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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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코너>와 <위스퍼링 룸>으로 출간된 전작들을 체감상 100만 명은 읽고 누구나 다 사랑하는 캐릭터가 된 듯한 제인 호크 시리즈 저와 제 주변만 그런가요 의 고대하던 세 번 째 작품 <구부러진 계단>이다.표지 디자인 후보 중에 제일 맘에 들었는데 출간되니 더 강렬한 느낌!

 

이제까지 시난고난 우여곡절을 다 겪은 제인이 드디어 알아 낸 범인은 나노테크놀로지로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테크노 아르카디언이다나노테크놀로지가 의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되면 암세포만 추적해서 죽일 수도 있고 장밋빛 전망을 들려주는 연구 보고는 몇 차례 들었는데범죄 수단으로 등장하니 흠칫 놀라게 된다소설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듯한 경고가 들린다.

 

잡히지 마라주사를 맞으면 죽음보다 더한 짓을 당할지도...”

 

뇌를 망가뜨리는 것도 아니고 뇌 속에 네트워크를 설치해서 메시지를 주입하고 조종하는 원리이다그러니 멀쩡하게 살다 자꾸만 뇌에서 들리는 말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살인도 하고 자살도 하고 타인의 조종에 저항도 못하게 된다.

 

심각한 지점은 이런 뇌조종 범죄의 목적이 자신들만의 기준에 따라 문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애매한 일들이 많을 때는 선명한 것들이 반갑기도 했다그러다 사는 일이어떤 일이라도 명료한 것들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자선명하고 확신에 찬 말들스스로의 오류 가능성은 상상도 안 하는 이들의 신념들이 무섭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무균실 속에서 살아가는 체제순응론자들이에요상식과 보통 사람들을 경멸하죠.”

 

한 때 무지한 자가 용감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큰 사고를 친다는 말이 꽤나 회자되었는데내 경험은 좀 다르다많이 배운 똑똑한 확신범들이 큰 사고를거대한 범죄를피해와 후유증이 큰 대부분의 범죄를 저지른다.

 

현실에도 이미 활용 가능한 감시카메라위치추적장치사물인터넷 등은 곧 그들의 범죄 수단이 된다.현실의 기업들이 몇 개의 거대한 독점 기업화 경향을 실제로 보이고 있고 전 세계의 권력 구도와 질서도 치열하게 재배치되는 시절이다소설 속 악의 무리들이 정재계언론 요직을 장악한 것이 낯설지 않아 답답하다. 우리의 제인이 천신만고 끝에 악당의 정체를 밝혔는데 어디다 알려야 하나.

 

당연히(?) 이들이 제인을 여러 죄목으로 공격하는 일은 손가락 튕기듯 쉬워 보인다소위 클래식한 방법인 누명씌우기인데디지털 조작이 완벽하게 가능해진 세상은 그 누명 벗기가 우주 최고로 어려워 보인다더구나 제인의 아들까지 노리는 비열한 놈들!

 

제인은 바위 선반에서 굽어보는 수백 개의 퀭한 안구와 섬뜩한 미소 앞에서 멈췄다. (...)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이 공간에는 온통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만저 바깥 세상 역시 죽음투성이다이상과 현실 사이에동작과 행동 사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죽음의 음침한 계곡에서도계속 움직여야 한다행동을 계획하고 단호하게 실행하자망설임은 치명적이다.”

 

끔찍하게 힘겨운 와중에 소설가들을 문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있는 더없이 위험한 요인으로 간주하고 끝까지 가진 자원을 다 쏟아 부어 추격하는 구성은 어쨌든 시리즈의 흐름 상 조연에 해당하는데도 무척 흥미롭고 재밌었다이야기를 만들어 전하는 이들이 가진 혁명성에 주목하다니!

 

빛이 있을 때 길을 찾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소년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박쥐 똥을 먹고 사는 동굴 속 쇠똥구리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그때야말로 너는 뭔가가 되는 거야이 계단은 인생이다소년인생의 진실이 어둔 세상의 진실잔혹하고 악랄한 인류의 진실살아남고 싶으면 나처럼 강해지는 법을 배워라이 비루하고 한심한 것아구멍으로 내려가서 배워소년내려가.”

