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의자라는 것은 아주 강한 표현입니다그래서 제목을 보았을 때 궁금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자본주의가가 숲속에서 뭘 하고 있을까 상상이 어려워서일단 왜 미국의 숲속으로 간 것인지그래서 어찌 살았는지 누구나 궁금해 할 상황입니다.

 

오래 전 그러니까 1993년에 출간된 책 <월든>을 책임을 온전히 지는 삶을 미처 경험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당연히 책 내용이야 대충 이해했지만 그것뿐이었지요접점도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생태학이 시대정신이라 생각되어 일단 알고는 있어야겠다고 공부를 하면서도 나는 늘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었습니다빌트인 구조의 주거형태가 합리적이라 여겼고눈 뜨면 백화점에 입주한 센터에 운동하고 씻고 포장 음식을 구매해서 출근하는 일상이 편했습니다퇴근 후 다시 운동하고 간단한 장을 보고 귀가하니 누가 백화점 꼭대기에 살라고 하면 아주 좋아했을 겁니다.

 

일상의 모습만이 아니라 세계관 역시 자연과 인간은 가능한 분리되어 서로를 덜 간섭하고 사는 방식이 맞다 생각했습니다언젠가 숲을 대변해서 한 문장씩 쓰자는 행사에서 소신을 담아 “Leave us alone!” 숲과 동물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이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 일 순위는 이것일 거라 확신했습니다.

 

서로 접촉과 간섭이 줄어드는 편이 경계가 허물어지 않는 편이 낫다고 믿었습니다코로나 판데믹 상황을 보면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고도 볼 수 없겠지만한편 인간에게 그런 자제심이 있으리라 믿었던 것은 아니니 게으르고 허황한 생각이기도 했다고 봅니다.

 

40세에 은퇴한 남편이 가장 부럽습니다저는 45세 은퇴가 계획이었는데……시애틀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어쨌든 숲속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친절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웃으로 계시고 궁금증이 증폭해서 아주 공격적인 성격을 띠는 질문들을 받을 때도 있지만 육아법 책을 쓴 교육심리학 박사로서의 방어력이 나쁘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면 그때 복귀하자.”

 

후회되지 않을 만큼 이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목적이다. (...) 나쁜 일은 생기겠지만 (...)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그렇게 살았을 삶을 사는 게 목적이니까.”

 

박혜윤 저자를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글 속에서 느낀 바는 명철한 철학자이자 행동가라는 점이다<월든>이 애독서이지만 소로의 사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구분하고 자신이 발효시킨 생각에 따라 묵묵히 그러나 확실히 살아간다.

 

친환경적인 농사는 없다농사는 원해 환경 파괴를 기본으로 한다.”

 

부모의 교육 방침과 태도는 시대적 산물이다.”

 

내가 지켜야 할 가치가 절대적이라는 믿음이 사라지면똑같은 행동을 해도 가볍고 즐겁다.”

 

자본주의적 생활 방식을 완전히 다 버리지 않았다고 자본주의자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고 느낀다생존을 위해 따르는 방식이 ‘~주의에 이르는 적극성을 지니지 않아 보인다다만 미국사회에 비춰보아 자신의 삶의 방식이 아주 선명하게 정치 사회적 지표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리 제목을 정한 것도 같다.

 

이토록 외진 곳에 살아도 사회와 나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이런 자유를 누리는 일 역시 자본주의 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자본주의는 내 멋대로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제도다.”

 

돈을 버는 과정이 나를 나답게 하는 창조의 행위가 될 수 있을까우리가 이 답을 찾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이런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한 가지 동의할 수 없었던(?) 내용은 사슴과 관련된 일이었다. 저자는 농사를 망치는 사슴을 미워하기 보다 사슴처럼 살기로 - 수렵 채집 - 정했다고 한다. 완전히 사적인 저항감이라고나 할까. 


덴마크 코펜하겐 사슴공원 근처에서 몇 달을 살아본 내 경험상 사슴은 디즈니의 귀염둥이들이 아닙니다덩치가 크고 사납고 꽹과리와 징의 중간 어디쯤을 울리는 소리로 울고 발정기에는 아예 곁에 가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 어쩔 수 없이 움찔했다. 시애틀 변두리 사슴들을 만나 본 적이 없으니 이건 그냥 사적 감정의 일반화의 오류라고 치자.


그런데... 다 읽고 나니 하루 종일 무거웠던 기분이 확실히 가벼워졌다거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리저리 사소한 것들까지 내보이는 글이라 마음이 편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결코 자신들이 발견한 삶이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그보다는 시종일관 가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이 멋지고 부러웠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은 언제고 허물어질 수 있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어지만나를 칭찬하고 나를 긍정해주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은 꽤나 든든하다.”

