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읽고 싶은 책인데 절판이라고 읽지 못하는 책이 있단다. 이번에 읽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란 책도 그런 책이었어. 먼저 읽은 사람들의 평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이 책을 계속 기웃하게 만들더구나. 그렇게 평이 좋다 보면 개정판이 나올 만도 한데, 그렇게 기웃거리고, 개정판 출간 알람을 설정한 지도 꽤 지났는데, 소식이 없구나. 그 사이에 이 책이 얼마나 좋길래,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하는 호기심만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었어. 결국 헌책방을 두리번두리번 거였어.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입을 했단다. 다행히 책 상태도 괜찮더구나. 아빠는 책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 드디어 만난 책책을 휘리릭 펴봤어. 물리학 책이라고 하는데, 수식은 별로 없고, 글씨만 잔뜩 있구나. 사진도 있고그런데 사진이 물리학과 관계없는 미술작품의 그림도 있고, 소설가의 사진들도 있고.. ,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더욱 궁금해지더구나.

이 책은 최무영 교수가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고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물리학 강의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었단다. 이 한 권을 읽고 나면 한 학기 교양 물리학 강의를 들은 거나 진배없는 거야. 그것도 소문난 유명한 강의를 말이야. 책의 문체도 강의체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해. 이런 책은 옆에 노트 한 권 놓고 정리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하는데, 아빠의 책읽기 환경은 그렇지 않아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어. 그리고 대학 강의였다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리포트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을 하면서 수업을 들었다면 더욱 깊이가 있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최무영 교수님이 이 과목을 가르치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어떤 문제를 냈었는지 책에 참고로 실어 주었어도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한 한기 수업을 듣다 보면, 가끔씩 자체 휴강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수업이라면 일이 있어도 꼭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도 대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나서, 가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다시 강의를 듣고 싶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런 바램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 것 같구나.

 

1.

,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너희들에게 어떻게 전달해 주어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구나. 한 한기 강의 내용을, 그것도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과학의 생명은 정확성인데 말이야섣불리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가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이 책을 다시 한번 정독을 한 다음에또는 너희들이 직접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직접 읽음으로써 얻었으면 좋겠구나..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다른 과학책과 다른 점이 몇몇 있어. 인문학과 철학, 예술 등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야. 이 책을 추천한 장대익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두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주었어. 두 문화는 물리학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과학 문화와 문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인문 문화가 그것이야. 우리나라 책들 중에 이렇게 과학과 인문을 접목한 책이 있나 싶더구나.

그리고 과학 용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적고 있는 것 또한 독특했단다. 아빠가 알고 있는 용어와 다르게 부르게 있어 익숙지 않았지만, 그런 과학 용어들에 대한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어. 블랙홀은 검정구멍으로, 중력장은 중력마당으로, 단백질은 흰자질로, 백색왜성은 하양잔별로…. 그 밖에 상당히 많았는데, 이 편지를 쓰다가 생각이 나면 또 이야기를 해줄게.

 

2.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첫 강의는 오리엔테이션이잖아. 한 학기 공부할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 자연과학이란 무엇일까? 자연과학의 범위부터 생각해볼까?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과학이 탐구하는 것은 이 세상을 넘어 우주 전체까지니까 그 범위가 대단하구나. 그뿐이겠니? 아주 작은 세계까지도 탐구를 하니, 과학의 범위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그리고 이 강의에서는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도 배운단다. 과학적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있고, 과학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고, 현실세계에서도 적용을 할 수 있는데, 과학지식을 이용하여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수 있어. 지금까지 역사를 봐도 그것은 진실이지. 그런데 과학이 그런 풍요로운 삶만 준 것은 아니고, 엄청난 재앙도 함께 주어서 늘 문제였단다. 그리고 과학은 결국 인간활동의 산물이고, 인간 자체도 과학활동의 탐구 대상이 된다. 인간의 존재가 멸망하기 전까지 과학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야. 지은이는 교양으로써 과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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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론 교양이 없어도생물학적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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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과학적 사고라고 하면 어떤 것을 이야기할까? 첫 번째 기존 지식에 대해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사고방식이야. 옛날부터 내려오는 지식은 무조건 맞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지. 뛰어난 과학자들은 모두 이런 의심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구나. 두 번째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정량화하여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세 번째로는 지식의 반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해. 과학 이론이라는 것이 한번만 예외적인 상황이 나와도 그냥 거짓이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네 번째로 단편 지식들을 하나의 합리적 체계로 만들고 있어야 해. 특정 지식들을 모아서 보편적 지식, 즉 이론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을 과학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단다. 그렇게 만들어낸 이론들 중에 좋은 이론은 무엇일까? 좋은 이론은 넓은 범위에서 관측 결과가 설명될 수 있는 이론이 좋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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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유명한 책을 쓴 쿤이라는 과학자가 있대. 그가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하는데, 과학의 역사는 그런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진행되었다고 설명을 한다는구나. 그는 기존의 패러다임이나 규범 안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정상과학이라고 정의했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과학혁명이라고 했어. 예를 들어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과학혁명이라고 했어.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준으로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전물리학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이 여기에 해당하고, 현대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해당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혼돈과 질서가 물리학에 적용되었대. 대충 한 학기를 공부하면 이런 내용들을 배우게 된다.

 

3.

, 이제 본격적인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전달을 잘못할 수도 있는 과학 이론에 대한 내용은 배제하고, 하더라도 아빠가 메모를 해 놓은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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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다루는 범위를 크기로 나타내볼게. 인간이 다루고 있는 최소 크기는 플랑크 길이란 것이 있는데, 그 크기는 10 -35제곱 미터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인간이 다루는 최대 크기는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먼 천체인 퀘이사까지 거리인데, 그 거리는 10 26제곱 미터라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물리학이 다루는 크기는 10 -35제곱부터 10 26제곱 미터까지.. 도대체 0을 얼마나 많이 써야 하는 거야.. 그리고 시간으로 보자면. 인간이 이해하는 가장 짧은 시간은 플랑크 시간으로 부르는 10 -43제곱 초이고, (감도 안오는구나.) 가장 긴 시간은 우주의 나이인 137억년에 해당하는 10 20제곱 초라고 하는구나.

