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디테일 - 하고 싶은 말을 센스 있게
강미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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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나의 마음보다 남의 마음을 더 많이 살피는 것.

 

순전히 운이 좋아 눈치가 없는, 삶을 살았다.

첫째로 태어난 것도 있고, 가족들 내 의견/분쟁 조정이 잦은 환경도 아니었다.

그런 성격이 학교/직장에서도 이어져 가십의 최종 인식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싫은 건 할 재주가 없으니 못한다고 바로 말하고,

남의 일에 대부분 무심한 편이니 평균보다 스트레스 받는 지수가 밑돌 것이고,

남과 싸우는 일이 거의/전혀 없어 갈등 조정 능력은 아마 밑바닥일 것이다.

 

그러니 막말/폭력/살해로 이어지는 사건 소식을 접하면, 왜 그렇게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좀 더 젊을 때는 젊어서 복잡다단한 삶의 실재를 몰라 그런가 했지만, 나이가 좀 더 든 지금도, 그런 극단으로 서로의 삶을 망치는 결론보다는, 역시 그런 대상/사건들에서 자신을/서로는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그 과정 또한 얼마나 막막하고 고단하고 지난할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충분한 고민과 진지한 책임감이 동반된 숙고라고 봐주기는 힘들 것이다.


모든 인류를 만난 본 것은 아니니 뭐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대부분은 초능력자가 아니고 따라서 정확한 의사소통 행위를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는 늘 언어를 통한 소통이 가장 쉽고 명확하다고 믿는 지라, 구화이든 문장이든, 한번쯤 생각을 통해 정리되어 전반적 내용을 포함한 총체적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아마 카톡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한 구절에 한 정보씩 전하는 산만한 내용 전달을 도무지 견딜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육하원칙까지는 아닐 지라도, 나와 상대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은 일회에 표현/전달 가능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심정을 바탕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가니, 적어도 소통법관계에 관한 한 내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한번쯤 정리하고 다듬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다른 이들이 고민하는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상기해보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언제나 갑을병정 다층적 위계 관계가 자동 성립되는 이런 권위적인 사회에서, 할 말 다하고 산다는 건 그야말로 대통령도 누릴 수 없는 삶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일까?’

나를 무례하다고 생각할까?’

불편한 마음을 얘기했다가 공연히 피해를 보거나 관계가 나빠지게 될까

 

한권의 책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읽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파트별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부터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놀랍게도 31개의 디테일한 소통법이 소개되어 있다(봉테일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 또한 마지막 셀프코칭 노트 마치 간단한 자가 실습을 하는 재미를 준다.

 

디테일 원칙 1. 자기표현이 어려울 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룬다.


디테일 원칙 2. 섬세하고 영리하게 대화를 리드하는 법

불편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말하는, 상황별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


디테일 원칙 3. 분명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법

구체적 예시를 통해 솔직하고 지혜로운 소통의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디테일 원칙 4. 사소한 말 한마디로 호감을 얻는 법

유연하고 인간미 있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


Bonus part. 대화가 쉬워지는 셀프코칭 노트

나의 대화법을 점검하는 워크북으로, 표현력을 키우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자신감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준비하고 단련된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 내 안에 쌓인 내공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치 코칭을 하면서 자신감이 없어 고민이라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내가 첫 번째로 하는 것은 같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36


참고 참다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연인, 상사의 만행에 찍소리도 안 하고 참다가 어느 날 사표를 내미는 직원, 참고 살다가 갑자기 폭발해 그동안 쌓인 것을 모두 토해내는 배우자 등. 이런 사람들의 극적인 행동에 상대도 놀라 상처를 받게 된다. ‘내가 져주고 말지라며 관계와 대화를 승패로 생각하거나, ‘내가 참아야 갈등이 없지’, ‘누군가는 희생해야지라고 흑백논리로 생각하는 것은 유연성이 없는 경직된 관계 방식이다. 이들의 대화법은 참거나, 확 지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참다가 병이 나거나 욱해서 관계가 깨진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건강하지 못하다. 더 나아가 위험하다. 내가 굳이 이기거나 지지 않아도 나의 생각을 부드럽게 전할 수 있고, 입 꾹 다물며 참지 않아도 내 의견을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참고 참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길이다. 135-136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깊은 관심을 갖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숱한 시도를 해보며 깨달은 것은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청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어딜 가나 항상 말하는 사람은 항상 말하고, 항상 듣는 사람은 항상 듣는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입을 막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듣기만 했던 사람이 입을 열어보자. 149


