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대부분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기인한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욕망이 정도(正道)를 벗어나게 만든다. 이런 욕망과 일탈이 갈등을 유발하고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 “저 사람이 원래 저랬나?”라는 물음은 바로 이런 괴물의 탄생을 말해준다. 시대를 넘어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요강, 그 욕망에 빌붙어 소소한 욕구를 채우려는 또 다른 욕망덩어리들. 그들이 벌려놓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마천의 천도시비론(天道是非論)을 흘러간 옛이야기로 넘길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

 

(10)

사랑스러운 현재와 경재,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벌써 스무 살 안팎이 되었겠구나. 나는 너희들이 10년 정도 지난 뒤에 이 글을 읽을 것이라 생각하고 쓰고 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나는 지금 암에 걸려서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 복막 중피종. 현대 의학이 사실상 포기한 병 중 하나다. 워낙 희귀해서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의 통계를 찾아봐도 이 암에 걸린 환자 중 생존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 1년을 전후에 사망하고, 길어야 5년을 산다. 나도 병원에서 12~16개월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가 얘기한 예상 기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경험적 통계이기 때문에 나처럼 병원 치료를 피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73)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당시 내가 읽은 책들이 대부분 고전이라는 점이다. 정작 내가 살아갈 현대와 관련된 책은 전혀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님들도 고전은 권장했지만, 현대를 다룬 작품을 소개해준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대학에 가서야 깨달았다.

 

(81)

대학에 들어간 뒤 처음 한두 달은 고민 기간으로 정했다. 재수를 해서 법대를 갈까, 아니면 정치학과를 그대로 다닐까. 한 달 만에 정치학과에 남기로 결정했다. 정치학과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보니 이 사람들은 나와 고민의 차원이 달랐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잘될 것인가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나라가 잘되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내 꼴이 우스웠고, 상대적으로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마 법대에 갔다면 언제부터 고시 준비를 할까 이런 생각만 했을지도 모르는데정치학과에서는 고시를 왜 보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98)

우리는 가끔 나만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사람마다 분명히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공통점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주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하다.

 

(111)

하지만 이때 생긴 꿈은 대학 4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철학자들, 역사 속 인물들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나 스스로 얻은 것이다. 그런 만큼 말 그대로 순순하고 소중한 나의 꿈이다. 그 꿈이 무엇이냐고? 그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회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민주주의이다. 다수 대중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소수를 보호할 수 있는 체제. 종교는 내세에서 그런 약속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혁명을 논할 것도 없이 그런 사회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129)

입사 시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한 가지는 사기업의 경우 절대로 똑똑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올곧으면 회사의 부당한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서처럼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 대결하거나 회사에 노조가 없다면 본인이 직접 노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따지기보다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도 회사의 지시라면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158)

물론 그 전에 자신에게 인사권이 있다면 적절한 사람을 골라서 쓸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부족한 분야라면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을 활용하고 그 사람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모든 걸 다 알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어떻게 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 내에서 적절한 배치가 필요한 것이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다. 그러자면 리더는 우선적으로 사람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나머지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205)

그렇다면 객관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객관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먼저 소수 권력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 재벌, 법원 등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들이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권력을 쥔 자는 소수지만 그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다수다. 언론의 일차적인 역할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들 소수 강자에 대한 다수 약자의 견제를 말한다. 언론이 견제해야 하는 소수 강자에는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포함된다. 이들 역시 중요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245)

노무현은 내가 현실 정치를 접한 이후 김대중에 이어 열렬히 지지했던 정치인이었다. 물론 노무현 집권 기간에 지지층들이 많이 이탈했다. 노무현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말대로 구시대의 막내였다.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선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와 노동, 사회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노무현 역시 시대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새로운 시대의 맏형이 되지는 못했다. 그 과제를 후대에 남겨졌고,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 정치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했고,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을 깔아놓은 인물이다.

