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 양철북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육아서를 잘 안 읽잖아. 엄마가 아빠한테 가끔씩 육아서를 읽으라고 할 때는 아빠가 너무 좋아하는 책만 읽었나 싶기도 하더구나. 책에 있는 내용이 다 맞는 것도 아닌데, 꼭 육아서를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야. 아빠는 너희들과 함께 마음 가는 대로 놀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은 조국 교수의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 소개된 책 한 권을 알게 되었어. 알렉산더 즈본킨이라는 러시아 사람이 쓴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일기>. 조국 교수님이 소개한 육아서라면 믿을 만 할거야.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가 자신의 아이들과 그 친구들을 모아놓고 수학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일을 적은 책인데, 그 아이들이 나이가 너희 또래와 비슷해서 책을 적당한 시기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 이 사람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 그는 자신과 아이들과 활동을 기록한 육아일기를 썼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까 책으로 출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대. 그리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한 수학 동아리를 통해 논문도 쓰고, 이 활동이 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구나. 책날개에 보니, 당시 러시아에서는 그가 쓴 일기는 유아 수학 교육의 고전으로 불릴만하다는 극찬을 받았고, 그의 이런 동아리 활동에 영감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했대. 지은이 자신도 교육적인 일에 하게 되고그 길로 전향을 해서 지금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로 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은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 아이들의 당시 기억을 더하고, 지은이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에 사실 아빠도 지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어.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주기적으로 시간을 잡고, 너희들의 눈높이에 맞게 놀면서 공부하는, 그런 것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지은이처럼 일기로 남길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더구나. 생각이 실천으로 가기까지는 얼마나 먼 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 그래서 지은이가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해. 아빠는 평일에는 늦게 퇴근하기 일쑤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어도 힘들다고, ",우리 각자 놀자" 이런 소리나 하고... 주말도 공부보다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밖에 나갔다 오면 지치고... 너희들이 마법천자문을 좋아하면서 전에는 그래도 잠깐 한자 공부를 했었는데... 너희들이 아빠와 함께 하는 한자 공부를 즐거워 했는데.. 그 한자 공부를 한 지도 무척 오래되었구나. 지난 주말에도 너희가 한자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에 하자고 했지.

요즘 우리 막둥이가 바둑 공부를 같이 하자고 해서, - 사실 아빠가 누군가에게 바둑을 가르쳐줄 실력이 못되잖아. - 어린이들을 위해 이세돌이 쓴 바둑책을 들고, 같이 하곤 했는데, 그것도 꾸준함을 잃어버렸지.. 생각해보니, 아빠가 좀 잘못했네^^ 그리고 1호는 좋아하는 학습만화 <놓지마 과학>을 보면서 같이 읽고 과학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한두 번 하고 말았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해볼까? 이번에는 시간표를 짜서, 좀 꾸준하게... 일이 있어서 못하면, 보강하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2.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은 1980년에 첫째 아이와 친구들을 대상으로 처음 수학동아리를 시작했고, 19813월부터 수학일기를 쓰기 시작했대.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의 나이가 만 4세에서 만 5세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목적은 먼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

======================

(48)

, 조금 이상하긴 해. , 어쩌겠는가, 내가 자꾸 말하는 걸 또 반복하자면 이렇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정해져 버린 진리를 알려주려고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내가해야 할 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까.”

======================

가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어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잘 안될 때 혼자 화를 삭히는 모습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어. 논리적인 것에 대한 답을 물어볼 때, 아이들은 논리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 의해 답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이런 부분을 읽을 때면 아빠도 고개를 끄덕였단다. 어른의 사고방식과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

많고 적음의 크기에 대한 정의도 그랬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했어. 누군가 많고 적음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그들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면, 그들은 많고 적음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예를 들고, 길고 짧음을 많고 적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야. 이렇게 지은이의 수학동아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 둘 아이들을 이해해 나가는 계기도 되었어.

...

수학동아리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4명이라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내성적인 아이는 논리적 사고를 잘하고, 외향적인 아이는 기하를 잘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어.

...

 

3.