위트는 고단수 커뮤니케이션이다. 불편한 상황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가는 것, 상대의 예민함을 넉살 좋게 품어버리는 것, 누군가의 실수를 센스 있게 덮어주는 것이다. 나의 위트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맛본 이는 위트에 더 욕심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백 퍼센트 성공하는 타자는 없는 법. 위트가 먹히지 않거나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상황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3할만 쳐도 훌륭한 타자라 하지 않나. 위트가 필요한 순간에 주저 말고 방망이를 휘둘러보자. 내 말에 상대가 웃는 기쁨을 맛보면 종종 홈런도 치게 될 것이다. 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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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24
이지유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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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습지로 둘러싸인 만야라 호수,

세계 최대의 칼데라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킬리만자로간 서쪽, 사마나 지대의 중심에 있는

탄자니아 최대의 국립공원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여행입니다.

 

그 광대함에 야생동물을 만나기 전에 감탄이 듭니다.

 

30대에 아프리카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생각에,

알러지 반응이 두려워 포기했는데,

이렇게 상기할 일이 생기면 늘 후회로 남습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한 우리 가족들이

위안 삼아 함께 읽고 함께 부러워한 책입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상식들이 많았답니다.

(물론, 우리 가족이 동물학에 특별히 무지한 것일 수도 있지만...ㅎㅎ)

아래 인용은 가족들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인상 깊게 느낀 내용들입니다.

 

여전히 사전예방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 못했지만,

마치 고향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가끔 들면서 아프리카 가보고 싶네요.


이 책은 201812, 친구들과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 국립 공원,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만야라 호수를 여행한 뒤 썼어요.(...)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을 보는 내내 이 멋진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4


아프리카 북부에 사는 북부흰코뿔소는 20183, 마지막으로 남은 수컷이 숨을 거두면서 사실상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어요 5


지구상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생물에 대해 잘 아는 거예요. 잘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찰해야 해요. 6


아이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야생 동물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17


사파리 가이드와 함께 하는 사파리 투어 전문 차량이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인 이유를 아시나요?


동물들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빨간색이나 파란색처럼 초원에는 없는 화려한 색을 동물들이 볼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초원의 주인은 동물이고 우리는 그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손님이니 동물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겠지요? 사파리 투어 차를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으로만 칠하는 것은 동물에게 예의를 지키는 거랍니다. 22


믿기 힘들겠지만, 아프리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길게 갈라지고 있어요. 몇 만년 뒤에는 두 조각이 나고 말거예요.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부룬디, 탄자니아를 거쳐 말라위와 모잠비크까지 아프리카 동쪽이 완전히 갈라져 나가는 거지요. 28-29


보존 지구와 국립 공원에서는 드나드는 사람을 꼼꼼히 확인해요. 그중에 불법으로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긴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뿔이나 가죽을 빼앗는 사람들이 정문으로 들어오진 않겠지요. 밀렵꾼에 대한 우려가 아니더라도, 혹시나 공원에 들어간 사람이 동행과 떨어져 길을 잃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드나드는 사람을 철저히 확인하는 거예요. 30-31


기린은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훨씬 더 길었어요!(...) 줄리아 아줌마는 앞다리가 더 길어야 길고 무거운 목과 머리의 무게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을 잡기 쉬워지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 민지는 기린의 오른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 한쪽 방향의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는 거예요. 민지는 같은 네발 달린 동물이라도 걸을 때 움직임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놀라웠어요. 34


세렝게티(Serengeti)’는 마사이족 말로 끝없는 평원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세렝게티는 옛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탕가니카의 땅이었어요. 탕가니카의 탕가(Tanga)’항해라는 뜻이고, ‘니카(nyika)’야생에서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치면 길들여지지 않은 땅에서 항해한다.’라는 뜻이죠. 그 이름에 걸맞게 세렝게티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과 마사이족이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었어요. 39-40


세렝게티가 독일의 식민지였던 1913, 미국인 사냥꾼 슽어트 에드워드 화이트는 세렝게티에 와 본 후 나쁜 마음을 먹었어요. 이곳을 부자들을 위한 사냥터로 만들어 큰돈을 벌 속셈이었던 거예요. (...) 화이트가 세렝게티로 데려온 부자 손님들은 닥치는 대로 동물을 잡았어요. 그들을 비롯한 서구인들은 죽은 동물의 머리를 잘라 박제한 뒤 거실에 걸어 두는 것을 즐겼어요. 또 동물의 가죽과 뿔만 거두어 팔기도 했지요. 결국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히 망가지고 말았어요. 41


세렝게티는 이 모든 동물과 식물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훌륭한 생태계예요.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유네스코는 1981년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한 수탈의 역사를 뒤로 하고 거의 복원되었어요. 자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망가진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죠. 43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나아안츠 매인냐! 마바치 치바바!'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 남아프리카 흑인 민족 줄루족의 언어. <라이온 킹>


빅 파이브’(big five)는 표범, 사자,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 이렇게 다섯 종의 동물을 이르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크다라는 뜻인 영어 단어 (big)’만 보고 몸집이 큰 다섯 마리의 동물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빅 파이브는 사냥하기 힘든 동물 다섯 종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54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에요. 동물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죠. (...) 이 모든 노력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따름이에요. 60-61


오래된 질문, 다들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걸까,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걸까?”


