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개념 잡는 우주과학 - 9가지 핵심 질문으로 빠르게 마스터하는 중학 과학의 기초 단번에 개념 잡는 시리즈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외 지음 / 다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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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식재료만이 아니라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까지 마시고 사는 시절입니다가장 희망적인 전망은 인류 자체가 미세플라스틱을 자체 분해할 수 있는 변이종으로 변하는 걸까요?

 

다행히 법이 바뀌니 기업에서도 생산 단계에서의 변화가 시작되는 듯합니다다행히 쓰레기는 가시적이라 설득력도 시행효과도 있을 듯해 기대를 해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목격할 수 없는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불과 얼마 전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처럼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이 필요할 듯합니다지구궤도 내 우주공간은 쓰레기투성이입니다.


출처: @hanwha_aerospace 
급진환경단체의 헛된 주장이란 반박을 피하기 위해 출처는 대기업으로 골랐습니다.

 

이러다 제 세대는 남은 인생 지구쓰레기 치우고 다음 세대는 우주쓰레기 치우며 살겠습니다. 늘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상황이 이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승리호>는 비용은 받았지요. 영화를 안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상상력은 우리를 과거에는 결코 없었던 세계로 인도하곤 한다그러나 상상력 없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목적과 의도가 무엇이건 우주과학의 시대는 국가 주도만이 아닌 민간 자본이 투자되면서 더 활성화될 듯합니다잘 배워야 하는 이유가 더 늘었습니다중학생 대상 책이라 다정하고 친절한 설명이 담긴 기본 과학 지식에는 충실한 편안하고 유익한 책입니다.

 

현역 과학교사들이 만든 책이고 수업에 적용해본 내용들이라 친절한 선생님들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과학조차 빨리 외워서 시험을 봐야하는 것이 아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길 바라는 저로서는 반갑고 감사한 책입니다.

 

과학에 큰 애정이 없는 우리 집 중학생 얼굴빛이 좋고 중간에 책을 덮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적어도 학생들 취향에 정통하신 분들이 만드신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목차를 보시고 궁금한 내용 먼저 보셔도 무방합니다.



사진자료형광펜 표시예습 퀴즈복습 퀴즈, OX 퀴즈주관식 문제핵심정리로 이루어진 구성은 작고 귀여운 교과서처럼도 느껴집니다또 부럽네요요즘 학생들저처럼 과학책 좋아하시는 어른들이 읽으셔도 많은 도움과 정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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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휴식 - 32인의 창의성 대가에게 배우는 10가지 워라밸의 지혜
존 피치.맥스 프렌젤 지음, 마리야 스즈키 그림,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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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 회자되는 대로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 해도 제시되는 그런 방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근무환경 탓이 아니라 당사자 개인이 그런 식의 삶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저도 그렇습니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이란 어릴 적부터의 성장 과정과 학습 방법 그리고 사회화 과정 등등 여러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형성된 퇴적물과도 같습니다고유한 결이 있지요어느 순간 갑자기 바꾸려면 지각 변동처럼 외부에서 적응할 도리밖에 없는 강력한 압박과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저 푹 쉬어야 한다는 강박만 있을 뿐이다심지어 누군가에게 좋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여가활동을 억지로 만들어 해보느라 되레 스트레스만 받는 이들도 있다한마디로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혼탁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멍때리기도 낮잠도 못하는 저는 하루 일과가 다 끝나야 등을 바로 대고 눕습니다그 순간의 행복감과 안도감은 비교할 쾌락이 없을 정도입니다얕게 쉬던 숨도 아주 깊이 천천히 쉬게 됩니다가장 단순한 형태의 명상과 요가와 호흡법이 그때 동시에 이루어지지요.

 

그래도 잘 쉬는 법은 중요하고 버릇이면 더 좋고 의식적*으로도 어떻게든 쉬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복잡하고 괴로운 생각들을 피하려는 의도로 차라리 몰입해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슬슬 도망치는 버릇이 있는 저는 그런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이 책의 원제 TIME OFF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는 것의식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는 행동삶에 분명한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에릭슨의 실제 연구에는 매일의 의도적 연습이 효과적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하루에 투입해야 할 이상적 시간으로 4시간을 제시했다. (...) 4시간의 집중을 완수한 후 낮잠이라는 강력한 부화 도구를 활용한다.”

