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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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라는 절기가 생뚱맞은 한 여름 날씨이다소설 속 배경도 한 여름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피해자가 임신 중인 여성이고 폭행 흔이 있어 속이 울렁거린다범인을 봐야 가라앉을 듯하다진실이 더 아프고 슬프고 착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가족의 닫힌 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적 공간이 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금도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한 마지막까지 혼자 노력해 보려고 하는 이들이 많아 결국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맞기도 한다.

 

지하실에서 우드워드 자매를 구철했던 그날코너는 그들을 보호하고 주시하겠다고 맹세했다누군가를 구해주면 그 사람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옛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는 개인이 만나 살면서새로운 관계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감정적 어려움들이 있고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삶을 끌고 가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 일사람을 알아보는 일에는 정답도 보험도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사랑과 우정과 약속과 비밀은 지켜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텐데 그런 결과를 미리 알지 못하는 우리는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들이 가장 사소한 계기들로 인해 변질되고 망가지고 파괴되는 것도 역시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림 속의 여자는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어깨와 가슴 위로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화가의 서명이 있었다. JH. 그림 속 여자는 베스였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지만 스릴러 장르라 실감하는 분량은 많지 않다자칫하면 허술해지는 구조를 잘 채워 넣어 오히려 결말까지 맥 빠지는 일 없이 끌고 간다의심을 할 만한 여러 인물들을 잘 구성해서 마련해준 덕분에 추리의 재미는 대단했다.

 

다 읽고 나니 무척 슬프고 안타깝다.

 

한순간이라도 베스가 바라던 완벽한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길.

 

평범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단다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하는 일을 할 필요도 없어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별을 쫓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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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 - 바이올리니스트의 인생 플레이리스트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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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이긴 하지만 시작도 기억 안 나는 피아노와 동기도 기억 안 나는 첼로 연주를 배우던 때를 지나쳐 이제는 연주를 해보려 해도 전생의 일인 것처럼 손가락이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다행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이어지고 있다.

 

연주를 배운 것은 음악 감상에 있어 확실히 상상력을 더 키우는 것만은 분명하다몇 년 간 현악부였고 관악부와 협연을 하기도 했으니 연습 시간연주의 느낌 그리고 마침내 발표 당일 무대 위의 심정이 내 경험으로 남아 있어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독주 파트에서 현이 한 줄 풀어진 그 날...은 지휘자의 당황한 눈빛과 더불어 잊을 수가 없다. 5학년 꼬맹이 치고는 태연하게 그 줄만 건드리지 않고 연주를 끝까지 마쳤으니 어릴 적부터 무감해서 태연한 면은 없지 않았다.

 

김수연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이고<Fun한 클래식 이야기>로 반갑게 만났던 분이다연주자가 저자인 클래식 서적이 좋다지난달에 피아니스트 저자의 책을 읽고 추천 목록에 무척 감동했던 기억도 있다.

 

알던 곡도 시공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들리고소개하는 사람에 따라발견(?)해서 들려준 이야기에 따라 더 재밌고 새롭게 흥미로워진다이 책에는 저자의 에세이가 함께 담겨 있어 음악과 일상을 오가며 무척 편안하게 음악을 듣기에 참 좋은 구성이다



주말이라면 이런 음식과 함께 [부드럽고 달콤하게] [오감만족] [와인 한잔]이라고 적힌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좋다.

 

이탈리아로 휘익날아가는 여행을 책 속으로 떠날 수도 있고저자가 사진으로 담은 디저트들이 생각나면 브라우니를 크게 한 입 먹으면 견딜만하다다소 내 계절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멋지고 설레는 브람스와 오래 들으면 서글퍼지는 슈베르트의 가곡들이 흐른다.

 

더워서 머리가 어찔하고 지끈거리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소품집 <사계>를 읽고 듣는다나는 늘 10월과 12월이 좋았다저자가 엄선해준 연주자들 중엔 덕분에 처음으로 찬찬히 들어 보는 이들도 있어 독서도 음악도 이렇게 좋은 계기를 만나 편향을 벗어나는 일이 신난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타가 추천한 피아졸라 겨울 바이올린 영상은 피아졸라를 알고 지낸 지 오래지만 아직 친한 사이는 아니예요만 반복하던 관계를 진전시켰다엄청 좋았다.

 

어떻게 보면 삶이라는 악곡에서도 리타르단도’*가 필요합니다앞만 보고 달리던 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 보니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것이 보이고굳어진 마음에 조금씩 자리가 생기는 기분입니다.”

 

리타르단도(Ritardando): 악곡의 중간이나 끝부분에서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표현법곡의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마지막 부분에서 끝을 멋지게 장식할 때 사용한다.