 

우리 모두의 행동이 합쳐져서 인간의 멸종을 부른다면 그것도 지구 전체에게는 더 좋은 일일지 모른다하지만 그런 일은 원치 않으니 최선을 다해서 나의 전략대로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다 같이 잘 살아남자가능한 모두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묘진 작가의 유작을 저자와의 첫 만남으로 혼자 읽는다. 6월 초부터 여러 번 제안이 나왔지만 책모임을 함께 하자는 이야기가 아직도 잘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여름은 그렇게 부유하고 어수선한 것이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던 차별금지법 소식은 아무리 타당하고 자명해도 차라리 상조회사나 차리지 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는 이들의 시기상조란 말에 다시 밀려난다우스운 문명사회의 모습이다.

 

오늘이 어쩌다 28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은 나는 일정을 매일 확인하는 계획적인 삶을 사는 듯해도 때론 엉망진창. 6월이 다 가는데 6월 업무는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이번 달도 어설프게 마무리되겠지휴가는 생각도 말라는 듯 7월 20일까지의 일정이 이미 나왔고 8월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도 있다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난 내 시도들이 실패하길 바라완전무결하지 않아야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자신의 부덕을 알게 된다성공이 나를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

 

내게는 확실히 심각한 결점이 있다. (...) 장장 26년 인생 동안 실패와 무능의 기억이 가득하고 몇 번인가는 영원히 탈출하고 싶었지하지만 실패가 무슨 상관인가스물 여성의 나 사진은 그저 하나의 커다란 ‘J'arrive pas’일 뿐이다.”

 

스물여섯에 자살한 저자가 자신의 작품 속 화자가 죽음을 선택했다고 기록한다문학에 자전적인 요소들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이 작품에서는 특히 저자와 화자를 분리하기가 어려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마구 헷갈린 상태로 읽을 수밖에 없다이 유서가 누구의 유서인지둘이 동시에 쓴 것인지 의미 없는 추리도 하면서.

 

내 삶은 이제 변화와 단절과 새로운 시작을 예상하기 어려우니업무 일정표가 삶의 계획표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니손 댈 수 없는 내 현실은 두고 소설 속 화자의 계획을 찢어 없애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긴다우아하고 능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설득할 수 없다면 꼰대 짓을 해서라도 말려 보고 싶다.

 

나는 모든 것을 말게 정화하는 진실한 사람을 믿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한다진실한 사랑은 어떤 특수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다더 중요한 것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며자신 안에 그 능력을 살게 하는 인격이다.”

 

감정에 충실하고 끈기 있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그가 완결이나 완성이라는 단어들을 이유로 삶 또한 끈기 있게 중단하지 않기를 너무나 바랐다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없었던 고통을 가늠할 수 없어 뭐라 해도 가깝게 들리지 않겠지만죽음은 끝이상의 무형적 의미를 담지 할 수는 있으나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로서의 너는 영원히 지워버리는 일이니까빛나고 강렬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가 경험한 사랑이형체를 잡아 가는 철학이오래 피어날 삶이 다 사라지는 일이니까.

 

죽지 마죽음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하지만 항의하기 위해선 죽지 마그런 고독과 아픔은 나에게 고통을 주며 살고 싶지 않게 해살아 있는 사람들이 어찌 감당하겠니지금도 네 고통을 생각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결국 내가 죽는다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마지막 화해이며혐오와 뒤엉킨 내 깊은 사랑과의 마지막 화해인 것이다또한 솜의 삶과 화해하는 마지막 장식이다.”

 

진실하고 솔직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도록 배척하고 혐오하고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한 배후는 실체가 있는지조차 모호한 우리 사는 세상이다뭘 위해서 이토록 끈질기게 몹쓸 위력을 행사하는지 소통도 이해도 할 수가 없다.솔직한 존재로 사랑하는 일이 비극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은가모든 삶과 사랑을 평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다들 동의하지 않았나기억하는 사람은 곤란해하다 여기 저기 다치고 기억하지 않는지못하는지 사람들은 내내 당당하다

 

칼을 휘둘려야 한다면 하겠다란 모진 기분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그럴 일이 없어 다행인 우스워진 결심을 놓아두고 오는 퇴근길에

<몽마르트르 유서>를 읽었다.

 

파리도쿄타이베이를 오가는 편지들을 은밀히 부러워하며 따라다녔다.


영민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해서


첫 만남이라 추모도 응원도 힘차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잔뜩 안고 귀가했다.

