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신 - 워런 버핏 평전
앤드루 킬패트릭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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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자의 역사이기도 하고워런 버핏의 연대기이기도 하며워런 버핏의 진지한 팬이 기록한 공문서와도 같은 세밀함과 객관성을 갖춘 책이기도 하다어느 내용에 집중해서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흥미진진한 대서사가 펼쳐진다평생 버핏만을 연구했다는 저자의 소개는 과장이 아닌 듯하다.

 

그와의 점심 식사가 공매입찰이 되는 단지 사랑받는 인물이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는 신적인 지위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유명세로 인해 적당히 알고는 있었지만그의 인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던 나같은 독자는 더 재밌게 읽을거리가 많다. 1년 364일을 버핏 자료 수집과 집필을 한 저자의 책을 만난 덕분이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면면도 상세히 소개되었고 버킷 본인의 적지 않은 명언들을 모두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투자 이력으로 넘어오면 그가 원칙을 지키면서 실제 투자를 진행한 선택과 강단을 진하게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안목일 갖췄다는 점과 수많은 순간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부러워진다.

 

여러분은 무엇이든 되고 싶은 대로 될 수 있습니다여러분이 서른이든마흔이든쉰이든갖고 싶은 자질을 키울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우리 몸과 마음은 하나밖에 없습니다따라서 잘 돌보십시오인생에 되감기 버튼은 없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강연, 2004년 10월 21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게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가장 즐겁게 노닐며 살았던 인물이 아닌가 싶다그가 주식투자로 모은 돈의 규모도 기부액의 규모도 돈처럼 느끼기 어려운 단위일뿐더러 - 100조 수익, 50조 기부 - 50년 이상 연평균 20%의 수익을 올리는 유일무이한 이라서현실이 아니라 이야기 캐릭터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보유 재산 99% 기부를 약속했고부자가 많은 세금을 내야 한도 주장하며상속세 폐지와 부의 세습에도 반대한다현실에 존재하리라 믿지 않은 정의롭고 부자인 지식인(빌 게이츠의 말 요약)’인 것이다. 1958년도에 3만 1000달러에 구입한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스톡옵션과 보너스가 없는 10만 달러 연봉을 받고중고차를 운전하고기름은 셀프 주유소에서 넣는다.



투자비법만 말고 여러 모로 배우면 좋은 대가이다물론 가능하면 비법만 빼먹고 왜 저렇게 사냐고 은근히 비웃을 사람이 없지도 않을 테지만.

 

만일 바보가 10억을 벌었다면 돈이 많을 뿐 여전히 바보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모방하는 것을 보면 언제나 놀랍다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은 없다

 

나는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아마 하루에 최소한 6시간 이거나 그 이상일 것이다. (...) 나는 회의를 싫어한다.”

 

최대 6시간 독서도 힘들지만 나도 역시 회의를 경멸한다경험상 이토록 인생을 잘 낭비할 다른 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회의만 하면 모두 다 같이 멍청이가 되는 느낌은 무엇일까그런데도 그런 일들을 거쳐서 일이 마무리되는 것 또한 미스터리다어쨌든 회의는 정말 싫다.

 

책의 절반은 투자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과연 내가 잘 읽을 수 있을지 망설임이 있었다이해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읽다보면 버핏의 스승이라 불리는 가치 투자의 대가들을 만나게 된다버핏의 원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연결되는 부분이고 이들의 투자 철학이 재밌다특히 가치 투자가 중요하다고 믿는 독자로서 반갑고 공부가 되었다.

 

주식투자를 위해 이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워런 버핏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싶은 독자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그리고 책 자체가 특이한 작품이다어느 누가 평생 한 사람을 이토록 집요하고 성실하게 연구하고 조사해서 기록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게 잘 읽힌다!

 

세상 어느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성공하지 못한 천재가 얼마나 많은가교육도 이를 대신 할 수 없다 세상은 교육받은 낙오자들로 가득 차 있다끈기와 결단력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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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과학이다 - 하버드 행동 과학자 겸 데이트앱 개발자가 분석한 연애의 과학
로건 유리 지음, 권가비 옮김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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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 흔적도 없는 상태로 읽어 본 <사랑은 과학이다>에서 당연히 과학에 더 집중해서 배워 보려 했다의외로 이미 익숙한 내용들도 보이고 뜻밖의 인물이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연애만큼 신기하게 재밌게 읽었다.

