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요즘에는 책관련 SNS인 북플을 통해 새로운 책들을 아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읽은춘추전국이야기 1”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학창시절에는 역사에 관심도 없고, 시험공부용으로만 공부를 하다 보니, 어렵게 느껴져서 싫어하는 과목이었어. 그런데 나중에 커서 책을 읽다 보니 역사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새로 알게 된 역사서이니 관심이 갈 만하겠지.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중국 고대 역사 중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많은 사상가와 전술가를 배출했던 난세의 시절, 춘추전국시대. 그렇다 보니 옛날부터 그 시대를 다룬 많은 역사서들이 있단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공원국이라는 분이란다.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의 특정 시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한두 권이 아니고 12권이나대단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춘추전국 이야기 시리즈는 12권으로 기획하고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해보니, 현재 10권까지 나왔고, 이번 달에 11권이 나올 예정이더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벤치마킹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한 분야에 대해 이런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구나. 아빠도 앞으로 천천히 이 시리즈도 읽어볼까 한다.

중국 역사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우영 화백의 만화십팔사략이란다. 아빠 중국 역사를 다룬 교양서나 소설도 읽었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고우영 화백의십팔사략이었어. 아빠가 이번에 <춘추전국 이야기 1>을 읽고, 고우영 화백의십팔사략을 읽고 쓴 리뷰를 찾아 읽어봤어. 그리고 좌절을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단다. 이번에 읽은 <춘추전국 이야기 1>에서 처음 접한 내용인줄 알았는데, 이미 고우영 화백의십팔사략을 읽고 쓴 리뷰에 그 내용이 적혀있는 거야. , 아빠의 이 기억력…. 그러면서 그러니까 리뷰를 써두지.. 위안을 삼기도 했단다.

 

1.

춘추전국 이야기 1권의 부제목은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이란다. 관중이라고 하면, 아빠는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에서 나온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만 알고 있었는데, 1권의 부제목으로 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었단다. 관중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하고,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춘추전국시대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가?를 알아보자꾸나. 기원전 770년 경 주나라가 융족에 밀려 동쪽 낙양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550년의 기간을 춘추전국시대라고 해. 춘추 시대 초기에는 수백개의 국가가 있었고, 전국 시대 말기에는 일곱 개 국가가 있었다가 결국 진나라로 통일이 된 것이 이 시기에 있었던 일이란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전쟁과 사건, 사고들이 있었고,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이 시설 많은 유명한 사람들이 출현하게 되었어..

 

2.

, 그러면 춘추 시대 이전에는 어떤 나라들이 있었을까? 아빠가 기억하기로, 중국의 역사는 하, , 주로 기억하고 있단다. 하나라는 우임금이라는 사람이 세웠고, 걸왕 시절이 온갖 포악한 짓을 해서 민심을 잃고, 상나라의 성왕이 하나라를 멸망시켰단다. ? 아빠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하나라 다음은 은나라인데이상하네하나라와 은나라 사이에 상나라가 있었나? 생각이 살짝 들었다가 읽어보니 이건 완전히 은나라 이야기더라구. 은나라를 상나라라고도 부르나? 싶어 확인해 보니 맞더구나. 나중에 상나라가(은허)’을 수도로 해서 은나라라고도 불렀고, 다른 나라에서도 상나라를 은나라라고 불렀다고 하는구나. 학계에서 부르는 정확한 명칭은 상나라가 맞다고 하는구나.

상나라는 최초의 국가체제를 갖춘 나라였대. 왕을 중심으로 다층적 통치체제를 가지게 되었고, 왕을 세습하기 시작했대. 왕은 이념적 구심점이 되어 제사권의 독점을 가지고 있었고, 상나라 때부터는 문자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국가에서 주관하는 거대한 동원 체제도 있었고, 청동기 기반의 물질문명이 시작되어 무기와 제기를 다량 만들어졌대. 이 융성한 나라는 약 500년간 이어졌다고 하니, 상나라 때, 본격적인 고대 국가의 틀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말이 빈말은 아니란 것을 알겠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융성했던 나라가 왜 망했을까?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 상나라는 주나라의 무왕에 의해 멸망했는데, 그 이유는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이 폭군이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달기라는 여인에 빠져 국정은 뒷전이고, 충신을 죽이고 가두는 악행을 계속했대. 상나라 충신이었던 서백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도 감옥에 갇히고 말았어. 그런데 서백이라는 사람됨을 알아 본 강태공은 자신의 돈으로 그를 석방시켰어. 그를 석방시키고 서백은 서쪽에서 세력을 키우고 강태공이 보좌했어. 강에서 빈 낚싯대를 들고 세월을 낚는다는 유명한 고사의 강태공 일화는 무척 유명한 일화로 너희들도 좀더 크면 알게 될 것 같구나.

아무튼 그렇게 세월만 낚던 강태공은 서백과 함께 세력을 키웠던 것인데, 서백(주 문왕)이라는 사람이 그만 일찍 죽고 말았단다. 그래서 그의 아들이 세력을 키워서 상나라를 공격하여 상을 멸망시켰단다. 그리고 그가 세운 나라가 바로 주나라고 그 사람이 주 무왕이란다. 주나라는 상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이냐? 가장 큰 특징은 그 전에는 신을 중심으로 한 나라였는데, 주나라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갖다 보니 진정한 정치가 시작되었다고 하는구나. 인간혁명과 정치혁명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지. 그 전에는 점괘, 신의 뜻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나, 주나라에서는 운명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풍습도 많이 바뀌었지. 상나라에서는 사람을 제물로 제사를 지내고, 순장이 일반적인 풍습이었지만, 주나라에 와서는 사람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은 거의 없어지고, 순장은 크게 줄었다고 하는구나.. 제도, 법률, 관념이 이 때 만들어졌다는 하는데, 이런 것으로 정치혁명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거야.

