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튜브 구독에 열의가 없는 제가 알람 설정까지 해 둔 유튜버는 스티븐 킹 작가입니다불쾌한 적도 실망한 적도 없어 꾸준한 애독자가 되었습니다작가의 육성으로 듣는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데 <If it bleeds>를 낭독해 주어 신났지요여러 번 듣고 주변에도 권했습니다.

 


영어책 그대로 읽어도 좋고 중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깔끔하고 멋진 문장들 - ‘빨리 빨리의 최강국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으로 읽어도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더구나 체온 유지만으로 기운이 달리는 여름에는 단편이 좋은데이 책은 단편 4개로 이루어진 책입니다더 바랄 게 없습니다.

 

늘 그렇지만 600페이지가 아쉽습니다언제 다 읽었는지 서운합니다신간 기다릴 생각에 아득합니다시작하기 전에물과 식량을 준비해 두시고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휴대폰도 가능한 멀리 하시고 재밌게 읽으시기 바랍니다분명히 쉬지 않고 방해 받지 않고 빠져 들어 머물고 싶어지실 테니까요.

 

버릇처럼 의식처럼 표제작부터 읽어 봅니다.

 

1. 피가 흐르는 곳에

<아웃사이더>란 작품을 읽으신 독자에게 아마 더 반가울 작품입니다그 이야기의 연속이기도 하니까요결말을 알면 모든 매력을 다 알아 버린 듯해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추리스릴러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무려 쉐이프쉬프터(shape shifter: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자)가 등장합니다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포인가 고민스럽네요혹자는 이 설정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고도 여기는데 소설과 드라마에서 엄청 써 먹음 킹에게는 소재가 무엇이든 스토리는 늘 재밌으니 다 좋습니다.

 

작자 미상이라고 써서 읽어 보라고 해도 이건 스티븐 킹의 작품입니다. 초능력임에는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호의를 가지지 않는 능력이고 보면 이 존재가 사는 모습이 행복할 리가 없겠지요더구나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식량으로 살아간다고 하면 더욱 꺼림칙하지요.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연명하고 살찌고 심지어 부를 누리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도 있지요어쩌면 짐작보다 많을 수도 있겠네요제목 - 피가 흐는 곳에 이 의미하는 바를 아시면 바로 추축이 가능합니다타인의 고통과 슬픔이 특종이 되는 업계이니까요.*


* if it bleeds, it leads :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 폭력적인 것이 더 잘 팔리는 미디어 산업.


 태생적인 부분은 그렇다고 치고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순기능마저 사라진 끔찍한 괴물이 되기로 선택한 것은 분명 종사자들의 책임입니다.

 

괴물의 시선으로괴물 같은 어투로괴물 같은 기획으로혹은 협잡과 오보와 악의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흥행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의 행태는 그야말로 얼굴을 바꿔가며 제가 가진 직업의 공적 가치도 역할도 안중에 없이 제 이익만 챙기는 쉐이프쉬프터에 다름 아닙니다.

 

쓰다 보니 너무 많은 내용 노출에 미안합니다그래도 킹의 작품은 직접 읽으면 다른 차원의 재미와 즐거움이란 걸 이마 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2. 해리건 씨의 전화기

너무 슬픈 일이 떠올랐지만 스티븐 킹의 결말을 믿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가까운소중한 이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번호를 나의 연락처 목록에서 볼 때지울 때혹은 지우지 못할 때.

 

상대의 사후에 어떤 이유로든 그 상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나요만약 걸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떠올려야 하는 아픈 기억들과는 별개로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상반된 두 세대에 속한 각각의 인물들로서 불완전한 기술을 사용해 서로 연결됩니다무척 특이하고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3. 척의 일생

물리학에서 다루는 세상 프랙털 과 물리학에서 현재까지 불가능하다고 밝힌 세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 함께 어우러져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엄청 재밌고 서글프네요삶의 끝을 알고 과거로 걸어가는 일이니까요.

