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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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서히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체력과 돈과 시간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 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살아간다는 일은 무엇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가치 있다는 평가는 또 무엇인지 여러 생각이 든다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주위의 반응에 따라 적응하고 배우며 성장하다가 어느 날 법적 성인이란 고지를 받고어느 날 경제적 책임을 홀로 지기도 하고어느 날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런 여정을 걷다 문득 걸음이 멈춰지는 사람들어떻게 해야 이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이들그런 이야기이고 그렇지만은 않은 이야기도 하다누군가의 애착에 대해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엄청난 의도를 가진 작품이다. 1999년 생 저자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도전한 자신을 칭찬한다.

 

아카리에게는 오시 최애(最愛) - * 가 있다단어의 뜻으로 짐작하실 것이다물론 대상에 담는 의미는 모두 다르다그건 최애 입장에서도 그렇고 최애를 애정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나는 잘 모르는 세계경험하지 못한 세계라 단어도 정서도 새롭다짐작도 아주 많이 하며 읽었다.

 

언제부터 좋아했다거나 몇 년 전부터 응원했다거나 근황 보고 같은 자기 이야기만 잔뜩 적은 편지를 보내는 팬이요기뻐요기쁘긴 한데 왠지 심리적인 거리가 (...) 그러니까 가사를 쓰는지도 모르겠어요어쩌면 누구 한 사람쯤은 알아줄지도 모르니까뭔가 간파해줄지도 모르니까요안 그러면 못 버텨요무대에 서는 거요.”

 

예를 들면, ‘최애가 불타버렸다’ 라는 표현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온라인상에서 비난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라 한다. ‘최애는 목숨과 직결되니까’ 라는 표현은 충격적이지만 최애라는 호칭 속에 이미 그런 의미가 있구나 싶기도 하다.

 

팬도 아니었고 따뜻한 응원도 애정도 보낸 적이 없지만장사질에 눈이 먼 기자증 가진 것들이 무대 만들고온종일 누구 욕할까에 골몰하듯 댓글에 토악질을 하던 놈들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죽어라 죽어라 하여... 그딴 거 욕이나 해주고 잘 살지... 정말 삶을 끝낸 서러운 한국의 누군가의 최애들이 떠오른다.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의 제목을 경멸했다살인이 추억의 대상이 된다는 언급 자체에 분노가 치밀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문득 영화의 장면들이 대사들이 떠오르곤 했다놀라울 정도로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은 그 후로 뭐하고 사는지입맛은 잃지 않고 잘 찾아 먹고 사는지사람 죽이고 다녀도 기소조차 되지 않은 범죄자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작품에서 나는 때때로 최애로 살고 최애에 집중하면서 사는 이들 모두가 삶을 유예하는지 죽음을 유예하는지 헷갈리며 그들의 삶을 번갈아 엿보았다생명력이 떨어지고 냉정해질수록 애쓰며 살아야할 이유 같은 건 보이지 않을 때가 없지 않다


나는 신기해하는 거 감탄하는 거 재밌어 하는 일을 좋아하니 책과 영화란 그런 점에서 지겨울 수가 없다새 책과 새 영화들은 고맙게도 늘 등장하고심지어 봤던 거 또 봐도 좋은 작품들도 아주 많다그러니 내 죽음은 책과 영화(와 좋은 사람들)가 유예를 돕는 셈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라 살아라하며 열심히 우리를 돌봐주는 셈이다그러니 사랑하는 것들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은 좋은 일이다더 힘이 나는 일이다원하면 더 단단해지는 일이다그래서 최애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즐기는 아카리를 비난하는 가족들이 안타깝다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라니…….

 

희망도 없는데 계속 매달려봤자 무의미하다느니그런 친구를 뭐하러 계속 돌보느냐느니 한다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데 멋대로 불쌍하다고 하니까 지겹다나는 최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이것만으로 행복이 성립하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팬질 덕질 좀 흠뻑 빠져 신나게 하고 살 걸오래된 역사에 끼어들지 못해 결핍과 소외와 부러움과 질투와 시기심이 든다하라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의 덕질을 초월한 단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카리를 힘껏 응원한다!

