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내면의 빛을 보는 법에 대하여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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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이 모두 죽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처참한 시간을 보낸 후에도 타인을 제대로 돕고자 하는 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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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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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탁한 세상에서 옆에 앉아 편안해질 때까지 지켜보고 토닥토닥, 무더위에도 간절한 온기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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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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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만나서 안녕, 헤어질 때 안녕,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일들을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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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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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백일장]

 

목차가 없다는 구성을 보고 삶에 대한 통찰로서의 문학의 지위가 떠올랐다영속성을 가진 삶을 단계별로 깔끔하게 나눌 수 없기 때문인지실패가 누적된 삶을 단호히 버리자 결심한 후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맞은 주인공이 경험한 삶은 판타지일 뿐이라 실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없음인지 고민해 본다그러다 목차 없는 구성의 결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진 순간 오래 기다려 만난 책을 펼쳤다.

 

The Midnight Library is the latest book by Matt Haig Photo Chris Coady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주인공 노라의 삶은 후회로 어두운 과거와 부재로 깜깜한 미래인 모노크롬이었다색채만이 아니라 삶의 결도 그렇다고 느꼈다실패에 관해 당사자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혹시 있을 지도 모를반복되는 실패를 선택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혹은 개인을 한계 짓는 상황에 대해 뭐라도 알아내어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패란 부정인 지양의 대상이라 느끼며 읽었던 것이다.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주인공의 상황이 파악 되자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았는지실상 선택은 적고 대체로 수용하며 산 것은 아닌지 솔직하게 되짚어보고 싶었다적극적으로 선택하거나 저항하지 않는 대신합리화할 이유를 찾아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고 도리어 악화를 구축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삶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덜컥거렸다.

 

기억 속의 나는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지만 기억을 못하거나 행동 모두의 결과를 알지 못하니, ‘산다는 일 자체가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덜 힘들 수 있었던 더 즐거울 수 있었던 삶에 방해가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살아온 모든 시간을 들여다본다면 내 마음자리에 쌓일 후회의 벽은 얼마나 두꺼울 것인지.

 

사귀지 않은 친구들하지 않는 일결혼하지 않은 배우자낳지 않은 자녀를 그리워하는 데는 아무 노력도 필요 없다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날 보고그들이 원하는 온갖 다른 모습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어렵지 않다후회하고 계속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시간여행이 언젠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커온 과학세대로서 불가능한 이유들을 과학적으로 모두 이해하는 과정은 쓰라렸다단순한 흥미였건 진지한 리셋이었건 그런 기대와 상상을 한 이들의 느낀 깊고 두터운 실망은 우주의 빈 공간을 가득 채워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고 싶다는 건 재미있는 말이야그건 결핍을 의미하지가끔씩 그 결핍을 다른 걸로 채워주면 원래 욕구는 완전히 사라져어쩌면 넌 무언가를 원한다기보다 무언가가 결핍된 것일지 몰라네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이 있을 거다.”

 

이 책이 끌린 이유 중에는 저자가 그런 우리들에게 양자역학의 평행 우주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여기 기회가 있다살아볼 수 있었을 모든 삶을 살아 보아.” 선물을 주는 착한 마녀처럼 여러 개의 우주를 쥐어 준다.


 


겉보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가치 있어 보이는 삶조차 결국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모른다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인지 모른다세상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는 것.”

 

노라를 따라 여러 삶을 경험하면서, 11시 22분 이전까지의 삶을 거듭된 실패로 규정하고 남은 삶을 지워버릴 결심을 한 노라가 힘차게 더 많이 성취하는 삶을 은밀하게 응원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너만의 가장 귀하고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이지?”라고 집요하게 물어 오는 질문의 답을 아직은 듣지 않으려 하며후회를 줄이거나 지우고 싶을 때 원하는 과거의 한 지점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 자체는 무척 부러울 거라 믿었다. ‘그러지 말 걸!’, ‘그랬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노라의 모든 다른 미래들인 반갑고 즐거워야할 새 삶들이 하나같이 안쓰럽고 슬퍼졌다노라는 자신의 바람이라고 믿은 것들이 모두 다른 이의 바람이라는 것을 두 번 다시 부정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확실히 깨닫는다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귀하고 중한 배움이라 할지라도 이 경험을 원할 것인지 사양할 것인지 어느새 대답할 자신이 없어졌다.

 

노라는 죽고 싶지 않았다또한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건 대상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단 분석하고 정리한 면면들을 보고 바람직한’ 것을 고르라는 사회문화적 요구는 강력한 힘이다오랜 세월 막강했던 이분법은 삶 자체를 좋고 나쁜밝고 어두운옳고 그른기쁘고 슬픈행복하고 불행한 등등의 대립적 가치들로 분리시켰다.

