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기 전날 오후, 아버지가 나의 이름을 부르더니 모스크를향해 나서면서 내게 함께 가자고 하셨다. 우리는 아름다운 늦은 오후의 이글거리는 빛 속에서 밀물이 들고 있는 개울의 흙막이벽을 따라 함께 걸었다. 아버지는 나와 살짝 팔짱을 꼈는데, 그것은 한낱 친밀함의 팔랑거림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왜소한 남자였고, 칸주와 코피아 차림이었으며, 눈은 평상시처럼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렇게 팔랑거리듯 나와 팔짱을 끼고 있으니 평소보다 훨씬 더 작아 보였다. - P181
나는 나중에 그 출발 전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내 주변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품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의 척박한 몇 년, 침묵 속에 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나의 아름다운 어머니와 헤어진방식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슬픔으로 떨게 될 그 몇 년을 대비해 그 순간의 이미지와 광경과 냄새를 숨겨놓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지 않았다. -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