그럼 작은 세계부터 살펴보자꾸나. 물질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한 연구는 언제부터였을까. 학창시절에도 배웠던 고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대해 이야기하더구나. 그리고 근대시대에 와서 원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꺼내든 이가 갈릴레이이고, 실제 돌턴이 화학실험을 통해 원자 가설을 주장했다고 하는구나. 볼츠만이 통계역학을 이용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원자를 정립하였고, 20세기 들어서면 원자보다 작은 알갱이를 있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어. 톰슨이 원자에는 음전기를 띤 물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전자는 수소원자의 1836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밝혔어. 전자가 음전기를 띠고 있지만, 원자 자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양전기를 띠는 물질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톰슨은 원자를 건포도빵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커다란 양전기를 띤 물체와 음전기를 띤 전자가 건포도처럼 박혀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톰슨의 제자 러더퍼드는 알파선 시험을 통해 전자는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고, 양전기와 음전기라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양전기를 띠는 물질을 원자핵이라고 불렀어. 그런데 양전기를 띤 원자핵과 음전기를 띤 전자는 왜 안 붙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어. 양전기와 음전기는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렇게 붙지 않기 위해서는 전자가 원운동을 할거라고 생각했어. 태양과 지구가 중력에 의해 끌어당기지 않는 이유가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어 원심력과 중력이 같은 원리와 마찬가지로 생각한 것이야. 작은 물질의 발견은 계속 이어졌어. 채드윅이라는 사람은 원자 내에 중성자를 발견했고,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어.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탐구하는 것만큼 빛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사람들도 많았어. 이 부분은 아빠가 예전에 읽은 <빛의 물리학>이라는 내용과 많이 겹치더구나. 호이겐스는 빛의 에돌이(회절) 현상을 발견하고, 영은 빛이 간섭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빛이 파동일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 파동이라면 파동을 전달하는 매질이 있어야 했어. 그리고 빛이 파동이라면 무엇이 진동하는 것일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어. 맥스웰은 빛의 실체는 전자기파라는 것을 밝혔대. 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이 실험으로 증명을 했대. ! 어떻게 했냐고는 묻지 말아줘다시 책을 꺼내 들어야 한단다. 빛이 파길이(파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넘빨강살(적외선), 넘보라살(자외선)이라 불렀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익숙한 용어들의 순우리말을 쓴다고 했잖아. 적외선과 자외선을 넘빨강살과 넘보라살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단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20세기에 오면서 빛에 대한 연구는 빛전자(광전)효과로 이어진단다. 빛전자 효과는 빛을 쪼이면 전자가 나온다는 것이야. 그리고 컴프턴 효과란 것도 있는데, 그것은 빛과 전자가 당구공처럼 부딪히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 이런 실험 결과는 빛이 파동이 아닌 입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지.

태초에 빛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세상의 모든 물질들은 대칭성을 이루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원자를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전자 사이에는 대칭성이 없대. 이걸 과학자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모든 물질은 반대입자가 존재한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입자와 반대입자가 만나게 되면 빛알이 생기게 되고, 그 입자들은 사라진다고 했어. 그렇게 빛이 탄생한 것이고그러면 우리들이 반대입자를 만나면 우리 몸이 사라지는 거냐고? 다행히 지구에는 반대입자는 없고, 그냥 입자만 있다는구나. 우주 건너편 어딘가에 반대입자만 있는 지구와 비슷한 떠돌이별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되는구나

 

4.

입자의 크기를 다시 이야기 보자꾸나. 원자핵에는 양성자들이 모여 있어. 양성자들은 모두 양전기를 띠고 있단다. 과학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해. 양전기를 띠고 양성자들이 원자핵에 모여 있으면 전자기력에 의해 서로 밀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야. 그런데 그 힘을 누르고 양성자들이 같이 모여 있게 만든 힘.. 그것을 핵력이라고 한단다. 이건 참고로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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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자를 분류해 볼게. 입자를 분류할 때 무게에 따라 무거운 입자로 분류되는 바리온이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여기에 속해. 가벼운 입자로 부르는 렙톤에는 전자, 중성미자가 있고, 그 중간에 중간자라는 하는 파이온이라는 것이 있고, 세 종류가 있대. 이 중간자는 일본사람들이 발견하였다고 하는구나. (일본은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이런 성과도 내고, 노벨상도 많이 타고.. 부럽구나.) 그리고 빛알(광자)가 있대

과학자들은 그 외에 많은 기본입자를 계속 발견하게 된대. 자연계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는 지금까지 92개가 발견되었대. 그런데 그런 원자들을 구성하게 되는 기본입자는 수백 개가 발견되었대. 어떻게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입자가 원자의 개수보다 많을 수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또 의심을 하게 되었고, 수백 개의 기본입자를 이루고 있는 더 기본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연구하기 시작했어. 그 가설을 세우고 그 입자들의 이름을 그 유명한 쿼크라고 이름 지었대. 그리고 실제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는데, (u), 아래(d), 매혹(c), 야릇함(s), 꼭대기(t), 바닥(b)라고 이름 지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들의 조합으로 기본입자들이 만들어진다고 했어. 그렇게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긴 했지만, 각각의 쿼크 하나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전기량이 정수가 아닌 분수이기 때문에 혼자 존재할 수 없대.. (이 내용은 불확실함. 나중에 구글에서 한번 찾아보자꾸나.) 쿼크들끼리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을 양자빛깔역학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QCD 라고 한대. 수백 개의 기본입자들이 있다고 했었잖아. 그것을 다시 간단하게 구분을 하게 되면 쿼크 가족 6가지와 렙톤 가족 6가지와 게이지 입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게이지 입자는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전해주는 입자로 빛알, 붙임알, 중력알 등이 있다고 하는구나. 이 기본입자들은 기본상호작용을 하는데 4가지가 있단다. 아빠가 학창시절에 4가지 힘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단다.

4가지의 상호작용을 크기가 작은 순으로 나열을 해보면, 중력상호작용<약상호작용<전자기상호작용<강상호작용 순이란다. 앞서 아빠가 이야기했던 핵력은 강상호작용이야. 4가지 상호작용 중에 약상호작용과 강상호작용은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호작용이 되겠다. 이 네 가지 상호작용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리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과학자들이 했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과학자들은 보편성을 찾으려고 하고, 좋은 이론은 아주 범위가 넓은 곳에 다 만족하는 것을 이야기하니까, 좋은 이론을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생긴 이론이 초끈이론이라고 하는구나.

앞서도 한번 이야기했던 물리학의 특징 중에 하나가 대칭성. 자리 옮김 대칭, 거울 대칭(이것은 돌림 또는 방향 대칭이라고도 해.), 시간 지남 대칭. 이런 대칭성이 의미하는 것은 물리 법칙이 자리를 옮겨도 방향을 바꾸어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그래서 아름답다는 거지. 그런데, 조금씩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을 발견했대. 그 이유는 반대물질의 수가 물질의 수에 비해 적어졌기 때문이래... -솔직히 아빠가 책을 보면서 이런 메모를 적어놓기는 했는데, 그 상관관계를 잘 모르겠구나.

그럼 계속 이야기해볼게. 아주 옛날에 우주가 처음 생길 때 전자와 양성자가 붕괴되면서 쿼크와 반대쿼크가 생겨났고, 대칭성 깨짐으로 붕괴속도가 달라서 그 숫자가 달라지고.. 쿼크와 반대쿼크가 만나 사라져서 빛이 생겨나고, 남은 쿼크들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하는구나. 그런 우주의 탄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지은이는 물리학의 대칭성과 그 대칭성의 깨짐을 발견한 것을 이야기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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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앞서 고전역학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에 와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생겨났다고 했잖아. 현대에 와서 빠르고 큰 세계와 아주 작은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다 보니 고전역학이 맞지 않아서 그랬던 거래. , 고전역학은 느리고 큰 세계, 즉 우리 일상에서는 잘 맞아. 그런데 그 밖에 빠르고 큰 세계, 작고 느린 세계, 작고 빠른 세계는 맞지 않았어. 상대론이 접목한 상대론적 고전역학이 빠르고 큰 세계, 느리고 큰 세계를 설명할 수 있고, 양자역학은 느리고 큰 세계, 느리고 작은 세계를 설명할 수 있대. 그리고 느리고 큰 세계, 빠르고 큰 세계, 느리고 작은 세계, 빠르고 작은 세계.. 이 모든 세계에 맞아 들어가는 것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중요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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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고전역학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 사실 이 고전역학은 너희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만 들어가도 엄청 괴롭힐 거야... 시험에 자주 나오니까 말이야. 고전역학의 핵심은 a=(1/m)F 라는 단순한 수식이란다. 가속도는 주어진 힘에 비례하고 무게에 반비례한다는 의미를 식으로 써 넣은 거지... 그럼, 에너지는 뭐냐.. 교과서에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이것은 애매모호한 정의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더구나.