상나라에서는 힘의 의한 약탈 경제, 호전적 기질로 나라를 다스렸고, 국제정치란 개념이 없었지만, 주나라에서는 국제정치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주나라는 국토 운영 전략도 그 전과는 달랐어. 왕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봉건제로 통치했어. 지방의 권력을 제후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 거야. 다만, 공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제후의 등급을 공, , , , 남 등으로 차등을 두었단다. 주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웠던 강태공도 제나라라는 제후국의 제후가 되었어. 주나라는 무왕이 세우긴 했는데, 공헌도로 봐서는 무왕의 희과 강태공의 강의 연합체라고 볼 수 있어. 처음에는 관계가 좋지만, 언제든 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적대관계가 될 수 있다고 무왕은 생각했어. 그래서 위협이 될 수 있는 강성의 제후국은 동남쪽 멀리 주었단다. 그리고 친지로 이루어진 제후국을 주변에 두었단다. 그렇게 각 제후국의 위치를 힘의 균형에 맞게 배치를 하였고, 각 제후국은 서로 견제하도록 했어.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죽고 어린 성왕이 즉위를 했어. 그러자, 무왕의 동생 주공이 권력을 행사를 하게 되었고, 이에 불만을 가진 무왕의 다른 동생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 반란을 주공이 진압하였어., 이제 막 나라의 틀을 마련하였지만, 권력의 유혹은 목숨을 내놓을 만큼 달콤한 것인가 보구나. 주나라는 이후 번성하다가 무능한 왕들이 출현하면서, 제후국의 세력이 커지고, 제후국의 독립성을 점점 띠게 되었고, 유왕에 와서 극에 달했어. 포사라는 미인에 빠진 유왕은 나라 운영은 뒷전이었고, 융족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피신을 가야 했어. 이때 동쪽의 낙읍으로 천도를 했고, 역사가들은 이때 서쪽의 서주는 망하고 동쪽의 동주가 시작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때부터 본격적인 춘추시대가 시작된 것이란다.

 

3.

종주국이었던 주나라가 맥없이 무너지자, 주변이 있던 제후국들이이것 봐라, 내가 종주국이 되어볼까?’하는 마음들이 생긴 거지. 그러면서 여러 제후국들의 야욕의 발톱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초기 춘추 시대를 이끌게 되는 4개의 강대국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우연찮게 동서남북의 네 지방에서 세력을 키워 나갔대. 북쪽의 진()나라, 남쪽의 초나라, 서쪽의 진()나라, 동쪽의 제나라가 그들이었어. 남방의 초나라의 경우, 무왕이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고 주변 약국을 침략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갔고, 서방의 진()은 처음에는 종주국인 주나라를 도와주다가 주나라가 동으로 쫓겨간 이후에는 융족과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융족과의 전쟁에서 이기면서 옛 서주의 옛땅을 대부분 차지하게 되었단다. 북방의 태행산맥의 진()은 무공때 이르러 그 세력을 키웠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제 동방의 제나라를 살펴보자꾸나. 4개 나라 중에서도 특히 제나라가 초기 패권을 잡았던 나라였단다. 주나라의 힘이 약해져 종주국은 명분으로만 남고, 제나라가 초기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환공과 관중 때문이었던 것이야. 그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자꾸나.

 

4.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나라의 시조는 강태공이었단다. 제나라는 태산과 제수, 그리고 발해만으로 둘러싸여 있는 요지에 위치하고 있어. 강태공의 고손자 애공이 모략으로 주나라 왕에게 죽음을 당한 이후 혼란의 시기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장공과 희공에 의해 안정을 되찾게 되었어. 그런데 그것도 잠시 희공의 첫째 아들 양공이 패륜아에 무능아였어. 관중과 포숙은 이때 제나라 신하였는데, 국내에 머물고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관중은 희공의 둘째 아들 규를 데리고 국외로 피신해 있었고, 포숙은 희공의 막내아들 소백을 데리고 국외로 피신해 있었어. 폭정을 일삼는 양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촌 무지의 반란으로 죽고 말았어. 무지가 정권을 잡았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했단다. 이제 둘째 아들 규 또는 막내 아들 소백 중에서 먼저 제나라에 도착하는 이가 정권을 잡는 형세였어.

관중은 둘째 아들 규를으로 세우려고 소백에 오는 길목에서 그를 죽으려고 화살을 쏘기도 했어. 소백이 허리 가죽띠에 화살을 맞고 죽은 척을 했다가 소백이 먼저 제나라에 도착을 해서 권력을 잡게 되었어. 관중은 이에 두번째 소백을 암살하려고 시도했으나 또 실패를 했대. 소백은 관중을 죽이려고 했으나, 소백을 보좌하고 있었던 포숙이 말렸고, 오히려 관중을 중용해야 한다고 간청했어. 관중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뿐이라면서포숙의 이야기를 들은 소백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대단한 배포구나. 포숙이 숨어 있는 관중을 데리고 와서 소백의 신하가 되었단다. 소백이 바로 제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제환공이었어. 그는 관중의 이후 관중의 의견에 존중하고 잘 따랐단다. 그렇다고 제환공이 인성이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제환공의 능력은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썼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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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군주와 신하의 재능을 나눈다. 신하는 군주의 재능을 가질 수가 없으며, 또 군주는 신하의 재능을 다 가질 필요가 없다. 군주는 신하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으면 그만이다. 그 나머지 일들은 신하들이 한다. 군주는 신하들이 최선을 다해서 달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큰 인재와 작은 인재를 구분할 능력이 있으면 어떤 조직이든 다스릴 수 있다. 술을 좋아해도 술의 폐해를 알고 있으면 인재를 쓸 수 있다. 다혈질이라도 남이 제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은 허명을 쫓더라도 실속 있는 사람을 옆에 구면 된다. 제나라 환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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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의 정책은 상당히 진보적이었어. 그는 자신이나 권력의 이익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였단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에 대해서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위해 신분에 따라 사는 곳을 달리하자고 했어. 그렇게 하는 것이 각 신분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국가의 부를 늘리기 위한 경제정책도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다. 나라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백성의 부를 늘리면 된다고 했어. 백성들의 부가 늘어나면 굳이 나라의 부를 늘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노동력을 빼앗지 말라고 했어. 그의 이러한 사상은 후세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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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고대 전제정치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대대손손 부귀를 누리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성을 쌓아야 하고, 궁정을 크게 지어 권위를 높이고, 공실의 창고에 재물을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나 관중은 말한다. 열심히 성을 쌓고 권위를 높이고 공실의 창고를 채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니, 바로 백성들이 열심히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생산한 부가 어디로 가겠는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그 나라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부유해진다. 나라의 사람들이 만족하면 공실은 안정된다. 굳이 농민들의 노동력을 과도하게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관중은 백성들의 시간을 뺏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누군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두렵다고? 그러면 스스로 오래된 사람들을 존경하면 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기풍 속에서 산다면, 함부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설 땅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관중이 공실을 안정시키는 방법이었다. 관중의 방법은 향후 2천 년이 훨씬 넘는 동안 여러 가지 변주를 울리며 중국사에서 위세를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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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경우에도 책임정치를 중요시했어. 신분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등용했어. 실력 위주를 사람을 뽑다 보니, 이웃 주변국에서도 인재들이 몰려들었단다. 상업은 어땠을까? 국가는 상업의 보호자이면서, 동시에 커다란 상인의 역할을 하고 있음으로 깨달았어. 국가는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복지 국가의 행보이기도 한 것이었어. 정치가로써 관중은 범에 의한 정치를 중요시하였고, 그로 인해 기본에 충실했고,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배신자는 용납하지 않았어. 관중은 제나라 전반적인 정책에 모두 관여를 하였고, 제환공은 관중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이 잘 실천될 수 있도록 하였단다. 그렇게 제환공과 관중의 환상조합은 제나라를 초기 춘추 시대의 패권을 잡을 수 있게 한 것이었어.

