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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2호 - 2017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0년 경 아랍의 봄을 불러 일으킨 재스민 혁명이라는 것이 있었어.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에서 생긴 이후 이웃나라에게 번진 반정부 시위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으로 오랜 아랍의 독재도 무너지기도 했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했어. 정부군의 탄압과 그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에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어.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정부 시위가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단다. 몇
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큰 사고나 인명 피해 없이 이어지고 있어. 수백만
명이 촛불 하나씩 들고 같은 마음으로 한 장소에 모여서 이루어지는 혁명. 촛불 시위라고 부르고들 있지만, 이 촛불 시위는 곧 혁명과 유사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촛불
혁명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구나. 이 촛불 혁명이 부패한 대통령 한 명을 내쫓으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좀 더 넓혀서 모순 덩어리로 변해버린 대한민국 시스템을 바꾸는 그런 혁명이 되었으면 좋겠어. 왜 그렇게 권력은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그 동안 시민들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그런 무관심을 비판하는 시각도 그 동안 많았지. 그런데 몇 달 동안 이어진 이 촛불 혁명은 많은 의미를 남기고 있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우리나라 시민들의 품격 있는 정치 의식을 알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그런 촛불 시위와 시민권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리고 이번 촛불 시위를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는데, 촛불 시위를 정리해주는 듯 해서 아빠도 한 자 한 자 따라 적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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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광화문이다.
- 김해자
유모차도 오고 휠체어도
왔다.
퀵서비스도 느릿느릿 중절모도
왔다.
촛불을 들고 실업자도
잠시 실업을 잊고 왔다 누군가는 오늘도
굳게 닫힌 일터를 두드리다
왔고 누군가는 종일 서류더미에 묻혀 있다 오고
장사하다 오고 고기 잡다
오고 공부하다 오고 놀다 오고 콩 털다 오고 술 마시다 왔다.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 있지 않겠다와 더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이다.
기울어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불의한 명령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내가 든 촛불은 불의와
탐욕과 거짓이 일용할 양식인 자들에게
더이상 우리의 주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명예선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므로.
어느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으므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은 하던 짓을 계속할 것이고
의원들은 그냥 팔짱을
낀 채 아무 법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뻔뻔하게 빼앗아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기억나지 않는다’와 ‘모른다’만 아는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군대를 불러 국민에게 총구를 돌릴지도 모른다.
광장과 공용의 마당을
빼앗긴 민중에게 남은 것은 골방의 한숨과 눈물뿐,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광장을 이 작은 촛불 한 자루로 탈환했다.
50만 100만 150만 200만 250만
점점더 많은 촛불이 광장에 켜지고 있다.
빛이 사방을 덮어 그
빛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光化門),
빛을 밝혀 좋은 방향으로
화해해간다는, 여기가 바로 광화문이다.
촛불 들고 당산나무를
도는 산골과 밤을 밝히는 시장통과
대구 부산 광주 영월
보령 목포 흑산도 진도 거문도...
우리가 먹고 살고 사랑하고
만나고 모여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빛이고
광화문이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지금 내 옆의 어느 누구도
저들처럼 무책임하고 무능하진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그렇게 남아돈다는데... 집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보통사람인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살아가는 어려움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들 공부들을 많이 했다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몰상식하고 파렴치하진 못할 것이다.
이게 지도자입니까? 이게 땅에 발을 디딘 사람 맞습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모여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땅에 발을 대고 상식으로 빚은 팔을 휘두르며
양심으로 걸어와 우리
옆에 앉는 보통 인간의 얼굴이다.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
당도 대통령도 우리의
절대희망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대통령도 정당도 모른 채
즐겁게 밥 먹고 평화롭게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도 되는 세상이다.
좋은 세상이라면 왜 알아야
하는가,
공기처럼 바람처럼 빛처럼
생명을 주는 것들은 다 소리도 형체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있을 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심판도 단죄도 받지 않은 거짓과 비리,
민주주의를 짓밟고 고문하고
죽이고도 출세와 이권을 챙긴 불의한 관료,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국민들 고혈을 짜낸 탐욕스런 재벌,
아아 나스닥이여, 그들은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
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졌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동안 가난과 공포와 불안도 대물림되었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를 기약할 수 없다.
