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7)

이 문제와 관련해 과거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대기권은 정확하게 구분되는 경계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대기의 밀도가 옅어질 뿐이니까요. 그래서 이 밀도의 변화에 따라 고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고도 100km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100km로 정했을까요? 그 이유가 일반인에게는 의외라고 여겨질 수 있는데요, 그냥 100이 딱 떨어지는 편한 숫자라는 것이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85)

달은 1년마다 대략 3.8c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재미있게도 지구에 있는 바다 때문입니다. 달은 거대한 중력으로 바닷물을 끌어당깁니다. 달이 가까워서 바닷물을 많이 끌어당기면 썰물이 되고 해변이 넓게 드러나죠. 반대로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면 중력이 약해져 바다가 평평해지면서 밀물이 되고 해변 끝까지 바닷물이 차오릅니다. 그 속도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어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는 뻘에 있던 사람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107)

외계 행성을 지구화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걸 테러포밍(Terraform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일론 머스크처럼 핵폭탄을 이용하겠다는 것 말고도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긴 합니다. 화성의 우주 궤도에 어마어마한 반사경을 올려 인간이 거주할 지역에만 햇빛을 집중적으로 쏜다거나 화성에 탄소가스를 내뿜는 공장을 대량으로 지어 온실 효과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지금 현재 과학 기술로는 많은 한계가 있는 주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제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생각하면, 현재 지구가 직면한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각자가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더 사랑한다면 굳이 화성에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140)

인류의 진화 과정을 추론해봐도 왜 부정적 사건을 더 강하게 기억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원시 인류가 새로운 거주지에서 식용 가능한 식물을 찾는 과정을 떠올려봅시다. 낯선 열매들을 살펴보다가 먹어도 될 것 같은 외관을 가진 열매 하나를 따서 살짝 맛을 봅니다. 운 좋게도 달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그러면 그다음에도 따 먹을 수 있게 기억해둡니다. 그러다가 다른 열매의 맛을 봤는데 이번에는 쓴맛이 나며 혀가 얼얼해지고 복통에 시달립니다. 이번에도 다음번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기억에 남겨둡니다. 생존을 위해 어떤 기억을 더 오래 남겨둬야 할까요?


(208)

물리학자 중에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리사 랜들이라는 유명한 분이 있습니다. 이 물리학자가 <주기적 운석 충돌의 방아쇠로서 암흑물질>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리사 랜들은 원반 형태의 우리 은하 근처에 거대한 암흑물질이 이중 원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우리 은하의 태양계를 포함한 모든 별은 수평으로만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회전목마처럼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돌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의 진동이 완성되는 데 총 주기가 6,000만 년입니다. 그러니까 딱 3,000만 년마다 위로 한 번 지나가고 아래로 한 번 지나가고 하는 거예요.


(259)

핵융합은 다릅니다. 만약 인류가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최초로 불을 건네준 이후, 최대의 사건이 되겠죠. 핵융합의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로서 고갈될 염려가 없고 핵분열과 달리 부산되는 방사성물질이 적어 훨씬 안전합니다.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영구적인 에너지원이 되겠죠. 이렇게 인류의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상상해보세요. 도대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저는 짐작이 잘 가지 않을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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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2 - 서쪽 마녀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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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위키드 2권이야기를 해줄게. 부제는 <서쪽 마녀 이야기>란다. 위키드 시리즈가 모두 6권인데, 위키드 1권과 2권은 엘파바에 관한 이야기란다. 1권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많이 각색되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은 원작 소설 나름의 재미가 있더구나. 엘파바가 단순히 서쪽 마녀로만 기억되기에는, 진취적이고 사회를 개혁하려는 사회운동가의 활동이 더욱 돋보였단다. 1권에서도 보면, 동물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시즈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고 에메랄드 시에서 비밀조직에서 활동하면서 모담 모리블 암살을 준비 했었잖니. 그 거사가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야.

이제부터 <위키드> 2권의 이야기를 하긴 할 건데, 아빠의 기억력과 메모가 잘못되어 줄거리가 잘못된 부분도 있을 거야. 그걸 감안해서 들어주길 바란다.

2권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7년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엘파바는 수녀원에서 은둔하며 환자들을 돌보며 지냈단다. 모담 모리블의 암살 계획이 실패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엘파바는 불륜이긴 하지만, 자신의 연인이었던 피예로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단다. 이후 엘파바는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서 7년을 보내고, 리르라는 소년 한 명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리르의 나이로 봐서는 엘파바의 아들로 추정되는데, 명확하게 엘파바의 아들이라고 지은이도, 엘파바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엘파바는 피예로의 죽음 소식을 그들의 가족에서 알려주기 위해 키아모코로 향한단다. 가는 길에 코끼리 여왕인 나스토야 여왕을 만나서 까마귀 세 마리를 선물 받고, 벌들과 킬리조이라고 부르는 개, 목숨을 살려준 원숭이 치스터리가 엘파바와 리르를 동행하게 된단다. 키아모코에 도착해서 엘파바는 피예로의 아내인 사리마를 만난다. 사리마는 다섯 명의 여동생과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어. 엘파바는 피예로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하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용서를 받으려고 했지만, 사리마는 듣지 않겠다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막았단다. 그래서 나중에 사리마의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동생들도 언니에게 단단히 명령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했어. 사리마와 동생들도 피예로가 에메랄드 시에서 부적절한 일, 그러니까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대상이 그린다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엘파바의 말을 막은 것 같았단다. 엘파바도 나중에 다시 기회 있을 때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단다. 사리마와 가족들은 엘파바와 리르를 환대해주었고 사이 좋게 지냈단다. 엘파바가 키아모코에 머물면서 사리마와 친해지고, 리르도 사리마의 아이들과 어울려 지냈단다.

 

1.

