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솔시레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조희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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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사가 되고 싶던 꿈을 이루었고 글쓰기도 좋아하셨지만시력을 잃어버리는 시련을 겪으시고 소리책을 듣고 키보드 자판을 익혀 글을 남기셨다.

 

<줄눈 낙서 솔시레>로 소설가로 등단하셨고블로그 활동을 하며 글들을 올리시고 시각장애인 잡지에 글을 연재 중이시다.

 

피아노 화음으로 배운 화음솔시레시레솔에 열세 살을 위한 혹은 연령 무관 독자를 위한 어떤 이야기를 담으셨는지 궁금해서 펼쳐 보았다.

 

처음부터 줄곧 끝까지 읽지 말고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읽으라고 가르쳐 주신 요령을 따라 읽어 본다.

 

루이 브라유는 오르간 연주 실력이 뛰어나 갈채를 받으면서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점자 만들기와 점자 보급에 자기 일생을 바치었다.”

 

목차를 먼저 읽었는데 44명 중에 모르는 이들이 꽤 많다그리고 당혹스러운 소제목도 눈에 띈다어느 책이나 저자의 사견이 반영되기 마련이니.

 

이 많은 이들이 열세 살에 다들 기록될만한 무언가를 했다니 놀랍기만 하다나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오래 전으로 되돌려 본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플루타코스 영웅전> 등 책 읽기를 좋아해서 인쇄소 종업원 일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일화가 눈에 띈다완역본이 출간되어 이번 생에 마지막으로 읽겠다 결심한 직후라 열세 살이 아닌 독자지만 반갑다.

 

<프랭클린 자서전>의 내용 중에 어릴 적 권고 받은 가르침의 내용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반가워 읽어 본다꼭 따르라거나 못 지키면 벌을 받지도 않았지만 어떤 것들은 오래 영향을 미쳤고 어떤 것들은 지금도 비슷하게 지키고 있다습관이 된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절제배부르도록 먹지 마라.

시청률이 높다는 먹방이 끔찍한 내 정서의 기저에는 탐식에 대한 경고를 자주 들어서가 아닌가 싶다말기암 치료 중이라 식사가 고역인 분들이 먹방을 시청하며 음식을 드신다는 소식을 듣고 강렬한 감정이 좀 누그러지긴 했다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먹방이란 프로그램은 참 난감하다.

 

침묵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마라.

만약 남에게 유익한 말을 하라는 것이 가르침이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질서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정돈하라.

살아보니 시간과 체력과 정신 낭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단결심한 것은 반드시 이행하라.

언젠가 꼭 한 번은 깨고 싶은 금기 사항!

 

절약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유익하지 않는 일에 돈을 쓰지 마라.

어째서 절약의 덕목인지 헷갈리지만오전에 병원에 다녀오면 세상만사가 귀찮지만 꾹 참고 포장배달에 돈을 쓰지 않는다아픈 건 나만이 아닌 것 같아서다른 사람들도동물도식물도공기... 다 아프다그 이유에 인간이 편리함을 찾아 하는 활동이 거대하게 자리한다.

 

진실남을 속이지 말라.

어떤 통계에선 인간은 하루에 거짓말을 100회 이상 한다는데 나는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거짓말은 부지런하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 가진 능력이기도 하다.

 

정의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남에게 돌아갈 유익을 빼앗지 마라.

동시대의 남도 아니고 인간은 미래 세대의 유익을 빼앗았다우리는 어쩌면 늙어 죽겠지만 늙게까지 살지 못한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정의롭지 못한 일이다오래 전 공부한 환경정의를 이제 현실로 실감한다.

 

청결몸과 습관의복 등을 항상 깨끗이 하라.

몸과 의복은 쉬운데 습관은 쉽지 않다.

 

평정사소한 일이나 일상적인 일에 흔들리지 마라.

매일 혹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흔들흔들한다.

 

(...)