 

끝을 안다는 건 나라면 안심이 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척의 할아버지에게는 괴로운 일이었습니다하지만 슬픔에 빠져 살지 않고 무척 성실하게 사신 점이 멋집니다그가 경험한 시간은 다른 이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시간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한대는 숫자가 아니라 과정입니다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온 세상을 품고 있다.”

 

4. 


(안 돼라고 소리 내어 외쳤습니다마지막 편입니다.)


주인공은 마침(?) 작가입니다창작의 고통은 잘 모르지만 알 것도 같습니다다른 모든 일에도 가장 어려운 것은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1에서 100까지 확장하는 것은 사실 누구나 주의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지요하지만 최초의 창조창작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드류 라슨은 자신의 유일한 장편을 쓰기 위해 위험한 거래와 모험을 감수합니다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파우스트와 악마의 거래처럼마침내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글로 옮기기 위해 외딴 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가는데…….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체력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잇따른 창작의 실패가 가족마저 위험하게 만드는 경험을 한 작가의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엔딩은 무엇일까요?

.

월요일 연휴가 낯설어 땅에 발을 제대로 못 딛고 살짝 허둥지둥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었습니다그럴 때는 책 한 권 골라 잡는 것이 착지에 도움이 되지요다행히 그 책이 스티븐 킹의 신작이라서 오후가 말끔하게 행복해졌습니다.

 

읽을 때 가장 재밌었던 작품과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르는 작품이 다르네요다른 독자들의 최애가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뿜빠뿜빠 노래하는 자동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72
김삼현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번도 생각을 못해봤네요.

자동차들마다 음감이 다 다른 소리를 낼까요?

 


노란 자동차는 음만 낼 수 있어요.

혼자지만 , , 노래를 부르며 다녔지요.


 

혼자도 좋지만 여럿이면 더 즐거울 수 있지요.

특히! 다른 차들이 다른 음을 낸다면,

우리가 모두 모여 풍성한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시도 시도란 음을 내는 특별한 차는 누구일까요?

책에서 만나시라 언급을 피해봅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니

거리를 마음껏 다니는 차들의 모습도 부럽습니다.

글도 재밌지만 그림을 낱낱이 샅샅이 보는 일도 즐겁네요.

 

차를 타고 다니며 지나친 많은 것들을 멋진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동차들의 디자인들도 멋지고 거리의 모습도 재밌고

교통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자세하고 다채롭게 담겨 있습니다.


 

축제!

신나고 떠들썩하고 활기 찬 그 장소가 시간이 그립습니다.

함께 모여 노래 부를 수 있어 자동차들 즐겁고 멋져 보입니다.



차를 좋아하는 가족도 잘 모르는 가족도 모두 함께

웃고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사랑스럽고 멋진 책입니다.

그림책은 언제나 언제나 좋습니다.



https://blog.naver.com/kiyukk/2224723029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띠지를 벗겨내지 않는데 주방 선반에서 약상자를 꺼냈다라고 시작되는 책의 표지가 궁금해 확인해보았다이 약들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부서진 모양새는 무슨 뜻일까.

 

일상과 현실을 판판하게 깔아두고 별다른 손질 없이 보여 주는 조남주 작가의 작품들은 신기하게도 한계와 좌표를 동시에 드러낸다상냥하진 않지만 그래서 친절한 시선이자 엄격한 질문이다.


나는 내 경험과 사유의 영역 밖에도 치열한 삶들이 있음을 안다고내 소설의 독자들도 언제나 내가 쓴 것 이상을 읽어 주고 있다고 쓴다.”

 

내게서 출발하는 관계의 대상으로 타인을 인식하다가 이런 책을 만나면 선 자리를 바꿔 서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상대의 발자국 위에 내 발을 포개다 그곳에 담긴 뜨겁고 아픈 것들에 화들짝 놀라거나 날 것 그대로의 화를 흡수하기도 한다.

