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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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으로 출간될 때 담당 편집자의 선택과 노고로 훨씬(?) 멋진 책이 되었다는 풍문과 찬사가 가득한 책이다엄청 오래 미뤄둔 책 같은데 작년 9월이었구나제목의 단어들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찾아보며 천천히 읽어 본다. 오늘처럼 더 더 은둔하고 싶은 기분일 때 함께 하니 반가운 책이다. 천진난만 명랑발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세월에 길어서 이 매력적인 이율배반이 더 궁금하다.

 

*


고립은 고입 되고 싶은 충동은 두려움과 자기 보호에 관련된 일이다고립은 고치를 만드는 것매혹적으로 편한 나머지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네 삶에 다른 사람들은 별로 필요 없어너도 알잖아넌 혼자로도 완벽하게 괜찮아이것은 자족감으로 가장한 두려움의 목소리독립성으로 가장한 고립의 충동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주로 삼십 대에 쓴 글들이라 한다.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혼자라는 점을 감상적으로 찬양하지도 않고 담담한 '그냥 그랬다' 의 문체로 사실로 적시하고 적었단 느낌이다. 특히 [홀로챕터의 글 세 편이 내밀하고 솔직하고 담담해서 나도 어느새 누군가와 전면적으로 만나고 있는 듯 진심이 된 마음으로 읽는다이것저것 캐보고 싶지도 이런저런 증상들을 따져보고 싶지도 않다


*

 

나는 내 난장판을 다스리는 자이고, (...) 주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아다. (...)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고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타인과의 접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며지극히 간단한 사회적 행동마저도 누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신다거나외식을 한다거나 엄청나고 무섭고 피곤한 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프랑스까지 헤엄쳐서 가려고 시도라는 것 못지않게 버거운 일로 느껴진다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적절한 균형을 지키지 못하면삶이 약간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저자는 혼자 있는 것을 초조하지 않는다무척 편하게 여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이후 혼자와 함께 사이의 미묘한 조화를 찾는 이야기들은 멋지고 감동적이다그래서 명랑한 은둔자이고기쁜 목소리로 여기가 내 집이에요!”라고 말할 것만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줍은 은둔자였던 저자가 명랑한 은둔자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그렇지 않을 리가 없을 터.


*

 

이 페이지를 읽고 또 읽었다. 원인과 이유는 다를지라도 나는 5년 정도 일종의 섭식장애를 반복했던 적이 있었다마지막 증상이 9년 전이었으니 비교적 금단 증상이 사라지고 해독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정말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냅은 화가 났고 한국의 경우에는 보통 다이어트나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에서 발생하는 일이 잦다고 하는데내 경우는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대다가 어느 날 엄청난 양의 케이크나 초콜릿을 섭취하고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순간적으로 판단 마비가 온 듯 저지르는 일이었다.

 

그런 일을 5년 간 세 번을 반복했다육체적 고통도 있지만 해독이 시작되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각이 되면 끝날 때까지 겪는 정신적 고통은 더 대단했다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지독한 감정이 온전한 내적 현실로 구체성을 띠고 탈진이 될 때까지 밀려들었다.

 

섭식 장애에는 칼로 자르듯 명확한 해독이나 금단 증상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우리는 먹는 것에 대해서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 섭식장애에서 회복한다는 것은 자신이 선택했던 중독 대상을 완전히 저버리는 게 아니라 그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고이것은 매일 간헐적으로 치러야 하는 복잡한 전쟁일 수 있다.”

 

각자 선택했던 중독의 대상이 없는 채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결국에는 감정의 근육이 길러진다우리가 술을 마셔서 혹은 굶어서먹어서도박을 해서살을 찌워서 감정을 몰아낼 때우리는 그 감정을 이해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다자신의 두려움과 자기 의심과 분노를 의심해볼 기회를마음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지뢰들과 제대로 한번 싸워볼 기회를중독은 우리를 보호해줄지 몰라도 성장을 저지한다.”

 

저자 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지들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가둬두는 기질들의 존재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골똘하게 깊이 찬찬히 그것들을 바라보고 기록하였다특별하고 놀라운 점은 감정적 접근이 느껴지지 않고 단 한 문장을 제외하면 마치 수행을 한 사람처럼 명징하게 보고 쓰고 견디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늘 부모가 당신을 걱정했고당신은 그 걱정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데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들은 당신이 아니라 어른이 아닌가그 역할이 뒤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수 있고그럴 가망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전까지 믿어온 모든 가정이 무너진다.” 

