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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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살던 사회의 모습입니다책 소개를 접하고 아차싶었지요현대문명의 본질을 알려 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문서가 존재를 규명하니까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다니행정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정에 편입되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한국 사회를 새삼스럽게 보게 합니다이런 우선순위는 누가어떻게 정한 것일까요.

 

미등록 아동들을 죄인이라고 전제하죠저는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학교에 갔을 뿐이거든요그 사이에 아빠가 본국으로 떠나니까 다음날 갑자기 불법체류자가 된 거에요.”

 

출생신고와 더불어 주민번호가 부여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면서모두 가 국가에 등록되어 사는 줄 알았던 예전 생각이 납니다한국적 특수상황이란 것에 무척 놀랐지요.

 

그럼 다른 나라들은 다 무질서와 혼돈과 범죄가 판치는 상황인가요전면적인 통제 사회에서도 오히려 한국의 범죄 양상과 순위를 보면 한편 어떻게 된 일인가 의아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원래 사람의 편견은 대상과 직접 부딪히며 생기는 경우보다는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경우가 더 많다. (...) 난민을 본 적이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가짜 뉴스만 보고 이미 편견을 갖는다.”

 

어쩌면 우리는 주민등록제와 자율적인 인간으로서 살아 볼 기회를 모르는 새 적당히 교환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열렬한 생각을 하니 당장 책을 펼쳤을 것도 같지만미루고 있다가 책도 안 읽고 은유 작가님 북토크 먼저 보고읽고 참여하신 분들의 질문들에 반성과 공부를 하고그러고도 미뤄두다 '꼭 읽으라!' 책까지 보내 주신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자분께 죄송해서 허둥지둥 펼쳤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을 잊지 않고 또 갚기 위해서라면시인의 기도대로 우리는 영원히 슬퍼야 하리라.”

 

비대면을 이유로 참여도 행동도 줄어든 저와는 달리 멈추는 법 없이 늘 열심히 소신껏 살아가시는 많은 분들이 반갑고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반도에 갇혀 사는 일이 종종 숨 막힐 듯 답답한데이렇게 모르는 세상 소식을 들으며누군가를 무시하고 소외시키기엔 충분히 넓고 복잡한 세상이란 생각도 합니다


보험 가입이 안 되고자격증 시험을 볼 수 없고대학 진학도 못하고이 상태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노력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이니까 또 다른 불법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서기획서보고서 등등 온갖 문서로 업무를 파악하는 저는 어쩌면 누구보다 문서의 권위를 인정하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그래서 적어도 시간을 내어 실존보다 힘이 세진 사회에서 미등록된 아동들의 삶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의무가 있다고 느낍니다.

 

알아야겠다.” 이런 관심이나 생각이 생기신 분들이 많이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우리는 누구를혹은 무엇을 알아서 돕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동안에만 사람을 알고 진실을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마리나페버민혁카림달리아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20~30만명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명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가입니다즉 미등록 이주 아동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와 아이를 모두 추방 시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추방이 비일비재합니다.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게 공적 지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미나시타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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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리커버 특별판)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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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시대라고 명명하니 신비롭고 멋지고 명예롭고 신나는 시절처럼 들리기도 하지만법도 안전장치도 국가 간 협약도 없이 잦은 전쟁이 이어지던 시대이기도 하다살고자 한다면 영웅이 되고자 한다면 타인을 죽여야 한다.

 

명성이라는 게 희한한 물건이란 말이지이 세대에서는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이 다른 세대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기억의 대량학살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야. (...) 우리는 잠깐 타오른 횃불의 불길과도 같은 인간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는 피로 이루어진 세상그 피로 영광을 쟁취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싸우지 않는 건 겁쟁이들뿐이었다왕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전쟁에 나가서 승리하든지 전쟁에 나가서 죽든지둘 중 하나였다.”

 

절박한 절명의 시대라도혹은 그런 시대이니 목숨을 건 사랑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우리가 복기하고 찬양하는 지극한 사랑에는 언제나 죽음의 배경이 짙고 깊다시대도 상황도 다르나 누구의 사랑이라도 간절함과 지고한 존재 방식 때문에 감정의 밀도가 높아서 슬픔도 눈물도 참지 못하게 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그의 존재가 신발 속으로 들어온 돌멩이와 같아서 모르는 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그의 이름이 나를 뚫고 지나갔다.”