너희들 같은 어린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라고 하면, 보통 더하기 빼기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가끔씩 더하기 빼기 공부를 같이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왜 다른 분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었고, 그 수단으로는 게임이나 놀이를 이용했어. 집합, 확률, 조합, 순서도, 명제, 암호까지... 아빠도 지난 주말에는 이 책에서 확률에 관련 것을 너희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주사위 2개를 던졌을 때 두 주사위의 합이 어떤 게 많이 나오는지 해보는 거야. 1부터15까지 쓰고... 그래, 너희들도 몇 번 던지더니,, 1, 13, 14, 15는 나올 수가 없다면서.... 지우개로 지우려고 했잖아. 그리고 또 몇 번 굴리다가 12는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이유까지 정확하게 설명을 하면서 주사위를 굴렸어. 가장 먼저 20번이 나오는 숫자가 어떤 거냐고...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아빠는 당연히 7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7이 먼저 도달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10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을 했어.... 대략 난감...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른가 보구나. 그래도 이 게임의 원리를 설명해주어야겠다고 했는데, 너희들이 모두 배고프다면서, 식탁으로 가버렸어... 나중에 다시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아빠는 혼자 남아서 가만히 생각해봤어. 7이 나올 확률은 6/36. 10이 나올 확률은 3/36. 주사위의 합이 10이 나오는 개수가 7이 나오는 개수보다 먼저 20개에 도달할 확률은 얼마나 되지? , 머리 아프다...

...

이 책을 읽고, 확률에 대해서만 너희들과 함께 해보았는데, 너희들도 좋아하는구나. 이 책에 나온 다른 것들도 한번 해봐야겠구나. 너희들에게 확률이라는 지식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호기심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말이야.

...

그리고 마방진 게임도 했다고 하는데... 마방진을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은데.. 너희들에게도 한번 문제로 내봐야겠다... 너무 어려우면 가운데 들어가는 숫자는 힌트로 주어도 될 것 같고..

...

소수를 설명하는데 그렇게 신기한 방법이 있는 줄 몰랐어. 우리집에 바둑돌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더구나. 이것도 한번 너희들과 해봐야겠구나. 그러니까, 바둑돌 여러 개로 직사각형을 만들지 못하는 개수를 찾는 거야... 10개는 5개씩 2열을 만들면 직사각형을 만들 수 있고, 12개는 4개씩 3열을 만들면 되고, 15개는 5개씩 3열을 만들면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아닌 거야. 하지만, 13이나 17 이런 건 정확하게 직사각형을 못 만들어. 바둑돌이 부족하거나 남게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되는 거야.. 소수를 찾는 좋은 방법이구나.

...

해가 거듭될수록 난이도도 조금씩 올라가고아이들의 학습능력도 부쩍부쩍 늘었어. 두 배인 도형 만들기... 도형을 하나 그려 넣고, 그것에 각 변의 길이가 두 배인 닮음꼴 도형을 그리는 법,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꼭 기억해 두었다가 해봐야지... 그리고 15퍼즐도 아이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15퍼즐은 작은 퍼즐판인데 숫자가 1부터 15까지 써있는 정사각형이 있고, 칸은 16개가 있어서 그 안에서 그 정사각형 조각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숫자를 1부터 15까지 차례대로 정렬시키는 거.. 아빠도 어렸을 때 그거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숫자로 된 것도 있지만, 그림으로 된 것도 있었어.. 이 부분을 읽고, 이 퍼즐을 너희들에게 사주면 너희들이 재미있게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 퍼즐을 어디서 사지?

..

순서도에 대한 것도 그래..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순서도를 처음 본 게 고등학교 때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을 애들한테 가르쳐 주는 게 가능할까? 그는 그 순서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문제 해결하는 절차를 배우게도 하고, 나아가 설계도도 작성할 수 있게 했어. 그런 것을 보면서, 너희들을 비롯한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아빠와 같은 어른들이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에서 보고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적어봐야겠구나. 스피로그래프란 것이 있어. 지름이 다른 톱니바퀴들에 작은 구멍을 넣고 거기에 연필을 넣고 큰 톱니 안에 작은 톱니를 굴리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나와. 아빠도 어렸을 때 이런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놀이를 스피로그래프라고 하는구나. 이것도 어디서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하지? 이 책을 통해 아빠가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도 떠오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구나.

 

4.

이 책에는 재미있는 퀴즈들도 많이 나왔어. 이 책에서 본 8x8 면적의 네모가 13x5 면적의 네모로 변하는 놀라운 문제이건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비밀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이 있었단다. 아빠가 이 문제를 회사 사람들한테 내봤더니, 다들 신기해 하더구나.