 

행동과학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 앱 분석이라는 다소 클래식한 이미지의 연애와는 아주 다른 문명의 산물인 듯 느껴지는 주장들이 의외로 흥미로웠다행동과 관계를 다루니만큼 내 자신의 행동부터 점검하는 것은 고전적인 기본이다.

 

자기 연애 성향 테스트가 있으니 해보실 수 있다. 제 결과는... 저만 아는 걸로.



그러니 연애가 잘 안 된다는 하소연의 배경에는 여전히 너는 너 자신을 충분히 알고 있느냐는 질문과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그리고 관계의 성패에는 관련 당사자들의 무수한 선택의 결정의 답들이 포개어져 있다.

 

그렇다고 친숙하고 안전한 제안들만 곱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주저 성향의 연애를 다룰 때는 정말 가차 없는 서술이 이어진다


혹시 어젯잠 헤어진 애인 SNS에 슬그머니 들어가지 않았던가? (...) 뒤늦은 후회를 막기 위한 7가지 간단한 조치를 실행하기 바란다.”

 

얼른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고나도 모르게 필기할 자세를 잡은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현실에서 이불킥 이상의 두고두고 뼈아픈 짓을 할 수도 있으니일단 저질렀다면 가능한 빨리 잊고 반복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자.

 

이별 컨설팅 8단계가 있다헤어지고 싶은 이유헤어진 이유를 기록하면 무엇이든 정리되고 잘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이 왜 쉽게 읽힐까 궁금했는데 나름 판단해 보자면사랑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 중에 운명이라거나 첫 눈에 빠진다거나 순전히 정서적이고 격렬한 그런 내용들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 쿨함이 새로웠다특히 질색거리와 결렬거리라는 표현은 참신하고 신랄했다.

 

질색거리 : 유난히 신경에 거슬리는 소소한 것들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심하게 싫어할 수도 있다.

참을 만한 질색거리 : 결렬거리로 보이지만 사실은 질색거리

결렬거리 : 정말로 사귀면 안 되는 이유

 

위에 언급했듯이 행동 과학 실험 결과를 두고즉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언들을 주제별로 나열한다그래서 저자는 사랑의 비법보다는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서 반복하는 동일한 실수들에 대해 더 선명하게 말해줄 수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거리가 있다그 거리 안에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할지 선택할 힘이 있다그렇게 한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자유가 있다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그 거리를 잘 사용한다.”

 

즉 정신을 잃고 나를 잃고 생각과 판단을 멈추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감정이 끌리는 대로 하는 사랑이 아니라 매 순간 사고하고 선택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코칭을 염두에 두라는 제언이다경험 부재로 인해 실제 어떻다는 설명을 할 수 없어 아쉽다.

 

짐작할 수 있는 바에서 장점을 추려본다면 자신이 매 순간 한 선택으로 과정이 전개되는 구조라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이해하고 책임지고 수용하는 일은 분명 더 쉬워질 것이다.

 

만약 그런 관계가 상호적으로 오래 호의적으로 유지된다면 적어도 한 명의 이상적으로는 두 명 모두가 자신의 행동과 관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무척 충실한 실험일 거라 상상한다.

 

물론 그렇다고 최종 목표를 두고 연습 삼아 삶을 실험해 본다는 것은 아니다처음 살아보는 삶의 모든 경험들은 마치 실험처럼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실험 자체의 진위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연관성을 보았다.