 

위인전과는 많이 다른 인물 소개와 설명이지만 풍성한 이야기들 속에 관심을 끄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으면 독서의 목적이 잘 성취되었다고 믿는다저자가 언급했듯이 순서대로 일독이나 완독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큰 장점이고 열세 살 한정이 아니라 가독 시간이 너그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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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 I’M THE BAD GUY,
안드리안 베슬리 지음, 최영열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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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llie Eilish Pirate Baird O‘Connell: 빌리는 작고하신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이름. 아일리시는 원래의 이름이 될 뻔 한 부모님 마음에 처음 든 이름. 해적을 뜻하는 파이럿은 오빠의 강력한 주장. 베어드는 엄마가 지어준 이름. 아빠는 오코넬이라는 성을 물려 줌.


2013년 빌리 아일리시를 알았다면 나도 무심코 그런 말을 했을까? “쟤 진짜 어려!” 그래미상 수상과 제임스 본드 테마곡 <No time to die>를 부른 것도 몰랐다. 영화를 안 봐서.

 

https://youtu.be/2I1ZU5g1QNo (심장 쏟을 뻔! 경애하는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함께이다. 한스 짐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리스트를 갖고 있던 나는 무조건 좋아졌다.)


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 한 때 꿈이 가수였던 우리 집 십대에게 물어봤더니 2019년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뮤지션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BTS 빌보드 차트 순위로 관심이 쏠리기 직전이구나. 음악, 영상 제작, , 패션, 미술 등등 다종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예술가를 만나 즐겁다.

 

무척 재밌으면서 지적이고 점점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느낌. 몇 개 안 읽었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SNS를 활용하는 것이 살짝 걱정이 되는 기성세대이다.

 

잠시의 뜨거움이 아니라 점점 더 풍성한 활동으로 지속되는 시간이 좋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안심인지.


인상적이고 유쾌한 내용은 빌리의 집안 분위기이다. ‘피아노 세 대와 고양이, 강아지 그리고 음악과 함께 사는 삶.’ 유일한 규칙은 탄산음료 금지! 홈스쿨링,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형제이자 음악 동료. 아주 평범하지만 비범한 부모의 양육 방식도 멋지다.


벽은 가족들이 그린 그림, 사진, 손으로 쓴 메모지들로 빼곡했다. 선반에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고 집안 곳곳에 악기가 굴러다녔다. 피아노는 총 세 개가 있었는데, (...) 바깥에는 손으로 직접 만든 나무집, 타이어로 된 그네와 잔디밭이 있었으니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건 모두 있었던 셈이다.”

 

곡을 만들어 함께 노래하는 것이 일사인 집이었다. (...) 집에서 음악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없었다고 빌리는 회상한다. 늦은 시간이더라도 어떤 식이든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면 얼른 가서 잔소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방에서 집에서 작곡한 음악을 음악 공유 플랫폼에 올렸는데 5년 뒤 2020년에는 미국 최대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절제된 창법으로 속삭이듯 잔상을 남긴다는 평이 빌리의 목소리를 수식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라고 한다. 글과 사진으로 다정하고도 상세하게 만나고 나니 음악으로 표현되는 빌리 아일리시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https://youtu.be/thaqhuAs0Jw (2년 전에 한국에서 공연.)

 

https://www.youtube.com/c/BillieEilish/videos (유튜브 홈페이지. 천천히 들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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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끝내는 대화의 기술 - 일, 사랑, 관계를 기적처럼 바꾸는 말하기 비법
리상룽 지음, 정영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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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 아니라 사고를 결정하고 최후에는 문화를 결정한다.” 

사피어-워프  심리언어학자



책의 내용보다 저자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현재는 베스트셀러 작가영화감독기업의 CEO이고어릴 적에는 각종 말하기대회에서 수상을 했는데국방대학 -육사 비슷 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사교육 기업에 취직해 인기 강사가 된다.

 

기술보다 살아온 에세이를 잔뜩 들려주면 좋겠다 싶었는데아주 충실하게 관계와 장소목적에 따라 다른 말하기 방법들을 알려준다말하기에 관한 조언이 아직도 필요한가 나이가 민망해지다가도 어떤 주제든 모르는 게 늘 있는 법이란 걸 떠올리며 읽는다.

 

본인의 작은 실수에 자책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처럼 타인의 실수나 잘못을 용납하지 않는다. (...) 대화와 소통에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대책 없이 상대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해서도 안 된다. (...) 상대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부분을 찾자역지사지는 소통의 기본이다.”

