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 - 나를 인정하고 타인을 긍정하는 마음 성장 연습
김혜영.이수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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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제일 큰 미스터리는 자신의 마음을 모른다는 점이 아닐까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져볼 수도 없다인류 공통의 미스터리를 연구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 주는 심리학 연구자들이 있어 다행이다모든 경우에 꼭 맞지는 않더라도 얼마간의 답을 찾아볼 수도 있으니까.

 

정답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원하지 않는 행동 후회할 일을 하지 않도록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줄여서 모마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모든이다예외가 없다는 말은 분명 안심이 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며 밥을 다 떠먹여 주는 것은 아니다각 장의 끝에는 실천해봅시다가 있다즉 독자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글을 글일 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가 간만에 떠오른다.

 

“‘~해야만 한다’, ‘반드시 ~이다’ 등의 생각을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한결 가벼워진다. (...)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늘 그럴 순 없음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월말이 되면 왜 지옥도가 펼쳐지는지 다들 더 힘들어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월례 행사처럼 어쨌든 그렇다그러니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만 있는 경우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로 자신을 불필요하게 괴롭히는 일을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구분이 좀 필요해 보이는 일이지만어쨌든 세상 일이 모두 다 내가 잘 해내지 않으면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애틋한 과도한 애씀은 덜 할 필요가 분명하다고 동의한다.

 

어떤 모습은 아무도 몰랐으면 싶기도 하지만 이 중에 진짜를 고르라면 고를 수 없다자아정체감을 갖는다는 것진짜 나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과정이다.”

 

예전 어느 면접에서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질문이 있었다고 해서 솔직하게 웃었다인간의 층위는 이중이 아니다자신이 미처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중성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그러니 자기 마음을 자기가 다 이해할 수 없고 살아 있는 동안 나는 누구인가로 고민하는 것이다그 면접과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전무했을 지도.

 

완벽주의자들은 사회적 관계에서도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스스로의 기준이 높으니 남들도 자신을 그렇게 평가할 거라고 생각한다.”

 

드물게 보는 일이 아니고 자주 보는 현상이다흔히 자수성가한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고 하는데진짜 자수성가인지는 따져 묻지 않더라고 어쨌든 나도 했는데 너는 왜 못하나그건 네 노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한 가지 원인만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 없겠지만.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무엇을 원하고어떤 삶을 살지를 결정하기 위한 고민은 쓸모 있는 고민이다그래서 적어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았다면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 (...)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무언가를 잘 해서 나를 사랑하고 뿌듯해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감정이 샘솟는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엄격한 책이다알면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다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어 멋지게도 당장 노력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엄청나게 눈부신 분들이다혹자는 사람 안 변한다고도 하는데 -교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목격(?)하고 엄청 충격을 받았고 마음이 무척 아팠다 나는 언제나 누구나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다고그러니 교육이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고 희망이라고 믿는다.

 

블로그에서 이웃이 된 분들 중에도 매일 노력하시는 존경스러운 이들이 거의 대부분이다매일의 과정이 매일 최고라고 느낀다부디 본인들도 스스로에 대해 사랑과 뿌듯함을 가득 가득 느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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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도 투명교정으로 치료가 되나요?
홍경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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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모양은 실은 턱뼈하악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저도 교정을 하기 전엔 전혀 몰랐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다소 폭력적인(?) 생각으로 제 앞니가 흔들리기도 전에 치과에 데려가서 앞니 아래위 네 개를 모두 발치했습니다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마취를 해서 크게 아팠던 기억은 없고 솜 물고 거울 보다 보니 이가 4개가 없어졌다는 현실이 점점 더 실감이 나서 서러워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의 변명은 발치할 시기를 자칫 잘못 잡으면 덧니가 나서 흉해진다는 것이었는데덧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랫니들은 비좁은 자리에 들어간 이들처럼 빼뚤거립니다편안하게 몸을 쭈욱 펴고 자리 잡고 지내질 못합니다즉 하악턱이 좁아서 공간이 부족한 경우입니다사랑니도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딸의 치아 모양에 꽤나 집착(?)하셨던지 이렇게 두면 나중에 충치가 생기고 관리가 어렵다고 저를 설득해서 교정 치료도 받았습니다금속을 몇 년 씩 입에 달고 사는 기분은…….