 

조회수 따위 필요 없다나는 철저하게 최애만 응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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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쓸모 - 자기기만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화적 이유
샹커 베단텀.빌 메슬러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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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지기능에 대한 사례와 실험을 읽을수록 얼마나 속고 사는 것인가 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절대로 속지 않겠다라며 살고 싶지만 <월든>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일 테고열심히 속이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근거에는 나 스스로의 자기기만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어 본다.

 

기막히고 억울하기도 하지만살다가 왜 저럴까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막막한 기분도 해결될 때가 있으니 분명 순기능이 있다.

 

그나저나 자기기만 기능이 애초에 탑재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 생각해보다…… 혹시 사실과 진실만 받아들이고 살기엔 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적당히 기만 당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과 격려를 삼았나 하는 생각에 무척 서글프고 애틋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완전 사견짐작입니다.

 

사기를 친 가해자를 편들고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관절염이 호전되고 하는 것은 사기꾼인지 모르고 장기간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느낀 애정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모든 게 잘될 거라는 의사를 말을 믿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슬프다


더욱 기막힌 것은 기만과 자기기만 모두 종종 양쪽이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 가장 잘 발휘된다고 한다.

 

위에 짐작한 것과 조금은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다저자는 자기기만이 '불안을 잠재우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인지하고 사는 인간으로서는 그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피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자기기만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중에는 피라미드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이 포함된다고 본다즉 피할 수 없는 진실을 피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온 유구한 흔적.’

 

읽는 내내 크고 작은 충격과 깨달음의 연속이다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수많은 '자기기만인지 모르는 일이라고 자기기만하고 살아온' 삶이 쟁그랑 - 곧 다시 복구되겠지만 - 어쨌든 박살이 난다.

 

예를 들어


잘 잤어? (...) 주말 잘 보냈어요? (...) 우리가 이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의례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는이 말들에 담긴 자기기만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돈독한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저는 늘 진심이었습니다만... 

그조차 스스로를 기만한 것일까요... 

위에 언급했듯 기만한 자조차 기만이라는 걸 모를 때 가장 잘 작동하는 뇌기능이라니……

이제 저는 무슨 말을 하며 사나요…….

 

수억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자기기만과 이야기를 정신적으로 활용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이어갔고그 결과 우리의 정신이 이야기와 암시상상력과 자기기만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 자기기만의 효용이 결국에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합했다. (...) 가장 과장된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즉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기만에 빠진 부부가 제일 행복하다.”

 

어린 시절 <Newton뉴턴>과 더불어 내게 무척 권위 있는 영향을 끼친 <Nature네이처>에서 평가한 책이라 신뢰를 가지고 읽었는데내 기준에서 점점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가는 논점들을 만난다낭패감을 느끼려는 순간에저자가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더한다.

 

우리가 온갖 형태의 자기기만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우리가 자기 가정공동체이 지구의 안녕에 신경을 쓴다면어려운 질문을 제기해야만 한다는 말이다즉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철학과 심리학의 주제처럼 오래 다뤄져 왔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쨌든 뇌를 거쳐 기능하는 것이다몬트클레어 주립대학 연구자들이 이런 자기기만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를 분석했는데내측전두엽이 긍정적인 환상과 높은 자존감을 촉발시킨다고 한다일시적으로 뇌기능을 못하게 하는 실험 내용은 상당히 무서웠다.

 

이에 더해 뇌졸중이 우반구에 오는지 좌반구에 오는 지에 따라 인지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우반구는 한계를 잘 인식하고 좌반구는 자기기만적 경향이 있어 스스로 통제력이 있다고 여기고 싶어 하는 비현실적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로 누군가는 억지를 쓰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뇌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이 멋진 외피를 두른 평범한 물에 어리석게도 많은 값을 치른다면멋진 포장을 벗겨낸 천재 역시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뇌기능이 확장된 현실을 살펴보면 착각이라는 자기기만이 좀 더 아슬아슬하고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개별 인간의  뇌가 기만이라는 왜곡체계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현실이 이런 뇌의 체계에 따라 다시 왜곡되어 있다. 즉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고안된 편향이 존재한다이런 편향을 믿는 이들이 많아지면’ ‘역사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다시 한 번 저자의 질문을 상기해본다


언제 자기기만과 싸워야 하며그리고 어느 정도나 그것을 포용해야만 하는가?” 