 

어렵네요하루 4시간 집중해서 일하고 낮잠을 자는 방법은 제게는 막막한 제안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활동은 조용한 성찰에서 온다. (...)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준비와 부화의 주기밀물과 썰물처럼 일에 임하고 일을 내려놓는 것 (...).”

 

노력 중이고 주기가 상당히 선명하다고 느끼지만... 재택근무 시 완전 엉망이 되는 지옥과도 같은 경험은 충격적이었습니다역시 저는 의지가 약해서 환경이 중요한 유형인 듯.

 

평정심을 추구한다면 더 적게 행하라. (...) 더 적게 행하되 제대로 행하라우리가 행하거나 말하는 것은 대부분 본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매 순간마다 필요한 일인지’ 자문하라.”

 

늘 의문이었던 것이 암기력과 창의성이 과연 서로를 망치는 대척에 선 관계인가 하는 교육계의 호들갑스러운 교육개정안이었습니다창의성이 학교 교육으로 배워서 되는 일인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무려 AI시대라 인간은 더욱더 창의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난감한 제안입니다.

 

전략은 지식 근로의 핵심이다어떤 전략을 창조하고 업그레이드하려면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 둘 다를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거의 모든 업무는 진행 과정에서 이 두 사고를 요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무척 당연한 제안처럼 들립니다만.

 

책상 앞에 앉아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 사무실 밖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족과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다.”

 

상생을 위해 가치를 재구성해야 할 것들은 무척 많을 듯합니다문제는 개인의 인격 수양 단계를 벗어나 사회를 재편성하는 데에도 실질적 활용이 가능한 방법들을 진심으로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이겠지요.

 

효율성기능주의결과주의를 과연 얼마나 유예하고 참을성 있게 미래를 지켜볼 수 있을까요간절히 바라는 일이지만 기성세대로 사는 탓인지 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서글픕니다.

 

이 책에서는 무려 32인의 대가들 아리스토텔레스러셀베토벤차이콥스키키에르케고르우디 앨런마르무스 아우렐리우스스토아학파세스 고딘곤도 마리에성 토마스 아퀴나스헤르만 헤세 등 을 소개하며 타임오프 방법들을 예시해 줍니다.

 

무척 좋아하는 분들도 계셔서 반갑지만 시대와 환경과 업무가 다르니 얼마나 적용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그래도 두 개 정도 흉내 내보고 싶은 방법들을 만나 조금 즐겁습니다결과는 저만 아는 걸로!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다른 모든 활동은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으라타임오프와 마찬가지로 관건은 우리의 시간과 주의력을 어떻게 쓸지 자각하는 것이다모든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신중히 평가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상당한 가치를 보탤 때에만(그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정하는 주체는 우리다도입해야 한다.”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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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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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비친 별의 개수만큼 평점을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육지 생물로 환원될 수 있는 고향은 아프리카지만지구 생명체로 찾아갈 고향은 결국엔 바다이지요바다에서 생겨나 바닷물로 만들어진 생명들 중 하나가 인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생리식염수란 우리 몸의 체액과 농도를 비슷하게 조정해서 제조한 액체입니다혈장과 등장(等張)이라 인체에 주사해서 전염병과 중독 시 수분 손실을 보충하고혈압을 회복시키고독소 배설을 촉진합니다.

 

그러니 우리 몸은 여전히 염수바닷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혈액(90%)은 물론이고 뇌(75%)와 근육(75%) 등 신체는 물이지요그러니 수질을 오염시키고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는 어떤 의미로 참 겁도 없는 대단한 생명체입니다.

 

바다는 지구의 70% 이상이라 알려져 있지만 바닷속 장소들과 생물들을 인간은 잘 알지 못합니다바다를 사랑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은 바닷물 1리터에는 100억 개의 바이러스 10억 개의 박테리아 1000만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 1000개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있다라는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소개는 많이 들으셨지요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 산소의 반 이상을 생성하는 바다의 초록색 폐입니다지금껏 인간이 저지른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일들을 늦춰주고 무마해준 것도 바다입니다.

 

그에 대한 인간의 보답은 고농도 DMS 냄새가 나는 플라스틱을 버려서 바다 생물들이 먹이로 인지하고 먹다 죽게 만드는 것이지요.

