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 안의 소녀 소설의 첫 만남 15
김초엽 지음, 근하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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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주관하는 <2019년 책 한 권도 안 읽은 사람 100인에 선정> 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선정 과정이 끝날 때까지 알지 못했고, 책 계속 읽은 가족 구성원이 대리 신청해 주어 선정되는 상상할 수 없는 이벤트 당첨자가 되었다. 기한 내에 읽고 리뷰를 올리지 않으면 도서 반환을 해야 한다고 해서 뭐라도 써보기로 하였다.


음... 일단 제목이 무지하게 낯설고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그래도 내 취향이 아닐거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88페이지 얇은 책을 중반까지 좀비처럼 책장을 넘겼다. SF... 나노기술, 입자알레르기, 기상통제... 어쩌지... 그래도 동정받는건 싫다고 확실히 말하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남들은 다 혜택을 받는 기술인데, 혼자 앓는 병은 병증보다 마음이 몹시 외로울 것 같았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주인공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같아 속이 시원했다.

2019년 한 권 읽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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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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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부터 홀리는 책은 오랜만이다.

해가 지고 불이 들어오고 그래도 아직은 색채가 남아 있는 시간.

차이와 다름이 잘 구분되지 않고

돌아갈 집이나 사람이 없는 이들은 죽도록 외롭고 쓸쓸해

어쩌면 이쯤에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올 수도 있는 시간.

 

비슷한 무리의 사람들이 강 건너편 아파트에 빽빽하게 모여 비슷하게 살아가는 동안다른’ ‘혹은 생각보다 많은 그들은 강 이쪽에서

차의 빈자리 하나도 마저 채우지 못한 채

어디로 갈까…… 하고 자문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죽도록 쓸쓸하고 우울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다소 실망스럽게도) 기대를 벗어날 만큼 가볍고 빠르게

짧지 않은 삶의 한 시기를 통과하며 통쾌하고 유쾌하게 들려주는

가감 없는 이야기이다.

 

혹자는 게이스럽다,’ ‘가볍다라는 점에 당혹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포착해낼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맨 몸으로 치장 없이 삶을 맞닥뜨리고 살아내는

그 젊음이 통째로 부럽기만 하다.

 

워낙 포장과 치장이 없어서인지

4편의 연작 -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 을 다 읽고 나니, 작가와 비정상적인 친밀함을 (혼자) 느끼는

스토커적인 기분에 휩싸이는 지경이 되었다.

 

거리낌 없는 거짓과

잘 포장된 위선과

수치심이라곤 찾을 수 없는 변명과

아마도 끝까지 반성 없는 꼰대들이 득실거리는 미세먼지 자욱한 세상에서

오랜만에 맑은 숨을 쉰 듯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나는 나의 꼰대 치수를 재는 바로비터로

부분부분 반성과 회한에 젖어 이 책을 읽었고,

자신을 전혀 방어하지 않고도 이 책을 재밌게 읽어낼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댓가로 얻었다.

 

사실 댓가 따위 없어도 좋을 만큼

2019년 상반기를 기억상실로 살아낸 것처럼

이 소설이 유일무이 최고라고 느껴졌다.

 

이렇게 말하는 게 여전히 꼰대스럽긴 하지만

잊고 있었던, 잊어버렸던, 최선의 경우라면 심연의 어디쯤 묻혀 있던,

상큼발랄 명징한 정신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4편의 연작 소설들의 늘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를 듣거나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소설이, 이런 작가가 우리 곁에 있다.


꼰대 바로미터가 되어 준 구절들.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가 그러하듯, 자식에게는 답답한 상식을 들먹이면서도 뒤로는 신나게 외도를 하거나 종교나 주식, 다단계 같은 것에 미쳐 있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16


철구 미친 새기가 나한테 자자고 하는 거 있지. 뒤에서 내 욕하고 다니는 거 뻔히 아는데. 얼굴과 마음이 골고루 역겨운 새끼...... 19


의사: 학생이 꼭 내 딸 같아서, 걱정이 돼서 그래.(...) 여자의 몸에 제일 해로운 게 뭔지 알아요? 방종하고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이야.(...)