그리고 21층에 사는 어린 아이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내려갈 때는 1층까지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는 18층까지만 올라오고 나머지 세 개 층은 걸어 올라온다. 왜 그럴까?

그리고 어떤 아이가 1층에서 5층까지 올라왔는데, 그만큼 다시 올라가면 몇 층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10층이라고 할 텐데, 신중함을 키우는 문제가 아닐까 싶구나.

..

지은이의 아이들이 수학만 한 것은 아니래.. 이렇게 영어도 하고, 다른 놀이도 했었어. 사실 아빠도 예전에 공동육아라든가,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어. 그래서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더 보고 싶었고, 읽으면서 계속 공감을 했었던 것 같아. 그러나 경제활동과 아빠의 내성적인 성격. 그리고 주변 환경공동육아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덮고, 아빠는 반성을 많이 했어. 공동육아는 둘째치고,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는 반성. 너희들이 무엇인가 하자고 하면, 자꾸 다음으로 미룰 핑계를 대고 말이야. 이 책을 읽고 아빠가 다짐을 했어. 일 년 일 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면, 너희들이 곧 커서, 아빠를 찾지 않은 나이가 될 텐데, 지금이라도 열심히 너희들과 몸을 부딪혀 놀고 공부하고 그래야겠다고다시 한동안 하지 않았던 한자공부부터 다시 해 볼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대하지 말고, 놀 듯 공부하듯 새로운 분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함께 해보자꾸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7)

똑똑히 봐.”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나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로부터 몇 분쯤 지나 아버지는 좀더 멋진 바다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후 내게로 시선을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덜컥 겁이 났다. 눈빛이 굉장히 심각했다. 권투선수 시절에 오른쪽 눈꼬리에 새겨진 5센티미터 정도의 흉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우후, 하고 웃어 어떻게든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버지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저 넓은 세계를 봐그 다음은 네가 정해.”

오로지 그 말뿐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한 다음 미련 없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해변을 벗어났다.

 

(65)

아버지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주춤거리다가 왼팔을 쭉 뻗은 채 왼쪽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내가 다시 아버지와 마주하게 되자 아버지는 말했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너는 그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늙은이같이.”

아버지는 싱긋 미소지은 후 말했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어.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의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당연한 일이지만 얻어맞으면 아플 것이고, 상대방을 때리는 것도 아픈 일이다. 아니 무엇보다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도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원 안에 가만히 있는 편이 편하고 좋을 텐데.”

 

(85)

넌 맨날 소설만 읽는구나.”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런 인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거야.”

정일이는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띤다. 그러면 나는 왠지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8)

이런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232)

아버지는 멍한 시선으로 앞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죽어버린 삼촌을 생각했다. 일본에서 북조선까지 비행기를 타면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을까? 두 시간? 세 시간? 나는 비슷한 시간에 한국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북조선에는 갈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깊은 바다가? 넓은 하늘이? 인간이다. 돼지 같은 놈들이 대지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자기 영역을 주장하면서 나를 몰아내고 삼촌을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믿을 수 있겠는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세계가 놀랄 만큼 좁아진 이 시대에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장소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북조선 땅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으스대다 썩어갈 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261)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분류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알아, 너희들이 우리를 재일이라고 부르는 한, 언제든 물려죽어야 하는 쪽이라구. 분하지 않냐구. 내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빌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비블리아 고서당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이번에도 지난번 1권과 마찬가지로 책과 얽혀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어. 아빠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가끔씩 차례대로, 완간이 된 7권까지 읽어볼 생각이란다. 지난번 너희들과 아빠 친구들 식구들과 다 함께 캠핑을 갔었잖아. 그때 읽으려고 이 책을 가지고 갔는데오랜만에 만남에, 오랜만에 여행이라 그런지 첫날은 다들 수다 떨고 노느라고 책 볼 틈이 없었고,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속의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읽으려고 했으나, 너희들도 산의 향기와 계곡물 물소리에 일찍 일어나서, 너희들과 함께 자연을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이 책은 그냥 덮었단다. 그곳에서는 딱 한 페이지만 읽었어.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구나. 나머지는 일상에 돌아와서 읽었고 말이야. 2권에서는 세가지 이야기가 나와. 거두절미하고 어떤 이야기들이었는지 이야기해줄게.

 

1.