 

(284)

구본홍 보도본부장 체제에서 MBC 뉴스는 조선일보를 베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당시 우리 뉴스는 노무현 정부를 비판해야 언론으로서 정도를 가는 것인 양 보여주기식 보도가 많았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조직이 대통령 개인을 과도하게 비판했다. 보수적인 선배들이 이긍희 사장, 구본홍 본부장 체제를 맞아 마치 소신을 지키는 언론인인 것처럼 돌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302)

소수파 정권으로서 적을 제압하려면 지혜로워야 한다. 허허실실이 가장 좋은 방책이다. 행정권력 하나 장악하고서 대놓고 선전포고를 해봐야 소용없다. 보수세력은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 행정부 내에서도 보수적인 관료들이 사실상 이들의 우군 노릇을 한다. 게다가 재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물적 기반이 이들의 편이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잃게 되자 사법부와 언론 등에 호소하며 노무현 정부를 강력히 저지한 바가 있지 않던가.

 

(347)

언론이 바로 서는 것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언론은 사회적 의제 설정을 통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이 자유로워야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고, 하나씩 해결되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발전 모델이다.

 

(366~367)

<삼국지>에서 눈여겨본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주유(周瑜). 주유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제갈공명의 비범한 재능이 신적인 경지라면 주유의 탁월한 재능은 인간적이었다. 그런 이류로 그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못내 그를 잊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주유가 다시 살아나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모습을 혼자서 상상한 적이 많다. 생과 사의 갈림길을 지나는 이 순간 주유를 떠올리는 건 나 혼자만의 연민의 감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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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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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아빠가 좋아하는 류시화의 책이란다. 류시화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하듯, 이름과 긴 머리 때문에 자신을 여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대. 얼마 전에 아빠의 회사 선배 한 분이, 류시화가 지금까지 여자인줄 알았다고 하니, 그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구나. 더욱이 류시화의 감성 가득한 글들만 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아빠도 맨 처음 류시화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랬어. 류시화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서야,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빠가 류시화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인도 여행기였어. 그 책에 나왔던 글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고, 그 이후 류시화의 여러 산문집, 여러 시집들, 여러 번역서들을 읽었는데도 가장 첫 번째로 뽑는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어. 그런데,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란 책을 읽고 어쩌면 이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정도로 이번에 읽은 책이 너무 좋았단다. 아빠는 책을 읽을 때 책에 낙서를 하거나, 접거나, 줄을 긋는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데, 딱 한가지 하는 것이 있어. 인상 깊은 구절의 페이지를 책 앞면지에 적어물론 아주 약하게 연필로…. 그런데, 이번에 읽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책 앞면지에는 무려 38개의 페이지를 적었단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인을 얼마 전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분 역시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좋다면서 천천히 아껴 읽고 있다고 하는구나.

 

1.

그럼 이 책을 아빠가 왜 그렇게 좋게 읽었을까. 책을 덮고 생각해 봤어. 책의 내용이 무적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아빠 개인적인 것도 더 더해진 것 같았어. 요즘 아빠가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어. 이 광활한 우주에, 길고 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한낱 인간이 찰나를 살다 가는데, 뭘 그리 고민하고 힘들어하느냐는 것, 아빠도 잘 알아. 아빠도 늘 머릿속에 그런 것을 새기면서 살아. 하지만, 어떤 신경 쓰이는 일이나 생각이 생기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잡는데, 그것 참 떼어내기 힘든 것 같구나. 아빠가 요즘 좀 그런 시기였거든. 그때 이 책을 읽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어. 지은이 류시화가 지금 아빠의 심정을 알고, 옆에서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단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도 벅찬데, 왜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쏘냐고.. 그래서 더욱 힘들게 하냐고.. 그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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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이되새김이다. 마음속에 되새김은 독화살과 같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문제 때문에 쓰러지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 그 화살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살 때문에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것이 더 큰일이다. 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것은 마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외부의 일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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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라는 것이 혼자는 살 수 없는 법이잖아. 그러다 보면 서로 언쟁이 붙기도 하고, 서로 상처가 되는 말도 하고, 그러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제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그것은 회사 생활이나 가정 생활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상황에 대해서 류시화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구나.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고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크게 한다고그래서 논쟁을 할 때나 화가 날 때, 서로 가슴이 멀어지지 않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화가 반대의 경우, 즉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경우와 빗대어 이야기해주었어. 둘이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가까워져서 속삭인다고, 어떨 때는 바라만 본다고 말이야. 아빠가 깊이 공감하면서도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었단다. 앞으로 누군가 논쟁을 하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말아야지아참, 너희들도 싸울 때 목소리가 높아지더라