하지만 세월은 영원하지 않는 것. 관중이 죽으면서 제환공에게 습붕을 중용하라고 유언을 남겼어. 제환공은 관중의 말따라 습붕을 중용했지만, 습붕 역시 금방 죽고 말았단다. 이후 제나라는 아부꾼이 득세하고 반란이 이어지면서 제환공이 감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단다. 관중이 자신의 사후를 걱정하면서, 습붕이라는 인재까지 지목을 했으나, 그가 그렇게 비명을 달리할 줄을 미처 몰랐으리라. 관중의 영향력이 사라진 제나라, 제환공마저 감금상태에 빠지는 혼란의 시기그러니 관중의 얼마나 대단했던 사람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구나. 그 반란 속에서 제환공마저 죽고 말았고, 짧았던 제나라의 패권은 진()나라에 넘겨주어야 했단다.

 

5.

앞서 짧게 춘추시대 초기 4개의 강국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좀더 이야기를 해볼게. 제나라가 흥망성쇠를 하는 시절에초나라는 서서히 북진을 계속해왔고, 이것을 제나라에서는 부담스러워했어. 제나라는 초나라의 북진을 대비하기 위해서, 경제력으로 만들어진 힘을 가지고 주변국을 불러놓고 회맹을 맺었어. 그러면서 제나라는 자신을 패자로 칭했고, 주변국을 보호해주겠다면서 소위 보안관 역할을 했어. 그러면서 나라 간의 행동 기준을 명확히 했단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서 제나라가 개입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놓았어. 이런 제나라 주도의 동맹은 효과를 보았어. 초나라와 제나라 사이에 정나라가 있었는데, 정나라의 입장에서는 제나라와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초나라의 공격에 맞설 수만은 없었어. 제나라와 초나라가 정나라를 두고 전면 배치했다가 대화로 전투를 막기도 했어. 하지만 그 초나라가 다시 정나라를 치면서 정나라의 입장은 애매해졌고, 동요하게 되었단다.

북방의 진()나라도 야금야금 주변국을 치면서 세력을 확장했어. 제나라의 연맹국에 융적이 침입했을 때 개입해서 도와주기도 했어. 그러면서 더욱 국제적인 입지를 키워나갔단다. 서방의 진()나라에 목공은 인력 부족을 중원에서 충당한다는 이유로 중원에 진출을 했어. 목공에게는 백리해라는 전략가가 있었는데, 우나라의 천한 신분의 사람이었는데, ()나라로 팔려왔다가 진 목공에게 등용이 된 사람이야. 제나라에는 제환공과 관중이 있던 것처럼 진()나라에는 진목공과 백리해가 있어 부흥을 이끌면서 세력을 키워나갔다고 하는구나.

여기까지 대략적인 1권의 이야기야… 2권의 책소개를 잠시 봤는데, 부제가영웅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춘추시대 여러 나라의 세력 다툼에서 출현하는, 소위 영웅으로 부르는 이들의 활약상이 그려지는 것 같더구나. 기회가 되면 2권도 읽고 이야기를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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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래서 나는 요즘 대학생들의 편에서 박정희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들으면 저 우체국 창구를 뛰어넘을 때와 같은 충동을 다시 느낀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라면, 한때의 압제와 불의는 세월의 강 저편으로 물러나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으니, 그렇게 어떻게 이루어졌다는 경제적 성과를 두 손으로 거머쥐기만 하면 그만일 것이다. 과거는 바로 그렇게 착취당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2009)

 

(21)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는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 사람들이 좋은 소금을 산답시고, 우리 고향 마을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은 소금을 고르게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이치다. 살아 있는 삶, 다시 말해서 죽음이 함께 깃들어 있는 삶을 고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식품을 고르기 위해서도, 사람 사는 동네에 이른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용납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59)