역학에너지라는 것은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또는 위치에너지)의 함을 이야기한대... 그런데 공이 위에서 떨어져서 공이 지면에 닿는 순간을 보면, 속도도 0이라서 운동에너지 0, 높이도 0이라고 위치에너지 0. 순간적으로 역학에너지가 0이 되어 에너지 보존을 하지 않는 건가? 하는 의심을 과학자들은 한다고 하는구나 뇌테르라는 사람이 이런 의심을 하고, 뇌테르의 정리로 설명하기를, 에너지는 열, 소리 등 다른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했어. 결국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거야.

고전역학의 또 하나의 축인 전자기학을 살펴보자꾸나. 전기학의 효시는 쿨롱이고, 전자기이론은 멕스웰 방정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어려운 미적분 방정식의 향연으로 되어 있는데... 이걸 풀게 되면 자기 마당(자기장)과 전기 마당(전기장)은 서로 변화를 하게 된대. 이 두 가지는 서로 변하고 얽혀 있고, 이때 전자기파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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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현대물리학에 들어서면...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과학자가 등장하잖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했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어. 당시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매질이 있어야 하고, 그 매질을 에테르로 이름 붙이고, 열심히 그 에테르라는 물질을 찾으려고 했대. 그런데 사람들은 에테르는 찾지 못하고, 에테르의 모순만 자꾸 만나게 되었대.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 에테르를 아예 무시를 했대. 빛이라는 것은 다른 물질들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속도에 관계없이 속도가 일정하다는 거야. 자세한 것은 아빠가 전에 <빛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거나, 그 책을 보거나.... 그래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짧게 정리하면... 움직이는 물체는... 길이는 짧아지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질량은 무거워지게 된다는 거야. 그리고 질량이 곧 에너지가 되는데 E=mc^2 이라는 유명한 수식도 여기서 나오게 된단다.

상대성 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있어. 특수상대성이론은 등속도 운동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것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실환경인 속도가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것이야. 일반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이 중력장에 의해 변한다는 것이 바로 핵심이지.. 아빠가 전에 다른 책을 통해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읽어서 이 부분은 그래도 이해할만 하더구나. 그리고 너희들에게는 초간단으로 쓰다 보니,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듯 싶구나. 여기서는 간단히 그렇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보자꾸나.,

아빠의 편지가 슬프게도 점점 길어지고 있구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력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고 했는데, 그로 인해 빛도 휘어진다는 것이야. 페르마의 원리에 따르면 빛은 최단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고 하는데, 중력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휘어져서... 빛이 최단시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휘어진 공간에 맞춰 빛도 휘어져야 한다는 것이야. 이걸 아인슈타인은 어려운 수식을 이용해서 주장한 것이란다. 그리고 실제고 에딩턴이 그것을 증명하였다고 하는구나. 그것도 전에 <빛의 물리학>이라는 책이야기를 할 때 해주었으니, 자세한 내용은 패스.

, 이번에는 양자역학.. 아빠가 관심이 많은 양자역학.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양자역학. 그래도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이해는 가지 않지만- 어떤 내용이라는 것은 대충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주 작은 세계, 미시적 세계라고도 부르는, 그곳에서는 고전역학은 맞지 않고, 양자역학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빛의 이중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입자들이 확률로 존재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인데, 그것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아. 빛이라는 것이 쳐다보고 있으면 입자처럼 움직이고, 안 보고 있으면 파동처럼 움직인다고 하는데

빛이라는 것은 혹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아닌가? 싶구나. 그러니까 페르마의 원리처럼 최단 시간을 계산해서 이동을 할 수 있고, 우리가 보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르게 움직이지양자역학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빠질 수 없는데, 이것도 예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패스. 그리고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또 한 권 사두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해도 될 것 같구나.

 

6.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혼돈과 질서가 물리학에 들어오게 되었대.. 고대 그리스에서는 세계가 혼돈의 세계라고 생각했으나, 근대에 와서 우주는 질서가 아주 잘 잡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질서라는 영어 뜻이 코스모스가 우주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어. 혼돈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초기 조건이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대. 그래서 예측이 불가한 거야. 주사위의 숫자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혼돈의 예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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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예전에 스웨덴에 오스카 2세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은 걱정이 많아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대. 그래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문제에 많은 상금을 걸었대. 푸앵카레라는 과학자가 이걸 증명했다고 하는구나. 그가 증명한 것은 후대에 확인해보니 완벽한 것은 아니었대. 그래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것을 증명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그런데, 1960년 콜모고로프와 아놀드 로저라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풀었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은 정말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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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우리 일상에서도 볼 수 있는데, 심박수, 뇌파, 주식시세도 다 혼돈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예측하기 어려운 거야. 그런데 그 혼돈을 제어를 할 수 있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학문을 혼돈공학이라고 이름 붙였대. 질서가 없다고 해서 혼돈이 나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때론 질서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대. 우리나라 유신 시대 때 사회는 아주 질서 정연했지만, 그것은 자유를 잃어버린 세상이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어. 아빠는 과학자 중에 이런 진보 좌파 성향의 과학자는 처음 보는 것 같구나. 맘에 들어.

아직 책의 내용으로는 많이 남았고, 아빠는 글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 책읽기를 못하고 있고.. 이제 그만 쓰려고 하다가그래도 메모에 긁적여 놓은 것은 마저 적어보겠다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긴다. 통계역학이란 것이 있어.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거시적 세계, 그러니까 아주 큰 세계를 이해하기 필요하다고 했어.

엔트로피라고 하면 아빠는 아직도 열역학 제 2법칙이 떠오른단다. 열효율 100%인 열기관을 만들 수 없다는 의미로도 설명되는 것. 그 이유는 엔트로피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모든 자연현상은 일어나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리가 거실이나 방을 청소하면 마치 엔트로피는 줄어든 것처럼 보여여기서 이야기하는 엔트로피는 전체 엔트로피를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엔트로피는 늘어났다는 하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대.