고우라 다이스케는 다시 고서당에서 일하게 되었고, 고서당 주인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퇴원을 했어. 어느 날 -1편에서도 나왔던- 여고생 고스가 나오가 찾아와서 중 1 동생 고스가 유이가 쓴 독후감을 봐 달라고 했어. 그 독후감은 앤소니 버제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소설인데, 아빠는 읽어보지는 않았고, 제목만 들어본 그런 소설이야.

이 소설은 1962년 영국 작품으로 반항아 주인공의 성장소설이고, 유명한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로 만들어져 더 유명해진 소설이래. 국가권력의 의해 주인공은 세뇌 당하고, 나중에 자신이 세뇌 당한 것을 깨닫는다는 그런 내용이래. 그 책은 나오가 동생을 위해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해서 주었다고 했어. 그런데 시오리코는 그 독후감을 보고, 곧바로 유이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어. 시오리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서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단다. 시오리코 부탁으로 어렵게 유이와 자리를 마련했지. 1962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이, 미국에서는 마지막 장이 빠진 상태에서 출간되었어. 주인공이 자신이 세뇌 당한 것을 깨닫는 부분.. 그 부분을 삭제하고 출간했대. 일본에서도 한동안 마지막 장이 빠진 미국판을 번역 출판하게 되었고..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도 미국판으로 영화를 만들었대. 그러다가 한때 미국의 불완전판과 영국의 완전판이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불완전판은 안나오고, 완전판만 출간한다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어. 그런데 유이의 독후감은 마지막장이 빠진 불완전판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한 독후감이었던 거야.

이런 이야기를 시오리코가 하자, 유이는 자신은 마지막 장이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했다고 했어. 하지만 그 책을 읽지 않은 또 다른 근거를 이야기하니까, 그제서야 유이는 사실을 인정하고, 초등학교의 문집들 중에서 잘 쓴 독후감을 베꼈다고 했어. 1이라면 그런 정도의 유혹은 있지 않을까. 숙제 하기 싫을 때는 말이야. 유이의 심정을 충분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오리코는 언니 나오한테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했어. 언니는 유이를 아끼기 때문에 다 이해해줄 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독후감은 시오리코가 초등학교 4학교 때 썼던 독후감이었더구나. 시오리코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유이도 다녔던 거야.. 시오리코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그 불완전판이 있었던 것이야..

 

2.

두 번째 책은 후쿠다 데이치라는 사람의 <명언수필 샐러리 맨>이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일본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1권에 나온 책들은 그래도 지은이 또는 책 제목은 들어보기라도 했었는데, 이 책은 지은이, 책제목 모두 처음 들어보는구나.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시바 료타료라는, 들어본 이름의 작가 소개가 있더구나. 왜 그렇지? 그 이유가 바로 두 번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단다.

다이스케는 고등학교 친구 사와모토와 술 한 잔 하다가 그 친구가 옛 고등학교 친구를 한 명 불러냈어.. 그 친구는 고사카 아키호라는 여자였는데, 사실 고우라 다이스케와 고등학교 때 사귀다가 대학교에 올라가서 헤어진 사람이야. 그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라서 서먹서먹했는데, 고사카 아키호는 편하게 대하려고 했어. 다이스케의 친구들은 다이스케와 시오리코가 사귀고 있는 줄 알고 있었어. 그렇게 소문이 돌았다는 구나. 그 소문이 싫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아니니까, 다이스케는 그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어. 고사카 아키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서들을 매입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며칠 뒤, 다이스케와 시오리코는 아키호 집에 갔어. 어떤 중년 아줌마가 그들을 맞이했어.. 고사카의 언니였어. 그 아줌마와 아키호 사이의 오가는 날 선 대화를 들어보니 단 번에 배다른 엄마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 이유로 그 집안에서 아키호는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 서재에서 다이스케와 시오리코는 책 분류를 했는데, 아키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이스케는 아키호와 예전에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나중에 다른 경로로 알게 되는 것보다 그것이 낫겠다 싶었어. 그런데 시오리코는 깜짝 놀래는 거야. 사실 시오리코도 대충 짐작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책에 관련된 내용 이외에는 시오리코는 관심이 없고, 눈치도 느렸단다.

