐했는데, 그들은 드래곤들은 이용하여 먼치킨랜드를 공격하려고 했어. 그래서 드래곤들을 길들이는 일도 하고 있었지.

글린다 부인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레인과 함께 탈출 시도를 했단다. <그리머리>에서 터득한 마법을 이용해서 드래곤들과 체리스톤의 함선들을 호수에 꽁꽁 얼려 두었어. 그래서 드래곤과 체리스톤의 함선들은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때 먼치킨랜드의 부대가 공격하여 함선은 모두 난파되고 드래곤도 다섯 마리가 죽고 한 마리만 도망을 갔단다. 글린다 부인과 레인은 그런 혼란의 틈을 타서 목베거홀을 탈출하여 길을 떠났어. 가는 길에 겁쟁이 사자 브르르와 일리아노라를 만났단다. 그들은 얼마 전에 타임드래곤 부대와 함께 왔을 때도 만났단다. 아무래도 글린다가 브르르와 탈출 계획을 미리 짜 놓은 것은 아닌가 싶구나.

글린다 부인은 브르르와 일리아노라에게 레인을 맡기고 자신은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어. 퍼글스와 머스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그리머리>도 다시 돌려주었어. 그렇게 레인은 타임드래곤 부대와 함께 하게 되었단다. 난쟁이는 레인이 자신들과 동행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브르르와 일리아노라가 설득하여 동행하기로 하고 그들은 남쪽으로 향했단다. 아참, 브르르는 사자이고 일리아노라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사이 좋은 부부였단다.

 

2.

남쪽으로 가던 일행은 가는 길에 약제사 수녀를 만났단다. 약제사 수녀는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소속으로 그 이전에도 몇 번 나왔었어. 약제사 수녀는 키가 작아서 꼬마 다피라고도 불렀는데, 앞으로는 꼬마 다피라고 부를게. 꼬마 다피도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체리스톤 부대가 그들을 추격하고 있었어. 타임드래곤 부대의 대장 난쟁이에게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타임드래곤이 죽은 듯 동작을 안하고 있던 거야. 그런데 레인이 우연히 어떤 말을 했는데, 그 말에 타임드래곤이 반응하며 깨어났단다. 그리고는 갑자기 레인 일행들을 모두 태우고 하늘로 날아 올랐어. 그렇게 체리스톤 부대의 추격을 따돌렸단다.

타임드래곤은 먼치킨랜드 남부지역인 쿼들링 지역에 그들을 내려주었단다. 그러고는 타임드래곤은 또다시 가만히 있었단다. 타임드래곤이 미래를 예측해 주니까, 그들이 가는 곳까지 예지해 주었는데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아서 그들은 쿼들링 지역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단다. 1년이 지나도록 타임드래곤은 아무런 신호를 내놓지 않아, 그들은 일단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브르르의 첫사랑이었던 상아호랑이 뮬라마가 그들을 찾아왔어. 뮬라마는 그들을 돕겠다면서 은신처에 데려다 준다고 했단다. 그렇게 데려가 곳은 어떤 농장이었는데 그 농장은 바로 리르와 캔들의 집이었단다.

<위키드> 3권에서 캔들은 레인을 낳고 농장을 떠났는데, 다시 돌아온 모양이구나. 리르와 캔들은 그들의 딸인 레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쩌다가 레인은 엄마 아빠와 헤어져 글린다와 함께 지내고 있던 것일까. 레인은 다시 만난 엄마와 아빠를 크게 반기지는 않았단다. 리르와 캔들도 조심스럽게 레인에게 접근하면서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어. 리르는 일리아노라를 보고 한 눈에 그가 의붓누이 노르라는 것을 알았단다. 일리아노라는 <위키드> 3권에서 리르가 그렇게 찾던 노르였단다. 남쪽 지하 감옥에 갇혔다가 재치로 탈옥에 성공했던 그 노르…. 그들은 리르의 집에 머물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어느날 도시라는 굴뚝새가 그들을 찾아왔는데,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단다. 도로시가 다시 오즈에 왔다는 소식이었어. 그런데 네사로즈을 죽였다는 혐의로 먼치킨랜드 감옥에 갇혀 있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예전에 도로시의 집에 날라와 동쪽 마녀 네사로즈를 죽였을 때는 그렇게들 환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네사로즈를 죽였다는 죄로 감옥에 넣다니그들도 다 그때그때 다른 사람들이로구나. 네사로즈의 악행은 잊혀지고, 오즈 정부에 항거하여 먼치킨랜드 독립을 주장한 사실만 남아 있는가 보구나.

일행은 도로시를 도와주기 위해 길을 떠났어. 그런데 가는 길에 숲 속 멧돼지의 공격으로 타임드래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다행히 <그리머리>는 리르가 가지고 있었어그렇게 <위키드> 5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이제 한 권이 남았구나. 5권을 읽다 보면 궁금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단다. 레인이 왜 글린다 부인과 함께 있었는지, 레인이 갓난아기였을 때 녹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녹색 피부가 없었는지등 말이다. 그런 궁금증은 6권에 풀리게 될 것 같구나. 아참, 도로시의 재판 결과도 결판나겠지? 우리나라 재판처럼 터무니없는 결과가 아니길 바래. ,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도로시 게일과 그녀의 친지들이 캔자스 발 열차를 타고 산에 도착하기까지는 사흘이 걸릴 것이라고, 여행 설계사가 말해 주었다.

