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이기고 싶은 사람들의 이기는 전략
박시영.김계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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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과 여론 조사 분석에 있어 박시영 대표의 선거예측이 적중률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저녁이 있는 삶이 공저자이신 김계환 캠페인 플래너의 작품이란 것을 몰랐다


유럽을 경험해본 분들은 당혹감과 함께 경험했을 삶의 양식이고 우리는 왜 이렇게 살 수 없는지 야근과 밤샘 근무를 치르며 서글픈 바람을 가져 본 직장인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주던 구절이다.

 

집권여당의 대선경선이 어제 시작되었다판데믹 상황에서 이만하면 선방이라고 하는 국정 분석도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잡아 수출 물량이 늘고 선진국으로 격상되었다고 하는 평가도 있다.

 

그 역시 통계적 진실이겠지만 나는 늘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진실이 더 궁금하다해가 지면 무섬증이 생길 정도로 거리가 한산해지고 상점가 공실이 늘어가고 단기비정규직계약직 알바를 두세 개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엄중한 현실이다.

 

대선은 스타를 뽑는 인기 투표가 아니고 다년간의 국가행정전반적인 살림살이를 주도할 대리자들을 선출하는 것이다부디 다른 것 다 집어치우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지가 잘 시험되길 바란다.

 

정치의 세계에서 인지도 호감도 지지도는 삼박자로 불린다일단은 알아야 하고이단은 좋아야 하고삼단은 찍어줘야 한다.”

 

미래는 내다보는 통찰력과 불확실한 변수돌발적인 상황까지 계산하며 섬세하고 유연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늘 인상을 쓰고 심각하게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능하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선거를 축제처럼희망과 기대를 품어 볼 행사로 경험하면 더 좋을 것이다.

 

시절에 딱 맞게 출간된 선거 맞춤 정치 서적에서 전략 분석가와 플래너 두 저자가 진지하면서도 오래 즐길 수 있는 어떤 전략적인 팁들을 줄지 궁금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읽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현실적 요구들이나 어차피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들에 포함된 것들이 정리되어 생각을 다듬어볼 수 있는 기회가 좋았다.

 

전국민 돌봄국가

세컨드잡세컨드라이프

디지털경제

교육혁명

 

주제들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들을 읽다 보니 과문한 내게는 어떻게 움직여야할 지 무척 곤란해 보이는 결과들도 참 많다결단과 행정의 어려움을 새삼 느낀다가령,

 

중앙정부의 역할과 권력 강화를 찬성하는 의견이 60%, (...)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강화자다는 의견이 80% (...)”

 

이런 건 어떻게 해석 가능한 것일까동일한 모집단에서 이런 의견 분화가 가능한가결과적으로 오류가 없다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책기조는 무엇이 되어야할까정치는 상식적이어야 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2020년 연말에 했던 조사 결과는 2021년 9월의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이고, 20대 대선에 대해 예측해본 내용들도 이니 무용해진 것들이 보인다현실은 정말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고이에 대응하는 것은 이제 생존과 한층 더 가까워진 문제가 되었다뭐든 새로 시작하기보다오래된 묵은 문제들을 열심히 해결해 주는 정책들을 바란다.

 

법과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의 사회적 고충을 헤아리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누가 어느 쪽이 좀 더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가가 대중의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저널리즘에 관한 신뢰하는 연구자인 정준희 교수의 문장들이 신뢰를 더한다.

 

"두 전문가는 가치를 지향하되 현실 진단에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 옳고 그름이 아닌대중의 인식과 투쟁하는 것이 정치다라는 책 속의 표현에 그 숱한 낭인들 사이로 유독 두 사람이 돋보이는 이유를 알게 된다.”

 

정치 대전선거가 시작되었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 대리자인 당선인들에게 위임된다. 5년에 한 번이니 유권자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온전히 누리자.

 

정치를 경멸하는 대중은 경멸 받을 수준의 정치밖에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아무리 정치가 혼탁하고 실망스럽더라도 정치를 외면하거나 멀리해서는 안 된다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이 정치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윈스터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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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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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철학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아주 선명하다담론을 반복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때론 과격하다 싶을 만큼의 전복적 사고를 펼치기도 한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람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만다그토록 예측 불가능한 사람과는 미래를 성공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현실과 시간적으로 상황적으로 괴리가 큰 주장들을 애써 보듬지 않고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답하고 초근미래의 철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업과 사회의 지향 방향에 발맞추어 철학적 고민을 전개하는 새로운 철학책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소통 능력이란 위계질서를 드러내지 않고도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관철하는 능력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2030년이 오면 인공지능이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인간은 판단을 내리를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선택을 내릴 수 있고자신의 결정에 많은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21세기에 한참 찬미한 자아실현에 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는데 나는 이 내용이 반갑기도 했다직업에서 자아실현을 기대하거나 실제 성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다고 자꾸 언론이 조명을 비추는 것인지의도가 의심스럽고 불쾌한 적이 많았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담론은 실패한 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자괴감을 유발한다.”