 

어느 때는 차분하게 상대의 아픈 속을 먼저 헤아리고 눈물을 보태는 경우도 있지만살면서 누구에게라도 뾰족하게 무감하게 뱉은 모든 말들이 날아들어 몸에 꽂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소리 내어 속상하고 억울한 것들 조목조목 원망할 수 있었을 때에도그런 목소리도 없이 미루고 포기한 상태로 여전히 타인을 돌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존재들의 일상과 삶이 보인다.


정애 씨가 가고 싶어 갔겠어돈은 없지할 수 있는 것도 없지돌아갈 친정도 없지애들은 둘이나 집에 있지근데 어떻게 해정애 씨 욕하지 마세상에 정애 씨 욕할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도 없어!”

 

욕 안 한다아플 뿐이다해줄 수 있는 게 별반 없어 속이 상하지만 느슨하더라도 놓치지 않는 연대를 이어가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비대면 시절을 사느라 그런 마음은 점점 더 해시태그와 후원으로 간편 수렴되어 무람하다.


부디 그런 저런 것들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온기가 될 수 있을까시간이 날 때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서로의 동아줄을 조금씩이라도 수선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내가 내게 다시 물어야할 질문 역시 매번 조금 다르고도 같다여성으로 산다는 것나이가 든다는 것나이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어떻게 살 것인가어떻게 살고 싶은가.


작가는 자신의 경험인 듯 아닌 듯한 이야기 속에서 "적의는 호의보다 훨씬 힘이 셌다"고 한다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를 멋대로 판단하고 비난을 넘어 존재를 추궁하고 살의에 가까운 적의를 내비친다면 그건 도대체 얼마나 거친 폭력일까 소스라친다.


그래서 10대에서 80대의 화자들의 목소리로 들려 준 이야기들이 재밌고 통쾌하고 슬프고 감정적이고 이성적이고 다 좋아서 그게 또 아프고 감사하다나는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는 문장들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다.

 

스피드퀴즈처럼 진행되는 욕설과 지나쳐버리는 설명의 기회가 게임처럼 펼쳐지는 속도전의 삶에서 우리에게 글이 있다는 것읽고 쓴다는 것은 생존의 몸짓이다이 글을 썼으니 억울한 것들을 당장은 밝히지 못해도 더 살아갈 수 있다.

 

사실도 진실도 본질도 중요하지 않다는 괴성들이 지나가길 기다려 저주의 가시밭길을 빠져 나와 우리는 쓴다이 글이 누군가의 삶을 덜 아프게 가볍게 해주길 바라며 기록한다다른 더 좋은 방법이 없어서책은 오래되고 느리지만 힘을 다 잃은 것이 아니라서진짜 억울한 사람이 살아남는 방법은 이거 하나라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oiesis 2021-08-1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blog.naver.com/kiyukk
 
강제징용자의 질문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우치다 마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의 제목으로 삼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으면이를 잘못이라고 한다.”는 2016년 6월 1베이징에서 체결된 미쓰비시 머티리얼 중국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사건 화해에서 이 회사의 업무집행 임원인 기무라 히카루씨가 회사를 대표해서 중국인 수난자 유족들을 대표한 옌이청(86), 장이더(88), 간슌(95딸이 대리 참석씨 등 생존 수난자들에게 얘기한 사죄문’ 중의 한 구절이다.

.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사정과는 무관하고도 서늘하게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아 오늘은 광복 76년을 맞는 날이다홍범도 장군은 유해로 101년 만에 귀국하신단 소식을 듣는다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원이 일본 극우와 부당거래를 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아베 전 수상은 올 해도 전쟁 범죄자들이 봉안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두터운 비구름보다 어둡고 차가운 현실이다.

 

양국 간에 쌓인 원한으로 따지자면 한국 못지않은 중국과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 해결을 보았다는 내용을 만난다피해 규모는 한국이 훨씬 크지만 극우보수가 장악했을 가능성이 큰 일본 법정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 한편 반갑고 다른 한편 고통스럽다.

