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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헌의 사주 강의 : 상 ㅣ 이동헌의 사주 강의
이동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사주’, ‘궁합’ 실제로 어떤 역학과 철학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단어만큼은 아주 익숙하다.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보고 기질과 운을 설명하는 것이 사주이고, 궁합은 두 사람의 상성을 알아보는 것, 정도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재미삼아 보는 별자리 운세나 한때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던 타로를 본 적은 있지만, 믿음이 부족해서 오래 기억하거나 찾아보는 일이 버릇이 되지는 않았다. 몇 해 전엔 친구가 새해에 토정비결 운세라고 12달과 총운이 아주 길게 분석된 자료를 보내 주어 읽어 본 적이 있었고, 오래 사귄 상대와 결혼을 결심한 친구가 집 안에서 본 궁합이 상극이라고 말리는 것을 무릅쓰고(?) 결혼하는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들은 것이 기억이 남는다.
퇴직하신 부모님이 평생교육원 강의들을 들으시다 ‘사주명리학’이 가장 인기 강의라서, 당신들도 들어볼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고 하셔서, 사주는 명리학을 이론으로 한다는 것을 처음 듣게 되었다. 결국 부모님은 경쟁률을 뚫지 못하셔서 수강 기회가 없었지만, 친구 분 중에 한 분이 엄청나게 두꺼운 강의 교재를 구경 시켜 주시며 무척 어려운 내용이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명리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우주와 인간을 대상으로 평생과 순간의 운을 다 살펴 보는 이론이 어렵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차에 외향이 정말 벽돌책과 같은 묵직한 사주 강의 세트를 읽을 기회가 생겨 부모님과 함께 얼마나 이해할까 걱정은 일단 접고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살펴보자고 시간을 들였다.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 사주명리학 공부의 시작이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205
사주명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양
음양의 기본의미는 순환이다. 없는 데서 무언가가 생겨나서 성장해서 최고점을 찍은 후에 점점 쇠퇴해져 다시없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 성장하고 쇠퇴함을 반복하는 것이 음양이다. 27
오행은 각각의 요소가 고정된 것이 아닌 서로서로 '생극'과 '왕쇠'라는 상호 작용력을 가진다. 앞에서 오행의 변화 순서가 일정하고도 반복적이라고 말했는데, 그 순서를 따를 경우 상생이라 말하고, 그 순서를 뛰어넘을 경우 상극이라고 말한다. 35
사주명리학을 오래 했다는 분들이 음양만큼이나 잘 모르는 부분이 좌표론이다. 좌표론이란 말 그대로 사주팔자 천간 네 자리, 지지 네 자리로 구성된 2행 4열을 하나의 좌표로 본다는 얘기다. 196
사주팔자의 종류가 518,400가지라고 자주 말씀드렸다. 201
사주를 완성형이나 운명형으로 생각하지 말라. 공식으로 삶의 과정을 단정 지으려고도 하지 말라. 사주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그 생물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언제, 뭐 했고'가 아닌 '어째서 그걸 했고'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적용하고 생각해 보시라. 그럼 다 보일 것이다. 244쪽
사실 사주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고 사주팔자를 보고 대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삶의 큰 틀은 모두 나오게 되어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게 옷 입고 밥 먹고 어딘가에서 자는 것뿐인데 이것으로 옷은 잘 입을지, 밥은 잘 먹을지, 어디서 잘지가 나오는 것이다. 335
실제 사주를 열어 보고 말씀드리면 더 정확하겠지만 찾아낸 원인과 반대되는 노력을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반대되는 노력이란, 무언가를 자꾸 시켜서였다면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그냥 두면 되는 것이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게 원인이라면 뭐라도 자꾸 시키면 된다. 그 밖에도 지금까지 자신과 자식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반대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면 아이는 곧 원래 인간이 그 나이 대에 살아야 할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347
4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살아남고 변화한 사주명리학이라니, 저자가 아주 친절하게 역사와 체계와 노하우까지 별책부록으로 만들어 설명을 잘 해주고는 있으나, 역시 잘 이해하기는 어려운 느낌이다. 특이 오행과 간지 부분은 이해하기기 어렵다. 벽돌책의 두께만큼이나 노력을 들여야 통달하게 될 일이지만, 일단 통독을 해냈다는 만족감은 든다. 공자도 <주역>을 묶은 가죽끈이 닳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으셨다고 하니 내용도 변화도 활용도 도전적인 학문임에 틀림없을 듯하다. 새삼 사주명리학의 전문가들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주명리학 원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도 실 사례들을 수많은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들어서 이야기한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역학적 사고에 대해 배운 점도 재미있었다. 만약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무척 세밀하고 꼼꼼하게 가이드하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질을 분석하고, 실제 사주팔자를 풀이해보는 연습 과정도 아주 많아서 진지하게 연구하는 텍스트로서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