재희: 임신이랑 출산이 제일 나쁘다던데요?(...) 여자 몸에 태아는 이물질이나 다름없다고 하던데요. 임신이나 출산만큼 몸에 해로운 건 없다던데. (...) 38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의 여러 이면들을 배웠다. 이를테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6


(...)둘 다 자존감이 낮고, 주기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며,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해본 경험이 있고 꼴에 예술영화나 책 같은 것을 즐겨 보며 하루키와 홍상수, 불문학과 아우디 같은 구질구질한 것들을 혐오하는 공통점이 있는 게이라 서로를 꽤 특별히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48


재희의 하객 중 적어도 세 명 정도는 재희랑 잤던 남자들이었고, 둘은 나랑 잔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때때로 성소수자가 정말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순진함에 놀라곤 한다.) 64


그때 영원할 줄 알았던 재희와 나의 시절이 영영 끝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 68

 

이제까지도, 앞으로도 절대 털어놓지 못할 심연을 마구 휘저어

잠시 통쾌함을 선물처럼 가져다 준 구절들.


남자들은 도대체 왜 자꾸 내게 미안하다고 할까. 그냥 미안한 짓을 안 하면 될 일인데. 그는 여느 때처럼 일방적으로 자신의 용건을 늘어놓았다.(...) 이 남자는 도대체 무슨 염치로 나에게 또 만나자고 하는 것일까. 주고 싶은 것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우리 사이에 더 주고받아야 할 건 욕밖에는 없었다. 72


지난 3년 동안 쓴 소설이라고 해봤자 술 먹고 물건을 훔치고, 군대에서 계간을 하고, 성매매를 하고, 바람피우는 사람들 얘기가 전부였는데 도대체 뭘 보고 착하다는 건지. 두 번만 착했다간 사람도 죽이겠네. 아무튼 교회 아줌마들의 립서비스는 알아줘야 했다. 75


엄마가 하도 코를 골아서 엄마와 같은 방을 쓰던 환자가 두 명이나 병실을 옮겼다.(...) 옆에 사람이 있을 때는 뭐가 마음에 안든다 난리더니 막상 아무도 없으니 밤에 저승사자가 너무 쉽게 데려갈 것 같다는 등 40년차 기독교인답지 않은 샤머니즘적 발언으로 다채롭게도 사람을 미치게 했다. 76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차장에게 퇴사 후 글을 쓸 거라고 해버렸다. 평생 꿈꿔왔던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꿈 그거 좋지. 그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하게. 기회는 기차와도 같아.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지. 기차는 매일 매시간 돌아오는데 도대체 무슨 개 같은 소리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회사생활을 정리했다. 79


(...)엄마는 자궁암 명의가 있다고 소문난 강남의 한 종합병원 수술대에 누워, 예수의 고통에 동참하고 싶다며 수술할 때 마취를 하지 말아 달라 의료진에게 요청해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정신과 치료도 함께 받게 되었다.(드디어!) 79


자기소개의 마지막 순서였던 남자는 자신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작곡을 하는 것도, 미술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창작을 한다는 그 문장이 이가 시릴 정도로 쿨해서 나는 단번에 그에게 불길한 관종의 기운을 느끼고야 말았다(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82-83


우리 가족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이고, 아버지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장답게 죽도록 바람을 피워 이혼을 했으며, 엄마는 대한민국 중노년층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걸린 환자랍니다, 말해야 하나. 85-86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보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90


나와 같은 지붕 아래 잠든 저 여자가 늙고 병들면 경기도의 외진 숲에 내다버리고 말리라, 산 채로 미친 들짐승의 먹이로 만들 것이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며 그 시절을 버텼다. 100-101


그를 알기 위해, 나아가 그에게 빠져드는 나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 모순을 해석하기 위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관찰했고 기록했다. 천년만년 학위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처럼. 절박하고 가련하게. 113


왜 나이든 꼰대들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만 만나면 자기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백명쯤 불러대고,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어젠다를 천 개쯤 대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걸까. 알아서 뭐 하게. 알면 뭐가 달라져. 비슷한 것을 알고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면 나이 차이가 줄어들기라도 해? 다른 생각을 하면 어쩌게. 역시 애 같은 생각을 하는군, 내가 살아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군, 여기며 엉망진창이 된 얼굴이며 몸 같은 것들을 자위질해대려고? 132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싶어졌다. 딱 한번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그럴 일은 아마 영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잠시라도 사과 받고 싶은 마음을 품은 나 자신이 우스워지면서……. 149