===========================

(24)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25)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가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 없이도 이해하는 것이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논쟁을 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

..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 하기에는 너무 좋은 구절들이 많구나. 앞서 이야기했던 책면지에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어. 그리고 천천히 컴퓨터 자판을 따라 치면서 발췌해 보았어. 나중에 커서 너희들도 힘이 들거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돼. 아빠도 가끔씩 이 책을 펼쳐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가까운 시일에 혹시 책 선물을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책을 해 줄 것 같구나.

 

2.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명언과 책들이 인용해 주었어. 아빠가 읽은 책들도 있어, 그런 책들이 나오면 반갑더구나. 이 책을 중간쯤 읽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나중에 기회 될 때 읽어보겠다는 생각. 다 읽고, 앞 페이지부터 다시 들쳐보면서 리스트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 뒤편에참고서적이라면서 인용한 책들 제목을 적어주었어. 이 책들을 아빠가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추가해야겠구나. 이 책들은 또 언제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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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조애나 메이시 <내가 사랑한 세상>

짐 코벳 <정글 이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미셸 투르니에 <예찬>

에드먼드 화이트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애>

페마 초드론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이청준 <소문의 벽>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앤드류 하비 <숨은 여행>

파트룰 린포체 <완벽한 스승의 가르침>

소걀 린포체 <깨달음 뒤의 깨달음>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축복>

어니스트 커츠, 캐서린 케첨 공저 <불완전함의 영성>

안드레아 조이 코헨 <가면을 쓴 축복>

J.R.R. 톨킨 <니글의 잎새>

파블로 네루다 <추억>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콘스탄틴 카바피 <카파피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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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나는 1941년 봄에 태어났다. 2차 대전의 발발로 유럽은 이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고 미국이 곧 참전하려고 할 때였다. 세계는 뿔뿔이 갈라졌고 대혼란이 새로 태어나는 모든 방문자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 무렵 태어났거나 그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구세계가 가고 신세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시계가 기원전에서 기원후로 바뀌는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둘 중의 어느 한 편이었다. 히틀러, 처칠, 무솔리니, 스탈린, 루스벨트-세계가 다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인물들이고 자신의 결단에 의지하는 사람들로서, 잘했든 못했든 그들 모두는 칭찬과 부와 사랑에 냉담하고, 혼자 행동을 준비하고, 인류의 운명을 주재하고, 세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알렉산더, 줄리어스 시저, 징기스칸, 샤를르마뉴, 그리고 나폴레옹으로 이어지는 그들은 고상한 향연을 준비하는 것처럼 세상을 개척했다. 가르마를 가운데 탔거나 바이킹 모자를 썼거나 부인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미개한 야만인들이 우르르 지구를 가로지르며 생각나는 대로 지도를 만들었다고 평가될 수는 없는 사람들이었다.

 

(61)

내 자신의 노래를 쓰겠다는 생각이 언제 떠올랐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포크송 가사와 공통점이 있거나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을 찾아낼 수 없었다. 나는 세상에 대해 느낀 것을 정의하기 위해 노래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점차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노래를 써야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자기 곡을 많이 가진 가수이고 매일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도록 뭔가를 변화시키는 기회가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이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의 방법으로 일하기를 원하면서 안개 자욱한 커튼 뒤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노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맞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삶보다 위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일어났고 자신이 보았던 이상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해해야 하고 고유의 언어로 나타내야 한다. 옛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이 앞서서 뛴다. 사물에 대해 생각할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나는 노래를 좋다’ ‘나쁘다로 보지 않고 오직 종류가 다른 좋은 노래들로 보았다.