 

문제는 이 하악구조가 유전이 된다는 것이지요우리 집 큰 꼬맹이는 이미 교정 치료 중이고 꼬꼬맹이는 저와 본을 뜬 듯이 똑같은 모양새이니 곧 교정치료를 하게 될 것입니다벌써 7월이 내일이네요하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짧은 않은 시간 노력하는 것이니 치료 효과는 물론이지만편하고 안전한 것 역시 무척 중요합니다.

 

예전의 저야 별 신경 안 쓰고 지냈지만 이에 부착물을 달고 사는 일이 유쾌한 일만은 아니니 요즘엔 끼웠다 뺐다 할 수도 있고 투명한 교정기도 나와서 격세지감을 느끼며 구경(?)했습니다.

 

치아 교정은 단순한 미적 이유만이 아니라 구강위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저도 치아가 모두 골랐다면 스케일링 횟수를 좀 더 줄여 살 수 있지 않을까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미루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스케일링을 하면 이제는 이가 시려 한동안 웃기도 힘든 나이가…….

 

치아턱관절코골이수면무호흡구강 기능(씹기 소화 발음 등)과 위생안면비대칭과도 관련된 분야가 교정치료입니다나이 들면 관리에 더 신경 쓰이는 치아이고 염증 반응이 있으면 혈액에 퍼져 뇌로 옮겨갈 수도 있으니 여러 모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정기적인 치아와 구강 관리 이외에 교정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커다랗고 다소 충격적일 만큼 사실적인 사진들로 잘 설명해주는 유익한 정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물론 치과에 방문하셔서 상담을 잘 받으셔야 하지만 이제는 3D프린터로 그야말로 정교한 맞춤 교정 장치를 제작할 수 있는 지라 다양한 사례들치료법결과부작용들을 미리 읽어 보시는 것도 여러 불안과 답답함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플랜트처럼 투명교정도 자격증 인증을 받은 치과들이 따로 있습니다미리 확인하고 예약하고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책에 포함된 정보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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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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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달리며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한국이 분단국이라 기차여행 시간이 짤막한 것이 아쉽다언제든 할 수 있던 시절엔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잔뜩 보였는데 지금은 그립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호는 지루한 거 하나 없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다신나게 다닐 수 있었던 덕분에 여행이 끝나면 아주 기분 좋은 고단함이 느껴진다재밌고 현명한 이들을 많이 만나 각자가 살아본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도 잔뜩 듣고사려 깊고 친절하게 남긴 말들도 아끼며 듣는다.

 

뜻밖에 솜씨 좋고 그 자신도 철학자로서 부족한 점 없는 위트 가득한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여행은 더욱 유쾌하다줄곧 편안하면서 가르침이나 교훈이 지나치지 않은 책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사는 일이 깔려 있는 레일 위를 달리는 일이라면여러 번 정차하기도 하고여러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삶을 나누는 일이라면그리고 각자의 삶의 향방을 찾아 다시 달리는 일이라면그 기차에 타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속 편한 기분이 든다.

 

레일 위에서 만난 이들지금 한 기차에 탄 이들앞으로 만날 모두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이들이 다 반갑다우리 모두 같은 처지니 서로 힘껏 응원하자고 제안하고 싶어진다.

 

한 달 동안 조금씩 읽고 필사해 보았다클럽장은 힘들 때 카톡 보내고 싶은 철학자 찾아보라는데 카톡을 안 하는 독자로서 불경하게 패스!

 

샤르도네를 함께 마실 수 있다면 루소와 수다를 잠시 떠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대신 불어... 불어를 철학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배워야해!

 

솔직한 심정은 이렇게까지 재미날 줄 몰랐던 에릭 와이너 저자나 종종(?) 엄청 웃기는 위트쟁이 김영하 작가와 대화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하며 언급을 피하고 싶지만 문장이 눈에 띌 때마다 두근거리는 철학자()(계신다.

 

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앞으로 더욱 더 배우고 싶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나는 젊은 사람들이 좋다.

