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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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기차가 들어온다펠리시아는 그 기차가 맞는지 확인하고여정이 시작되자 다시 잠든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이 위안이 좋았다출발 시간 한참 전에 기차가 들어와서 의식하지 못하고 참던 숨을 내쉬었고 무언가를 쥐어뜯고 싶은 신경증을 가라앉혔다가족들과 함께 한 빼앗기는 것이 당연한 삶은 자리를 잘못 잡은 식물처럼 느껴졌다겨우 줄기 하나 뽑아 올리고 꽃도 피우지 못한비실거리다 누군가에게 쥐어뜯길 지도 모를펠리시아의 여정과 독서가 이제 시작되었다.

 

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혹은 그냥 뭔가 다른 것을 원해서 길을 떠난다. (...) 대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도요타의 차문이 열리며 아이들을 태운다. (...) 한동안은 실종으로 처리되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밑바닥 인생이제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배경에 흐르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두 눈 가득 두려움을 담고 수술대 위로 오르던 끔찍한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가 떠올랐다과거에도 현재에도 작품 속에도 현실에도 여자아이들 인신매매와 각종 착취는 진행 중이다.

 

힐디치라는 인물에 즉각적인 공포를 느꼈고 나중에도 기이함이 가신 두려움이 남았다폭풍과 같은 독서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실체적 통증이 느껴지곤 했다에두르는 것 없이 무심한 삶의 조건들처럼 선명하게 들려주는 문장들 속 저자의 필력과 문학의 힘이 종종 낯설고 모두 설득 되었다.

 

대단한 악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이들은 디자인대로 퍼즐을 맞추고 완성된 그림을 그리며 살아 온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이들이었다그리고 거대한 악에 세상이 비명을 토하고 피투성이가 될 때에도 선을 행하는 이들은 평범한 이들이다세상이 망가지지 않은 이유이자 늘 할 수 있는 선을 묵묵히 하며 살아왔을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순간은 거대한 악에 균열이 생긴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344페이지의 서사 중에 마지막 서너 페이지가 부랑자의 이를 치료하는 치과의사며 노숙인들에게 수프를 나눠주는 여성들인 것처럼.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일상처럼도 느껴지는 서사를 펼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안전한 거리의 관찰자로서 우리가 담지한 잔인성과 이기적인 본질을 본 느낌이 어떤지 차분히 묻는 듯하다내 내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대답하기가 부끄럽고 입 밖에 내기가 두렵다매일의 일상에서 나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삶의 경계로 밀어내며 내 자리에 머물려 애쓰지 않았을까내 일상에 작은 떨림이 있을 때 그들의 일상은 굉음을 내며 주저앉기도 했을지 모른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나에게는 나밖에 없다소중한 것은 무엇.”

 

통곡과 같은 사연틈새에 담긴 유머사람을 오래 지켜본 깊은 위로의 마음긴장과 불안과 두렵기까지 하던 스릴러로서의 서사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뒤집는 반전은 충격적인 찬탄을 느끼게 한다알던 이들의 안타까운 근황을 들은 것처럼 먹먹한 마음이다간절한 희망도 굳건한 의지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배당되고 중첩되는 삶의 조건들에는 여지도 온기도 없다원치 않는 삶을 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문학 속에서 불멸의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힐디치와 펠리시아가 원한 것들이 극히 평범해서 안타깝고 먹먹하다원하는 만큼 햇볕을 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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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아빠 건전지 가족
전승배.강인숙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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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니라 모두 다 만들어서 찍으신 실체가 있는 작품입니다실사와 구분이 안 가는 애니메이션도 멋지지요다만 저는 클레이메이션도 그렇고 지문이 묻어 있을 듯한밤마다 살아날 듯한 사랑스러운 인형들과 소품들과 그들의 세상이 존재하는 애니메이션이 조금 더 좋습니다질감이 느껴지면 어릴 적 새 장난감 받은 듯 두근두근합니다.