 

원하는 방식대로바라는 바대로 100% 실천하며 살 수 없다는 건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고그에 대한 보충이 말하는 법에 대해 차분히 들려주는 책읽기라면 잘 해볼 수 있다말보다 글이 편할 때도 많고, 7:3 정도로 말하기에 에너지가 훨씬 많이 소모된다는 느낌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고른다.”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가 하는 말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의견이 분분한 회의나 토론을 할 때에는 한없이 차분해지는데 가장 힘들고 돌발이 많고 어려운 것은 역시 사적관계에서의 언어생활이다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어려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살짝 긴장해야 예의를 지키고 뜻밖에 쉬워지는 일들도 있으니까.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민감한 주제가 있다.”

 

당연한 내용들도 많지만 대화와 소통에 대해 읽다보니 나의 말하는 방식이 생각을 차지하게 된다상처가 될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뾰족하게 굴었던한 차례 감정을 거르기 싫어서 목소리만 차분하고 아마도 다른 모든 것은 칼날처럼 느껴졌을상대에 관해 열심히 생각하지 않고 내가 아는 최선의 혹은 편안한 방식의 대화법을 고수했던 순간들.

 

직장은 복잡한 곳이다. (...) 협력의 핵심은 소통이다. (...) 모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소통은 예술이자 심리학이다. (...) 다른 뜻 없이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 상대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좋은 소통이 된다오해를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왜 1시간에 대화를 끝내야 하는지 설득 당하지 못해 기술은 못 배웠다. 


거의 매일 무슨 말이든 하고 사는 삶이니 남은 시간은 좀 더 무해하게덜 민망하고 당황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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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 기호로로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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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고 가을이고 새 커피...
로스팅과 그라인딩에도 변화가 있을 것일까...
계절과 날씨 탓일까...
향도 맛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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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사색본능
리다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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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라는 호칭을 제목으로 적은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라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성별 표현이 공문서에서조차 사라지는 추세이고이는 성별 구분이 관사와 명사에도 구분된 언어생활을 하던 유럽 언어에서도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배우들의 말이나 글을 주의 깊게 보면 'actress' 대신 ‘actor’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저자는 여성이자 배우라는 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많이 두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제목을 차치하고 우선 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텍스트로 받아서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어 내는 일이 신기와 마법처럼 느껴진다.

 

아주 특별한 공감과 표현력을 타고 나거나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재능으로 만들어내는 극한의 직업이 아닌가 싶다.

 

공교롭게도 저자인 리다해 배우의 출연작들을 아마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단한 충격을 받은 인상 깊은 연극 <하녀들>을 2013, 2014년에 두 번이나 보았으나저자가 제작출연한 최근 연극은 코로나 판데믹에 묻혀 사회 활동이 전무해진 탓에 몰랐다.

 

판데믹에 문화예술인들의 처지가 어떤지 묻기도 민망하고 어렵지만, 다행히 무척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을 잃지 않고 관조하려는 사색이 담긴 시집이라 반갑게 읽는다.

 

손바닥만 한 수첩 속에 펼쳐진 단어들이

(...)

단어 하나하나가

1, 2, 3, 4, 5, 6, 7... 정렬된 숫자가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한 문장의 메모가 세상을 가리키며

뛰어나가라고 일러준다

(...)


작은 수첩

 

탐닉하고 탐닉했어

작은 소행성들이 마음을 차지했지

행성에는 온갖 진귀한 감성이 가득했어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했던지 배에

품고 다녔어 어미 새처럼

(...)


-십 대의 탐닉

 

불안과 두려움과 가난이 덮치리란 걸

상상만 한 채

(...)

이십 년의 시절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난 그날부터

나의 짝사랑은 시작되었다

(...)

외로움을 보듬지 못한 불안 

그 이십 대는 결국 병이 들고 말았다.


이십 대에게 보내는 헌시(獻詩)

 

그렇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채울 것도 없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얼까

드러내고 웃고 울고 봐달라며 마음은 소리쳤지만

그 누가 관심을 가질까

드넓은 세상에 홀로 서 있다


길 가에 서서 노래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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