 

철학책으로서는 드물게 논점논증예시를 들어 문제점을 집요하게 시사하는 방식도 새롭다그래서 잘 읽힌다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가상현실온라인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인간이 경험하는 다른 종류의 세계라고 인정하는 것그 세계에서의 행복론을 소개하는 내용도 흥미롭다.

 

가장 민감한 주제이자 계속 논의되어야 주제는 3장의 능력주의에 대한 사고의 전환’ 파트이다공당의 당대표가 기초적인 수준의 능력주의에 대한 이해도 없는 발언을 침뱉듯 쏟아내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며 읽기에 좋았다.

 

저자의 의도가 선명해서 구태의연고리타분아리송한 기분 없이 찬반을 골고루 경험하며 읽었다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다독자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동의와 저항을 느끼며 읽을 강한 주장들이 많은데이런 경험이 철학적 경험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철학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의 시대착오적인 기대가 오히려 철학을 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만든다.”

 

쓸모 있는 철학의 역할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며 선택 가능한 해석본을 제공하는 일이다.”

 

토론과 논쟁으로 떠들썩해야할 책인데 혼자 읽으니 그 점이 아쉽다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의 작은 대화 시간을 가지면 좋을 질문이 가득한 책이다.

 

"개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을까?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없이도 인간은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 방식과 접근 방법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철학책을 읽은 후 이해되는 내용을 일상의 언어로 바꿔 말해본다

이해한 철학적 내용에 합치하는 일상적 사례를 찾아본다

자신에게 큰 영감을 제공한 철학과 대립하는 철학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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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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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이란 부러운 제목을 가진 이야기의 시작은 완전한 살육의 현장이다육식을 하지 않는 지 오래이나 그로 인해 견딜 수 없는 현실은 그리 많지 않을 나이이고 별의별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기어이 속이 울렁거린다.

 

오리의 먹이가 된 돼지의 불행을 애도하기 전에 인간이 먹이가 될 시신으로 저며 진 광경이 떠오르는뭘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연상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완전한 폭력과 살해를 완수한 이의 완전한 행복이라니백색 구토를 유발한다.

 

실수결함결핍이 없는 무결점과 완전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진 새하얀 폭력성과현실에 부재하는 것들을 작위적으로 현존시키려는 구현에 난폭한 의지가 느껴진다대화는 설교로 타협은 불가로 대체되는 광신의 지옥도를 목격한다.

 

만족스럽고 평온한 밤

잘하면 함께 늙어갈 수 있겠다 싶은 밤

우리에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믿고 싶었던 밤

 

지유가 그린 그림은 누구의 것이지?

비로소 지유는 이해했다.

자신의 엄마의 것이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웠던 그 사건자기애성 성격장애 유형의 사이코패스현실의 그를 떠오르게 하는 신유나가 분명 주인공이지만 저자는 그의 내면이 이러저러하다 직접 들려주지 않는다.

 

생각만으로는 비난도 처벌도 불가하고 매일 어떤 식이건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는 인간을 판단할 방법은 행동뿐이라 단언하듯신유나의 행동에 좌우되던 사람들의 고민날로 지극해지는 패악의 장면들마침내 자신의 아이에게로 향하던 그 떨리고 눈물이 뜨겁던 순간까지 행동들을 무섭도록 차분히 기록한다.

 

읽을수록 더 간절해지는 바람과 소원은 처음에도 끝에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잔혹한 현실을 절감한다독자로서 나는 어떤 오기가 생긴다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자가 명징하게 일러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눈을 뜨고 다 읽고 말거라는그 메시지가 기운 빠지는 허튼 행복론이나 손쉬운 위안은 아니라는 신뢰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문득 치밀어 오르는 조바심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고 모두가 미워하는 인물을 주인공 삼아 집착도 단죄도 없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참을성 있게 듣고 기록하는 저자에 대한 경외로 전환된다가해자가 지목되면 재빨리 비난하고 처벌하고 안심하고 잊고 살 수 있었던 무형의 허가증이 쫙 쫙 찢기는 기분이다멋지나 소스라칠 일이다.

 

이젠 전생의 일처럼도 느껴지는 20세기 덴마크에서 근무하던 시절, “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야.”라고 태연히 얘기하던 아이의 어머니를 생경하게 느끼던 오래전 내가 떠올랐다저자가 말하는 수상쩍음’ - 사회적 집착의 형태로 번진 자기애가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로 변이할 을 배울 기회였지만당시에는 보호자가 괴이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핀란드에 실패의 날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매년 10월 13알음알음 사적인 모임이 아니라 핀란드 국민 1/4가 지켜보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어 서로의 실패를 위무하는 것이 아니라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서 여행을 좋아했고 공항 멀미가 날 직업을 택해 살았는데 사는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배우지 못한 나날이었음을 이 책을 만나 여러 감정을 맛보며 마주한다.

 

누구의 불행도 행복도 서로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엄격한 가르침을 단단히 중심에 두고 가감 없는 팩트만을 골라 담은 쓰디쓴 미스터리 작품이다여름의 발뒤꿈치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애써보는 쓸쓸한 전환의 시간열병을 앓듯 소름과 전율을 거듭 느끼며 생각의 심지를 태웠다. 나는 이제 행복을 선동하는 이들에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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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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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 노래를 한참 좋아한 기억 덕분인가

비가 오면 당산행 지하철에 나타나는 귀신이 무섭지가 않다.