 

육지의 열대 우림만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해양의 열대우림 산호초도 거의 멸종시켜서 세계 물고기 중 25%의 생활공간을 없앴고그 덕분에 산호초의 외골격을 이루던 아라고나이트 탄산칼슘CaCO3과 동질이상 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아 바닷물도 산성화되고 있습니다.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와 접촉해사 만드는 염이 산성 탄산 칼슘Ca(HCO3)2인데 그런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탄소 농도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제 소개글 때문에 숫자와 화학 기호들이 나와서 이런 책 못 읽겠다 하시는 분들은 목차를 보고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먼저 찾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저는 단연 심해입니다조류에 휩쓸려 두 번이나 조난될 뻔해서 빛이 닿지 않는 검은 바닷물 색을 무척 두려워하지만안전한 책이니까요기술적인 한계로 연구 자료가 적어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지요.

 

특히 제가 몇 달 전 추천 드린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문어와 더불어 심해에 사는 문어이야기는 신비롭고 놀랍습니다문어숙회나 튀김만 드시지 말고 살아 있는 문어도 한 번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0LTDhqe5A


심해 문어는 중앙 해령의 심해 열수 분출구에서 출산을 합니다먹지도 않고 수년간 알을 품고 있다가 부화가 되면 생을 마칩니다여러 해 전 읽은 내용인데 이 책 덕분에 다시 기억을 복원하고 내용을 더 보충해 봅니다그때 이후로도 깊고 넓은 바다에 대해 아는 게 늘지 않았네요.

 

http://ecotopia.hani.co.kr/247615


5장의 이야기는 아마 가장 충격적이지 않을까 합니다대면성교를 통해 유성생식을 하는 인간의 성행위 방식이 정상보편기준인 우리로서는 해양 생물의 짝짓기 에피소드들은 기존의 빈약한 정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빈약한 상상력을 절실히 깨닫게 합니다.

 

경고무척 놀라실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대한 애정이 큰 저자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thalassophile - 가 가득 채운 바다이야기들이 정말 멋집니다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바다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그런 마음으로 연구한다는 마음을 느낍니다이 책을 만들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듣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바다를 사랑할 겁니다바다 앞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면 어떤 느낌이었는지새벽아침한 낮저녁밤바다를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4살 때 어머니 손잡고 서 있다 바닷물이 들어와 완전 잠겼는데 연속 사진들을 보면 잠기기 전잠긴 후에 똑같이 웃고 있습니다물 안에 머무는 시간이 좋고 몸의 거의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사실 은밀하게 바다생물에 가까운 진화 과정을 따로 겪었을 지도 모른다고 믿는 중입니다해가 질 때까지 물속에서 버티다 아쉬워하며 나오는 일을 반복했습니다그러다 다이빙을 하며 바라본 21세기의 바닷속은 큰 충격이었습니다제주 우도 앞 바다가 쓰레기장 같더군요.


망가지던 말건 상관 없이 식재료를 긁어모으고광물 자원을 채굴하고쓰레기와 오염물질 내다 버리고 모른 척 살아가는 일이 정말 재밌고 신나는 이는 없다고 믿습니다


다행인 것은 탄소 규제나 산업에서의 변화상품들의 무라벨 출시해양 작업 관련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외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이제라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경이와 경외를 번갈아 느끼고 슬픔과 아픔을 느끼며 여러 충격을 받으며 읽었습니다그래서 부디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고 힘껏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책 속 사진들을 찍어 올리려니 원본의 아름다움이 망가져서 제가 들락거리는 주한호주대사관의 사진들을 대신(?) 제 맘대로 올립니다바다 가까이 사시는 분들이 지금은 바다만큼 부럽습니다.

 

출처: @ausemb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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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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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읽었나 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작가와 같다자전적이며 환상적이며 메타픽션인 이야기의 설정은 무척 촘촘한가보다.

 

쓰지 못할 때 나는 사회적으로 무()나 다름없다. (...) 글이 써지지 않는 나날이 하도 오래 이어지는 바람에 나는 종종 로빈슨 크루소의 처지를 생각하곤 했다. (...) 여름가을겨울 나라의 계절이 바뀌고 귀중한 인생의 시간이 허비된다.”