 

부모의 죽음을 두려워한 적은 더 어릴 적에도 있었지만 현실로 생각해보는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긴 투병의 시기를 지나 어느새 구체적인 현실로 받아 들여졌다영원한 이별……그 순간이 상상 속에서도 견딜 수 없이 허망하고 슬프다. 주말의 또 다른 의미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날. 매일 조금씩 기력이 약해지시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니. 본인들 마음을 다 짚어볼 순 없지만 지켜보는 자식들은 무력하다. 

 

모든 가정의 모습이 가족의 관계가 다르듯 저자의 가족의 모습과 관계 역시 통상적인 내용은 없다심지어 쌍둥이 형제에 대한 사회의 굳은 믿음 뭔가 특별히 연결되는 관계초능력이나 근원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애착 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이다그래서 읽는 나는 조금 더 외로워진다어린 시절 서로에 대한 애착에 강하고 끈끈하고 마구 날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친구네 가족 풍경을 은밀히 부러워한 것처럼.


*


저자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문학인 에세이를 읽으면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서 

만나지도 못한 존재라 해도 

부재와 영면으로 말미암아 심신의 어딘가를 거머쥐는 

몇 줌의 통증이 느껴진다.


냅은 2002년 4월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5월에 결혼했고, 6월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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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구 - 기후재앙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긴박한 10년의 추적 기록
너새니얼 리치 지음, 김학영 옮김, 윤신영 해제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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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관심이 가는 내용이라 언급한 책인데 이제 일독을 마쳤습니다르포르타주를 읽은 것도 오랜만이고 이렇게 충격적이고 분하고 속상한 내용도 드문 일입니다유일한 위안이란 시간을 이기는 거짓은 없다는 것일까요하지만 이런 종류의 은폐는 단지 과거에 발생한 사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위기의 원인이자 미래마저 망치고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과학적 통찰 이산화탄소를 지금 그대로 배출하면 지구가 뜨거워진다해야 할 일은 분명했습니다 ― 1907년 대 말부터 1980년 대 말까지 십 년 간대책을 세워 실행하면 되었을 일왜 하지 않았는지 저자가 그 내막을 들려줍니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 세계의 주요 강대국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구속력 있는 협의안을 지지하고 이에 서명하기까지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까이 이르렀다.”

 

지켜보자는 정책은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화석 연료를 멈추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질까그 노력을 이끌 힘은 누가 갖고 있을까?”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앨 고어가 말을 이었다모두가 피해자가 될 겁니다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우리 모두가 악당이 되는 셈이기도 하고요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마침 오늘 6월 11일 G7정상회의가 열립니다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영국이 참가하고한국호주인도도 초청국으로 참가합니다공식적인 의제에는 기후변화한미일정상회담코로나바이러스 대응국제 여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해 G7회의는 영국 콘월 지방에서 진행됩니다이곳의 텅빈 채석장을 환경 복합물로 재시공한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 부지는 이견은 많았지만 인간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열심히 모아 지속가능하도록 애써 만든 곳입니다제가 유학하던 시절에도 프로젝트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습니다

 

대표들이 이 건축물을 보고 뭔가 생각을 바꾸리란 기대는 없지만, 중국이 아예 드러내놓고 2060년까지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다라고 발표하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그래도 기후재앙을 늦추거나 막자는 목표와 방향 아래 합의를 이뤘으면 합니다.

 

우리 행성은 단 하나뿐입니다상원의원 버넷 존스턴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 행성을 망가뜨린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bbcnews Nasa's Perseverance rover is celebrating 100 Martian days since landing data-on Mars. The robot is searching for signs that microbial life data-once lived data-on The Red Planet. Since touching down data-on 18 February, it has taken amazing pictures from around its landing site, an area called Jezero Crater.

 

지난주에 본 사진입니다화성에서 밭 갈고 있나 싶은 이 풍경에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이 정도로 낯설지 않다니 인간이 만든 것들이 머물 수 있다는 건 인간도 아마 머물 수 있다는 것일 터지구를 녹이는 후쿠시마 사고현장보다 화성을 누비는 일이 더 쉬운 일이었을 줄이야…….

 

뇌에 진통이 오는 듯했고 그 순간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오롯해졌습니다위의 인용문과는 달리 갈 곳이 있다고 찾지 못하면 만들면 된다는 자신감에 찬 이들이 어쩌면 과학계의 예산을 거둬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음모론을 상상해봅니다.