그때 그들을 바라보던 엄마의 표정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세상천지가 다 멎어버린 듯한 그 얼굴은 마흔여덟 가지의 감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임이 분명했다. 절망이나 고통 따위로는 단순화할 수 없는 감정의 결을, 아빠와 아빠의 내연녀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고요를, 뭔가를 꾹꾹 눌러 담는 형태의 감정을 나는 그때 처음으로 배웠다. 157-158


서른 장도 넘는 일기에는 그를 만날 때마다 끓어 넘치던 나의 과잉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썼는지 알지 못했다. 그와 내가 어떤 관계였는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마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지듯 그에게 내 날것의 마음을 던졌다. 166-167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169


엄마는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네가 너를 바라듯 주도 너를 바라고 있다. 잠시도 불쌍해할 틈을 주지 않는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엄마는. 171


나는 (...) 그녀가 내 삶을 지연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누구보다도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한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 나무나 자연스러운 우주의 현상이다.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자꾸만 그녀가 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인 것만 같았다. 살가죽만 남은 채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지만 그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177-178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있잖아, 단 한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내 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태로 낳아놓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놓고, 그런 나를 밀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무지의 세계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알지만, 나는 엄마를, 당신을,(...) 아마도 영영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179


핏줄이 연결된 것처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존재가, 실은 커다란 미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인생의 어떤 시점에는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그저 바라보는 일.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일뿐이다. 181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연작소설책 중

대도시의 사랑법이야기가 빠진 것이 공교롭긴 한데,

이미 서평을 올려서 그렇다. 

https://blog.naver.com/kiyukk/221571651196

 

 

현재의 혼란과 체력/지능 저하를 대신 변명하듯 들려준 위로의 구절들.


책상에 있던 물건들을 하루에 하나씩 집에 들고 갔다. 모든 물건이 정리될 때쯤 사표를 냈다. 뭐 대단히 신나거나 설레거나 후련한 기분은 아니었다. 실은 다 지겨웠다. 260


가끔은 내가 모든 걸 다 잘못한 것만 같고, 때로는 이유없이 모든 게 다 억울했다.(...) 논리 없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내 인생의 시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게 분명했다. 272


내 소설 속 가상의 규호는 몇 번이고 죽고 다치며 온전한 사랑의 방식으로 남아 있지만 현실의 규호는 숨을 쉬며 자꾸만 자신의 삶을 걸어 나간다. 그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모든 것들을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시간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왔지만 결국 나의 몸과 나의 마음과 내 일상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더 여실히 깨달을 따름이었다. 307


이해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하는 자리에서 여전히 전하지 못하는 말들은 산산이 흩어져간다. 소설은 가깝기에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심리적 착취를, 출구 없는 증오를, 그러나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의 무한회로를 반복하며 가족이란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가만히 바라본다. 325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토록 사랑스러운 작가.


글을 쓸 때 (혹은 일상을 살아갈 때)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손에 뭔가 닿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말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금 주먹을 꽉 쥔 채 이 사소한 온기를 껴안을 수밖에 없다. 내 삶을,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단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오롯이 나로서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2019년 여름

사랑하는 나의 대도시, 서울에서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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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쨈과 함께 1~3 세트 - 전3권
루시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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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들에겐 꽤 인기가 있는 웹툰인가 보다,

 

모른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서 나도 놀랐다,

 

큰 비 소식이 들리는데 재밌고 웃을 수 있고 감동이 없지 않은,

 

그런 이야기책들이 있으면 함께 읽는 재미가 더 커질 것이다,

 

꼬맹이들은 재밌어하는데 나만 큰 감동을 받아 민망한 모습을 보이진 않겠지...