모든 시간이 같은 시간이 아니며, 모든 땅이 같은 땅은 아니다. 사람들은 시간을 같은 길이로 쪼개서 달력을 만들지만 어떤 날은 다른 날과 다르고 어떤 시간은 다른 시간과 다르다. 어떤 독재 권력이 추석을 양력 9 18일로 바꾸고 그날에 차례를 지내라고 강압할 수는 있어도, 이 나라 사람들을 남북으로 이동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추석인 날을 추석 아닌 날과 다르게 하여, 그 많은 사람들을 제 고향으로 달려가게 하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의 시간 속에 쌓아놓은 기억이다. 땅이라고 다를까. 어느 부자가 어느 언덕에 아무리 호화로운 집을 지어놓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이틀도 아닌 오랜 세월에 걸쳐 내 고개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비옥한 땅에서건 척박한 땅에서건 사람들이 살고, 꿈꾸고, 고뇌하는 가운데 조금 특별한 일을 실천하려 했던 기억이 한 땅을 다른 땅과 다르게 하고, 내 몸을 나도 모르게 움직이게 한다. 땅이 그 기억을 간직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 사람이 이 땅에서 반만년을 살았다 한들, 한 사람이 이 땅에서 백년을 산다 한들, 단 한순간도 살지 않은 것과 같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78)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여 한반도와 만주에 걸치는 거대한 나라를 건설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풍속과 문화가 지금과 같이 않을 것이며, 따라서 언어도 다를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소월의 시는 없을 것이다. 아니 사람살이 형편이 달라지고 서로 사귀는 범위가 달라졌을 것이니, 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월이라는 재능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구려의 힘으로 이 땅에 지금보다 더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이룩되어, 거기서 수많은 다른 재능이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 나라가 나라일 수는 없는 것이 확실했다. 고구려가 건설했을 큰 나라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이기를 바란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를까.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 나라의 역사가 어떤 역사이건 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에도 할 수 있었다.

 

(108)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라는 말에 대해서도 필경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우리 삶의 환경이고, 우리가 저마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저와 이웃의 행복을 가꾸어가는 터전이다. 물론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사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자신이 정말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자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살아온 역사도 우리의 민주적 의지를 제약하고, 여러 가지 물질적 조건도 우리를 가로막는다. 우리 개개인의 민주적 자질이 충분히 성숙한 것도 아니며,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인격이 완성된 것도 아니다. 이 점은 우리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어디에서건 민주주의의 이상이 실현된 적은 없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저마다 제 마음대로 행동해도 옳은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경지에 도달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조건이 이러저러하니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까지만 실현하자는 식으로 민주주의에 선을 긋는 것은 현실의 압제를 인정하자는 것이며, 따라서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에는 우리가 어떤 난관에 부딪히고 어떤 나쁜 조건에 처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장 가깝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는 뜻이 포함될뿐만 아니라, 그 뜻이 거기 들어 있는 다른 모든 뜻보다 앞선다. 민주주의에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이유가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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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그 실패의 순간마다 변화한다. 사람들마다 하나씩 안고 있는 이 사소한 당신의 사정들이 실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정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변화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당신의 쓰고 있는 글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경험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할 중요한 지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며,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275)

사실, 사람을 억압하는 것은 자각되지 않는 말들이고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 말들이고 인습적인 말들이지, 반드시 어려운 말이 아니다. 어려운 말은 쉬워질 수 있지만, 인습적인 말은 더 인습적이 될 뿐이다. 진실은 어렵게 표현될 수도 있고 쉽게 표현될 수도 있다. 진실하지 않은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진실이야말로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속한다. 장 주네는 자신이 배반자라고 여겨질 때 마지막 남아 있는 수단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도 아마 이와 관련될 것이다.

 

(281)

나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다시 말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남이 모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식구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애들은 그 시간에 학교 성적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소설이나 만화를 보기도 할 것이며, 내가 알고는 제지하지 않을 수 없는 난잡한 비디오에 빠져 있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보게 될 것이라면 마음 편하게 보는 편이 낫다고 본다. 아내는 그런 시간에 노래방에 갈 수도 있고, 옛날 남자친구를 만나 내 흉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늘 되풀이되는 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여름날 왕성한 힘을 자랑하는 호박순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자랄 것이며, 폭죽처럼 타오르는 꽃이라 한들 감시하는 시선 앞에서 무슨 흥이 나겠는가. 모든 것이 은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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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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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 소개된 책이 있었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그리고 그 책이 완간이라고 했어. 책 표지는 예쁜 주인공이 만화책에서 보던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어. 당연히 만화책인줄 알았어. 예쁜 주인공 그림으로 눈이 가기도 했지만, 책제목에 때문에 무슨 책인가 클릭해 보았단다. 고서당이라고 해서 책에 관한 만화책인가 싶었어. 당연히 만화책인줄 알았는데, 책소개를 보니 그냥 소설이었어. 비블리아 고서당이라는 헌책방에서 헌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들책을 좀 읽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아빠는 책을 좀 읽는 부류에 낀다고 할 수 없지만, 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책에 관한 소설에는 눈이 휙 돌아간단다. 그리고 예쁜 여자의 그림도 한몫을 했다고 할 수밖에역시 책도 외모가 중요해..

 

1.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 나이 스물셋. , 좋은 나이구나. 그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엄마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어. 외할머니가 젊은 시절에 책을 많이 좋아하셨고, 그때 모은 책들로 꾸며진 할머니의 서재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지. 다이스케가 다섯 살 때 할머니 서재에 들어가서 책을 만졌다가 할머니에게 크게 혼나고 손찌검까지 당했으니 말이야. 그게 할머니한테 맞은 유일한 '사건'이었어. 이 사건 이후 트라우마 때문인지 다이스케는 책만 보면 거부 반응을 일으켰어. 책을 읽고 싶지만, 거부반응으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어.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 공부에도 영향을 주어 공부는 잘 못하고, 다행히 큰 덩치로 유도를 배워서 유도 대학에 진학했어. 그런데 불행히 지금은 백수야.