 

누가 인지부조화 상태를 경험하는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많습니다다음 단계로 누가 편향 수집을 하며 확증편향 굳히기에 들어가는지도 헷갈립니다부정하기가 더 어려운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납득시킬 수 없는 이들은 많고도 많습니다그리고 그것이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근래에 알았습니다이너서클은 참 위험합니다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주변에 다 말이 통하는 이들만 있어 세상도 그런 줄.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뤘거나 그 견해로 나름의 이익을 얻은 이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가설을 추가해서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다고 합니다그쪽이 고통이 덜하니까나이 덕인지 그런 이들이 밉지는 않고 짠합니다그렇게 살지 말지…….

 

이런 이들이 두 그룹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보면서로가 가설을 계속 보충해가며 끝없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 자명합니다있어왔던 일이고 지금도 비일비재하고 어쩌면 없어지지 않을 일이겠지요해결을 위한 비책이나 지혜는…… 모르겠습니다안 보이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끔찍한 것은 아니다틀림없이 현명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당연히 우리 손주 세대를 생각한다 등등하지만 과학적 예측들을 선별하거나, 50년 혹은 100년 뒤의 어느 시점에 온난화가 멈추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탄소순환은 우리의 기회와 시간표를우리의 예측 가능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다.”

 

희망도 하면서 낙관주의처럼 보이는 대책 없는 유예와 변명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르지 않는 저자의 문장이 더욱 설득력 있는 현실을 실감하게 합니다나는 자꾸만 오늘 시작한 G7 일정과 내용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어쩌면 오래 전 태평스레 머물던 콘월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숨 막힐 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그에 걸맞은 합의들을 만들면 좋겠습니다만.

 

악당을 악당으로 영웅을 영웅으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를 공모자라고 고백하기그래야만 우리는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뜨거워지는 기온에 대한 지구라는 행성의 저항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결국에는 자기기만에 대한 우리 인간 종의 저항력에 달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어떤 부류의 과학 학위를 자격으로 여기저기서 출현해서 지구의 회복탄력성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졸리나는 무성의한 패널들의 말 따위 더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더운 여름엔 제발 출연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더 덥습니다시청자도 지구도.

 

우리의 결정적 실수는 (...)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원제는 Losing, 한국어판은 '잃어버린' 입니다. 

어느 쪽이 현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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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스키 스쿨 1 책이 좋아 3단계 22
스튜어트 깁스 지음, 김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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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스키 얘기 매력적입니다더구나 CIA와 협업하는 스파이 스키 스쿨이라니!


스키를 탄 적도 없고 스파이가 될 생각도 없지만 가끔 엄청나게 웃기는 명랑한 꼬맹이와 함께 읽었습니다악당들은 모조리 어른일까 마음을 조금 졸이며 읽었지요항의가 섞인 질문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어른들은 왜 제대로 못 살고 그 모양이냐고쿨럭~

 

저는 어린이책청소년 책도 아주 재밌게 읽어서 전혀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혹 몰입을 덜할까 걱정하시는 어른분들도 재밌게 읽으실 겁니다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스파이놀이를 하거나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소설이 아니라 사람도 죽이는 악당과 한 판 대결을 펼칩니다.

 

주인공 벤은 무려 수학천재 스파이스쿨 학생저만 좋아하나요아닙니다벤을 짝사랑하는 에리카도 있습니다이 친구는 벌써 대단한 능력의 스파이입니다그리고 빠지면 안 되는 단짝 친구 마이클도 있습니다아주 딱 필요하고 알찬 구성입니다.


 

분위기가 제대로 납니다.

 

어른들의 스파이소설이라면 악당을 해치우는 액션이 주를 이뤘을 지도 모르지만 청소년 소설은 그보단 드높은 목표가 필수!입니다... 말하면 스포이니 패스주인공 벤의 임무는 아주 어려운 것입니다악당의 딸과 친해진 후 음모까지 알아내야 합니다스키스쿨 학생이니 스키장이 배경이어야 활약을 제대로 할 수 있겠지요어딘가 영업 중일 듯 생생한 묘사와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 목차 얘기만 해도 스포인지라 조심조심, 그래도 꼭 보여주고 싶은 재미난 설정이 있는데 바로 기밀문서입니다스파이 영화에서 많이 보시기도 하셨지요특히 미션 OOOO 시리즈의 인상적인 기밀문서 전달과 처리법소설이니 막 연기가 나고 그러진 않습니다만문서 해독하는 재미가 독서의 재미를 더하는 재미난 작품입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작게 작게!

 

두 권이지만 그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섭섭할 만큼 순식간에 읽었단 느낌입니다십 대들의 귀여운 솔직함과 진심이 가득한 삼각(?) 관계도 무척 재미있네요아이들은 자기 얘기로 상상하고 읽으면 신날 듯요즘 아이들답게(?) 썸을 잘 타는 군요.


결말에 대해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도 참 좋습니다.