그들의 계획 안에서 내 계획을 발견하면

내가 죽어서 무덤에 묻힌 후에도 내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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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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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지만 효과가 좋은 치료와 보상들 중 하나는 몰입할 수 있는 책을 만나 푹 빠져서 읽는 경험이다적어도 수백 번 경험한 일이니 믿으시길이런저런 수다스러운 소개와 적응 기간이 끝나고 책과 나만 마주하는 시간정보는 가고 문학만 남는다무방비하게 자신을 잊는 귀한 시간이다거의 모든 작품들에 감탄하는 소위 쉬운 유형이지만 갈수록 진솔하고 본질답다는 느낌이 확실한 글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한편으로는 나와 남들이 사는 모양 역시 그렇기를 더 바라는 마음도 커진다.

 

독서에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어린 날 책읽기의 가장 큰 효용이자 목적은 바로 이것이라 믿는다어린아이의 여린 마음을 둘러싸는 보호막이 되는 것그 막은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더욱 유연하면서도 튼튼해진다터지지 않는 비눗방울 같은 형태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리하여 훗날 어른이 되어 금력이라든가 권력이라든가 하는 세속적인 가치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흔들림 없는 성채이자 단단한 방패가 되어준다.”

 

계산을 하는 태도란 사실 남에게 잘 감추기 어려운 일이다누군가 늘 알아차리기 마련이고 그런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이들은 분명 드물 것이다계산을 잘 하는 나로서는 중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가령 이 일을 해서 내가 얻을 즐거움과 괴로움을 즉각적으로 띄워보고 계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선택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계산도 솔직하게 하다보면 점차 남들에게 받은 것들이 더 많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된다미안하고 감사하다시간을 한 번 돌릴 수 있다면 어려서 몰라서 못했던 감사와 사과의 말들을 전하고 싶어질 만큼.


 

워낙 자잘하게 살다 보니 종종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나보다 훌륭해 보여 잘 감탄하는 한편 의기소침해 지기도 한다서글프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그러다 또 그런 좋은 이들 덕에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구나덕분에 지금 여기 아직 살고 있습니다다시 감사하게 된다.

 

이게 다 무슨 핵심 없는 글인가 의아하실 분들이 있을 지도곽아람 작가의 글을 감사히 잘 읽었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절대 안 하는 짓인데 밑줄 박박 그으며 읽고 싶었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의 처럼 이해가 안 돼요이 단순한 소성에 뭐가 담겨 있어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칭찬을 해줄까요?” 라고 어리둥절해 하실 지도아님 이미 칭찬에 익숙해지셨을 지도울면서 읽은 분들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독자로서, “네 글에는 진실이 담겨 있어그게 비결이야유머와 비통함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이제 너만의 방식을 찾은 거야. (...) 진심을 담아 글을 썼어.” 라고 답글을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불과 한 달 전 5말 6초에 이런저런 어리광을 부리고 엄살을 떨고 했는데 어느새 6말 7초이다한 달은 슬쩍 돌아보니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란 제목이 뼈를 막 때린다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 읽기란 부제는 눈물샘을 들쑤신다자아실현을 못하더라도 망가지지 말고 폐가 되지도 말고 존엄하게 살아 나가고 싶었던 여러 일상…….



외계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강도로 압박을 가해 올 때

그 버거운 삶의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책을 읽는다.”

 

법적 성인인 된 날부모님께 편지를 올리며 그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고앞으로는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고 한 일세 번의 이직을 하면서도 어쨌든 직장에서 살아 나간 세월해가 바뀌어도 퇴근 후 팀원들에게 연락도 회식도 제안한 적이 없어 연말에 가끔 외로웠다고 하던 뜻밖의 평가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취욕구가 전무하냐고 기막혀 하시던 아버지의 하소연(?) 혹은 염려곽아람 저자의 문장들인데 내 얘기인 양 헷갈리며 혼란스럽게 읽었다.