1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그 옛날 때린 것에 대해 것에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나고 엄마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자고 하셨어... 할머니의 유품은 할머니의 책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책들에는 다이스케가 다섯 살 때 그 '사건'의 책 소세키 전집 중 여덟 번째 책인 <그 후>라는 책도 있었어. 나쓰메 소세키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일본에서 활동한 유명한 작가로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대부분의 책들이 번역 출간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야. <그 후>라는 책의 앞면지에는 다나카 오시오라는 사람의 이름과 소세키의 사인이 있었어. 만약 소세키의 사인이 진짜라면 이 책은 상당히 고가일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소세키의 전집에 영수증이 있었는데,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구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비블리아 고서당. 다이스케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헌책방인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거기서 일하는 예쁜 아가씨를 한번 본 기억이 떠올랐어. 그 이후에 몇 번 더 기웃거려봤지만, 그 예쁜 아가씨는 없었고, 주인 아저씨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아무튼 그 소세키 전집과 소세키의 사인본 감정을 위해 다이스케는 비블리아 고서당에 갔어. 그곳에 어떤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고서당 주인은 병원에 입원에 있다는 거야. 다음에 오겠다고 이야기할 틈도 없이 그 여자아이는 병원에 전화를 했고, 그리로 가보면 된다고 했어. 소세키 전집을 다시 들고 병원에 갔어. 그런데 그 병실 침대에 책들을 옆에 쌓아두고 누워있는 이는 다름 아닌 고등학교 때 봤던 그 예쁜 아가씨였던 거야...

그 아가씨의 이름은 시노카와 시오리코...  고서당 주인이었어. 그 전에 주인인 그녀의 아버지였는데, 작년에 돌아가셨다는 거야... 시오리코는 책방 주인인데, 서점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을 할 때 힘이 없고, 작은 목소리로 소심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다이스케가 소세키 전집과 사인 때문에 찾아왔다고 하니... , 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니 시오리코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열성적으로 이야기했어. 그리고, 다이스케가 가지고 온 책에 있는 소세키의 사인은 소세키가 직접 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었어. 소세키는 1916년 삶을 마감했고, 이 책은 1956년에 나온 책이니까 말이야. 다이스케가 가지고 온 소세키 전집은 이와나미쇼텐의 신서판이라는 것도 덧붙여 이야기해주었어. 그야말로 줄줄.. 모르는 것이 없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고 했어. 소세키 전집 34권 중 <그 후>만 장서인이 찍혀 있지 않고, 소세키 사인이 있다는 거야. 그것은 혹시 <그 후>라는 책을 남들에게 알아채지 못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고 했어. 사인도 소세키와 함께 적혀 있는 다나카 요시오라는 사람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적은 것. 그러니까 할머니가 <그 후>라는 책을 다카가 요시오라는 사람한테서 선물을 받았고, 그 책 하나만 있으면 눈에 띠니까 소세키 전집을 사서 그 사이에 꽂아두었다는 것... 아무도 모르던 할머니의 로맨스의 주인공의 이름이 다나카 요시오. 이것이 시오리코의 추측이었어.

그런 사연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니 팔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책을 들고 집으로 왔어. 그런데 다이스케는 엄마한테 혼이 났어. 감정 비용을 주지 않고 왔다고... 다시 감사의 선물을 주고 오라고 호통을 치셨지... 다이스케 입장에서는 땡큐지.. 예쁜 시오리코 씨를 다시 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 다음날 병원 가는 길에 선물사려고 빵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이모를 만났어. 이모가 이야기 중에 엄마와 다이스케만 집안에서 유별나게 키가 크다고 이야기했고, 할머니가 진정으로 좋아했던 사람은 바로 엄마와 다이스케였다고 이야기했어.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넘겨 버릴 이야기였는데, 어제 할머니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뒤라서.... 혹시 엄마가 할머니의 비밀 사랑, 그것도 진정한 사랑의 씨앗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더욱이 병원에서 다시 만난 시오리코가 다이스케한테 이름을 혹시 할머니가 지어주신 거 아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어. 그게 맞거든. 다이스케라는 이름, 할머니가 지어주신 거였어. 다이스케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소설 <그 후>의 주인공 이름이 다이스케였대. 그리고 소설 <그 후> 내용도 할머니의 사랑과 비슷한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 할머니의 숨겨진 로맨스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 비록 당시에 주변사람들에게 걸렸다면 불륜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했겠지만, 지나고 보니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처럼 느껴지는구나.

시오리코 씨는 다이스케에게 소심하게 제안을 하나 했어. 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것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인데 한동안 고서당 일을 못하고, 지금은 동생(고서당을 지키고 있던 여고생)이 도와주는데 학생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어려운 것은 아니고, 고서당에 감정이나 헌책이 들어오면 그걸 병원에 가지고 오면 되는 일이라고 했어. 다이스케는 당연히 오케이였지... 뭐 망설일 게 있었니.. 하하.

...

아빠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 그 유명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은 구입해서 집에 있긴 하지... 그보다 이젠 <그 후>라는 소설을 읽고 싶어지더구나.

 

2.

다이스케는 이제 비블리아 고서당으로 출근을 했어. 어느날 비블리아 고서당의 단골손님인 시다가 찾아와 문고를 하나 맡기고 갔어. 다이스케는 시오리코에게 그 책을 들고 찾아갔는데, 시오리코는 그 문고판 책을 엄청 좋아했단다. 그 이유는 그 책이 희귀본이었거든... 그 책을 가지고 온 시다라는 사람은 일명 책등빼기라고 부르는 사람이었어. 책등빼기는 고서점에서 희귀본을 알아보고 싸게 구입해서 비싸게 되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시다는 그 문고판을 주면서, 한가지 부탁을 했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야마 기요시라는 작가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 문고판 초판(1955)을 잃어버렸는데... 그 책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어.

며칠 전 어떤 소녀와 부딪쳤는데, 거기에 있는 책이 사라졌다는 거야. 그때 시다는 가사이라는 다른 책등빼기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가사이라는 사람이 소녀를 보았다고 했어. 그리고 소녀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보았는데, 보냉제와 쇼핑백을 들고 있었대. 또 그 소녀는 어떤 남자학생을 만나려고 하는 것 같았대. 다이스케는 다시 그곳에 단서가 있을까 싶어서 갔다가 가사이가 이야기한 외모를 가진 남자학생을 봐서 혹시나 하고 그날 일을 물어봤어. 그 남학생이 맞았어. 그리고 소녀는 그 남학생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었고... 소녀의 이름은 고스가 나오였고, 그 남학생이 고스가의 이메일 주소도 알려 주었어. 고스가에게 연락을 했더니, 고스가는 병원으로 찾아왔어.