사리마의 아이들은 엘파바를 마녀 아줌마라고 불렀단다. 사리마의 아들 마넥이 장난으로 리르를 우물 속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그곳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마넥은 그 일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서 하루가 지나서야 리르는 발견되었어. 다행히 죽지 않고 깨어났고, 리르는 우물에 스스로 들어갔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엘파바는 마넥의 짓이라고 의심했단다. 엘파바가 마넥을 의심하면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커다란 고드름이 마넥의 목에 떨어져 마넥은 고드름에 찔려 그만 죽고 말았단다.

키아모코에 엘파바의 유모가 찾아왔어. 이제 유모도 많이 늙으셨어. 유모는 고향인 먼치킨랜드의 소식도 전해주었어. 먼치킨랜드의 영주는 모계로 이어졌는데, 엘파바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린 엘파바와 네사로즈를 대신하여 엘파바의 아버지 프렉스가 맡고 있다가 딸들이 커서 영주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단다. 그러면 첫딸인 엘파바가 영주의 일순위였지만, 엘파바가 잠적하였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먼치킨랜드의 영주는 네사로즈가 맡게 되었단다. 네라로즈는 오즈로부터 먼치킨랜드를 분리 독립하려고 했단다.

어느날 군대들이 키아모코에 몰려와 숙영을 하게 되었어. 엘파바는 그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것을 반대했지만, 사리마는 그들도 손님이라면서 머무르게 했단다.

사리마의 딸 노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날 엘파바의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를 하다가 빗자루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단다. 빗자루를 타고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엘파바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 빗자루를 수녀원에서 야클이라는 하는 노수녀로부터 받은 거야. 엘파바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을 연습했단다. 처음에는 제어가 잘 안되었어.

점점 연습을 하니 빗자루를 제어하면서 날 수 있게 되었단다.

….

어느날 아버지 프렉스로부터 연락이 와서 아버지를 찾아갔단다. 빗자루를 타고 십 수 년 만에 고향인 먼치킨랜드에 찾아갔단다. 아버지를 만났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네사로즈가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서 엘파바에게 네사로즈를 도와 주라고 이야기했어. 엘파바는 네사로즈도 십 수 년 만에 다시 만났단다. 네사로즈는 다리가 불편하여 설 수 없었는데, 아버지가 준 보석구두에 그린다가 마법을 걸어 주었는데, 그 보석구두를 신고 이제 설 수 있게 되었단다. 네사로즈도 언니와 다시 만난 것에 기뻐했지만, 먼치킨랜드 독립이라는 자신의 뜻을 굳히지는 않았어. 네사로즈는 자신이 죽으면 보석구두는 언니에게 주겠다고 했단다. 네사로즈가 시민들의 뜻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통치를 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네사로즈를 동쪽의 사악한 마녀라고 불렀어.

....

먼치킨랜드에서 동생의 뜻을 굽히도록 설득하지 못한 엘파바는 다시 키아모코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유모와 리르를 빼고는 모두 사라져버렸어. 군대가 사리마와 가족들을 끌고 갔다고 했어. 엘파바가 그들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어디로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단다. 엘파바는 키아모코에서 유모와 리르와 동물들과 지내게 되었단다.

 

2.

7년이 흘렀어. 키아모코에서 지내고 있는 엘파바를 사람들은 서쪽 마녀라고 불렀어. 어느 날 먼치킨랜들에서 슬픈 소식이 전해졌단다. 동생 네사로즈가 죽었다는 거야. 회오리 바람과 함께 날아온 집에 깔려 죽었다는 아주 허망한 소식이었단다. 이 부분부터는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와 많이 중첩이 되는데, 두 이야기가 크로스되어 더 재미있었단다. 엘파바도 네사로즈의 장례식에 참석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정말 오랜만에 그린다를 만났단다.

그린다가 그곳에 온 이유는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였어. 네사로즈의 유품인 보석구두가 있었는데, 그린다는 그 보석구두가 먼치킨랜드에 있으면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여 도로시에게 주고 도로시를 에메랄드 시로 보냈다고 했어. 엘파바는 그 구두는 자신의 것이라고 했어. 네사로즈가 7년 전에 이야기했다고.. 자신이 먼저 죽으면 보석구두는 언니가 가지라고 말이야. 엘파바는 도로시를 쫓기 위해 에메랄드 시로 향했단다. 에메랄드 시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게 되고, 뜻밖에도 사리마의 딸 노르가 오즈의 마법사에게 잡혀 있었어. 엘파바는 노를 구하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하고 말았단다.

엘파바는 시즈 대학에 아직 마담 모리블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키아모코로 돌아가기 전에 시즈 대학에 들렀단다. 십 수 년 전에 죽이지 못한 마담 모리블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마담 모리블을 만나기는 했는데, 마담 모리블은 엘파바를 만나기 불과 몇 분 전에 죽고 말았단다. 엘파바는 자신이 마담 모리블의 목숨을 끊지 못한 것에 억울해하며 이미 죽은 마담 모리블을 트로피로 내려쳤단다. 그리고는 자신이 마담 모리블을 죽였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어. 엘파바에게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기면서 이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기도 했어.

키아모코에 돌아온 엘파바얼마 후에 도로시와 친구들이 자신이 죽이러 온다는 소문을 접했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엘파바는 피예로가 죽지 않고 않고 허수아비로 변장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단다. 그래서 엘파바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러 온다는 소문을 듣고도 피예로를 만날 생각에 그들을 빨리 환대하려고 했단다. 그래서 그들을 안내해줄 개들을 보냈는데, 도로시 일행은 개들이 자신을 죽이러 오는 줄 알고 그 개들을 죽였단다. 까마귀들과 꿀벌들을 보냈을 때도 마찬가지로 도로시 일행은 자신을 죽이러 오는 줄 알고 모두 죽였단다. 꿀벌들이 도로시 일행에게 올 때 허수아비는 자신의 몸을 모두 해체하여 막아냈는데, 이것을 엘파바가 모두 지켜보고 허수아비가 피예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을 했단다.