 

오랜 세월 나는 그 기준에 휘둘렸을 뿐 아니라 그에 맞춰 자신을 반성하고 다그치며 살았다운 좋게 살아남는 시간의 길이 길어지자 애를 많이 쓰지 않아도 이전보단 잘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그 중 하나가 누구의 삶이든 간명한 평가와 결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삶은 복잡하고 미묘하고 종종 통증과 구분이 가지 않는 맛들의 혼재이다슬픔 한 스푼기쁨 두 스푼……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봤지어떤 후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단다가끔은 그냥...... 완전 개구라야.”

 

무기력증은 너무나 고약해서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자살충동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무기력한데 그토록 적극적인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 의아하고 괴이할 정도이다거기에 고립감까지 갖춰지면 자력으로 살아남기는 아주 어렵다.

 

살면서 경험한 패배는 횟수와 강도로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사회화된 패배주의란 분별력이 없어 현상을 정확히 볼 수 없게 눈을 가리고 오로지 혼자만 엄청난 패배를 한 절망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하지만 패배란 대부분이 경험하는 일상이자 다반사이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체력을 키우세요.”

 

도와달라고 청하거나주인공처럼 기회가 사라질 때까지의문이 확실해질 때까지거듭 선택 해봐도 좋겠다죽고 싶은 딱 그 순간 큰 숨을 몇 번 쉬고 물을 한 잔 마시며 조금만 더 살아 있어 보고내일 그토록 바라던 일이 마침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단 억울한 상상을 하며 하루만 더 살아 있어 보고한 달 뒤에 가을이 아름다울 것 같아 여름을 견뎌 보고앞자리가 바뀌는 나이까지는 버텨보자고 그렇게 일 년만 더 살아 있어 보고뭐라도.

 

나는 살아 있다.”

당신도 살아 있다.”

내가 알고 모르는 당신이 매일 하루씩만 더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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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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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기차가 들어온다펠리시아는 그 기차가 맞는지 확인하고여정이 시작되자 다시 잠든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이 위안이 좋았다출발 시간 한참 전에 기차가 들어와서 의식하지 못하고 참던 숨을 내쉬었고 무언가를 쥐어뜯고 싶은 신경증을 가라앉혔다가족들과 함께 한 빼앗기는 것이 당연한 삶은 자리를 잘못 잡은 식물처럼 느껴졌다겨우 줄기 하나 뽑아 올리고 꽃도 피우지 못한비실거리다 누군가에게 쥐어뜯길 지도 모를펠리시아의 여정과 독서가 이제 시작되었다.

 

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혹은 그냥 뭔가 다른 것을 원해서 길을 떠난다. (...) 대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도요타의 차문이 열리며 아이들을 태운다. (...) 한동안은 실종으로 처리되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밑바닥 인생이제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배경에 흐르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두 눈 가득 두려움을 담고 수술대 위로 오르던 끔찍한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가 떠올랐다과거에도 현재에도 작품 속에도 현실에도 여자아이들 인신매매와 각종 착취는 진행 중이다.

 

힐디치라는 인물에 즉각적인 공포를 느꼈고 나중에도 기이함이 가신 두려움이 남았다폭풍과 같은 독서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실체적 통증이 느껴지곤 했다에두르는 것 없이 무심한 삶의 조건들처럼 선명하게 들려주는 문장들 속 저자의 필력과 문학의 힘이 종종 낯설고 모두 설득 되었다.

 

대단한 악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이들은 디자인대로 퍼즐을 맞추고 완성된 그림을 그리며 살아 온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이들이었다그리고 거대한 악에 세상이 비명을 토하고 피투성이가 될 때에도 선을 행하는 이들은 평범한 이들이다세상이 망가지지 않은 이유이자 늘 할 수 있는 선을 묵묵히 하며 살아왔을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순간은 거대한 악에 균열이 생긴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344페이지의 서사 중에 마지막 서너 페이지가 부랑자의 이를 치료하는 치과의사며 노숙인들에게 수프를 나눠주는 여성들인 것처럼.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일상처럼도 느껴지는 서사를 펼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안전한 거리의 관찰자로서 우리가 담지한 잔인성과 이기적인 본질을 본 느낌이 어떤지 차분히 묻는 듯하다내 내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대답하기가 부끄럽고 입 밖에 내기가 두렵다매일의 일상에서 나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삶의 경계로 밀어내며 내 자리에 머물려 애쓰지 않았을까내 일상에 작은 떨림이 있을 때 그들의 일상은 굉음을 내며 주저앉기도 했을지 모른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나에게는 나밖에 없다소중한 것은 무엇.”

 

통곡과 같은 사연틈새에 담긴 유머사람을 오래 지켜본 깊은 위로의 마음긴장과 불안과 두렵기까지 하던 스릴러로서의 서사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뒤집는 반전은 충격적인 찬탄을 느끼게 한다알던 이들의 안타까운 근황을 들은 것처럼 먹먹한 마음이다간절한 희망도 굳건한 의지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배당되고 중첩되는 삶의 조건들에는 여지도 온기도 없다원치 않는 삶을 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문학 속에서 불멸의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힐디치와 펠리시아가 원한 것들이 극히 평범해서 안타깝고 먹먹하다원하는 만큼 햇볕을 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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