얼룩말이 수정란 상태에서 온전한 개체로 자랄 때까지의 과정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얼룩말의 피부는 원래 검은데 그 위에 흰색 줄무늬가 생긴 거라고 해요. 75-76


얼룩말의 줄무늬가 쇠파리 때문에 생긴 거라지 뭐예요? 쇠파리는 소나 말의 살갗을 파고들어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파리과의 곤충이에요. 얼룩말은 털이 짧아서 쇠파리나 모기처럼 다른 동물을 무는 곤충의 공격에 취약한데, 쇠파리가 줄무늬를 싫어해서 얼룩말을 물지 않는다는 거예요. 78


그럼 쇠파리는 왜 줄무늬를 싫어할까요? (아직도 답을 모르는 문제!)


요즘 아프리카에서는 상아 없이 태어나는 새끼 코끼리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상아를 탐내며 상아가 있는 코끼리를 죽이고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살려 두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상아가 없는 유전자를 가진 코끼리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걱정하고 있어요. 상아는 코끼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101-103


만약 지내던 웅덩이가 마르면 하마는 밤사이 열심히 걸어가 새로운 물웅덩이를 찾아요. (...) 하마가 어떻게 물웅덩이를 찾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과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어요. 106


하마는 끈적끈적한 붉은색 땀을 흘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바로 이 붉은 땀이 하마의 피부를 지켜주는 거랍니다. (...) 인간들이 햇빛 차단제와 항생 연고를 바르고 있을 때 하마는 땀샘에서 차단제와 연고가 나오는 거지요. 인간에게는 왜 이런 능력이 없을까요? 108-109


2015년 케냐의 한 동물 연구 센터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백여 마리의 개코원숭이 무리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 우두머리 수컷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놀랍게도 원숭이들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어요. 196


왜 동물들은 인간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 오는 걸까요?(...) 인간의 거주지 근처에 먹을 것이 많아 동물들 사이에 먹이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하지 않으면 다른 동물과 적이 될 필요가 없어요. 경쟁에 쓰는 에너지가 줄고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열중한다는 거죠. 서로를 돕는 방향으로 말이에요. 201


그러니 지구상에 배고픔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당연해요. 이미 충분히 먹은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고요. 배고픔이 사라지면 모두 함께 더 나은 문화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늘어날 거예요. 동물들은 이처럼 당연한 일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도 그런가요? 201


다른 동물들은 모두 무서워하는 진한 알칼리성 호수 한가운데 알을 낳다니, 정말 신기하죠?(...) 바로 홍학의 먹이인 붉은색 미생물이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기 때문이죠.(...) 홍학의 긴 다리는 강알칼리에도 타지 않는 튼튼한 비늘로 덮여 있거든요.(...) 홍학은 맑은 물이 없으면 소금 호수의 물을 조금 마시기도 해요. 홍학의 머리 부분에는 소금만 걸러서 밖으로 배출하는 특수한 땀샘이 있어요. 211


앞에서 이야기했듯 홍학이 먹는 몇몇 미생물은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아요. 알칼리성 호수에 사는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양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의 평균 광합성 양의 16배나 된답니다.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알칼리성 호수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에요. 홍학은 이 붉은 먹이를 먹고 붉은 색으로 물드는 거예요. (...) 다른 먹이를 먹으면 금세 붉은 물이 빠져 흰 색이 된답니다. 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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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함께 였던 것같아, 정확히 가이한 연도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느덧 20주년! 많은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승승장구를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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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창비 노랫말 그림책
이두헌 지음, 최은영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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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지만

, 어릴 적 풍선은 왜 그렇게 정서를 간질였는지 모르겠다.

 

정말 풍선을 잡고 둥실~둥실~두둥실~

날아오르는 상상을 해서 아련하고 그리운 것이었을까.

 

아님, 땅에 발붙이고 사는 생명체의 숙명은 그렇게 가볍고도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동경할 마음의 준비가 유전자에 각인되어서였을까.