도로시 일행은 결국 성에 도착을 했단다. 도로시는 엘파바를 보자마자 사과를 했어. 자신과 함께 날아온 집에 의해 본의 아니게 동생 네사로즈가 죽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이곳에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라고 했단다. 하지만 엘파바는 흥분하여 빗자루에 불을 붙여 도로시 일행을 위협했는데, 잘못하여 그 불이 엘파바의 옷에 붙고 말았어. 이 때 도로시는 그 불을 꺼서 엘파바를 구해주려고, 양동이의 물을 엘파바에게 끼얹었어. 그래서 불이 꺼지긴 했는데, 엘파바도 그 물에 그만 녹아서 사라지고 말았단다. 엘파바에게 최대의 적이 물이었다는 것을 도로시가 몰랐던 거야. 그래서 허망하게 서쪽 마녀 엘파바도 죽고 말았단다.

도로시는 의도치 않게 동쪽 마녀와 서쪽 마녀를 모두 죽이게 되었어. 엘파바의 소유물인 초록색 약병을 들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갔단다. 그 초록색 약병을 보고 오즈의 마법사는 깜짝 놀랐단다. 그것은 자기 것이었어. 그러니까 엘파바는 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딸이었던 거야. 하지만 너무 늦게 알아버렸구나얼마 후 오즈이 마법사는 오즈를 떠났단다. 그리고 얼마 후 도로시도 오즈에서 사라지고 소문만 무성하게 남았다고 하는구나.

여기까지가 <위키드> 2권의 이야기란다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두어 주 지나서 일부 잘못된 기억력으로 적은 부분도 있을 거야. 나중에 너희들이 읽으면서 아빠가 잘못 기억하는 부분을 알려 주길 바래. 아빠가 소설 <위키드>를 읽은 것이 뮤지컬 영화 <위키드> 2편을 기다리면서 원작 소설을 읽는 재미로 읽은 것인데, 몇 번 이야기했듯이 각색이 많이 되어 등장인물만 같은 다른 이야기를 읽은 기분이구나. 나중에 영화 <위키드> 2편을 볼 때 소설과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구나.

<위키드> 3권의 부제를 슬쩍 봤더니 <리르 이야기>더구나. 리르는 엘파바의 아들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소년이었는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7년차 수녀가 떠나던 날, 버사 수녀는 품에서 큼직한 쇠로 된 열쇠를 꺼내어 창고 문을 열었다.

책의 끝 문장: “아직 못 나왔어.”


"그리고 여자 애들한테는 차가운 분노가 있어야 해요. 여자 아이들은 싸늘하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 사그라지지 않는 원한, 용서하지 않는 재능과 협상을 회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무슨 얘기를 할 때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그건 세상에서 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살아야 하는 데 대한 보상이에요. 남자에게 맞서 싸움을 해 이기면 자기 방식대로 계속 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거죠. 여자한테 맞서면 온 우주가 다시 한번 다 바뀌어요. 왜냐하면 차가운 분노는 멸시와 모욕에 관한 한 어떤 문제에서든 언제까지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를 풀지 않는 법이니까요." 사리마는 피예로에 대해, 리르에 대해 입 밖에 내지 않는 비난을 던지며 엘파바를 쏘아보았다. - P115

"약에 대한 진실은 여러분이 말한 것 중 그 어느 것도 아니야. 당신들은 악의 한쪽 면, 즉 인간적인 면만 발견했어. 영속적인 면은 그늘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니면 그 반대이든가. 옛날 속담 같은 거지. 껍데기 속의 용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보려고 껍데기를 깨는 순간 용은 더 이상 껍데기 속에 없을 테니까. 악의 본질은 비밀스러움이기 때문에, 이 질문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어." - P257

종교라는 꼬챙이가 몸 전체를 꿰뚫고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의식할 것이다. 그런 사람의 정신적, 도덕적 체계에서 종교라는 언월도를 뽑아낸다면 제대로 서 있기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초원의 하마가 섬유질의 소화를 돕는 유독한 작은 미생물들을 몸속에 품어야 하듯이 인간도 종교를 품어야 하는 것일까? 종교를 벗어 버린 사람들의 역사는 종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그 진부하고 아이러니한 종교란 그 자체로 필요악인가?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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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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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우 님의 <레지스탕스>라는 책이란다. 이우라는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목 <레지스탕스> 때문이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2차세계대전이 배경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어떤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책 소개도 제대로 안 보고 책 제목만 보고 선택한 아빠가 잘못이 있지만, 나름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시작할게.

기윤. 미술 전공. 서른 살을 앞든 나이에 첫 전시회를 열었단다. 그러나 보기 좋게 망하고 지도교수 마저 혹평을 내놓았어. 미술에 소질이 없나, 접어야 하나, 싶었지. 전시회를 마치고 고향 집에 내려와 쉬고 있다가 옛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단다. 다들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자신만이 이루지 못할 꿈을 쫓는 기분이었어. 친구 수형이는 기윤에게 절친이었지만 한 동안 잊고 지내던 민재 이야기를 꺼내서 기윤은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된단다.

 

1.

기윤은 비평균지역에서 3순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아버지와 심한 다툼까지 했어. 아버지는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라면서 고등학교 재수를 하라고 했지만, 누가 고등학교를 재수하겠니, 기윤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그 3순위 고등학교에 입학했단다. 수형과 친했는데, 에어맥스 나이키 운동화를 계기로 일진에서 짱을 먹고 있는 상민과 친해지게 되었단다. 기윤은 일진 애들이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일진의 짱인 상민과 친해졌으니 기윤도 일진의 멤버가 되었어. 상민은 기윤에게 잘 해주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일진의 힘으로 해결해 주기도 했어.