 

(72)

가끔 상황이 변해야 하고, 변하고 있는 것을 안다. 샘 쿡의 노래 <변하게 될 거야(Change is gonna come)>처럼 느끼기만 할 뿐 깊이 있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사소한 일들이 변화를 미리 암시하지만 깨닫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본능적으로 자유로운 것을 이해한다. 질문할 필요가 없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마법처럼 빠르게 일어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둔한 굉음이 사라지고 그 순간이 온 것처럼, 눈이 활짝 열려서 갑자기 뭔가를 확신한 것이 아니다. 늘 낮에 일을 하던 사람이 어느날 해가 일찍 지고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과, 늦도록 일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사적으로 아는 일이다. 누군가 문을 확 열고 당신을 밀어 넣으면 당신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가끔 특별한 사람이 그것을 깨닫게 한다.

 

(116)

뉴욕시는 춥고 모호하고 불가사의한 세계의 수도였다. 7번가에 월트 휘트먼이 살면서 작업하던 건물이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가 참된 영혼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계속 출판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떠올렸다. 3번가에 있는 포우의 집 밖에서도 잠시 서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뉴욕은 사람의 이름이나 모습이 새겨지지 않은 블록이 없었고, 그것을 편견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항상 새롭고, 항상 변하고 있었다. 길 위에 사람들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167)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다차원으로 돌아왔다. 나도 놀랄 지경이었다. 몸이 약간 흔들렸지만 즉시 높이 날고 있었다. 이 새로운 일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어났다. 에너지의 차이가 감지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뿐이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에너지는 수많은 각도로부터 왔고,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새로운 능력을 가졌고 그것은 모든 다른 인간의 필요조건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도 얻었을 것이다. 새로운 연주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30년 이상 공연을 해왔지만 그 단계에 가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나를 새로 만들었어야 했다.

 

(169)

나는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바닥은 아니었다. 계획하는 일에 진전된 것은 없었고, 그것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전적으로 나 자신이 창조했다는 것을 육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모든 실린더가 순조롭게 작동하고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드시 모든 실린더가 순조롭게 작동하고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드시 새로운 청중이 필요했다. 당시 나의 청중은 내 음반을 좋아하기에는 다소 나이를 먹었고, 나를 새로운 가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들은 전성기를 지나 있었고, 그 반응은 습관적이었다. 그들은 공연을 보러 왔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불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를 발견해야 하는 청중은 어제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는 청중들이었다. 내 명성은 대단했으므로 축구 경기장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은 색다른 졸업장을 가지고는 아무 대학에도 들어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모터들 역시 나와 접촉하려고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종종 불을 켜고 달려들었으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179)

노래는 꿈과 같고 우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이상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노래는 열차의 침대칸이나 보트 위, 혹은 말 잔등 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전혀 노래를 쓰지 않는데 그것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노래들에서, 어쨌든 외부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를 나처럼 침울하게 만들었다 가끔 보고 듣는 것들이 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36)

우리는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면서 상황을 적절하게 만들어야 한다. 음반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슬퍼하는 순교자의 목소리가 되지 말아야 했다. 나는 고집을 포기했을 때 일이 되기 시작했다. 그의 많은 감정적인 실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우리는 무슨 친척이나 되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앞으로 올 많은 날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는 내가 가진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노래는 패배가 아니라 영광을 위해 씌어진 것이지만 이 곡들을 모두 합계를 내는 것이 내 인생의 전체 비전에 근접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과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도 처음 듣거나 보았을 때,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곡들 중에 몇 곡이 그랬다. 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고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311)