 

일본의 극우보수 정권이 거침없이 한국을 모욕하고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배경에는 돈 받고 자국민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국정원과 같은 행태를 내내 해 온 이들이 있을 것이다.

 

“X년 팬티까지 뒤지라 해!”라는 반감과 적의가 가득한 지시는 일본 극우가 아니라 한국 국정원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일본 공항에 도착한 위안부 진실 규명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속옷은 모욕을 주라는 목표에 충실하게 모두 공개되었다.

 

일본인 변호사이자 지식인인 저자 우치다 마사토시는 중국 강제동원 피해 해결을 주도했던 변론 당사자이며한국의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도 역시 해결 가능하다고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어쩔 수 없이 일본 극우의 자금을 받아 <반일 종족주의> 따위를 출간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장하는 이들학자의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불쾌하게도 떠오른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요정에서 일본전범에게 술과 요리를 접대하고 한국 육군 사열식까지 받게 해준 박정희 정권의 실세 김종필도 떠오른다.

 

“ 청구권협정에는 무상 3억 달러당시 환율로 1,080억 엔 상당의 금액을 (...) 10년에 걸쳐 분할되어그것도 현물 지급’ 형태로 지급됐습니다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 등의 국내(일본)기업으로부터 플랜트를 사서 이를 한국에 제공했습니다이처럼 청구권협정은 일본기업에 이익을 안겨주는 일석삼조의 협정이었습니다배상금 지급이 모두 이런 현물배상 형태로 이뤄짐에 따라 일본기업들이 다시 아시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던 것입니다.”

 

식민지 당시 친일파들은 할 수 있다면 조선인의 피도 모두 갈아 바꾸고 싶다 했다던데광복일 이후 내내 온존했던 친일파들의 행적과 그들의 후손인 21세기의 친일파들 역시 그런 심정으로 황국신민으로 제 머리를 조아리며 살고 있는 듯하다.

 

사는 일은 늘 어려운 일투성이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것들 중 하나인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하고 정리하지 못한 시간은말끔하게 제거하지 못한 종양처럼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현재에도 끈질기게 사회와 사람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한다.

 

일본 국내에서 예전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나아가 미화하려는 세력이 시종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근년에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이는 피해국 인민에 대한 또 다른 가해이며일본이 아시아 이웃 나라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동으로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들이 더러운 거래로 얽혀 양국 모두를 망치고 있다일본의 길거리 극우단체들이 한국의 태극기 집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다애서 찾아 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미움과 혐오로 자칫 감정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는 저자이고 책이라 마음을 다독이며 감사히 읽는다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오류를 일본이 변호사가 파헤치고 해법을 제시하는 귀한 내용이다.

 

-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은 애초에 재검토되어야 할 협정

 

한일 청구권협정은 미국의 압력 아래 한국 측이 일본의 식민지배 청산 문제를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응해 이루어진 것입니다일본 측에서 보자면 싼값에 식민지배 청산 문제를 처리한 것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약은 국가 간의 외교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는 권리(과거 일본 정부도 인정)

 

“1991년 8월 27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은 시미즈 스미코 의원의 질의에 대해한일 청구권협정의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라는 구절의 해석과 관련해 이는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지니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서로 포기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이른바 개인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에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 해결 방식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에도 적용 가능

 

“‘화해에는 다음의 3가지가 불가결합니다① 가해자가 가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피해자에게 사죄한다② 사죄의 증표로 피해자에게 화해금(실손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음’)을 지급한다③ 장래에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역사교육구체적으로는 수난비 건립수난자 추도사업 등을 진행한다.”

 

한국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에서 언급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관한 거짓 주장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비판

 

일본의 한국인 징용자들은 강제 동원된 적이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1938년 국가총동원 체제가 만들어진 뒤 처음에는 모집’, 다음에는 관 알선’, 마지막에는 징용이라는 형태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일본에 강제 동원한 것이 맞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후의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해 본래는 졌어야 할 전쟁 배상 의무와 식민지배 배상 의무를 모면해왔다. (...) 일본은 강제징용의 역사 자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 한국은 이 아니며약속을 지키지 않는 쪽은 일본이라는 것 (...).”