그런데 얼마 후 새로 나온 에어맥스 신상품을 샀는데, 그것이 상민의 심기를 건드렸어. 그 전에 에어맥스는 상민의 에어맥스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신발이었는데, 이번 에어맥스는 상민의 에어맥스보다 더 비싸고 좋은 것이었어. 이것이 상민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었어. 이후 기윤은 일진에서 빠르게 왕따를 당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어. 점심시간에 상민의 무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식당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 갔단다.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대출만 했다가 읽지도 않고 다시 반납했어. 독서왕은 되고 싶으나 책은 읽기 싫었거든

2학년이되고 인근 커다란 종합병원장 아들 서민재가 전학을 왔단다. 종합병원장 아들이 왜 이런 학교에 와? 다들 의문이 들었지만 사정이 있겠지? 라는 생각하고 물어보지는 않았어. 민재는 늘 책을 끼고 다니는 아이였어.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짱 박혀 있는 기윤과 늘 책을 끼고 다니는 민재가 만날 확률은 무척 높을 수 밖에 없었어. 민재가 읽으려는 책을 기윤이 대출하고 있어서 그들은 처음 말을 섞게 되었단다.

이후 민재는 기윤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기윤은 읽지 않았으니 대충 얼버무렸단다. 그리고 난생 처음 책을 읽어 보았단다. 둘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절친이 되었고, 우연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둘이 갇히는 사고가 나서 좀더 친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어, 기윤은 인간 민재를 조금 알게 되었단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 서울에 있는 과학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사고나 나서 크게 아픈 다음 다시 2학년부터 다시 학교를 다녔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전학을 온 곳이라고 했어. 그럼 형이라고 불러야 하냐고 하자, 생일이 빠른이라서 나이는 똑같다고 했어. 그냥 친구하자고그리고 민재는 시인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둘은 절친이 되었지만, 기윤은 여전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성적을 조작하다가 부모님과 선생님께 걸려 크게 혼나기도 했어. 반면 민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시험을 볼 때마다 일등을 했단다. 아무튼 둘은 엄청 친해졌단다.

 

2.

어느날 기윤은 민재의 집에 놀러 갔어. 민재의 집안 분위기는 무척 무거웠지. 민재의 아버지는 무서운 분으로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신대. 민재의 또 하나의 꿈은 아버지의 억제로부터 해방하는 것이었어. 민재의 어머니는 민재가 열한 살 때 암으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새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민재는 이모라고 부르고 있었어. 딱 봐도 민재가 집에서는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수학여행 때 친구들과 진실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민재의 이전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알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 이에 민재는 크게 당황하고 충격을 받아 그 자리를 뛰쳐나갔어. 나중에 기윤이가 민재를 찾아왔는데, 민재는 그때 숨겨두었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모두 이야기해주었어. 민재는 이전 학교에서 교생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둘은 비밀 연애를 했어. 그런데, 실수로 선생님과 함께 찍은 적나라한 사진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모든 학생들이 그 사진을 보게 되었고, 민재는 놀림과 조롱을 당하게 되었어. 그리고 교생선생님은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 자살하고 말았단다. 교생선생님이 죽고 민재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죽기 전에 발견되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단다. 한참 입원을 하다가 학교에 갔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전학 온 것이라고 했어. 민재의 아픈 과거까지 다 들은 기윤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어 더욱 친해지게 되었단다.

..

기윤은 일진들에게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기윤은 더 이상 당하지만 않겠다면서 상민에게 반항을 했어. 상민과 무리들은 기윤을 불러내어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는데, 이때 영화처럼 민재가 나타나 기윤의 편에 써서 싸웠단다. 얼마 후 민재가 오기 전에 부른 경찰들이 출동하면서 싸움을 끝이 났단다. 이 일로 학교에서는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상민의 친구 관석은 퇴학 당하고 상민은 전학을 가게 되었어. 기윤과 민재는 당한 입장이라는 것이 밝혀져 일주일 정학으로 마무리가 되었단다. 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몰래 학교 강당에서 둘 만의 파티를 하기도 했단다.

 

3.

3이 되었어. 새로운 선생님이 한 분 오셨어. 별명은 독사. 감 오지? 독사는 두발 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학교 규범을 군대식으로 했어. 학생들은 독사의 압제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따라야 했어. 민재는 독사를 보고 있을 수만 없다면서 기윤에게 함께 저항하자고 했어. 레지스탕스, 저항 조직을 만들자고 했단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까지 설득하여 독사에 저항하는 레지스텅스 지하조직을 만들었어. 멤버는 모두 여섯 명. 먼저 게릴라 작전을 펼쳤어. 계란을 투척하고 벽에 독사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적기도 했어. 그들은 은밀하게 일을 벌여 누가 일을 벌였는지는 아무도 몰랐어. 학생들은 반응은 좋았지. 선생님들도 의견이 나뉘어 독사 선생님의 규제를 비난하는 선생님들도 있어.

하지만 민재는 이런 게릴러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어. 아직은 모르지만 뭔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했지만, 학생들의 호응을 크게 받아 기분이 좋아진 기윤은 게릴라 작전의 확대하자고 했어. 둘은 이 일로 말다툼도 했단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는 민재가 실명으로 쓴 대자보가 붙었어.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신문기자까지 불러서 학교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했어. 결국 학교장이 나서서 민재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결했단다. 역시 펜이 칼보다 강했던 거야.