 

살던 대로 살지 않는 일은 쉽지 않다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그렇지만 살던 대로만 살면 내면이 망가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망가진 부분을 교정하고수선하고다듬고달래가며 내게도 남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살아가는 노력이 마흔 즈음엔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매년 정리하고 포기하는 일들이물리적 시간도 없다고 느끼는 일들도 늘어난다이거 저거는... 이제 늦었구나... 싶은 것들도 있는데 저자가 40대는 재구축의 시기라고 하니 와락 반갑고 왈칵 고맙기도 하다꾸준히 하긴 하지만 정신증에 더 가까운 이상한 독서 습관도 세월과 더불어 힘이 되어 쌓이기도 할까 기대를 해본다아무리 나라고 가끔은 이건 마치 수도승의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읽고 쓰기는 그 와중에도 굳건한 도움이 되어 준다.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하다는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므로. ‘혼자 잘 노는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무기 중 하나라고 늘 생각해왔다. (...) 나는 모든 일을 혼자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 어릴 때부터 책벌레인 사람은 혼자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책읽기야말로 혼자 놀기의 끝판왕이기 때문에.

 

엄청난 상실인 듯 상처인 듯 느껴지던 때도 있었으나 나이와 더불어 공짜로 얻은 통찰도 가끔은 있다이를 테면 인간관계란 누가 딱히 잘못하지 않아도 살다 보면 그냥 멀어지는 관계들이 있다는 것반성도 분석도 원망도 죄책감도 후회도 필요 없는 일다만 언젠가 우연히라도 조우하면 서로 반갑기만을 상상해 본다저자가 인연에도 유효기한이 있다라고 정리해 주어 마음이 무척 편안해 졌다.

 

책읽기란 어린 날의 내가 울고 있는 자신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건넨 최초의 악수이자어른이 된 내가 아직도 나음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내게 눈물과 위안으로 부단히 건네는 악수이기도 하다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실시한 최초의 교육이자최후의 교육일 것이다.”

 

하루키를 무척 좋아해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작가가 되었다는 임경선은,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기쁨에 깨작대느니 고통이 동반되더라도 끝내 원하는 걸 가지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라고 말한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반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다 친구인가란 실존적인 고민을 한 적이 있다실제로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것인지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지금은 아무리 원해도 친구 사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나이이다이러다가 언젠가 친구가 한 명도 없게 되는 건가새로운 친구는 이제 못 사귀는 건가그런 무서운 생각도 간혹 든다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이니 친구란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생긴다란 저자의 말을 무조건 믿고 싶어진다그리고 오래 내게 다정한오래 나를 참아 주는똑바로 바라봐주는이렇게 멀리서도 필요한 위로를 건네주는 모든 이들이 실은 모두 다 내 영혼의 단짝들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앤은 말한다. “동류란 내가 생각해봤던 것만큼 드물지 않아요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찾아내는 건 멋진 일이에요.”

 

당신지금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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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산책하듯 내 몸과 여행하다
울리 하우저 지음, 박지희 옮김 / 두시의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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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놀랍고 문득 의심도 품었다가 결국엔 마구 부러워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나가서 걸어보자계속 걸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서 산책하듯 걸었다니그렇게 100일을 걸어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갔습니다덕분에 그 거리가 2,000km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6월에 베를린에서 며칠 머물면서 대낮에도 덜덜 떨었던 저는 함부르크에 사는 저자가 태양이 빛나는 남쪽으로’ 가고 싶어 퇴사하고 집을 나섰다는 말을 왜 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도보 여행을 위해 전문의류와 장비를 챙기고 준비를 완료해서 떠난 것도 아니라 아들이 쓰던 배낭 하나 메고 출발했습니다부러워서 나는 결국 이런 모험을 경험해 보지 못할까 이런저런 이유로 두근거립니다어느새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까지 믿을 수 없게 되었을까요.

 

하이델베르크에서 로마로 향하는 밤기차 안에서 지루해서 뒤척였던 기억이 납니다걸어가는 일은 지루할 여지가 없을 듯해 또 부러워집니다더구나 도착지가 로마라니. 예전에 일주일 밖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저를 보고 이탈리아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인 듯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로마는 최소 6개월 이상은 머물러야 한 면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진실한 조언이었지요.

 

로마 연상 작용 덕인지 엉덩이 근육대둔근의 이름이 글루테우스 막시무스라는 것이 더욱 놀랍고 재밌습니다로마 장군 이름인 줄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글루테우스 막시무스를 깔고 앉아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로마로 데려가주고 싶네요엉덩이 근육!