 

전작의 결말에서 답답하고 궁금해서 어찌 되었나 조바심이 났는데이번 편은 <구부러진 계단>에 도착해서 끝이 나는 바람에 비명을지금 당장 여기서 더 얘기해 달라재밌는 과정만큼 짜릿한 결말을 볼 수 있나 싶어 한 번에 다 읽은 것이 서운할 지경이다스토리의 연결이 매끄러워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고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라 갈수록 더 애틋해지는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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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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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20세기 어느 날프랑스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났다<프린스 앤 프린세스보고 보고 또 보며 마치 애니메이션 종사자가 될 것처럼 집착하고 사랑했다홀렸다가 맞는 걸까지금도 집에 CD가 있다 옛날 옛날 CD라는 물건이 있었답니다.

 

어쨌든리베카 솔닛 저자가 반가운 만큼 실루엣으로 표현된 일러스트에 두근거렸다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설레는 멋진 책이다내용은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은 기대를 하진 말자고 읽기 전에 생각했다솔닛이지만솔닛이라하더라도 직진하거나 삐끗하거나 뭘 하든 재밌게 쓰면서 새로운 감동을 주기가 무척 힘든 작업이라 생각했다.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건 있을 수가 없고그냥 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밤이 올 테고 다음에는 내일 아침이 오고 그리고 그다음 날또 다음 날이 오고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지구는 해 주위를 돌고 도마뱀은 햇볕이 따스한 벽에 붙어 있고 생쥐는 달밤에 케이크 부스러기를 먹으러 밖으로 나오겠지.”

 

그래도 그림들에 행복해하며 기대 이상 유쾌한 내용들이 재밌어 하며 남은 분량을 아까워하며 읽었다. 그러다 소름!! 척추를 흐르는 뜨거운 느낌은 전율인 건가.


쿠키와 사랑을 나눠 주고 자유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주는 신데렐라를 사랑하는 동네 아이들도 있지.  하지만 친구들은 이제 신데렐라라는 이름은 쓰지 않는대. (...) 이제는 다들 원래 이름으로 불러이렇게.”

 

엘라.

 

신데렐라(Cinderella)에서 신더(cinder, )’를 빼면 엘라가 된다는 사실은 그때는 미처 생각 못 했고 글을 쓰는 도중에 떠올랐어요.  리베카 솔닛

 

반 백 년을 살도록 한 번도 생각 못했다말하자면 신데렐라란 명명은 대상자를 모욕하고 놀리기 위해 부르는 일종의 학대의 장치인 것인데그런 관계 속에서 벗어나 제대로 온전히 살라고 응원하며 본 이름을 찾아 불러 줄 생각을 못하다니.

 

아주 좋아하는 동화는 아니었고 어릴 적엔 그런 생각을 못했다 쳐도 

그래서 신데렐라는 놀림 받기 전 이름이 뭐였어?” 

왜 아무도 묻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 저랑 제 지인들만 처음 듣는 건가요.  

이게 다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가 주는 망각의 효과라 우겨 보려 해도 큰 위로는 안 된다.

 

이래서...... 리베카 솔닛 책은 의심 말고 믿음으로 앞으로도 감사히 다 읽는 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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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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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다 후미코

 

궁금했다.

강렬했다.

아무리 독서일 뿐이라지만... 읽고 나니 그냥 넘어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갑자기 후미코의 머리 위에서 유자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후미코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일순 감지하고 경탄했다.

세상은 자연은 이렇게도 아름답고,

세상의 고요함은 이렇게도 평화로운가 하고 말이다.”

 

이 낙천성의 근저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참한 인생을 보내던 여자아이치고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었다.

대안은 있다.

왜냐하면 후미코 스스로가 바로 사회의 대안이었으니까.”

 

내가 나의 행위에 요구하는 모든 것은

자신에게 나와서 자신으로 되돌아갈 것.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표준으로 할 것.

따라서 나는 옳다는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완전히 자율적인 의미임을 밝혀둡니다.”