 

어쨌든,

날고 싶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 간절함 덕분인지 꿈으로는 자주 꾸기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 말고도 높은 곳에서 멀리 넓게 보고 싶었을 터이다.

 

더 넓은 세상이 많이많이 궁금했을 터이다.

 

그래서 결국 공항 음식에 구역질이 날만큼 지구를 (다는 아니지만) 마구 날아돌아 다니는 한 시기를 보냈다.

 

그래도 매번 비행기 창가 잠시의 풍경은 좋아라했다.

 

양심에 너무 깊이 걸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할 때까지

비행도 풍선도 끈질기게 잡고 놓지 않았던

부끄러운 삶이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인해 풍선은 결별하고,

비행은 최대한 가능한 자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노란풍선이 더욱 아련하고 반갑다.

 

혹시 다섯손가락의 <풍선>이란 노래를 아는 독자라면, 음악을 플레이하고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좋은 창비의 그림책이다.

우리집 꼬맹이는 그림책의 삽화 그리기에 매번 푹 빠져 드는데, 혼자 그 그림들에 감동의 눈물을 삼키는 나로서는 그림책들이 언제나 반갑고 감사하다.

 

나도 저렇게 맑고 발랄하게 따라 그려볼 수 있을까, 미즈 피카소로 귀결되는 결말은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새삼스럽지만 생각해보면 노란 것, 동그란 것들 중에

내가 좋아했던 것,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다.

 

노랗고 동그란 달,

동그랗고 반짝이는 비눗방울들

, 노랗고 따끈한 튜브

, 노란 민들레,

노란 병아리,

여름의 레몬 아이스크림 한 스쿱,

노란불빛 현관등......

 

가끔 길 가다 높이 멀리 날아가는 풍선을 보게 되면, 서서 오래 바라본다.

 

그렇게 나를 세운 것은, 저 풍선이 터지면 환경이 오염되는데......라는 걱정이 다는 아닐 것이다.

 

언제나 다소 무책임한 로망이 실려 간다.

 

*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들은 촬영해서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원본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되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부디 행복하게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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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거미 잭슨과 전갈 -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김동석 지음, 나오미 G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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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은 이 문구로 인해 읽기도 전해 사랑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물론 직업 작가들을 한없이 경애하지만, 나는 내 친구들이 문득 적은 가 세상 가장 좋을 때도 분명 있고, 특히나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창작 활동은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비뚤어진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션 하나하나 미소를 담고 오래 쳐다보았다. 줄거리 구성도 기성세대보다 훨씬 과감하고 발랄하다. 그러면서도 눈물과 감동이 가득하다. 이렇게 세상의 정의와 선함을 믿는 미래세대의 바람대로 사회가 움직여 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어느 시기부터 기성세대인 나는 늘 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현실의 장면들이 많다.

 

제목을 보면, 의인화되어 잭슨이란 인간스러운 이름을 가진 거미와 전갈이 주인공이고 뭔가 기기묘묘 흥미진진한 서커스 공연이 벌어지나 싶지만, 실제로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인물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쟌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야생 동물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쟌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에서 잭슨 쇼를 하는 것도 야생 동물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쟌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죽어 가는 야생 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쟌이 잭슨 쇼를 통해 돈을 버는 이유는 시장에 있는 야생 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사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쇼를 시작했어요.


대왕 거미 잭슨에게 곤충을 먹이로 던져 주면서 돈을 버는 쟌을 많은 사람들은 곤충 학대자 또는 생태계 파괴자라고 야유를 하고 고소까지 했어요. 하지만 뉴스를 통해 쟌이 하는 일을 알게 되면서 많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잭슨 쇼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생겼어요. 58-59

 

다른 먹을거리도 넘쳐 나는데 굳이 식량으로 먹어 치워지는 동물들과 그것도 아니고 그저 기념품으로 포획되고 수집되는 동물들에 대한 얘기도 편지글을 통해 세련되게 잘 보여 주고 있다

.

그런데! 인식과 상황의 대전환을 가져 오는 일이 생기게 된다.

 

 

. 지금 잭슨 쇼에 먹잇감으로 들어가 있는 전갈도 살려서 사막으로 돌려보낼 수 없나요?”(...)

너무 슬퍼요. 지금 싸우고 있는 전갈도 살고 싶을 것 같아요.”

순간 쟌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어요. (...)

쟌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68-69

 

그 후 전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역시 상상력이 젊습니다.

아주 솔직한 배움과 지혜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책입니다.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재학생들이,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꿈을 키우는 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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