아키호의 아버지는 고향이 간사이여서 그런지, 같은 고향의 시바 료타로의 책들이 많았어매입할 가치가 없는 책들을 따로 정리해서 아키호에게 전해주고, 나머지 책들은 정리해서 차에 실었어. 그런데 시오리코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어. 아키호의 아버지는 주로 도쿄에 있는 고서당을 이용했는데, 왜 이 책을 비블리아 고서당에 넘기라고 유언을 남겼을까 하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가치가 없던 책으로 분류했던 책 속에 한 권의 책이 생각났어. 그 책들은 이미 아키호가 다른 중고서점에 넘기려고 차를 싣고 출발했단다. 그들도 얼른 뒤따라 갔어. 그러나 이미 중고서점에서 나오는 아키호, 늦었나? 그런데 아키호는 아무래도 아버지의 마지막 남긴 물건인데 그냥 중고서점에 넘기기 뭐해서 가지고 있겠다고 했어.

시오리코는 그 책들 중에 한 권후쿠다 데이치라는 사람의 <명언수필 샐리러맨>이라는 책을 찾아냈어. 아무 특징 없는 평범한 책으로 보였어. 그런데 그 책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단다. 그리고 그 책은 적어도 20만에서 30만엔의 가치가 있다는 거야. 그 이유는후쿠다 데이치는 시바 료타로의 본명이었던 거야. 그가 정식 데뷔한 이후에는 필명인 시바 료타로를 썼대. 그러니까 이 책은 그가 정식 데뷔하기 전에 쓴 책으로, 희귀본이었던 거야. 거기에 저자 싸인까지 있었어..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그 책을 아키호에 남기고 싶었던 거야. 다른 가족들이 눈치 못 채게 그 책을 아키호에게 넘겨주려고 했던 거지.. 아키호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에 전화를 했었는데, 다이스케가 전화를 받았는데, 그가 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비블리아 고서당에 책을 넘기면 그 책이 팔리지도 않고, 아키호가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뒤늦게 시오리코의 추리에 의해 이야기가 드러났지만, 아키호는 그 책을 자신이 보관하겠다고 했으니, 아키호의 아버지의 바람대로 되어서 참 다행이구나.

그날 일을 마치고 고서당으로 돌아왔는데, 시오리코가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릴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 그날 사실 시오리코 몸에 열이 엄청났어. 다이스케가 안아서 방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시오리코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묘하면서 좋은 기분이 들었어시오리코를 데려다 주면서 안채에 오게 되었는데, 그곳에도 책이 엄청 많았어. 그리고 책들 사이에 그림 한 편을 보았는데, 시오리코와 무척 닮은 여인이 그려져 있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시오리코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시오리코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어. 어떤 사연이 있을까?

 

3.

, 이제 세 번째 이야기를 해줄게. 어느날 어떤 사십 대 전후 남자가 책 감정을 하러 왔다가 자신의 책을 두고 사라지는 일이 있었어. 그런데 그는 사라지기 전에 아시즈카 후지오의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이라는 만화책에 대해 물어봤단다. 아시즈카 후지오는 후지코 후지오의 데뷔 당시 필명인데, 후지코 후지오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 아니 그들의 유명한 작품 도라에몽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후지코 후지오는 도라에몽의 공동 필명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사리진 남자가 물어본 아시즈카 후지오의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는 백만엔의 고가에 거래되는, 아주 희귀본에 속하는 고서라고 하는구나. 시오리코는 그 남자의 책들을 돌려 주어야 한다면서 그가 중간까지만 남겨 놓은 주소를 들고 길을 나섰어. 다이스케도 함께시오리코는 그가 남기고 간 책들에서음식 냄새가 나고 책이 바랜 모양을 보고, 집안의 구조를 추측하고, 바로 그런 구조의 집을 찾아냈어.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지. 역시.. 그 남자의 집이 맞았어.

그 남자의 이름은 스자키 씨. 그는 일부러 그랬다고 했어. 그러면서, 아주 예전에 시오리코 어머니도 똑 같은 방식으로 찾아왔다고 이야기했어. , 여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스자키 씨의 어버지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대. 스자키 씨의 아버지는 만화책 마니아로 특히, 후지코 후지오의 책들을 모았다고 하는구나. 30년 전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우연히 갔다가 그곳에서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라는 책을 2천 엔에 사왔다고 했어. 당시 스자키 씨의 아버지는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을 찾아 방방곡곡 돌아다녔는데, 그 책을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 기쁜 나머지 그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만 계산을 하고 자신이 가지고 갔던 책들을 두고 왔던 일이 있었대.