한 장면에 그 존재감을 가득 뿜어내는 이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드시는 걸까요이런 창작을 하다니! 인간은 참 멋지다삼창을 하고 싶어집니다


외모(?) 그대로 아주 다정하고 포근하고 믿음직하고 능력까지 갖춘 주인공 아빠는 건전지랍니다악기 연주는 물론 운전도 잘 합니다놀라셨지요?ㅎㅎㅎ


아빠는 집 안에서만 멋진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물론 잠도 안 자고 24시간 집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그 자체로도 엄청나지만요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을 노출시키면 안 될 듯하여 자체 판단 쏙 빼고 소개해 봅니다


모험과 액션과 아슬아슬함이 모두 느껴지는 일이 발생하거든요아빠가 귀가하지 못할까... 다치거나 아플까봐 정말 조마조마했답니다.

 

꼭 스포를 피하시다 책으로 반갑게 만나시길!



아빠가 떠들썩한 영웅으로 살지 않아서힘든 시간의 끝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행복한 장소에서 사랑을 모두 보여주는 아이들을 만나 다행입니다아이들 잔뜩 아빠가 지금은 좀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이 표정들! 정말 어떻게 이런 걸 만드시는 겁니까.


매순간... ... 가장 가까운 이들을 힘껏 사랑하여 표현하며 살지는 못하지만잊고 있다가도 문득 이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면 너무나 절망적입니다그럼 정신이 얼른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고 다시 잠시 모든 것이 선명해집니다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지정말 잘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유일하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모두 늘 하시던 대로 지금 계신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안온하게 잘 지내시길사랑하기 때문에 힘내고 힘들어지는 서로를 힘껏 응원해주시길바랍니다.

 

책 속에는 무려 원작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QR 코드가 있습니다.

저는 절대 노출하지 않을 것이니 기회가 되면 즐겁고 행복하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감상이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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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 외로워도 슬퍼도 발랄 유쾌 비혼 라이프
엘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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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용되는 지는 잘 모르나 작년인가 갑자기 폭발하듯 한국인들이 기이한 성애 고백을 일삼는 대화를 들었다면성애주의자고기성애주의자김치성애주의자... 거의 모든 사물에 성적 욕망을 느낄 만큼 강렬한 애정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헤테로 이성애주의자들의 세계가 난잡하고 문란하더라도 이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맥락을 보니 뭘 엄청 좋아한다는 뜻이었다.

 

방송계에선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이상한 노릇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말 것을 괜히 친구들에게 물었다 가 에로티시즘에 대한 경직성을 질타 받고 삐쳤다그래 뭐든 성애를 느낄 수도 있는 거지.

.

.

저자의 전작이 <연애하지 않을 권리>라 하여 읽은 책인데 했으나알고 보니 그 책은 <연애하지 않을 자유이었다노화가 심각하다권리와 자유를 헷갈리는 위태로운 상태이다.


전작의 부제가 우리는 누군가의 애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성애도 연애도 결혼도 지나치게 사회화되고 강제된 세월이 길다.

 

인구가 국력이고 전사가 필요하고 노동력이 필수인 시절의 요구사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인구가 75억 명을 넘어 환경 부담이 커진 것에도 공로가 있지 싶다.

 

이번 책은 혈혈단신이 아니라 훨훨단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한다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홀몸이 아니라 여유롭고 자유롭다!

 

누군가 운이 좋아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것이 곧 모든 여성이 하지 않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평가가 어떻든 간에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30%를 넘었다당연히 생활방식가치관도 변하는 중이고비혼도 독신과 동거의 형태가 있고기혼도 무자녀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판데믹과 기후위기가 겹친 이 시기에 사회적으로 거대한 패닉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인류가 짐작보다 훨씬 더 문명화된참 훌륭한 사람들인가 보다고 자주 생각한다.

 

지금 당장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둘이 된다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 (...) 만약 영화 <케빈에 대하여>처럼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가 된다면또 정상이란 범주에 나를 끼워 맞추기 위해 홀로 발버둥 쳐야 하겠지생각이 너무 많다고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맞춰 사는 수밖에 없는 데도?”