 

한 번에 몰입해서 독파라기보단 원하는 음악을 고르고 관련 이야기를 읽고 편안하게 잠시 음악을 감상하는 용도로 멋진 책이다오래 곁에 두고 문득 펼쳐 볼 수 있는 읽고 이별하는 책이 아니라 상주하는 벗이 되는 책이다.

 

30여 년간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아온 저자가 만난 음악과 삶의 다양한 면면들고민들감정들저자마의 고유한 통찰들이 부족할 리가 없다나도 혹시 피아노를 계속 했다면 40년이 넘었을 것이고첼로라면 4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니그럭저럭 동시대의 감성과 추억을 나누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점심을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매일 고생을 한다고 하는 문장은 완전 공감한다그래서 나는 점심에 익혀서 요리한 뜨거운 음식을 배불리 먹지 않는다먹지 못하는 것인가..주중에는 거의 언제나 샐러드나 샌드위치무척 사치스런 기분이 들 때나 도저히 힘이 안 난다 싶은 날에는 하루 한 잔 원칙을 깨고 커피를 함께 마신다


그래서 잠이 번쩍 깨고 정신이 차려진다고 추천해준 곡을 웃픈 심정으로 그러나 감사하게 들었다에효...

 

https://www.youtube.com/watch?v=mUQHGpxrz-8


책은 그 자체로 완벽한 발명품이지만 유튜브로 바로 음악을 찾아 들으며 읽을 수 있는 클래식 관련 책은 대단한 콜라보이다. 물론 심신을 모두 성장(盛裝)하고 공연장에 가서 완전히 집중해서 특별한 시공간에 빠지는 일방음 처리된 공간에서 스피커를 켜고 가장 사랑하는 연주자의 곡을 골라 플레이하고 즐기는 일 모두 다르고 좋은 감상이다.

 

나는 자기 전에 읽고 끌리는 곡을 플레이하고 누워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등을 대고 눕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음악까지 더하니 아주 아주 행복했다. 90여 곡이 있으니 행복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특히 바순 연주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 듯 편안한 연주였다내 장례식에도 바순 연주를 틀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루가 끝났구나삶이 지나갔구나편하다좋다.’

 

진행 유튜브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

https://www.youtube.com/watch?v=ykaibJLu-Tc&list=PLEtzwoKCOhECcVXNaIeJEiIgbYCr2VWkR&index=4


운영 유튜브제이클클

https://www.youtube.com/channel/UCZ2uaxyslcbBWNUx1BKhz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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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얼흥얼 흥부자 고래책빵 동시집 20
이준관 지음, 윤지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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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흥얼흥얼’ 과 흥부자란 단어가 낯설어서 고지식한 버릇대로 사전을 찾아보았다두 단어 모두 사전에서 찾을 수 있어 조금 놀랐고새삼 한국어 어휘가 빈약하다는 반성을 한다. ‘흥얼흥얼이란 표현을 사용해 본 기억이 안 나니 삶에 이라곤 없이 사나 보다.

 

흥얼흥얼  [부사]

1. 흥에 겨워 입 속으로 계속 노래를 부르는 소리또는 그 모양.

2. 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입 속으로 자꾸 지껄이는 소리또는 그 모양.

 

가족 모두 동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좋아한다가끔은 낭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려서 엉뚱하게 웃음 포인트를 만나기도 한다.

 

이준관 저자는 신춘문예로 등단 후 평생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시를 쓰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하고무려 50년을 그렇게 사셨단 한다그 시간의 결에 담긴 것들이 동시 말고도 다양하겠지만 시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80편이라도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은 시집을 열어 반가운 그림과 더불어 재밌게 읽어 본다아이들을 상상하고 읽는 동안에 마음이 아이처럼 즐거워지니 매번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는 뭐 관행 정도로 굳어진 순서가 있어서 각자 읽고 제일 마음에 드는 시 낭독하고 필사도 하고 아주 특별하게 뮤즈가 함께 하시는 날에는 시도 지어본다.

 

동시란 시 중에 가장 맘 편하고 즐겁게 지을 수 있고 그래서 재밌고 행복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이 꽤 등장한다오래 전부터 미리 염두에 두고 가족 시집을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겠다 싶기도 하고그랬다면 직장 작파하고 일인출판사의 길로 접어들어 불면과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을 동시에 해본다.

 

가족들이 지분(?)이 없는 블로그 글에 자신들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내 마음에 든 시 두 편을 소개하기 위해 올린다단어만 보아도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반가운 시인의 시로도 잘 알려진 제목 [풀꽃]이다.

 

 

나비는 향기만 맡고 가지 않겠지만,

제가 취할 것을 취하고도 꽃을 다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꽃이 바라는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주니,

참 평화로운 관계이다.