포크뮤직 무대는 아담이 에덴동산을 떠나야 했던 것처럼 내가 떠나야 하는 파라다이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떠나는 것이 최상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폭풍우가 몰아쳤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권운동과 징집영장 혹은 민권운동 같은 문제들이 폭발했고 사람들은 이 문제들을 헤쳐 나가기를 꿈꾸었다. 국민적인 정신이 변했고 여러 면에서 조지 로메로 감독의 공포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닮아 있었다. 길 바깥은 위험했고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몰랐지만 나는 아무튼 그 길을 따라갔다. 앞에는 번개를 가진 검은 구름이 잔뜩 낀 이상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오해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았으나 나는 곧장 그리로 갔고 그 안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세계는 신이 주관하지도 않았지만 악마가 주관하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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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 양철북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육아서를 잘 안 읽잖아. 엄마가 아빠한테 가끔씩 육아서를 읽으라고 할 때는 아빠가 너무 좋아하는 책만 읽었나 싶기도 하더구나. 책에 있는 내용이 다 맞는 것도 아닌데, 꼭 육아서를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야. 아빠는 너희들과 함께 마음 가는 대로 놀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은 조국 교수의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 소개된 책 한 권을 알게 되었어. 알렉산더 즈본킨이라는 러시아 사람이 쓴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일기>. 조국 교수님이 소개한 육아서라면 믿을 만 할거야.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가 자신의 아이들과 그 친구들을 모아놓고 수학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일을 적은 책인데, 그 아이들이 나이가 너희 또래와 비슷해서 책을 적당한 시기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 이 사람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 그는 자신과 아이들과 활동을 기록한 육아일기를 썼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까 책으로 출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대. 그리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한 수학 동아리를 통해 논문도 쓰고, 이 활동이 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구나. 책날개에 보니, 당시 러시아에서는 그가 쓴 일기는 유아 수학 교육의 고전으로 불릴만하다는 극찬을 받았고, 그의 이런 동아리 활동에 영감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했대. 지은이 자신도 교육적인 일에 하게 되고그 길로 전향을 해서 지금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로 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은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 아이들의 당시 기억을 더하고, 지은이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에 사실 아빠도 지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어.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주기적으로 시간을 잡고, 너희들의 눈높이에 맞게 놀면서 공부하는, 그런 것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지은이처럼 일기로 남길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더구나. 생각이 실천으로 가기까지는 얼마나 먼 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 그래서 지은이가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해. 아빠는 평일에는 늦게 퇴근하기 일쑤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어도 힘들다고, ",우리 각자 놀자" 이런 소리나 하고... 주말도 공부보다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밖에 나갔다 오면 지치고... 너희들이 마법천자문을 좋아하면서 전에는 그래도 잠깐 한자 공부를 했었는데... 너희들이 아빠와 함께 하는 한자 공부를 즐거워 했는데.. 그 한자 공부를 한 지도 무척 오래되었구나. 지난 주말에도 너희가 한자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에 하자고 했지.

요즘 우리 막둥이가 바둑 공부를 같이 하자고 해서, - 사실 아빠가 누군가에게 바둑을 가르쳐줄 실력이 못되잖아. - 어린이들을 위해 이세돌이 쓴 바둑책을 들고, 같이 하곤 했는데, 그것도 꾸준함을 잃어버렸지.. 생각해보니, 아빠가 좀 잘못했네^^ 그리고 1호는 좋아하는 학습만화 <놓지마 과학>을 보면서 같이 읽고 과학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한두 번 하고 말았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해볼까? 이번에는 시간표를 짜서, 좀 꾸준하게... 일이 있어서 못하면, 보강하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2.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은 1980년에 첫째 아이와 친구들을 대상으로 처음 수학동아리를 시작했고, 19813월부터 수학일기를 쓰기 시작했대.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의 나이가 만 4세에서 만 5세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목적은 먼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

======================

(48)

, 조금 이상하긴 해. , 어쩌겠는가, 내가 자꾸 말하는 걸 또 반복하자면 이렇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정해져 버린 진리를 알려주려고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내가해야 할 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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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어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잘 안될 때 혼자 화를 삭히는 모습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어. 논리적인 것에 대한 답을 물어볼 때, 아이들은 논리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 의해 답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이런 부분을 읽을 때면 아빠도 고개를 끄덕였단다. 어른의 사고방식과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

많고 적음의 크기에 대한 정의도 그랬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했어. 누군가 많고 적음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그들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면, 그들은 많고 적음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예를 들고, 길고 짧음을 많고 적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야. 이렇게 지은이의 수학동아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 둘 아이들을 이해해 나가는 계기도 되었어.

...

