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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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노우 엔젤>은 제목이기도 하지만 무척 대담하게도 합성 약물의 이름이다의존성은 강하나 인체에 해가 없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평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완전한’ 약물이다.

 

진짜였군? (...) 당신의 최후의 레시피가 만들어내는 하얀 약물은 오로지 순순한 평온만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눈스노우가 근래에 부정적이고 위험한 변형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나와 조금 우울하다.

 

이 도안은설국의 아이들이 쌓인 눈 위에 누워 팔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어 만드는 눈의 천사와 모습이 매우 비슷합니다.”

 

완전하지 않고 인체에 해가 있는 약물도 현재 전 지구상에서 폭력 조직과 부유층 사이에 활발히(?) 거래되는 현실이 어쩔 수 없이 겹쳐 떠오른다더구나 이 작품의 배경은 2017,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이다.

 

올림픽이란신의 축복을 기도하는 제사인 것이다그리고 천사는 이제 곧 날아오른다성스러운 땅기요스에서…….”

 

이 약물을 독점 유통해 전 세계에서 부를 모아 권력까지 잡으려는 의문의 조직과이를 저지하려는 이들 간의 대결 구도이다.

 

특이한 것은 저지하려는 이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범죄라도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점이다그 중 전직 형사 진자이 아키라는 특히 더 어두운 캐릭터다.

 

뭘 하든저희가 당신을 고발하는 일은 없습니다살인 이외에는.”

 

사람을 죽인 적 있죠?”

 

의존 약물도박드러나지 않은 범죄 조직거침없는 저지세력어느 하나 밝고 긍정적인 면은 없는 어둡고 잔인한 복수와 배신이 뒤엉킨 전투와도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상화 해주면 대작이 될 듯한 영화 시나리오와 같은 작품이다캐릭터의 강렬함과 이야기의 구성완전히 낯설지도 식상하지도 않은 설정들이 오로지 스릴을 더하는 효과를 내며 음모를 밝히는 재미를 더한다.

 

약물을 합법화하면 이번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매상을 올리려 들 테니까담배나 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정착해버릴 거란 말이죠요컨대 국가란 놈은어떤 국가든 국민의 건강보다는 돈이 중요한 거예요.”

 

지금 이미 종말을 맞아 살고 있는지아직 시간이 남았는지미래는 뜻밖에 희망적일지 알 수 없는 시절에 읽기에 처참하도록 동조하는 작품이다.

 

<데블 인 헤븐>의 프리퀄이라고 하는데 단독 작품으로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사회파 미스터리를 편애하는 나의 평가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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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 조선 7인방이 고백한 교과서 밖 ‘찐’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문부일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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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에 일곱 분이 계시는데 청소년 교양 역사서이니 청소년들은 일곱 분 다 찬찬히 읽고 배우면 좋겠습니다초중등생이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고 합니다이야기 구성은 가상의 유튜버가 이분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입니다.

 

역사서는 늘 새롭고 재밌는 신기한 분야입니다저자에 따라 중점 내용이 다르고 간혹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굉장한 삶을 전해줍니다저는 너무 아는 모자라 부끄럽고 새로운 분들 두 분에 대해서 글을 남기려 합니다.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는데집안 분위기가 막막하지는 않습니다아버지는 딸들의 공부와 독서를 권하고 어머니도 책 읽기를 즐깁니다자연스럽게 딸들도 많은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갔겠지요.

 

조선 시대에 소설을 읽는 주 독자층은 여성이었어요한글 소설은 여성들로부터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저도 어머니를 통해 소설에 빠졌어요소설 속 여성들은 주체적이고 당당했습니다이야기에 몰입해 감탄하고 감동하면서소설 속 여성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 좋은 소설의 힘 아닐까요?”

 

소설은 현실을 돌아보게 하잖아요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현재의 삶이 갑갑해지죠현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지배층은 곤란해지니 소설을 읽지 못하게 한 거예요.”

 

그리고 열네 살에 남장을 하고 금강산으로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대단합니다무슨 책들을 읽으시면 이렇게 용감해지나요여행을 하며 경험한 것배운 것을 담은 여행기이자 시집도 있습니다<호동서락기>입니다처음 들었습니다읽고 싶어지네요.

 

여럿이 여행을 가면 대화하느라 주변을 관찰할 시간이 없어요그 지역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도 없습니다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존해 버릇하면 독립심이 생기지 않습니다여행은 가장 고독하면서 즐거운 세상 공부인데 (...)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 모두 공부예요.”

 

여행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줄 알아야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도 의미가 있어요.”