일독으로 정답을 일상에 모두 적용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이 질문은 열심히 기억해 보려 한다과학적 발견이란 사는 일을 무척이나 힘겹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길 체력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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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중입니다 - 나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청소년 마음 공부법 마음이 튼튼한 청소년
나가누마 무츠오 저자, 김지윤 역자 / 뜨인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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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며 청소년들에게 책과 강연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분이다표지부터 부제가 청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책인 것 같지만 연령층에 관계없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마음 치료의 원칙은 일단 토해내는 거예요토해 내면 거기서 나오는 것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거든요토해 낸다는 건 표현한다는 뜻이에요글을 쓰는 방법도 좋고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바법도 좋아요. (...) 일단은 마음을 꺼내 놓아야 합니다.”

 

물론 청소년기에 가장 강렬하게 느껴질 스트레스에 대해서 집중해서 쓰셨기 때문에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파생하는 증상들그런 증상들을 진단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우리 집 십대는 혼자 확인해보았을까…… 나는 내 증상을 체크해보았다.


회고해보면 굉장히 무심한 성격이 학창 시절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아예 모르니 노골적인 괴롬힘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랬겠지만 어쩌면 있었을 지도 모를 불편함도 모르고 지나갔다.

 

이런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과 평가에 예민한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세계에서 집단으로 사는 일이 얼마나 마음에 부대낄까 싶다이 책에서 다루는 미움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그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남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상처 입혀서 몸과 마음이 병드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이런 종류의 문제에 있어서 나는 아이들이 얼른 가장 현실적인 사실을 알게 되길 바라는 편이다모두가 모두를 좋아할 수 없으니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것헛되기 만한 경험이야 드물겠지만 완전히 지키거나 크게 상처 입을 때까지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으면 더 좋겠다.

 

나는 나너는 너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관심하거나 냉정한 것과는 다르거든요. (...) 마음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긋고 자신을 지킵시다!”

 

좀 더 즐겁고 신나는 관계와 일에 관심과 에너지를 돌릴 수 있으면 한다늘 누군가는 하는 이야기지만 시간은 지나고 나면 다 순식간이니까유예 말고 낭비도 말고 하고 싶은 일즐거운 일에 더 많이 쓸 수 있기를!

 

정말로 괴로운 일로부터는 도망쳐도 됩니다아니도망쳐야만 합니다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에요살아 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니까요.”

 

누구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거의 평생 느끼기도 하고성장 중인 뇌로 인해 불안한 시기도 사회적으로 인지되었지만태어날 때부터 매우 민감한 기질이거나보호자나 환경 탓에 착한 아이좋은 아이 프레임에 갇힌 경우에는 잘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얼마나 힘들까 당사자라면 참 긴 시간 막막하겠다 싶다자신이 민감한 기질로 태어났지만(HSP) 그저 예민하고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탓하는 어른들도 많지 않을까 한다.


말을 바꿈으로써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 경험 즉 잘 풀린 경험은 성공체험으로 뇌에 기억됩니다.”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삶에 대해 자신이 가지는 태도행동을 이루는 모든 습관들을 뭉뚱그려서 익숙한 말들 - 헐~ 짜증 나~ 등등 - 을 쓰지 말고 구체적으로 바꾸자는 것은 비법이나 비결처럼 들리지 않아 다소 섭섭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로든 격려든 변화든 작은 여러 시도들이 실제로 어떤 자극을 끌어 내고 어떤 결과로 수렴할지는 모를 일이다.