수학동아리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4명이라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내성적인 아이는 논리적 사고를 잘하고, 외향적인 아이는 기하를 잘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어.

...

 

3.

너희들 같은 어린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라고 하면, 보통 더하기 빼기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가끔씩 더하기 빼기 공부를 같이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왜 다른 분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었고, 그 수단으로는 게임이나 놀이를 이용했어. 집합, 확률, 조합, 순서도, 명제, 암호까지... 아빠도 지난 주말에는 이 책에서 확률에 관련 것을 너희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주사위 2개를 던졌을 때 두 주사위의 합이 어떤 게 많이 나오는지 해보는 거야. 1부터15까지 쓰고... 그래, 너희들도 몇 번 던지더니,, 1, 13, 14, 15는 나올 수가 없다면서.... 지우개로 지우려고 했잖아. 그리고 또 몇 번 굴리다가 12는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이유까지 정확하게 설명을 하면서 주사위를 굴렸어. 가장 먼저 20번이 나오는 숫자가 어떤 거냐고...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아빠는 당연히 7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7이 먼저 도달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10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을 했어.... 대략 난감...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른가 보구나. 그래도 이 게임의 원리를 설명해주어야겠다고 했는데, 너희들이 모두 배고프다면서, 식탁으로 가버렸어... 나중에 다시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아빠는 혼자 남아서 가만히 생각해봤어. 7이 나올 확률은 6/36. 10이 나올 확률은 3/36. 주사위의 합이 10이 나오는 개수가 7이 나오는 개수보다 먼저 20개에 도달할 확률은 얼마나 되지? , 머리 아프다...

...

이 책을 읽고, 확률에 대해서만 너희들과 함께 해보았는데, 너희들도 좋아하는구나. 이 책에 나온 다른 것들도 한번 해봐야겠구나. 너희들에게 확률이라는 지식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호기심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말이야.

...

그리고 마방진 게임도 했다고 하는데... 마방진을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은데.. 너희들에게도 한번 문제로 내봐야겠다... 너무 어려우면 가운데 들어가는 숫자는 힌트로 주어도 될 것 같고..

...

소수를 설명하는데 그렇게 신기한 방법이 있는 줄 몰랐어. 우리집에 바둑돌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더구나. 이것도 한번 너희들과 해봐야겠구나. 그러니까, 바둑돌 여러 개로 직사각형을 만들지 못하는 개수를 찾는 거야... 10개는 5개씩 2열을 만들면 직사각형을 만들 수 있고, 12개는 4개씩 3열을 만들면 되고, 15개는 5개씩 3열을 만들면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아닌 거야. 하지만, 13이나 17 이런 건 정확하게 직사각형을 못 만들어. 바둑돌이 부족하거나 남게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되는 거야.. 소수를 찾는 좋은 방법이구나.

...

해가 거듭될수록 난이도도 조금씩 올라가고아이들의 학습능력도 부쩍부쩍 늘었어. 두 배인 도형 만들기... 도형을 하나 그려 넣고, 그것에 각 변의 길이가 두 배인 닮음꼴 도형을 그리는 법,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꼭 기억해 두었다가 해봐야지... 그리고 15퍼즐도 아이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15퍼즐은 작은 퍼즐판인데 숫자가 1부터 15까지 써있는 정사각형이 있고, 칸은 16개가 있어서 그 안에서 그 정사각형 조각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숫자를 1부터 15까지 차례대로 정렬시키는 거.. 아빠도 어렸을 때 그거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숫자로 된 것도 있지만, 그림으로 된 것도 있었어.. 이 부분을 읽고, 이 퍼즐을 너희들에게 사주면 너희들이 재미있게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 퍼즐을 어디서 사지?

..

