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 인공지능의 미래를 탐색하는 7가지 철학 수업
김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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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란 단어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세기의 바둑대결로 떠들썩하던 시절이 한참 옛 일 같다드라마틱하게 충격적으로 각인된 인공지능은 말릴 새도 없이 이미 우리 삶의 곳곳에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사람을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몇 주 전에도 나는 인공지능판사의 유용성에 대해 법조계 사람들이 진지하게 긍정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얼마나 낯설고 저항감이 있는가와 전혀 상관없이 인류는 단 한 번도 과학기술의 사회 확산을 도중에 막아본 적이 없다분명 막을 수 없을 것이다전 세계에서 인공지능의사판사과학자상담사인공지능가수화가의 활약이 들려오고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죽은 배우가가 인공 지능으로 부활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일부 예측하여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단서를 제공한 것도 인공지능이다.

 

컴퓨터와 장기체스바둑스타크래프트를 해서 인간이 이기던 시절은 모두 끝났다주어진 규칙 내에서 연산하는 모든 종류의 인지 지적 영역에서 인간은 도전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영원히 잃었다.

 

그 자체가 충격적이거나 슬픈 일은 아니다이미 오래 전 우리는 연산을 계산기에 맡겼으니까그렇다면 인간으로서 우리가 불길해하고 불안해하고 고민하고 경계하고 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인간처럼 일반지능을 갖춘 기계가 앞으로 출현하게 될까요이는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 주제도 여기서 다룰 예정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철학자로서 나는 인공지능은 사고할 수 있는가?’라는 기본적 물음 자체도 (...) ‘마음이 두뇌의 물리적 구조에서 구현된다면그것은 전자적 구조에서도 구현될 수 있는가?’하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저자는 여러 중요한 질문들을 제시하고 그에 충실하게 답하려 설명한다그 질문들을 읽어 가다 보면 독자 자신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울리는 불안과 두려움의 정체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나는 아무래도 바둑과 같은 특정한 한 영역이 아니라 인간처럼 모든 영역의 지능을 구현하는 인간형 인공지능(즉 일반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우리는 이를 믿을 수 있을까하는 신뢰의 문제였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속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마음을 구현할 수 있는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생명과 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젠더 정체성을 갖는가

인공지능을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이 제공한 정보로 학습한 결과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이미 우려할만한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고일반인공지능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하며 진화한다고 해도 정보를 구하는 소스는 여전히 동일하다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데이터들만을 학습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인간이 가진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터키어는 3인칭 대명사(그녀그들)에서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 언어이다예컨대 남녀 구별 없이 그 사람은 의사다그 사람은 베이비시터다라고 표기한다그런데 구글 번역기는 이 문장을 영어로 그 남자는 의사다그 여자는 베이비시터다라고 번역했다터키어가 성별이 표시되지 않는 언어인데도의사의 성을 남성 베이비시터의 성은 여성이라고 역할에 따라 다르게 성별을 부여한 것이다이 일은 인공지능이 간호사나 돌보미의 역할은 여성성으로의사나 법조인 등 전문직이나 권위적 지위의 역할은 남성성으로 규정하는 낡은 젠더 규범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필요한 일이긴 하나 이러한 고민들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초단위의 기술개발에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될지 모를 일이다복제양 둘리 체세포 실험 성공 이후 일 년을 여러 학회에서 인문학자들이 수많은 글을 쓰고 떠들썩하게 비판하고 경고했으나 방향과 속도에 미미한 영향이라도 미쳤나 알 수 없었던 지난 일이 떠오른다.

 

놀이를 즐기고 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것은 달리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긴다는 점에서 자족적인 가치가 있습니다사람은 무익하더라도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지만 인공지능은 그런 방식으로 놀이를 즐길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일견 공학책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인공지능에 관한 인문학적 입문서이다수학은 등장하지 않으니 안심하시길인지과학인공지능철학심리철학튜링 테스트Turing Test, 기능주의 (...) 몇 가지 사고실험등이 설명에 사용되었다.