 

설마 아직도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건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이들이 많을까뭐 그렇게 생각하신다 해도 영향력은 확실히 줄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대한 사회담론과 역사적 추이를 다루며세대나 집단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굳이 분류하자면 비혼주의자는 이렇게 생존한다는 분투기에 더 어울리는 글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내용들과 계기가 될 때마다 고인 생각들을 유려한 필체로 자신이 사는 한국사회와 엮어 술술 적어 놓으셨다.

 

이미 글러 먹었어요.”

 

글쓰기 수업에서 인연을 맺게 된 R이 덤덤한 투로 얘기했다그가 결혼을 완벽히 체념하게 된 건 몇 넌 전 캐나다로 유학 생활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집안일은 돕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자신 사람과 부부가 공평히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또 퇴근하고 10분 아이 얼굴 보는 것도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당연히 부부가 서로 한 해씩 번갈아 육아 휴직 계를 받아 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

 

글 중반에 뜬금없이 얘기해보자면 저자가 마주한 삶에서 뽑아낸 이야기들은 나 하나 키우기도 충분한 삶’, ‘외로워도 슬퍼도 홀로 멋지게 사는 법’,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위하여’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외롭고 슬프기도 하다고 이야기해서 좋다. 그리고 가끔 어떤 내용들은 타인의 눈치도 볼 일 없고 책임질 일도 없고 가능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잘 꾸려 나가보자 하는 실험 보고서 같기도 하다.

 

요즘처럼 글쓰기가 재밌고(잘 쓰건 말건), 그림 그리는 게 재밌고운동하는 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진짜다. (...) 솔직히 혼자 보내기에도 하루가 정말 짧다읽고 싶은 책보고 싶은 영화듣고 싶은 노래그리고 싶은 그림은 많은데 하루가 저무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좋은 점도 확실하지만 그 삶 또한 가볍고 홀가분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그냥 사람 사는 거 비슷한 모양들이 많다. 뭐 이런 당연한 말만 계속하는 걸까... 나는...

 

타인을 책임질 일이 없다는 건 내 몸 건사는 나 혼자 해야 하고 어느 구덩이에 빠져도 일단 나를 도울 자는 나 하나뿐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쓰고 읽기를 통해 저자 역시 마음을 생각을 삶을 연대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거의 늘 그렇지만 오늘도 읽는 것을 통해 응원하고 연대한다.

 

현재의 나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이유들로 인해 비혼을 굳게 다짐했지만,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마따나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다양한 변수 (ex. 호르몬의 농간환경의 변화 등)에 이 다짐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그러니까 한 마디로 외로워서혼자 나이 드는 것이 두려워서경제적인 문제로주변 사람들이 다 결혼할 때 나만 안 하면 이상해 보이니까’ 등의 이유로만 덜컥 기혼을 선망하게 되는 회피형 기혼 선망자가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 따라서 제정신 멀쩡(?)할 때ml 내가 최대한 이성적인 사고로 적어내려간 문장이른바 비상 작동 중지(Emergency Stop) 버튼이 필요했고이 책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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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척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는 영문법 이야기
이장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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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척하는 것이 있다니 왜 나만 모르는 건지 놀랐다나는 그 내용이 금해서우리 집 중학생은 올 해 유독 싫어진 학교 영어 수업으로 인해 교과서 이외에는 다 읽을 태세이다.

 

영문법을 잘 모르지만 학교 수업 당시에는 문제를 못 느꼈다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미국 유학을 준비하지 않아서 다들 경험하신다는 토익과 토플 시험도 본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은 이유가 기억이 안 나지만 GRE 수업을 잠시 들은 적은 있다 궁금하다왜 그랬지?

 

단기든 장기든 일정과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면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그런 성향을 가졌다안타깝지만 그런 나를 닮은 십 대도 있다그렇다고 갑자기 우리끼리 영어 수업을 할 수도 없고 8월에 시행하는 토익을 함께 볼까 얘기해 보았다.

 

시험이란 참 편리하고 단순한 목표라 부담도 적고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니 명쾌하기도 하다좋은 나라 대한민국은 중학생도 학생증과 응시료만 내면 된다.