 

내가 그를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걸까나는 살짝 스치는 감촉만으로도제 체취만으로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눈이 멀어도 그가 숨 쉬는 소리와 땅을 밟는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죽더라도 땅 끝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과몰입도 모자라서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문장들에 설렌다계절이 바뀌는 저녁이라 줄어드는 자외선 탓을 해본다넘긴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신 내린 듯 쓴 문장들이 늘어난다이토록 실감나는 전쟁의 장면전쟁이 시작되기까지의 과정긴장충돌공포기대를 각자의 것들로 모두 체험한 듯 기록하고 그려낸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이야기들에서 아무 지분도 없었던부재도 모자라 모멸 당하던 존재인 님프를 <키르케Circe (2018)>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워 온 세상을 뒤집어엎을 듯한 작품을 만들어 낸 저자의 저력을 다시 느낀다<키르케>가 두 번째 작품이나 먼저 읽은 탓에 이렇게 느낀다.

 

호메로스일리아스아킬레우스라는 이름들에 익숙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완역본을 읽어 보려 노력은 했지만 결국 읽지 못한 나도 이름과 간단한 이야기들만은 기억한다그럼 파트로클로스Patroklos, Πάτροκλος를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그는 주변과 가장자리와 경계와 약한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는 능력자 매들린 밀러의 화자이며이 작품 속에서 완벽한 부활을 누린다.

 

최고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극심한 우수성의 문화에 살았던 그리스 영웅들그런데 파트로클로스는 자신이 아닌 친구 아킬레우스가 최고라는데 만족하는 인물이다그와 친구가 되고 그의 그림자가 되는 걸로 충분하다 여긴다파트로클로스는 그런 자신의 성정에 괴로워하지 않았고그것이 바로 파트로클로스를 독특한 인물로 만든다나는 이 놀라운 인간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첫 소설인 <아킬레우스의 노래The Song of Achilles (2011)>는 10년간 집필한 작품이다그 노고를 짐작해보면 재밌고잘 읽히고다음 내용이 궁금하다고 얼른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이 미안해진다평생 대단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신화 속 영웅 아킬레우스가 생을 가진 인물로 살아나고사랑하는 이야기에 홀린다.

 

연약하지만 성품이 곧은 이 파트로클로스 -를 사랑하는 것도그 대상에 무한한 사랑을 보여 주는 것도그 사랑을 죽음으로부터도 지키겠다고 하는 것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내내 설렌다사랑은 목적도 없이 열렬하나 인간은 인간적일 뿐이라 슬프고 아름답다.

 

행복했던 영웅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영웅이 되는 길에 쏟아진 피를 생각하면 그 운명은 비극 외에는 어울리는 것이 없다고 느낀다아킬레우스는 행복한 첫 번째 영웅이 되고 싶었고저자는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으나…….

 

트로이 전쟁은 기록된 전쟁사로 기억했을 뿐 참여했거나 휘말린 실제 인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공감까지 하며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아킬레우스가 느끼는 분노가 저자의 섬세한 서사로 극적으로 펼쳐지니 평생 공감하리라 상상 못 해본 인물의 분노를 받아 안은 듯 느끼며 읽는다.

 

신들의 거래란 늘 그랬다마지막에는 그 누구도 살려 주지 않았다이들이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예정된 죽음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초월하는 방식 밖에는그런 믿음 외에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며.


Achilles and Patroclus: Archetypal Heroes


The photo above shows Achilles mourning the dead Patroclus”, 

a scene from the front panel of a Roman sarcophagus that is currently at the museum of Berlin.


나이가 들어가니 믿고 싶은 것들이 늘어난다땅이 꺼지듯 슬프고 아픈 그리운 이들의 죽음 이후에 그들 모두가 어딘가 좋은 곳에 가 있어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위로를 나누고 싶다저자의 명백한 의도에도 역시 동조하고 싶다이들이 저승 어딘가에서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고.