이 모든 세습을 탄핵하라
우리가 든 촛불은 새로운
주권의 역사를 여는 첫 장,
이 촛불은 몽땅 쓸어서
가진 자들 아가리에 처넣은 얼굴 없는 귀신들에게
더이상 수저를 올리지
않겠다는 각성의 빛,
이 촛농은 먹고사느라
나 몰라라 했던 통회의 눈물,
힘없는 자에게 힘 있는
자 적이 되는
이 모든 억압과 불평등을
불 싸지르기 위하여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한 사람이 촛불 밝혀
한 사람이 더 밝아지고,
두 사람이 촛불 밝혀
두 사람이 더 따뜻해지고,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민주주의 만세!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낮지 않은,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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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에 여러 유명한 사람들도 같이 동참해주고 있단다. 그 참여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란다. 이번 호에서는 연예인 김제동과 대담을 글로 실었단다. 촛불 시위에 가장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연예인이 바로 김제동이란다. 김제동의
입담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는 정부에 미운 털이 박혀서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는 연예인이
된 지 오래란다. 그는 시청률을 올리는 보증수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관 방송이 된 공중파들은 그를
출현시킬 수 없는 거야. 김제동은 이런 조치에 대해 굽신하지 않고 더욱 정부 비판에 적극적으로 행동했어.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게 되었을 수도 있어.
정의로운 행동에 사람들의 호감이 느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 책에 실린 김제동의 대담을 보고
김제동이 그저 입담만 좋은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헌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헌법을 대하는 자세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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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될 법이라기보다 우리(국민)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언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헌법에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헌법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와야 되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저 사람들이 권한문서를 가지고
마치 자기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왔고, 사람들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단 말이에요. (그러나)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국민만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들이 거꾸로 이용해왔던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에요. –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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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추첨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갖고 있단다. 추첨
민주주의란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좀더 현실적으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한 가지를 제안하였단다.
시민 의회. 이것도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냐. 국가의 중요 쟁점이 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마련할 때, 국회에서의
결정이 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시민 의회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지. 만약 이런 제도만 있어도,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든가, 핵발전소 등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우리는 잘못된
민주주의 제도로 인해 힘들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렇듯 시민 의회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도
빼앗지 않고, 그들 스스로도 정책 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시민과 나눌 수 있으니,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직 그들의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생각만 갖지 않는다면 말이야. 또는 자신의 결정을 자신의 부 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런 시민 의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도 진지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구나.
2.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 같구나. 이번에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대통령 한 명 뽑는 것으로 이번 촛불 혁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면… 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되자면 개헌도 같이 이루어져야겠지. 하시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개헌을 하더라도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일부 대선 후보들 중에는 개헌을 대통령 선거 전에
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30년이 넘은 헌법을 바꾸는데, 그렇게
급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천천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오랫동안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잘못된 우리나라의 시스템도 같이 개혁하고 말이야.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우리나라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이야기하였단다. 그러면서 4가지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선거 제도 개혁,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재벌 개혁, 중앙집권 구조 깨기가 바로 그것이야.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구나. 모순덩어리 시스템 때문에 열 받는 일 좀 없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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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개혁의 4대 과제
(중략)
첫째,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엉터리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가 제대로 구성되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재벌개혁이든 검찰개혁, 행정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이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중략)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려면 2017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절차에 대해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중략)
셋째, 재벌개혁을 해야 하고, 검찰, 사법, 행정 등에 만연한 특권, 기득권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재벌로 드러났다. 재벌들은 그동안 뇌물, 로비 등의 음성적인 방법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왔다. 이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넷째, 중앙집권구조를 깨는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하고, 수직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잘해보려고 하는데 중앙정부가 그것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지방분권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의 만주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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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에 미운 털이 박힌 쿠바. 온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쿠바는 세상에 외면을 받았어. 특히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러시아에서 지원하던 것 마저 끊기고 그들은 어려움에 처해졌어. 그렇다고 쿠바는 그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무릎을 꿇은
것도 아니었어. 그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해결책을 찾아냈단다. 그들은
자원 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도 커다란 문제였대. 그래서 그들은 유기농 야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육류를
적게 소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건강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뿐만 아니라 석유 공급도 차단되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게
되었고, 오늘날 1만개의 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태양에너지를 개발 중이래. 이런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공급의 15%나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주변 국가로부터 석유를
제공받게 되었는데도 그들은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개발은 여전하다고 하는구나.
그들이 비록 미국에 규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을 실천해나갔지만, 그들을
통해 탈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들에게 이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지만…. 녹색평론에서 쿠바
이야기를 자주 싣기는 했지만, 이번 호에 실은 이유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단다. 오랫동안 쿠바를 통치해왔던 피델 카스트로가 작년 11월에 죽었기
때문이었어. 그가 집권한 오랜 시절 늘 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쿠바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수명도 길고, 유아사망률도 낮고,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무료로 식품을 배급하고, 무료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전기나 수도에 보조금을 주고, 값싼 주거비용을 가능하게 했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미국 중심의 역사 평가만을 믿어서는 안될 것이란다.
다른 꼭지들도 더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