 

16년 전 우연히 발견해서 읽는 중에 사라져 버린 책 <열대>는 16년이 지나 <천일야화>를 읽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며칠 후 참가한 침묵 독서회에서 아무리 찾아도 세상에 없는 책<열대>를 가진 여성을 만난다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초에 천일야화는 동양과 서양에 양다리를 걸치고 가짜 사본과 자의적인 번역이 뒤섞인마치 그 자체가 이야기인 듯한 기기묘묘한 성립의 역사를 지닌다그런 수상쩍음도 천일야화의 매력이다. (...) 요는 아무도 이 이야기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것이다.”

 

몇 장 안 읽었는데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이 <열대>인지 저 <열대>인지 또 다른 이야기인지 이야기 속 주인공 이야기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잠시만 느긋하면 다른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일본 고교생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라는데대단한 독자들이다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소설을 쓰지 않는 소설가를 세상 사람들은 자연히 잊을 테지그리고 세상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잊혀갈 테고근대 문명은 폭주 끝에 괴멸될 테고언젠가 인류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질 테지그런데 눈앞의 마감에 무슨 의미가 있지?”

 

주인공인지 저자인지 내내 헷갈리는 인물이 "무인도 같은 공간에 틀어박혀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을 보면 어느새 저물녘이 되어가고 있었다"라고 묘사하는 대목에서 오늘 하루 책만 읽고 다른 날들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렇게 살 것 같은 내 삶이 겹쳐진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가을 휴가를 신청했고 책을 읽고 쉬고 싶으면 여름휴가를 신청하며 살았다작년은 고통스러운 재택으로 얼룩져서 기억도 안 나고 올 해는 선택의 여지없이 독서 휴가인데, 8월이 되기 전에 8월 21일까지 업무 일정이 정해지는 바람에 그냥 살다 오늘 입추를 맞아 심술이 자라난다.

 

이런 날 왜 자꾸 합치되는 문장들만 눈에 띄는 건지……. “그 해 8월은 인생에서 가장 애매하고 패기 없는 여름이었다.” 어쩌면 오늘 읽기 완벽한 책을 읽는 중인지도 모르겠다읽어도 못 읽은 것 같겠다는 두려움이 스멀거리지만 저녁 생존 운동 시간 전까지 계속 읽는다아무튼 어째 잘 알 수 없는 소설이다.” 이런 식으로 내 기분과 소설 속 문장이 교차되는 듯해 소름이 돋는다.

 

1. 각자 수수께끼가 있는 책을 가져온다.

2. 어떤 수수께끼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3. 타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건 금지된다.

 

이런 독서 모임 나도 하고 싶다내게 수수께끼가 있는 책이 있나그런데 같은 액자인 척 하는 다른 액자들이 도대체 몇 개인 건가시각과 뇌 사이에 정보 유입은 문제가 없는데 출력 기능에 착란이 일어날 듯하다.

 

인간은 원래 해석이라는 이름의 렌즈를 통해 세계를 봅니다그런데 그 렌즈가 어떤 이유로 일그러지거나 흠집이 나면 기묘한 세계가 나타나는 거죠그건 음모론의 형태를 띨 수도 있고 병적인 망상의 형태를 띨 수도 있습니다어느 쪽이든 그 세계를 보는 당사자에게는 그게 현실 그 자체인 겁니다.”

 

렌즈가 일그러지거나 흠집이 나지 않아도 인간은 동일한 제품이 아니라 각자 모두 다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인지한 세계는 모두 다 다르다이전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이런 뇌과학의 발견을 읽고 우리 모두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째서 매 순간 싸우지도 않고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일까대화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합의는회의는협력은공동 작업은이 모든 건 다 기적 같기도 하고 오해와 망상의 일시적 수렴 같기도 하다이런 생각의 끝은 언제나 지독한 외로움과 쓸쓸함이다.

 

우리는 <열대안에 있다. (...) 과거에 <열대>라는 소설을 읽기 시작한 우리는 어느새 <열대>라는 세계 그 자체를 살기 시작해 각자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그렇기에 제 <열대>만이 진짜인 겁니다.”

 

이야기를 발명하고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도 이웃도 친구도 공동체도 국가도 인류도 알아내어 살아 온 인류에게 이야기는 삶이고 삶 그 이상이기도 하다개별적인 삶은 유한하나 인류 전체의 삶은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그만큼의 불멸을 누린다.