 

추억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속도가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말로 나오는 게 아니라 꿈처럼비에 젖은 흙냄새처럼 피어오른다이런 게 있다고 나는 말한다이런 것도 있고 이런 것도 있다고여름 햇볕을 받으면 그의 머리칼이 어떻게 보였는지달릴 때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수업을 받을 때면 올빼미처럼 진지했던 그의 눈빛이런그리고 이것행복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쏟아져 나온다.”

 

읽는 동안 느낀 설렘은 결말에 이르자 그만큼의 슬픔으로 바뀐다그동안 쌓인 친분이 커서인지 슬픔의 크기가 오히려 더 크다내가 어설프게 알던 아킬레우스는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에서 그려진 오만하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이미지였다.

 

매들린 밀러는 고전을 재해석한다기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재집필한다개연성에 휘말려 들어 설득되고 나면 중간에 빠져 나올 길이 없다감정의 쓰임이 운명에 도전하듯 강렬하다읽기 전이라면 마지막 페이지의 스포를 꼭 피하길!

 

퍼즐 풀이의 달인처럼 구성한 모든 질문들이 결말에 이르러 모두 정확하게 회수된다복선인 줄 모르고 지나친 내용들이 답지와 동시에 복선임이 밝혀진다도망치려고 한 모든 시도가 예언을 구현하는 조각들인간으로서는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운명<아킬레우스의 노래>에 연주되는 것은 파트로클로스의 노래이다.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여행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언젠가 터키로 향한다면 가방 속엔 <아킬레우스의 노래>일정엔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이 있을 것이다.

 

우리를 묻고 이름을 새겨줘우리를 자유롭게 놓아줘.”

 

인간이 사는 방식에는 승리보다 가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전능한 신이 아닌 나약한 인간이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만의 기적이다신은 인간을 실패 없이 벌하는데 골몰하나인간은 사라지지 않는 고민거리들을 거듭 생각하며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려 한다.

 

현실의 현재의 인간이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성공으로 인한 오만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휴브리스휴먼이 아니라 스스로 야기한 문제들의 해답을 찾는 길을 가길 간절히 바란다.

 

휴브리스 hubris : 문학그리스 비극에서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서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신과 갈등을 일으키고그로 말미암아 파멸에 이르게 되는 주인공이나 영웅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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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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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에 열의가 없는 제가 알람 설정까지 해 둔 유튜버는 스티븐 킹 작가입니다불쾌한 적도 실망한 적도 없어 꾸준한 애독자가 되었습니다작가의 육성으로 듣는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데 <If it bleeds>를 낭독해 주어 신났지요여러 번 듣고 주변에도 권했습니다.

 


영어책 그대로 읽어도 좋고 중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깔끔하고 멋진 문장들 - ‘빨리 빨리의 최강국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으로 읽어도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더구나 체온 유지만으로 기운이 달리는 여름에는 단편이 좋은데이 책은 단편 4개로 이루어진 책입니다더 바랄 게 없습니다.

 

늘 그렇지만 600페이지가 아쉽습니다언제 다 읽었는지 서운합니다신간 기다릴 생각에 아득합니다시작하기 전에물과 식량을 준비해 두시고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휴대폰도 가능한 멀리 하시고 재밌게 읽으시기 바랍니다분명히 쉬지 않고 방해 받지 않고 빠져 들어 머물고 싶어지실 테니까요.

 

버릇처럼 의식처럼 표제작부터 읽어 봅니다.

 

1. 피가 흐르는 곳에

<아웃사이더>란 작품을 읽으신 독자에게 아마 더 반가울 작품입니다그 이야기의 연속이기도 하니까요결말을 알면 모든 매력을 다 알아 버린 듯해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추리스릴러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무려 쉐이프쉬프터(shape shifter: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자)가 등장합니다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포인가 고민스럽네요혹자는 이 설정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고도 여기는데 소설과 드라마에서 엄청 써 먹음 킹에게는 소재가 무엇이든 스토리는 늘 재밌으니 다 좋습니다.

 

작자 미상이라고 써서 읽어 보라고 해도 이건 스티븐 킹의 작품입니다. 초능력임에는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호의를 가지지 않는 능력이고 보면 이 존재가 사는 모습이 행복할 리가 없겠지요더구나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식량으로 살아간다고 하면 더욱 꺼림칙하지요.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연명하고 살찌고 심지어 부를 누리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도 있지요어쩌면 짐작보다 많을 수도 있겠네요제목 - 피가 흐는 곳에 이 의미하는 바를 아시면 바로 추축이 가능합니다타인의 고통과 슬픔이 특종이 되는 업계이니까요.*


* if it bleeds, it leads :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 폭력적인 것이 더 잘 팔리는 미디어 산업.