 

- 한국어 판에는 당시 조선인의 현실에 관한 일본 측 자료들 인용

 

합병 뒤인 1912년에 발령된 토지조사령은 조선인의 토지를 큰 뱀처럼 삼킨 교활한 법령이었습니다. (...) 토지조사령으로 무주지無主地(주인 없는 토지)’가 된 땅은 총독부가 취득해서 조선에 이주해온 일본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토지를 빼앗긴 수많은 조선인들은 유민이 돼 결국 일본 본토로 흘러들어갔습니다이것이 강제징용자의 기원이 됐습니다.”

 

일독으로 다 배우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자료에 충실하고 논조가 선명한 글이라 내용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관련법들증인증거역사적 자료들이 충실하게 제시되니 잘 아는 사실은 확인하고 잘 모르는 사건도 더욱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도 노력이 즐거운 것은 사실성을 충분히 갖추었고 신뢰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는 반가움 때문이다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부정의함에 폭력에 전쟁이라는 범죄에 전후 이어진 관련 범죄와 협잡들에반성이 없는 범죄자들과 그걸 정신적 유산으로 자랑스럽게 이어받은 이들의 뻔뻔함과 무참함에 분노하며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일본인들을 미워하고 혐오하지 않으려 힘껏 노력할 것이다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오늘 새로 생긴 이유도 있다대통령 연설 중에 1945년 816일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이 우리 동포를 향해 한 방송연설이 언급되었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8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연설 중에서.

 

이 책을 읽고 우리가 겪은 근래의 시간을 몇 해 되돌아본다.

 

2018년 1030일 한국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제철 원고가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무슨 의미인지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한지 무척 궁금했다무려 1941~43년 일본제철 공장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을 하며 임금을 받지 못한 엄청난 임금 연체 사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만 -을 이 판결을 계기로 자세히 알게 되고 목록에서 계속 밀려난 현재도 마무리 되지 못한 근현대사에 대해 다시 관심을 나눴다.

 

일본제철은 배상금 지불을 거부했고 법원은 한국 내 일본 제철의 자산을 압류했다일본 정부는 그것을 기다려온 절호의 기회인 양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나섰다문재인 대통령은 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제외 결정에 대해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어려움이 더해졌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물 밑 작업으로 무마하고 거래하는 외교가 아니라 대통령의 연설로 외교의 방향을 제시한 일을 처음 목격한지라 놀라고 떨렸다그 덕분에 관심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다 이제까지 모르던 민간외교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되었다한일 양국만이 아니라 한중일 삼국에서 우호적인 민간 교류와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은 길게는 40년간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러니 요란하고 목소리가 큰 폭력적인 이들에 겁을 내고 위축될 필요는 애초에 없을 지도 모른다세상에는 늘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문제를 똑바로 보고 옳은 일을 옳다고 하고 이해와 우호와 협력과 연대에 힘쓰는 이들이 많다그리고 이런 활동에 국적은 문제가 안 된다.

 

저자에게 깊이 감사하며 마치려한다생각도 감정도 복잡한 날이라 그것을 동력삼아 읽고 쓴 어수선한 글이 이 책의 함의를 흐렸을까 염려한다.

 

이 책의 주제는 역사에 유린당해온 개인들에 대하 위로와 사죄배상보상에 관한 것입니다코로나19로 인한 보상을 논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모색하는 마당에 과거를 직시하며 역사에 유린당해온 사람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 뇌 발달과 미래력을 만든다
한재은 지음 / 드림위드에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데믹의 굳이 찾아보는 장점이라면 독서 시간이 늘어난 것일까요가족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얘기하는 시간은 확실히 늘어난 듯합니다.