 

몽마르트르 유서(蒙馬特遺書, Last Words from Montmartr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리단 지음, 하주원 감수 / 반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질환은 투병이 아니라 치병과 동거라는 걸

경험하신 분들은 이 책을 믿고 읽으셔야 합니다.

더 나은 책은... (당분간한동안)없습니다.

분명 누군가들의 인생을 조금씩 구원할 책입니다.

 

최초의 상담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들쑥날쑥 하는 질환들과 함께 사는 당사자이자 독자로서

심각하게 공감하고 드리는 감상평입니다.

읽으면서 읽고 나서 정신도 두 손도 살짝 떨리네요.

 

병은 제일 먼저 당신의 신념믿음 체계그리고 사고방식을 공격할 것이다그래서 당신이 쥐고 있는 그 아이디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혁신적이고 혁명적이며 창조적인 방식이라고 여겨지겠지만이는 높은 확률로 함정이다이 매력적인 함정에 발을 들이면 당신은 목도하게 될 것이다당신의 사상믿음사고방식가치관과 조증이 사이좋게 앉아 야광봉을 흔들며 동조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말이다.”

 

우울증과 홀로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우울증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우울증에 대해 항상 오해할 것이다.”

 

정신병은 역사와 대적한다정신병은 가장 먼저 시간을 부순다내가 어디에 있는지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따위를 모조리 상관없게 만든다. (...) 병증으로 기인한 상태를 병에 의존해 타개하려 한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조증은 원래부터 너라는 존재는 가치가 없었다는 듯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리곤 한다그러면 나는 뭘 하느냐긴긴 우울증을 앓으면서 조증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 내가 현실 세계에서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현실에 남기로 마음을 정한 뒤에는 조증을 바라지 않았다그래도 조증은 온다.”




 신체가 담보가 되기는커녕 신체의 병이 마음의 병과 손을 잡고 함께 행복의 나라로 가버리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신의 사고장애정신증이 생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너덜너덜한 몸과 결합해 여러 이상 사고를 야기한다.


육체의 질병을 해결해야만 정신의 짐도 덜 수 있을 거라는정신병의 초기와 반대의 작용하는 생각을 키워나가는데문제는 육체의 고통이 사라지더라도 정신에 생겨난 얼룩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긴 투병투병과 투병들 사이의 중첩은 우리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포기하게 유도한다.


병이 낫지 않는 사람들은 울적하다그들은 자신에게 새로운 질병이 생긴다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사소한 것이를테면 위장장애 같은 것에도 쉽게 견디지 못해 한다.


언제나 문제는이유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면 해소되는 일이 아닌병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좌절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내용들은 제 상담 내용이 유출되었단 환각에 시달릴 법한 내용입니다얼마나 놀랐던지 책을 힘주어 쥐고 다시 읽느라 손가락이 뻣뻣해졌습니다.



이런 책도 출간되는 뜻밖에 귀해진 2021...

양극성장애 환자 본인이 직접 쓰고 정신과 의사가 감수한 책입니다.

저는 주 중에 시간이 안 되지만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북토크 신청 링크 올립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sh_rZuzs2iJ9O2StAw6j-AZ7cNI8EPiQE5T5T4DVsf8hvXw/viewform

 

천사처럼 날아오는 자살게다가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살자살은 나의 고통을 이해하지만그것이 반드시 내가 죽어야만 증명되는 것이라면 한 번쯤 자살과 당신이 공모해 만든 이 기이한 고리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아마 언젠가 당신은 자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그런 조건과 환경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그리고 언젠가 당신은 자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상시 존재해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괜찮은 축에 들게 될 수도 있다그때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강가에 앉아 구경하는 놀이를 해보자강가에 앉아 여울을 피해 유영하는 오리들을 구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3년 전에 만날 수 있었다면친구에게도 도착할 수 있었다면... 