그때 고서당에 시오리코의 엄마가 일하고 있었는데, 그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나중에 적다만 주소만 보고 스자키 씨 집을 찾아왔다는 거야. 그때 스자키 씨 아버지는 부재중이었고, 어린 스자키 씨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 책을 무척 찾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나중에 스자키 씨 아버지가 오고, 스자키 씨 아버지와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어. 그리고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 책에 대한 고마움으로 자신의 고서 몇 편을 주었다고 했어.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구나.

그런데, 반전이 더 있었어. 스자키 씨에 집에서 나온 다이스테와 시오리코다이스케는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어.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그러자, 시오리코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스자키 씨가 이야기한 내용 속에 숨겨진 진실을 추측해서 이야기해주었어. 사실 스자키 씨의 아버지는 그 책을 다른 고서당에서 훔친 것이라고 했어. 이미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가 도난 당했다는 소문은 고서당 사이에서 소문이 났을 테고그런데 그의 어린 아들 스자키 씨가 실수로 비블리아 고서당에 팔려고 분류한 책에 그 책을 같이 껴 넣은 거야. 그것을 고서당에 가서야 알게 된 스자키 씨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그 책만 들고 집으로 돌아왔던 거야. 시오리코의 어머니는 중간까지만 적은 주소와 책상태를 보고 스자키 씨 집을 찾아낸 것이고, 어린 시즈카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스자키 씨의 아버지가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을 훔친 것에 확신하게 된 거야. 시오리코의 어머니는 시오리코보다 더 책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더 욕심도 많다고 했어. 시오리코의 어머니는 책에 대한 욕심 때문에 스자키 씨 아버지와 협상을 했어. 모른 척 할 테니, 더 나아가 그 책을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산 것으로 해주어 나중에 들켜도 문제가 되지 않게 해줄 테니, 가지고 있는 다른 고서를 넘기라는 것이었어. 스자키 씨가 말했던 아버지가 고맙다며 준 책들이 사실은 시오리코 어머니의 협박에 의해 준 책들이었던 거야.

이 일로 시오리코는 엄마에 대한 깊은 원망이 하나 더 추가되었어. 10년 전에 시오리코의 엄마는 책 한 권만 두고 떠났다고 했어. 그 책은 <크라크라 일기>라는 책인데,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라고 했어. 그 책을 두고 갔다는 이야기는 시오리코 엄마도 그 책의 주인공과 같은 이유로 떠났다는 거야. 시오리코는 자신이 엄마는 똑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잘 알고 있어서 자신도 결혼하면 엄마처럼 가족들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은 결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어. , 이 한마디에 시오리코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다이스케에게는 가슴이 무너지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여기까지가 2권의 이야기란다. 바로 3권을 읽고 싶지만,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겠구나. 나중에 3권에서도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사랑에 진전이 있을까? 시오리코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또 나올 것 같고… 3권에는 어떤 책들이 또 소개가 될까? 기대가 되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용마 님의 책을 읽는 중에

MBC 사장 해임안 소식을 들었다.

이제 이용마 님의 건강만 회복하면 된다.





* 사진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bk55RbxiQdI 화면캡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7-11-14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원합니다. 건강해지시면 좋겠어요..
 















(194)

기차가 떠났다니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이 노래는 몇 해 전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후 널리 알려졌고, 애절한 가사와 가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아련한 파문이 일게 했지요. 가사를 우리말로 번안해서 어느 가수가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배경을 하는 학생 있나요? 이 노래는 그리스의 테오도라키스의 작품인데 그는 민주화되기 전인 1960년대 그리스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음악가입니다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기차가 떠나도록 오지 않는 연인, 아마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연인을 기다리던 여인의 애달픈 마음을 그린 노래인데 사실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오지 않는 연인은 민주화 운동가를 상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1970년대 민주화 운동과 음악의 상징이던 김민기 선배, 그리고 그의 노래 <아침이슬>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김민기를 아는 학생은 있나요? 최근에 독일의 문화훈장이라 할 영예로운 괴테메달을 받았지요. 우리나라 전체의 명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5)

특히 1863년에 집필한 <20세기의 파리>라는 작품은 그(쥘 베른)가 출판을 꺼려서 잊혔다가 1989년에 발견되어서 흥미를 끌었습니다. 집필 수 무려 131, 그가 타계한 지 89년이 지나서야 출간되었는데 자동차, 고층건물, 고속열차, 복사기, 인터넷을 연상하는 통신망 등이 등장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 인간의 소외 등과 함께 과연 물질문명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3)