 

나는 꽃을 꺾지 않고 잘린 꽃을 사지도 않지만

간혹 꽃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더 어리고 이해가 미숙할 적엔

죽어가는 시신을 받은 듯 불편한 기분이 들었고

 

늙어 가던 어느 날 부터인지

키워서 새벽부터 포장해서 보내준 이의

마음을 먼저 느끼게 되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 시를 읽고

아주 선명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어린 날 언젠가 전깃불 나간 밤을 맞아

잠깐 놀라고 뭔가 신나던 시간의 느낌이 떠올랐다.

 

뭘 했지뭘 했을까?

까만 밤하늘을 쳐다봤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나?

누가 누가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그랬나?

 

잠들지 않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도 매일 더 피곤해졌다

빛공해라는 말을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놀란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 ‘를 만나 놀란 이들의 얼굴들이,

있던 오래 전 그 풍경이 생각난다.

 

약 46억살 지구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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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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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서히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체력과 돈과 시간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 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살아간다는 일은 무엇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가치 있다는 평가는 또 무엇인지 여러 생각이 든다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주위의 반응에 따라 적응하고 배우며 성장하다가 어느 날 법적 성인이란 고지를 받고어느 날 경제적 책임을 홀로 지기도 하고어느 날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런 여정을 걷다 문득 걸음이 멈춰지는 사람들어떻게 해야 이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이들그런 이야기이고 그렇지만은 않은 이야기도 하다누군가의 애착에 대해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엄청난 의도를 가진 작품이다. 1999년 생 저자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도전한 자신을 칭찬한다.

 

아카리에게는 오시 최애(最愛) - * 가 있다단어의 뜻으로 짐작하실 것이다물론 대상에 담는 의미는 모두 다르다그건 최애 입장에서도 그렇고 최애를 애정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나는 잘 모르는 세계경험하지 못한 세계라 단어도 정서도 새롭다짐작도 아주 많이 하며 읽었다.

 

언제부터 좋아했다거나 몇 년 전부터 응원했다거나 근황 보고 같은 자기 이야기만 잔뜩 적은 편지를 보내는 팬이요기뻐요기쁘긴 한데 왠지 심리적인 거리가 (...) 그러니까 가사를 쓰는지도 모르겠어요어쩌면 누구 한 사람쯤은 알아줄지도 모르니까뭔가 간파해줄지도 모르니까요안 그러면 못 버텨요무대에 서는 거요.”

 

예를 들면, ‘최애가 불타버렸다’ 라는 표현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온라인상에서 비난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라 한다. ‘최애는 목숨과 직결되니까’ 라는 표현은 충격적이지만 최애라는 호칭 속에 이미 그런 의미가 있구나 싶기도 하다.

 

팬도 아니었고 따뜻한 응원도 애정도 보낸 적이 없지만장사질에 눈이 먼 기자증 가진 것들이 무대 만들고온종일 누구 욕할까에 골몰하듯 댓글에 토악질을 하던 놈들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죽어라 죽어라 하여... 그딴 거 욕이나 해주고 잘 살지... 정말 삶을 끝낸 서러운 한국의 누군가의 최애들이 떠오른다.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의 제목을 경멸했다살인이 추억의 대상이 된다는 언급 자체에 분노가 치밀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문득 영화의 장면들이 대사들이 떠오르곤 했다놀라울 정도로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은 그 후로 뭐하고 사는지입맛은 잃지 않고 잘 찾아 먹고 사는지사람 죽이고 다녀도 기소조차 되지 않은 범죄자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작품에서 나는 때때로 최애로 살고 최애에 집중하면서 사는 이들 모두가 삶을 유예하는지 죽음을 유예하는지 헷갈리며 그들의 삶을 번갈아 엿보았다생명력이 떨어지고 냉정해질수록 애쓰며 살아야할 이유 같은 건 보이지 않을 때가 없지 않다


나는 신기해하는 거 감탄하는 거 재밌어 하는 일을 좋아하니 책과 영화란 그런 점에서 지겨울 수가 없다새 책과 새 영화들은 고맙게도 늘 등장하고심지어 봤던 거 또 봐도 좋은 작품들도 아주 많다그러니 내 죽음은 책과 영화(와 좋은 사람들)가 유예를 돕는 셈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라 살아라하며 열심히 우리를 돌봐주는 셈이다그러니 사랑하는 것들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은 좋은 일이다더 힘이 나는 일이다원하면 더 단단해지는 일이다그래서 최애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즐기는 아카리를 비난하는 가족들이 안타깝다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라니…….