 

나이가 들어 곤란한 점이다, 간혹 찾아오는 감동 과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이 좀 간지럽다,



크리스마스는 쨈과 함께는 악마를 인간 세상의 개로 추방시킨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사랑에 관한 두 캐릭터의 충돌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며 갈등 요소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루시드 작가의 섬세하고 유머 넘치는 그림체는 귀여울 뿐만 아니라 탁월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들의 매력과 장점을 십분 드러낸다. 전직 악마에서 개로 몰락한 쨈의 시니컬한 태도, 노견 순덕이의 느긋함과 넘치는 사랑, ‘주사모(주인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강아지들의 유쾌함 등은 작품을 보는 큰 재미이다. 또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대사들은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비록 강아지가 된 악마이지만 주인과의 유대감과 사랑, 믿음, 그리고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아름답기까지 하다. 쨈과 순덕이가 전하는 사랑 이야기는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뿐 아니라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이다. 사랑은 가장 보편적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출판사 서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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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만지는 아이를 보는 서로 다른 시선
한송이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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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을 읽고 짐작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달팽이를 만지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선이 형성되는 여러 통로들과 그 과정에서의 의미부여,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와 사적/공적 파급 영향에 대한 언급이

주가 되는 책이다.

누구나 삶을 살고 누구나 이런저런 경험을 하기 마련인데,

어떤 경험들은 이렇게 정리되어 출판물로 정리되고 태어난다.

간혹 비슷한 경험에는 더 많은 공감을 느끼며 그 노고를 나누는 일에 감사한다.

 

대한민국은 상당히 진지한 지배철학이 대다수 시민들의 삶에 크건 적건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사회이다. 나는 비교적 크게 영향을 받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 속하며 살아 왔기 때문에, 큰 의심을 품을 줄 몰랐고, 그래서 살면서 또 다른 영향들 또한 큰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받아들이는 격렬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그 진지함을 대표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모든 행위와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유학 시절, 지도 교수들 중 한 명이 날 좋은 저녁, 야외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마치 농담인 듯 질문을 던졌다. “meaning of life만 고민 말고, life of meaning”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작가는 산뜻하면서도 최상의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그 한때를 그립고도 분명 행복하게 반추해 보았다.

 

10년 동안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들은 내가 있는 곳을 떠나면 더 이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7


한 세기를 다 살고 나서도 인생을 무의미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지라도 난 의미를 찾는 일을 멈출 순 없다. 다만, 행복에 집착하는 행위가 행복을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의미에 대한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삶의 의미, 일의 의미, 여행의 의미, 사랑의 의미가 좀 없으면 어때... 그래도 난 삶이 좋은걸. 17

 

유학을 떠나기 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나는 "이제 모든 사회운동은 저절로 끝이 날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볼 수 있고, ‘다른 사회는 어떤 대안을 현실화할 수 있었나직접 보고 배운다면, 더 이상 우리끼리 결론 없는 소모적 싸움은 안 해도 될 것이다.”라고 진심으로 희망을 가졌다. "몰라서 그렇지 알면 우리가 뭐가 모라자서 왜 못하랴! 신난다! 세계평화의 도래다!" 그런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해외여행은 내가 이상적으로 그렸던 개안의 여행이 아니라, ‘해외관광의 붐으로 몸집을 늘렸고, 씁쓸하게도 한동안 싹쓸이 해외쇼핑범주 안에 머물렀다. ‘소비의 쾌락과 미덕은 적수 없이 위세를 떨쳐 나갔다.

 

경험을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소유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기쁨에 비해 더 오래 그리고 더 강하게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최인철, <프레임>)(...)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을 배우고, 인류가 남긴 아름다운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여행이라는 경험의 소비가 물질의 소비와 다를 게 뭐 있을까?(...)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과하게 하는 경험의 사치가 내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다. 21


여행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의 소비가 그저 일회성 소비에 그치거나, 너무 과도한 사치가 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성숙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열리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행을 통해, 개개인이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멋진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21

 

그 후 나는 다른 사회의 삶의 방식을 보고 배우는일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남겨 두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달랐다. 역시 긍정에 희망을 더한 글을 남겨 두었다. 읽다 보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회고록도 아닌데 자꾸만 이런 비교 방식으로 책을 읽어 나가게 된다.