시오리코의 추리... 고스가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선물을 주려고 있는데, 자전거와 부딪히면서 선물 포장이 떨어지고... 그 와중에 문고판 책의 가름끈이 보여서, 그 가름끈으로 리본을 만들려고 책을 훔쳤다고 했어.. 그래서 그 가름끈으로 포장을 해서 선물을 주었는데, 그 남학생은 그 선물을 받지 않았어.. 그 남학생이 좀 재수없는 캐릭터였거든... 그래서 집에 돌아왔는데, 우연히 그 책을 읽어보니, <이삭줍기>라는 소설에 자신과 같은 이야기였던 거지. 그래서 지금은 그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고스가는 너무 정확한 추리에 깜짝 놀랬고…. 그 책을 다 읽고 돌려주어도 되냐고 물어봤어. 물론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시다에게 이런 사연을 이야기해주었고, 고스가가 직접 시다에게 사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시다가 사과를 받아주었단다. 이런 극적인 일들이 실제에서 벌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책에 관한 작고 큰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는 경우는 많이 있을 거야. 아빠가 읽은 모든 책들에 그런 에피소드들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도 많은 책들이 아빠의 삶과 경험과 추억과 엮여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단다.

 

3.

세번째 이야기는 비노그라도프와 쿠즈민이 쓴 <논리학 입문>이라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란다. 어느날 양복을 빼입은 사카구치라는 사람이 책감정을 의뢰하기 위해 왔어. 그 책이 바로 비노그라도프와 쿠즈민이 쓴 <논리학 입문>라는 책이야. 그런데 몇 시간 뒤에 이상하게도 사카구치의 아내 시노부가 전화해서 남편이 다녀갔는지 물어봤어. 다이스케는 그 책을 들고 시오리코를 찾아갔지. 그들은 그 책이 감방 안에서 보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주 오래 전이긴 하지만... 사카구치 나이를 봤을 때 상당히 오래 전 사카구치가 젊었을 때의 일인 것 같았어. 아마 사카구치 씨가 감방에 갔던 사실을 아내한테 숨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들통이 날까 싶어 그 책을 팔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병실에 사카구치의 아내 시노부가 찾아와서 책을 돌려달라고 했어. 다이스케와 시오리코는 당황을 했지... 시노부는 딱 봐서 성격이 쿨한 중년의 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런데 곧이어 사카구치도 병실로 방문했어. 그들은 고서당에 차례로 들렀다가 다이스케가 병실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거야. 다시 시오리코는 그들이 숨기고 있던 사연을 추리해냈어. 선글라스를 쓰고 온 사카구치...  사실 눈에 병이 있었어. 몇몇 행동을 보고, 시오리코는 사카구치가 눈에 병이 생길 걸 알게 되었고, 그걸 아내에게도 숨기려고 했다는 사실을 눈치챘어. 그리고 자신이 전과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내가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소심함에 그 <논리학 입문>이라는 책을 더 이상 시력을 잃기 전에 처분하려고 했던 거야. 전과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시오리코는 사카구치 씨의 눈에 관한 이야기만 했어. 아내는 괜찮다면서 끝까지 같이 하겠다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사카구치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젊은 시절 잘못을 저질러 감방에 갔다왔다는 사실도 고백했어. 그러자 아내 시노부는 이미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했어. , 약간은 식상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구나... 서로 이해해주는 부부의 마음이란.... 아빠가 무척 찔리는 장면이구나. 사카구치와 시노부는 다정하게,, <논리학 입문>이라는 책도 돌려받고 돌아갔단다. 그들이 가자 시오리코가 이야기하기를, 시노부가 남편이 전과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남편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즉흥적으로 한 선의의 거짓말 말이야....

...

시오리코가 다리가 부러졌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것은 사실 누군가 고의로 밀어서 다친 것이라고 했어. 그 범인을 찾고 있는데, 다이스케에게 도와달라고 정식으로 요청을 했단다. 다이스케는 시오리코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에 좋다고 했어.

 

4.

시오리코가 가장 아끼던 책 중에 하나를 판매대에 내놓았어.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초판 '언컷'. 그것도 저자의 사인이 있는 것... '언컷'본은 처음 책을 찍어서 페이지 별로 잘라야 하는데 그것까지 자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대. 그러니 얼마나 그 수가 적겠어. 거기에 저자 사인까지 있다니.... 감정가격이 30만 엔이나 한다고 했어. 우리나라 돈으로 3000만원 정도 되는 돈이야.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가 그럼 그 정도로 유명한 작가냐고? 일본에서는 그렇다고 하는구나. 여러 번의 자살시도를 했었고, 결국 연인과 자살로 삶을 마감한 것으로도 유명하대.

...