 

드물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막막한 상황에서 탈출한 듯 기분이 나아지고 그래서 기운을 내서 자신의 답을 찾아내었다는 분들도 계신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참이나 늦게 깨달았지만왜 이렇게 짜증스럽지하고 느낀 순간들에 사실 혈당이 너무 낮아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그럴 때는 뭔가 먹으면 되는 거였는데 괜한 성격을 혼자 탓하며 힘들어 하기도 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을 청소년들이 흘려듣지 않으면 더 좋겠다.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여기고 일단 그것만 잘 해도 좀 더 기운이 날 수도 있다규칙적인 건강한 식사와 수면간단한 운동은 반드시 도움이 된다.

 

청소년들은 덜 심각해지고 어른들은 더 신중해지면 좋겠다평가에 있어서 자신의 말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고 자신이 좋아할만한 결과로 유도하는 말들은 안 하면 좋겠다어린이들이 자신다움을 스스로 취사선택하는 일은 어른들 취향에 맞는 모습으로 자라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더 건강하고 중요한 일이다대신 도움이 필요할 때 잘 도와주자.

 

내게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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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초 만에 토익 정답 찍는다 - 문법 & 어휘 2, 중급편 + 고급편
이승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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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시험 보신 분들 많으신가요저는 없습니다라테는~ 국내기업 취업준비 토익미국 유학 토플영국 유학 IELTS, 이런 구분이 확실했던 지라 토익과 토플 시험은 애초에 제 관심사가 아니었지요.

 

계속 공부를 했다면 재기발랄한 학자가 되었을 친구가 4학년에 사정이 생겨 기업에 입사하기로 진로를 바꾸고 토익 시험을 보고 원하던 곳에 합격해서 축하를 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공부하는 방식이 쌓여 일하는 방식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는 지라 아무리 워라밸이 대세라 해도 급격히 정신개조(?)를 할 수도 없습니다가만 돌아보면 단기든 장기든 뭔가를 성취하는 일이 잘 맞고기한이 정해져 있고 결과가 확실한 것들에 흥미를 보입니다그러니 부지런히 더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하지요.

 

아무튼 학교 수업으로서의 영어에 불만이 많은 중학생과 저이렇게 둘이 처음으로 토익시험을 보자 의기투합했습니다중학생도 학생증 있고 돈만 내면 시험을 볼 수 있는 영어 관련 인프라가 대단한 대한민국을 새롭게 절감했습니다.

 

8월 29일로 생각했는데, 9월 12일이나 26일로 늦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어쨌든 부담스럽지 않은 목표가 정해지니 살짝 즐겁습니다.


https://exam.toeic.co.kr/receipt/examSchList.php


이 책의 저자는 토익 강의하는 회사 대표대학교 토익 전임온라인 강의를 하시는 여러 토익 책의 저자입니다배우기도 전에 벌써 지겨운 문법과 어휘를 쉽게 알려 주신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http://www.justinlee.co.kr/


맛보기 강의가 있어서 맛보고 왔습니다.

 

그나저나 왜 정답을 찍는다라고 제목을 정했는지 의아했는데... 문법과 어휘 문제는 문제당 1-3초가 배당된다고 하네요충격입니다이건 한눈에 문제와 답을 동시에 알아보는 초능력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한국어문제라고 해도 가능한 걸까요대단한 한국인들!


기출문제와 예제를 보니... 엄청 기본적인 문법과 내용이고 문장이 짧아서 너무 쉬운데요살짝 어리둥절, 3초 가능하겠네요. 중급&고급 교재라고 하는데 실제 토익 시험이 이렇다면 시험으로서 변별력이 있을까 조금 헷갈립니다초등학생들도 시험 본다고 해서 놀랐는데 볼만하단 느낌이 듭니다.

 

토익문제 처음 구경하고 여러모로 충격이러다 제 점수가 나쁘면 더 충격일 듯! 

어쨌든 방학스트레스 받지 말고 재밌게 슬슬 관련 책 보고 재밌게 시험 준비 시작!