 

움직이지 않는 경향은 꽤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초등학교만 보아도 그렇다똑같은 책상과 의자좁은 교실조용히 하고 앉으라는 말성인이 되면 이 말을 듣는 곳이 어디인 줄 아는가감옥이다.”

 

20일 동안, 2,000km의 여정에서 당연히 내내 혼자는 아니었습니다저자가 만난 이들의 면면이 재밌고 긴장되기도 하고 걷지 말자 생각이 문득 들 만큼 위험한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내게 선물을 주었고어떤 이들은 내가 가진 것을 빼앗아 갔다.”

 

멧돼지가 모기보다 귀찮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반면 볼 것배운 것느낀 것도 무척 많았겠지요문득 어느 한 장면에서 글 속에 묘사된 곳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멍하니 상상해 보았습니다.

 

배운다는 의미의 독일어 레르넨(lernen’은 고대 게르만어 리즈노얀(liznojan)’에서 파생되었다발자취를 따라간다는 뜻이다헤센 북부와 튀링겐 서부와 중부 독일을 이루는 이 남부 니더작센 지역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무와 물과 산이 가득한 독일의 초록색 심장나는 시냇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는 아주 특별한 계기로 걷기에 대한 의미를 찾았고걷는 일은 언제나 도움이 되었고 세상과 가장 친밀하게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아직도 오감으로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오후 4시 티타임으로 살짝 분주한 건물을 빠져 나와 숲 길을 걸었던 장면들입니다아직도 이제는 상상에 더 가까울까요 ― 그때 햇볕과 바람과 풀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여러 해 전부터는 의사가 아주 구체적으로 걷기를 권하고 지도해서 치병을 위해 걷고 있습니다고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다리 길이가 자꾸 달라지고 넘어지고 하는데... 처방은 걷기 편한 운동화를 신고가방은 무게 분산이 균등한 배낭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운동화와 배낭으로 처방이 결정되니 나머지도 대략 맞춰지게 되더군요화장은 수분과 자외선 방지 말고는 원래 하는 것도 없었고 헤어스타일이란 봄에 짧은 단발여름엔 묶을 수 있는 길이겨울까지 길게 두는 것의 반복이니대충 상상이 가시지요간혹 새파랗게 젊은 30대들이 반말을 합니다만…… 잘 참고 살고 있습니다친구들이 네가 그 꼴로 어떻게 보일지 자각하라~’고 직언해 주기도 했고.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고요한 숲 속을 산책하면 5분만 지나도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 우리의 귀는 주변에서 위험한 소리가 들리는지 파악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다그래서 소음과 각종 소리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언제나 긴장 상태다이 소리가 무엇인지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계속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지치고 예민해진다

 

눈이나 입과는 달리 귀는 감을 수도 닫을 수도 없으니 얼마나 지칠까요소음공해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합니다목소리가 큰 사람과 친해지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듣는 일에 쉽게 피곤해지는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습니다.

 

가끔씩 고요함 속에 있는 것이 먹고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이집트인들은 침묵을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이해했다그들은 태양신 호루스를 고요의 신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들은 모든 것을 너무 분명하게 표현했다. (...) 나는 그들의 오만한 사고방식이 놀랍다그들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에 대해 자기들이 다 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어떤 산을 보아도 감탄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정원과 재산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내게서 멀어져라나는 그런 생각을 항상 경계하고 막을 것이다. (...) 사람들은 사물을 만지고도 무감각하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그들은 모든 사물을 죽이고 있다.” 라이너 마이라 릴케 Rainer Maria Rilke

 

어제도 오늘도 종종 주말도 산책할 시간이 없이,

더 솔직하게는 산책할 시간을 낼 마음의 여유가 없이

여러 가지 감정들로 꽉 찬 일상을 어떻게 잘 정리해볼까,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솟구치는 퇴근길입니다.

 

생각은 그만하고 그냥 나가서 잠시 걸으면 될 일이겠지요.

준비할 것 없이그대로 신 신고가볍게 나가기만 하면!

 

주의> 걷기에 관한 책인데... 읽어 보심 뭔가 낯설어 알아 차리시는 순간 깜짝 놀라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당연하게 기대하는 것들(?!)이 없습니다. 제 취향에는 딱 맞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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