 

사고실험은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여 머릿속에서 상상해봄으로써 우리의 직관에 부합하는 이론이나 개념을 도출하는 실험입니다과학자들이 경험적 관찰을 통해 실험한다면 철학자들은 사고를 통해 실험하는 셈입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는 아직 설득되진 않았다.

 

앞으로 보게 될 인공지능로봇이 나오는 영화들이 경고하는 바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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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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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다설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표지와 책 소개를 조금 들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지레짐작한 면도 있었다여성과 남성사랑편지난치병어떤 면에서는 지극한 이성애 작품을 책이든 영화든 자주 접하지 않아서 그 정서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솔직히 만만히 여겼다.

 

주인공 메이가 심각한 폭식증과 거식증을 보인다는 점에서 짐작보다 깊고 어두운 사연이 있을 듯했다미칠 듯 죽도록 사랑하는 상대는 요한인데 이름이 무섭다 난치병을 앓고 있고 의사가 예상한 수명을 넘어 살고 있다작곡가이자 기독교인인자 끔찍한 수위의 언어폭력을 구사한다.

 

선천적 장애를 그 따위로 사는 이유로 삼는다면동종 장애를 가진 이들과 환자들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한편으로는 가장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에 합치되는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언제나 선과 악 사이에서 옳고 그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우리 모두.

 

먼저 이 길을 가본 사람이라면 나에게 좀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해답을 가르쳐줄 수 있잖아나를 여기서 건져올려줄 수 있잖아그러나 삶은 결코 그렇지 않지삶은 언제나 해답이 없어그래서 나는 더욱더 그 답을 갈구해해답을 찾기 위해 요가를 하고해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해답을 찾기 위해 스승을 찾아가지... 그러나 아무도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아. (...) 때로는 그것이 더 용서가 안 돼.”

 

메이가 편지를 주는 상대는 따로 있다유부남여행작가이 남자에 대한 메이의 집착도 병적이다쓰다 보니 메이가 문제인가이 또한 식상할 만큼 일반적인 행태일 뿐눈이 멀어 가능성도 없는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집착하고 분노하고나는 죽자 살자 하는 걸 못해봐서 내내 유죄로 산다. (feat.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

 

욕망을 스스로 이루지도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한 채 홀로 고통스러워하는 미궁 속에 갇혀 있는 거야나도 알아이것 또한 내가 만든 미궁이라는 것을누구도 나를 이곳으로 밀어넣지 않았다는 것을모든 문제와 해답이 다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나도 알아. (...) 그래서 나는 더 절망하게 돼...나 스스로에게,”

 

메이가 하는 요가 수련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꾸준히 얘기하는 부분이 좋았다한 때 영적 체험자신을 발견하는 길은 인도 배낭여행이 정답인 것처럼 참 많이도 떠났다뭘 보고 싶은 걸까궁금하고 의심했다인도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기술 강국이고 실리콘 밸리의 1/3은 인도과학자들이고 빈부격차가 끔찍하고 신분제가 살인적인 혼돈의 나라였다이 책에서도 인도 신분제에 대한 내용은 그야말로 경악을 거듭하게 된다.

 

나는 이 작품에서 호감을 느끼는 인물을 찾지 못했다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메이가 편지를 써서 삶을 들려주기 때문이었다한 차례 걸러진 이야기들은 동의하기가 좀 더 편하다그래서 사는 모양새가 안타깝고 화도 나고 나중엔 애틋하기도 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어딘가로 가면 그곳에서만큼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 그냥 ''만 아니면지금의 내 모습만 아니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막상 인도에 와서 생활해나가며 메이는 진짜 현실을 깨달았다나는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구나나는 결코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없구나.”

 

요가 수련으로 자신에게 집중한 결과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죽이고 싶다는 살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나는 제대로 된 효과라고 본다직시마주하기지켜보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우리는 생각만으로 아무도 처벌하지 않는다.