- 29일 밤중에, 1926년 2월 26일 서간

 

자살을 준비했을 때가 중단했을 때가 열세 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충격에 무감해지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다.


유자매미로 죽음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린 아이는

탈피를 하고 성인이 되어 한 시절을 제 목소리로 울리며 살았다.

  

무자격자를 얕보지 마라.

나의 출생은 데이터에 들어가지 않았다.

탈진실post-truth이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사실fact 이전에 존재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나를 그 누구도 지배할 수 없으리라.

 

아나키스트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자나 여타의 이해 부족 몰지각 에 따른 번역이 아니라,

반복해서 역사 속에서 경험하는 집중된 권력만이 가능한 거대한 폭력을 떠올리며

반드시 자율성과 함께 제대로 이해되길 바란다.

 

인류가 사회문화적으로 얼마나 진화를 거듭해야

자율성을 갖춘 개인의 연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상상 속에서도 잘 보이진 않지만.

그건 내 상상의 빈약함과 한계로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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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하여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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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부를 읽다 속이 아파온 것은 사실이었다다른 이유를 찾기도 하고 다른 책들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다시 책을 펼치니 희한하게 다시 아프기 시작한다당사자가 힘든 이야기를 용기 있게 전한 책을 읽는 게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데난감했다그래서 그냥 계속 읽기로 했다저자는 혹 답답할 지라도 완독하라 응원해 주셨고그 이전에도 나는 별 힘은 안 되어도 읽고 같이 계란은 던질 수 있다 의견을 남겨 둔 바가 있다.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야기’, ‘어딜 봐도 우아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를 찾을 수 없었던’, ‘계약서도 없이 일해야 했던’ ‘노동을 인정받지도 보장받지도 못했던’ ‘가장 따뜻한 조언은 도망치라는 말이었던’ ‘갈라치기로 고용과 해고가 정규/비정규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던’ ‘쓰고 버려지던’ ‘매달 잉여인간인가 아닌가로 고뇌하게 되던’ ‘꿈꾸던 일인데 기쁨보다 마음이 쪼그라드는 슬픔을 전하던’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으면 하는 일’, 방송국 작가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이 여기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나는 원래라는 말은 과학에서 추방해야할 표현으로 배웠다. ‘원래가 어딨나?’를 늘 묻던 교수님이 계셨으니결이 달라도 나는 어느 분야에서든 원래라는 말의 실존을 믿지 않는다그 말은 필요한 누군가의 구성품일 뿐이다. ‘원래가 어떻게 얼마나 폭력적인 언어인지 저자가 들려주는 문장들로 다시 선명히 배워 본다.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은 기득권의 언어이다.

논리와 혁명에 대응하는 가진 자의 마스터키다.

원래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여성들은 투표소에 들어갈 수 없고,

흑인과 백인이 따로 앉아야 했을지 모른다. (...)

방송작가는 원래 휴가가 없다는 말의 원래

프리랜서는 원래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원래를 뒤집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가족주의연령주의 표현들이 꽤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었던 느낌은 내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어느새 둔감하고 편해진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잊고 물러서는 일은 제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능해진다다시 조직 내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언어로 최면을 걸 듯가스라이팅을 하듯서로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예를 들어 이은혜 작가에게는 시킬 수 없는 담배 심부름을 막내에게는 시킬 수 있다.

이 고릿적 단어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누군가를 손쉽게 부리기 위해서다.

호칭은 이렇게 힘이 세다.”

 

여러 해 전이지만 심지어 상대측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하는 일을 좀 더 분명히 항의하다가 그쪽 사람의 거센 역공을 받은 일이 있다나는 차분히 할 말을 고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학교 후배이지만 사회 선배인 친구가 매운 지적을 했다피해자임에도 여성은 이런 경우에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조곤조곤한 태도를 잃지 말고 상대의 심사를 살피며 말을 이어나가는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이 책에서 배운 방송가의 면면들을 보면 이런 태도와 묵직한 강요는 바뀌거나 없어진 것이 전혀 아닌가보다.