 

성별 간 근거도 불명확한 차이점들을 부각하는 책이 아니고스킨십하는 방법을 예습시켜주는 책도 아니고전략 전술을 훈련시켜주는 책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데이팅 앱을 사용는 분들에게는 더 반갑고 실용적일 듯한 책이다경험하지 못한 신물물이라 궁금하고 부럽다

 

이성을 만날 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 외모비슷한 성격공동취미

이성을 만날 때 생각보다 중요한 것안정된 정서친절함의리성장 마인드셋긍정적인 면을 드러나게 하는 성격. (상대와잘 싸우는 기술어려운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는 능력

 

동의하거나 인정하는 면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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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시민 - 끝내 냉소하지 않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강남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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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냉소하지 않고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이 책의 부제와 비슷한 생각을 몇 달 전에 하고 써두었다내가 느낀 실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남의 열의에 찬 물을 끼얹는 냉소는 떠들어 대지 말자고더구나 그 대상이 90년대 생이라면 더욱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본래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비로소 의문을 가지고비로소 저들이 남용하는 권력은 우리가 빌려 준 것이고 정치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하는 세대이다아는 게 병이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협박을 역사적으로 체험하고 겁에 질린 세대와는 다르다.

 

이분법도 양비론도 아니고, 구조가 먼저 개인이 먼저! 라는 공론에도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먼저 바뀔 수 있는 개인이 바뀌고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시민들이다. 90년대 세대들이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책임과 윤리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자각했다는 것이 무척 많이 아프지만덕분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정책으로 싸우지 않는 정당정당의 역할은 논쟁인데 싸우기만 한다고 욕하는 주권자들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오해하는 기성세대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날카롭고 뼈아픈 질문들을 던진다.

 

가진 자들은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계급의 입구를 좁히려 특혜와 편법을 동원하고,

덜 가진 자들은 좁혀진 입구에 들어가기 위해 교육 신화와 부동산 신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보다도 덜 가진 자들은 이미 가진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여성과 비정규직과 장애인을 밀어낸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로 자리매김한 자신들의 삶이 있다세상 어디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실감할 겨를이 없이 폭력과 차별에 시달리고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존재들이 자신들과 동년배 또는 더 어린 이들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목격하는 이들이다.

 

어제 저녁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평등법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기쁜 소식임에는 분명하다사실 많이 뭉클하다그러나 감정을 다 잡고 현실을 지켜봐야할 의무가 있다과연 본회의에서 논의될 것인가통과될 것인가시행될 것인가거래되지 않을 것인가누더기가 되지 않을 것인가.

 

물러나고 움찔거리는 버릇이 있는 기성세대로서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뤄지는 조마조마한 과정 내내 저자처럼 정의단 장혜영 의원을 말을 기억해냈다잘 하고 있다같이 돌파하자고그런 말들이 필요하다.” 덕분에 냉소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지났다감사하다.

 

장혜영 의원은 더 이전에  다른 말로 인해 무척 고맙게 느끼고 배우고 응원하는 이다저는 낙관주의자예요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 다투는 와중에누가 이 상황을 왜 해결해 주지 않는지 비관하는 대신 내가 행동한다내가 나 자신의 구원자가 된다행동하는 순간 해결할 가능성이 늘어나니까이렇게 들렸다멋진 생각이다.

 

이웃분들 지겹게 너무 자주 언급하는 것 같지만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누군가가 바꾼 것이다.’

 

이들 세대가 얼마나 종합적인 어려움을 겪는지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읽는 내내 실감이 났다책임지지 않는 정치기레기라 불리는 언론퇴근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분노를 토해내지 않아 무척 놀랍기까지 한 냉철한 결론을 낸다.


결국 가짜뉴스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할 수 있다이해 집단 간의 치열한 갈등이 정치라는 과정 속에서 원활하게 해소되지 못하니 집단들은 정치적 해결이 아닌 파워게임으로 이해를 관철시키려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파워게임의 룰은 간단하다갈등하는 상대방과의 대화와 타협은 고려되지 않고상대방을 위선적인 대상으로 매도하거나 이론으로부터 고립시켜 영향력을 잃도록 만들면 된다그런 점에서 가짜뉴스가 주로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거나 갈등 관계인 상대방이 여론의 비난에 부딪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탓이 맞아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출처: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여전히 법과 구조와 제도와 사회적 규모의 변화가 실질적 변화에 중요한 동력이자 계기라고 믿는다그리고 동시에 개인들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팔리지 않는 것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그러니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이 무엇이든 사지 않으면 된다허망할 정도로 이 모든 문제는 돈 때문이다


기업의 상품이건 정책이건 마찬가지이다그래서 나는 매일 더 꼴 보기 싫어지는도움이 참 안 된다 싶은 언론 역시 소비자로서 독자로서 시민이 바꾸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런가이랬지정말 이럴까이런 질문들이 그치지 않았다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 사회와 90년생들이 보는 사회는 다른 점이 이렇게나 많은 풍경이었다내가 선 자리를 정확히 떠올려 보려 애를 써보았다.