 

“1792(정조 16)부터 4년 동안 제주도에 심각한 흉년이 들어서 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었어요그때 육지에서 쌀을 사다가 나누어 주었을 뿐인데 지금까지 칭찬을 받으니 머쓱합니다. (...) 저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것은 솔직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사회가 힘들 때마다 자신의 재산을 선뜻 기부하는 부자가 많았다면 저를 기억할 필요가 없었겠죠.”

 

양인으로 태어나 12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척집에 살다가 기생출신 아주머니 수양딸로 들어가서 춤과 노래를 익혀 관청 기생이 되었습니다그것이 먹고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지요이후에 객주를 운영하기 위해 원래 양인이었다는 신분을 증명해 줄 사람을 찾아 관기의 삶에서 빠져 나오게 됩니다.

 

제가 기생이 아닌 양반집 여성이었다면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도전하는 힘은 기득권층보다 약자변방에서 나올 때가 많으니까요.”

 

단지 이론적인 고착으로 인해 신분제도 완고했다고 생각했는데조선 시대에서 상업을 중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설명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상업을 하며 사람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지역을 이동하면 신분을 파악하기 어려워 신분제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게다가 농사지을 땅이 가장 중요하고 거의 유일한 생산 수단이라야 노비가 도망을 못 치는데상공업이 발달하면 큰돈을 버는 사람들로 인해 양반 권력이 약해진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김만덕은 상업과 유통이 중요성을 잘 이해하여 상인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산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기부가 아니라 환원한다는 개념으로 흉년에 곡식을 사서 나누었지요김만덕으로부터 배운 바가 없었던 것인지상공업에 관한 한 도리어 엄청난 퇴보를 한 시대를 사는 기분입니다.


인터뷰한 대화 형식이라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술술 읽히는 역사책입니다탐구노트에는 배운 내용을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질문과 빙고가 있으니 재밌게 활용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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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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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부터 이어진 지인들의 눈물바람에 당혹하고 조바심이 낫지만 두렵기도 한 마음에 미루다 이제 읽는다간신히 숨만 쉬도록 하는 통증을 동반하는 병증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나의 밝은 밤에 최고의 동반책이다.

 

나는 증조모를 단 한 번 뵈었다고 들었다기억은 없지만 사진은 남았다그 조우를 상상할 때는 늘 서로의 눈을 떠올린다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애정과 신뢰와 반가움을 담은 시선과 몸짓그렇게 기억하기로 정했다.

 

증조모조모모친나로 이어지는 100년이 넘는 책 속 이야기가 멀지도 남 같지도 않다다른 삶을 살았고 생각을 한껏 나눌 기회가 없어 결국엔 서로를 모른 채 헤어졌고 그러하겠지만우리는 타인일 수가 없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나도 그랬으니까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 아무 잘못도 없는데 방어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하곤 하던 내 존재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도 있었던 것 같다.”

 

사진 속에 여든에 가까운 증조모와 오십대 젊은 조모와 서른이 된 모친과 태어난 지 100일된 내가 있다사진은 늙지 않는 줄 알았더니 오십이 다 된 내가 다시 보는 사진 속 우리는 비슷비슷하게 닮아가며 나이를 먹은 느낌이다.

 

보고 싶지.” 할머니는 내가 마치 할머니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한참을 바라보다 입가에 힘을 줘서 웃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지 뭐.”

 

최초부터 최후까지 유전자를 추적할 수 있다는 모계로 이어 내려온 100여 년을 채운 삶이 회전한 듯 수평으로도 나란히 이어진다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느라 서로 맞닿은 몸들처럼.

 

어쩌면 우리 엄마로부터 이어졌는지도 몰라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그렇게 감탄을 잘하니 앞으로 벌어질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받아들일까 싶었어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우와하면서 살아가겠구나그게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아.”

 

나는 통곡하지 않았다심장이 쿡쿡 통증을 분출했지만 이야기는 눈물바람보다 통쾌하고 서늘하게 멋지다수없이 잃었고 강해졌다책의 말미에 내가 받은 것은 손수건이 아니라 앞을 헤집고 쳐 낼 다른 것이다밖은 어둡지만 살아 있는 모두의 용기로 마음은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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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블 망원경이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찍은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줬다천문학자들이 울트라 디프 필드’*라고 불리는 그 사진을오렌지빛보랏빛푸른빛흰빛을 내는 은하들이 검은 배경에 흩뿌려진 보석들처럼 보였다."


백삼십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그렇게 먼 옛날의 모습을 우리 눈으로 지금 보고 있다는 거야?”

맞아요.”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그 오래전 걸 어떻게 본다는 거야.”