세상이 막 좋아질 듯 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납니다.

이 시리즈 진지하게 다 읽고 싶어지면 어쩌나…… 조금 두렵습니다.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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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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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환승영광>으로 이어지는 3부작이라는데 <윤곽>을 먼저 읽지 못했다.

어쩌나 싶어 망설이다 이러다 다 못 읽겠다 싶어 일단 <환승>을 읽어 본다.

 

신기한 구성이다.

장편인데 줄거리도 갈등도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편처럼 이어진다.

그것도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커스크란 인물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충실하게 들어 주는 역할만을 한다.

가상현실 체험처럼 장소와 사람들이 바뀌고 이야기들은 계속된다.

읽다 보니 커스크가 사라지고 내가 사람들 여성 인물들 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는 거기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납처럼 나를 짓누르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 결혼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을 고르라면 그때일 거라고, (...) 그 어두운 저녁의 주방남편은 집에 있지도 않았던 그때였다고.”

 

"악이란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즉 굴복의 결과임을 깨달았다. (...)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열정적인 상태였다. (...) 악에 저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그러기 위해서는 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개인의 자격으로 맞서거나 쓰러져야 한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는 건도망가고 싶은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인지도 몰라.”

 

멀리서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그 시간에 느껴지는 주변의 침묵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같았다바로 그 느낌뭔가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분위기가 바로 문명의 본질인 것 같다고 (...)”

 

글쓰기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일 뿐이다증거를 보고 싶으면여러분이 뭔가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을 두려워할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된다.”

 

뭘까혹시 지나친 문장들에 복선과 힌트 등등이 있는,

결말에 유쾌하게 뒤통수 받는 반전 소설인가,

종종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냥 계속 읽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다.


<윤곽>을 못 읽어서인지 못 읽어도 관계없는 감사한 구성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표지가 내용을 닮았다.

또 다른 삶들을 만나는 여정이었다.



나아간다가능하다면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힘을 얻어서!’

이런 목소리를 혼자 상상해보게 하는.


좋았다새롭고 이야기뿐이라지만 인물들은 무척 입체적이고 서사는 풍부하고.

이런 방식의 재현은 의외로 힘이 세서

책에서 읽었을 뿐인데 체험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기 싫은 날인데마음이 조금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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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명탐정 1 -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라!, 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성완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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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도 탐정도 실제론 경험해 본 적 없이도 이 책이 재미있을까 이런 어른다운’ 의심이 잠시 들었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인 나도 재밌다비룡소 문학상 수상작들 중에 재미가 없다고 느낀 책은 또 없었으니 이렇게 신뢰가 한층 더 쌓인다.

 

도깨비방망이나 여의주를 현실에서 찾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이들은 즐겁게 읽고 홀가분하게 가버렸다부럽다더 부러운 것은 이런 간단한 도구들로 무엇이든 찾아 해결하는 명탐정들의 능력돋보기라면 저도 한 가득 살 수 있습니다만.



어른들만 탐정을 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여 다락방에 탐정사무소를 차린 건이칭찬한다한국에선 어른들도 탐정을 못하는 것이 속상한 어른으로서 공감 백배이다삼일 만에 사건 의뢰가 들어오다니이것도 부럽다지루한 내용도 아니고 흥미진진!

 

고장난 물건들만 잔뜩 있는 줄 알았던 다락방에는 마법의 거울이 있어 다른 세계와의 통로가 되어준다. 계속 부럽다도착한 곳은 도깨비나라의뢰는 잃어버린 도깨비방망이 찾기울면서 부탁하는 주먹코 도깨비가 귀엽고 무려 일곱 마을이나 있어 언제 찾나 괜한 걱정을 했다.



최고의 장면나는 거적양탄자의 시대도 이렇게 가는구나~


... 더 이상 내용을 적을 수가 없다사건 해결 과정과 결과이니한국 어린이 탐정이 활약하는 이야기는 그러고 보니 처음이다셜록 홈즈는 아이들 세대엔 그리 사랑받지 못하겠구나 새삼스런 생각을 잠시 해본다.

 

번쩍따리반짝따리따리따리 쨍쨍~!”

이리로저리로나리나리 날라리~!”

보그퐁쿨럭퐁들락날락 걀걀~!”

오물락조물락우물우물 꿀꺽~!”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이런 한상을 차릴 수 있는 것을 보고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주문을 정확히 발음하며 외워봤지만 역시 방망이가 없어서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슬프다.

 

도깨비도 죽나요?”

당연하지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 사람 수만큼 살거든그런데 요즘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아그러니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그거나 저거나 마을에 도깨비가 우리 넷뿐인 이유도 그래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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