 

과정이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과정을 무시한 결과는 참사를 낳는다.(...) 결과도 종요하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방법은 폐기처분된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미화가 된다. 그 모든 실패와 실수들이 성공으로 가기 위한 배움의 단계로 둔갑한다. 저게 뭐냐며 손가락질 받았던 모습들이 갑자기 너무 멋있고 개성 있는 특별한 모습으로 승화된다.(...) 과정에 충실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을 걸어 볼 만하다. 47

 

그러고 보면 나는 늘 이런 이들이 부러웠다. 인생길이 명확하게 보이는, 정리된 이들. 문사철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 자연과학도였던 나는, 눈 먼 과학을 하는 오류 정도는 피해가고자 온갖 우려와 꾸지람을 들으면서 한 때 진지하게 철학을 전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도 교수의 최초의 충고처럼, 배우면 배울수록 할 수 없는 일들만 늘어갔다. 그러다 보니, 위의 예문의 저자처럼, ‘인생을 걸어볼 만한 일같은 건 찾지 못했다. 그 이유에는 과정결과에 대한 사회철학적 담론을 통해 누적된 토론의 무게만으로도 가히 숨쉬기가 어려운 학계의 사정도 포함되어 있다. 과거의 결심과 지금의 나에 대해 마구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다가 산뜻하고 명쾌한 세계관을 가진, 그에 따라 사는 이들을 만나면, 늘 얼마간 부러움이 마음에 번진다.

 

이 책의 저자 한송이 교수는 생각하며 사는 일의 거의 전 방위에 걸쳐 다독이며 의견을 개진한다. 그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위안을 받기도 하고, 재밌게 웃을 수도 있고, 가끔은 벅차게 놓아버린 일들이 상기되어 상당히 마음이 욱신거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얼마나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적 있는가? 93

 

이런 대목들이다. 그러다 절대선과 자유처럼 거대 담론을 방문하기도 하고, ‘화를 내는 나만의 좋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친다(107)’는 당장 필요한 조언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다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작가든 독자이든, 쓰든 읽든 그 모든 만나는 행위들이 서로 격려하며 살아가자는 그런 토닥토닥이라는 느낌이 남는다.

 

달팽이를 만지는 아이를 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존재할 때 어떻게 현명하게 조율해야 하는지, 그런 현실적인 고민이 실재해서 반가웠던 제목의 이 책은, 저자가 공들여 올려 준, 늘 파랄 것만 같은 하늘과 그 모든 사진들을 보며 한 숨을 쉬어 가는 휴식을 대신 전해 주었다.

 

구체적인 고민은 인생 전반에 대한 자세와 대비가 있다면,

그때그때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란, 그런 조언이었을까.

 

아무튼 는 악의와 탐욕이 배제된 서로 다른 시선들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그 반대급부로 전체주의적 사고와 유행이 제발 사그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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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 세상에서 가장 짧고 쉬운 20가지 심리 법칙
로버트 치알디니.노아 골드스타인.스티브 마틴 지음, 박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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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 삽화... 실제로 석쇠 위에서 누군가를 굽고 있다(충격과 통쾌함 공재!) 

 

남들은 아직 눈치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안다,

.. 짜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제 그만 막! ! 짜증이 나는 대로 표현하며 살고 싶다는 그런 유혹이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상은 벌써 백만 번쯤 했다.

그 와중에 이런 문구라니!ㅎㅎ

 

인간은 작은 것에 흔들리도록 설계되었다!”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 휘둘리는 존재다."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보고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되는 세상."

"손해 보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작지만 강력한 호구 해방의 심리학!"

 

예스는 인간관계를 꽃피운다. 더 배우고 탐구하도록 용기를 준다. 구상 중인 프로젝트에 청신호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회를 보장해주기도 한다. ‘예스는 허락이다. 그리고 예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 즉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6

 

아마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를 믿는다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고 뭘 잘 안 믿는 내게는 이해 불가능한) 행위를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서로 긍정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얻는 정서적 만족감은 가히 대단할 것이다.

 

(...) 진화적 연구에 의하면 상대방이 내게 가지는 고마운 마음이나 호감이 나의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행복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16

 

갈수록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정서적으로 우울해지는 이유가 노화란 자연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상대방이 고마워할만한 사회적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드는 구절이다.

 

예스상호성’, 그리고 타인을 돕는 행위의 규범적, 윤리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오래 전 삶의 방식이 불현 듯 떠올랐다


정말 오래전 이야기라 세대가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게도 이제는 마치 전생의 일처럼 느껴지는 대학시절, ‘선배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늘 손해를 보고, 가끔은 자취/하숙월세를 털어 후배들을 먹이곤 했던 시절이 있다. 놀랍겠지만 진정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그저 나도 선배가 되면 후배들에게 저 정도 희생은 해야 한다를 말없이 배웠다.