 

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낄 정도는 남았다이런 내게 든든한 위안처럼 의지처럼 존경하는 작가의 문장을 만난다


외울 의도가 없었지만 자주 회자되니 외워진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와 같고도 다른 상황처럼 들린다.

 

죽음의 경위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죽음을 막지 못한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이윤을 보채느라 안전에 존을 쓰는 대신에 사람을 밀어 넣은 곳에 죽음이 솟아난다. (...)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넘치되그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으니 능력은 있으나 마나다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마비되는 까닭은이 마비가 구조화되고 제도화되고경영논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김훈 2019. 11. 25 경향신문 특별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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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 - 미·중 전쟁과 한국의 선택
허윤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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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언론사 주식도 보유했고 잡지 구독도 열심이었고 관련 활동과 모임소식도 챙겨 보고 참여했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점차로 줄어들었다신제품을 맛보고 신곡이 좋고 뉴스가 궁금하던 시절이 모두 지나갔다지금의 일상은 업무영화클래식 음악만으로도 시간이 아쉬운 날이 더 많다.

 

어쩌다 접하는 언론 보도 역시 기사 가치가 있나 싶은 대상과 의도가 저열하게 드러나는 작전이 보이니 달갑지도 않고 화내는 일도 지겹다그래도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칼럼과 사설과 연재를 쓰시는 이들 중 못 읽고 지나간 내용이 아까워서 다 찾아보게 되는 분들도 계시니 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10여 년간 언론에 게재한 칼럼들을 주제별로 나눠 수록한 것이다취사선택도수정도 가필도 없이 그대로 실었다 한다단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구성이다국제 분야란 대해 언제 따로 배워 이해할까 싶은 영역이라 주요 시사용어경제 지식세계적인 작가와 학자들발췌한 글들을 모두 모아 주었으니 이만한 텍스트도 없다 느낀다.

 

여전히 내 독서의 편향은 공고한 것인지책을 읽은 티가 안 나게 처음 만나 이들이 수두룩하다그래서 싫은 것은 아니고 도리어 반갑고 재미있으니 다행이다분량면에서도 내용으로도 일독으로 다 이해하기란 벅차지만결심을 하면 아주 진지한 공부를 할 충실한 텍스트가 되어 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전체 그림을 보기 위해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정말 만나기 싫은 인물이 포함된 글들을 슬쩍 건너뛰며 읽기도 했다언젠가 내 깜냥이 좀 더 커지면 차분하고 우아하게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바다 심연의 4차 산업혁명 물결과 그 위 내셔널리즘이라는 조류가 물밑에서 부딪혀 충돌하는 지점에는 굉음이 일고 마그마가 폭발한다바로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전투 현장이다수면 위로 눈을 내밀면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너울 파도가 출렁인다이 파도는 지난 30여 년간 인류를 지배한 세계화라는 현상을 아련한 추억의 포말 정도로 역사의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 2,000번이 넘는 침략이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 지난 일이라 괜찮다 식민지전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 덮자는 말은 아닙니다여전히 한반도에 자리한 대한민국은 형태를 달리한 전쟁에 여전히 시달리는 중이다.

 

그나마 수치심을 모르던 탐욕스러운 이가 최강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좀 덜 졸이게 하지만 건수가 있으면 돈 내놓으라던 장면들이 아직도 떠올라 불쾌하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특별히 더 유리해진 면은 무엇이며 있다고 해도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

 

글로벌 통상 체제의 중심축은 다자주의 -> 양자주의 -> 거대 블록화로 옮겨 가고 있다. (...) 경제 대국을 중심축으로 주변 국가들을 연결해 광역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언론에서 현 정부와 원수가 진 듯 악착같이 보도하지 않아 의미도 축하도 없었지만 대한민국은 57년 만에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인정받았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상 첫 만장일치로 지위가 변경되었다.