 

이 책은 영문법을 통독하고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용도로 함께 읽었다흔히 알려졌지만 옳지 않은 영문법에 대해서도 11개 주제로 알려 준다우리나라 영어 수업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엉터리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짐작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부한 지라 너무 오래라 그런지 내게는 새로운 내용들이 꽤 많았다.

 

부정사란 무엇인가품사가 정해지지 않은 말인가.

영어에는 미래 시제가 없다.

타동사가 무엇인가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인가.

보어란 무엇인가부사가 보어가 될 수 있는가.

가산명사란 무엇인가세는 것이란 무엇인가.

한정사가 한정하는 어구는 한정적인가 비한정적인가.

관계대명사란 무엇인가.

가정법이란 도대체 정확히 무엇인가아무도 모른다?

분사구문에서 생략된 접속사는 연방대법원도 못 찾는다.

- ago의 진짜 정체는부사인가?

전치사 of와 from이 물리적/화학적 변화에 쓰인다는 말은 문법도 과학도 아니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주제가 하나도 없다영문법 전공도 학자도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읽는다.

 

첫째잘못된 수많은 번역어들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진 개념들이 많다는 것에는 완전 공감한다특히 일본을 거쳐 재번역된 용어들은 원래의 형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분야는 다르지만 피카소큐비즘입체파... 의도적인 게 아닌가 싶은 이상한 번역이다.

 

둘째한국식 영어 교육에 사용된 부정확한 설명들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만들었다저자는 일단 개념 설명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감사하게도 자신이 믿는 정확한 개념도 제시해준다교육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텔링 실력이 대단해서 읽기는 쉽다.

 

예를 들면,

 

“infinitive는 (...) 어원적으로 보면 정해져 있지 않은 말이라는 뜻입니다하지만 이것은 품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주어의 인칭과 수에 따른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 바로 동사원형입니다. (...) 부정사를 가장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부정사=동사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의 ‘to’는 preposition, 즉 전치사로 분류됩니다. (...) to는 뒤에 동사원형즉 부정사가 오는 매우 특이한 전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to는 particle의 하나로 볼 수 있고, infinitive marker라고도 불립니다.”

 

“bare infinitive는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부정사’, 즉 앞에 to가 없는 부정사를 말합니다그래서 (...) ‘앞에 to가 있는 부정사는 ‘to-infinitive’라고 하고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부정사라는 뜻에서 ‘bare infinitive’라고 하는 것입니다.”

 

- Merriam-Webster Dictionary의 내용 중 to에 대한 8번 정의를 근거로 저자가 정리한 것

 

라틴어와의 비교를 통해 영문법이 어떻게 개념을 정하고 교육 가능한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는 저자의 열의와 성실성에는 감탄이 나온다하지만 영문법에 정말 진지한 관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선택해서 집중하고 읽어나가야 할 듯하다.

 

물론 개념과 용어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주 좋은 가이드라인 서적이다어원학에 관심이 많고 어원학etymology 사전 찾기를 즐기는 나에겐 충분히 흥미롭다학습 서적은 아니다하지만 적어도 11가지 대표 주제에 관해서는 아주 분명하게 고치고 정리해주는 장점을 유지한다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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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 달 살기 - 이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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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주 휴가를 한 번에 다 쓰고 연휴 채워도 한 달 온전히 휴가 떠나 살기란 판데믹 이전에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지금 생각하면 꿈인가 싶기도 한 시절, 12월 마지막 달은 매년 이래저래 심란하고 우울해지는 지병이 있어서 훌쩍 출국해서 유럽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매일 책 속으로 여행 가는 중이다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나름 요령도 생긴다이 책은 제주에서 한 달 살고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의 한 달 살기와 비교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여행 에세이다한 눈에 비용도 준비물도 풍습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꿈은 고통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갖고 싶어요.

인생의 선물을 안겨줄 어딘가로 떠나려고 합니다!”