 

희망도 없는데 계속 매달려봤자 무의미하다느니그런 친구를 뭐하러 계속 돌보느냐느니 한다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데 멋대로 불쌍하다고 하니까 지겹다나는 최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이것만으로 행복이 성립하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팬질 덕질 좀 흠뻑 빠져 신나게 하고 살 걸오래된 역사에 끼어들지 못해 결핍과 소외와 부러움과 질투와 시기심이 든다하라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의 덕질을 초월한 단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카리를 힘껏 응원한다!

 

조회수 따위 필요 없다나는 철저하게 최애만 응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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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쓸모 - 자기기만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화적 이유
샹커 베단텀.빌 메슬러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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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지기능에 대한 사례와 실험을 읽을수록 얼마나 속고 사는 것인가 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절대로 속지 않겠다라며 살고 싶지만 <월든>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일 테고열심히 속이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근거에는 나 스스로의 자기기만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어 본다.

 

기막히고 억울하기도 하지만살다가 왜 저럴까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막막한 기분도 해결될 때가 있으니 분명 순기능이 있다.

 

그나저나 자기기만 기능이 애초에 탑재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 생각해보다…… 혹시 사실과 진실만 받아들이고 살기엔 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적당히 기만 당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과 격려를 삼았나 하는 생각에 무척 서글프고 애틋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완전 사견짐작입니다.

 

사기를 친 가해자를 편들고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관절염이 호전되고 하는 것은 사기꾼인지 모르고 장기간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느낀 애정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모든 게 잘될 거라는 의사를 말을 믿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슬프다


더욱 기막힌 것은 기만과 자기기만 모두 종종 양쪽이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 가장 잘 발휘된다고 한다.

 

위에 짐작한 것과 조금은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다저자는 자기기만이 '불안을 잠재우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인지하고 사는 인간으로서는 그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피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자기기만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중에는 피라미드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이 포함된다고 본다즉 피할 수 없는 진실을 피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온 유구한 흔적.’

 

읽는 내내 크고 작은 충격과 깨달음의 연속이다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수많은 '자기기만인지 모르는 일이라고 자기기만하고 살아온' 삶이 쟁그랑 - 곧 다시 복구되겠지만 - 어쨌든 박살이 난다.

 

예를 들어


잘 잤어? (...) 주말 잘 보냈어요? (...) 우리가 이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의례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는이 말들에 담긴 자기기만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돈독한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저는 늘 진심이었습니다만... 

그조차 스스로를 기만한 것일까요... 

위에 언급했듯 기만한 자조차 기만이라는 걸 모를 때 가장 잘 작동하는 뇌기능이라니……

이제 저는 무슨 말을 하며 사나요…….

 

수억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자기기만과 이야기를 정신적으로 활용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이어갔고그 결과 우리의 정신이 이야기와 암시상상력과 자기기만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 자기기만의 효용이 결국에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합했다. (...) 가장 과장된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즉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기만에 빠진 부부가 제일 행복하다.”

 

어린 시절 <Newton뉴턴>과 더불어 내게 무척 권위 있는 영향을 끼친 <Nature네이처>에서 평가한 책이라 신뢰를 가지고 읽었는데내 기준에서 점점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가는 논점들을 만난다낭패감을 느끼려는 순간에저자가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더한다.

 

우리가 온갖 형태의 자기기만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우리가 자기 가정공동체이 지구의 안녕에 신경을 쓴다면어려운 질문을 제기해야만 한다는 말이다즉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철학과 심리학의 주제처럼 오래 다뤄져 왔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쨌든 뇌를 거쳐 기능하는 것이다몬트클레어 주립대학 연구자들이 이런 자기기만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를 분석했는데내측전두엽이 긍정적인 환상과 높은 자존감을 촉발시킨다고 한다일시적으로 뇌기능을 못하게 하는 실험 내용은 상당히 무서웠다.

 

이에 더해 뇌졸중이 우반구에 오는지 좌반구에 오는 지에 따라 인지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우반구는 한계를 잘 인식하고 좌반구는 자기기만적 경향이 있어 스스로 통제력이 있다고 여기고 싶어 하는 비현실적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로 누군가는 억지를 쓰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뇌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이 멋진 외피를 두른 평범한 물에 어리석게도 많은 값을 치른다면멋진 포장을 벗겨낸 천재 역시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뇌기능이 확장된 현실을 살펴보면 착각이라는 자기기만이 좀 더 아슬아슬하고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개별 인간의  뇌가 기만이라는 왜곡체계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현실이 이런 뇌의 체계에 따라 다시 왜곡되어 있다. 즉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고안된 편향이 존재한다이런 편향을 믿는 이들이 많아지면’ ‘역사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다시 한 번 저자의 질문을 상기해본다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일독으로 정답을 일상에 모두 적용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이 질문은 열심히 기억해 보려 한다과학적 발견이란 사는 일을 무척이나 힘겹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길 체력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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