그러게요근데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할머니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네가 하는 일이 그런 거니?”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할머니가 망원경을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도 지금 태어났으면 너 같은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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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모와의 비슷한 추억이 생각나서 읽다가 잠시 멈추었다.

퇴계 직계손이란 이유로 평생을 비녀와 한복을 착장하고 한 여름에도 버선을 벗지 않으셨던,

자손들에게 한 번 목소리 높여 야단도 치지 않으셨던 분.

어떤 무수한 생각들을 품고 질문들을 하며 사셨을까.

 

물리학과를 가고도 늘 천문학의 세계에 머물고 싶었던

자신과 너무도 다르게 사는 자손이 전하던 말들을 들으시며......

어쩌면…… 나와 같은 세대로 태어나셨으면

천문학자가 되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규방가사를 읽어 주시거나 살아온 세월을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기특하게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녹취한 자료들이 잔뜩 있는데

다들 살아라잘 살 거라.” 하고 돌아가신 후

육성을 들으면 열도 못 세고 울음이 터져 정리를 못하고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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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의 자식이라는 말에 그애의 존재를 구겨 넣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백정의 자식이라는 말로 자신이 그애에게서 받았던 모든 느낌을 부정하려 했다는 사실에 그는 한없이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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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읽고 쓸 수는 있었겠지만, ‘백정’* 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사전을 찾아보니 한자가 이렇다. ‘’, 흰 것은 오랫동안 부재와 부정과 결핍의 의미로 사용된 색이었나 싶다백정백수... 예로 들건 두 개 밖에 없네장정이 아니다란 뜻그런 존재였다.

 

백정 白丁

 

2. 역사 고려 시대에토지를 직접 경작하는 일반 농민을 이르던 말특정한 직역(職役)이 없었다.

 

3. 역사 고려 시대에서인(庶人계통에 속하던 한인(閑人). 단독으로 정호(丁戶)를 구성하여 토지를 가지지 못하였으므로 한 사람의 정()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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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허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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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6주년을 맞은 날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78년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날, MBC PD수첩에서 대한민국 국정원과 일본극우가 부당거래를 했다는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날,

 

그리고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한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에 대한 대한민국 언론은 단단한 내부거래를 한 듯 조용했다기막힌 노릇이나 광복의 실상과 현재를 깨닫기에 더 확실한 현상도 없을 듯하다.

 

먼 나라에서도 점령군의 앞잡이 정치인 노릇을 하다 상황이 바뀌자 돈 가방을 몇 개씩이나 들고 재빨리 달아난 대통령 소식을 들었다. “국민의 안위와 국가 보위에 관심 없는 통치자들은 동서고금 바퀴벌레처럼 생명력이 강하고 길다.

 

오랜 세월 서로 죽고 죽인 세월이 긴 일본과의 대전란 중 하나인 임진왜란 시대로 떠나 또 다른 장군을 만난다이 시대를 볼 때마다 세상 무능하고 속이 좁고 겁만 많은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선조를 만나기가 고역이다.

 

선조는 나라를 회복시킨 것은 명나라의 공이지 조선 사람들은 한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곽재우 같은 의병장 등은 공신 선정에서 제외되었고 그 자리엔 피난 길에 선조를 따라나선 80여 명이 전쟁 공신으로 이름을 올렸다내시가 24마부나 의원 등이 20여 명 포함되어 있었다.”

 

하필 곽재우 장군은 선조가 손수 과거시험에서 탈락시킨 분이다시험관은 2등이라 낙점했으나애민 사상부국강병의 경세철학군주와 조정에 대한 거센 항거로 악명이 높은 이었다시인으로서의 모습에 겹치기 쉽지 않은 기록도 보인다.

 

전하*께서는 신의 고언은 듣지 않으면서 신의 몸만 쓰려는 것은 다른 신하들처럼 관직으로 묶어두고 단지 부리기만 하려는 것입니다전하께서는 신하들을 개와 말처럼 여기면서 신을 그 가운데로 몰아넣으려 하지만 신은 로써 불가합니다.” *광해군

 

적들이 이미 이곳까지 왔소이대로 있으면 우리들의 부모처자들은 죽거나 적의 포로가 될 것이오이제부터 이 마을엔 상전과 하인은 없소오직 의를 위해 싸우는 형제밖에!. 지금부터 나는 이 전쟁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을 것이오전답과 가축은 물론 자식의 의복부터 처의 버선까지.”