 

그게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실질적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일상이 더 많으리라 동감한다하지만 이젠 그럴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해외 관련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 국적을 가진 국가의 지위 변화는 늘 영향을 미친다가령 OECD 가입국이라 유학생 혜택이 제한되는 것처럼.

 

동아시아는 다른 형태로 협력을 이루어낼 것인가과연 중국과 일본과 함께 외교 관계를 분쟁 없이 이뤄나갈 수 있을까과문해서 더 모를 일이지만 그 미래가 쉽지 않은 예감은 강력하다.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기대를 받지만한국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것인가일본 식민지로 살았지만 일본을 꽤나 동경하던 일부 한국인들의 정서와 달리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정서는 훨씬 더 적대감이 크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제일 걱정되지만한편으로는 20-30년밖에 남지 않은 거대한 환경재앙 앞에서 일국의 경제나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들도 동반되길 간절히 바란다.

 

겁보라 늘 희망이 있길여지가 있길최대한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하지만인류에게 남은 뭐라도 해볼 마지막 기회일 듯하다최대로 잡아 2040년이라는 보고를 가장 자주 본다일부 학자는 6년간 극한 기후 현상이 강화되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5년 안에 재앙을 만날 것이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스스로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논조와 입장을 가진 저자의 글을 읽게 되어 오히려 좋았다혼자 읽지만 투덕거리며 반론과 정리가 이루어지는 활발한 독서였다지난 십 년 간 우리가 살아 온 역사도 덕분에 다시 떠올려 보았다사적으로도 부대꼈지만 한국 사회도 참 큰일들이 많았다힘겹고 아프고 어려웠고 지금도 모두 다 낫고 해결된 것도 아니다그래도 다들 애 많이 쓰셨다


우리에게 다음 십 년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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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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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개인적 동기 없이 필독서라고 읽었더니 내용은 남았는데 책의 구성은 잊어 버렸다무려 한 세기가 지나 만난 현대 지성의 이탈리아 원본 완역은 그 자체로 반갑고 귀하다번역본은 어쩔 수 없이 가장 최근의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전에 읽었을 때보다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이 늘지 않았다는 현실이다조금씩이라도 이탈리아 역사 공부를 해두었으면 좋으련만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 중에서 역사에 대한 예시들을 찬찬히 읽으며익숙해질 때쯤이면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바가 좀 더 잘 이해되는 느낌이다.

 

독자의 경험의 크기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하는 텍스트라 이렇게 오래 두었다 꺼내 보는 독서도 새롭고 근사하다이전에는 단순 명쾌하게 들리던 제안들도 이제는 좀 다르게 읽힌다


원저자의 의도를 다 알 수야 없겠지만정치권력 관계에 따라 몹시 휘둘리던 개인으로서의 불안과 희망과 고찰과 고민 등이 군주에게 전하는 문장들에 담긴 것도 같다.

 

현재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독한다는 이 고전을 어떤 목적으로 의미로 읽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오독과 오해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책의 운명이기도 하지만악의적으로 자기변명의 수단으로 삼지는 말기를 바란다당시의 도시국가의 상황과는 아주 다른 역학이 작용하는 현대 국가가 아닌가.

 

군주가 나라를 얻고 유지하면그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롭다는 평가를 받고그는 모두에게 칭찬을 듣습니다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군주가 관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방법이 있습니다관리가 당신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그런 사람은 절대 훌륭한 관리가 될 수 없으며 당신도 그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읽다 보니 일견 군주의 처세술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처럼도 보인다단 한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쓴 글이라 긴 편지글 같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1513년에 그가 집필한 책은 2021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른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고 있으니 이 또한 역사의 간지 혹은 아이러니처럼 느낀다.



우리는 공화국이지만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제를 택한 탓에 곧 다시 시끄럽고 혼탁한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군주론>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군주와 대통령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이들 알고 있지만 잘 떠올리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즉 굳이 따지자면 공화국의 군주는 모든 국민이다그러니 우리 모두가 자신이 주인이고 군주라는 생각으로 다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와 국가에 대해 참여하기를 염원해 본다.

 

지금 읽어서 다시 읽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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