 

특히 겁도 많고 걱정도 별난 우리 가족은 더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아무리 조심해도 아파트에 확진자가 나오기도 하고 잘 가던 식당에 확진자 방문 소식도 들리고 하니... 불안을 견디며 외출을 하느니 실내 활동을 다양하게 해보자로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TV 보는 것온라인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그래도 한동안 영화 찾아보느라 TV 구매 후 가장 많이 사용한 듯합니다새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이 다행이고 안심이었던 2년의 세월입니다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어른들은 각자 알아서 읽고 누가 조언하기도 애매하고 불필요하지만아이들은 이런 독서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제가 어릴 적에 굳이 지도 안 받아도 그냥 잘 읽고 별 문제 없었던 것도 생각나긴 합니다만.

 

의무교육제도가 미비했던 제 학창 시절에도 중고등학교 상황이 너무 싫고 답답해서 자퇴하고 검정고시 봐도 되냐 물으면 부모님이 늘 네 뜻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그런데 왜 그렇게 안 했을까이제 와서 궁금하네요.

 

마음이 아파서 학교 가고 싶지 않다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나중에 개근상을 한번이라도 받고 싶어 자발적으로 열심히 등교한 해도 있었습니다받았습니다진심으로 소중했지요.

 

세대가 바뀌었지만 집 안 분위기는 공공교육만이 답이라고 강요하는 건 여전히 아니라서 그런데 왜 가족 모두 모두 공교육 과정을 다 착실하게 마친 사람들인가 -, 지금 십대인 아이들이 무언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은 날에는 간혹 묻기도 합니다.

 

학교 다니고 싶지 않으면 다니지 않아도 되냐고대답은 옛날과 같이 리버럴합니다. “네가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 그 반발일까요아이들이 엄청 학교를 성실히 다닙니다간혹 염려스러운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그래서 독서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세상을 한 눈에 파악하고 반드시 옳다는 한 가지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은 아주 위험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으니까요.

 

성적이나 입시 교육과 연관 지어 효율성과 성공률을 노리진 않습니다수능 시험은 짧은 시간 많은 독해력이 필수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독서를 권하지 않습니다자기 속 짚어 남 속역지사지에 담긴 뜻을 좋아해서인지누가 권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기부여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독서에 기대하는 바는 큽니다어쩌면 욕심이 지나친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의 정서의 깊이가 깊어지길,

타인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생기길,

억지로 배우는 거 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통해 관계 맺기에 대해 배우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커지길,

누구에게 묻기 힘든 고치고 싶은 점들을 혼자서 고쳐볼 격려와 힘을 얻길,

무엇보다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길.

 

그리고 가능하면 때로는 꼭 필요한 경우에는


긴 호흡으로 끈질기고 솔직하게 장편을 읽듯 현실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고민하길.

 

아이들이 한참 어린 시절저녁 시간 책들을 골라 돌아가며 서로 읽어 주고 함께 크게 웃던 그 시간이 종종 그립습니다우울하고 불안한 시대에도 멋진 책들이 많아 참 다행이고 늘 감사합니다.

 

책을 큰 소리로 읽어 주는 것(Read Aloud)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고 언어나 어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소리 내 책을 읽어 주면 언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 데이비드 피어슨 교수(버클리대 교육대학원장)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 준 아이는 주위 모든 언어에 대해 이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도 훨씬 풍부하게 발달한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인지신경과학과 매리언 울프 교수

 

7월에 수업 시간표를 함께 보다 뜻밖의 표현을 들었습니다화요일 시간표를 보면 깊은 탄식이 나온다고 하더군요감정에 공감해 주지 못하고 표현에 감탄했습니다아이는 힘든데 나는 무척 재밌었음을 고백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한 과목에 대해 참담한 기분이라고 해서 사전에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평소에 써 본적이 없는 단어라서 언젠가의 독서에서 만난 단어일 것이라 짐작합니다일상에 멋지게(?) 활용되니 눈부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