다시 기윤과 민재는 친해졌고, 둘은 함께 제주도 일주 여행도 다녀왔어. 그리고 고3답게 공부도 열심히 했단다. 민재는 당연한 듯 의대에 합격했어. 그런데 민재는 의대 입학이 아닌 모험을 계획하고 있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까지 갔다가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돌아오는 계획이었어. 하지만왠지 불안불안 하더니만, 지은이는 이 소설을 비극으로 끝을 내려고 마음 먹은 것 같구나. 출발을 위해 페리호를 타는 날, 페리호를 타기 전에 기윤과 약속을 했는데, 기윤을 만나러 오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기윤은 통곡을 하며 슬퍼하였지만, 민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단다. 기윤은 자신만의 장례식을 한번 더 했단다. 민재가 남긴 시들을 모아 책을 만들고, 그 책을 고등학교 명예의 전당에 몰래 갖다 두었단다. 민재는 기윤에게 우상이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하다고 생각했어.

….

소설은 다시 서른 살을 앞둔 기윤의 시간으로 돌아왔어.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모방을 한 것이라는 깨닫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소설이 재미있게 잘 읽히기는 하지만, 익숙한 플롯과 예상되는 줄거리가 다소 아쉬웠단다. 그래도 충분이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고 총평을 하고 싶구나. 지은이 이우 님의 다른 책들은 어떤 책이 있는지 한번 살펴도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어둠이 물들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그림 속 보잘것없는 사내는 이제 더 이상 민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너는 왜 구레나룻을 기르고, 통바지를 입고, 그렇게 요란한 신발을 신는 거야?"
"글쎄, 멋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일종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그래, 멋으로 저항을 하는 거지. 이 재미없고 감옥 같은 학교를 향해서."
- P17

"이곳처럼 야생적이지 않았어. 이미 학생들도 학교를 초월한 어른들의 가치가 물들어 있었거든. 권력지향적이고 자본주의적이었다고 할까. 부모님이 어떤 직업이고 알만큼의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을 세습하고 부를 상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지.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무언가를 성취한 거나 다름없었거든. 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갖고 있으며 어떤 학교를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었지. 이러한 잣대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애들끼리 몰려다니며 어른들과 유사한 권력 놀이를 했어. 오히려 물리적인 힘에서 오는 권력은 야만스러운 것에 불과했지.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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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게 삶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어떤 연역적, 논리적인 추론의 산물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보고 체험한 끝에 경험적, 직관적인 판단이다.


(32)

스탈린과 히틀러 같은 비범한 사람들인류를 구원하려는 신념에 입각해 모든 종류의 폭력을 사용할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구축했던 사회체제를 가리켜 우리는 전체주의라고 한다. 이 체제는 인간의 생명과 권리를 학살하고 억압하는 제도화된 악이었다.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대량 학살을 저질렀던 수많은 부하들이 전당포 노파 자매를 죽인 것 때문에 라스꼴리니꼬프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죄악을 저지름으로써 어떤 선한 목적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핟. (전체주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나치의 마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독일 출신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추천한다.) 인류는 20세기의 전체주의 경험을 통해 나쁜 수단으로는 결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51)

너는 지식인이야.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관료화한 정당과 정부 안에서 국회의원,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비판적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71)

19세기 유럽 자본주의국가의 노동 대중이 처했던 극단적 빈곤과 전적인 무권리 상태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노에 공감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그에 버금가는 고난을 겪는 것을 나는 보았다. 또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할 방법을 모색한 그의 집요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노동권과 사회권은 마르크스와 같은 이상주의자 국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중앙 통제식 계획경제와 일당독재는 사회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연합체를 만드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


(94)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멜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113)

푸시킨은 200년 전 전제정치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凍土) 러시아에서 자유를 노래했다. 인류가 오늘날까지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휴머니즘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문학으로 꽃피웠다. 당대의 현실에 대해 그가 느꼈을 분노, 환희, 절망,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전해 오기에, <대위의 딸>을 읽으면 가슴 깊은 곳이 아려 온다. 푸시킨은 황제의 권력으로 모독할 수 없었던 고귀한 영혼이었다. 얼어붙은 땅에서 솟아오른 꽃이었다. 두꺼운 먹구름도 빛을 가리지 못한 밤하늘의 별이었다. 그 별은 오늘도 문명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푸시킨!


(122)

맹자는 제후의 지위를 가진 자로서 왕을 죽이고 새 왕조를 세웠던 주 무왕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은나라 주왕이 폭정으로 인의를 해쳤고 간언하는 충신을 모두 죽였으며 백성을 도탄을 빠뜨렸으니 군주로서의 정당성 또는 정통성을 이미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무왕은 반역자가 아니며, 주나라의 정통성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왕조를 바꾸는 역성혁명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사상을 반길 왕이 있을까?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덕으로 선정을 펴라는 맹자의 왕도 정치 이론을 부국강병에 몰두하던 전국시대 왕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그 이후 여러 통일 왕조들에서도 맹자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해본다.


(134)

보수가 이념이 아니라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맹자는 정말 멋진 보수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175)

권력을 스스로 일구어낸 사람은 이런 걱정을 피할 수 없다. 선거로 대통령이나 총리를 뽑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차지한다. 선거에 이기는 데 큰 공을 세운 참모들이 있기 마련이다. ‘개국공신들은 높은 직위를 얻어 정권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선거전에 능한 사람이라고 해서 국정 운영이나 국가행정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은 있으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자리를 주면 국정이 꼬이고 국민의 지지를 잃기 쉽다. 그러나 자리를 주지 않으면 불만을 터뜨리고 권력자를 원망한다. “술을 마시면 자신의 공을 다투고, 술에 취해서는 함부로 큰 소리를 지르고 칼을 뽑아 들고 기둥을 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주면 국정은 망가지고 최고 권력자는 민심을 잃게 된다.


(183)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다. 설사 한신과 유방이 빛을 좇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한 본능에 이끌려 투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인의(仁義)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비록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한 덕성을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때로 맹목적 욕망과 시기심에 휘둘렸다 할지라도, 그러한 마음과 능력을 발휘하여 결과적으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었지 않은가. <사기>를 덮으며, 한신과 한고조가 겪었던 인간적 고통과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이 모든 것들이 기록해 인류에게 선사한 역사가 사마천의 삶에 대해 깊은 존경과 높은 찬사를 바친다.