수험서로서의 구성이 깔끔하고 충실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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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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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쉽지 않는 힘든 소재이다아니 에르노가 실제로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것들을 적은 문병일기이다사랑과 용서와 이해보다는 죄책감과 공포와 좌절감이 가득하다이별도 미래의 자신을 투영하는 일도 모두 두렵기만 한 것이다무척 좋아하는 편해영 작가의 추천사는 더 아프다.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읽는 일은 특별하다. (...) 그럴 수밖에 없는 인생을 함께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남들 얘기라 할 수도 없고 노년이 되기 전에 내게 발병할 수도 있는 병이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내가 마스크 속에 땀이 다한증처럼 흘러 내려도 뭔가 운동을 하고 있다면 9할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두 손으로 내 귀를 틀어막았다나는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의 어머니다.”

 

어머니의 턱은 축 늘어져 있고 입은 항상 벌리고 있다나는 이렇게까지 크게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어머니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다.”

 

내가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사랑이란 이 이상 더는 충족시켜드릴 수 없는 한계에 달한 사랑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시느니 미쳐서라도 살아 있기를 바랐다.”

 

친구와 지인의 부모님들주변 어르신들의 발병 소식을 듣는다한 달 전에도 가족들이 모여 함께 했는데 발병하시곤 막내인 자신을 가장 먼저 잊으셨다고살아서 하는 끔찍한 이별이 치매라고 하던 친구의 말은 귀를 떠나지 않는다아니 에르노의 어머니처럼 세상의 어머니들은 내내 배려를 하다하다 지치셨나 싶다그래서 치매의 시간을 사시는 동안에는 자기 욕구만 알고 표현하는 시간을 갖나 보다 싶다.

 

제 정신이 아닌 어머니처럼 나 역시 광기 어린 시선으로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자꾸만 연상되었다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차마 울음을 터뜨릴 수가 없었다.”

 

내가 떠나려 하자 어머니는 가버린다구하며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이제는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어머니가 나의 어린 딸이 된 것이다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니!”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은 지도 일 년이 훨씬 넘었다이 소리를 듣는 즉시 나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텅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며 나도 같이 데리고 가!”한다. (...) 난 어찌할 바를 몰라 죽고만 싶다나는 그럴 순 없다고지금은 모셔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 부모의 부모 노릇이란 어색함을 넘은 황망한 일일 것이다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도 문득 문득 현실감이 휘발되곤 한다언제 이렇게 약해지셨을까염려와 근심을 담아 부모님을 쳐다보게 되는 일은 언제 이렇게 자연스러워 졌을까감쪽같이 속아 다른 인생을 사는 것도 같다.

 

어린 시절엔 실제로 수많은 축제들이 미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곳의 축제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꾸며지는 허상의 축제일 뿐이제 다시는 진짜 축제의 날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깜냥과는 달리 참 잘 하시는 의젓한 어른 자식으로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 짐작한다보호자 노릇이 아니라 치매와 더불어 사시는 부모를 여전히 사랑하며 돌보는 일을 해내시는 분들이바로 어제 사진으로 만난 간호사*가 떠오른다나는 얼마나 더 살아야 흉내라도 따라 해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싶었다일단 화투부터 배워둬야 하나평생 화투 모르시던 부모님도 억지로(?) 가르쳐 드려야 하나.


출처: @hani.pic. 간호협회 제공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 씨


 

어머니는 갈수록 나를 미워할 것이다. (...) 나는 장차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다나의 삶이 고통과 죄책감으로 소멸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어머니는 곧 임을 실감한다.”

 

문병일기지만 충분히 소설화되었을 거란 짐작했던 것이 무람하다묘사도 서사도 감성도 지나치게 생생해서 실물성에 놀라고 현재성에 무서웠다저자인 아니 에르노가 두려움을 견디며 세상에 내놓은 글을 심장을 덜컥거리며 읽었다.

 

후회 없는 마지막 날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느껴져서 몹시 슬펐다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눈물이 차오른다. ‘어머니의 치매를 다룬 이 이야기는 저항도 없이 국경을 넘어 나의 현실에 안착했다겁에 질린 독자에게도 작가가 전하는 위로와 연대의 말들이 들려서 앓아 눕지 않고 견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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