 

제주는 늘 좋지만 오늘은 특히 비자림 숲이 그립다저녁에도 밤에도 무덥고 해뜨기전 새벽이나 되어야 조금 식는 날이라 산책도 고욕이라 더 그런가 보다잔 나무 가지들과 잎들이 사각사각거리는 서늘하고 촉촉한 숲 트레킹이 정말 고프다.스누피 전집과 비디오들을 보고 자란 독자로 제주 스누피 가든도 궁금해서 안달이 난다.

 

배낭여행하다 인도네시아 사람과 결혼한 동창생이 있다친구라기엔 대면대면했지만 결혼하고 인도네시아에 살기 시작하면서 외로웠는지 연락을 자주 주었다당시에는 거짓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물가 차이가 나서 거긴 천국이겠구나싶은 생각도 했다왕궁 같은 곳에 살면서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는 분들이 따로 계시는데 생활비가 초저렴...

 

간만에 예전에 놀란 생각이 나서 치앙마이발리호이안끄라비 등 동남아시아 편을 재밌게 보았다여전히 물가는 천국이구나더운 곳을 선호하지 않아 홍콩도 가기 싫어하며 살았던 지라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모르고 살았다생각해보면 음식도 엄청 맛있을 듯하고 풍경도 사람들도 아름다울 텐데.

 

특이하게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서양에서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그런지 관광지 특성을 많이 가진 듯하다물가도 저렴하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화려하고 다정하고 감정적인 스페인 사람들도 스페인도 좋지만 소박하고 친절하고 차분한 포르투갈도 무척 좋다포르투에서 맛 볼 수 있는 포르투 와인과 음식들은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다많이들 가시는 리스본 역시 멋진 곳이다아시아나 직항 노선이 생겼다고 하는데 언제나 가능할는지...

 

말만 들어도 복잡하게 서러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베로나도 소개되어있다우울증 자가치료를 위해 거의 매일 이탈리아 관광청을 들락거리는 환자로서 반갑고 더 서러워지는 내용이다언제 어디를 가든 나는 늘 이탈리아에서 지내는 시간이 좋았다.


산길을 운전하다 개업 중인지도 헷갈리는 작은 식당에 불쑥 들어가 평생 먹을 생각도 하지 않은 콩스프를 먹었을 때도, “콩이 뭐가 이렇게 맛있어!”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충격을 받았다이탈리아의 태양은 뭐든 맛있게 익히고누구든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한국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잘 모르는 사람 집에 초대 받아 가서 저녁 먹기이런 경험도 해봤다. 6시 저녁은 야만스러운 짓이라며 8시부터 시작한 식사가 먹은 거 다 소화되고 허리가 아파올 11시 30분까지 이어졌다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나만 겨우 귀가했으니 식탁을 치운 건 그로부터도 한참 후가 아닐까 무서웠다.

 

은퇴한 마피아와 같은 할아버지의 울분에 찬 2002년 월드컵 푸념도 10년도 더 지나 다시 듣고강제개명도 당하고 모든 가족이 이름 따위 기억해주지 않고 벨라라고 부른다사랑의 나라에서 얼른 사랑에 안 빠지고 인생 낭비한다고 한심한 취급도 받고납치하려나 싶을 정도로 와인을 권유당하고.

 

그 와중에 내가 먹을 채식 파스타와 아란치노도 따로 만들어 주셨다맛은 설명해서 무엇하리콩스프조차 맛있었는데내내 부산스럽고 몹시... 다정한 시간이었다판데믹은 외롭고 서러운 악재다.

 

우리 집 십 대들과 베로나 가서 원형 극장에 앉아 오페라를 볼 날이 올까어두워지면 고대 로마 도시 국가로 돌아가는 황홀하게 떨리는 경험인데.



나스르 왕조의 왕들은 비록 영토는 빼앗겼지만 이슬람 문화가 유럽보다 아름답고 뛰어나다는 것을 마음껏 과시하기 위해 커다란 궁전을 지었다. (...) ‘알함브라는 붉은 색이라는 뜻이다.”

 

책 속의 여행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걸으며 끝이 난다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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