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2,000만 백성의 사랑을 권리로서 즐길 뿐 이 권리가 임무를 수반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더라도 줄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결국은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예감하지도 못했다. - P85
힘이란 한 번 깨닫고 나면 다음에는 그 힘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 P88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서 왕비의 역을 맡는 바로 그 순간그녀는 진정한 모습을 보였다. - P118
보통 사람은 자기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자기 내부에서 잠자게 하여, 실제로 몸을 지킬 필요가 생겨서 혼신의 힘을 짜내기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 근육처럼 위축시켜 약해지도록 내버려둔다. - P12
평범한 인물이 자신에게 가능할지도 모르는 어떤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이전부터 예견하고 느끼고 있었던 것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 밖으로 내쳐져야 한다. 그 목적을 위해서 운명이 쥐고있는 것이 다름 아닌 "불행"이라는 채찍이다. - P12
이 여인의 광적인 오락 추구 뒤에 숨은 절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침내 아내와 어머니가 되었을 때 보인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 P44
밑바닥이 보일까 말까 하는 죽 한그릇.입속에 넣으면 사라질까 아쉬워 혀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최대한 맛을 음미 해야하는 빵 한조각.해도해도 끝이 없는 작업과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한모금 빨고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연기가 스며들어 취하게 만들지만, 그마저도 있을때나 가능한 타들어가는게 아쉬운 담배. 이 곳에서 빨리 줄어들지 않는 건 그들의 ‘형기‘ 뿐이다.자유가 없는 억압된 수용소 안에서 슈호프는 되려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생각들이 이어진다. 수용소 생활과 관련된 작업의 순서와 실행에 옮겼을때의 미리 맛보는 성취감과 식당으로 달려가 빨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든 것을 구상하느라 고향을 그리워 할 시간조차 없다.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오늘 날아갈듯이 가볍게 뛰었다. 작업장에서 몰래 주워 장갑에 숨겨 온 부러진 쇠줄칼토막이 신체검사 시 발각되지 않아서다. (신발을 수선하는 칼로 만들어 신발수선을 하면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긴 수용소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현재의 삶을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기대‘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자유‘보다는 당장에 뜨거운 양배춧국(맹물같은) 을 반원들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 작업이 없는 귀중한 일요일 (그마저도 마음편히 쉬는 것이 아니며, 늘 쉬는건 아니다)뿐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악행을 일삼는 무리들을 향한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사람으로 보일만큼 비극의 나날들을 살아냈다. 조금 더 따뜻한 양배춧국, 조금 더 많은 양의 빵 한 조각, 자신에게는 오지않는 소포를 받은 반원에게 얻은 소세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성애 낀 창문이 있는 냉한 방에서의 잠자리 들기 전 슈호프는 ’오늘은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 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운명속에서도 말이다.
인간의 운명을 이렇게 쉽게 바꿔 놓다니, 이렇게.... - P161
빵은 내일 몫으로 남겨 둘 필요가있다. 인간의 배라는 것이 배은망덕한 것이라서, 이전에 배불렀던 것은 금세 잊어버리고, 내일이면 또 시끄럽게 조를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 P194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아요." 슈호프가 어림짐작으로 말했다. "영하 18도는 될 것 같아요, 그 이하는 아니에요. 벽돌을 쌓기에는 좋은 날씨죠." -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