 

늘 약자만 미소와 다정을 강요받는다문제 제기를 할 때조차 상냥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싫어하시거나 저를 미워하실 지도 모르지만 내내 무척 상냥하다적어도 글에서 그렇게 느껴진다이는 저자가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나아가 행동해 주는 선배’, ‘방송사에서 작가로 10년을 일한 도인이 되었기 때문일까심지어 이런 문장을 읽을 때조차 날카롭고 서늘한 느낌보다는 다정하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속이 아프다책 읽고 쓰기가 원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동감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개인적인 통렬함보다 이런 몹쓸 세계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구나줄어들지 않았구나하는 울화와 일종의 좌절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아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꿈을 펼칠 정확한 장소에 도착하고서도 성취와 실현과 즐거움과 행복 대신 쓰이고 버려지는 이들의 실제 상황이 끔찍하고 무척 아프다. ‘하고 싶은 일도 잘 하는 일도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해치우며 사는 독자로서는 더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

   

다시 돌아갈 곳 없는 사람만이 업계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걸까.”

 

춥고 슬픈 문장이다저자가 자신을 전직 작가라고 하는 것이 슬퍼 눈물이 차오르고 마르기를 반복한다게다가 방송가의 부조리함을 이제야 밝히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니이번에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은 죄다 어디 가고 고민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만 부끄러워하는 걸까속이 더 아파온다이미 잘 아실 지도적어도 나보단 잘 아실지도 모르지만 경애하는 김중미 작가의 이야기를 이 글에 담아 본다.

 

지우는 내가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고 걱정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그 착한 사람들이 다 나처럼 가난하고 힘이 없는 게 문제이긴 하다그래도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면그것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곁에 있다는 것>

 

독자로서 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든 듣고 읽고 쓰고 계란 정도는 언제든 함께 던질 거라 말씀 드리고 싶다그것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나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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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 - 천문학자의 가이드
조 던클리 지음, 이강환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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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학이 건조하기 짝이 없게 무매력으로 느껴진다면 천문학은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지요저는 그랬습니다지금도 본질적으로 깊이 부러워하고 있을 겁니다그냥 천체물리학과 갈 것을!

 

제 부모님 세대는 학부였다 저 때는 학과였고 이후 다시 학부제로 바뀌었지요저도 학부 세대였다면 최종 전공은 천체물리학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간혹 블로그에서 천체물리학 전공했냐 물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뻥치고 싶은 유혹을 종종 느낍니다왜?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천체우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물리법칙으로 풀어내는 설명을 들으셔야 한다는 점특히 이 책은 천체도 사물이니 물리학 원리부터 이해해보자며 천문학 강의를 시작하시니 마구 치유가 됩니다.

 

흔히 구별하기로는 천문학자는 하늘을 연구하며 우주에 있는 것들을 관측하는 과학자를,

물리학자는 우주에 있는 것을 포함한 대상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는데 관심이 있는 과학자를 말한다.”

 

저자인 조 던클리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물리학천체물리학 모두를 강연하시는 교수이자 여러 차례 물리학상을 수상한 연구자이며 스케일도 복잡함도 대단한 천체물리 현상을 잘 설명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는 멋진 교육자라고 합니다그러니 이 책은 현재 우주에서 가장 친절한 천체물리학 책일 지도 모릅니다.


불과 한 달 전에 한국도 미국 나사NASA가 주도하는 달 탐사에 참여하기로 협정을 체결했지요명칭도 낭만적인 아르테미스 협약입니다그리스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를 소환한 협약이라 저는 최근에 무척 좋아하게 된 대한민국 최초 달연구자이신 천문학자 심채경님이 떠올랐습니다.

 

달은 언제나 한쪽 면을 지구로 향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지구를 도는 동안 한 바퀴만 자전한다. 1년에 한 번씩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을 하는 지구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이다달은 약 50억 년 전에 태어난 지구와 나이가 거의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저자께서 과학 연구 현장과 역사에게 배제된 여성 과학자들 헨리에타 스완 레빗베라 루빈 등 의 업적을 소개하고 현실의 여성 과학 동료들이 더 평등한 환경에서 연구하도록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삶이 코찡하고 마음뭉클했습니다이런 분들을 만나면 세상이 표지디자인처럼 아름답고 고아하게 느껴지지요.