 

나는 왜 요가를 수련할수록 남들과 나를 더 많이 비교하고남들을 질투하고내 안의 분노와 집착과 절망을 억누를 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어그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지계속 수련해봐.”

 

저자가 실제로 인도에서 직접 요가 수련을 하면서 소설을 썼다는 점이고오래 수련을 했다고 한다메이의 목소리로 이런 문장이 등장하는 것도 재밌다.

 

요가도 결국 남들이 정해놓은 방향을 따라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해.”

 

표지한 여자두 남자, 난치병이 모든 설정은 의도적으로 엉뚱한 짐작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장난처럼 느낀다달콤하고 두근거리는 연애도 대단한 성애도 없다어렵고 쓸쓸한 질문만 한 가득 남는다엄청난 반전이다!

 

어떤 게 진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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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양자컴퓨터
후루사와 아키라 지음, 채은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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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전기가 아니라 빛을 이용한 컴퓨터 광양자컴퓨터 입니다전자를 광자로 대체한다고 정리하면 개념상으로는 간단하지요아직 실현을 향한 과정에 있습니다워낙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져서 초읽기라는 것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간의 직감과 어긋난다는 점이다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규칙에 의해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바꿔서 생각하길 바란다오히려 인간의 직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이 단계는 얼추 극복했다고 우길 수 있는 수준이라 믿었는데교재도 부교재도 필기도 시험도 모두 영어라서한글로 물리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읽는 속도가 심히 저하되는 것이라 우기고 싶은 심정입니다양자얽힘 -> entanglement

 

양자컴퓨터를 실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양자중첩과 양자얽힘(entanglement)’에 대해 설명해보자이들은 양자 특유의 아주 불가사의한 현상으로양자역학이 일반적으로 경원시되는 요인이기도 하다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 이런 것이다’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일단 단어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하자.“

 

"양자얽힘 상태에 있는 양자끼리는예를 들어 서로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어떠한 형태로든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한쪽이 외부에서 받은 영향을 다른 한쪽도 동시에 받는 것이다."

 

우리는 광자라는 미시적인 세계만이 아닌광펄스라는 거시적인 세계에서도 양자텔레포테이션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서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 그것은 1935년에 슈뢰딩거가 의문을 던진 슈뢰딩거의 고양이 패러독스와아인슈타인 등이 제창한 EPR 패러독스라는양자역학의 여명기에 등장한 2대 패러독스에 대한 해답을 21세기의 기술을 사용해서 (실험실테이블 위에서 동시에 확인한 것이다.”

 

기존의 양자컴퓨터는 양자 어닐링 머신quantum annealing machine”이라 불리는 것.

- ‘조합 최적화 문제의 계산 처리에 특화된 전용 머신

- 2013년 NASA와 구글이 공동 구입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양자인공지능연구소설립.

저자가 목표로 하는 양자텔레포테이션 기술을 적용한 컴퓨터의 열에너지의 배출량은 이론상 

 

설명은 친절하고 연구실 풍경도 생생한데기억이 흐릿하네요양자역학 우수한(?) 성적으로 전공한 과거는 별 도움 안 되는 군요세월무상!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이후의 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열에너지 배출이 줄어든다니 지구가 잠시 조금이라도 시원해지는 기분! 


물론 앞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새 기술들에 미리 의존해서 낭비하는 방식으로 신나게 살아도 된다는 생각은 공유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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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 ‘오늘의 식탁’에서 찾아낸, 음식에 관한 흔한 착각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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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하는 약이나 음식을 신뢰하지 않는다경험적인 데이터가 쌓이기도 했고광고란 과장하기 마련이니까그런 생각을 하는 내게 한국은 광고와 카더라 통신의 지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음식의 효능에 대한 거의 본능에 가까운 믿음을 버리기란 어려운 일이다과학자들의 복잡한 설명을 이해하기보다 특정 음식을 먹었더니 이렇더라는 이웃의 체험담이 훨씬 쉽게 다가온다첨단 과학기술을 누리고 있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사람의 수는 아직 많지 않다냉면집에 메밀의 효능 광고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가장 괴로울 때는 지인들이 혹해서 추천할 때인데나는 현대의 광고 시장이 예전 장날 만병통치약을 팔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구경은 한 번도 못했지만.

