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그들의 CIA는 모든 문제에 개입하고 싶은 모양이었고, 자신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을 조작하고 지배하고 싶은 듯했다. - P176

내가 떠나기 전날 오후, 아버지가 나의 이름을 부르더니 모스크를향해 나서면서 내게 함께 가자고 하셨다. 우리는 아름다운 늦은 오후의 이글거리는 빛 속에서 밀물이 들고 있는 개울의 흙막이벽을 따라 함께 걸었다. 아버지는 나와 살짝 팔짱을 꼈는데, 그것은 한낱 친밀함의 팔랑거림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왜소한 남자였고, 칸주와 코피아 차림이었으며, 눈은 평상시처럼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렇게 팔랑거리듯 나와 팔짱을 끼고 있으니 평소보다 훨씬 더 작아 보였다. - P181

나는 나중에 그 출발 전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내 주변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품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의 척박한 몇 년, 침묵 속에 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나의 아름다운 어머니와 헤어진방식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슬픔으로 떨게 될 그 몇 년을 대비해 그 순간의 이미지와 광경과 냄새를 숨겨놓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지 않았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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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로 그 사실을 마주하게 된 것은 구시대 영화 속 심술난 인물처럼 보이는 남자에게서 ‘히죽거리는 블랙어무어‘라는 말을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미움받고 있다는 기분, 그러한 연상에서 오는 일종의 공포에 갑자기 나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모퉁이를 세 번 돌면 꼭 한 번은 내 뒤에서 나를 향해 짖고 나를 멸시하는 언어.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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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요. 나는 옳고 그름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너희들의 끔찍한 나라로 돌아가서 다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우리 살기도 바쁘다, 라고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죠.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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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처로 삼았던 헛간은 한때 비를 피할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곡식 자루나 시멘트 포대 등 귀중한 물건을 보관했을 법한 곳이었다. 이제 그곳은 우리를, 통제되어야만 하는 임시적이고 무가치한 골칫거리를 담고 있었다. - P76

우리는 권위가 완전한 복종과 비굴한 두려움을 요구하는 곳에서 다들 도망치는 중이었는데, 매일매일의 태형과 공개적인 참수형 없이는 이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그 권위의 종들, 그 권위의 경찰과 군대와 안보기관은 무모한 반란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옹졸한 악의적 행위를 반복해서 수행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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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에 입학하려면 어느특정 나이 아래여야만 했다. 나는 이 사실의 기묘함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것이 기이하다는것을 알겠다. 특정 나이를 넘기게 되면, 너무 익어서 마실 수 없게 된 코코넛처럼, 나무에 너무 오래 내버려두어서 씨앗으로 부풀어오른 정향처럼,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때를 놓쳐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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