과학자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올베르스라는 사람은 밤은 왜 어두운가?에 대한 의심을 가졌대. 수많은 별들이 빛을 쏟아내고 있는데, 왜 밤하늘은 어둡냐는 의심이지. 그 이유는 우주가 점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가설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이 다름아닌 유명한 소설가 포였다고 하는구나.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음…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아니더라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오늘은 패스할게. 아빠가 게으른 점도 있고, 인내력도 떨어졌고.. 등등짧게 쓴다고 했는데, 참 길어졌다. 혹시 읽다가 잠이 든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시간만 넉넉하다면 천천히 공부하면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정말 3학점 짜리 교양물리학을 들은 기분이 들었을 거야. 아빠가 읽고 싶은 책은 많고, 회사일로 늦게 퇴근하고.. 그리고 너희들과 놀고.. 그리고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그러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넉넉지가 않아.. 그래서 이런 책도 그냥 소설책 읽듯이 읽다 보니, 금방 잊혀지는구나. 그렇다고 나중까지 기다리기에는 책 내용이 궁금하고.. 이번에는 초벌구이 식으로 읽었다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넉넉한 시간이 허락하게 되어 중벌구이 식으로 한번 더 읽을 수 있겠지? 하면서 책을 덮었단다. 아참, 그래도 인상적인 페이지는 엄청 많아서, 발췌한 것을 따로 적어 놓았으니, 이 책의 맛보기를 하고 싶다면 그 글을 먼저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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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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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MB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공중파 TV, 특히 뉴스를 안보기 시작했으니까,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10년 동안, MBC KBS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철저하게 망가져버렸고, 사람들은 외면해 버렸단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은 처절하게 싸워왔고, 그렇게 처절하게 싸우다가 회사에서 부당하게 짤려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어. 그런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공범자들>이라는 영화란다. 아빠가 올해 극장에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에 하나야. 그리고 그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어떤 MBC 해직 기자의 암 말기 투병기.. 그가 건강할 때의 영상을 보니 낯익은 기자였더구나. 삐쩍 마른 그의 모습은 병색이 완연하였고, 그가 떠나고 나면 남을 어린 아이들에게 남길 글을 쓰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이야기하는데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계속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그 기자의 이름은 이용마. 그가 그렇게 억울하게 해직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병도 걸리기 않았을 텐데보는 아빠가 너무 억울했단다. 왜 이 세상은, 저렇게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고칠 수도 없는 병을 주어 그를 아프게 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걸까. 우주를 창조를 한 사람이 정말 있다면 세상을 잘못 만들어도 한참 잘못 만든 게 아닐까 싶구나. 아빠는 그 영화를 보고 이용마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마음 속으로 기적을 빌었어. 그가 쾌유가 되길 말이야. 그렇게 그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용마 기자의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단다. 그때 아이들에게 남긴 글들을 책으로 출간한 거야.

, 이 책을 읽게 되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을 구매했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어.

 

1.

그는 어느날 건강검진에서 배에 복수가 조금 있다는 진단을 받았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그가 들은 이야기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듣도 보도 못한 악성중피종. 그것도 말기. 우리나라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열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 완치율 0%. 이 영화 같은, 아주 슬픈 영화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난 거야. 덧붙이는 의사의 이야기. 길어야 12개월에서 16개월. 원인도 모르고, 석면 때문에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고만 하는 병. 그의 나이 마흔아홉 살. 그의 아이들 이제 고작 아홉 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어렵구나. 그는 생각했어. 아이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남겨주기는 어렵겠다고그러면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아이들이 조언이 필요할 때를 위해서 그가 배운 삶의 이치를 글로 적기 시작한 거야. 아이들이 스무 살 안팎에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어. 글을 쓰면서도 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걱정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용마 기자가 글을 쓸 때의 심정으로 읽었단다. 그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완치율 0%의 확률을 깨버리고, 그가 제발 완치되길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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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 모두 하늘로 돌아간 뒤에 천상병 시인처럼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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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북 남원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어. 공부 잘해서 서울대 법대를 목표로 했지만, 성적이 약간 안 나와서 정치학과를 들어갔어. 그의 꿈은 관료였고, 행정고시를 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대. 그래서 정치학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대.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한 해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서 잘 몰랐대. 대학교에 들어가서 알게 된 현실들..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 그는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대. 그는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대. 그가 대학을 입학한 해가 1987.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절정을 이루고 있던 시절. 그 또한 그 민주화 운동 한복판에 있었던 거야.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알게 되면서, 그의 꿈도 점점 변하게 되었어. 그의 꿈은 직업이 아니었어. 그의 꿈은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들고, 인간미가 넘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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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하지만 이때 생긴 꿈은 대학 4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철학자들, 역사 속 인물들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나 스스로 얻은 것이다. 그런 만큼 말 그대로 순순하고 소중한 나의 꿈이다. 그 꿈이 무엇이냐고? 그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회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민주주의이다. 다수 대중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소수를 보호할 수 있는 체제. 종교는 내세에서 그런 약속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혁명을 논할 것도 없이 그런 사회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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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준비했어. 취업 준비하기 전에 작은어머니가 계시는 미국에 갔다가 미국 여행을 잠시 했는데, 그는 여행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어. 당시 사진들이 책에 실렸는데, 꿈 많은 청년의 해맑은 모습이었어. 저렇게 꿈 많은 청년이 무식한 권력에 꿈이 무너지고, 건강마저 무너졌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또 아프구나. 책에는 그의 사진들이 여러 컷 실려 있는데, 예전의 사진에 비해 투병으로 삐쩍 마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또 한번 가슴이 아프더구나.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부디 건강을 찾기를 바랬어.

그는 미국 여행에서 다녀온 다음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대.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그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계속 불합격.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기업이라는 곳은 올곧은 사람이 아닌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었대. 그는 결국 MBC에 합격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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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입사 시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한 가지는 사기업의 경우 절대로똑똑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올곧으면 회사의 부당한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서처럼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 대결하거나 회사에 노조가 없다면 본인이 직접 노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따지기보다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도 회사의 지시라면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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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입사한 이후 그는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단다. 하지만 그의 송곳 같이 올곧은 성품 때문에 선배들과 자주 부딪히게 되었대. 특히 그와 생각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선배들과는 더욱 더그렇다 보니 부서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 일쑤였다고 하는구나. 부서를 옮겼다고 해서 그는 선배들에게 또는 권력이 구부러지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는 꿈꾸었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부단해 했을 뿐이야.

 

3.

아빠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 지난 MB정권과 박근혜 정권 때 방송을 장악했던 이들. 그들 또한 언론인이고, 그들이 그 이전 민주 정부에서 그렇게 권력에 쓴소리를 내던 이들인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저렇게 권력의 강아지가 된 것일까 하고 말이야. 이 책을 보니 알겠더구나. 우리가 겉에서 보는 언론사나 방송사와 다른 일들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어. 실제 내부에서는 진보와 보수(아니 수구) 사이의 계속된 다툼이 있다는 거지. 노무현 정부에 자유로워진 언론 환경에서 MBC안의 수구 세력들은 쓴 비판이라는 명목으로 권력을 쥐어흔들었던 것이야.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보면 당시 MBC면 그래도 진보 매체에 속하는데 너무 비판만 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

당시 MBC는 심지어 조선일보의 거짓뉴스까지 베껴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보도본부장이 MBC 내의 수구세력에 대표격인 구본홍이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가 아닌, 남이 쓴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구나. 이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되는구나. 언젠가는 또 정권이 바뀔 날이 올 텐데, 그러면 또 다시 지난 정권과 같은 방송과 언론이 생겨날 테니 말이야. 어찌하면 공정한 언론을 갖출 수 있을까? 이것도 시스템 문제일 텐데. 언론 개혁이 그래서 쉽지 않은 것인가 싶구나. 결국 언론이 바로 서야 하는데, 그것을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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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언론이 바로 서는 것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언론은 사회적 의제 설정을 통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이 자유로워야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고, 하나씩 해결되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발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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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는 노무현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의 평가는 냉정했어. 노무현이 집권하는 기간 많은 성과를 냈지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어. 그래서 노무현은 새시대의 맏형이 될 수 없었고, 구시대의 막대였다고 평가를 했어. 하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토대로, 조금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이지. 그에 대한 노무현의 평가는 또다른 애정이라는 것을 아빠는 알 수 있었어. 문재인 정부는 새시대의 맏형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아빠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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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노무현은 내가 현실 정치를 접한 이후 김대중에 이어 열렬히 지지했던 정치인이었다. 물론 노무현 집권 기간에 지지층들이 많이 이탈했다. 노무현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말대로 구시대의 막내였다.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선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와 노동, 사회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노무현 역시 시대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새로운 시대의 맏형이 되지는 못했다. 그 과제를 후대에 남겨졌고,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 정치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했고,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을 깔아놓은 인물이다.