 태생적인 부분은 그렇다고 치고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순기능마저 사라진 끔찍한 괴물이 되기로 선택한 것은 분명 종사자들의 책임입니다.

 

괴물의 시선으로괴물 같은 어투로괴물 같은 기획으로혹은 협잡과 오보와 악의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흥행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의 행태는 그야말로 얼굴을 바꿔가며 제가 가진 직업의 공적 가치도 역할도 안중에 없이 제 이익만 챙기는 쉐이프쉬프터에 다름 아닙니다.

 

쓰다 보니 너무 많은 내용 노출에 미안합니다그래도 킹의 작품은 직접 읽으면 다른 차원의 재미와 즐거움이란 걸 이마 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2. 해리건 씨의 전화기

너무 슬픈 일이 떠올랐지만 스티븐 킹의 결말을 믿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가까운소중한 이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번호를 나의 연락처 목록에서 볼 때지울 때혹은 지우지 못할 때.

 

상대의 사후에 어떤 이유로든 그 상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나요만약 걸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떠올려야 하는 아픈 기억들과는 별개로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상반된 두 세대에 속한 각각의 인물들로서 불완전한 기술을 사용해 서로 연결됩니다무척 특이하고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3. 척의 일생

물리학에서 다루는 세상 프랙털 과 물리학에서 현재까지 불가능하다고 밝힌 세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 함께 어우러져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엄청 재밌고 서글프네요삶의 끝을 알고 과거로 걸어가는 일이니까요.

 

끝을 안다는 건 나라면 안심이 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척의 할아버지에게는 괴로운 일이었습니다하지만 슬픔에 빠져 살지 않고 무척 성실하게 사신 점이 멋집니다그가 경험한 시간은 다른 이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시간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한대는 숫자가 아니라 과정입니다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온 세상을 품고 있다.”

 

4. 


(안 돼라고 소리 내어 외쳤습니다마지막 편입니다.)


주인공은 마침(?) 작가입니다창작의 고통은 잘 모르지만 알 것도 같습니다다른 모든 일에도 가장 어려운 것은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1에서 100까지 확장하는 것은 사실 누구나 주의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지요하지만 최초의 창조창작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드류 라슨은 자신의 유일한 장편을 쓰기 위해 위험한 거래와 모험을 감수합니다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파우스트와 악마의 거래처럼마침내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글로 옮기기 위해 외딴 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가는데…….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체력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잇따른 창작의 실패가 가족마저 위험하게 만드는 경험을 한 작가의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엔딩은 무엇일까요?

.

월요일 연휴가 낯설어 땅에 발을 제대로 못 딛고 살짝 허둥지둥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었습니다그럴 때는 책 한 권 골라 잡는 것이 착지에 도움이 되지요다행히 그 책이 스티븐 킹의 신작이라서 오후가 말끔하게 행복해졌습니다.

 

읽을 때 가장 재밌었던 작품과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르는 작품이 다르네요다른 독자들의 최애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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뿜빠뿜빠 노래하는 자동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72
김삼현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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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생각을 못해봤네요.

자동차들마다 음감이 다 다른 소리를 낼까요?

 


노란 자동차는 음만 낼 수 있어요.

혼자지만 , , 노래를 부르며 다녔지요.


 

혼자도 좋지만 여럿이면 더 즐거울 수 있지요.

특히! 다른 차들이 다른 음을 낸다면,

우리가 모두 모여 풍성한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시도 시도란 음을 내는 특별한 차는 누구일까요?

책에서 만나시라 언급을 피해봅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니

거리를 마음껏 다니는 차들의 모습도 부럽습니다.

글도 재밌지만 그림을 낱낱이 샅샅이 보는 일도 즐겁네요.

 

차를 타고 다니며 지나친 많은 것들을 멋진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동차들의 디자인들도 멋지고 거리의 모습도 재밌고

교통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자세하고 다채롭게 담겨 있습니다.


 

축제!