그런데 그런 귀중한 책을 시오리코는 왜 판매대에 내놓았을까? 사실 얼마 전에 시오리코의 <만년>을 부탁을 받아서 전시회에 내놓은 적이 있었대. 그 이후 어떤 스토커가 그 <만년>을 사겠다고 계속 연락을 했고, 매번 시오리코는 거절을 했대. 그러자 시오리코을 밀쳐내는 폭력까지 썼던 거야. 다행히 그때 그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고그 때 일로 시오리코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거야. 시오리코는 자신을 공격했을 때의 상대방 외모를 정확히 보지 못했지만, 키가 큰 남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대. 그 범인을 찾고자 미끼로 <만년>을 판매대에 내 놓은 거야. 그런데, 사실은 진품은 아니고 위조품이었대. 어느날 책등빼기인 시다와 가사이가 헌책방에 왔는데, 가사이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거듭 해서 그가 바로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가사이는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다음, 오히려 병원으로 달려갔어. 목적은 <만년> 언컷본. 다이스케가 그를 쫓아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옥상에서 시오리코와 대치중이었어. 시오리코는 <만년>이라는 책을 꺼내 들어 라이터로 불을 붙였어... 가사이는 경악을 했어. 그에게 있어 생명보다 소중했던 책이었는데... 가사이가 경악을 하며 당황하는 순간 그에게 빈틈이 있어서 다이스케가 제압을 했단다. 유도로 대학까지 간 몸인데, 이쯤이야그의 지갑을 뒤져서 이름을 확인해 보니 다나카 도시오. ? 어디서 비슷한 이름을 본 거 같은데... 바로 다이스케 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그 후>라는 책의 앞면지에 적힌 이름 다나카 요시오와 비슷했던 거야. 도시오에게 물어봤더니 자신의 할아버지였다는 거야. 어쩌면 다이스케와 도시오는 피가 섞여 있을 수도 있는 거야. 두 사람 모두 키도 엄청 컸으니까 말이야. 도시오에게 할아버지의 근황을 물어봤더니 이미 한참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아참, 시오리코가 불을 태운 <만년> 또한 위조품이었어. 다이스케도 속인 거야. 다이스케는 자신도 속였다는 사실에 삐쳐서 고서당 일을 그만두었어. 하지만 다이스케 마음 속에 이미 시오리코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으니.. 시오리코의 사과 한마디에 서운한 감정이 녹고 말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났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야기는 7권까지 이어진단다. 앞으로 종종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본 작가와 일본 소설을 많이 다루었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라서 좋았단다. 무엇보다 책 디자인이 너무 예쁘구나..^^ 비블리아 고서당 여주인공 시오리코의 피규어 인형도 있다고 하던데... 이 책이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책이었나 보구나.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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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6호 - 2017년 9월~10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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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56호를 읽었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빠는 전폭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일에 있어서는 간혹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시험을 봐도 100점을 받는 것은 어려운 거잖아. 그래서 전체적인 면에서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간혹 실수를 한 것 가지고 침소봉대해서 비난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미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런 우를 범했잖아. 아빠는 그때 진보 언론들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단다. 전체적인 숲을 봐주어야 하는데.. 세세하게 나무를 보고, 나무 하나가 죽었네, 나무 하나가 시들었네

이번 문재인 정부은 제발 큰 그림으로 평가해 주었으면 좋겠어. 간혼 실수에 대한 지적을 하더라도 차가운 비난이 아니라 따뜻한 감쌈으로 평가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녹색평론도 그런 논조로 현정부를 평가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아빠는 그것은 조금 뒤의 일이고현시점은 전 정부와 전전 정부의 적폐 청산하는데, 언론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 적폐 청산이 완전히 끝내야만 진정한 문재인정부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녹색평론을 비롯한 진보 언론들은 이전 두 정부의 적폐청산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MBC KBS의 파업이 노조의 뜻대로 끝이 난다면 전 정부들의 적폐청산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그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단다.

 

1.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어느덧 5달이 넘었구나. 이번 녹색평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3달을 간략히 평가하는 글로 시작했단다. 지난 9년간 엉망진창 없는 게 나았던 정부에서 살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 실력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 녹색평론에서도 문재인 평가에 대해 나쁘지 않았어. 붙임글로 샤드 배치에 대한 인색한 평가도 있었지만 말이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취임하고 먼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그 전 정부와는 달리 노동자 그것도 을 위한 정책이었고 그것이 이번 정부의 색을 보여준 것으로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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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취임한 지 석 달이 가까워 옵니다만, 지금까지의 그의 언행은 국가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해온전임자들과는 무척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운영의 책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 대한 설명책임과 시민들과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시점에서 국가에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것임을 잊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하여 취임 직후 그가 가장 먼저 발표한 정책제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그리고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국회 안팎에 아직 광범하고 뿌리 깊게 포진해 있는 기득권세력과 수구 언론들의 완강한 저항과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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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연설을 통해서 자신은 촛불혁명의 결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어. 촛불 혁명 같은 것도 안 일어나는 상황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라의 잘못된 지도자를 평화로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바꿨다는 것에는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써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라 생각했어. 전세계에서 촛불혁명의 성공을 관심 있게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특히 최근처럼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징후를 보이고, 세계 곳곳에서 극우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야. 우리나라의 이런 사례는 쇠퇴하는 민주주의에서 피어난 희망이 아닐까 싶구나.. 그리고 이런 촛불 혁명의 기세가 이번 정권 5년에 그치지 않고,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단다.

 

2.

선거철만 되면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참 많이 듣게 된단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우리나라는 분명 민주주의 국가잖아. 나라의 대표도 투표를 통해서 뽑고.. 하지만, 경제계는 어떨까? 경제활동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회사 안은 과연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 아직 경제계에서는 소수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란다. 그 안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합리적인 못한 일이 일어나도 참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치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경제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거야. 경제민주화를 쉽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모든 구성원의 살림살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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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래서 예컨대, 제대로 된 일자리도 만들고 노동시간도 단축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꿈에 따라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도 고른 대우를 받으며,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경영 참가도 적극 보장하고, 주거나 교육, 의료나 노후 문제를 사회 공공성 차원에서 해결해내는 새 해법들이 나와야 해요. , 경제민주화란 살림살이를 행복하게 하자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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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경영 참여도 적극 보장하고천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구나. 이번 녹색평론에는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인 강수돌 교수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담을 실었는데, 정치와 경제민주화가 정말 이루어진다면 삶은 어떻게 바뀌느냐는 답변을 읽다 보니, 이게 가능한가? 싶더구나.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릴 거야. 그래도 정치 민주주의도 이루어냈으니, 경제 민주화도 언젠가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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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치,경제 민주화가 이뤄진다면 일반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지겠죠. 아이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꿈을 꿀 수 있고, 어른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겠죠. 더 이상헬조선이 아니겠죠. 물론 이 모든 건 지난한 과정이라 긴 시행착오와 학습과정이 필요해요. 시간도 걸리죠. 중요한 건 나부터 깨어난 시민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또 여럿이 더불어 토론하고 여론을 만드는 거죠. 또 현 선거제도의 맹점을 고쳐나가면서(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의 도입을 통해), 정치,경제 민주화의 의지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을 선거에서 뽑아야죠. 이렇게 되면 일반인들도 정치,경제에 더 많은 관심과 책임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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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근 녹색토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숙의 민주주의란 것이란다. 숙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전에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따로 하지 않고, 숙의 민주주의와 함께 따라오는 공론조사란 것에 잠깐 이야기 볼게. 우리가 어떤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라를 조사하는 것을 여론 조사라고 해.. 하지만 백성들이 그런 정책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대략적인 느낌이나 TV 등 언론에 비친 것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야. 그러니 언론이 여론을 조장한다는 소리도 있잖아. 국가에서 어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여론이 중요한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 여론은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언론 등에 의해 조작될 수가 있어. 그런 것에 대안으로 뽑히는 것이 공론조사란 것이 있단다.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정책에 대해 공부도 하고 토론을 해서 정책의 이해도를 높인 다음 정책에 대한 투표를 하는 것이란다. 그렇게 뽑힌 사람들은 전체 국민들을 대표하게 되고, 여론 조사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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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왜 많은 나라가 공론조사를 정책결정에서 주요한 기준으로 활용할까? 그 이유는 공론조사 방식이 갖는 탁월한 장점 때문이다. 공론조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쟁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1차 조사 결과의 의견 분포 및 인구통계학적 특성(지역별, 계층별, 성별, 세대별 등)과 일치하는 토론 참여자 표본을 선발한다. 표본은 많을수록 좋지만 토론 장소의 협소성과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우리나라 핵발전소 문제에 있어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1~501명 정도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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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얼마 전에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했던 시민회의와 비슷한데, 공론조사는 특별한 정책이나 사안이 있을 때 그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니까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결정하는 방법에서는 배심원 제도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런 제도들이 있다면 민주주의의 왜곡을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 시민회의, 추첨 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 공론 조사 등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대의 민주주의에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좀 실시되었으면 좋겠구나.