 

6세기경 구두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을 모아 8세 말 경에 아랍어로 번역 기술된 작품이 <천일야화>이다이 한 작품이 형태를 갖추는 데에 이미 인간의 가장 오래된 수명을 훌쩍 넘었다그리고 2021년에도 살아 곁에 있다나는내 삶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이야기의 일부가 될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태어난 장면을 여전히 가끔 묻고 듣고 싶어 하는 꼬맹이들 생각이 난다처음 들려줄 때 엄청나게 재밌고 신나는 이야기로 각색해 줄 것을 너무 정직한 정보 전달에만 집중해서 이후에 어떤 변형도 용납하지 않는다그래도 같은 이야기 듣기를 무척 좋아하니 매번 또 신나게 들려준다.

 

자신이 기억하는 삶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살아남았고 남이 기억하는 삶은 그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열대속 <열대>를 만나 한참 전에 길을 읽고 그것도 모른 채 놀다 온 기분이지만 어쨌든 작가가 7년을 공들여 적은 글자는 다 읽었다.

 

당신이 살기를 원하듯 우리 또한 살기를 원합니다이 이야기가 마지막 이야기꾼에게 전달되어 내 소원이 성취되기를!”

 

내 이야기도 아직은 끝나지 말라고 이제 시시한 운동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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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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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처음 만난 분들도 계실 것이고원작이나 책으로 읽은 분들도 있으시겠지요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이후에 문학동네 출간본을 읽었습니다그래픽 노블로 재출간될 줄 몰라 놀라고 반갑고 다시 또 읽기가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그런데 또 어떤 형태든 소식을 들으면 모두 궁금해서 다 볼 것도 같습니다.



그 이유의 절반은 원작자인 스티그 라르손Karl Stig-Erland Larsson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마음 때문입니다.

 

“1954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평생 일상의 폭력에 맞서 투쟁하고 정의와 자유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강직한 언론인으로 살아온 스웨덴의 작가이자 기자다문학성과 높은 사회의식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했으나출간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그의 데뷔작이자 유작이 된 밀레니엄’ 시리즈는 생생한 묘사와 두 주인공의 매력치밀한 복선으로 전 세계의 신드롬이 되었으며,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스웨덴에서 출간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41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고 3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소개 글 인용.

 

당연한 일이지만 완전히 몰입해서 물 마시는 일도 화장실도 미루고 정신없이 읽은 원작과 등장인물은 동일합니다탐사 보도 전문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캐릭터로 다소 전형적인 이미지인 폐쇄적인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조합입니다원작을 읽으며 상상한 것보다 생동감이 굉장한 모습들이라 신납니다.

 

참 열심히도 악랄하게 나쁜 짓도 범죄도 많이 저질렀다 싶은 범인은 그래픽 형태로 만나니 더 역겹습니다문장 속에서만 느껴지던 추리와 진실을 파헤치는 속도감과 여정이 색채까지 더한 그래픽들로 따라 가니 무척 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아주 부드러운 색을 써도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가 절묘하고 멋집니다.

 

원작도 사건 해결을 보고 싶어 답답한 마음은 있었지만 지루한 구석은 없었는데, 235*312mm 판형의 거대한(?) 책을 컬러 배경으로 넘기며 보는 일은 엄청나게 신나고 즐거운 일입니다역시 만화가 최고인가요.


영화원작의 순서로 만나 영화 속 캐릭터들로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새로운 캐릭터들로 다시 만나니 각색된 점을 감안해도 무척 행복한 해후였습니다판형이 크긴 하지만 128쪽 밖에 안 되는 책에 중요한 내용을 골고루 잘 넣어 컬러와 묘사와 서사 모두를 담은 점은 무척 인상적입니다인간의 창작활동은 우주의 창조활동 못지않게 멋진 일입니다.

 

다 보고난 뒤에는 역시 작가가 떠오릅니다사랑해서 더욱 제대로 비판하고 싶었던 자신의 나라 북유럽 국가현실에서도 이야기 속에서도 평생 찾고자 했던 진실을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판데믹 여름에 다시 만나 감사했습니다.

 

시리즈 다음 권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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