 

관련 분야를 전공한 친구는 이미 오래전에 가짜사과향을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상실하고 업계를 떠났다실로 오랜만에 이 분야의 과학적 시각으로 정보를 전공하는’ 책을 정독해본다목차를 보면 이 책이 정보 전달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합리적 의견 제시도 좋다.

 

끼니는 생리적 배고픔에 따라 먹는 자연스러운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인간이 만든 사회적 약속일뿐이다배가 안 고프면 안 먹어도 된다끼니를 거른다고 건강에 해로울까 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 법이라는 것을 책을 읽고 알았다아니 우리 다들 간헐적 다이어트 하고 사는 것 아닌가요저녁 식사 후 다음날 첫 식사까지프랑스 음식이 살이 안 찐다는 것도 처음 듣는다과잉 정보에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정보 폭격을 잘 피해 살고 있었나보다.

 

집밥을 먹으면 더 건강해질까엄마음식에 대한 눈물겨운 추억도 그리움도 없고 집밥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어서 모르겠지만아침마다 통밀빵을 배달해주는 베이커리가 있다면 결코 집에서 빵을 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식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에도 불만이 많은데음식량이 많고 반찬 가짓수도 많은데 조리법에 소금설탕기름이 빠짐없이 들어가니 특별히 건강한 음식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집밥을 먹어 건강해졌다면 음식 덕을 본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더 영향이 크지 않을까.

 

포장 문제와 배달 노동의 착취 구조가 없다면전문가가 위생적으로 건강 지식을 활용해서 만드는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면나는 집밥에 대한 아무 미련도 남지 않을 듯하다돌밥돌밥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식사를 전담하는 주부들의 최애 음식이 남이 해주는 음식이란 건 농담이 결코 아니다.

 

궁금하고 흥미로웠던 내용은 3부에서 많이 만났다잘못된 정보 혹은 위도를 가지고 오도된 정보로 돈을 버는 업자들의 놀이터가 된 언론과 사회그 정보를 믿고 또는 혹해서 약이건 음식이건 사 먹는 소비자들은 돈만 쓰고 원하는 효과는 얻지 못하고 신상품을 다시 구매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구조를 지적한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오래가면서 무슨 음식어떤 영양제를 먹으면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주장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만실은 면역력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용어다면역은 무조건 강하면 좋은 어떤 힘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다. (...) 면역력은 학술 전문 용어가 아니라 마케팅에 남용되는 잘못된 개념일 뿐이다.”

 

그러니 어떤 단일 식품이나 단일 성분이 만병을 고치고 몸무게를 줄이고 젊어지게 만들고 등등의 효과를 가져 올 거란 생각을 하지 말자세상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효과를 보이는 성분을 추출해서 효과를 증대시킨 것이 우리가 아플 때 복용하는 정제약품들이다.

 

그 성분이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성분도 동일하게 다 몸에 좋다고 말할 수 있어요그러면 말하기 나름이에요오히려 그것을 더 많이 먹어서 균형 있는 섭취가 되지 않는 게 더 문제에요.”

 

그러니 식품을 먹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확률은 미약하고 상시 복용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장기간 복용하면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일례로 사과보다 비타민 C가 몇 배란 말은 믿지 말자사과는 비타민이 별로 없는 과일이다그러니 비교하는 광고의 의도는 차이로 착각을 유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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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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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호러인데 주인공이 만 일곱살이라 읽기도 전에 걱정이 앞섰다한부모 가정동거남의 폭력도망... 도입부부터 어둡다소름이 쭈뼛한다어린 아이가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과중한 힘겨움으로 뒤틀리는 듯 불편한 분위기이다.