 

역사서의 장점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어도 모두 다른 실상을 알려 준다는 점이다후대로 올수록 고증이 늘어나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저자가 KBS 다큐멘터리 담당 PD라 인물들이 상당히 입체적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곽재우는 모두가 도망갈 때 맨 먼저 칼을 든 의병장으로서 그 후 도교에 침잠해 홀연히 세상에서 숨어버렸다는 정도였다그러나 곽재우는 전쟁 중의 업적도 빛나는 것이었지만 특히 전쟁이 끝나고 그가 보여준 사생취의(捨生取義)의 삶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들으니 홍의장군은(聞道紅衣將)

왜군을 노루 쫓듯 한다고 하네.(逐倭如逐獐)

그대를 위해 말하니 끝까지 힘을 다해(爲言終戮力)

곽분양처럼 되소서(須似郭汾陽)

 

출처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4777&cid=59015&categoryId=59015

 

자력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해 이런 방식의 광복은 미래를 위해 두고두고 어려움이 될 거란 원통해하셨다는 독립투사들의 통곡처럼 올 해도 어둡고 무거운 날씨를 동반한 광복절이었다매순간 만들어가는 현실이 곧 역사라 비법도 지름길도 없다.

 

틈나는 대로 때론 시간을 내어 배우고 잘못된 것들을 발견하면 끈질기게 고치고 사리를 위해 제 나라의 이익을 해치는 일에 알게 모르게 참여하지 않도록 애쓰며 사는 수밖에 없다.

 

군주와 백성은 실상 하나이다백성이 편안하면 군주가 편안해진다군주는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다이전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굳이 나라의 주인을 찾으라면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주인이다그러니 서로를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모두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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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세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5
김미월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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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 강사이다월요일 아침불편한 감정황당하고 우연한 사건이 촉발한 생각들이 덩치를 불려가다 오랜 인연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들이 이전의 일상을 확실하게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일주일의 세계>라고 명명한 것에 공감한다.

 

연민과 사랑은 반드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감정들일까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확실하다면 원하는 대로 정리하고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거나…… 필요한 일일 것이다혹은 어떤 사소한 이유라도 결정적 계기가 될 만큼의 허약한 관계였을 뿐.

 

그것이 계기였을까요그런 것도 계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어쩌면 애초에 계기 같은 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라 감출 줄 모르는 감정은 상대를 더 깊이 상처 입힐 수 있다정신병을 앓는 교사였던 엄마의 딸인 어린 정은소가 외할머니와 사는 왕따 오원화에게 가지는 우월감의 정체는 자신의 처지를 덜 힘겹게 견뎌보려는 약은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저는 제 말 속에 들어 있던 즉흥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던 그 견고한 악의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우연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 애에게 상처를 주고자 했던 저의 깊고 단단했던 진심을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으니 사과할 일도 없고 결국 화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상황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원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그 기억을 품고 자란 주인공이 선택한 남자 봉수는 어른이 된 남자 원화처럼 보인다소외되고 따돌림 당하는 인물이다


결국 은소는 어릴 적 원화에 대한 악의를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재현해오다 월요일 아침의 뒤통수 가격을 봉수에게 고스란히 옮긴 것일까.

 

그에게는 마치 한파에 수도관이 얼어붙어 당장 세수도 못 하게 생겼는데그 원인이 자그마치 지구 상공의 제트 기류가 힘을 잃으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텔레비전 날씨 뉴스를 볼 때처럼 비현실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뒤통수를 맞은 건 내가 아닌데 마음이 후려치기 당한 것처럼 얼얼하다. 제 아무리 자기 합리화에 능숙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말은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하다.

 

눌어붙은 자국처럼 긁어도 벗겨지지 않는, 착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자비 없고 가감 없는 존재의 여전히 이기적인 참회록 같은 이야기다.

 

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연민이 중요한 사람그러나 그 연민이 곧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려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선배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습니다원화에게 아무 잘못이 없었던 것처럼.”

 

한 삼십 분 읽었나 싶었는데 끝에 다다랐고 사흘은 질문으로 맴돌 작품이다타인에게 가한 악의는 자신에게도 확실히 새겨진다는 강렬한 경고문처럼 섬뜩하기도 히다.

 

잠시…… 노골적이진 않아도 결국 우월감에 기반을 둔 선의는 그래도 추구해야할 선택지인지낱낱이 분석하고 비판하며 지양해야할 태도인지 고민하였다.

 

이토록 불확실한 삶도무지 모를 다채로운 모순 덩어리인 우리시간이 지나도 어느 아침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 당할 정도로, 잊지도 못할 악의를 반복하는 일만은 적기를 바란다.

 

제가 제안하듯 명령하면 그 애가 동의하듯 복종했던 거지요.

 (...)

 그래서 그 애가 처음으로 뭔가를 제안했을 때 저도 모르게 흠칫했습니다.”

 

 

전화하지 마때가 되면 내가 할게.”

(...)

그럼나는 기다리기만 하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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