(200)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처음 읽은 후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솔제니친과 소련 국민을 가두고 죽였던 강제노동수용수와, 그런 야만적 장치를 불가결한 구성 요소로 보유했던 사회주의 체제는 사라졌다. 동서 이데올로기 전쟁의 포화 속에서 때로는 부당하게 비난받았고 때로는 터무니없이 이 찬양받았던 작가 솔제니친도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에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218)

곳곳에서 우생학회가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1926년 결성한 미국 우생학회였다. 이 학회는 부자와 권력자들이 우수한 유전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에서도 남부와 동부는 열등한 민족이 살기 때문에 이민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신병, 발달 장애, 간질 환자들에 대해서는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의 수많은 주들이 불임법을 도입했다. 독일 나치 정권은 미국의 불임법을 복제한 법률을 만들었으며, 우생학에 의거해 순수한 독일인 혈통을 보존하는 사업을 벌였고, 유대인과 유색인종과 동성애자 학살을 정당화했다. 진화론은 확실히 오남용의 위험이 큰 이론이다.


(258)

조지의 사상은 사실 그리 과격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았다.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조지의 사상을 가리켜 토지공개념또는 지공주의(地公主義)라고도 한다. 조지는 마르크스와 달리 사유재산제도의 폐지 또는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주장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폐기하자고 하지도 않았다. 토지를 국융화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조세 징수를 통해 생산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사람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진보의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해소하자고 했을 따름이다. 자연이 또는 하느님이 준 토지를 특정한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사회적 범죄라고 보았던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울타리를 넘어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 걸쳐져 있었다. 조지의 지대 이론은 논리적으로 명확하며 누구나 경험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설명의 논리 구조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과 똑같다.


(264-265)

조지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피에르 프루동과 샤를 푸리에, 카를 마르크스와 같은 19세기 유럽 사회주의자들과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만큼은 예외였다. 조지는 그 누구에게도 토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면서 자식들에게 상속할 권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만인이 땅을 이용할 공동의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 그에게는 창조주의 뜻인 동시에 자연법의 당위적 요구였다.


(273-274)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신문 방송이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와 인터넷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을 함유하고 있을까?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든 정보의 진실성 여부 또는 진실 함유도를 정확하게 따지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누가 특별히 허위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분명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대충 어느 정도는 사실이려니 여기게 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대하는 기본자세이며, 우리네 삶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다. 우리는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정보를 숨 쉬고, 왜곡과 거짓을 마시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279-280)

처음 읽었을 때 숨이 막혔다. <차이퉁>이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를 짓밟은 방식이 너무나도 리얼했기 때문이다. 내가 현실에서 보고 경험했던, 그리고 현재에도 목격할 수 있는 언론의 행태와 정말로 똑같았다. <차이퉁>은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썼다. 첫째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오간 이야기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중계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명국가의 형법이 금지하는 불법적인 피의 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 중에 누군가가 <차이퉁> 기자와 정보 밑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가기관과 언론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저지르는 불법행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결코 원치 않았던 S의 아파트 방문, 얼마짜리인지도 몰랐던 반지, S의 별장 열쇠 등에 관한 사항을 비롯하여 <차이퉁>이 내밀한 사생활 관련 정보를 왜곡 보도해 자신을 모욕하는 데 대해, 그리고 그런 일을 바로 잡을 방법이 사실상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절망감을 느낀다.


(313)

인생의 고비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이번이 여섯 번째인 것 같다. 다시 카를 읽으며 사회와 역사의 진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생각한다. 카의 말마따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임에 분명하다. 고대사 연구 프로젝트인 소위 동북공정은 만족할 줄 모르는 오늘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영토 확장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행동은 그들이 미래에도 침략 전쟁의 죄악을 부인하도록 역사 교과서 수정을 강제한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행동은 그들이 미래에도 침략 전쟁을 벌일 의사가 있음을 증명한다. 조선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유린 범죄를 정당화하려한 형태는 그들의 마음속에 극우 파시즘 사상이 똬리 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임에 분명하다.


(327-328)

여기서 핵심은 표현의 자유. 생각과 감정은 그 사람만의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남이 알지 못한다. 사회가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글이나 말로, 행동으로,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그것을 표현하면, 같은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이들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 사회가 알게 된다. 이것을 억압하면 절대적 양심의 자유와 생각의 자유, 삶을 원하는 대로 설계할 자유를 해치게 된다. 그래서 모든 민주주의 문명국가의 헌법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불가침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우리나라 헌법도 마찬가지다. 밀의 견해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심하자. 밀 혼자만 또한 밀이 최초로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와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를 비롯한 선각자들의 철학을 계승해 더 높은 수준에 올렸을 따름이다.


(346-347)

말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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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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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작년 말에 본 영화 때문에 읽게 된 책이란다. 너희들과 함께 재미있게 본 뮤지컬 영화 <위키드> 1편이 그 영화야. <위키드>라는 뮤지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본 적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는데, 작년에 영화를 보고 그 뮤지컬이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란 것을 알았어. 예전에 인터넷 서점을 서칭하다 보면 <위키드>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유심히 보지는 않았단다. 그런데 이번에 본 영화 <위키드> 때문에 원작 소설도 유심히 찾아 보았단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원작소설 <위키드> 개정판이 나왔는데, 그 책이 여섯 권이나 되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오즈의 마법사> 팬심으로 <위키드>라는 소설을 썼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위키드>의 주인공 중에 한 명인 서쪽 마녀의 이름도 <오즈의 마법사> 지은이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알파벳 L, F, B를 따서 엘파바로 지었다고 하는구나. 원작 <오즈의 마법사>에서 서쪽 마녀는 이름이 따로 없었고, 서쪽 마녀로만 불리었거든. <위키드>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와 교차되는 부분도 있어 재미있었고,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도 좋았단다.