더구나 노래를 불러주는 낭만적인 귀신이라니

무해할지라도 존재하지 않아야할 곳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잡혀서 지옥으로 끌려간다.

슬프다

.

.

도명 당신은 그 한 해 동안 박자언의 보리심이 피어나도록 도우면서 한 해가 끝나는 날

박자언을 극락왕생 시키십시오.”

.

.

비 오는 날 강은 바다처럼 보이는 거 알아?”

.

.

등 뒤로 감춘 손에 마음이 아파 연고를 발라주며 우는 엄마

그 서늘하고, 따끔하게 움츠러드는 감촉, 부드러운 손가락.

일요일 오후 현관으로 비스듬히 쏟아지던 햇볕.

현관을 떠도는 오래된 먼지 냄새.

구두약 냄새.

아래층 베란다 밖의 새소리...”

 

이 순간을 아마 나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 순간으로 아마 나는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

.

손쉬운 나이 탓이나 해볼까...

눈물이 난다...

2권을 읽어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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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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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제목이 낯설지 않으시지요오래 전이지만 무척 재밌어서 신기해하며 읽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철학책이라 할 수도 있는데 영어 원작으로 읽어도 동화처럼 읽힙니다지금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자의 이름을 잊어버릴 만큼 오랜만에 신작 소식을 들었습니다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거란 기대가 커지는 표지입니다.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강신주 철학자의 해설이 더해진 구성입니다두 사람의 고민과 사유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궁금합니다. 190쪽의 작은 책입니다.

 

삼각관계가 형성된 연애이야기가 전개되어 멍하니 읽다가 죽음이 가까운 이가 자살을 결심하고 쓴 유서라는 것을 떠올리고 다시 재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질문자가 누구냐에 따라 질문의 뜻이 달라질 수 있지요.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여한 마감은 이십사 시간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서 현재로 성큼성큼 걸어온 거나 다름없었다.”

 

근위축증으로 최대 3년의 기대 수명이 남았으니 병증이 악화되면 가족들이 힘겨워할까봐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려는 생각... 당사자가 되어서가족이 되어서3자의 입장으로 여러 생각을 해봅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오히려 그 정반대다내 신체 기능이 하나둘 사라져 결국은 식물인간의 상태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얼마나 오랫동안 그러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고 괴로울 뿐이다매 시간마다 아니 매분 매초마다 내 삶을 타인의 정성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하기 짝이 없다.”

 

당사자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으로 살고 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할 말은 적지만 가족들의 비탄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돌연한 사망이나 살아서 미리 하는 이별인 치매보다 의사가 시간이 얼마 남았다고 알려 주는 병사를 좀 더 선호하는 나는 생각이 더 복잡합니다천천히 서로 이별하는 방법을 택할 수는 없는 걸까요.

 

한편 주인공인 나알버트가 글을 써보기로 한 것은 최선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사라지기 전 내가 살아온 시간을 회상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이고감정이 한 차례 걸러진 글을 통해 알버트 자신도 언급했듯이 글의 끝에 자신이 어디에 도착할지는 모를 일이니까요.

 

글을 통해 그의 삶을 따라 다니는 일은 즐거웠습니다사랑과 행복한 시간들이 가득한 삶이었네요삶과 죽음에 대한 품격을 지닌 회상과 글은 스스로를 동정하고 비탄에 잠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처럼 인간과 지구와 우주로 확장됩니다.

 

모든 것이 동일한 시간에 태어난 동일한 구성 요소들이니 결국에는 자신에 대한 사유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밤하늘을우주를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노스탤지어와 경외심을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부분 부분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요소들이 등장해서 가족에게 숨겨진 어둡고 강렬한 비밀과 범죄 등등의 사건들이 있는 건가 불안하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젊음과 선택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안의 여정이라서 다행입니다.

 

지성을 지닌 인간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불가해한 우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 나는 지금 왜 이러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가? (...) 그것은 바로 희망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희망은 무엇인가?”

 

죽음이 계기가 되어 죽음의 한 종류를 선택하고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글은 점점 삶과 사람으로 채워집니다이렇게까지싶은 정도의 희망이 느껴지는 문장도 만납니다이 책의 원제는 <Akkurat Passe> 노르웨이어로 뜻은 Just right, 딱 적당하게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딱 적당한 순간이 우주의 모든 생명체의 생성과 존재에 필요한 단 한 순간이지요지구 행성이 태양의 골디락스 지대’ -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영역 에 딱 적장하게 위치한 것지구 생태계가 인간이 존재하기에 딱 적당하게 안정적이고 견고하고 비옥한 것 그게 지루한 지 인간이 제 스스로 마구 망가뜨리고는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순간들을 불가능한 영원이라 부릅니다.

 

딱 적당한’ 그런 순간들은 언제였을까요.


사랑과 죽음보다 강렬한 삶의 주제가 있습니까.


희망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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