 

이번엔 다를 거야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다이번엔 다를 거라고그러나 늘 다르지 않았다그리고 이번에는도망치는 것이었다.”

 

잘못되면 안 돼넌 엄마를 보호해야 해.”

 

도망을 가는 존재들은 늘 같은 패턴을 보인다최종적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작은 장소로 들어가서 숨을 돌리고 머문다그래서 도피는 언제나 불안하고 긴장을 유발한다


나는 대도시의 익명성뿐만 아니라 인구가 많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 사회적 관계 훈련과 합리성을 더 의지하는 편이라 소도시의 폐쇄성이 불길하다.

 

소설의 배경이긴 하지만 어둠으로 시각을 차단시키고 청각으로 목소리로 공포를 고조시키는 특이한 도입을 펼치는 작품이다소리에 민감한 나는 뇌가 긁히는 날카로운 자극을 받는다.

 

머릿속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그렇다면 괜찮다어쨌든 그 소름 돋는 여자는 아니니까어쨌든 꿈은 아니니까.”

 

제발 잠들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의 실종으로 긴장이 고조되었다가 크리스토퍼가 착한 아저씨를 따라 숲 밖으로 걸어 나온’ 이후 퇴원도 하고 학교에도 가고 수학도 잘 하게 되고 복권이 당첨되어 빚도 갚고 집도 산다그리고 예전에 마을의 한 아이가 생매장 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착한 아저씨는…… 나한테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운 거야. (...) 말해주지 않으면 그냥 아저씨의 마음을 읽어버릴 거예요.”

 

꿈과 현실상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힘과 존재가 이야기 속에서 확실하게 등장할 것도 같고 이 모든 게 꿈과 망상인 듯도 하다.

 

말해줄 수는 없고보여줄게하지만 명심해라 (...) 우리가 두려움을 삼키지 않으면두려움이 우릴 삼킬 거야.”

 

어린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포감을 맛보고판타지의 세계와 상상의 친구에 의지하고철학과 종교에 관한 체험과 사고훈련을 겪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가정폭력아동학대성범죄종교의 폐해정체 모를 질병까지…….

 

실종된 여자아이 사진이 보였다. (...) 사진 속에 멈춰 있는 어린 소녀. (...) 미소 띤 얼굴이 겁에 질린 얼굴로 바뀌었다이윽고 그 애는 조용히 뒤로 돌아 사진 밖으로 달아났다. (...) 뱀 같은 여인이 바로 뒤에 있었다.”

 

초기에 청각적 공포가 도드라지는 설정이었다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생생한 화면을 띄우듯 묘사가 구체적이 되고 화려해진다,

 

힘을 쓰면 현실 세계에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그 두 가지는 늘 붙어 다녔다그러니까 많은 것을 살려낼수록 나는 죽어갈 것이다내가 쏟는 코피는 이 세상의 피다.”

 

스티븐 킹 스타일 오컬트 호러를 표방한다고 해서 문화적종교적 이해가 부족한 독자로 잘 읽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영적 전쟁과 사교에 관한한 매번 참 할 말을 잃는다어디라도 소속되고 싶은 욕망이란 모든 판단력을 흐릴 정도로 절실한 것일까.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혀를 잘라야 할 것 같구나

 

1권에서 배경과 설정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는 편이라고 느꼈는데 작가가 준비한 세계관은 무척 방대했다크리스토퍼를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을 지나고 나면 더 혼란스럽고 더 재밌어진다대화가 많아 분량에 비해 체력이 남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최고조가 되어 폭발하는 2권까지 읽어야 이야기의 세계를 포괄적으로 구성한 메시지들을 모두 제대로 느낄 수 있다도입이 가장 무서웠다고 느꼈는데 결국 예상 못한 공들인 반전에 심장이 덜컥 크게 움직였다.

 

전쟁놀이를 하는 소년들오로지 시간만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땅을 두고 인간들이 서로를 죽이게 하기라 얼마나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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