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현실을 더 알고 싶어서 그 다음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내려갔다. 사실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 그것은 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내 마음 때문이였다.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님이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고통도 운명인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참혹한 현실이 끝난게 아니기에......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는 것 조차가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플거라 예상했다.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 하면서 마음만 아파하는게 다시 또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아픔들을 정성을 다하여 더 다치지 않도록 어루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구원해주자. 그러니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감싸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이 얻고 싶었던 위로만 받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함에 내 맘 편하자고 그리 생각하는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신 사과처럼요."
"신 사과라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아직 덜 익은 신사과를 따 먹은 적이 있어요. 배가 불러오더니 북처럼 딱딱해졌어요 너무 아팠어요. 엄마는 내가 사과가 익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진짜로 원할 때마다 엄마가 사과에 대해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 P5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울라꽃들이 카불 거리에 만발하고 루바브 음악이 찾집에서 흘러나오고 연들이 하늘을 나는 날이 다시 오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도련님이 카불로 돌아와서 우리가 어렸을 때 놀던 땅을 다시 둘러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사이 저는 도련님을 충실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라가 언제나 도련님과 함께하시기를 빌며 .
-하산 올림- - P3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백명의 사람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던 바바. 눈물 흘리는 걸 본 적도 없는 거대한 산 같던 그가 자신의 하인인 알리와의 이별에는 눈물을 흘렸으며, 총으로 위협하는 러시아 군인에게 조롱받는 한 남성의 어린 부인을 위해 “ 전쟁은 품위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평화로울 때보다 더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전하시오.” 라며 당당히 맞섰던 바바. 이제는 암환자가 되어버린 바바를 바라보는 그의 아들 아미르. 그가 떠난 뒤의 빈 공간을 떠올리며 더 깊숙히 그 공간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무 말라버린 바바를 바라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을테지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날이 될 오늘을 위해 잠시 슬픔이나 두려움이나 먹먹함들은 보류하는 아미르에게 나는 조금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누구도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큰 슬픔과 믿겨지지 않는 예정된 이별을 앞두었던 나의 경험이 떠올려졌다. 나 역시도 아미르처럼 냉정함을 찾고 현실을 핑계삼아 ‘아픔’을 잠시 보류 했었다. 상대를 향한 미안함과 나 자신을 향한 거북함에 마주할 순간이 분명 올 것이라는 걸 감당하면서 말이다.

그 감당 안에는 스스로가 행복에 있어 ’감히 누려도 될 만큼까지를 그어놓고 지켜야 하는 것’도 포함이다. 행복 마지노선 이라고 해야할까......

바바는 머리에 물을 묻혀 뒤로 빗어 넘겼다. 나는 그가 깨끗한 흰 셔츠로 갈아입고 넥타이를 매는 걸 도와주다가, 목깃 단추와 바바의 목 사이의 빈 공간이 2인치쯤 되는 걸 보았다. 나는 바바가 세상을 떠나면 뒤에 남게 될 빈 공간을 생각했다.
나는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려 애썼다. 그는 떠난 게 아니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오늘은 좋은 생각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 P2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