 

시간을 조금 거슬러가다보니 2018년 평창 하늘에 빛나던 CG가 아니라해서 더 경탄스러웠더 천상열차분야지도도 생각납니다일본군이 창경궁을 창경원(동물원)으로 만들면서 다행히(?) 그냥 버려둬서 그냥 앉아 쉬기 좋은 돌처럼 사용되다 묻힐 뻔한 아주 귀중한 천문도이지요.


1395년에 만들어 사계가 다 담겨 있는 놀라운 기록이고 알려진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자리 지도이며별의 밝기가 별자리를 표기한 동그라미의 크기로 구분되어 있는 보물이자 과학문화유산입니다. 1년이 꼬박 걸려야 다 확인할 수 있었던 천문도를 완벽하게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들을 하셨을지그 당시의 하늘은 어떤 모양이었을지 그립고 감사한 마음으로 상상해봅니다.

 

오래전에 저도 Cosmology란 과목을 행복하게 수강했지만 현재의 우주론은 더구나 수학물리학천문학화학생물학식물학동물학 등등 그 외 과학들과 최첨단 기술이 협업을 이루어야 가능한 분야입니다.

 

훌륭한 새 망원경들과 계속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성능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조만간 지금까지의 놀라운 발견에 더해

더 놀랍고 신비로운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기원과 진화는 언젠가 밝혀지겠지요뱀파이어로 변해서라도 아주 오래 살고 싶어지네요과학이라 미워하지 마시고 우주라는 친구이자 우리이기도 한 존재가, ‘자구라는 단 하나뿐인 우리 집이자 우리기도 한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 살아왔는지우여곡절 생애를 들어 준다 생각하고 읽으셔도 좋을 듯합니다흥미를 유발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소개드리자면,

 

- 1장은 우주라는 동네를 둘러보는 이야기 누가누가 있나 -입니다지구태양계태양 주위은하수국부은하군초은하단관측 가능한 우주까지 갈수록 규모가 커지지요그야말로 나는 우주의 먼지구나 그것도 감지덕지이런 겸손한 기분이 화악듭니다.

 

- 2장에서는 두근두근 이란 무엇인가와 망원경은 어떻게 우리가 빛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가란 재밌는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별에도 종류가 많다는 것별도 일생이 있다는 것그런 것들을 인류는 어떻게 알아내었는지를 들려줍니다.

 

진화를 거치며 인간이 볼 수 있게 된 빛은 매우 특별한 종류로,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무지개의 모든 색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눈은 다른 파장의 빛을 다른 색으로 인지하며

리가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연못 표면에 생긴 파동의 파장보다 훨씬 더 짧다.”

 

큰 별들은 빠른 속도로 살고 일찍 죽는 극단적인 일생을 산다.

태양 질량의 8배에서 100배에 이르는 이들은 드문 흰색과 푸른색 별이다.

우리은하에 있는 별 천억 개 중 불과 10억 개 정도만이 이런 헤비급이다.

더 무거운 별일수록 더 중력이 강하고 더 높은 온도를 가지기 때문에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가 더 빠르게 탄다.”

 

- 3장은 암흑물질 제가 천자문 첫 네 글자천지현황을 처음 배우고 하늘을 왜 검다고 하냐며 물었던 질문과 관련이 있(다고 억지로 우기고 있)는 -을 다룹니다중력 렌즈...... 오랜만이라 좀 헤맸습니다.

 

- 4장은 우주의 역사와 가능한 미래 모습에 대한 상상입니다.

 

우리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과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왜 그런지 모를 뿐이다.”

 

- 5장은 우주의 일생이자 미래 예측입니다.

 

재미있겠지요이 책 완독하심 프린스턴 대학 천체물리학 강의 마쳤다고 막 자랑하시...


저자도 책도 아름답고 훌륭하고 막 마음이 벅차서 제가 매주 두 세 번 읽는 시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김광섭

 


당분간 밤 하늘을 봐도 별은 안 보이는 장마이지만 다들 마음 속 반짝임은 흐려지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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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onearth 2024-06-2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가 너무 아름답네요..❤️ 마지막엔 눈물도 질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