..

여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공론조사를 도입하겠다고 했어. 이 책을 읽고 얼마 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져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 홈페이지(http://www.sgr56.go.kr/npp/index.do)도 있어 들어가보니, 많은 글들도 올라와 있었어. 진작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아빠도 시민참여단에 참여해볼 걸 그랬어. 이런 공론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하다니.. 일 년 전이라면 생각도 못했을 텐데정말 짜릿하더구나. 이게 진정한 나라이고, 진정한 지도자가 아닐까 싶구나. 이번 공론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공론화의 첫 번째 주제로 원자력 발전소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싶구나.

 

4.

아빠가 좋아하는 조선시대 사람 상위 랭크에 차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 허균이란다. 그 허균이 녹색평론에 나타났단다. 연재 <스승과 제자> 코너에 이달과 허균과 허난설헌으로 소개되었어. 아빠가 허균과 그의 누나 허난설헌도 좋아해.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이달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도 또 읽으니 또 반갑더구나. 허난설헌의 본명이 허초희란다. 난설헌은 한자로 쓰면 蘭雪軒. 여름에 자라는 난초가 겨울에 잘못 피었다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 시대를 잘못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이지. 그래도 남편이라도 잘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또는 어린 두 아이를 잃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텐데스물일곱 살 짧은 삶을 살다 간 허난설헌. 그래서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 허균도 누이가 죽고 났을 때 깊은 슬픔에 빠졌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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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99)

동생 허균은 그때의 일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누이가 생전 꿈에서 받아 적은 시에푸른 바다 아득히 요해에 잠기고 푸른 난새 채색 봉황에 기대었는데 붉은 연꽃 스물일곱 송이 서리 내린 차가운 달빛 아래 떨어지네라고 하더니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3 9를 곱하면 27로 누이의 나이와 같다. 사람의 일이란 미리 정해진 운명이 있어 피할 수 없음이 이와 같단 말인가?

 

또 평하기를,

 

  누이의 시는 모두 천성에서 나온 것이다. 유선시를 즐겨 지었는데 시어가 모두 맑고 깨끗하여 익힌 음식을 먹는 속인들은 따라갈 수 없다. ()도 우뚝하고 기이한데 사륙문(四六文)이 가장 좋다. 백옥루상량문이 세상에 전한다. 둘째 형(허봉)은 일찍이, “난설헌의 재능은 배워서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이백과 이하가 남긴 노랫말을 읊은 것이다라고 평했다. , 살아서는 부부 금슬이 좋지 못했고, 죽어서는 제사 받들 자식이 없으니 아름다운 구슬이 깨져버린 원통함이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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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과 허난설헌의 재능을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 타고난 재능을 꽃피우게 된 것은 스승 이달의 힘이 컸단다. 이달 또한 글짓기의 최고 소유자였으나, 서출 출신라서 대우를 받지 못했단다. 허균의 형 허봉이 이달과 친하게 지낸 친구였고, 이달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동생들을 맡기게 된 것이야. 이달과 허균, 허난설헌은 좋은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구나. 너희들도 앞으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될텐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 좋겠다고 하면 아빠의 욕심일까?

 

5.

최근에 출간된 황석영의 자전적 소설 <수인>이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하더구나.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그 소설과 황석영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 그런데 아빠가 속이 좁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2009년 이후 황석영의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어. 아빠가 이명박을 정말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와 행보를 같이 하다니더욱이 아빠가 그 전까지 황석영의 소설들을 얼마나 즐겨 읽었는데 말이야. 노후대책으로 썼다고 해서 삼국지 전질도 기분 좋게 사주고 그랬는데…. 진보 성향의 작가로 분류되던 황석영이 MB에 붙었다? 그때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단다. 그 이후로 황석영에는 관심을 끊고, 그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어. 그렇게 관심을 끊어서 황석영과 MB 사이가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단다. 그래서 그의 최근 신간 <수인>이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아빠는 끝내 읽지 않을 것 같단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압축했다고 하던데, 그런 책이 어디 그 책뿐이겠는가?

이 책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도 좀더 하고 싶지만, 오늘은 글이 잘 안 써지는구나. 아빠의 글이 늘 졸필이긴 하지만, 그래도 술술 두들길 때도 있는데, 이번주는 회사일에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인지,

머릿속이 콱 막힌 느낌이야오늘은 이만 줄일게. 주말이구나.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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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졌나? 의심하는 밤이다.

첫째 아이는 학교 위치를 까먹었다고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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