=====================

 

4.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MBC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 아빠도 정말 너무 기뻤단다. 70여일 동안 계속되었던 MBC 파업도 그만 둔다는 소식도 이어서 들려왔어. 뒤이어 그동안 중단되었던 MBC TV와 라디오가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단다. 아빠가 TV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무엇인가 정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아빠도 기분이 좋더구나.

이제는 정말, 허일후 아나운서가 김장경 해임소식이 있던 날 이야기한 것처럼 이용마 기자가 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출근하기만 하면 완벽해 질 것 같구나.

제발..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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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7-11-29 0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용마 기자는 저와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동갑이네요. 숙연해집니다. ‘공범자들‘에서 본 그의 앙상한 얼굴이 마음 아파요.

bookholic 2017-11-30 08:38   좋아요 0 | URL
이용마 기자님을 볼 때마다 주범자와 공범자들의 처벌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연 2017-11-29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적이 일어나기를... 제발.

bookholic 2017-11-30 08:39   좋아요 1 | URL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으니, 꼭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108)

사형은 대법원 판결 열여덟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사형이 이미 집행된 줄도 모르고, 사형 판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가던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주저앉았다. 내 남편, 내 아빠, 내 아들의 얼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안녕, 잘 가,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걱정 말라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보지도 못하고, 눈이라도 한번 마음껏 맞춰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잃었다. 나라에서는 유족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형수들의 시신을 강제로 화장해서 가족에게 보냈다. 죽은 몸이라도 만져보고 싶었어요. 기진한 사형수의 부인이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144)

한지가 내가 사는 곳은 어떤 곳이냐고 물어볼 때라든지, 왜 그렇게 풍요로운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때 그랬다. 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대답 대신 나의 할머니, 엄마, 옆집 아주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차라리 그쪽이 한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더 적합한 것 같아서였다.

 

(164)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221)

딸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볼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엄마!”라고 기쁘게 부르며 달려오던 딸이었다. 딸을 품에 안으면 모든 통증이 누그러졌고 다음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났다. 세상의 누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밝고 예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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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엄청 낮은 편이라, ‘실망하고 좌절할 일은 적고 감탄하고 기뻐할 일은 참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걱정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사람이었고, ‘Just do it!’ 인생인 터라 세상에서 엄마표 영어가 제일 쉬었어요!”라고 소리칠 뻔도 했다.

 

(9)

엄마표 영어가 힘들고 육아가 힘들다면 그건 아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때문에 힘든 것이다. 나 자신이 못마땅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육아고 엄마표 영어고 뭐고 다 지겹다. 나와 친정 엄마 사이에서 무의식 중에 쌓인 상처가 만든 어떤 강박, 트라우마가 불행의 이유로 작용할 때도 있다.  

 

(39)

이게 정답이다. 육아 문제는 자기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옆집 아줌마 말고 아이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와 엄마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려면 평소 아이가 엄마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나눠서 적어도 대화가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화가 어색하면 엄마가 먼저 물꼬를 터야 한다. 엄마가 먼저 엄마의 힘든 점, 걱정거리들을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에게 실수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엄마라면, 즉 대화가 통하는 엄마라면 아이는 솔직하게 속마음을 툭 털어놓을 수 있다.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안 돼? 정말 못하겠어.” 그래도 대화가 시작된다. 엄마와 정말 툭 까놓고이야기 나누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엄마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라면 이게 쉽다. ‘이게 뭐지? 왜 짜증이 나지?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이 무기력은 뭐지?’하며 자신의 감정, 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내 아이를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대화가 되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올바르게 굴러갈 것이다.

 

(269)

두 아들의 엄마표 영어 17년 후에 알았다. 아이와 엄마를 성장하게 하는 건 대화였고, 대화가 어렵고 어설펐던 나를 키워준 것은 이었다. 대화의 소재가 꼭 책일 필요는 없다. 어떤 엄마에게는 그것이 TV 드라마일 수도 있고, 코미디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혹은 여행, 게임, 웹툰, 요리, 운동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나는 손을 뻗으면 잡히는 그림책과 소설책,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이 아이와의 대화 소재였다. 아이랑 대화 하는 거 쉽지 않다. 내가 무슨 토크쇼 진행자도 아니고,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던 부부는 밤마다 마주 앉아도 또 이야기가 많다. 어제 이야기한 에피소드 후속편이 날마다 이어지기 때문에 보충설명을 해줘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렇다. 대화를 많이 하는 집은 언제나 대화가 넘친다. 반면, 대화가 없는 부부, 대화가 없는 부모와 자식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감당이 안 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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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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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언제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읽은 책의 출간일을 보니, 그때쯤이었던 것 같구나. 뜻밖의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 콩쿠르 상을 피에르 르메트르가 받았다고? 아빠가 알고 있는 그 피에르 르메트르? 뒤늦은 나이에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를 해서, 무섭디 무서운 추리소설을 쓰던 그 피에르 르메트르? 아빠가 그렇다고 그를 싫어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콩쿠르 상이라는 것을 정통 스릴러 추리 작가에게도 주는 것인가 싶었어. 그래서 당시 기사를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콩쿠르 상을 받은 작품은 <오르부아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었어. 아빠가 읽었던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들은 모두 무서운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그는 여러 장르를 고루 다룰 수 있는,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더 유능한 작가였나 보구나. 아빠가 알고 있는 작가가 콩쿠르 상을 받았다고 하니, 왠지 더 반갑기도 하고, 그 수상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서야 읽었단다. 그 기사를 본 것이 얼마 전인 것 같았는데,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다니.. 세월이란 넘은 뭐 급한 일이 있다고 정신 없이 달려가는지 모르겠구나.

오르부아르.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프랑스 소설이니 프랑스어겠지. 찾아보니, au revoir라고 쓰고, 뜻은잘 가요~, 안녕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인사말이니까 프랑스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다 아는 말이겠다 싶었어. 소설 하나 읽고 프랑스어 인사말 하나 배우고, 나쁘지 않네.

 

1.

이 소설이 왜 콩쿠르 상을 받았을까?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더구나.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라는 소설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어. 프랑스 또한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어.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어. 전쟁이 끝나고 그 희생을 추모하고, 마음 속에 깊이 기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그것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 그들이 원해서 참가한 전쟁도 아니고, 몇몇 욕심 많은 권력자들로 이해 만들어진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젊은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았어. 이 책이 600페이지가 넘어. 그 줄거리를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보면, 지루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구나. 오늘 편지도 일단, 최대한 줄여서 이야기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시작해볼게.