이처럼 물질을 뜨겁게 하면 빛을 냅니다. 물질이 에너지가 높아지니까 빛이란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때 빛이 완전히 파동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거동이 있습니다. 여기서 자세히 논의할 수는 없지만 파길이별로 내비치는 빛의 세기를 맞출 수 없고 빛의 전체 에너지가 무한히 커지게 되는 따위의 문제가 생깁니다. 플랑크는 빛의 파동이 아니라 알갱이처럼 에너지를 지닌다고 생각해서 이러한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고, 이에 따라 양자역학의 창시자라 인정을 받게 됩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빛전자 효과(광전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쇠붙이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하는데, 쇠붙이에 묶여 있던 전자가 빛을 받으면 에너지가 높아지니까 묶임을 끊고 도망 나오는 겁니다. 그것을 빛전자라고 하는데 나오는 거동을 보면 빛을 파동이라고 생각하면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이 있습니다.

 

(322)

먼저 혼돈이론, 더 일반적으로는 비선형동역학의 성격부터 다시 강조하지요. 상대성이론은 시공간 개념을 수정했고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이라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각각 기존의 서술 기반이나 양식을 대체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의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돈은 고전역학의 기반이나 양식 따위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고전역학 자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어요. 자연을 기술할 때 그동안 전제하고 있던 생각, 곧 자연현상은 결정론적이고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말하자면 양자역학처럼 고전역학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역학 안에서 기존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거지요. 이에 따라 물리학 내부에서 보면 혼돈이론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도 논란이 있어요. 물론 결정론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전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지만 패러다임이라는 측면에서 명백하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352)

통계역학이란 많은 구성원들로 이뤄진 뭇알갱이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다루는 이론 체계입니다. 이러한 뭇알갱이계로서 다양한 고체와 액체 등 응집물질, 특히 생명현상을 보이는 생체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결국 정보와 엔트로피에 결부되어 있지요. 따라서 통계역학은 바로 엔트로피와 정보를 다루는 물리학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한 모든 것이 정보라는 말처럼 21세기에는 자연을 해석하는 데에서 정보와 엔트로피가 핵심적 구실을 하리라 여겨지며, 통계역학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기술 등 현대 기술은 대부분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이 바탕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354)

일상에서 흔히 에너지 위기라고 말하는데 에너지란 없어지지 않으므로 에너지가 부족하다’, ‘에너지가 비싸다등의 말은 엄밀하게는 옳지 않은 표현입니다. 문제는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입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에너지 자체를 소비해 버리는 것이 아니고 쓰기 좋은 형태에서 쓰기 나쁜 형태로 바꾸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지요. 다시 말하면 전체의 전보를 일부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하는 목적도 정보를 얻으려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여러분의 엔트로피는 줄어들지만 환경의 엔트로피는 늘어날 겁니다. 아무튼 이러한 정보와 엔트로피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499)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원자력이란 말을 넣어서 원자력발전, 원자력문화재단 등으로 부르지요. 가만히 보니까 좋게 보이려는 건 원자력이라고 하고, 뭔가 나쁜 얘기를 하려면 핵이라는 말을 씁니다. 농담 같지만 정부와 언론,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예컨대 북한이 핵 개발을 한다고 말하지 원자력을 개발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똑 같은 건데 느낌이 다르지요.뭔가 나쁜 느낌을 주려 할 때 핵이라고 하는 듯합니다. 핵 발전소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인데 나쁜핵폐기물이 나오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원자력 폐기물이라 하면 원자력도 나쁘고 위험한 것으로 들리니 방사성폐기물이란 말이 적당하겠네요. 이런 것을 보면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문제가 많은 경우에 정치적 문제와도 깊이 연결됨을 할 수 있습니다.

 

(514)

우리 일상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전하면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훨씬 빠르게 처리해 주니까 효율이 높아져서 우리의 삶이 더 편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나도 직접 느끼고 있는데 교수도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점점 살기 힘들어집니다. 옛날이라면 이 정도 하면 되는 일인데 컴퓨터 때문에 훨씬 많인 해야 합니다. 더 해야 하는 일을 컴퓨터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만큼 컴퓨터를 작동해야 하므로, 실제로 노동 강도가 증가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