순서도에 대한 것도 그래..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순서도를 처음 본 게 고등학교 때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을 애들한테 가르쳐 주는 게 가능할까? 그는 그 순서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문제 해결하는 절차를 배우게도 하고, 나아가 설계도도 작성할 수 있게 했어. 그런 것을 보면서, 너희들을 비롯한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아빠와 같은 어른들이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에서 보고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적어봐야겠구나. 스피로그래프란 것이 있어. 지름이 다른 톱니바퀴들에 작은 구멍을 넣고 거기에 연필을 넣고 큰 톱니 안에 작은 톱니를 굴리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나와. 아빠도 어렸을 때 이런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놀이를 스피로그래프라고 하는구나. 이것도 어디서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하지? 이 책을 통해 아빠가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도 떠오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구나.

 

4.

이 책에는 재미있는 퀴즈들도 많이 나왔어. 이 책에서 본 8x8 면적의 네모가 13x5 면적의 네모로 변하는 놀라운 문제이건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비밀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이 있었단다. 아빠가 이 문제를 회사 사람들한테 내봤더니, 다들 신기해 하더구나.

그리고 21층에 사는 어린 아이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내려갈 때는 1층까지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는 18층까지만 올라오고 나머지 세 개 층은 걸어 올라온다. 왜 그럴까?

그리고 어떤 아이가 1층에서 5층까지 올라왔는데, 그만큼 다시 올라가면 몇 층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10층이라고 할 텐데, 신중함을 키우는 문제가 아닐까 싶구나.

..

지은이의 아이들이 수학만 한 것은 아니래.. 이렇게 영어도 하고, 다른 놀이도 했었어. 사실 아빠도 예전에 공동육아라든가,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어. 그래서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더 보고 싶었고, 읽으면서 계속 공감을 했었던 것 같아. 그러나 경제활동과 아빠의 내성적인 성격. 그리고 주변 환경공동육아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덮고, 아빠는 반성을 많이 했어. 공동육아는 둘째치고,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는 반성. 너희들이 무엇인가 하자고 하면, 자꾸 다음으로 미룰 핑계를 대고 말이야. 이 책을 읽고 아빠가 다짐을 했어. 일 년 일 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면, 너희들이 곧 커서, 아빠를 찾지 않은 나이가 될 텐데, 지금이라도 열심히 너희들과 몸을 부딪혀 놀고 공부하고 그래야겠다고다시 한동안 하지 않았던 한자공부부터 다시 해 볼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대하지 말고, 놀 듯 공부하듯 새로운 분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함께 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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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똑똑히 봐.”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나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로부터 몇 분쯤 지나 아버지는 좀더 멋진 바다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후 내게로 시선을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덜컥 겁이 났다. 눈빛이 굉장히 심각했다. 권투선수 시절에 오른쪽 눈꼬리에 새겨진 5센티미터 정도의 흉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우후, 하고 웃어 어떻게든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버지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저 넓은 세계를 봐그 다음은 네가 정해.”

오로지 그 말뿐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한 다음 미련 없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해변을 벗어났다.

 

(65)

아버지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주춤거리다가 왼팔을 쭉 뻗은 채 왼쪽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내가 다시 아버지와 마주하게 되자 아버지는 말했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너는 그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늙은이같이.”

아버지는 싱긋 미소지은 후 말했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어.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의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당연한 일이지만 얻어맞으면 아플 것이고, 상대방을 때리는 것도 아픈 일이다. 아니 무엇보다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도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원 안에 가만히 있는 편이 편하고 좋을 텐데.”

 

(85)

넌 맨날 소설만 읽는구나.”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런 인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거야.”

정일이는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띤다. 그러면 나는 왠지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8)

이런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232)

아버지는 멍한 시선으로 앞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죽어버린 삼촌을 생각했다. 일본에서 북조선까지 비행기를 타면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을까? 두 시간? 세 시간? 나는 비슷한 시간에 한국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북조선에는 갈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깊은 바다가? 넓은 하늘이? 인간이다. 돼지 같은 놈들이 대지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자기 영역을 주장하면서 나를 몰아내고 삼촌을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믿을 수 있겠는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세계가 놀랄 만큼 좁아진 이 시대에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장소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북조선 땅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으스대다 썩어갈 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261)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분류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알아, 너희들이 우리를 재일이라고 부르는 한, 언제든 물려죽어야 하는 쪽이라구. 분하지 않냐구. 내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빌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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