때는 1918 11.. 이때가 언제냐 하면 1차 세계대전 막바지였어... 곧 휴전을 할 거라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어. 독일과 프랑스가 대치하고 있는 113고지에도 그 소문은 쫙 퍼져 있었지. 다들 전투는 안하고, 조금만 참으면 몸 성히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몸들을 사렸어. 113고지의 병사 알베르 마야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다들 그렇게 몸을 사리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성과 욕심을 내는 도네프라델 중위가 있어. 사람들을 그를 그냥 프라델이라고 불렀어. 아빠도 그냥 프라델이라고 부를게. 그 프라델 중위가 정찰병 두 명을 보냈는데, 그들이 전사하는 사건이 벌어졌어... 그리고 독일군들의 공격... 다들 프라델 중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어. 어쩔 수 없이 다들 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알베르는 전투 중에 앞서 나갔다 죽은 정찰병 2명의 시신을 발견했는데, 등에 총상을 입었어. 이상하다 싶었어.. 적이 총을 쏘았다면... 앞쪽에 맞아야 하는데.. 등이라면 마치 누군가 뒤에서... 그렇다면 프라델 중위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구덩이로 빠뜨렸어. 그 구덩이는 포탄으로 생긴 엄청 깊은 구덩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어. 프라델은 위에서 알베르를 쳐다보다가 그곳을 떠났고, 엎친 데 덮친 데 옆에서 폭탄이 터져 알베르는 흙무덤에 깔리고 말았어. .. 이대로 죽어야 하는가.

....

사실 프라델 중위는 알베르가 자신이 한 짓을 알게 되어 그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또 알아채지 못하게 수류탄으로 정찰병 시신들을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리고, 마지막 남은 수류탄으로 알베르 마저 처치하려고 했으나, 독일군 폭탄이 날아와서 그는 그냥 떠나버렸지.

....

에두아르 페리구르라는 또다른 주인공 등장.. 그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어. 그런데, 저쪽에 프라델 중위가 이상한 포즈로 땅바닥을 응시하다가 사라졌어.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한 에두아르는 자신의 다친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그 호기심을 풀어야 했지. 흙무덤에 총검이 살짝 보였어. 사람이 묻혔다는 소리지... 에두아르는 호기심 하나로 열심히 땅을 팠고, 사람을 발견했어. 이미 죽었나? 숨을 안 쉬는 것 같다. 가슴을 내리쳤어.. 그러자 숨을 쉬기 시작했어. 같은 소대 알베르였어. 친하게 지낸 이는 아니고, 얼굴만 아는 정도. 그때 폭탄이 날아와 정신을 잃어버렸어.

 

2.

정신을 차려보니 알베르는 병원이었어. 늑골이 부러지기는 했지만, 다른 곳은 멀쩡했어. 그리고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났다니.. 에두아르가 자신을 살려준 것을 알고 있었어. 자신을 살려준 에두아르는 중상을 입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 알베르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에두아르를 간호해주었어.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기로 마음먹었어. 우연히 에두아르의 가방에서 그의 수첩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병사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 수준급이었어. 에두아르는 부잣집 아들로 미술학교에 다녔었거든.

...

어느날 장군이 알베르를 불러서 갔어. , 그런데 그곳에 프라델 중위.. 이 원수 같은 게, 하지만 겁이 무척 나게 만드는 인간이었어. 이런 병원에서 그를 또 봐야 하다니... 프라델 중위에 의해서 알베르의 도망죄를 물으려고 했지만, 다행히 정상참작이 되어 벌을 받지 않아도 되었어.

아빠가 에두아르의 부상이 심하고 했잖아. 그런데 그 정도가 엄청 심해. 얼굴 아래쪽이 다 날아가버려서 목구멍이 바로 보이고, 윗입술도 없어서 위쪽 이빨은 그대로 보였어. 회복이 되더라도 앞으로 말은 할 수가 없을 거야. 의식이 돌아와 자신의 얼굴 상태를 알게 된 에두아르는 좌절하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하지 못했어. 이제 그는 후송절차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 에두아르는 이런 모습으로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했어.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하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보았어. 알베르는 몰래 공문서를 위조해서, 에두아르를 죽은 걸로 했고, 그대신 전사자 외젠이라는 이름을 에두아르 문서와 바꿔치기를 했어. 그 외젠이라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사람으로 후송할 곳도, 연락할 곳도 없었기 때문에 에두아르를 대신하는데 딱이었지. 알베르가 극심하게 소심한 사람인데 그 문서를 몰래 빼오느라 진땀 좀 뺐단다. 에두아르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고 나서도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어.

알베르는 에두아르에게 뿐만 아니라 에두아르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어. 에두아르의 전사 소식과 함께 그를 칭찬하고, 그의 그림이 담긴 수첩도 같이 보냈어. 소문대로 전쟁은 곧 끝이 났고, 이제 파리로 돌아가야 했어. 제대 군인들이 모여 있는 동원해제센터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보자는 거야. 그런데 알베르에게 어떤 젊은 여자를 소개해 주었어. 그 여자는 다름아닌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이었어. 편지보고 찾아온 거야. 그리고 에두아르의 묘지에서 기도하고 싶다고 했어. 말은 기도하고 싶다고 한 것이지만, 몰래 시신을 파가려는 했던 거야. 당시에 유가족들이 시신을 몰래 파가는 일이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었대. 그런데, 그게 왜 불법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마들렌도 자신의 동생의 시신을 가져가고 싶었던 거야. 알베르는 속으로 무척 당황을 했어. 거짓말은 또 다른 더 큰 거짓말을 만드는 법.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지? 에두아르는 약속한 하루 전에 전쟁터에 마구 묻힌 전쟁터에 아무 무덤의 간이 비석에 에두아르의 인식표를 미리 걸어놓았어. 그러면서도 그 땅속에 있는 시신의 모양이 에두아르와 너무 달라서 눈치채면 어쩌지? 하면서 조바심을 냈어. 마들렌은 트럭 운전사, 프라델 중위, 알베르와 함게 시신이 묻힌 곳으로 갔어. 그리고 마들렌은 눈치채지 못하고 그곳의 시신을 파서, 아주 화려한 관에 싣고 그곳을 떠났단다.

 

3.