혹시라도... 란 생각은 늘 슬프고 아픕니다

잘 이해할 수 없어 입을 다물지 말고 계속 그냥 옆에 있다는 말만이라도 전할 것을

제 자그마한 깜냥을 스스로 미워하진 않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품이 어른으로 살기에는 턱 없이 좁아서 종종 아득하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복지카드를 내밀며 내가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감별당하고 평가당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혜택을 받는 것.”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차별을 당해고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 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가 농인의 언어 수어통역이 기본권이 아니라 혜택이라 당연한 것을 감사해야 하고 저품질에 불만도 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단 한 명이라도 무시당하지 않고 제 권리를 다 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현실에서 채식 인구가 꽤 많을 텐데도 학교 급식에 메뉴조차 없어서 지난 2020년 5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과 관련해 헌법 재판소에 헌법 소원 신청했다는 어떤 의미로 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아무 변화가 없어 올 해 6월 4채식급식시민연대 및 공동주최 시민단체가 학교 내 비건이 채식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비건 학생들을 위한 채식선택 급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밭에서 막 캐서 보내주신 감자를 씻어 삶아 그냥 먹는간단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엄청 맛있네요여름 감자대부분의 시간 식욕도 맛있는 거도 별로 없는 지라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사내 식당에서 먹을 게 없어 이상적이진 않지만 계란찜과 밥을 조금 먹다 말던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생각납니다공사였음에도 공사여서 더 그랬나 논의도 시행도 지지부진했던 시절심지어 비건인 부장 이상 임원들이 몇 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도 재규정되고 시행되어야할 일들은 어떻게 바꿔나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헌법 소환과 진정 제기 외에는 참여할 방법이 없을까요.

 

답답......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심지어 비건식은 재료의 종류도 줄어 예산도 덜 들 텐데.

... 그래서 문제인가요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서...

 

막 나가려는 생각 멈추고 감자나 하나 더 먹으렵니다.

다들 힘이 되는 맛있는 식사 잘 챙겨 드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피자라고 존재를 주장하는 거 이외에는 별 맛 없는 피자를 물컹 씹으며,

오늘따라 여러모로 물보다 못한 맥주를 마시며,

토요일이 왜 빨리 가버렸는지 분한 마음을 삼키며

별렀던 책을 읽었다.

즐겼다.

뿌듯하다.

  

신비롭거나 못 알아듣는 언어로 보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알 수 있는 언어그게 바로 시였다음악은 움직이는 시였고도서관의 책들은 고요히 앉아 있는 시였다멋진 요리는 접시에 플레이팅된 시였고.”

 

시인이 되고 싶었던 김밥 집 아들 이원식,

시를 읽은 교수의 요리를 하라는 강력한 추천으로

시 같은 요리를!”위해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전설의 요리사이자 자칭 천재 아티스트라 주장하는 엽색가 조반니 펠리치아노,

가 숨겨 놓은 레시피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오니아의 작은 섬나라인 삼탈리아,

<라 레뿌블리까 삼탈리아나>에 밀입국한다.

 

그리스 갱이 운영하는 밀입국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화물칸 짐칸에 구겨졌다가 널빤지를 잡고 해류에 떠밀려 도착(?)한다.

 

삼탈리아의 최상의 감사 표현은 고마워서 담배를 끊고 싶습니다.”

삼탈리아에서 주류 문화로 유행하는 것은 한국 시인의 시,

시가 화폐가 되기도 한다.

 

나는 (...) 배낭에 든 시집들 중에 고민하다 조연호 시인의 <저녁의 기원초판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 “…… 이럴 수가이건 삼탈리아에서 물가로 6억 리아에 거래되는 비싼 책이오. (...) 실물을 만지다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군 그래. (...) 이런 오리지널 초판은 정말 구하기 힘든 시집 아니오심보선 신작 시집도 받았는데 이런 귀한 것까지 염치없이 덥석 받을 수는 없소.” (6억 리아 약 7억 8천만 원)

 

복고풍 서정은 이야기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관점과

웃지 못 할 유머들이 산재해 있지만

 

요리든 시든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복고가 된서정이 담긴 것들은 무척 지적인 빈티지들이다.

 

웃기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시간이 더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은

여전할 지도 모르지만

 

현실이 이보다 더 나았던 적은 많았나...

비교판단분석 등등 다 그만 두고 싶다.

 

잠시 익숙한 피로를 내려 두고 재밌게 지내보라는

저자의 다정한 배려가 살짝 느껴졌다,

 

사춘기라고 우기고 싶은 갱년기일 감정의 기복이 잦지만

어쨌든 뭉클했다고마웠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서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가아주 작은 현상에서 비로 콧구멍 앞에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는 그것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나는 찾아야만 했다. (...) 끝에 다다르면 끝난다원하는 건 그것이었다나는 시작했고끝나야 한다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끝에 달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세 번 정도 웃지 못한 이들은 직접 읽어 보시길!

이게 뭐지뭔가... 하다 엄청 크게 웃게 될 지도.

완독 후에도 웃을 수 없었다면 작가 소개를 읽어 보시길.

 

우엉김밥과 유부김밥... 먹고 싶다...

무척 서정적이라는 ‘1945 삼탈리아 빈티지’ 라벨의 와인맛이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가 추천한 음식은 피자와 김밥과 맥주가 아니라,

파스타와 김밥과 맥주였어...

난 왜 피자를 두 번이나 산 거지... 아하하하...



.............................................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비밀 레시피혹 궁금한 분 계시나요?

 

음 맛있겠네.”

 

...입니다진짜 이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