좀 찾아보니 <오즈의 마법사>도 한 권이 아니라 시리즈로 14권이나 되더구나. 그것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지만, 장담은 못하겠구나. 이번에 <위키드>를 읽기 전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 1>은 먼저 읽어보았단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오즈의 마법사의 줄거리를 다시 한번 머리에 새기고 <위키드>를 읽어보니 이해가 확실히 되더구나. 나중에 너희들도 혹시 <위키드>를 읽고 싶다면, 그 전에 <오즈의 마법사>를 읽는 것을 추천한단다. , 그러면 오늘은 <위키드> 1, 부제는 엘파바와 그린다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참, 뮤지컬 또는 영화 <위키드>는 소설 <위키드>에서 많이 각색되었단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1.

이 책의 앞쪽에 보면 오즈의 나라의 지도가 나온단다. 책을 보다가 지명이 나오면 어디에 위치에 있는지 들쳐보면서 읽기도 있단다. 오즈의 나라의 중앙에서 동쪽으로 넓게 퍼진 먼치킨랜드라는 곳이 있어. 그 곳에 프렉스 목사와 멜리나 부부 사이에 엘파바가 태어났는데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고, 태어났을 때부터 강한 이빨을 가지고 태어나서, 산파의 손가락을 깨물어 산파의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도 일어났단다.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서 다들 엘파바를 꺼렸는데 유모는 엘파바를 다른 아이와 차별 없이 보살폈단다. 엘파바의 녹색 피부에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는데 엄마 멜리나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 불륜남이 준 녹색병에 든 기적의 영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엘파바의 피부가 녹색이라고들 했어.

엄마 멜리나는 남편보다 다른 남자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란다. 멜리나는 얼마 후에 쿼들링이라는 지방에서 온 터틀 하트라는 사람과 또 사랑에 빠졌단다. 프렉스 목사가 외출할 때마다 멜리나는 터틀 하트와 밀회를 가졌고, 얼마 후에 또 임신을 하게 되었단다. 유모는 이번에도 녹색 피부의 아기가 태어날까 봐 다른 동네에 가서 약을 지어와서 멜리나에게 주었단다. 그래서 다행히 정상색의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양쪽 팔이 없고 다리도 불편한 기형 아이가 태어나고 말았단다. 그 아이가 엘파바의 여동생 네사로즈란다.

….

오즈의 나라는 오즈마라는 오즈의 여왕이 다스렸는데, 오즈마가 쥐약을 잘못 먹고 죽었고 딸 오즈마 티페타리우스는 나이가 어려서, 아버지 파리트리우스가 섭정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기구를 타고 온 사람이 오즈의 마법사가 되었고, 쿠데타를 일으켜서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그 이후 오즈는 오즈의 마법사의 독재정치가 시작되었단다.

 

2.

, 이제 갈린다 이야기를 해보자. 갈린다는 길리킨 지방의 프로티카라는 작은 상업 도시에서 태어났단다. 17살에 장학생으로 시즈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어. 영화와 달리 기차를 타고 시즈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기차 안에서 영화에도 나오는 염소 교수인 딜라몬드를 만나게 되었단다. 오즈의 나라는 말하는 동물들도 나오고, 그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어. 갈린다는 시즈 대학 크레이지 홀에 도착을 했어. 학장은 마담 모르블이라는 사람이었고, 부쩍 자란 엘파바도 시즈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 갈린다와 엘파바는 같은 기숙사 배정을 받았단다. 이에 갈린다는 룸메이트를 바꿔달라고 학장에서 이야기했지만 거절당했어. 갈린다와 엘파바는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는데 그 말다툼은 대화로 변하고 그 대화의 양도 늘어났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즈의 동물들은 사람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즈의 마법사는 점점 동물들의 권한을 줄여나갔단다. 공부의 기회도 제한하고, 취업의 기회도 제한했어. 마담 모리블 학장도 이런 정책에 지지를 하면서 동물들은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시즈 대학의 염소 교수 딜라몬트는 이런 정책에 반발을 했단다.

시대 대학의 다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도 할 텐데,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아빠가 메모하거나 생각하는 사람들만 틈틈이 이야기를 할게. 마스터 보크라는 친구가 있어. 어린 시절 엘파바와 같이 지낸 적도 있는데, 엘파바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어. 마스터 보크는 갈린다에 푹 빠져서 사귀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갈린다는 단칼에 거절했단다. 그런데도 보크는 계속해서 갈린다에게 구애를 했단다.

첫 여름방학, 엘파바와 보크는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았어. 딜라몬트 교수의 일을 도와주시고 했지. 한편 갈린다는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고 있었어. 어느날 엘파바는 길린다의 초대장을 받게 되었어. 하지만 엘파바는 가지 않으려고 했단다. 보크는 엘바파에게 가라고 함께 가자고 설득을 했어. 보크는 여전히 갈린다를 좋아했고 갈린다를 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엘파바는 결국 보크, 또다른 친구 애버릭과 함께 갈린다에게 갔지만, 갈린다는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다는 거야. 알고 보니 갈린다와 함께 휴가를 보내던 다른 친구가 장난으로 초대장을 보낸 것이었어. 위 이야기는 적고 보니 전체 이야기의 큰 영향이 없는 작은 에피소드로구나.

....

여름 방학 마지막 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어. 염소 교수 딜라몬드가 죽는 거야. 사고사라고 알려졌지만, 누가 봐도 타살로 보였어. 동물의 권한을 축소해 가던 상황에서 그 정책에 반대하는 딜라몬드의 죽음. 갈린다의 딜라몬드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딜라몬드가 갈린다 발음이 어려워 불렀던 글린다로 개명하기로 했단다.