때는 1919 11. 1년이 흘렀어. 프라델 중위도 이제 제대하고, 군수품을 불법으로 팔아먹는 사업을 하고 있었어. 이를 위해 온갖 뇌물과 불법을 일삼았지. 1년 사이에 마들렌과 결혼도 했어. 장인어른인 페리쿠르 씨, 그러니까 에두아르의 아버지.. 엄청 부자라고 했잖아. 페리쿠르 씨는 사위인 프라델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아들이 없으니, 저 놈이 후계자가 될 텐데.. 속도 쓰렸겠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단칸방에 같이 살았어. 에두아르는 절대로 외출을 하지 않았어. 그 몰골로 할 수가 없었지. 그리고 고통 또한 여전했어. 그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모르핀뿐이었어. 알베르는 에두마르의 모르핀을 대느라 제대할 때 받은 돈도 다 떨어졌어.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모르핀을 구할 수 있는 돈은 없었어. 모르핀은 불법 마약 성분이기 때문이라 아주 비싸게 밀거래 되고 있었거든.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위해 알베르는 모르핀 거래상인 그리스 인을 때려 눕히고, 모르핀을 훔쳐왔어. 그렇게 힘들게 에두아르를 보살피고 있지만, 알베르는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자신이 헤쳐나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페리쿠르 씨가 실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깨어나고 나서 몹시 불안해 했어. 왜 갑자기 그런 불안함을 느꼈을까 생각해봤는데, 자기보다 먼저 죽은 아들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어. 사실 아들과는 깊은 골이 있었고, 끝내 그걸 풀지 못했어. 그렇게 원했던 아들인데, 자신의 뜻과 달리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 그것도 요상한 그림들을 그려 문제를 일으켰으니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 아들의 죽음 소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어. 못미더워도 자기 아들인데 말이야. 죽고 나서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니 정말 뛰어난 솜씨를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아내도 일찍 죽어 혼자 지낸 페리쿠르 씨에는 이제 딸 마들렌 뿐이었어. 마들렌과 함께 가족묘에 갔는데, 강한 남자의 상징이었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거야. 아들 에두아르의 시신을 몰래 훔쳐왔기 때문에 가족묘에 아들 이름도 새기지 못했어. 그리고 아들이 군대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졌어. 편지를 전달해준 에두아르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마들렌에게 한번 찾아보라고 했어. 그리고 당시 프랑스에서는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그리는 추모행사를 곳곳에서 했는데, 페리쿠르 씨는 구청장을 만나서 추모기념비의 비용을 자신이 다 내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기념비에 전사자의 이름을 모두 새겨 달라고 했어. 그렇게 나마 가족묘에 새기지 못한 아들의 이름을 그곳에 새기려고 했던 거지. 이런 페리쿠르 씨의 진심이 에두아르에게 전해졌으면 좋을 텐데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삶은 희망이 없었어. 에두아르는 이름도 바뀌어 있어서 연금도 받지 못했어. 에두아르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지. 죽지 못해 사는 거지.. 그것도 아주 괴롭게

 

4.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주인집에 11살 딸이 하나 있었어. 루이즈. 루이즈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에두아르를 처음 봤을 때는 놀랬지만, 처음만 그랬고, 두 번째부터 스스럼없이 에두아르를 만났어. 둘 사이는 친구가 되었어. 그러면서 에두아르도 다시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 에두아르는 미술솜씨가 좋았잖아. 그 실력으로 멋진 마스크를 만들어 얼굴아래를 가렸어. 그리고 지방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어.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에두아르 자신도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어. 마스크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잘 하면 이 그림으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

한편, 프라델은 정부가 하는 전사자 공동묘지 사업을 뇌물로 따냈어. 그리고 돈을 악착같이 벌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르기 시작했어. 심지어 관의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길이 130cm짜리 관을 만들기도 했어. 그렇다고 그가 아내 마들렌에게 잘 하느냐, 그것도 아니었어. 바람둥이도 그런 바람둥이가 없었단다. 이런 프라델은 페리쿠르 씨와 마들렌의 골칫거리였어.

...

아까 페리쿠르 씨가 알베르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잖아. 마들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알베르는 무척 당황했어. 그 제안을 받고 무척 망설였어. 무척 떨리기도 했어. 결국 에두아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페리쿠리 씨의 초대를 받아들였지. 양복을 빌려 입었는데, 자신과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오히려 우스운 꼴이었어. 그리고 페리쿠르 씨의 대저택에 도착했어. 탄성이 절로 나왔고, 도대체 왜 에두아르가 집에 안 오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 페리쿠르 씨를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사진 속에서 프라델을 봤어. 아니, 이 자식이.. 마들렌과 결혼을 한 거야. 프라델, 이 자식 때문에 페리쿠르 씨의 아들은 얼굴 반쪽이 날라갔는데, 이 놈은 여기서 이렇게 호위호식을 하는 거야?

, 페리쿠르 씨와 만남처음에는 알베르가 긴장을 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말이 풀리기 시작하니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 에두아르를 거의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지. 헤어질 때 알베르는 페리쿠르 씨로부터 자신의 회계사 자리를 제안했지만, 알베르는 정중히 거절했어. 그곳에서 매일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알베르는 집에 왔어. 에두아르는 말 모양의 그럴싸한 마스크를 만들어 뒤집어 쓰고 있었어. 에두아르는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기념비를 만드는 기사를 보았대. 전사자 한 명 한 명을 위한 추모기념비를 만들자고 했어. 아니 만들어주겠다고 사기를 치자고 했어. 아니, 이 자식이 유가족의 아픔을 가지고 사기를 쳐? 알베르는 반대했어. 하지만, 에두아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알베르를 설득하려 했고, 그들이 사기 쳐서 번 돈을 가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로 가서 살자고 했어. 그러면 평생 먹고 놀고 살수 있다고.. 그래도 알베르는 용납할 수 없었어. 이 일로 두 사이는 심하게 다툼을 했어. 알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비어있는 에두아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어. 그대로 그 주먹이 에두아르의 목을 강타했지.. 알베르는 자신이 순간 욱하는 마음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지만 늦었어. 다음날 에두아르는 짐을 싸고 집을 나갔어.

..

이때쯤 메를렝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공무원으로 감사를 일하는 사람이야.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했고, 이젠 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야. 그의 겉모습을 보자면 꾀죄죄하고, 덩치는 산만해서, 공무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걸인이라고 해도 믿을 거야. 그가 프라델이 하는 공동묘지 사업을 감사하는 일을 맡았어. 그가 일하는 스타일은.. 깐깐함과 원칙주의자. 뇌물이 통하지 않는 그런 사람. 없는 먼지를 털어서라도 찾아내는 사람인데, 프라델의 공동묘지 사업은 그야말로 온통 불법과 편법이 판을 쳤으니, 메를렝의 눈에 걸리지 않는 게 없었지. 그를 상대하는 것은 프라델의 밑에서 일하는 뒤프레라는 관리인인데, 관의 숫자가 받지 않다고 다그치고, 다른 편법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는데, 꼼짝을 할 수 있나.

..

한편, 에두아르가 나간 빈 집에 알베르는 에두아르가 만든 말머리 마스크를 써보기도 하고, 그를 그리워했어. 그러다가 모르핀 앰풀이 사라진 것을 보고, 에두아르는 멀리 가지 않았음을 알았어. 바로 주인집.. 루이스그의 예상대로 에두아르는 루이스의 방에 있었고, 그들은 곧 화해를 했어. 결국 알베르가 에두아르가 하자고 했던 사업을 하기로 한 거야. 그런데 돈이 부족했어. 사기를 쳐도 자금이 필요했던 거지알베르는 돈을 구하기 위해, 페리쿠르 씨에게 편지를 썼어. 예전에 제안했던 은행의 회계사 자리가 아직 비어있냐고 말이야.

 

5.

시간은 널뛰기를 해서 1920 3월이 되었어. 알베르는 은행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어. 은행의 돈을 빼돌리기 위해 은행원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소심하고 착한 심성으로 돈을 몰래 빼돌리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어. 그 스트레스로 살도 엄청 빠지고, 동료들은 그가 은행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는 힘겹게 2만 프랑을 빼돌려 에두아르에게 주었어. 돈을 벌게 되면 가장 먼저 은행에 2만 프랑을 다시 갖다 주기로 약속하고 말이야. 에두아르는 그 돈으로 추모비 카탈로그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공공기관에 보내기 시작했어.