실제로, 현금을 빌리는 상황이 닥치면, 선배들은 으레, 꼭 나에게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다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면 그들을 도우면서 사회에 환원하라!” 마치 정언명령처럼 들리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빚 갚는 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이 예시가 내가 선배들에게 막 현금을 빌리고 변제를 언젠가의 미래로 연기했다는 고백은 절대 아니다!)


세월이 좀 흘러 나는 가끔 그 월세는 어찌 해결되었는지, 그 후배들은 그 가르침을 이행하고 있는지, 그런 일들이 소소히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어린 듯 젊은, 그래도 어떻게 살아야 좋은 세상인지 다 알았던 그런,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이렇게 쓰고 보니 이제 정말 갈데없는 기성세대, 꼰대 같기도 하다...).

 

상호성의 원칙대로 행동하면 보통 자원의 교환을 통해 이해 당사자 모두가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그 결과 더 많이 협동하고, 효율이 증대하고, 상호 이익이 되고, 관계가 더 오해 지속된다. 17


타인을 돕는 행위가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는 말이 다소 냉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베풀 때 상호성의 원칙은 스스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17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행위는 상대에게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감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사회적 의무감이 형성된 분위기에서는 신세를 진 사람의 부탁에 예스라고 대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은 인간의 마음 한편에 있는 양심의 결정보다는 상대에 대한 사회적 의무감인 경우가 더 많다. 17~18

 

나의 소비행태에 대한 힌트가 되는 구절도 보인다. 소득의 10%는 후원이나 기부로 할당하는데, 이외에도 간접적 후원이나 기부행위로 나온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 잦은 이유는 내 소비에 감정의 여파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나... 나쁘진 않다.

 

슬픈 감정에 빠진 구매자들은 중립적인 감정의 구매자보다 물건을 구매하는 데 약 30퍼센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 또한 슬픔에 빠진 판매자들은 중립적 감정의 판매자가 제시한 판매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판매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결정은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듯했다. 아무도 자신들에게 남은 슬픈 감정의 여파가 그렇게 깊은 줄 알지 못했다. 55~56

 

나는 현실에서 아래의 예처럼 이런 부탁의 선후 발언을 아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가끔 그런 행위의 순간을 목격할 때면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감탄이 나올 때도 있다. 그 행위자가 이런 원리를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악용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의도가 선하고 결과가 윈윈(winwin)이라면, 공리주의에 다소 호의를 가진 나로서는, 굳이 칸트적 도덕규칙을 응용할 의지는 없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악용하지는 말자.

 

한 연구에서는 누군가 나에 관해 칭찬을 한 직후 부탁을 하면 그 부탁에 더욱 호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 평소 내가 얼마나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아졌다. 부탁을 하는 사람은 그 대상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이라고 하는 수단으로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설득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116~117

 

가독성은 좋지만, 나의 독해 능력의 부족인지, 이 즈음에 와서는 전술적으로 다소 헷갈리는 면이 없지 않다. 긍정의 화법, 의미전달을 주요 전술로 사용하는 것이 이후 확장될 사회적 호혜성과 상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쭉 끌어온 것 같은데, 작은 공포의 전략을 예시로 들고 있다. 예를 들면,

 

연구 팀은 각 가정에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소개한 안내서를 나눠주었다. 이 안내서는 다 똑같았지만 딱 한 문장만 달랐다. 절반의 안내서에는 소개한 방법대로 하면 전기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썼고, 나머지 절반에는 이 방법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조금씩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 한 문장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고도 크게 나타났다.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받은 가정보다 매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받은 가정이 두 배 가까이 지침을 실천했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명확해졌다. 162

 

그렇다면, 설득의 전략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애초에 상황에 따른 빠른 대응이 필요한 유동성이 결국은 답이라면,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쎄... 아무래도 가장 힘이 센 것은 진심이라는 나의 낡고 고집스런 믿음이 결국에는 끝까지 남는다. 그래도, 모쪼록, 기술의 효용과 연마에 뛰어난 독자들은 개인 간, 사회 전체의 평화와 의사소통을 위해 의도도 결과도 소위 윈윈(winwin)’인 방식을 고집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늘 언제나 꿈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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