신나고 떠들썩하고 활기 찬 그 장소가 시간이 그립습니다.

함께 모여 노래 부를 수 있어 자동차들 즐겁고 멋져 보입니다.



차를 좋아하는 가족도 잘 모르는 가족도 모두 함께

웃고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사랑스럽고 멋진 책입니다.

그림책은 언제나 언제나 좋습니다.



https://blog.naver.com/kiyukk/22247230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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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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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띠지를 벗겨내지 않는데 주방 선반에서 약상자를 꺼냈다라고 시작되는 책의 표지가 궁금해 확인해보았다이 약들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부서진 모양새는 무슨 뜻일까.

 

일상과 현실을 판판하게 깔아두고 별다른 손질 없이 보여 주는 조남주 작가의 작품들은 신기하게도 한계와 좌표를 동시에 드러낸다상냥하진 않지만 그래서 친절한 시선이자 엄격한 질문이다.


나는 내 경험과 사유의 영역 밖에도 치열한 삶들이 있음을 안다고내 소설의 독자들도 언제나 내가 쓴 것 이상을 읽어 주고 있다고 쓴다.”

 

내게서 출발하는 관계의 대상으로 타인을 인식하다가 이런 책을 만나면 선 자리를 바꿔 서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상대의 발자국 위에 내 발을 포개다 그곳에 담긴 뜨겁고 아픈 것들에 화들짝 놀라거나 날 것 그대로의 화를 흡수하기도 한다.

 

어느 때는 차분하게 상대의 아픈 속을 먼저 헤아리고 눈물을 보태는 경우도 있지만살면서 누구에게라도 뾰족하게 무감하게 뱉은 모든 말들이 날아들어 몸에 꽂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소리 내어 속상하고 억울한 것들 조목조목 원망할 수 있었을 때에도그런 목소리도 없이 미루고 포기한 상태로 여전히 타인을 돌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존재들의 일상과 삶이 보인다.


정애 씨가 가고 싶어 갔겠어돈은 없지할 수 있는 것도 없지돌아갈 친정도 없지애들은 둘이나 집에 있지근데 어떻게 해정애 씨 욕하지 마세상에 정애 씨 욕할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도 없어!”

 

욕 안 한다아플 뿐이다해줄 수 있는 게 별반 없어 속이 상하지만 느슨하더라도 놓치지 않는 연대를 이어가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비대면 시절을 사느라 그런 마음은 점점 더 해시태그와 후원으로 간편 수렴되어 무람하다.


부디 그런 저런 것들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온기가 될 수 있을까시간이 날 때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서로의 동아줄을 조금씩이라도 수선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내가 내게 다시 물어야할 질문 역시 매번 조금 다르고도 같다여성으로 산다는 것나이가 든다는 것나이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어떻게 살 것인가어떻게 살고 싶은가.


작가는 자신의 경험인 듯 아닌 듯한 이야기 속에서 "적의는 호의보다 훨씬 힘이 셌다"고 한다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를 멋대로 판단하고 비난을 넘어 존재를 추궁하고 살의에 가까운 적의를 내비친다면 그건 도대체 얼마나 거친 폭력일까 소스라친다.


그래서 10대에서 80대의 화자들의 목소리로 들려 준 이야기들이 재밌고 통쾌하고 슬프고 감정적이고 이성적이고 다 좋아서 그게 또 아프고 감사하다나는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는 문장들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다.

 

스피드퀴즈처럼 진행되는 욕설과 지나쳐버리는 설명의 기회가 게임처럼 펼쳐지는 속도전의 삶에서 우리에게 글이 있다는 것읽고 쓴다는 것은 생존의 몸짓이다이 글을 썼으니 억울한 것들을 당장은 밝히지 못해도 더 살아갈 수 있다.

 

사실도 진실도 본질도 중요하지 않다는 괴성들이 지나가길 기다려 저주의 가시밭길을 빠져 나와 우리는 쓴다이 글이 누군가의 삶을 덜 아프게 가볍게 해주길 바라며 기록한다다른 더 좋은 방법이 없어서책은 오래되고 느리지만 힘을 다 잃은 것이 아니라서진짜 억울한 사람이 살아남는 방법은 이거 하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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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sis 2021-08-1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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