페리쿠르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어. 잠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늘고, 가족에게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자책했어. 이런 그의 변화는 사업에도 지장을 주었어. 자주 멍한 상태로 있고 했어. 그의 딸 마들렌은 임신을 했어. 하지만 그도 사위 프라델에 대한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어서. 불법, 편법으로 사업을 하고,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것. 페르쿠르 씨는 최악의 경우 사위는 내치고, 가족만 지키겠다고 다짐했어. 이젠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으니 말이야.

..

프라델이 하는 사업들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메를렝이라는 공무원의 감사에 의해 편법, 불법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야. 프라델의 비리는 줄줄이 사탕이었어. 메를렝은 프라델이 관리하고 있는 군사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비리를 캐냈어. 결국 프라델은 장인 페르쿠르 씨에게 도움을 청하기 이르렀어. 페리쿠르 씨는 지역 유지에 갑부로 정부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충분이 프라델의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청탁할 힘이 있었지만, 페리쿠르 씨는 단호하게 거절했어. 마지막 밧줄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라델은 자신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정면돌파를 해야지. 뇌물을 싫어하는 공무원이 있나. 메를렝에 뇌물을 주었어. 그런데 그 뇌물마저 메를렝의 보고서에 올라와 있었어. 이젠 그를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인 것 같았어. 죄를 지은 이는 벌을 받는 것은 순리지.

..

그 지역의 군수는 기념비에 쓸 다섯 점의 그림 후보를 선정해서 페리쿠리 씨에게 선택을 부탁했어. 그가 모든 비용을 대는 기념비이니까. 실력들이 떨어져서 실망을 했는데, 한 사람의 그림이 눈에 걸렸어. 쥘 데프르몽이라는 사람의 그림이야. 아주 잘 그린 것은 아닌데, 자신의 아들이 남긴 수첩에 그린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거야.

쥘 데프르몽. 에두아르와 알베르가 사기를 치기 만든 가상의 미술가였던 거야. 그렇게 추모지 제작으로 쥘 데프르몽, 즉 에두아르가 선택이 된 거야. 생각보다 계약금이 무척 작았어. 약속대로 알베르가 빼온 은행 돈은 다시 갖다 놓았더니 돈이 없었어. 에두라르는 은행에 왜 돈을 갖다 주냐고 뭐라고 했지만, 소심한 순둥이 알베르가 약속한 것이라고 하니 많이 우기지도 못했어.

..

처음에는 주문이 안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6월이 들어가면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왔어. 그만큼 돈도 쌓이기 시작했어. 그의 사업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어. 알베르가 사랑에 빠진 거야. 페리쿠르씨의 하인 폴린이라는 사람이었어.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에두아르가 사라졌어. 이번에는 주인집 딸 루이즈와 함께 나갔다고 했어. 알고 보니 시내의 어떤 커다란 호텔 스위트 룸에 가 있었어. 말을 하지 못하니, 호텔 예약 등을 루이즈가 다 해준 거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돈이 조금만 더 모이면 떠나기로 했어. 식민지롤 떠나는 크루즈의 티켓을 3장 샀어. 에두아르에게 아직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폴린의 표도 산 거야. 그런데 떠나기 나흘 전, 루이스가 다급히 찾아와서 에두아르가 죽은 것 같다고 했어. 호텔에 가보니 헤로인에 취해서 만신창이가 된 거야. , 언제부터 마약을 한 거지? 알베르도 몰랐던 것 같아.

 

6.

페리쿠르 씨는 군수로부터 기념비 사업이 사기라는 보고를 받았어.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사기가 들통이 난 거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쥘 데프르몽의 사기가 드러난 거야. 페리쿠르씨는 프라델에게 기회를 주겠다면서, 범인을 찾아내라고 했어. 나쁜 놈은 더 나쁜 놈이 더 잘 찾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어. 이 사기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알베르도 그 기사를 보았어. 소심증이 다시 도져서 그는 안절부절 했어. 거기에 에두아르는 점점 마약에 빠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로 있을 때가 많았어.

..

프라델은 마지막 기회라고 범인을 찾는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냈어. 그리고 실제로 그 범인을 찾아냈단다. 시내에 있는 호텔에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 이 소식을 들은 페리쿠르 씨는 직접 운전을 하고 갔어. 그 시간 에두아르는 호텔을 떠날 준비를 했어. 알베르와 만나기로 약속장소로 떠날 준비를 했지. 마약에 취한 채 돈을 뿌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호텔 앞 달려오는 차를 볼 정신이 없었어. 페리쿠르 씨도 갑자기 뛰어는 사람을 피할 수 없었고. 자신의 차에 치어 튀어오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자신의 아들. ,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중상이라도 목숨만은 붙어있기를 바랬는데결국 죽고 말았어.

페리쿠르 씨는 목격자들의 의해 죄는 면제되었어. 페리쿠르 씨는 아들의 진짜 시신을 가족묘에 묻고, 비석에 이름도 새겼어. 그리고 에두아르에게 사기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돈을 갚아주었어. 알베르와 그의 여친 폴린은 크루즈를 다시 식민지에 가서 행복을 찾았지. 아참, 그 인간 프라델페리쿠르 씨가 그 협잡꾼을 보호해 줄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의 죄는 유죄가 되어 벌을 받고 전재산을 잃고 나중에 혼자 쓸쓸히 죽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또 길어졌구나. 주절주절…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알베르와 에두아르이지만, 프라델이 상징하는 바를 좀 생각해야 한단다. 그는 잘못된 과거이자 적폐야.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 그것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잖아. 지금도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적폐는 무조건 철저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고삐를 늦추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밝은 미래가 더 빨리 올 테니 말이야. 이젠 다스의 주인이 누군지 다들 아는데 왜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구나.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꾸나.

(103)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쓸데없는 말>은 알베르의 삶을 이루는 한 축이다. 살아오면서 열정에 휩싸여 바보 같은 일에 뛰어든 게 모두 몇 번이나 될까? 그 답은 어렵지 않다. 좀 더 충분히 생각해 볼걸, 뒤늦게 후회할 때마다 그랬다. 보통 알베르는 그의 후한 마음과 순간의 실수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긴 하지만, 그의 성급한 약속은 비교적 사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것이다.

(287)
어린 루이즈는 마스크들로 에두라르의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또 알베르만큼이나 부지런해 개미처럼 지방지들을 모아다가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의 나아진 기분, 아직은 너무 미약하여 드러내기를 삼가는 이 나아진 기분은 바로 이 신문들, 아니 이 신문들이 떠오르게 한 어떤 생각들 덕분이었다.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아주 깊은 곳에서 흥분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 흥분이 어린 시절 캐리커처나 변장이나 말썽 같은 못된 짓을 준비할 때 느끼던 그 희열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소년기의 그 환호작약하고도 폭발적인 성격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의 뱃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돌아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도 감히 이 <기쁨>이라는 단어를 선뜻 발음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간적이고 신중하고 간헐적인 기쁨이었다. 그가 조각조각 떠오른 생각들을 대략 올바른 순서로 정리하는 데 성공했을 때, 정말 믿을 수 없게도 그는 현재의 에두아르를 잊어버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에두아르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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