책의 끝 문장: 브르르가 둘 모두의 몫만큼 울었다.


몇몇 생애는 한 단 한 단 올라가는 층계와 같다. 매 시기마다 이전에 이룬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한 단을 더 높이 쌓아 올리는 식이다.
다른 생애들은 붕 하고 포물선을 그리는 날쌘 창의 궤적과 같다. 오직 한 가지에만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이다. 그 시작으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얼마나 장려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생행로인가. 그 날아간 길이 너무도 참되고 확실하여 숙명론의 증거가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생애들은 도리어 호숫가의 돌덩이를 넘어 앞으로 가는 있는 어린애의 걸음과 닮았다. 지금은 오르다가, 지금은 내리다가, 목적지는 항상 가려서 안 보이고. 이제 발목이 삐끗하고, 이제 샌드위치를 흘리고, 이제 낚싯바늘이 얼굴에 와 부딪히고.
- P300

목적지를 결정하면 항상 날씨가 나아지는 법이다. 아니면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라도 든다. 비록 태양은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약했지만, 그리고 높은 습도 탓에 젖은 코트를 입은 것처럼 몸이 무거웠지만 한동아리 아닌 한동아리 일행들은 탄력 있는 걸음걸이로 걸어나갔다. - P303

거기에 진전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더 많은 의미가 그 속에 깃들어 있는데,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더 적어질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욱 구체적으로 손 안에 잡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찰나 찰나가 아주 미세한 것들이 모두 소중해진다. 살아온 인생, 지내 온 시간들이 갈수록 모순에 차고 역설로 아로새겨지고 불가해한 것이 되어 가지만 그 때문에 의미가 없어지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아마도, 해명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의미 깊은 것이다. (총합이 문제되는) 수학 방정식과 같지 않을수록, (결정적인 비밀에 좌우되는) 음악과 더욱 유사한 것이다.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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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자르가 부인을 발로 차서 죽인 거라고요.” 제르베르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부인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거든요. 배 속 어딘가에 탈이 난 게 분명해요. 맙소사! 부인은 사흘 동안이나 몸을 뒤틀면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어요…… ! 아마 노예선에 보내진 불한당들도 그 남자만큼 악한 짓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한테 맞아 죽는 여자들을 일일이 신경 쓰다보면 법이 할 일이 너무 많아지겠죠. 매일같이 맞고 사는 여자들한테는 한 대 더 맞고 덜 맞는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데도 그 불쌍한 여자는 자기 남편이 참수형이라도 당할까봐 거짓말을 하더라구요. 글쎄, 물통 위해서 떨어져서 배를 다친 거라면서…… 그러고는 밤새 비명을 지르다가 죽었어요.”


(87)

당연하게도 나태와 빈곤함이 자리 잡은 곳에는 불결함이 따라왔다. 과거에 제르베즈의 자존심이었던 하늘을 연상시키는 근사한 파란색 가게는 이젠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창들과 판유리는 거리를 달리는 마차에서 튄 오물로 온통 뒤덮였다. 진열창 선반에 매달아놓은 놋쇠봉에는 병원에서 죽은 여자 고객들이 미처 찾아가지 못한 회색빛 누더기 옷 세 벌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천장에서 말리는 축축한 세탁물들의 습기 탓에 벽에서 떨어져 나간 퐁파두르 스타일의 사라사 벽지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거미줄처럼 너덜거렸다. 수없이 반복된 부지깽이질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부서진 난로는 고물상에 쌓인 낡은 무쇠 조각처럼 보였다.


(278-279)

다시 시트로 랄리를 덮어준 제르베즈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아이는 점점 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랄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검은 눈빛뿐이었다. 어린 소녀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으로 그림을 자르고 있는 자신의 두 아이를 응시했다. 방 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죽어가는 아이 앞에서 망연자실한 비자르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아니, 이럴 수는 없다. 이건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 이렇게 엿 같은 인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 구차하기 짝이 없었다! 제르베즈는 비자르의 집을 뛰쳐나와 정신없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삶에 깊은 회의가 느껴져 아무 승합마차에나 뛰어들어 그대로 바퀴에 깔려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309)

캄캄한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여섯 개 층을 올라가는 동안 제르베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몹시 아프게 하는 헛헛한 웃음이었다. 오래전에 품었던 자신의 이상이 떠올랐던 것이다.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지니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살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 이제 이 모든 게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은 것은 일상이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신에게 3만 프랑의 연금과 각별한 관심을 바라기라도 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 이 고단한 생에서는 아무리 소박한 꿈을 꾸어도 하늘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 듯했다! 하찮은 음식과 잠자리마저 허락지 않았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운명인 것이다. 제르베즈는 예전에 자신이 20년간 다림질을 하고나면 시골로 가서 살겠다는 근사한 소망을 품었던 적이 있었음이 떠올라 더욱더 허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곧 가게 될 곳도 시골이긴 했다. 그녀는 풀이 나 있는 페르라셰즈 묘지 한 귀퉁이에 누워 쉴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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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5-07-06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소무아르(목로주점)는 1편의 빨래터에서 아낙네들의 싸움장면이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읽고 계시는거 보고 반갑네요!

bookholic 2025-07-06 23:09   좋아요 1 | URL
작년에 처음으로 에밀 졸라의 책을 읽었는데, 묵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에밀 졸라의 책들을 읽지 않은 눈을 갖고 있어 행복합니다. ㅎㅎ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