한 해가 지나고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도 입학을 했단다. 네사로즈의 몸이 불편하니, 네사로즈를 보살펴 줄 유모도 함께 왔어. 엘파바는 동생이 입학하면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갈린다, 아니 글린다에게 해 주었단다. 엘파바에게는 네사로즈 말고 남동생 셴이 또 있었는데, 셴을 낳다가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어. 셴은 고향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어.

 

2.

글린다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모였단다. 엘파바와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 글린다의 보호자 아마 클러치도 시즈 대학에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마 클러치가 위독하다고 양호실에 머물고 있다고 했어. 글린다가 찾아가니, 아나 클러치는 귀신 들린 듯 헛소리를 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가 죽기 전에 한 이야기는 딜라몬드를 죽인 건 그로메틱이라고 했어. 그로메틱은 마담 모리블 학장의 기계 인간이었어. 그러니까 딜라몬드의 죽음의 배후에 마담 모리블이 있다는 거지. 하지만 증거는 없었어. 딜라몬드가 죽었을 때 현장에 그로메틱이 있었는데, 그건 그로메틱이 목격자로 있었던 것이라고 마담 모리블은 이야기했어.

마담 모리블은 어느날 글린다, 엘파바, 네사로즈만 따로 불러서 비밀 임무를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했단다. 자신이 오즈의 마법사의 비밀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비밀 업무의 조력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 그래서 엘파바와 글린다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에메랄드 시로 가게 되었단다.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엘파바와 글린다는 딜라몬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단다. 그들은 다시 시즈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엘파바는 시즈로 돌아가지 않겠다면서 글린다와 헤어져 사라졌단다. 엘파바는 동물들의 차별을 없애는 운동을 하겠다고 했어.

 

3.

5년이 지났어. 글린다와 친구들은 시즈 대학을 모두 졸업했단다.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의 한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었어. 시즈 대학의 졸업생 중에 한 명인 피예로는 에메랄드 시에서 우연히 엘파바를 만났단다. 시즈 대학에서 만난 이후 처음이었어. 이후 피예로는 가끔씩 엘파바를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피예로 자신은 시즈 대학을 졸업해서 아이가 벌써 셋이라고 했어. 글린다도 어떤 준남작과 결혼을 했다고 했어. 엘파바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엘파바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동물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비밀조직에서 활동을 했고, 오즈의 마법사의 권력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단다.

피예로와 엘파바가 자주 만나면서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고 말았단다. 아무래도 피예로가 유부남이다 보니 그들은 몰래 만나 사랑을 키워갔단다. 하지만 엘파바는 자신의 비밀 임무는 피예로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어. 피예로는 엘파바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래 뒤를 밟았어. 엘파바는 드디어 거사를 벌이는 날이었어. 엘파바의 타겟은 오즈의 마법사의 측근인 마담 모리블이었어. 그런데 예기치 못한 아이들 무리들이 끼어 들어서 거사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자신은 부상당한 채 수녀원으로 숨어들어갔단다. 피예로는 엘파바가 집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엘파바의 집에 왔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비밀 경찰들이었단다. 그렇게 피예로는 경찰에 잡히게 되었어.

여기까지가 <위키드> 1권의 이야기란다. 앞서 이야기했듯 뮤지컬이나 영화 <위키드>의 줄거리와는 많이 다르지? 엘파바가 아직 마법을 부리지도 못하고, 서쪽 마녀가 아닌 동물 권리 운동가로 활약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을 위한 책이지만, <위키드>는 성인을 위한 소설인 듯 하구나. 잘못된 국가의 권력을 제거하려 시도도 나오고, 찐한 사랑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야. 오즈의 나라에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스템이 있었다면 오즈의 마법사를 탄핵시켰을 텐데, 좀 아쉽기는 하구나. 정권이 바뀐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는 것을 오즈의 사람들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

, 그럼 오늘은 이만조만 간에 2권 이야기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마녀는 오즈 위로 2킬로미터 정도 상공에서 바람 앞자락을 타고 균형을 잡았다.

책의 끝 문장: 야클 엄마가 너를 편히 돌봐 줄게.


유모는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엘파바는 악마의 씨일까? 반은 인간이고 반은 요정일까? 설교자로서 아빠가 제 구실을 못한 벌일까, 아니면 몸가짐이 헤프고 기억력이 나쁜 엄마에게 내려진 벌일까? 아니면 그저 모양이 괴상한 사과나 다리 다섯 개 달린 송아지처럼 단순한 기형에 불과할까? 유모는 악마와 신앙, 민간 전승 따위의 영향으로 자기가 세상을 보는 눈이 흐릿하고 혼란스러운 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멜레나와 프렉스 부부가 분명 아이가 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프렉스는 일곱 번째 아들이었고 그의 아버지 역시 일곱 번째 아들이었으며, 심지어 그는 집안의 7대 목사였다. 어찌 다른 성의 아이가 감히 이토록 상서로운 순서를 따를 수 있겠는가?
유모는 어쩌면 이 초록색 아기 엘파바가 부모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자기만의 성과 색깔을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64

"아, 과학은 자연을 해부하여 보편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으로 축소하지요. 마술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마술을 조각조각 나누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 부분을 잇지요. 분석보다는 통합니다. 기존의 것을 파헤치기보다는 새로이 조립하지요. 정말로 재능 있는 사람의 손에서는(이 대목에서 그레일링 교수는 머리핀에 찔려 비명을 질렀다.)…… 예술입니다. 사실 누구나 마술을 우월한, 아니 가장 훌륭한 예술이라 할 거예요. 마술은 회화나 연극, 암송 같은 여러 예술과 다른 면에서 우월합니다. 마술은 세계를 꾸미거나 표현하지 않아요. 세계가 되는 거예요. 더없이 고귀한 소명이라 할 수 있죠." - P252

"아니야. 나한테 영혼이 있다는 증거가 어딨어?"
"영혼이 없다면 어떻게 너한테 양심이 있을 수 있겠니?"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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